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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6-25 18:36:46
전북망과 이방이 남강 전장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은 노부인을 설레게도 하고 걱정스럽게도 했다.

그녀는 전장에 나가는 것이 복과 화가 함께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승리를 거두면 당연히 큰 공을 세우는 것이지만, 대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믿었고 이방을 믿었다.

성릉관 전투에서 이방이 큰 공을 세웠으니, 그녀는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장군으로서 전투를 지휘하기만 하면 되었고, 돌격하는 일은 병사들이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걱정보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녀는 출정을 준비하도록 명령했다.

전북망과 이방이 군대를 이끌고 경성을 떠난 지 며칠 후, 사국에 배치된 첩자에게서 소식이 도착했다.

밀보는 북명왕이 남강에서 보낸 소식과 똑같았다.

또한, 한 달 전 송석석이 궁에 와서 전한 소식과도 일치했다.

젊고 잘생긴 황제는 밀보를 찢어버리며 분노했다. 반달이나 차이가 있었다.

만약 송석석의 말을 믿고 즉시 원군을 파견하고 양곡을 준비하게 했다면, 상국의 승산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이방이 서경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전장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거리와 행군 속도를 계산해 본 결과 숙청제는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후회했다.

“어찌하여 송석석이 연인에 빠져서 전북망에게 복수하려 한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분명히 그 애가 전한 것은 중요한 군사 정보였는데 내가 믿지 않았다.”

