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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작가: 유애
군영으로 돌아온 송석석은 이미 모든 감정을 정리해 두었다.

천호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신신 그들과 함께 협소한 천막에서 생활해야 했다. 단지 탑성에서 보내온 새 이불 두 장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만두와 몽동이는 남자이기 때문에 중간에 가림막을 치고 상처를 치료했다.

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날씨가 추워서 평소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다.

송석석은 자신의 상처 치료 약을 나눠주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누구나 전장에 나갈 때 약을 조금씩 챙겼다.

문파마다 자신들만의 상처 치료 비법이 있었다.

송석석은 약을 거두며 말했다.

"아끼게 되었네?"

"석아, 들었어? 네 전 지아비가 새 부인을 데리고 지원하러 온대. 그들을 만나면 어색하지 않겠어?"

옷을 입은 신신이 바닥의 약 가루를 치우며 물었다.

"어색할 게 뭐 있어?"

시만자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들을 돼지나 개처럼 여겨. 우리 눈에 그 두 더러운 것들이 들어올 리 없잖아."

만두가 가림막을 젖히며 말했다.

"그런데 왜 네 어머니는 널 전북망 같은 천한 자식에게 시집보낸 거야?"

"그가 영원히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했거든."

송석석은 자리에 누우며 말했다. 몸이 마차에 치인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어머니는 내가 만종문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 내실 다툼에 서툴다고 생각하셨을 거야. 아마 정실과 첩의 싸움에서 손해 볼까 봐 걱정되셨나 봐."

신신의 매력적인 얼굴은 이미 더러워졌다.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았고 이미 응고된 상태였다.

"내실 다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네 어머니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야. 문제는 네가 배신자를 만난 거지."

만두는 가림막을 내리고 상처에 붕대를 더 감았다.

"그럼, 네 어머니는 지금 아마 후회하고 계시지 않을까? 나라면 가솔들을 거느리고 장군부에 가서 난리법석을 쳤을 텐데. 넌 불같으면서 만종문에 있을 때 왜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던 거야? 그자가 너를 그렇게 대했을 때 왜 한 대도 때리지 않은 거야?"

