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1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Huling Na-update: 2024-06-25 18:36:46
큰 손이 바닥에 떨어진 술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은 남자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지만, 입으로 뱉은 말은 분노에 차 있었다.

"말도 안 된다, 군영에서 술을 몰래 마시다니, 몰수다!"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코를 문지르는 송석석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희미한 그림자가 자신의 군영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장군에게 몰수당했어."

멈칫하던 만두는 한탄하며 말했다.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게 뭐야. 이제 몰수당했잖아."

시만자도 장군이 올 줄 몰랐다. 하지만 곧 히히 웃으며 말했다.

"내 배낭이 저리 큰데 술을 한 병만 챙겼을까?"

만두와 몽둥이는 급히 몸을 돌리며 그녀에게 아부를 떨었다. 그들 다섯은 그렇게 또 다른 주머니에 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상쾌했다!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되자 철제 말발굽 소리가 산천을 뒤흔들 듯 울렸다.

북명왕은 이번 전투에서 적을 상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죽이는 것은 피하라고 명령했다.

만두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죽일 수 있는데 왜 안 죽여? 부상당하면 나중에 치료받고 다시 전장에 나올 텐데."

송석석은 도화창을 들고 말했다.

"난 이해했어."

만두가 물었다.

"도대체 왜지?"

송석석이 대답했다.

"전장에서는 묻지 말고, 장군의 명령대로 손발 힘줄을 끊거나, 손이나 다리를 잘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죽여."

더 말할 시간도 없이 전투가 시작되었다.

송석석의 도화창은 눈에 띄었고, 적군은 마치 그녀를 겨냥한 듯 백여 명이 그녀를 에워쌌다.

스물다섯 개의 창이 동시에 덥쳤지만, 갑자기 하늘로 치솟아 오른 송석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미처 멈추지 못한 그들의 창은 동료들에게 꽂혔다.

송석석이 외쳤다.

"만자, 뱀처럼 휘감아!"

시만자는 포위망에서 날아오르며 긴 채찍을 뱀처럼 휘둘러 모든 창을 감싸고, 다시 외쳤다.

"석아, 천녀산도(天女散桃花)!"

송석석이 도화창을 휘두르자 유연한 힘을 발산하며 모두 적군에게 박혔다.

Locked Chapter
Ituloy basahin ang aklat na ito sa APP

Kaugnay na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2화

    머리는 엉망이었고, 적의 피가 머리카락에 엉겨 붙어 이리저리 꼬여 있었다. 마치 닭장이 더 깔끔해 보일 정도였다.대나무 갑옷은 여러 군데가 부서지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얼굴에는 깨끗한 곳 없이 피와 흙탕물로 더러워져 있었다.며칠 동안 목욕도 못 하고 머리도 못 감아서 차라리 길거리의 거지가 더 깔끔해 보였다."힘드냐?" 북명왕은 매년마다 만종문에 갔을 때 봤던 그 활기찬 소녀를 떠올렸다.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이 였다."허기집니다!" 송석석은 갈라 터진 입술을 벌리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북명왕의 수염이 꿈틀거렸다. "그래, 모두 허기지지. 조금만 견뎌라.""지칩니다!" 송석석은 힘없이 말했다. "서 있는 것도 너무 힘이 듭니다.""송석석!" 북명왕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너는 알고 있느냐? 우리 상국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적을 섬멸한 무장이 나왔다. 네 아버지도 그러지 못했다. 너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걸어 나가거라."송석석은 가슴을 펴며 마치 자랑스러운 공작(孔雀)처럼 다리를 옮겼다. 그녀는 허리를 짚고 절뚝거리며 군영을 나갔다.북명왕은 그녀의 뒤에서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약간의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이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봐왔다. 본래는...-탑성에서 군량이 도착했다. 비록 많지 않았지만, 병사들에게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북명왕은 밤에 천호 위 장군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송석석은 도화창을 지팡이처럼 짚고 절뚝거리며 갔다.군영에 들어서자, 모두가 그녀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송씨 가문의 여자 장군, 정말 대단했다!북명왕은 무장들을 소집해 다음 전투를 준비하려 했다.턱수염이 가득한 북명왕은 바둑알을 움직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다음 전투는 성을 공격한다!"모두들 장군의 이 결정이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서경과 사국의 연합군의 병력과 무기 상황으로 볼 때 성을 공격하는 것은 거의 승산이 없었다.하지만 송석석만 입을 뗐다."가짜 공격입니까?"북명왕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3화

