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서 악취가 진동했다. 그중 두 명은 정신이 온전치 않았고 들어오자마자 제사상에 놓인 과일을 미친 듯이 먹어 치웠다. 마치 굶주려 미쳐버린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몇몇은 그저 바닥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오랫동안 병에 시달린 듯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이들의 정체를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또 다른 무리가 들어왔고 들어오기 전부터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그 냄새는 마치 썩은 고기에서 나는 냄새처럼 역겨웠다. 시민주는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몸을 숨겼다. 손발이 불구인 여인들이 한 명씩 들려오는 것을 본 고승들은 ‘아미타불’이라 되뇌었다.자비심을 지닌 이들조차 이 끔찍한 광경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들은 숨을 삼키며 하나같이 뒷걸음질을 쳤다. 안여옥은 손수건을 꺼내 코를 가리고 태부인들과 함께 상황을 확인하러 다가갔다. 그들이 다가가 보니, 상처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안여옥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렸다. “어서 이들을 의원에 보내거라.” 안여옥이 다급히 외쳤지만,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견디기 힘든 악취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 때문이었다. “부의가 있지 않느냐? 부의는 어디에 있느냐?” 량아진은 밖으로 도망치는 어느 한 시녀를 붙잡고 덧붙였다.“어서 부의를 모셔 오거라!” 시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정원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들로, 지하 감옥의 실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끔찍한 상태로 들려오는 여인들 중 몇몇은 낯익었고, 또 몇몇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그들의 모습은 모두 형편없었다. 량아진의 외침에 시녀들은 헐레벌떡 부의를 찾아 나섰다.평소에 손끝 하나 베어도 난리가 났던 부인들은 이 처참한 광경에 완전히 혼비백산했다.다리가 잘린 여인은 너무나 쇠약해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두 눈을 뜬 그녀는 슬피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크게 웃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너무나 소름 끼쳤다.“마침내 죽이려는 겁니까? 제발 빨
싸움이 계속될수록 전북망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처음 성릉관 전장에 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적에게 포위되어 죽을 뻔했을 때, 소장군이 그를 구하려다 팔을 하나 잃었다. 그때도 죽음이 임박한 두려움을 느꼈었다. 잠시 한눈판 순간, 전북망은 적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쓰러졌고 다음 순간, 번쩍이는 칼날이 날아와 본능적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장공주의 발밑에 다다르자, 장공주가 사악한 얼굴로 칼을 들어 그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죽어라!”전북망은 두 손으로 칼을 간신히 붙잡았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그 순간 부병들이 다시 달려들었다.바로 그때, 경위병들이 지하 감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계단 위에 있던 필명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전북망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부병을 차버리고 전북망을 구했다.싸움은 계속되었다. 필명이 이끄는 정예 부대는 순식간에 적을 제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병들의 목에 칼이 겨눠졌다. 장공주는 순식간에 뒤집힌 상황을 바라보며, 이미 각오는 했지만 너무나 빠르고 갑작스러운 패배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기운이 빠진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위병들은 횃불을 들고 지하 감옥을 밝혔다. 이곳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었다. 이곳은 작은 무기고였다. 화약을 발견한 필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장 횃불을 꺼라.” 필명은 즉시 명령했다. 횃불이 꺼지자, 희미한 등불이 은은한 빛나고 있는 무기들을 비추었다. 이 무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필명은 전북망과 부상을 입은 경위병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도록 명령했고 그 외의 모든 사람은 끌려 나갔다. 장공주에 대해서는 처벌할 권한이 없었기에, 필명은 사람을 보내 지하 감옥을 지키게 하고 장공주를 감시하도록 했다. 그녀의 행동을 제한하진 않았으나, 공주부를 떠나는 것은 금지되었다. 처분은 황제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부상을 당한 전북망과 네 명의 경위병들은 상태가 심각하여 우
