그곳은 작은 언덕이었다. 나뭇잎은 이미 떨어져 있었고, 언덕에는 식물이 별로 없었다. 작은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그 뒤에는 더 높은 산으로 이어졌다.바람이 세게 불어, 마치 혼들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언덕 위에 선 사여묵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왼쪽의 작은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길옆에는 글이 새겨지지 않은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사여묵은 그녀에게 말했다. "저 이름없는 비는 이리성의 백성들이 네 아버지를 위해 세운 것이다. 그는 혼자서 저 길을 막고 수많은 화살을 맞고도 여전히 큰 칼을 짚고서 쓰러지지 않았다."송석석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북명왕이 그녀를 아버지가 희생한 장소로 데려올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고통은 여전히 너무나도 컸다."당시 그는 여기서 병력을 이끌고 사국으로 가는 식량과 군수품을 차단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싸우려고 했지만, 연이은 성 공격으로 병사들이 지쳐 있었고, 당시 황제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정에서 위엄있지도 못했기 때문에 지원군이 늦게 도착했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었단다.""내가 이리성에 첩자를 두고 있었고 모두 첩자가 알아낸 것이다. 당시 이리성의 백성들이 이 광경을 보고 깊이 감동하여 몰래 여기에 비를 세웠다. 사국인들이 보면 파괴할까 봐 그렇게 한 것이지. 명절 때는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그는 말 안장에 걸려 있던 술병을 꺼내 송석석에게 건네며 말했다. "가서 네 아버지께 한 잔 올려라. 너는 이미 매우 뛰어난 무장이 되었다고 말씀드려라."눈물을 닦고 술병을 받아 든 송석석은 섬광을 끌고 언덕 아래로 걸어가 무석 앞에 도착했다.무릎을 꿇고 술을 땅에 따르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다. 전장에 나가본 사람만이 그런 고군분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후퇴할 길도, 계속 싸울 수 있는 능력도 없었지만, 적의 보급을 끊으면서 조정의 지원군을 기다리는 길
첫 군사 보고서를 받은 숙청제는 흥분한 나머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송석석, 송회안의 여식이자 진국공부의 적녀. 그녀가 이렇게 뛰어나다니, 이방보다 훨씬 뛰어났다.이리성 함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탁자를 치며 크게 웃었다. "좋다, 좋아. 장군의 집안에는 나약한 여식이 없구나."그는 즉시 승상과 병부 상서를 불러들여, 승전보를 보여주었다. 목승상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리성이 회복되었군요. 송석석의 공이 크옵니다. 그녀가 식량 창고를 점령하고 지켰기에 보급을 줄일 수 있었사옵니다. 이로 인해 상국은 얼마나 많은 식량과 은전을 절약했는지 모르옵니다. 형님, 저세상에서 보이십니까? 그대의 여식이 정말 대단합니다. 송씨 가문의 명예를 잇고 있습니다."병부 상서 이덕회도 흥분한 나머지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저희 상국은 앞서 송회안이 있었고, 뒤에는 북명왕이 있으며, 이제는 송석석이 있사옵니다. 저희 조정의 젊은 무장(武將) 중 두 명은 명장으로 불릴 만하옵니다. 신구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사옵니다."숙청제는 눈에 띄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쪽 변경에 이제 시몬만 남았다는 것이다. 시몬을 함락시키기만 하면 사국은 반격할 힘이 없을 것이다. 사국이 물러나면 서경이 남쪽 변경 전장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 서경이 성릉관에서 우리와 다시 한번 싸우지 않는 한 말이다."목승상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말했다. "남쪽 변경이 곧 돌아오겠군요. 노신이 살아서 남쪽 변경의 회복을 볼 수 있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사옵니다."이덕회는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전하, 이는 모두 전하께서 인재를 잘 활용하신 덕분이옵니다. 전하께서 송석석을 남쪽 변경으로 보내 북명왕을 도와 이리성을 함락시키고, 많은 식량과 군수품을 확보하도록 하셨사옵니다. 저는 서경 사람들이 남쪽 변경 전장에 온 것은 저희에게 군수품과 식량을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이옵니다."사실 송석석은 황제가 보낸 것이 아니었지만, 여기서는