    그날 밤, 송석석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전선에 온 지 여러 날이 되었고, 첫날과 오늘만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대부분은 배를 채우지 못한 채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귀신이 업어가도 모를 지경으로 푹 자곤 했었다.하지만 오늘 밤은 배가 불렀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전선은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버텨온 아버지와 형제들이 대단했다.그러니 송석석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망의 일을 장군과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이 속에 걸렸다.하지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그녀를 위해 선택한 사람이 공을 세우자마자 그녀를 버리고 이방 같은 여장군에 빠졌다고 말해야 할까?그러면 사람들은 아마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이 이방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진성에서 어떻게 수군거리든 상관없다.하지만 여기는 전장이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희생한 전장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충심을 계승하고 싶었다. 시샘이나 경쟁의 수단으로 오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전북망과 이방이 도착하면 이 일을 숨길 수 없게 될 것이다.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귓가에 들리던 코 고는 소리도 멈췄다.모두가 깊이 잠들었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송석석이 일어나자, 모두가 깨어났다.하지만 집합 소리가 들리지 않자 몽동이가 가림막 너머로 물었다. "석아, 잠이 안 오는 거야?""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 송석석은 무릎을 감싸안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모두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신신이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송석석은 말했다. "나는 장군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전북망과의 일을 말하고 싶어. 내가 내 입으로 말하면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이방과 겨루려는 거라고 생각할까?"몽동이가 말했다."그녀를 이기려는 던 게 아니었어? 나는 네가 높은 벼슬에 올라 그년의 기를 꺾으려는 줄 알았어."송석석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너마저 그렇게 생각하고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4화

    송석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말할 필요는 없어. 우리 집에는 이제 나 혼자뿐이야."이 일은 송석석이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의 상처였다. 말을 하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몽동이와 만두는 가리막을 확 젖혔다.어둠속에서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 신신과 시만자의 얼굴이 송석석을 바라보고 있었다."뭐라고?"머리를 무릎에 묻은 송석석은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구었다."그들은 서경의 첩자들에게 죽었어. 서경의 첩자들이 전부 출동해서 우리 후작부를 몰살했어. 그때 나는 전북망의 부인으로 장군부에 있었기 때문에 그 학살을 피할 수 있었어.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만약 내가 혼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거야."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온 가족이 몰살당하다니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그들은 송석석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신신은 울면서 말했다. "석아, 울지 마. 우리가 있잖아."그들을 밀어낸 시만자가 송석석을 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울먹이면서도 이를 갈았다."서경의 첩자들은 다 죽은 거야? 아직 숨 쉬고 있는 것이라면 승리한 후 우리가 찾아내서 복수할게.""죽은 자도 있고 도망간 자도 있어. 첩자가 한번 빠져나가면 다시 찾아내기 어려워." 송석석은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죽이고 마을을 학살한 일을 숨겼다.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죽여 서경의 첩자들이 그녀의 가족을 몰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이방이 도착하는 즉시 바로 죽여버렸을 것이다.이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찾기 어렵다고 못 찾는 건 아니야. 전투가 끝나면 우리가 찾아낼 거야." 시만자는 화를 내며 말했다.비록 그녀는 강호에 있었지만, 서경과 상국이 경계를 두고 민간인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싸움에서 패하고 고아와 과부를 죽이는 것이 무슨 대장부냐!정말 비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맞아. 전투가 끝나면 우리가 찾아낼 거야." 신신도 말했다.만두와 몽동이는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화