여러 태부인들과 안여옥 등이 차례로 떠나고, 승상 부인만이 장공주부에 남아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고통받은 여인들을 치료하려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장공주가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녀를 감시할 사람도 필요했다.어느 정도 치료를 마친 전북망과 그의 동료들은 경위병과 순방영이 마무리 작업을 끝낸 후 그들을 책임지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경단에 배치되어 있었고 여자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부병들을 모두 제압한 필명은 공주부의 하인들도 한곳에 모아놓고, 모든 관리들을 통제한 뒤에야 전북망과 그 일행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습니까? 견딜만하신지요?” 다섯 명 중 두 명은 중상을 입었고, 피는 멈췄으나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의원이 아직 움직여선 안된다 하여 두꺼운 담요로 덮어주었다. 전북망과 다른 두 사람도 심하게 부상당했으나, 그나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전북망은 이제서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왔고 이를 악물며 간신히 대답했다.“괜찮소.” 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견뎌주셨습니다.”잠시 망설이던 전북망이 다시 물었다. “그 자객들은 모두 잡혔소?” 그러자 필명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자객들은 모두 도망쳤고 한 명도 잡지 못했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거의 죽을 뻔한 순간을 떠올린 전북망은 분노가 솟구쳤다. “그 자객들... 우리가 이용당한 것일 수도 있소. 자객 중 한 명과 겨뤘고 얼굴을 가렸지만, 나는 그자를 알아볼 수 있었소.” 필명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제가 지하 감옥을 어떻게 찾았는지 아십니까? 그대는 공을 세웠습니다.” 깜짝 놀란 전북망은 잠시 멍해졌다. 공을 세웠다고? 이 문제는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필명의 말을 되새겼다. 어떻게 자신이 위치한 지하 감옥을 찾을 수 있었을까? 장공주가 들어온 후 지하 감옥은 잠겨 있었으니, 입구를
장공주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쓰러져버린 림봉아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감히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했다. 함께 있던 경위병들은 장공주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 그저 경고만 할 뿐이었다. “그만하시오. 그녀를 놓으시오.” 장공주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얼굴의 반을 가려 음침하기 이를 데 없었다.“너 따위가 감히 나에게 명령을 해? 다시 한번 지껄여보거라!” 그녀는 림봉아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경위병들에게 다가갔다. 경위병들은 그녀를 건드릴 수 없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때 승상부인이 다가오더니 장공주의 따귀를 힘껏 날려버렸다. “내가 쳤다. 어쩔 테냐? 이 미친년아!” “네가 감히!” 장공주는 림봉아를 놓고 승상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그냥 둘 수 없었던 경위병들이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장공주는 승상부인에게 닿지 못하자 경위병의 얼굴을 긁으며 발광했다. 얼굴이 긁혀 피투성이가 된 경위병들은 계속 난폭하게 구는 그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렇게 앞으로 넘어진 장공주는 이마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승상부인이 차갑게 명령했다. “밧줄을 가져오거라. 너희가 묶지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 경위병들은 급히 밧줄을 가져왔다. 승상부인의 명령이 떨어졌기에 그녀가 직접 나설 필요 없었다. 명을 받은 경위병들이 장공주를 기둥에 단단히 묶었다.장공주의 이마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 몸부림쳤지만, 단단히 묶인 터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승상부인을 노려보며 거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이 나라의 장공주다! 네가 감히 황족을 모욕했으니, 너와 네 집안은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네 놈들은 전부 참형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승상부인은 차갑게 대꾸했다. “미친 척은 그만하거라. 한 짓이 있으니,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여라. 네가 미쳤든 아니든, 국법은 모두를 공정하게 처벌할 것이다.” 장공주의 쉰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사여묵의 심각한 표정에 그들은 서원 지하에 뭔가 큰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사여묵이 자리에 앉자마자 송석석이 차 한 잔을 따라 건네며 말했다. “먼저 물 한 잔 마셔요. 제가 곧 데워둔 음식을 가져오게 할 겁니다.” 사여묵은 지하 감옥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분명 배가 고플 터였다. 물 한 컵을 단숨에 마셔버리는 것을 보니 꽤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분부를 마친 송석석이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사여묵은 그들이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당신 당숙 일가는 무사하오. 다행히 심한 고초는 없었고, 그저 지하 감옥에 갇혀 겁만 먹었을 뿐이오.” 송석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숙께서 진짜로 잡혀갔던 거군요.” “그렇소. 그가 있어서 처와 자식들이 그나마 놀라지 않았던 것 같소.” 사여묵은 스스로 다시 물을 따라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자들은 대부분 고부진의 첩들이었고 모두 구출했지만,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고 불구가 되었소.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소. 서원 지하 감옥에는 무기와 갑옷, 화약까지 숨겨져 있었고 반란을 일으키면 장공주가 무기와 갑옷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소.” 송석석은 눈을 반짝 빛났다.“역시! 저는 처음부터 서원이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공주부에 숨기다니, 이리도 대담할 줄은 몰랐네요. 만약 발각되면 큰일 날 텐데, 그녀는 어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을 했을까요?” 염 선생이 대답했다. “만약 친왕부였다면 감히 그런 일을 하지 못했겠지요. 어느 누가 공주부에 지하 감옥이 있을 것이라 상상이나 하였겠습니까? 더욱이 공주부는 수색하기 어려운 곳이니, 무기를 숨기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무기가 있어도 쉽게 발견되지 않을 테니까요.” 사여묵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천재지변 같은 큰 일이 아니라면, 아무도 감히 공주부를 수색하려 하지 않소. 그래서 공주부를 선택한 것이고 가장 안전하다 생각했을 것이오.” 장공주와 연왕이 결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
