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8화

Author: 유애
그의 분석에 송석석은 매우 감탄했다.

오직 전장 경험이 많은 노장이어야만, 단지 양곡을 태웠다는 이유로 적군이 항복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는 수십 년 동안 양국이 수없이 전쟁을 벌여온 변경 다툼 문제이기도 했다.

서경이 양곡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양곡을 태웠다고 하더라도 다시 양곡을 공급하면 되므로 항복할 이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도 단지 퇴각하거나 전투를 중단하면 될 일이지, 상국 대군이 서경을 침공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게 무엇이냐?”

북명왕이 물었다.

송석석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사람을 보내 조사할 테니, 결국 밝혀질 것이다.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학살했습니다.”

북명왕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

“황제도 알고 있느냐?”

“그건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성릉관의 모든 보고서와 마지막 대승 보고서에는 이 일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본 것은 병부의 등사본이지 황제께 제출된 모든 보고서는 아닙니다.”

“네가 병부에 잠입했느냐?”

북명왕은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물었다.

“병부 문서를 몰래 보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 것은 알고 있느냐? 너는 어리석다… 너의 지아비 전북망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원군의 주장이지 않느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거대한 그림자가 진영에 드리워지며 괴물처럼 보였다. 몸을 굽힌 그는 낮은 목소리로 화난 듯이 말했다.

“병부에 잠입했더라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쉽게 남을 믿는다면, 만종문에서 배움은 헛됐구나!”

“저는…”

북명왕은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네 어머니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송석석은 조용히 끄덕이며 고개를 숙였다.

“전북망은 알고 있느냐?”

그가 다시 물었다.

“그는 모릅니다.”

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된 일이냐? 왜 그에게 묻지 않고, 병부에 잠입해 군사 보고서를 훔쳐봤느냐? 항복한 자들을 학살한 것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김채연
구독비계속내야하나요
goodnovel comment avatar
권나현
재미있어요. 무궁한발전이잇기를
goodnovel comment avatar
채경란
참 흥미 진진 하고 잼나게 풀어가네요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9화

    '식사 준비'라는 말은 매우 근사한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빵과 두 개의 육포가 전부였다. 이것들은 전장에서 휴대하기 편리한 군량으로, 전장에 나갈 때 주로 제공되는 식량이었다. 지금은 주둔 중이므로, 따뜻한 죽이나 밥을 지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특별히 그녀를 위해 따로 음식을 준비할 이유는 없었다.그래도 그녀에게는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었는데,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작은 천막은 방편이었고 매우 두껍고 더러운 이불로 덮여 있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니 거기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그녀를 안내한 것은 키가 큰 젊은 장수였다. 진한 눈썹과 큰 눈,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먹을 수 있겠습니까? 먹지 못하겠다면, 사람을 불러서 따뜻한 국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송석석은 빵을 먹으며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 추운 날씨에 딱딱해진 빵은 씹기 힘들었다.“그럼 되었습니다. 저는 장대성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군님 곁에 있었지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불러시면 됩니다. 여기는 시중을 들어줄 하녀나 시녀가 없습니다.”“시중 필요 없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송석석은 자신이 그렇게 연약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웃었다. “고맙습니다!”“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장대성은 돌아서며 덧붙였다. “편하게 드시고, 쉬십시오.”“알겠습니다!” 송석석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너무 배가 고파 빵과 육포를 모두 먹어 치웠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몇 모금 마시자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천막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모닥불들은 꺼졌고, 주사령관의 진영 앞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너무 지쳐 하품을 하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잠이 들었다. 북명왕이 그녀의 말을 믿어준 덕에 마음이 놓여 푹 쉴 수 있었다. 이런 야영 생활은 사문에 있을 때 겪었던 적이 있어 힘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조금 이상하게 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0화