    탑성 들판의 군영에서는 북명왕이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명령을 내려라. 새벽에 대대적으로 공격한다. 이리성을 점령하기만 하면 식량은 충분할 것이다. 고기도 충분하고, 솜옷과 이불, 각종 군수품도 있다. 부유한 서경인들이 남강으로 수레에 가득 실어 왔다."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북명군은 오랫동안 고기 맛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제대로 생고기를 맛보고 싶었다.지도를 편 북명왕은 이리성의 작은 원을 가리키며 송석석을 앞으로 불렀다. 그리고 길고 검은 손가락으로 그 작은 원을 짚으며 말했다. "송 천호, 성이 무너진 후 너는 3,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락녕(樂寧)으로 직행하라. 군수품과 식량은 그곳에 저장되어 있다. 사국과 서경은 지금 부상자가 많아서 성이 무너지면 부상자를 먼저 이동시키고 군수품은 나중에 옮길 것이다. 시몬에도 있으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실하게 필요하다."이제야 모두가 북명왕이 왜 전투에서 적을 죽이기보다 부상자를 많이 만들려고 했는지 이해했다.전장에서 그는 결코 성모의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그는 16세에 왕으로 봉해(封)졌고, 호는 북명이었으며, 그의 칼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으로 어찌 자비로울 수 있겠는가?그의 말을 들은 송석석은 온몸에 피가 들끓었다. 식량, 고기, 갑옷, 솜옷, 이불, 너무나도 필요했다."결코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송석석은 크게 말했다."3,000명으로 부족하면 5,000명, 7,000명이라도 기꺼이 내줄 것이다. 필요한 인원을 말하거라." 북명왕이 말했다.송석석은 지형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락녕은 성의 서쪽에 있으며, 그곳에는 좁은 골목이 없어 한 번에 밀고 나가 군수품을 보호할 수 있었다."필요 없습니다. 3,000명으로 족합니다." 송석석은 자신 있게 말했다.북명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송 천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적을 섬멸하고 이리에서 그들을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화

    북명왕은 번개처럼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 병력을 점검하고, 전투 북을 치고 공격 나팔을 불게 했다.오늘 막 성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리성 내의 서경 사국 연합군은 새벽에 또다시 성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궁노기가 작동하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성벽 위에 모닥불이 밝혀져 있는 반면, 공격 부대는 보이지 않았다. 적은 밝은 곳에, 북명군은 어두운 곳에, 그리고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송석석 일행 다섯 명은 말을 타고 달려 성문에 도착하자마자 날아올라 성루로 향했다. 송석석은 도화창을 휘둘러 궁노기를 조종하는 병사를 찌르고, 주먹 한 방으로 궁노기를 부숴버렸다.궁수들은 그녀를 조준했다.그러나 북명왕이 곧이어 날아올랐다. 횃불은 북명왕의 원수 금갑옷을 비췄고, 누군가가 외쳤다. "북명왕이다! 죽여라, 죽여라!"궁수들은 모두 북명왕을 조준했고, 화살비를 퍼부었다. 북명왕은 금색 단검을 돌리며 화살비를 막아냈다.이윽고 병사들이 몰려와 북명왕을 공격했다.그녀는 만두와 함께 신속히 궁노기를 파괴한 후, 함께 성문을 열기 위해 뛰어내렸다.두 명이 문을 열고, 세 명이 엄호했다.칼과 창, 검과 창의 공격 속에서 성문이 열렸다.이 번개 같은 속도에 연합군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수란키는 아직도 잠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가 그를 깨우며 북명군이 다시 성을 공격해 왔다고 했지만, 그는 비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또 왔다고? 완전히 장난이군. 화살을 쏴서 겁을 주면 될 것이다.""아니요, 원수님, 그들이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북명군이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성문이 열렸습니다!"비명 소리에 깜짝 놀란 수란키는 벌떡 일어나 곧바로 갑옷을 입고 뛰쳐나갔다.빅토르와 눈이 마주친 그는 빅토르의 눈에 담긴 경멸을 보았다. 수란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 병사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적이 성을 공격하는 것도 몰랐다니, 정말 어처구니없군."빅토르는 이미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지난 2~3년 동안 북명왕과 싸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7화