송석석은 눈을 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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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송석석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전선에 온 지 여러 날이 되었고, 첫날과 오늘만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대부분은 배를 채우지 못한 채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귀신이 업어가도 모를 지경으로 푹 자곤 했었다.하지만 오늘 밤은 배가 불렀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전선은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버텨온 아버지와 형제들이 대단했다.그러니 송석석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망의 일을 장군과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이 속에 걸렸다.하지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그녀를 위해 선택한 사람이 공을 세우자마자 그녀를 버리고 이방 같은 여장군에 빠졌다고 말해야 할까?그러면 사람들은 아마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이 이방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진성에서 어떻게 수군거리든 상관없다.하지만 여기는 전장이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희생한 전장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충심을 계승하고 싶었다. 시샘이나 경쟁의 수단으로 오해받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전북망과 이방이 도착하면 이 일을 숨길 수 없게 될 것이다.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귓가에 들리던 코 고는 소리도 멈췄다.모두가 깊이 잠들었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송석석이 일어나자, 모두가 깨어났다.하지만 집합 소리가 들리지 않자 몽동이가 가림막 너머로 물었다. "석아, 잠이 안 오는 거야?""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 송석석은 무릎을 감싸안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모두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신신이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송석석은 말했다. "나는 장군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전북망과의 일을 말하고 싶어. 내가 내 입으로 말하면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이방과 겨루려는 거라고 생각할까?"몽동이가 말했다."그녀를 이기려는 던 게 아니었어? 나는 네가 높은 벼슬에 올라 그년의 기를 꺾으려는 줄 알았어."송석석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너마저 그렇게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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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말할 필요는 없어. 우리 집에는 이제 나 혼자뿐이야."이 일은 송석석이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마음속의 상처였다. 말을 하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몽동이와 만두는 가리막을 확 젖혔다.어둠속에서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인 신신과 시만자의 얼굴이 송석석을 바라보고 있었다."뭐라고?"머리를 무릎에 묻은 송석석은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구었다."그들은 서경의 첩자들에게 죽었어. 서경의 첩자들이 전부 출동해서 우리 후작부를 몰살했어. 그때 나는 전북망의 부인으로 장군부에 있었기 때문에 그 학살을 피할 수 있었어.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만약 내가 혼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죽지 않았을 거야."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온 가족이 몰살당하다니 그야말로 재앙이었다.그들은 송석석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신신은 울면서 말했다. "석아, 울지 마. 우리가 있잖아."그들을 밀어낸 시만자가 송석석을 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울먹이면서도 이를 갈았다."서경의 첩자들은 다 죽은 거야? 아직 숨 쉬고 있는 것이라면 승리한 후 우리가 찾아내서 복수할게.""죽은 자도 있고 도망간 자도 있어. 첩자가 한번 빠져나가면 다시 찾아내기 어려워." 송석석은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죽이고 마을을 학살한 일을 숨겼다.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죽여 서경의 첩자들이 그녀의 가족을 몰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이방이 도착하는 즉시 바로 죽여버렸을 것이다.이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찾기 어렵다고 못 찾는 건 아니야. 전투가 끝나면 우리가 찾아낼 거야." 시만자는 화를 내며 말했다.비록 그녀는 강호에 있었지만, 서경과 상국이 경계를 두고 민간인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싸움에서 패하고 고아와 과부를 죽이는 것이 무슨 대장부냐!정말 비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맞아. 전투가 끝나면 우리가 찾아낼 거야." 신신도 말했다.만두와 몽동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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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성 들판의 군영에서는 북명왕이 양손으로 책상을 짚고, 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눈을 반짝였다."명령을 내려라. 새벽에 대대적으로 공격한다. 이리성을 점령하기만 하면 식량은 충분할 것이다. 고기도 충분하고, 솜옷과 이불, 각종 군수품도 있다. 부유한 서경인들이 남강으로 수레에 가득 실어 왔다."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모두의 눈이 반짝였다. 북명군은 오랫동안 고기 맛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제대로 생고기를 맛보고 싶었다.지도를 편 북명왕은 이리성의 작은 원을 가리키며 송석석을 앞으로 불렀다. 그리고 길고 검은 손가락으로 그 작은 원을 짚으며 말했다. "송 천호, 성이 무너진 후 너는 3,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락녕(樂寧)으로 직행하라. 군수품과 식량은 그곳에 저장되어 있다. 사국과 서경은 지금 부상자가 많아서 성이 무너지면 부상자를 먼저 이동시키고 군수품은 나중에 옮길 것이다. 시몬에도 있으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실하게 필요하다."이제야 모두가 북명왕이 왜 전투에서 적을 죽이기보다 부상자를 많이 만들려고 했는지 이해했다.전장에서 그는 결코 성모의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그는 16세에 왕으로 봉해(封)졌고, 호는 북명이었으며, 그의 칼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으로 어찌 자비로울 수 있겠는가?그의 말을 들은 송석석은 온몸에 피가 들끓었다. 식량, 고기, 갑옷, 솜옷, 이불, 너무나도 필요했다."결코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송석석은 크게 말했다."3,000명으로 부족하면 5,000명, 7,000명이라도 기꺼이 내줄 것이다. 필요한 인원을 말하거라." 북명왕이 말했다.송석석은 지형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락녕은 성의 서쪽에 있으며, 그곳에는 좁은 골목이 없어 한 번에 밀고 나가 군수품을 보호할 수 있었다."필요 없습니다. 3,000명으로 족합니다." 송석석은 자신 있게 말했다.북명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송 천호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적을 섬멸하고 이리에서 그들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6화