오대반은 조심스럽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그것은 송 장군의 여식이 심청화의 서신을 위조했기 때문이기도 하옵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심청화의 서신을 위조하지 않았다면, 난 그 애의 말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상국은 서경과 불가침 조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조약은 이방이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난 그 애가 이방의 공을 깎아내리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난 군자의 마음을 소인배처럼 판단했다. 그 애는 송 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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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청제는 말했다. "그자에게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자가 남강 변경으로 가서 소식을 전했기에, 아우가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기습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군사 정보는 하루 또는 한 시각씩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자는 공이 있고. 짐이 믿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숙청제는 몸을 살짝 돌리며 말을 이었다. "짐이 금군(禁軍,고려·조선시대에 설치되었던 국왕의 친위군)을 보내어 그자를 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에 도망친 것을 보니 그자의 경공이 꽤 뛰어난 모양이구나."오대반이 웃으며 말했다. "전하, 그자는 만종문(萬宗門)에서 7~8년 동안 무예를 배웠사옵니다. 만종문은 저희 상국의 제일 큰 문파이며,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자가 사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하옵니다.""그런가?" 숙청제는 만종문의 심청화만 알고 있었기에 송석석이 이렇게 뛰어난 줄은 몰랐다. "나는 송 부인이 왜 그자에게 전북망을 지아비로 맞이하게 했는지 궁금하구나. 송 가문의 가세로 보아 명문가의 자제들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몰락한 장군 가문을 골랐을까?"오대반은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에 구혼한 사람이 많았지만, 오직 전북망만이 송 부인에게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옵니다."숙청제는 잠시 멈춰 섰다가 눈썹 사이에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건 정말 아이러니하다.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공을 세우자마자 평처를 구하고, 짐을 공모자로 만들었다. 송 부인이 사람을 잘못 본 게야."오대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송 부인이 잘못 본 사람이 어디 전북망뿐이겠사옵니까?"숙청제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오대반이 말했다. "얼마 전 영안군주가 시집을 갔을 때, 송석석이 사람을 시켜 군주에게 지참금을 보냈지만, 문조차 통과하지 못했사옵니다. 이혼한 여인은 불길하다고 송석석이 보낸 물건도 모두 되돌려졌사옵니다."숙청제는 살짝 화가 나서 말했다.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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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것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오대반은 먼지를 털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만 명을 받들었을 뿐, 노비는 모르옵니다."‘명을 받들었을 뿐’이라는 말 한마디에 회왕은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황제의 위엄은 하늘을 찔러 벌도 상과 같았다.오대반이 떠난 후,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들은 진성에서 모친을 모시고 있었고, 황제의 동의로 태비를 회왕부로 내보내어 그들과 함께 살도록 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꽤 가까운 사이였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이 벌을 받게 되었다니?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아무 짓도 감히 할 수 없었다.정말 이상한 일이었다.섣달 한겨울, 대설이 전북망 대군의 진군을 막았다.진성을 떠날 때부터 길을 재촉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이틀 동안 연달아 내린 눈으로 인해 곳곳이 눈에 덮였다. 추위는 둘째 쳐도 진행 속도가 심각하게 느려졌다.한 발을 내디딘 후, 다시 발을 빼내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남강에도 눈이 내렸지만, 다행히 크지 않았다. 새로 모집된 병사는 무려 3만 명이었고 신병으로서의 훈련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무기와 전갑도 탑성에서 제작되고 있어 서경군이 도착하기 전에 전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북명왕은 송석석을 찾아와 그녀에게 당장 진성으로 돌아가라고 엄한 명령을 내렸지만, 송석석은 자신이 이미 입대한 상태이므로 지금 수도로 돌아가면 탈영병이 되는 것이라며 송씨 가문에는 탈영병이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북명왕은 그들 다섯 명이 서로 보살피도록 하며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무공을 제대로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과 사람이 뒤엉킨 몸싸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북명왕이 송석석을 찾아왔을 때, 신신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 지휘관이 마치 야인처럼 생겼다고 말했다.시만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사람만? 내가 보기에는 여기 병사들이 대부분이 모두 야인 같아."그랬다.남강 전장에서 그들은 6년이란 시간 동안 버티고 또 버텼다. 그때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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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른 명까지 세고 더는 세지 않았어."송석석은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도화창은 너무 무거웠고 전쟁은 정말 힘들었다."난 50명을 죽였어!" 만두는 멋지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바로 힘이 풀렸다. 그의 무기는 칼이었는데, 적이 너무 많이 몰리는 탓에 칼을 떨어뜨렸고, 나중에는 주먹과 다리로 때려눕혔다. 그러다 마지막에 다시 칼을 주웠다.시만자가 말했다. "나는 66명."그때 부대장 장대성이 다가왔다. 그 역시 온몸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송석석이 도화창을 짚고 일어섰다. "부대장!""아씨!" 장 부장은 기뻐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씨께서 몇 명을 죽였는지 아십니까?""모르오, 세지 않았소."장 부장은 손뼉을 치며 눈을 반짝였다. "장군님께서 직접 세어보셨는데 도화창으로 적의 목을 찌른 수만 해도 삼백 명이 넘었습니다. 목을 찌르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참말로 전장이 처음입니까? 모든 장군들이 아씨를 보며 감탄했고 원수님의 여식답다고 했습니다.""그렇게 많이 죽였소? 세지는 않았지만 정말 너무 힘이 드오." 송석석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추워서 그런지 피곤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장군님께서 부르시니 어서 가 보세요!" 장대성은 그녀가 다시 앉으려고 하자 급히 말했다.벌떡 일어선 만두는 정신이 맑아졌다. "장군님께서 부르셨다고요? 그럼 가야지요."30명을 죽이면 승진한다고 했고 그는 50명을 죽였다. 송석석은 정말 대단하다. 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사였다.그들은 서로 부축하며 지휘 본부로 향했다. 장막을 열고 들어서니 이미 몇몇 장군들이 앉아 있었고, 방천허 장군도 그곳에 있었다.만두는 발걸음을 멈췄다. 설 자리가 없었다.갑자기 멈춘 만두때문에 뒤에서 걷던 이들은 모두 넘어졌다. 다섯 명의 용감한 소년 소녀들이 엉망으로 바닥에 뒤엉켰고 모두가 그들 때문에 크게 웃었다.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화가 난 시만자는 일어서며 만두를 발로 찼다.북명왕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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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성, 서경의 원수(元帥) 수란키(蘇蘭基)는 성루에 서서 멀리 상국의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증오와 분노가 그의 눈 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남강은 지키지 못할 것이다." 수란키 원수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의 눈 속에서 차오르는 불길은 상국 인들을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네 병사들은 부상과 질병이 많으니 며칠 쉬었다가 다시 싸워라." 사국 원수 빅토르가 말했다.하지만 수란키는 고개를 저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두꺼운 모자를 쓴 그는 씩씩거리며 성루의 벽을 꽉 잡았다. "아니, 그들을 너무 오래 기뻐하게 할 수 없다. 모레 다시 공격을 시작해서, 사흘 내로 탑성(塔城)을 점령할 것이다."빅토르는 상관없다는 듯이 보였다. 어차피 지금 돌격하는 대부분은 서경 병사들이었고, 그들은 그들의 식량을 가지고 왔다."알아보라고 한 것 말이야. 이방이라는 여장군은 확실히 상국에 있네. 지금은 남강 전장으로 향하고 있고."주먹을 꽉 쥔 수란키는 이마에 핏줄이 드러났다. "이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포해야 하네."빅토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여인일 뿐인데, 왜 이렇게 원한이 깊은 거지?’"이 사람이 자네와 어떤 원한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자네 서경은 상국에 정보원이 있지 않은가? 왜 우리 사국에게 도움을 요청하나?""우리 서경의 정보원들은…" 수란키는 천천히 손을 풀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얀 입김이 그의 지친 얼굴을 감쌌다. "이미 그들의 임무를 다했네."빅토르는 왜 서경이 사국을 도와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조건 없이 도와주는 이유는 무엇일까?단지 사국의 황제와 서경의 황제가 동맹을 맺어 남쪽 변경을 점령한 후 양국의 무역을 강화하고 해상로를 개통하는 것이 양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서경의 조건은 아니었다.아마도 서경이 성령관 전투에서 상국에 패배하고 항복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빅토르는 항복하는 사람을 경멸했지만, 당연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한편, 장막을 떠나 천천히 군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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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영으로 돌아온 송석석은 이미 모든 감정을 정리해 두었다.천호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신신 그들과 함께 협소한 천막에서 생활해야 했다. 단지 탑성에서 보내온 새 이불 두 장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만두와 몽동이는 남자이기 때문에 중간에 가림막을 치고 상처를 치료했다.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날씨가 추워서 평소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다.송석석은 자신의 상처 치료 약을 나눠주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누구나 전장에 나갈 때 약을 조금씩 챙겼다.문파마다 자신들만의 상처 치료 비법이 있었다.송석석은 약을 거두며 말했다. "아끼게 되었네?""석아, 들었어? 네 전 지아비가 새 부인을 데리고 지원하러 온대. 그들을 만나면 어색하지 않겠어?"옷을 입은 신신이 바닥의 약 가루를 치우며 물었다."어색할 게 뭐 있어?" 시만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들을 돼지나 개처럼 여겨. 우리 눈에 그 두 더러운 것들이 들어올 리 없잖아."만두가 가림막을 젖히며 말했다. "그런데 왜 네 어머니는 널 전북망 같은 천한 자식에게 시집보낸 거야?""그가 영원히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했거든." 송석석은 자리에 누우며 말했다. 몸이 마차에 치인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어머니는 내가 만종문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 내실 다툼에 서툴다고 생각하셨을 거야. 아마 정실과 첩의 싸움에서 손해 볼까 봐 걱정되셨나 봐."신신의 매력적인 얼굴은 이미 더러워졌다.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았고 이미 응고된 상태였다."내실 다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네 어머니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야. 문제는 네가 배신자를 만난 거지."만두는 가림막을 내리고 상처에 붕대를 더 감았다. "그럼, 네 어머니는 지금 아마 후회하고 계시지 않을까? 나라면 가솔들을 거느리고 장군부에 가서 난리법석을 쳤을 텐데. 넌 불같으면서 만종문에 있을 때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던 거야? 그자가 너를 그렇게 대했을 때 왜 한 대도 때리지 않은 거야?"송석석은 눈을 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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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전북망은 소위 합동 훈련이라는 것이 병력 배치나 전술 훈련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9월은 겨울 밀을 심기에 적기였다. 남강은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지역으로, 물자가 여전히 부족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인구도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에 병사들이 농사를 돕게 된 것이다. 밀 외에도 배추, 무, 과일 등을 심기도 했다.방천허는 전북망이 마침 좋은 시기에 도착했다며 서둘러 가서 합류하라고 말했다.전북망은 하루 종일 농사일에 시달렸지만, 그 와중에도 짬을 내어 필명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진성에서 전북망의 편지를 받은 필명은 편지를 본 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우리 사이가 이렇게 좋았던가?' 편지에는 자잘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어 무려 3장이나 되었다. 대부분은 전에 전북망이 술에 취해 늘어놓았던 말들과 비슷했다.전북망은 원수부에서의 생활을 적으며 원수부가 얼마나 호화롭고 웅장한지 왕실조차 능가할 정도라고 표현했다.그는 원수부에 하인들이 구름처럼 많고 임신한 주모를 모시고 있으며, 그녀가 사용하는 물건이 모두 사치스러워 천금에 맞먹는다고 묘사했다.또한 농번기로 인해 현재 병사들이 농사를 지어야 하고, 농사가 끝난 뒤에야 훈련이 시작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병사들의 피부는 모두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원수는 돼지처럼 하얗다고 비꼬기도 했다.뒤죽박죽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은 뒤, 평서백 부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그 말을 마치고 나서는 자신도 한때 그런 사람이었고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과거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고 말하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이어갔다.편지를 읽던 필명은 전북망이 왜 이런 말을 적었는지 눈치챘다. 평서백 부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그녀가 마음 속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필명은 전북망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평서백 부인처럼 현명한 사람이 왕표의 상황을 모를 리가 있나?'그러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2화