    땀과 피가 섞여 머리 위에서부터 흘러내렸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땀은 금세 얼음으로 변했고, 아직 열기가 식지 않았는데도 이미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가 되었다."석아…" 만두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의 속눈썹에는 서리가 맺혀 있었다. "우리, 정말로 도우러 가지 않아도 돼? 여기서 지키기만 한다고?""군령은 산과 같아. 우리가 지키라고 명령받았으면 지키기만 하면 돼." 송석석은 성벽에 기대어 말했다. 그녀는 금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팔에 칼을 두 번 맞았다. 피가 흐르지는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끈적하고 찬 기운이 전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동료들을 한 번 쓱 보았다. 모두 상처를 입었고 대나무 갑옷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번 전투는 너무 처참했다."다들 괜찮아?" 손을 젓는 시만자는 말할 기운도 없었다.옆에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니, 적군과 아군이 섞여 있었다. 다섯 명 모두 너무 슬펐다.그때 적군이 다시 공격해 오자, 송석석은 벌떡 일어나 외쳤다. "또 왔다! 죽여라!"다시 한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해와 달이 빛을 잃을 정도로 살육이 벌어졌고, 눈앞에는 오직 피비린내만이 가득했다.마침내, 적군 대부분이 섬멸되었고 더 이상의 지원군은 오지 않았다.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그들은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드디어 누군가 북을 치며 외쳤다. "적군이 철수했다! 우리가 승리했다!"송석석과 동료들은 식량 창고에서 환호성을 들었다. 북명왕이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긴장된 신경이 비로소 서서히 풀렸다."북명왕은 정말 명불허전이야, 신의 용맹을 갖췄어." 추위에 몸을 떨며 말하는 송석석은 입술마저 떨리고 있었다.."사국이 패했다니, 정말 잘됐어. 이제 고기를 먹을 수 있겠어." 만두는 둥근 얼굴에 굳은 웃음을 띠며 손을 비볐다.송석석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그들은 식량 창고를 떠나 대부대에 합류했다.북명왕은 피로 물든 갑옷을 입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8화

    북명왕이 말했다. "돌아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어라. 너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송석석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북명왕이 말했다.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모두 해산하라. 나도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어야겠다."송석석과 여러 장군은 물러갔다.이렇게 추운 날 목욕을 하려면 뜨거운 물이 많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리성에는 장작이 충분했다. 탑성 들판의 군영에서는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조차 어려웠고, 목욕은 사치였다.송석석은 이제 무관 직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명왕이 한 명의 노비를 보내 그녀의 시중을 들게 했다.이 노비는 대략 마흔 살쯤 되었고, 온몸에서 냄새가 났다. 이름은 양미었다. 원래 회성에서 작은 장사를 했는데, 작은 분쟁으로 인해 꽃병으로 상대의 머리를 내리쳤고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상대는 멍청이가 되고 말았다.그녀는 군영에 노예로 유배되어 1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이제 11년이 지나면 해방될 예정이었다.양미는 송석석에게 뜨거운 물을 끓였고 목욕통까지 구해왔다. 그녀가 숨겨두었던 비누도 꺼내 송석석의 머리를 씻어주었다. 피가 엉겨 붙은 머리는 누군가가 씻어주지 않으면 깨끗이 씻을 수 없었다.양미는 오랜 시간 끝에 그녀의 머리에 묻은 피를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머릿결이 아무리 좋아도 비누로 씻으면 결이 거칠어지기 마련이었다.얼굴도 깨끗이 씻어내자, 정교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피부는 이전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얼굴을 너무 닦아서 붉어졌고, 딱지 진 피를 닦아내느라 거의 피부가 벗겨질 뻔했다.송석석은 원래 입고 온 옷으로 갈아입고, 검은 망토를 둘렀다.흰옷에 검은 망토를 입고 반쯤 젖은 머리로 높은 포니테일을 묶었다. 강호 사람들은 원래 머리를 틀어 올리기보다 이렇게 묶는 것을 즐겼다. 싸울 때도 편리했다.목욕을 마친 후, 송석석은 도화창의 피를 깨끗이 닦고, 붉은 깃털을 하나하나 빗었다.그리고 도화창의 무늬를 어루만지며 슬픔에 잠겼다.북명왕이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짐작할 수

    Huling Na-update : 2024-06-25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9화