먼저 5품 장군을 수여한 뒤 4품 무관직을 수여할 것을 약속했으니, 이는 숙청제가 송석석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승상은 이에 대해 의견이 없었고, 이 이례적인 승진은 실로 송석석의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목 승상이 말했다."원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이방 장군이 약속한 기한은 지났습니다."숙청제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내 누그러뜨렸다."눈이 오는 날은 확실히 오는 길이 험하군 그래."이덕회가 말했다."폐하, 송석석이 5품 무덕 장군으로 승진한 반면, 전 장군과 이방 장군은 현재 5품 무략장군으로 품계가 송 장군보다 낮습니다."전북망과 이방이 큰 공헌을 하여 서경과의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을 멈추고 국경선을 세웠으니 이 공로는 송석석이 북명왕을 도와 성을 점령하는 데 공로를 한 것보다 크다는 걸 암시했다.따라서, 이덕회가 이 말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자 숙청제가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두 사람의 공적은 이미 내가 이루어주지 않았는가?"이덕회는 머리를 긁적였고, 이 일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전북망이 전공으로 장가를 들려 했을 때, 그는 이자가 그다지 쓸모없다고 느꼈지만 황제는 굳이 젊은 장군들을 지원하겠다고 고집했으니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확실히 지금 무장은 춘궁기이니 황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송씨 가문에는 식객 노릇을 하는 자는 한 명도 없었다. 숙청제는 아직 몇 가지 사항을 명확하게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이방에 대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황제가 보낸 밀서에서 성릉관 대첩을 언급한 것과 서경의 달라진 태도로 보아 그 또한 성릉관 전투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잠입 수사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었고, 현재는 남강의 전투가 더 중요했다."아직 전방 전투는 치열하다, 그러니 이리성을 함락하는 일은 조회 때 언급할 수 있지만 송석석의 공로는 당분간 언급하지 않겠다. 대첩이 끝난 후 돌아가 공적을 논할 테고, 짐은 절대 그
두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 알현했다."말장(末將, 장군을 스스로 낮추는 말)전북망이 원수님을 뵈옵니다!""말장 이방이 원수님을 뵈옵니다!"사여묵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왔구나."전북망이 대답했다."오는 길에 폭설이 내려 길이 막혀 늦었습니다,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하늘이 도와주지 않았군, 이는 장군의 잘못이 아니네."사여묵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았고, 그녀는 단지 한 번 쳐다볼 뿐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방천허와 임 장군, 송씨 가문의 장군 두 명이 전북망이 온 것을 보자 그를 훑어보았고, 과연 용모가 준수하고 남자다운 기개가 있어 만족스러워했다.결국 송씨 부인이 직접 고른 사위이니 어찌 나쁠 수 있겠는가?방천허는 앞으로 나아가 전북망의 어깨를 두드리곤 웃으며 말했다."전 장군님, 오늘 드디어 뵙게 되었군요. 장군님께서는 훌륭한 부인을 얻으셔서 매우 좋으시겠습니다."임 장군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들었다."저도 축하드립니다, 두 부부가 힘을 합쳐 공을 세우니 반드시 장군님 댁의 가문을 다시 빛낼 수 있을 겁이다.""전 장군님, 장군님의 부인은 이토록 싸움에 능하고 뛰어나게 용맹스러우니, 저를 비롯한 남정네들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전북망은 잠시 넋을 잃었다, 자신이 이방에게 장가간 일을 이곳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는 말인가?그들은 송회안의 옛 부하인데, 어째서 이방을 아내로 맞은 것을 축하하고 있는 거지?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감히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옆에 있던 이방은 조금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의 혼사가 무장의 인정을 받은 것 같았고 당연히 장군은 여장군과 혼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송석석과 같은 소위 대갓집 규수들은 남자들이 가져다주는 영광을 누릴 줄만 알고, 자리에 있는 장군들은 모두 피를 흘리며 싸우는 최전방 무장들이니 당연히 이 도리를 알 것이다.그러자 그녀는 미소를 지은
송석석은 그녀의 힐문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았고,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언급할 필요도 없는 사소한 일이라 말하지 않았습니다."방천허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이혼이라니요? 왜 이혼하려는 거죠?"그러자 이방이 대답했다."성릉관 대첩 이후, 성상께서는 저를 장군에게 평처로 하사하셨고, 송 낭자는 저를 용납하실 수 없으셨기에 성상께 이혼을 청하였습니다."이 말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이 전공으로 황제에게 결혼을 청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고, 이곳에 있던 장군들이 송석석이 질투에 눈이 멀어 두 사람의 결혼을 용납하지 못해 이혼을 청한 거라고 여기길 바랐다. 어쨌든 송석석은 국공부의 적녀이기도 하지만, 남강 전장에서 신분을 따지자면 송석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송석석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두 분은 성릉관에서 큰 공을 세웠고, 두 분의 전공으로 성상께 혼인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장군께서는 돌아오셔서 저에게 하신 첫 마디가 바로 이를 이행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군자는 남의 좋은 일을 도와 이루게 하는 것인데, 두 분이 진심으로 사랑하시니 제가 이혼을 요청하여 두 사람의 혼인을 성사시키는 것 또한 하나의 공덕이라고 할 수 있지요."