    왕표는 전북망이 자신의 위엄을 충분히 보도록 한 뒤에야 그를 불러들였다.남강에 머문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왕표는 살이 많이 쪘다. 비록 과도한 비만 상태는 아니었지만, 호랑이 가죽이 깔린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턱 밑의 주름이 겹겹이 드러났다.그는 높은 자리에서 전북망을 내려다보며 위압적인 태도로 말했다.“너와 왕청여의 일은 이미 들었다. 그래, 너같이 평범하고 포부도 없는 자는 내 여동생과 어울릴 자격도 없지."전북망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 없이 한마디 대꾸만 하고 입을 닫았다.왕표는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꾸짖었다."네가 이렇게 무능할 줄은 몰랐다. 현철위 부사령관이었지만 결국 관직에서 쫓겨났으니. 장군부는 정말 무능한 자들로만 가득 찼구나. 네 조부께서 하늘에서 너희 같은 무용지물을 보고 계신다면 눈을 감지 못하실 거다."전북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마에는 핏줄이 드러났다."불만이면 어쩔 거냐? 너희 장군부에서 나온 인간들이 대체 어떤 꼴이 났는지 봐라. 그리고 너 자신만 봐도 여자 하나한테 휘둘려 이 지경이 됐으니. 앞뒤로 세 명의 여자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지 않냐……쯧,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다 구겨놨다!”왕표는 지금 그야말로 의기양양했다.그의 곁에는 절세미인이 있었고, 그 미인은 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 이전에도 왕표는 남강에서 원하는 여자는 누구든 손에 넣었다.언제나 여자들이 그를 즐겁게 하려고 애썼을 뿐이었다.그래서 그는 본능적으로 전북망을 깔보았다.위세를 충분히 떨친 뒤 왕표는 물었다."진성 쪽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것이냐?"전북망은 대답했다."큰일은 없습니다."왕표는 의자 팔걸이를 매만지며 입가에 냉소를 띠고 말했다."그래? 그럼 여기로 오기 전에 최씨를 본 적이 있나?"전북망은 고개를 들고 답했다."원수께서 말씀하신 게 평서백 부인 입니까?"왕표는 그의 의도적인 물음 속 뜻을 간파하고 냉소를 지었다."왜? 내가 내 여자를 어떻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1화