    그곳은 작은 언덕이었다. 나뭇잎은 이미 떨어져 있었고, 언덕에는 식물이 별로 없었다. 작은 길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그 뒤에는 더 높은 산으로 이어졌다.바람이 세게 불어, 마치 혼들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언덕 위에 선 사여묵은 두 손을 뒤로 한 채 왼쪽의 작은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길옆에는 글이 새겨지지 않은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사여묵은 그녀에게 말했다. "저 이름없는 비는 이리성의 백성들이 네 아버지를 위해 세운 것이다. 그는 혼자서 저 길을 막고 수많은 화살을 맞고도 여전히 큰 칼을 짚고서 쓰러지지 않았다."송석석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북명왕이 그녀를 아버지가 희생한 장소로 데려올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고통은 여전히 너무나도 컸다."당시 그는 여기서 병력을 이끌고 사국으로 가는 식량과 군수품을 차단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싸우려고 했지만, 연이은 성 공격으로 병사들이 지쳐 있었고, 당시 황제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정에서 위엄있지도 못했기 때문에 지원군이 늦게 도착했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었단다.""내가 이리성에 첩자를 두고 있었고 모두 첩자가 알아낸 것이다. 당시 이리성의 백성들이 이 광경을 보고 깊이 감동하여 몰래 여기에 비를 세웠다. 사국인들이 보면 파괴할까 봐 그렇게 한 것이지. 명절 때는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그는 말 안장에 걸려 있던 술병을 꺼내 송석석에게 건네며 말했다. "가서 네 아버지께 한 잔 올려라. 너는 이미 매우 뛰어난 무장이 되었다고 말씀드려라."눈물을 닦고 술병을 받아 든 송석석은 섬광을 끌고 언덕 아래로 걸어가 무석 앞에 도착했다.무릎을 꿇고 술을 땅에 따르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다. 전장에 나가본 사람만이 그런 고군분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후퇴할 길도, 계속 싸울 수 있는 능력도 없었지만, 적의 보급을 끊으면서 조정의 지원군을 기다리는 길

    Huling Na-update : 2024-06-25

Pinakabagong kabanata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3화

    다음 날, 전북망은 소위 합동 훈련이라는 것이 병력 배치나 전술 훈련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9월은 겨울 밀을 심기에 적기였다. 남강은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지역으로, 물자가 여전히 부족했으며 전쟁으로 인해 인구도 크게 줄어든 상태였다. 이에 병사들이 농사를 돕게 된 것이다. 밀 외에도 배추, 무, 과일 등을 심기도 했다.방천허는 전북망이 마침 좋은 시기에 도착했다며 서둘러 가서 합류하라고 말했다.전북망은 하루 종일 농사일에 시달렸지만, 그 와중에도 짬을 내어 필명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진성에서 전북망의 편지를 받은 필명은 편지를 본 후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우리 사이가 이렇게 좋았던가?' 편지에는 자잘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어 무려 3장이나 되었다. 대부분은 전에 전북망이 술에 취해 늘어놓았던 말들과 비슷했다.전북망은 원수부에서의 생활을 적으며 원수부가 얼마나 호화롭고 웅장한지 왕실조차 능가할 정도라고 표현했다.그는 원수부에 하인들이 구름처럼 많고 임신한 주모를 모시고 있으며, 그녀가 사용하는 물건이 모두 사치스러워 천금에 맞먹는다고 묘사했다.또한 농번기로 인해 현재 병사들이 농사를 지어야 하고, 농사가 끝난 뒤에야 훈련이 시작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병사들의 피부는 모두 새까맣게 그을렸지만 원수는 돼지처럼 하얗다고 비꼬기도 했다.뒤죽박죽한 이야기들을 잔뜩 늘어놓은 뒤, 평서백 부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그 말을 마치고 나서는 자신도 한때 그런 사람이었고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과거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고 말하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이어갔다.편지를 읽던 필명은 전북망이 왜 이런 말을 적었는지 눈치챘다. 평서백 부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그녀가 마음 속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필명은 전북망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평서백 부인처럼 현명한 사람이 왕표의 상황을 모를 리가 있나?'그러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2화

    왕표는 전북망이 자신의 위엄을 충분히 보도록 한 뒤에야 그를 불러들였다.남강에 머문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왕표는 살이 많이 쪘다. 비록 과도한 비만 상태는 아니었지만, 호랑이 가죽이 깔린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턱 밑의 주름이 겹겹이 드러났다.그는 높은 자리에서 전북망을 내려다보며 위압적인 태도로 말했다.“너와 왕청여의 일은 이미 들었다. 그래, 너같이 평범하고 포부도 없는 자는 내 여동생과 어울릴 자격도 없지."전북망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 없이 한마디 대꾸만 하고 입을 닫았다.왕표는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꾸짖었다."네가 이렇게 무능할 줄은 몰랐다. 현철위 부사령관이었지만 결국 관직에서 쫓겨났으니. 장군부는 정말 무능한 자들로만 가득 찼구나. 네 조부께서 하늘에서 너희 같은 무용지물을 보고 계신다면 눈을 감지 못하실 거다."전북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마에는 핏줄이 드러났다."불만이면 어쩔 거냐? 너희 장군부에서 나온 인간들이 대체 어떤 꼴이 났는지 봐라. 그리고 너 자신만 봐도 여자 하나한테 휘둘려 이 지경이 됐으니. 앞뒤로 세 명의 여자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지 않냐……쯧,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다 구겨놨다!”왕표는 지금 그야말로 의기양양했다.그의 곁에는 절세미인이 있었고, 그 미인은 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 이전에도 왕표는 남강에서 원하는 여자는 누구든 손에 넣었다.언제나 여자들이 그를 즐겁게 하려고 애썼을 뿐이었다.그래서 그는 본능적으로 전북망을 깔보았다.위세를 충분히 떨친 뒤 왕표는 물었다."진성 쪽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것이냐?"전북망은 대답했다."큰일은 없습니다."왕표는 의자 팔걸이를 매만지며 입가에 냉소를 띠고 말했다."그래? 그럼 여기로 오기 전에 최씨를 본 적이 있나?"전북망은 고개를 들고 답했다."원수께서 말씀하신 게 평서백 부인 입니까?"왕표는 그의 의도적인 물음 속 뜻을 간파하고 냉소를 지었다."왜? 내가 내 여자를 어떻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1화