이 말을 들은 방천허는 노발대발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입니까? 전공으로 처가 식구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은 것도 모자라서 다른 여인에게 장가를 가다니요? 전 장군님, 이는 실로 야박하고, 비정하기 그지없습니다."전북망은 송석석을 다시 쳐다보았고,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현재 그는 혼인 문제로 다시 말다툼을 벌이니 싫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속으로 송석석을 원망했다, 왜 그가 오기 전에 이 일을 그들에게 말하지 않아서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걸까! 게다가 방천허는 5품 장군에 불과했고, 군대에서 연륜이 높다는 이유로 그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은 정말 기만적이었다.이방은 방천허의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고 말했다."저희는 전공으로 성상
사여묵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사여묵은 송석석을 보았고, 송석석은 눈시울을 붉힌 채 사여묵과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약간 숙였다.방천허와 임 장군, 그리고 송회안의 옛 부하들도 이 비보를 듣자 충격을 받은 듯했다."어찌 이럴 수가……"송석석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8개월 전, 진성에 잠복해 있던 서경 첩자들이 모두 출동해 저희 집에서…… 저와 함께 장군 댁으로 간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이럴 수가."장군들은 이 비보를 믿을 수 없었다, 송 원수는 여섯 아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전사했고, 그의 가족들도 전멸했으니 이는 실로 참혹했다.하지만 서경의 첩자들은 미친 것일까?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지?"송석석 낭자, 이런 일까지 숨기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이방은 도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만!" 사여묵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은 얼마나 많은 병사와 말을 데리고 왔는지 보고하라."전북망은 뺨을 문지르며 대답했다."원수님에게 보고합니다, 경군 10만 명, 신화영장병(神火營將士)1만 명, 오현갑군(五玄甲軍)1만 명입니다."사여묵은 송석석을 보며 말했다."송 장군, 1만 현갑군을 자네가 통솔한다. 신화영은 방 장군이 통솔하도록. 오늘 밤 성외 진영에 배치되어 내일 훈련을 할 것이다."이때, 이방이 큰 소리로 말했다."송 장군? 송석석? 송 낭자가 무슨 근거로 장군입니까? 원수의 권력으로 장군의 지위를 하사하신 것 아닙니까? 장군의 지위를 하사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어야지, 부형의 공을 빌려 장군 지위를 아무렇게나 하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싸우는 장병들이 이를 어찌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사여묵이 냉정하게 말했다."송 장군은 다섯 번의 전투에 참여하여 수많은 적을 죽였고, 성안으로 침입해 성문을 열고 3천 명의 병마를 이끌고 거의 3만 명에 달하는 사서 연합군과 전투를 벌여 식량 창고를 힘겹게 지켜냈다. 그녀의 공로는 이
전북망은 이방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원수님,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이방 장군은 충동적이었을 뿐, 원수님에게 반박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사여묵은 냉랭했다."만약 장군이 군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금 당장 남강을 떠나도록 하시오. 본 원수가 필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복종을 하는 무장이오."이방은 내키지 않았지만 감히 대꾸도 하지 못했고, 그저 차갑게 송석석을 바라볼 뿐이었다.국공부의 귀녀는 당연히 모두가 받들 것이고, 타고난 부귀가 있는데 어찌 미천한 장군의 딸과 비교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았고, 지금 그녀가 가진 것은 열심히 노력해 얻어낸 것이다.송석석처럼 모든 공로가 그녀의 손에 자동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마지못해 전북망과 함께 물러났고, 떠날 때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말장 무직은 보잘것 없고 출신도 귀하지 않아 원수님께 감히 말씀을 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그러니 원수님의 군령에 복종을 하겠습니다."이 말에는 자연스럽게 송석석을 내포하고 있었다.그녀는 송석석이 달려와 그녀에게 따지기를 바랐지만, 송석석은 가만히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송석석의 모습에 이방은 당황했다. 언젠가 그녀는 송석석의 두꺼운 낯짝을 벗겨내 온 세상에 그녀가 부형의 옛 공로를 이용한 계략을 알리고, 장군들에게 멸시를 당하게 할 것을 다짐했다. 전북망과 이방이 나간 후, 방천허는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원수와 여섯 명의 소장군이 떠났고, 부인과 소부인, 소공자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후부에는 이제 송석석 단 한 명뿐이었다. 울고 있는 사람은 방천허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장군들도 몰래 눈물을 닦고 있었다.사여묵조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송석석도 눈물이 핑 돌았지만, 이내 눈물을 참아냈다.그녀는 이미 너무 많이 울었고, 울 때마다 무너져 내리곤 했다. 그녀는 참아야 했다.송석석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꺼냈다