염 선생이 말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사람을 구출한 것만이 아니라, 큰 사건을 밝힌 것이라 우리 북명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아니지요. 목숨을 걸고 싸운 이가 그 공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북망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지 맙시다. 장군께서는 어서 식사하시고 씻으셔야 합니다.”염 선생은 더 이상 전북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 왕비가 불편해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식사를 재촉하고 되도록 빨리 씻을 것을 권할 셈이었다. 몸에 풍기는 감옥의 냄새가 너무 지독하기도 했다.하지만 시만자는 여전히 불만스러웠다. “어쨌든 전북망이 우리 계획에 끼어들어 공을 세운 건 정말 불쾌합니다. 차라리 필명이 그 공로를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시만자는 전북망이 송석석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의 지참금까지 탐낸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비록 그들과 함께 전장에 나갔었지만, 시만자는 전북망을 결코 같은 부류로 보지 않았다. 그녀는 전북망을 항상 경멸했다.염 선생은 웃으며 말했다. “필명도 분명히 공로를 세웠습니다. 전북망이 모든 공을 가져간 것이 아니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그리고 전북망이 혼자 지하 감옥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진짜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시만자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석아, 넌 어때?” 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과거를 떠올리면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장군부에 시집간 적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심지어 ‘전북망’이라는 이름도 낯설어. 그러니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여길래.” 시만자도 마지못해 말했다.“좋아, 그럼 아주 불쾌한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자.” 송석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사여묵은 송석석을 한 번 쳐다보았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 그다지 개의치 않았지만, 송석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사여묵은 느낄 수
숙청제는 이번 사건에서 반역과 관련된 증거가 발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내실의 음모로 짐작했고 너무 도가 지나치다 느껴 한번 나서서 제재를 가하려 했으나, 직접 개입할 수 없었기에 한발 물러서서 이번 한의절에 맞춰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사실 오늘 밤 장공주부에 공격이 있을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최근 들리는 소문이 너무 많았다. 특히 량소가 흠뻑 빠졌던 그 여인이 장공주의 서녀라는 말에 그는 공주부와 고부빈을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고부진이 상인 림씨 가문과 교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림씨 가문의 한 여인이 북명왕부에 몇 번이나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몇 가지 소소한 정보들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공주부는 이번 한의절에도 늘 그랬듯이 고승을 초청해 초도식을 거행한다는 점과, 마침, 심청화가 한의절 전에 진성에 도착했다는 점이 맞아떨어졌다. 그는 송석석과 장공주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떠올리고 이번 일들이 림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송석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만약 림씨 가문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리고 장공주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에 그녀가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무엇보다도 이 시점에서 송지안의 아내와 자식들이 실종되었으니 만약 이 일이 장공주와 관련되어 있다면, 송석석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그가 내렸던 전반적인 추측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발견되고 대량의 화약이 쌓여 있는 것을 본 그 또한 충격을 금치 못했다.마음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사여묵은 즉시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숙청제는 목승상에게 말했다. “승상은 먼저 물러가거라. 나는 아우와 몇 마디 더 나눠야겠다.” 목승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시지요. 승상!” 사여묵은 공손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사여묵을 한 번 바라본 목