    송석석은 장대성이 말하자마자 그녀의 벗들이라고 생각했다.“빨리 그리로 데려가 주십시오.”장대성은 그녀를 뒤쪽으로 안내했다.멀리서 송석석은 몇 명의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다.그녀는 도화창을 들고 경공을 발휘해 날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몽동이, 만두, 신신, 시만자!”고개를 든 네 명은 하늘을 나는 송석석을 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도화창을 휘두르며 맞섰다. 청색 옷을 입은 소년이 검을 들고 방어하며 도약했고, 공중에서 몇 번의 교전을 벌였다.검법은 번개처럼 빠르고, 도화창은 신출귀몰하게 휘둘러져 흩날리는 불꽃처럼 보였다. 이 광경을 본 많은 병사들이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검법과 창법이었다.두 사람은 바닥에 착지했고 청색 옷을 입은 소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창법이 느려.”“몽동이, 네 검법이 예전보다 좋아졌네.”송석석은 소년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음, 키도 많이 컸네.”몽동이는 고월파(古月派)의 유일한 남제자로, 이름은 몽천생이다. 그의 스승이 진검이나 진창을 금지하고 막대기로 검법을 연습하게 해서 '몽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송석석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그 앞에서 그녀는 누나처럼 굴 수 있었다.만두, 신신, 시만자도 모여들며 질문을 했다.“석아, 너 혼인했다며, 정말이야?”“너의 남편이 무장 전북망이라고 들었는데, 맞아?”“사부님이 하산하지 못하게 해서 너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어. 만종문에 가서 물어봤더니, 네 스승님이 악마인 줄 알았어.”“석아, 네가 혼인했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천방지축 날뛰는 네가 어떻게 누군가의 처가 될 수 있니?”만두는 경화파의 제자로, 어릴 때부터 통통해서 얼굴이 둥글게 생겼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만두'라고 불렀다.신신도 경화파(鏡花派)의 제자지만,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높은 포니테일을 묶고 붉은 리본을 매달아 매우 화려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시만자는 적염문(赤炎門)의 막둥이 제자로, 송석석과 같은 명문 출신이다. 그녀는 강남세가 신씨 가문의 딸로, 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1화

    입대하자마자 그날 바로 훈련이 시작되었다.그들 다섯 명과 한 무리의 신병들이 훈련장으로 보내졌다. 칼 잡기 연습과 찌르기 연습 등 기본 훈련은 그들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열 가지 훈련을 짧은 시간 안에 통과하자, 신병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전쟁 이론을 조용히 앉아서 들었다. 송석석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전쟁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송석석에게는 작은 천막이 있었다. 비록 작았지만, 그들 다섯 명이 함께 들어가서 쉴 수 있었다.밤이 되자 천막으로 돌아온 그들은 송석석의 결혼생활에 대해 물었다.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맞아, 혼인했었고, 지금은 이혼했어. 여전히 혼자야.”“잘됐다!”신신은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유 선배는 네가 결혼한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슬퍼했어. 이제 이혼했으니 유 선배와 결혼할 수 있겠네.”송석석은 손가락 하나로 신신의 이마를 콩 때렸다.“난 싫어, 유 선배는 너무 무서워.”“너의 사부님보다 더 무서울까? 그분이 화나면 주변 백 리의 문파들도 두려움에 떨 거야.”그녀의 옆에 있던 신신이 턱을 괴고 말했다. “그런데, 혼인은 재미있어? 같이 자는 거라고 들었는데, 잔 거야?”송석석은 말했다. “우리는 깨끗했어. 손가락 하나도 안 건드렸어. 혼인을 하자마자 그는 출정했고,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이혼했어. 그는 이제 다른 여인을 맞이했어.”송석석은 간단한 한마디로 이 결혼을 서술했다.“이렇게 빨리?”시만자는 침을 뱉으며 말했다. “남자는 정말 믿을 게 못 돼. 나중에 돼지나 개와 혼인해도 남자와는 혼인하지 않을 거야.”몽동이는 말했다. “그건 틀렸어. 한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나쁜 것은 아니야. 나와 만두는 좋은 남자야.”그는 만두를 찾으며 말했다. “만두야, 그렇지 않니… 넌 뭐 찾고 있어?”만두는 천막 안의 물건을 뒤적이며 말했다. “고기 냄새가 나. 뭔가 먹을 게 있는 것 같아.”“너는 정말 먹는 것만 생각하는구나, 이 돼지야.”몽동이는 그의 엉덩이를 발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2화