어쩐지, 그녀는 서경 사람이 사국인인 척 남강 전장에 나간 걸 알자, 홀로 천리를 달려와 그에게 소식을 전했더라니. "진정이 되면 나에게 고하도록 하시오."사여묵은 그녀의 곁에 앉았고, 그의 큰 덩치는 장벽과도 같았다. 송석석은 한결 차분해진 상태로 말을 꺼냈다. "장군님께서 더 아시고 싶으신 게 있으십니까?"사여묵은 어두운 눈빛을 한 채 말했다."모든 것을 알고 싶소, 왜 갑자기 시집을 갔는지, 시집을 간 후에 일어난 일들과, 서경의 첩자가 후부를 학살하기 전과 후에 일어난 일들 말이오."송석석은 그가 왜 자신의 혼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지 몰랐지만, 감정이 실리지 않게 사실대로 말하려고 노력했다."제가 매산 만종문에서 돌아왔을 때 부형의 희생을 알게 되었고, 어머니에게 남강 전장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허락하지 않으셨고, 아버지와 형제들의 희생에 충격이 크셨던 탓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셨죠…… 어머니께서는 저를 진성으로 시집을 가게 한 뒤 아이를 낳고 안정된 삶을 살도록 강요하셨고, 저를 위해 1년 동안 혼담을 꺼내고 1년 동안 규칙을 배우게 하셨죠."사여묵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내 기억으로 장군은 그렇게 순종적인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지."송석석의 눈빛에는 의심이 스쳐 지나갔고, 그의 말이 옳았지만 그가 어떻게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던 거지?"예, 하지만 집안에 변고가 생겨 노약자와 아이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여 대갓집 규수가 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저를 위해 혼사를 선택하셨고, 많은 사람들 중 전북망을 선택하신 겁니다. 사실 어머니께서는 무장을 원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세가에 시집가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셨죠. 세가의 규율은 엄격하고 집안일도 많아서, 어머니께서는 제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괴롭힘을 당하든, 괴롭히든 둘 중 하나의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셨고, 이런 삶도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끼셨죠.""그리고 선비도 저와
향병은 비록 중요한 여관은 아니었지만 장공주의 믿음을 얻었고 방금도 그녀가 극구 반대를 해서 원래 지지하던 사람들까지도 따라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홍려사경을 비롯한 두 세 사람은 여전히 상국의 단신의를 청하는 것을 지지했다. 단신의의 명성은 서경에까지 퍼졌다. 애초에 선제의 병이 위독했을 때 조정의 신하도 단신의에게 치료를 청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선제는 스스로 상국인의 손에 목숨을 맡기기 싫다며 결국엔 포기했다. 그들은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는데 송석석과 평무종은 상황을 보더니 단신의를 모시고 곧장 동원으로 달려갔다. “막아라!!” 향병이 소리쳤다. “저기요, 내 말 좀 들어보십시오……” 시만자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향병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우리도 장공주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장공주님의 시녀가 옆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몽동이도 수란석을 가로막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맥만 짚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태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얼른 들어가서 지켜보라고 하십시오.” 태의는 진작에 뛰어 들어갔다. 비록 장공주의 곁에는 두 명의 의사가 간호하고 있었지만 상국의 사람이 들어가자 태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바로 따라 들어갔다. “놔, 이거 놔주십시오.” 향병은 시만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것입니까? 날 해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는 그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들어가려는 거면 같이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몽동이도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다 같이 들어갑시다! 