    그러나 뜻밖에도, 왕표는 전북망이 남강에 도착한 것을 알고 직접 그를 원수부의 부병으로 지명했다.원수부의 부병은 주로 왕표의 출행 준비와 그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적의 자객이 잠입해 주군을 해치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표가 있는 동안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거 송회안이나 사여묵 시절에는 여러 번 이런 자객 사건이 있었다.왕표는 이미 진성의 노부인으로부터 온 편지에서 전북망이 왕청여와 협의 이혼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었다.왕표가 그의 여동생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차치하고, 현재 그의 신분으로 보아 전북망이 그의 여동생을 그런 식으로 대했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도전하고 자신의 권위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여겼다.그래서 왕표는 전북망을 불러 물 긷기, 장작 패기, 마당 쓸기, 꽃에 물 주기 같은 자질구레한 일감들을 시켰다. 심지어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고 물을 따르는 일까지 맡겼다.전북망은 아무 말없이 모든 지시에 순순히 따랐다. 그는 스스로 먼지 속에 가라앉을 만큼 비천해진 존재로 여겼기에, 짓밟힐 자존심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며칠 동안 그는 수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리고 그는 수부가 이전에 그가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겉모습만 비슷할 뿐 내부는 거의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는 수부에 부엌일을 도맡은 여자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인원이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많은 시녀와 하녀들이 추가되었고, 심지어 한 명의 주모가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여인을 두세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임신 중이었으며 대략 5~6개월 정도로 보였다.수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녀는 외출할 때 가벼운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곤 했다. 가려진 얼굴 사이로 보이는 눈은 사람의 혼을 빼앗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전북망은 그녀의 신분을 사적으로 캐묻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야기는 자연히 들려왔다.사람들은 그녀를 원수의 부인이라 불렀다. 그녀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0화

    송석석 일행은 왕이장과 시만자가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평서백부에 갔다는 소식과 심지어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송석석은 약간 걱정스러웠다.요즘 평서백부의 상황이 불안정했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화해하지 않았어."왕이장은 송석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꽤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중엔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돌아오는 길 내내 그는 노부인이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점점 더 명확하게 깨달았다.왕준의 진심 어린 감정 표현과 달리, 노부인의 모든 말은 마치 노부인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한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가 왜 그동안 그가 어떻게 지냈는지 묻지 않았는지도 설명이 된다. 그녀가 신경 쓴 것은 그와 최씨가 그녀의 말을 믿는지에 대한 여부였지, 왕이장 그 자체를 걱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이해하지 못한 채 시만자를 바라보았다. 시만자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도 모른다는 뜻을 전했다."이제 가서 자자. 나도 졸리네."왕이장은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방으로 돌아갔다. 이런 일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는 듯, 한결 가벼워 보이는 왕이장의 모습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만자는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왕준과 노부인 모두 무척 격앙된 상태였고 계속 울더라고. 그런데 왕이장이 왜 가식적이라고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송석석은 최씨도 방 안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는 얘기를 듣고 말했다."다음에 최씨 부인에게 물어봐야겠어."그전까지 묻지 않은 이유는 단지 오사형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가 얘기를 꺼냈으니 묻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송석석이 최씨를 찾아가려던 찰나에 최씨가 먼저 찾아왔다.최씨는 아주 직접적으로 두 가지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첫째, 평서백부의 일부 재산을 왕이장에게 "판매"하도록 그를 설득해달라는 것이었다.둘째, 왕이장이 노부인의 말을 믿지 않도록 하고, 그녀와 화해하지도 말고, 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9화