    우시랑(于侍郎) 손대감은 말했다. “전하, 지금 원군을 파견하는 것은 늦을 것이옵니다. 저희의 첩자가 이 소식을 탐지하지 못한 것은 사국과 서경의 저희 첩자들이 모두 살해된 것을 의미하옵니다.”숙청제는 열흘 전 송석석이 이 문제를 보고하기 위해 궁에 왔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그녀의 사형 심청화가 이 정보를 알아냈다고 쓴 가짜 서신을 가지고 왔다.하지만 당시 그는 그녀가 남녀 문제에 빠져 전북망과 이방의 혼인을 질투한다고 생각해 화를 내며 그녀를 꾸짖고 집으로 돌려보내 금족(禁足)하게 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한 것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열흘 전에 그녀를 믿었더라면, 즉시 원군을 파견하고 양곡을 준비하게 했다면, 그의 동생의 능력이면 서경과 사국 연합군에 충분히 맞섰을 것이다.이방과 전북망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들이 기다리던 기회가 드디어 왔다고 느꼈다.성릉관의 공은 그들이 혼인을 요청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제 남강 전장에서 공을 세우면 그들은 새로운 무장의 신예가 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가 그들을 비웃을 수 있을까?그 혼인식의 치욕을 전북망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이방과의 혼인 생활중에도 그는 항상 마음속에 분노를 품고 있었다.어머니가 그와 이방이 혼인 전에 이미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발병했을 때, 그는 직접 단신의를 초청하려 했지만, 단신의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결국 이방이 직접 나섰지만, 단신의는 문을 열어주지도 않아 이방은 매우 화가 났다.마침내 대부인 민씨가 약왕당 앞에서 이틀 동안 무릎을 꿇어 겨우 다섯 개의 단설환을 사 왔다. 단설환은 매우 비쌌다. 원래 하나에 삼십 냥이었지만, 이틀 동안 무릎을 꿇고 겨우 다섯 개를 샀는데도 하나에 백 냥이 되었다.어머니의 병은 장군부를 팔아도 이 약을 오래동안 복용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대부인은 효심이 깊다는 명성을 얻었지만, 그와 이방은 비웃음과 조롱을 당했다. 그들이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의 공로는 이미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고, 결혼식에서 손님들이 모두 떠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화

    전북망과 이방이 물러간 후, 숙청제는 승상과 함께 감군(監軍)에 대해 논의하며 남강 전장으로 군량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승리와 패배가 이 한 판에 달려 있었고, 이미 스물세 개 성을 차지한 상태에서 이번에 실패하면 숙청제는 참을 수 없었다.전북망과 이방이 궁을 떠난 후, 전북망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가 서경 대군보다 먼저 전장에 도착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있소? 서경인들은 이미 열흘 이상 먼저 출발했는데, 우리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소. 밤낮없이 달려도 서경보다 빠를 수 없소.”이방은 야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할 수 있습니다.”전북망은 화가 나서 말했다.“말이 쉽지, 우리는 경군을 이끌고 성릉관에 지원을 갔을 때 두 달이 걸렸소. 이제 남강으로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스무날은 족히 걸리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이방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말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돌아가서 준비하시지요, 짐을 챙겨서 군대를 점검해야 합니다.”그녀는 냉소하며 덧붙였다. “저에게 불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문제를 일으켜 당신 어머니도 저를 탐탁치 않아 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송석석이 했던 것은 모두 쓸모없는 짓이고 전장에 나가 진정한 공을 세워 장군부가 권력과 명성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전북망은 그녀가 송석석을 언급하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또 그녀를 언급하는 거요?”이방은 냉랭하게 말했다. “그녀를 언급하는 게 그렇게 불편합니까? 이제 말도 하지 말까요? 당신과 그녀 도대체 무슨 사이입니까? 이혼한 후에도 여전히 연락하는 건 아닌지요? 그녀는 다가서기 위해 물러선 게 틀림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더러 국공부에 가서 그녀를 찾게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전북망은 분노했다. “내가 국공부에 간 것은 단신의 때문이라고 말했잖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4화