모두들 장공주의 건강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같이 들어갑시다.” 경위들도 송 대인이 손찌검을 하지 말라고 분부해서 밀치락달치락 하며 공격을 어깨로 되받아 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몽동이가 수란석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시만자는 힘껏 향병의 손을 잡고 동원 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평무종이 회동관 입구에 나타났는데, 혼자 온 게 아닌 것 같았다.방금 송석석이 그녀를 보았을 땐 야행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야행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저, 무슨 상황입니까?”송석석은 얼른 마중 나가서 물었다.그러자 평무종이 답했다.“내가 장공주 방의 옥상에서 잠깐 들었는데 장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시녀 몇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장공주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사람까지 물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더군.”시만자는 의아해서 물었다.“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다고요? 설마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요?”이때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혹시 정원에서 들었습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정원에서 다투고 있었는데 태의나 단백부를 모시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난 옥상에서만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지지하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그럼 신의를 모시러 간다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 중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있었다.”평무종이 몽동이를 만났을 때 이미 여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향병은 아니었다.”“반대하던 사람이 많았습니까?”“서너 명인 것 같았는데 그들도 침착하게 분석할 뿐이지, 무작정 반대했던 건 아니다. 유독 한 여자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녀는 우리 상국의 태의와 의사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어의보다 못하며 가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그러니까 그녀를 따라 반대하던 사람들은 장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군요.”평무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쳐들어갑시다!”이때 몽동이가 걱정하며 말했다. “왕야님께 알려서 결정지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결정이지 왕야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송석석은 밤을 지키고 있는 경위를 불러
송석석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넌 일단 가서 단백부를 모시고 와. 내가 방법을 찾아서 들어가 볼 테이니.” 그녀는 어찌 되었든 간에 단신의를 모셔오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알겠어, 내가 지금 바로 가서 모셔올게.” 시만자는 방을 나가서 말을 타고 달렸다. 밤이 되자 날씨가 쌀쌀해져 그녀는 단신의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됐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몽동이를 만났다. 몽동이는 그녀를 보지 못한 듯 그저 지나쳤는데 시만자가 몇 번을 불러서야 한참 후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송석석은 경위에게 입구를 지키라고 하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게 계략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방을 나가 회동관 주의를 돌아다녔다. 회동관 밖엔 모두 송석석의 사람들이라 밖에서 돌아다니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잠깐 돌아다니다 그녀는 뒷마당의 담벼락으로 날아들었다. 내부의 수비는 외부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의로 빈틈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장공주가 동쪽 마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있는 동원과는 거리가 있어 조심스럽게 수비를 피해야 했다. 중원으로 넘어가자 경비원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송석석은 회랑에 올라가 벽에 붙어 걸었는데 다행히도 빛이 밝지 않았고 그녀의 발자국 소리도 가벼워서 경비원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경비원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송석석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는 평 사저가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평 사저는 서경어, 사국어, 북당어 등 여러 가지 방언에 능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옥상으로 올라가 위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올라가자마자 한 그림자가 낙엽처럼 동원의 옥상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거리가 먼 데다가 빛이 지붕까지 비추지 못한 탓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은근히 놀란 것 같았다. ‘설마 그들이 정말 사람을 들여보낸 건 아