    왕이장과 시만자는 말을 끌고 나가 넓은 거리를 걸었다. 살랑살랑 부는 밤바람에 취기가 모두 날아갔다."오늘 밤 일은 너무 충동적이었어. 너를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는데…"시만자가 약간 후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나쁘지 않았어."왕이장이 대답했다."지금 마음이 어떤데? 그들과 화해한 거야?""아니."왕이장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였다."노부인이 나와 최씨를 방으로 불러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 하지만 단 한 번도 묻지 않더라.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내가 끌려간 뒤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말이야. 그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변명하고, 잘못이 없다고 강조할 뿐이었어.""그랬구나"왕이장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함께 다시 자유분방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나는 처음 산을 내려갔을 때를 기억해. 한 달 동안 외지에서 지내고 돌아오니 사부와 사숙이 나를 둘러싸고 묻더라. 뭘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여관에서 묵었는지, 싸움은 했는지, 남에게 속여 돈을 빼앗긴 적은 없는지, 그리고 어떤 경치를 봤는지.""내 사부님께서도 그랬어."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게 당연하지.""맞아."왕이장은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는 어릴 때부터 사랑받고 자란 아이였어. 내게도 집이 있었다고."시만자는 그의 기분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꽤 좋아 보였다."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정리한 거야?""응. 그런데 그렇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화해할 필요도, 원망할 필요도 없지."왕이장은 노부인이 남편을 독살해 복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해야 마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감동하지 않았다.그에겐 비록 아이가 없지만 만약 있었다면, 심지어 그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어 법도의 가호를 받게 해야 한다 할 때 그는 반드시 함께 갔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가지 못한다면 믿을 만한 사람이라도 꼭 붙여 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8화

    노부인은 여전히 격한 기쁨과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왕이장의 소매를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아무리 바라봐도 부족하다는 듯이 만족할 줄 모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눈물은 마를 틈이 없었다."이 어미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나는 정말 몰랐단다… 어미가 이미 너의 복수를 해줬으니 제발 용서해주거라…"그러자 왕이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노부인, 왕교여는 확실히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 화재 속에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석산에 보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고통받다 죽었습니다. 장청 도인은 그에게 온갖 고된 일을 시켰고, 툭하면 때리고 욕하여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엔 그를 밖으로 내던져버렸고, 그는 굶주린 늑대들에게 먹히고 말았습니다.""그럴 리가 없어!"노부인은 눈을 크게 뜨고 왕이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처음에는 인정하더니, 왜 지금 와서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냐? 넌 여전히 나를 원망하고 있구나, 그렇지?"왕이장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는 당시 그곳에 교여와 함께 있었던 도동입니다. 교여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그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일 뿐, 저는 교여가 아닙니다.""하지만 네 이 얼굴은…….""어머니!"최씨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이 사람은 시숙의 친구입니다. 시숙이 아닙니다!"노부인은 멍한 눈빛으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분명…….최씨는 왕이장에게 말했다."먼저 돌아가십시오. 며칠 후에 제가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안돼, 못 가! 절대 못 간다!"노부인은 필사적으로 왕이장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일어나 떠난 뒤였다. "어머니."최씨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억지로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어머니는 모르시잖아요. 분명 그의 마음속에 원망이 가득할 겁니다. 어머니께서 죄책감을 느끼신다면 그를 위해 보상해주세요. 집안의 재산 대부분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7화