    그러나 뜻밖에도, 왕표는 전북망이 남강에 도착한 것을 알고 직접 그를 원수부의 부병으로 지명했다.원수부의 부병은 주로 왕표의 출행 준비와 그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적의 자객이 잠입해 주군을 해치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표가 있는 동안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거 송회안이나 사여묵 시절에는 여러 번 이런 자객 사건이 있었다.왕표는 이미 진성의 노부인으로부터 온 편지에서 전북망이 왕청여와 협의 이혼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었다.왕표가 그의 여동생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현재 그의 신분으로 보아 전북망이 그의 여동생을 그런 식으로 대했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도전하고 자신의 권위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여겼다.그래서 왕표는 전북망을 불러 물 긷기, 장작 패기, 마당 쓸기, 꽃에 물 주기 같은 자질구레한 일감들을 시켰다. 심지어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고 물을 따르는 일까지 맡겼다.전북망은 아무 말없이 모든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그는 스스로 먼지 속에 가라앉을 만큼 비천해진 존재로 여겼기에, 짓밟힐 자존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며칠 동안 그는 수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리고 그는 수부가 이전에 그가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겉모습만 비슷할 뿐 내부는 거의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수부에 부엌일을 도맡은 여자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인원이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많은 시녀와 하녀들이 추가되었고, 심지어 한 명의 주모가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여인을 두세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임신 중이었으며 대략 5~6개월 정도로 보였다.수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녀는 외출할 때 가벼운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곤 했다. 가려진 얼굴 사이로 보이는 눈은 사람의 혼을 빼앗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전북망은 그녀의 신분을 사적으로 캐묻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야기는 자연히 들려왔다.사람들은 그녀를 원수의 부인이라 불렀다. 그녀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0화