    북명왕은 번개처럼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 병력을 점검하고, 전투 북을 치고 공격 나팔을 불게 했다.오늘 막 성을 공격했기 때문에 이리성 내의 서경 사국 연합군은 새벽에 또다시 성을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궁노기가 작동하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성벽 위에 모닥불이 밝혀져 있는 반면, 공격 부대는 보이지 않았다. 적은 밝은 곳에, 북명군은 어두운 곳에, 그리고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송석석 일행 다섯 명은 말을 타고 달려 성문에 도착하자마자 날아올라 성루로 향했다. 송석석은 도화창을 휘둘러 궁노기를 조종하는 병사를 찌르고, 주먹 한 방으로 궁노기를 부숴버렸다.궁수들은 그녀를 조준했다.그러나 북명왕이 곧이어 날아올랐다. 횃불은 북명왕의 원수 금갑옷을 비췄고, 누군가가 외쳤다. "북명왕이다! 죽여라, 죽여라!"궁수들은 모두 북명왕을 조준했고, 화살비를 퍼부었다. 북명왕은 금색 단검을 돌리며 화살비를 막아냈다.이윽고 병사들이 몰려와 북명왕을 공격했다.그녀는 만두와 함께 신속히 궁노기를 파괴한 후, 함께 성문을 열기 위해 뛰어내렸다.두 명이 문을 열고, 세 명이 엄호했다.칼과 창, 검과 창의 공격 속에서 성문이 열렸다.이 번개 같은 속도에 연합군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수란키는 아직도 잠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가 그를 깨우며 북명군이 다시 성을 공격해 왔다고 했지만, 그는 비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또 왔다고? 완전히 장난이군. 화살을 쏴서 겁을 주면 될 것이다.""아니요, 원수님, 그들이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북명군이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성문이 열렸습니다!"비명 소리에 깜짝 놀란 수란키는 벌떡 일어나 곧바로 갑옷을 입고 뛰쳐나갔다.빅토르와 눈이 마주친 그는 빅토르의 눈에 담긴 경멸을 보았다. 수란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네 병사들이 성문을 지키고 있었는데 적이 성을 공격하는 것도 몰랐다니, 정말 어처구니없군."빅토르는 이미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지난 2~3년 동안 북명왕과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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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궁중 연회는 신시에 시작되었고, 여전히 수란키가 직접 그들을 맞아 궁으로 안내해주었다.예상했던 대로 즉위식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이번 연회의 주요 목적은 국경선의 협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궁에 들어간 후에도 다른 나라의 사절단을 보지 못했다.궁 안은 황실의 측근과 문무 백관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상국의 사절단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친근한 분위기도 없었다.이런 자리에서는 역관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대화의 주제가 그리 넓지 않아, 서로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눌 뿐이었다.다른 나라의 사절단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입석할 때 원신제가 상국의 사절단에게 말했다."오늘 북당에서 귀빈들이 오십니다. 곧 도착할 것인데, 여러분이 그들과 바로 친해질 것이라 믿습니다."이덕회는 즉시 흥분하며 말했다. "북당의 귀빈이라 하셨습니까? 어떤 분이 오시는지요?"그가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왕이장이 가져온 임양운의 육안총과 포차는 모두 북당에서 개량된 것이었고, 임양운 선생이 북당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상국의 병부상서로서 그는 정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북당은 상국이 항상 배우고자 했던 본보기였다. 그들의 첨단 무기와 치국책은 상국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다.물론 국가의 상황이 다르기에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을 테지만, 대화를 깊이 나누면 분명히 얻을 것이 있을 것이었다.원신제는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도착하면 알게 될 것입니다."연회는 지루하고 피곤했지만, 북당의 귀빈이 온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때, 한 외침이 들렸다.“북당 안풍친왕과 왕비께서 도착하셨습니다!"이덕회는 놀라서 입을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송석석도 사부로부터 안풍친왕의 호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사부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생각치도 못하게 오늘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그녀도 말할 수 없이 기뻤다.반면, 만두와 몽동이 그들은 비교적 담담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8화

    원신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씁쓸한 게 한 가지 더 있네. 지금까지 짐은 장공주의 신분으로 여인에게도 과거 시험을 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높이 외쳤지. 하지만 황제가 된 지금, 어쩔 수 없이 각 세력들의 이익을 고려해줘야 하고 그자들이 짐에 대한 적대심과 경계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네. 짐은 이제 고려한 일이 더 많아졌어. 가끔은 속에 천불이 나서 반대파 세력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싶기도 하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송석석이 대꾸했다.“사실 한 나라의 황제나 대신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결국 최종 목적은 같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도 그렇듯 다들 나라의 안정과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나라에 영원히 전란이 일어나지 않고 창성해야 폐하께서 원하시는 개혁을 진행하셨을 때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폐하의 자리부터 굳건히 지키시는 겁니다.”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원신제는 송석석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현재까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각 세력들의 제지도 심하기에 이 국면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 일이다.황제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는 지금, 원신제가 개혁까지 고집하려는 건 더욱 위험한 일이었기에, 미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만자 또한 송석석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사실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에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강경하게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가장 현명하지 못한 하책입니다. 한 사람의 성격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천 년이나 넘게 지속된 규정을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폐하께서 관념의 씨앗을 심으시면 언젠가 누군가가 폐하께서 남긴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시만자는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저와 석석도 매산에서 무술을 공부할 때 그랬습니다. 다들 저희를 비웃고 하찮게 여겼지만 저희는 결국 실력으로 그자들을 한 명씩 쓰러트렸습니다.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실력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7화