    전북망은 이방과 달리 걱정이 많았다. 그는 원래 남강 전장에 가고 싶어 했지만, 그때는 사국 병사들만 있을 때였다. 지금 서경의 삼십만 대군이 시몬과 일리에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사국이 계속 병력을 증파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지금 상황에서 적군의 병력은 오십만 명에 달한다. 그가 경군을 이끌고 가도 고작 십이만 명 정도이며, 여기에 현재의 북명왕 병력까지 합쳐도 겨우 삼십만 명에 불과하다.더구나 현재 북명왕의 병력은 매우 지쳐 있었고, 부상자도 많으며, 양식도 부족해 굶주리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일리를 공격할 수 없었고, 그저 대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겨울이라는 점이다. 남강 지역은 추위가 심해 전투에 불리한 반면, 사국 병사들은 '흑곰장(黑熊將)'이라는 별명답게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겨울에도 얼음 위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따라서 양국의 전력 차이는 명확해 이번 전투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사국이 계속 병력을 증강해 잃어버린 성들을 되찾고 남강을 완전히 장악하려 한다면, 대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승리하면 공을 세우겠지만, 패배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송회안과 그의 아들들이 남강 전장에서 희생된 것처럼 말이다.남강 전장의 위험성은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게다가 이방은 대군이 도착하기 전에 원군이 남강 전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녀가 너무 쉽게 큰소리를 쳤다. 그녀는 관료로서의 경험이 부족했다. 만약 이번 전투에서 대패하면, 그와 이방은 가장 먼저 문책을 받을 것이다.따라서 이런 좋은 기회 앞에서 그는 이방처럼 낙관적일 수 없었고 되려 걱정이 많았다.“당신은 전하께서 왜 금군을 보내 국공부 앞에서 송석석을 감시하게 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방이 갑자기 물었다.전북망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송석석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 끝없는 다툼이 시작될 것이다.이방은 망토를 정리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5화

    전북망과 이방이 남강 전장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은 노부인을 설레게도 하고 걱정스럽게도 했다.그녀는 전장에 나가는 것이 복과 화가 함께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승리를 거두면 당연히 큰 공을 세우는 것이지만, 대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믿었고 이방을 믿었다. 성릉관 전투에서 이방이 큰 공을 세웠으니, 그녀는 능력이 있었다.게다가 그들은 장군으로서 전투를 지휘하기만 하면 되었고, 돌격하는 일은 병사들이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하니 걱정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녀는 출정을 준비하도록 명령했다.전북망과 이방이 군대를 이끌고 경성을 떠난 지 며칠 후, 사국에 배치된 첩자에게서 소식이 도착했다.밀보는 북명왕이 남강에서 보낸 소식과 똑같았다.또한, 한 달 전 송석석이 궁에 와서 전한 소식과도 일치했다.젊고 잘생긴 황제는 밀보를 찢어버리며 분노했다. 반달이나 차이가 있었다.만약 송석석의 말을 믿고 즉시 원군을 파견하고 양곡을 준비하게 했다면, 상국의 승산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이방이 서경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전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거리와 행군 속도를 계산해 본 결과 숙청제는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후회했다. “어찌하여 송석석이 연인에 빠져서 전북망에게 복수하려 한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분명히 그 애가 전한 것은 중요한 군사 정보였는데 내가 믿지 않았다.”오대반은 조심스럽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그것은 송 장군의 여식이 심청화의 서신을 위조했기 때문이기도 하옵니다.”숙청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심청화의 서신을 위조하지 않았다면, 난 그 애의 말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상국은 서경과 불가침 조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조약은 이방이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난 그 애가 이방의 공을 깎아내리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난 군자의 마음을 소인배처럼 판단했다. 그 애는 송 진국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6화