북명황실 의사당. 염 선생은 향병, 안운여, 그리고 곽아정, 이 세 여관에 대한 자료를 모두 내놓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장공주의 심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의 여자들은 중요한 벼슬을 맡을 수 없는데 향병은 첫 번째로 5품으로 올라간 여관입니다. 장공주의 마음에 가장 드는 사람이 바로 그녀였고 그다음이 곽아정이었습니다. 그녀는 서경 곽 씨 가문의 적녀였는데 수란키의 아내가 바로 그녀의 고모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안운여였는데, 안운여는 평민 출신이지만 급제를 해서 장공주를 따라다니며 정무를 처리했습니다. 그 세 사람은 모두 선제가 있을 때부터 장공주를 따라다녔는데 그들은 장공주에게 늘 엄청난 충성을 보였습니다.” 사여묵은 세 사람의 이름, 나이, 성격, 출신, 호적, 혼가, 가문, 그리고 언제 벼슬을 땄고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료를 다 본 후엔 다시 고개를 돌려 향병의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염 선생이 말했다. “그녀는 장공주에게 가장 충성을 다하기도 했고 장공주와 시간을 가장 오래 보냈던 사람입니다.” 이때 사여묵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 “동궁에서 2년 동안 궁녀로 일했었군.” 염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녀는 장공주가 뽑은 인재로 동궁으로 보내졌었습니다. 서경은 우리 상국과 마찬가지라 태자는 자신의 작은 조정에서 정무를 처리해야 해서…… 아 참!” 말을 하다가 깜짝 놀란 염 선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동궁에서 2년 동안 일을 했으니 선 태자에게 충성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녀가 정원제와 수란석을 지지했을 주전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몽동이는 어디 있느냐? 그에게 회동관으로 가서 왕비와 시 아가씨에게 이 일을 알려 향병의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장공주의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하거라.”그는 협상의 주관으로서 회동관에 나타난다면 서경의 사신들이 경계할 것이기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었다.몽동이는 의사당 문 앞에 있었는데
사여묵이 바로 의사당으로 가자 사부가 정좌에 앉아 모두들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염 선생에게 이번에 온 세 여관의 자료를 조사해 보라고 했다. …회동관, 자시. 시만자는 차를 많이 마신 탓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서경에 주돈 하고 있는 시위에게 화장실로 가겠다고 했고 송석석도 함께 일어났다. 서경 시위는 상국어를 할 줄 아는 시녀를 찾아 그들에게 길을 인도했다. 회동관 안 마당을 지날 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다툼 소리가 들려와서 송석석은 안으로 쳐다보았는데 글쎄 사신들이 거의 모두 안에 앉아 있었고, 장공주를 따르던 여관들도 있었다. 열댓 명이 모두 안에서 떠들었는데, 비록 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어떤 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어떤 사람은 분노의 기색을 띠고 있었다. 송석석은 서경 말을 몇 마디밖에 할 줄 몰라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들었다. 송석석이 자세히 들으려고 발걸음을 멈추자 시녀는 계속 재촉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할 수 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안 마당과 점점 멀어져 다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이게 모레 협상하는 일을 상의하는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냉옥 장공주는 자리에 없었고 그녀의 시위와 시녀만 있었는데 의관 모자를 쓴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송석석이 풍등의 빛을 빌어 그 시녀를 한 번 보았는데 바로 정원에서 끌려 나온 모습이 분명했다. 계속 무언가 초조한 안색을 보였다.송석석은 냉옥 장공주가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오늘 협상할 때 구토까지 했다고 들었는데 병세가 심해진 건 아닌지 몰랐다. 그녀는 시녀에게 물었다. “냉옥 공주는 좀 괜찮아졌습니까? 아직 편찮으신 거라면 우리 진성에 단신의라는 분이…….” 송석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녀의 눈빛이 밝아지더니 물었다. “단신의 말입니까? 그분이 지금 진성에 있습니까?” “네, 단신의는 지금 진성에 있습니다.”