사여묵은 황제의 표정을 살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렇습니다. 그들이 실종된 후, 왕부와 국공부에서 많은 사람을 동원해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지요. 결국 장공주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청란을 공주부로 돌려보내 하인들에게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 송지안의 아내와 아이들이 실종된 그날 밤, 공주부의 호위병들이 두 아이와 임산부 한 명을 지하 감옥으로 데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주부가 관련된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주부를 함부로 침입할 수 없었고, 마침, 한의절이라 공주부가 매년 고승을 초청해 초도식 거행했지요. 순찰병과 부병들이 그날 특별히 경비를 강화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객으로 그들을 공주부로 유인해 구출 작전을 진행한 것입니다.”숙청제가 대뜸 물었다. “그 외에 나에게 숨긴 것이 더 있느냐? 정녕 장공주가 반역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정녕 공주부에 그렇게 많은 갑옷과 무기가 숨겨져 있는 줄 몰랐느냐?” 고개를 든 사여묵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장공주는 황족으로서 높은 지위에 있고, 또 자식도 없는데 그녀가 반역을 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숙청제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사여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앉아서 얘기해 보자.” 사여묵은 황제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숙청제는 머릿속에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들은 대부분 진성에 머물지 않았고, 이번에도 영태비때문에 진성에 돌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연주 쪽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고,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진성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로는 휘왕과 회왕이 있었지만, 그들일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봉지에 있는 황숙들, 예를 들어 기왕, 안왕은 종일 술과 여자에 빠져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한 자들이었다...아니다, 연왕은 완
장기문이 무술을 배우기 위해 사부를 모신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술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승진을 위해서였다.하지만 그는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3년 안에 안 되면 5년을 기다리고, 5년 안에 안 되면 10년을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험이 쌓이니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 성공할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물론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3년 안에는 부위장에, 5년 안에는 위장에 오르는 것이었다.그러나 황제가 그를 소환해 현철위 부사령관 직책을 내렸을 때,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어전에서 한번도 실례를 범한 적이 없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옆에 있던 오월이 그를 발로 툭 차며 웃으며 나무랐다.“멍하니 뭐하느냐? 어서 은혜에 감사드리지 않고!”장기문은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은 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미천한 신하를 발탁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신은 반드시 충성을 다하고 몸 바쳐 헌신하겠습니다.”숙청제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월, 그를 데리고 가서 네 형제들에게 술 한잔 얻어먹으라고 해라.”그날 승진된 세 사람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장기문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했고 척귀는 약간 실망스러워했으며, 노아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과거 정탐조로 활동했던 만큼 비밀을 지키는 데 익숙해 감정을 겉으로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두 마음속에 감췄다.장기문은 당연히 동료들에게 술을 대접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걸음걸이조차 가벼워, 구름 위를 걷는 듯했고, 이 모든 일이 믿기지 않은 모습이었다.그는 원래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하늘에서 떡이 떨어져 그의 머리에 딱 맞아떨어진 격이었다. 그는 너무나도 얼떨떨해 정신을 차리고 오월에게 물었다.“부사령관직은 전 대감께서 맡고 계신 거 아닙니까? 어째서 저를 이렇게 승진시키신 겁니까?”오월
혜 태비는 아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입맛이 워낙 다를 뿐만 아니라 대화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후는 한 달에 몇 번은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나 당부했다. 하인들이 입방아를 찧으며 사여묵과 석석이 불효한다는 소문을 퍼뜨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휴, 사람 사는 게 원래 다 이런 거지. 항상 여기저기서 얽매여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으니 말이야.'고 씨 유모는 늘 혜 태비를 향해 복을 누리면서도 그 가치를 몰라본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에 진정으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나날을 보내더라도 그 나름의 걱정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 해도 그 부유함에 따른 고민이 있는 법이니 말이다.아무튼 그녀는 기쁠 때는 마음껏 기뻐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누구도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고민하는 것도 자신의 권리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사여묵과 송석석은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기에 보통 시만자를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시만자는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데 능숙하여 지루하고 딱딱한 식사 시간을 흥미롭고 생기 있게 바꿔 놓곤 했다.