    송석석 일행은 왕이장과 시만자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평서백부에 갔다는 소식과 심지어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송석석은 약간 걱정스러웠다.요즘 평서백부의 상황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화해하지 않았어."왕이장은 송석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꽤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중엔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돌아오는 길 내내 그는 노부인이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점점 더 명확하게 깨달았다.왕준의 진심 어린 감정 표현과 달리, 노부인의 모든 말은 마치 노부인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한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가 왜 그동안 그가 어떻게 지냈는지 묻지 않았는지도 설명이 된다. 그녀가 신경 쓴 것은 그와 최씨가 그녀의 말을 믿는지에 대한 여부였지, 왕이장 그 자체를 걱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이해하지 못한 채 시만자를 바라보았다. 시만자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모른다는 뜻을 전했다."이제 가서 자자. 나도 졸리네."왕이장은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방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는 듯, 한결 가벼워 보이는 왕이장의 모습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만자는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왕준과 노부인 모두 무척 격앙된 상태였고 계속 울더라고. 그런데 왕이장이 왜 가식적이라고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송석석은 최씨도 방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는 얘기를 듣고 말했다."다음에 최씨 부인에게 물어봐야겠어."그전까지 묻지 않은 이유는 단지 오사형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가 얘기를 꺼냈으니 묻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송석석이 최씨를 찾아가려던 찰나에 최씨가 먼저 찾아왔다.최씨는 아주 직접적으로 두 가지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첫째, 평서백부의 일부 재산을 왕이장에게 "판매"하도록 그를 설득해달라는 것이었다.둘째, 왕이장이 노부인의 말을 믿지 않도록 하고, 그녀와 화해하지도 말고, 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9화