    숙청제는 말했다. "그자에게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자가 남강 변경으로 가서 소식을 전했기에, 아우가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기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군사 정보는 하루 또는 한 시각씩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자는 공이 있고. 짐이 믿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숙청제는 몸을 살짝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짐이 금군(禁軍,고려·조선시대에 설치되었던 국왕의 친위군)을 보내어 그자를 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에 도망친 것을 보니 그자의 경공이 꽤 뛰어난 모양이구나."오대반이 웃으며 말했다. "전하, 그자는 만종문(萬宗門)에서 7~8년 동안 무예를 배웠사옵니다. 만종문은 저희 상국의 제일 큰 문파이며,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자가 사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하옵니다.""그런가?" 숙청제는 만종문의 심청화만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이 이렇게 뛰어난 줄은 몰랐다. "나는 송 부인이 왜 그자에게 전북망을 지아비로 맞이하게 했는지 궁금하구나. 송 가문의 가세로 보아 명문가의 자제들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몰락한 장군 가문을 골랐을까?"오대반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구혼한 사람이 많았지만, 오직 전북망만이 송 부인에게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옵니다."숙청제는 잠시 멈춰 섰다가 눈썹 사이에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건 정말 아이러니하다.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공을 세우자마자 평처를 구하고, 짐을 공모자로 만들었다. 송 부인이 사람을 잘못 본 게야."오대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송 부인이 잘못 본 사람이 어디 전북망뿐이겠사옵니까?"숙청제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오대반이 말했다. "얼마 전 영안군주가 시집을 갔을 때, 송석석이 사람을 시켜 군주에게 지참금을 보냈지만, 문조차 통과하지 못했사옵니다. 이혼한 여인은 불길하다고 송석석이 보낸 물건도 모두 되돌려졌사옵니다."숙청제는 살짝 화가 나서 말했다.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회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2화

    이황자의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사범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황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 황자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진짜라고 믿으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런 말로 인해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덕비는 매번 그를 바닥으로 밀쳤다. 그녀는 늘 연민과 복잡한 감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내 뱃속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바보에게 밀리게 생겼구나. 바보 주제에 운은 또 얼마나 좋은 지.”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귀에 익힐 정도로 들었다. 하지만 덕비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고 매번 사적으로만 그에게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마마마가 대황형을 가장 싫어하면서 왜 매번 자애롭고 온화한 눈빛으로 대황형을 보며, 분명 바보라고 해놓고 총명하다고 칭찬하는지 몰랐다. 이해가 안 돼서 몰래 청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청이는 한숨을 쉬며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황자 님, 마마께서는 이황자 님을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계신 거예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는 기뻐하셨고 그에게 한숨을 쉬거나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지 않았다. 숙청제가 그를 보러 올 때마다 덕비는 그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러자 숙청제는 그에게 어떤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기억했는지도 물었다.그는 매번 대답을 아주 잘해서 숙청제를 흡족하게 했다. 답은 모두 미리 외운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건 없었다.가끔은 숙청제가 그에게 대황형이 괴롭히거나 장난감을 빼앗지는 않는지 물어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질문에도 정답이 있었는데, 그는 매번 자기가 동생이니 황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황자가 매번 그렇게 대답할 때마다 숙청제의 눈빛은 몹시 복잡했는데, 이황자는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숙청제가 잠시 침묵한 후에 그의 머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1화