한편, 전북망은 결국 사직하지 않았다. 며칠 후 관복을 다시 입고 풀이 죽은 채 복직했다.숙청제는 그를 다시 불러들여 얼굴에서 조금이라도 투지를 읽으려 했으나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북망은 마치 집을 잃은 개처럼 온몸에서 나약함과 패배감만 뿜어냈다.숙청제는 속으로 크게 화가 치밀었다. 전북망을 순수한 신하로 만들어 잘 훈련시키면 훗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적을 토벌하고 전장을 누빈 경험이 있는 무장이자, 몰락한 가문의 출신으로 황제의 은혜에 깊이 감사할 줄 아는 전북망은 최소한 충성심 하나만큼은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숙청제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충성심이 중요한 건 맞지만 능력이 없는 충성심은 쓸모없다는 사실을 말이다.숙청제는 전북망이 조금 더 분발하여
시만자는 늘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곤 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물었다. “황제가 직위를 강등하고 녹봉을 삭감한 것에 불만을 품고 그만두겠다고 한 거 아닌지?”전북망이 그런 생각인지 아닌지 그녀는 몰랐지만 확실했다. 집에서나 사부님이나 기대보다 적게 주면 그녀는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더 발끈하고 나섰다. 송석석의 어두운 안색에 그녀는 즉시 말을 돌렸다. “전북망 말은 그만하자. 전북망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구나. 폐하께서 사직을 불허하셨으니 더 이상 꼴불견을 부리지 못할 것이다.”모두들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리며 청단을 먹었다.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보주는 왕야을 위해 일부분을 남겨두자고 했다.모두가 떠난 후, 시만자가 송석석에게 물었다. “사실 사직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저런 사람이 어떻게 현철위 사령관 자리에 어울리겠어?”송석석이 답했다. “이 시점에서는 성릉관과 관련된 사람들은 조용히 있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식으로든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게 중요하지. 그가 사직하든, 폐하가 그를 해임하든 얘기는 외조부와 외삼촌 쪽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마음먹은 사람이 빌미를 잡아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일리가 있다.” 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나 대체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냐?”송석석은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연왕은 줄곧 소가를 성릉관에서 철수시키고 싶어 했다. 녹분성에서 벌어진 일은 서경과 성릉관 모두에 파문을 일으켰으니, 이 일에는 서경과 연왕이 손을 잡고 개입한 게 분명할 것이다. 지금 이방이 첫 번째로 서경에 압송되었고, 외조부에겐 성릉관 총사령관으로서 감독 소홀과 군기 해이의 책임을 물었지. 전북망은 녹분성으로 병력을 이끌고 갔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게 되었다. 사건 전체를 보면 외삼촌에게까지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처분이지만 전북망이 사직을 청하면 연왕은
어서방. 숙청제는 눈살을 찌푸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전북망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사직이라? 잘 생각했느냐?"전북망은 머리를 조아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신은 폐하의 큰 은혜를 저버렸고 소가의 신임도 저버렸습니다."숙청제는 분노로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었다. "너에게 그토록 큰 기대를 걸었는데 너는 그 기대를 저버리고 관직을 사직하려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이다."전북망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 신이 무능하고 나약하여 현철위 부사령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오 대반도 참지못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한사코 자기가 죄인이라고 운운한다면 황제가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숙청제는 한층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간 자숙하고 다시 찾아오거라. 물러가라."전북망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몸을 숙이며 답했다. "예!"그가 물러나자마자 숙청제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오 대반, 전북망에게 가서 진정 소 대장군에게 빚진 마음이 있다면 이 시기에 관직을 내놓지 말라고 전해주어라."오 대반은 명을 받고는 전북망을 쫓아가 말했다. "전 대인, 잠시 멈추십시오."전북망은 잠시 멈춰서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 공공, 무슨 일이십니까?"그의 멍한 표정을 보고 오 대반은 등을 곧게 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대인, 이렇게 사직을 한다면 소가의 여러 장군들까지 연루될 것입니다. 전 대인은 어전의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전 대인이 면직당한 줄 알 겁니다. 사직을 하려거든 이 시기를 피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소가에 더 큰 누를 끼치는 것이 될 것입니다."그러자 전북망은 크게 놀랐다. "제가 사직하는 것이 소가와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오대반이 말했다. “전 대인이 자책감으로 사직을 한다면 소가의 사람들이 어찌하겠습니까? 그들 또한 죄를 자청하며