    왕이장과 시만자는 말을 끌고 나가 넓은 거리를 걸었다. 살랑살랑 부는 밤바람에 취기가 모두 날아갔다."오늘 밤 일은 너무 충동적이었어. 너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시만자가 약간 후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나쁘지 않았어."왕이장이 대답했다."지금 마음이 어떤데? 그들과 화해한 거야?""아니."왕이장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노부인이 나와 최씨를 방으로 불러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 하지만 단 한 번도 묻지 않더라.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내가 끌려간 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이야. 그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변명하고, 잘못이 없다고 강조할 뿐이었어.""그랬구나"왕이장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함께 다시 자유분방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나는 처음 산을 내려갔을 때를 기억해. 한 달 동안 외지에서 지내고 돌아오니 사부와 사숙이 나를 둘러싸고 묻더라. 뭘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여관에서 묵었는지, 싸움은 했는지, 남에게 속여 돈을 빼앗긴 적은 없는지, 그리고 어떤 경치를 봤는지.""내 사부님께서도 그랬어."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게 당연하지.""맞아."왕이장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어릴 때부터 사랑받고 자란 아이였어. 내게도 집이 있었다고."시만자는 그의 기분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꽤 좋아 보였다."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정리한 거야?""응. 그런데 그렇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화해할 필요도, 원망할 필요도 없지."왕이장은 노부인이 남편을 독살해 복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야 마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감동하지 않았다.그에겐 비록 아이가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심지어 그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어 법도의 가호를 받게 해야 한다 할 때 그는 반드시 함께 갔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가지 못한다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꼭 붙여 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8화

    노부인은 여전히 격한 기쁨과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왕이장의 소매를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아무리 바라봐도 부족하다는 듯이 만족할 줄 모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눈물은 마를 틈이 없었다."이 어미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나는 정말 몰랐단다… 어미가 이미 너의 복수를 해줬으니 제발 용서해주거라…"그러자 왕이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노부인, 왕교여는 확실히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화재 속에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석산에 보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고통받다 죽었습니다. 장청 도인은 그에게 온갖 고된 일을 시켰고, 툭하면 때리고 욕하여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엔 그를 밖으로 내던져버렸고, 그는 굶주린 늑대들에게 먹히고 말았습니다.""그럴 리가 없어!"노부인은 눈을 크게 뜨고 왕이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처음에는 인정하더니, 왜 지금 와서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냐? 넌 여전히 나를 원망하고 있구나, 그렇지?"왕이장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는 당시 그곳에 교여와 함께 있었던 도동입니다. 교여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일 뿐, 저는 교여가 아닙니다.""하지만 네 이 얼굴은…….""어머니!"최씨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이 사람은 시숙의 친구입니다. 시숙이 아닙니다!"노부인은 멍한 눈빛으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최씨는 왕이장에게 말했다."먼저 돌아가십시오. 며칠 후에 제가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안돼, 못 가! 절대 못 간다!"노부인은 필사적으로 왕이장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일어나 떠난 뒤였다. "어머니."최씨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억지로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머니는 모르시잖아요. 분명 그의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할 겁니다. 어머니께서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그를 위해 보상해주세요. 집안의 재산 대부분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7화

    최씨는 인삼탕을 노부인에게 건네 마시게 했다. 그녀는 왕이장과 함께 자리에 앉아 노부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그때 나는 정말 속았다. 장청 도인이 늘 했던 말이, 우리 교여가 복을 가져다줄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교여를 아주 아끼는 것처럼 보였어. 교여가 병에 걸렸을 땐 나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며 약을 구하고 의원을 찾으러 다녔지. 하지만 교여의 몸은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다섯 살이 넘자 거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단다."이것은 노부인의 가슴 깊이 새겨진 상처였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여전히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장청 도인이 말하길, 방법을 쓰지 않으면 교여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더구나. 석산의 사철에 보내어 부처의 가호를 빌어야만 18살 고비를 넘기게 되고 그 이후로는 평생 순탄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였다.""네 조부는 이런 말을 전혀 믿지 않으셨다. 다 거짓말이라며 반대하셨지. 하지만 네 아버지가 장청 도인을 데리고 조부를 찾아갔고, 뭔가를 얘기한 끝에 조부는 결국 동의했다. 심지어 매년 삼천 냥의 은화를 그 도인에게 주며 네 수명을 늘리기 위해 연꽃등을 밝혔다. 불교와 도교의 가호를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단다.""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니!"노부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와 살기만이 가득했다."나를 속였고 네 조부를 속였다. 아니, 모든 사람을 속였어! 사실 장청 도인이 네 아버지에게 한 말은 네가 조부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네가 살아 있는 한 네 아버지는 작위를 이어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일찍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지. 그래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죽이려 했다. 의원이 준 약을 전부 바꿔치기 했는데, 일부는 미세한 독을 섞었고, 일부는 약효가 상충되게 했으며, 일부는 심맥과 기혈을 깎아내리는 성분으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네 몸이 점점 악화된 게야."노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쏘아붙였는데, 눈빛에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6화