전북망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장공주는 전쟁을 반대했는데 옆에 있는 여관이 그렇게 했다면 장공주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장공주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자 이방이 냉소하며 말했다. “결국엔 그녀도 어쩔 수 없겠지요.” 그러자 전북망이 놀라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이오? 그들이 장공주를 속이기라도 하려는 것이란 말이오?” 그러자 이방도 잘 모른다는듯 되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임 부인이 그렇게 말했을 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여관의 신원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녀가 믿기지 않아서 그렇게 많은 것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제가 협조하기만 하면 도망갈 때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 때문에 소승까지 물고 늘어질 수 없으니 그들이 날 도와줄지 말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어떻게 자백하든 간에 그들의 계획은 실행될 것이니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이지요.” 전북망은 놀라움을 거두고 이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진술을 바꾼 것이 아니오. 당신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봐 나까지 연루시킨 것이오. 그러니 모든 게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 말고 돈을 원래 계획대로 받으시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도울 수 없소.” 이방은 비록 속마음을 들켰지만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말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나에게 빚진 것입니다. 전북망, 천하엔 공짜가 없듯이 당신이 나를 건드렸으니 나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전북망은 마음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내가 먼저 당신을 건드렸단 것이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았소? 남강 전장에서 당신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난 몇 번이고 송석석의 명령을 어기고 당신을 구하러 갔소. 당신이 맞을 때도 내가 대신 맞지 않았소?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염치가 없을 수 있소?” 하지만 이방은 여전히 차갑게 말할 뿐이었다. “옛날 일 들출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초래한 일이지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그녀는 확실히 모아둔 돈이 있었다. 집안을 누가 책임지든 그녀는 늘 돈을 챙겼고 혼수로 받은 돈도 챙겼다. 어떻게 집안에 모두 줄 수 있겠는가?적은 혼수에 돈도 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모아둔 돈을 이후에 쓰려고 했다."제 돈은 모두 챙기십시오. 하지만 그래도 돈을 빌려야 합니다. 도망친 후 혈혈단신으로 돈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전북망은 일단 돈 얘기부터 꺼냈다. 만약 바로 묻는다면 추궁을 듣고 이방이 의심할 수도 있었다. "얼마가 있소? 조금 남기고 먼저 사람을 찾아야겠소. 정 부족하면 그때 다시 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소."이방이 곰곰이 생각했다. 돈을 쓰지 않고 왕청여에게 빌려도 아마 많이 빌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비록 백부 출신이지만 매우 인색한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삼천냥은 있습니다. 하지만 천 냥만 가져다 쓰십시오."전북망은 이천 냥을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은 계속 흥정을 하다가 결국 천오백 냥으로 결정을 내렸다. 돈 얘기를 끝내고 전북망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무슨 계략을 쓰려는 것인지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날과 목숨을 거는 중요한 일이니, 자신감이 없으면 동의할 수 없었다.그러자 이방은 그를 한참 빤히 보다가 물었다."장군. 설마 저를 배신하려는 건 아니시지요?"전북망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흥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영리한 편이 아니었고 심지어 반응도 둔한 편이었다. 한바탕 흥정을 하고 나니, 그는 정말 그녀를 위해 계획하고 있다고 믿은 듯했다.그녀가 그렇게 묻자, 그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리면서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찬 말투로 화를 냈다. "지금 뭐라 한 것이오?! 나를 믿지 않으면 어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것이오? 목숨을 바쳤는데, 나를 의심하는 것이오?"이방은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전북망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남자를 모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