필명이 정신을 차렸을 땐 전북망은 이미 술을 절반 이상 마시고 의식을 잃어버린 뒤였다. 더욱 후회가 밀려왔다. 이런 무뢰한을 데려온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이렇게 많이 마셔서 죽지 않겠냐는 걱정도 들었다.화가 난 그는 당장이라도 차가운 물통을 가져와 전북망의 머리 위로 쏟아붓고 싶었지만 마치 시체처럼 차가운 전북망의 얼굴을 보니 결국 물을 붓는 것도 망설이게 되었다. 그래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 하인을 시켜 마차를 준비하게 하고 직접 전북망을 집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마차가 덜컹거리자 전북망은 그 안에서 정신없이 토하기 시작했다. 그의 위장에서 올라오는 썩은 냄새가 바깥까지 진동해 마차가 움직이는 내내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필명은 분노가 폭발한 나머지 마차 안으로 고함을 질렀다. “설마 마차를 배상할 생각이십니까!”사실 이 마차는 그의 부인이 외출할 때 사용하는 유일한 마차라 빌려주는 것을 망설였는데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필명은 반드시 부인에게 제대로 혼날 것이다.역시 사람은 너무 착하면 안 되고 호기심이 많아서도 안 되었다.곧 마차는 장군부에 도착했고 그는 씩씩거리며 내려와 장군부의 사람을 불렀다.“당장 전 장군을 끌어내거라, 당장!” 전북경과 하인들이 마차 문을 열자마자 끔찍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전북경은 역겨움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동생을 마차에서 끌어내려 하인에게 그를 안으로 모시라고 했다. 전북경은 필명에게 전북망이 왜 이 정도로 취했는지 물었고 필명은 전북망에게 직접 물으라며 자신은 마차를 씻으러 가겠다고 했다.전북경은 하는 수 없이 필명에게 인사를 건넸고 필명은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집에 돌아온 필명은 부인에게 크게 혼났다. “다른 자를 데려오는 건 괜찮다지만 저런 자는 처음부터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 마차가 얼마나 중요한 줄 아십니까? 내일 사부님께 청단(떡)을 보내려면 마차가 꼭 필요한데 이젠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필이면 은혜도 모르는 사람을 건드리시다뇨!” 사실 필
필명의 부인은 전북망을 좋아하지 않기에 하인에게 대강 술안주 몇 가지를 내오게 하고는 이내 방을 나가버렸다. 심지어 하인들마저도 모두 데리고 나가며 그가 냄새난다는 이유로 시중을 들지 않게 했다. 전북망은 그저 술만 홀짝거릴 뿐 안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필명의 부인이 그를 싫어하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더더욱 우울해졌다."안주도 좀 드십시오. 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필명이 물었다.전북망은 술잔을 비우더니 갑자기 술상에 엎드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큰 소리로 우는 것도 아니고 마치 부드러운 베개로 입과 코를 막은 것처럼 답답하게 흐느꼈다.필명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혼자 술과 안주를 즐길 뿐이었다. 전북망은 단지 마음 편히 울 곳을 찾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가 왜 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한참 울던 전북망은 아무도 자신을 위로해 주지 않는 걸 깨닫고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쌓였던 먼지와 때가 눈물에 씻겨 나가자 그의 모습은 더없이 우스웠다.필명은 결국 웃음을 떠트리며 물었다. "필 대인도 내가 우스운 게요?" 전북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지."필명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덕을 쌓으려면 절대 이렇게 대답해서는 안 된다. 그가 물었다. "왜 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전북망은 술 두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말했다. "돌아간들 어쩌겠소? 가봐야 욕이나 먹고 조롱이나 당할 테지."필명의 입가엔 경련이 일었다. "관직도 포기할 셈입니까? 폐하를 노하게 한다면 장군님의 앞날도 끝나는 겁니다.""어차피 끝난 거나 마찬가지요. 아니, 애초에 나에겐 앞날 같은 건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요. 직위 강등에 3년간의 봉급까지 깎여 집으로 돌아가 폐인처럼 사느니 차라리 밖에서 유랑이나 하는 게 낫겠소. 그러면 더는 폐하의 눈에 거슬리지 않을 테니."필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러지 마시고 열심히 하십시오. 장군님의 능력과
오진의 이런 생각은 송석석이 그를 잘못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황제는 지금 순방영을 정리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일이 너무 커지지만 않으면 그는 굳이 이런 작은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고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현재 반역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비록 연왕과 회왕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런데 만약 그들을 정리해버리면 연왕이 암암리에 손을 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반역으로 온 가족이 반역자로 취급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또한 그는 더 깊은 계략을 가지고 있었다. 현갑군을 통제할 수 없다면 현갑군이 완전히 썩어버리게 두어 현철위가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송석석은 이 무능한 자들이 순방영을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권력을 쥐면 백성을 학대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순방영을 완전히 폐지하지 않는다면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방영은 나라의 봉급을 받는 악당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황제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사건들이 모두 덮여 있어서 그에게까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캐낸다면 어떨까? 