    어떤 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걷기도 버거워 보이던 노부인이 갑자기 날렵하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금숙과 천마마조차 그녀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노부인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눈앞에는 정원의 풍경도, 주변의 사물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년간 불타오르던 큰` 화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불길 속에서 울려 퍼지던 처절한 비명이 귀를 맴돌았다.그때 그녀는 누군가에게 끌리고 붙잡혀 움직이면서도 그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그녀의 막내아들은 그렇게 불 속에서 죽었다.불길 속에서 여러 시신이 끌려 나왔지만 그녀는 그 시신들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아들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그녀는 몇 번이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크게 오열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병약해 걷는 것조차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했던 아들이 어떻게 그 불바다 속에서 살아남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노부인이 본채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보였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그녀의 시야는 더욱 흐릿해졌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 희미한 그림자를 따라 걸어갔다.노부인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힘없고 불확실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네가 내 아들이냐?"왕이장은 그녀를 알아보았다. 마음속으로 가장 원망스러워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노부인의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고 왕이장은 가슴 한구석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그는 움직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어머니, 저 아이가 교여예요." 왕준이 울면서 옆에서 외쳤다."아……!"노부인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왕이장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기억 속 깊은 과거가 검고 짙은 밤을 뚫고 되살아났다. 그녀의 가슴은 마치 한 조각이 도려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5화

    왕준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여기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냐? 어머니께서 언제 친아들을 버린 적이 있다고 그래? 나도, 큰형도 잘 지내고 있지 않느냐!""너희는 잘 지낸다고? 그럼 나는?"왕이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위와 목이 자극을 받아 고통스러워졌다. 그는 위를 부여잡고 웅크린 채 앉아 내력으로 속을 진정시키려 애썼다.그의 말에 왕준은 한동안 얼어붙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를 급히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최씨 역시 무언가 기억난 듯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들었던 이야기였다. 어머니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고, 막내아들은 병에 걸려 치료하지 못해 사찰로 보내져 길러졌다. 그러나 사찰에 화재가 발생해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불타 죽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설… 설마 그때 죽지 않았던 건가?’"이름이 무엇이냐?"왕준은 이미 울먹이며 물었다. 그의 입술은 계속해서 떨렸다. 그는 왕이장을 간절히 바라보았다."노부인에게 물어보십시오, 노부인에게."왕이장은 위를 부여잡고 힘겹게 의자에 앉아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최씨는 다가가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기억났어요. 당신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번 백부 문 앞에서 서성였잖아요."왕이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최씨는 곧바로 시만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시만자 또한 최씨를 보지 않고 왕이장에게 말했다. "왕노오, 여기까지 왔으니 이들에게 분명히 말해. 왕교여라는 이름으로 어릴 적 여자 아이처럼 길러졌고, 다섯 살 때 사찰에 버려졌으며 학대받아서 몇 달 만에 죽을 뻔하다가 또 다시 버려졌다고. 사부가 널 주워서 살려줬지.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잘못한 건 이들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따져봐."왕준은 마치 벼락을 몇 차례나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굳어버리고 말았다.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곧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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