    어릴 때부터 친했던 두 친구는 각자의 분야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수철이 약을 접하게 되면서 약과 의리는 그가 신약산장을 의지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산에 내려가 의관을 차리고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매번 참기만 했는데 서우가 왔다 간 후 보내온 편지를 본 그는 산에서 내려갈 희망이 생겨 마음이 부풀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부상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열심히 통증과 부상을 치료하는 약을 연구했는데, 의술이 전면적인 나머지 뒤처지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몇 년동안 한 번도 타오르지 않았던 한 줄기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신약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자신이 설령 살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 생은 그곳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신분과 얼굴을 바꾸고, 배운 것을 가지고 산에서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이상 숨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그는 며칠 동안 흥분한 상태로 제약 공장에서 먹고 마셨다. 사부님은 그런 그의 모습이 조금 두렵게 느껴져 사공에게 편지를 써 알리려고 했다. 그는 사부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한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에 놀란 사부님은 심지어 무당을 불러 귀신이 씐 건 아닌지 보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우 형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는 사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그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중에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야 했다. 날이 지나고 더위와 추위가 오가더니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추분, 날씨가 상쾌한 어느 가을, 하늘의 밝은 태양은 사람을 뜨겁게 하지 않았고 하얀 구름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 들어오고 있었다. 서우는 다시 한번 신약산장에 발을 들였는데, 이번엔 그의 서동인 진소설을 데리고 왔다. 진소설은 몽동이를 따라 무술을 익혔다. 그런데 노력한 사람은 역시 보답을 받는다고, 비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0화

    “사정언, 너 말 좀 그만해.” 송석석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우에게 매달려 쉴 새 없이 말하는 딸을 혼냈다. 새빨갛게 그을린 작은 얼굴에 닭장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밖에서 뛰어놀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우가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사촌 오빠에게 길에서 본 재미있는 일들을 물었다. “어머니.” 사정언은 눈을 크게 떴다.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니 왠지 억울해 보였다. 그녀의 외모는 부모님의 장점만 닮아 있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촌 오라버니를 만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할 말이 많지요. 하루만 못 봐도 3년 못 본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송석석이 눈살을 더욱 찌푸렸다. “왕사백이요. 그가 며칠 전에 매산으로 갔었는데, 돌아오자마자 시 고모를 안고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시만자는 고개를 숙여 송석석의 눈빛을 피했다. 그녀는 그때 정언이 나무 위에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아이 앞에서 껴안고 그런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이 아이가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왜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맘때쯤에 최대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다. 사정언은 대답한 후에도 계속 서우를 잡고 말했다. “오라버니, 혹시 상서에 갔어? 상서에서 시신 업는 것을 봤어? 정말 소국이 말한 것처럼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도인이 있고, 뒤에 좀비들이 따라가는 거야? 그들은 걸어가 아님 뛰어가? 꼭 밤에만 볼 수 있는 거야? 낮에는 햇볕이 쨍쨍해서 볼 수 없는 거야? 그들은 말할 줄 알아? 뭘 먹어? 그리고 그곳엔 주술을 잘한다고 들었는데 혹시 미인을 본 적이 있어? 그런 미인은 오라버니가 마음에 드는지…….” “그만해!” 송석석도 이내 참지 못하고 호통을 쳤다. “보주, 서주, 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9화

    송석석은 이번에 외출할 때 황제에게 유람하러 간다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신약산장에 오래 머물지 않고 7일 만에 떠나 만종문으로 향했다.그녀는 원래 진성으로 돌아가 홍현 고모를 찾고 싶었지만 평무종 고모를 직접 찾아가서 분장술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분장술은 어렵지 않지만 능숙하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하려면 한두 달 만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간단한 분장술은 기존의 얼굴에도 할 수 있었지만 비가 오기만 해도 쉽게 흔적이 드러날 수 있었다.그러니 간단한 분장술만 배워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또 다른 미용술은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일반적인 가면은 일정한 두께가 있어 답답하고 오랫동안 착용하면 얼굴에 상처가 날 수 있다.게다가 가면을 착용할 때는 특수 물약을 묻혀야 했기에, 뜯을 때도 얼굴에 상처가 입을 수 있었다.운익각 사람들은 가면을 착용할 때 오래 착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탐꾼들은 무공도 괜찮고 경공도 높아 임무를 수행할 때만 가면을 착용해서 물약을 묻힐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벗겨져도 얼굴에 검은 천으로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일반인들이 변장해서 탐문할 때 사용하는 것은 변장의 첫 번째 방법이었다.평무종은 서우의 요구를 듣고 말했다.“얼굴에 오래 쓰고 있을 수 있으면서도 원래 피부를 해치지 않고 잘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라, 그럼 상어가죽으로 만드는 것은 어떠냐.”“상어가죽이 무엇입니까?”서우는 매미의 날개처럼 얇고 물에 젖어도 흔들리지 않는 상어비단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건 엄청 귀중한 비단이었다.그러자 평무종이 설명했다.“상어가죽은 분장술에서 쓰이는 가장 좋은 소재이다. 통풍이 잘 되고, 얼굴에 단단히 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빗물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눈으로 보나 만지나 모두 진짜 피부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어가죽으로 가면을 만들려면 상어 눈물을 사용해서 실을 짜내고 다시 밑감을 만들어야 해서 매우 번거롭다.”그러자 서우가 물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8화