    최씨는 인삼탕을 노부인에게 건네 마시게 했다. 그녀는 왕이장과 함께 자리에 앉아 노부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그때 나는 정말 속았다. 장청 도인이 늘 했던 말이, 우리 교여가 복을 가져다줄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교여를 아주 아끼는 것처럼 보였어. 교여가 병에 걸렸을 땐 나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며 약을 구하고 의원을 찾으러 다녔지. 하지만 교여의 몸은 날이 갈수록 약해졌다. 다섯 살이 넘자 거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단다."이것은 노부인의 가슴 깊이 새겨진 상처였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여전히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장청 도인이 말하길, 방법을 쓰지 않으면 교여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하더구나. 석산의 사철에 보내어 부처의 가호를 빌어야만 18살 고비를 넘기게 되고 그 이후로는 평생 순탄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였다.""네 조부는 이런 말을 전혀 믿지 않으셨다. 다 거짓말이라며 반대하셨지. 하지만 네 아버지가 장청 도인을 데리고 조부를 찾아갔고, 뭔가를 얘기한 끝에 조부는 결국 동의했다. 심지어 매년 삼천 냥의 은화를 그 도인에게 주며 네 수명을 늘리기 위해 연꽃등을 밝혔다. 불교와 도교의 가호를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이유였단다.""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니!"노부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와 살기만이 가득했다."나를 속였고 네 조부를 속였다. 아니, 모든 사람을 속였어! 사실 장청 도인이 네 아버지에게 한 말은 네가 조부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네가 살아 있는 한 네 아버지는 작위를 이어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일찍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지. 그래서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죽이려 했다. 의원이 준 약을 전부 바꿔치기 했는데, 일부는 미세한 독을 섞었고, 일부는 약효가 상충되게 했으며, 일부는 심맥과 기혈을 깎아내리는 성분으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네 몸이 점점 악화된 게야."노부인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쏘아붙였는데, 눈빛에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6화

    어떤 힘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걷기도 버거워 보이던 노부인이 갑자기 날렵하게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금숙과 천마마조차 그녀를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노부인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눈앞에는 정원의 풍경도, 주변의 사물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년간 불타오르던 큰` 화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불길 속에서 울려 퍼지던 처절한 비명이 귀를 맴돌았다.그때 그녀는 누군가에게 끌리고 붙잡혀 움직이면서도 그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그녀의 막내아들은 그렇게 불 속에서 죽었다.불길 속에서 여러 시신이 끌려 나왔지만 그녀는 그 시신들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아들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그녀는 몇 번이나 의식을 잃을 정도로 크게 오열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죽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병약해 걷는 것조차 누군가의 부축이 필요했던 아들이 어떻게 그 불바다 속에서 살아남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노부인이 본채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보였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면서 그녀의 시야는 더욱 흐릿해졌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 희미한 그림자를 따라 걸어갔다.노부인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힘없고 불확실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네가 내 아들이냐?"왕이장은 그녀를 알아보았다. 마음속으로 가장 원망스러워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노부인의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고 왕이장은 가슴 한구석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그는 움직이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어머니, 저 아이가 교여예요." 왕준이 울면서 옆에서 외쳤다."아……!"노부인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왕이장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기억 속 깊은 과거가 검고 짙은 밤을 뚫고 되살아났다. 그녀의 가슴은 마치 한 조각이 도려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55화

    왕준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여기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냐? 어머니께서 언제 친아들을 버린 적이 있다고 그래? 나도, 큰형도 잘 지내고 있지 않느냐!""너희는 잘 지낸다고? 그럼 나는?"왕이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위와 목이 자극을 받아 고통스러워졌다. 그는 위를 부여잡고 웅크린 채 앉아 내력으로 속을 진정시키려 애썼다.그의 말에 왕준은 한동안 얼어붙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를 급히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최씨 역시 무언가 기억난 듯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들었던 이야기였다. 어머니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고, 막내아들은 병에 걸려 치료하지 못해 사찰로 보내져 길러졌다. 그러나 사찰에 화재가 발생해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불타 죽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설… 설마 그때 죽지 않았던 건가?’"이름이 무엇이냐?"왕준은 이미 울먹이며 물었다. 그의 입술은 계속해서 떨렸다. 그는 왕이장을 간절히 바라보았다."노부인에게 물어보십시오, 노부인에게."왕이장은 위를 부여잡고 힘겹게 의자에 앉아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최씨는 다가가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기억났어요. 당신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번 백부 문 앞에서 서성였잖아요."왕이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최씨는 곧바로 시만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시만자 또한 최씨를 보지 않고 왕이장에게 말했다. "왕노오, 여기까지 왔으니 이들에게 분명히 말해. 왕교여라는 이름으로 어릴 적 여자 아이처럼 길러졌고, 다섯 살 때 사찰에 버려졌으며 학대받아서 몇 달 만에 죽을 뻔하다가 또 다시 버려졌다고. 사부가 널 주워서 살려줬지. 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잘못한 건 이들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따져봐."왕준은 마치 벼락을 몇 차례나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굳어버리고 말았다.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곧 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