사건을 찾아 어사대에 보내고 조정 회의에서 탄핵을 하면 황제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황제와 맞서려는 게 아니지만 현갑군의 사령관으로서 부하들이 백성을 해치고 현갑군의 명성을 더럽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현갑군은 백성을 보호하는 정예가 아니라 백성을 학대하는 악당으로 전락할 것이다.오진은 곧 명단을 제출했고 송석석도 바로 명단을 확인했다.늦은 밤이 되자, 그녀는 시만자와 홍시를 불러 말했다. “이 몇 사람을 조사하거라.”평사저는 떠날 때 진성에 몇 사람을 남겨 운익각 지부를 열었는데 지부는 망경루에 자리 잡았다. 마침 시만자는 맡은 일이 없어서 운익각 지부를 관리하게 되었고 지금 지부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우두머리로 모시고 있다.이틀 뒤, 전북망이 형부에서 쫓겨났다.
정말 형부에 눌러 앉으려는 건가? 신기하기도 하지. 보통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형부라는 곳을 떠나는 게 정상인데 왜 아직도 형부에 붙어있는 걸까?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왜 일까요?""모르겠소. 오늘 이 대인이 사건 기록을 전하며 말했는데 전북망이 유실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에 밥도 한 끼만 먹으며 매일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소. 원래는 하루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소.""정말 이상합니다. 혹시 직위마저 포기한 겁니까?" 황제의 처분이 아니라는 말에 송석석도 바로 화제를 바꿨다. "협상 중에 일어난 일들을 폐하에게 보고한 후, 폐하는 조사하지 않으셨습니까?"정영수의 암살 시도는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향병이 장공주에게 독을 준 일은 예전에 비주 사건과 똑같은 독이었으므로 황제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조사는 반드시 할 거요. 아마 오월이가 조사할 것 같소."대리사에서는 비록 반역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일이라 황제는 대리사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보주가 들어와 남은 음식을 치우자 궁녀 영씨가 말했다. "왕야님, 왕비님, 목욕은 일찍 준비하셔야 합니다."최근 협상 때문에 사여묵이 살이 빠진 것 같아 궁녀 영씨는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는 잘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사여묵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송석석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새끼손톱으로 송석석의 손목 피부를 스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빨리 준비해야겠소."설마 이 동작은…?송석석의 얼굴은 즉시 빨개졌고 귀끝까지 붉어져 급히 손을 뺐다.궁녀 영씨와 보주도 있는 데 왜 이리 가벼운 행동을 한 거지?궁녀 영씨는 그 모습에 몰래 웃으며 뒤돌아섰고 보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송석석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진 이유를 궁금해했다.보주는 의아한 듯 궁녀 영씨의 뒷모습을 한 번 쳐다봤다. "궁녀 영씨는 왜 웃으시는 겁니까?"송석석이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것도
송석석이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니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자꾸나. 정말 안 되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여학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아니다, 여학은 자리가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송석석이 말했다.그러자 시만자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오늘 밤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시 사부, 어서 공지를 내려라. 네 제자들은 무공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하더구나.”시만자도 웃으며 말했다. “장기문이 제일 부지런하다. 이 녀석은 항상 최선을 다해 발전도 빠르지. 무공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자질이야. 어릴 때 사부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공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야 배우는 걸 보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그 후, 송석석은 평서백부로 향했고, 시만자는 가죽 채찍을 들고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켰다.최씨가 송석석의 말을 듣자마자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석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부인이 도와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여인은 살기가 너무 힘드니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복을 쌓는 일이지요.” 최씨는 깊은 슬픔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괜찮으시면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최씨도 그녀를 여러 번이고 도왔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최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최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긴 하다만 왕비님께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닙니다.”송석석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때, 하녀가 급히 뛰어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