    그렇게 두 사람은 촛불을 들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조정의 일은 일절 말해주지 않은 탓에, 수철은 지금 나라가 안정적이라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대황자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그가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목숨뿐이고, 다른 것은 이미 그와 상관이 없어졌다. 그는 조정에 관한 화제를 꺼내면 모두가 예민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 그는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단 사공이 와서 조금씩 분석해 주었고, 그의 사부님도 이해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그와 셋째 동생 사이에 가족의 정으로 목숨을 걸고 불안정한 여생을 걸어야 한다면 결코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받아들기로 한 것이었다. 삶은 계속될 텐데, 매일을 의미 있게 잘 보내야 목숨을 건진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서우가 그의 다리에 대해 물었다. “내가 오기 전에, 고모가 그러던데 넌 다리를 다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걸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러자 수철이 말했다. “부황께서 승하하신 해에 산장에서 몇 사람이 와서 진찰해 보더니 정말 심하게 다쳤다며 이대로 두었다가는 계속 아플 테니 반드시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우는 호기심에 물었다. “어디서 온 신의야? 그럼 그때부터 치료한 거야?” 그 물음에 수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당에서 왔는데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날 치료해주지 않고 당일에 떠났어. 그러다가 지난달에 와서 약주를 줘서 그걸 마셨는데, 난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졌어. 심지어 깨어나니 다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지.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점점 좋아지더니 누군가 부축하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어. 처음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점점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지. 그리고 지금은 혼자 몇 걸음은 걸을 수 있게 됐어.” 그러자 서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북당신의? 그분께서 아직 살아 계셔?” “아니, 돌아가셨어. 내가 일어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77화

    [번외편]신약산장의 진달래가 온 산천지에 피었다. 다채로운 경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약산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마저 그곳에 살고 싶어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외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말을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해 말을 잘 배치한 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눈앞의 길만 보았고 찬란한 꽃들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걸으며, 가끔 경공을 사용하기도 했다. 신약산장이 비록 높지는 않았지만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고 많은 갈림길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도를 수도 없이 봐 온 덕분에 신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이미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약관 때 그가 작위를 계승했을 당시, 작은 고모가 많은 선물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지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온몸의 피가 끓게 하는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수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옛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위를 받은 후 입궁해서 사은하고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낸 후 답방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작은 고모의 말로는 인맥을 굳건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려 보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신약산장으로 출발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자 그는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산문을 본 순간, 강한 슬픔에 휩싸여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작은 고모는 그에게 수철이가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히 치료 후에 목숨은 건졌지만 약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그것은 평생 약을 달고 의자에 앉아 있거나 침대에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그의 기억 속의 수철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멋대로며 횡포한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실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태후마마와 황제폐하를 실망시킬까 봐 무술이든 공부든 최선을 다 했던 모습이었다. 특히 무술은 고모부가 재미있게 가르쳐 준 덕분에 그들은 항상 활기차게 뛰어다닐 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