    서경의 황궁은 금빛으로 반짝였으며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어둠이 깃든 고요한 밤에는 기 장엄함이 더욱 돋보였다.첫 번째 궁문을 들어서고 나서도 마차는 궁 안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궁 안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들 위에는 등불이 잔뜩 걸려 있어 대낮처럼 밝았으며, 누군가가 몰래 나무 위에 숨어있는다고 해도 너무 밝아서 바로 들킬 정도였다.수란키는 앞장서서 걷다가 한 궁전 밖에 도착했는데, 궁녀 두 명이 다가와 수란키와 서경 언어로 몇 마디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수란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 대감님, 만자 낭자, 폐하께서 두 분에게 궁전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두 궁녀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휘황찬란한 궁전 내부에는 커다란 조각 기둥이 양측에 세워져 있었으며 그 모습은 압박감이 넘쳤다.원신제는 용상에 앉아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지만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인사를 올렸고 원신제는 그들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그리고는 송석석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짐은 송 대감이 사절단과 함께 이곳으로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송석석은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셨다는 소식을 듣고 소인도 너무 기뻤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걸 감축드립니다.”송석석은 원신제를 힐끔 쳐다보았다. 원신제에게서 냉옥 장공주의 모습이 보였고 예전과 크게 변한 건 없었으며 여전히 피로해 보이고 여전히 진중하고 엄숙했다.냉옥 장공주에게 있어서 황제의 역할이든 실권을 손에 쥔 장공주 역할이든 똑같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다.“원하는 바를 이루느라 많이 힘들었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 일처리는 훨씬 쉬워졌네.”원신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뒤, 궁녀들이 서경 특색이 돋보이는 다과들을 내왔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조금 전에 저녁 식사를 했기에 배가 고프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6화

    서경 수도에 도착했을 땐 8월 13일이었기에, 송석석 일행이 떠난 지 한 달은 족히 넘은 상황이었다. 점심이 되자,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어졌다.진왕은 마차 안에 몸을 웅크려 누운 채 입성에 진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객들은 머릿수도 많고 기세도 등등해, 서경 지대에 들어서고 나서도 송석석 일행은 총 일곱 번이나 습격을 당했다. 현갑군은 대부분 부상을 당했고 시만자마저 어깨가 칼에 찔렸지만 다행히 신경까지 다치지는 않았다.진왕이 이렇게까지 크게 논란 건, 자객에게 습격을 당할 당시, 그는 변소 안에 있었다.일을 마치고 변소를 나선 순간, 갑자기 나타난 자객이 검으로 진왕의 가슴을 베었고 그 검을 진왕의 가슴에 꽂으려던 순간, 송석석이 제때에 나타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한 발 빠르게 자객의 가슴에 꽂았다.하지만, 이내 자객의 머리채를 뒤로 확 잡아당긴 덕분에 진왕은 무사할 수 있었다.그는 가슴팍이 조금 베인 게 전부였지만 큰 중상을 입은 것 마냥 밤새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수도에 도착하자 수란키가 관원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 서서 진왕을 반겼다. 수란키는 이제 서경의 승상이 되었다.한눈에 송석석을 알아본 수란키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송 장군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여전히 기품이 넘치시네요.”송석석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인사를 하며 상대방을 힐끗 살폈다. 솔직히 조금 전에 수란키를 알아보지 못했다.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백발인 데다가 수염도 허옇게 변해 버렸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고 남강 전장에서 봤을 때보다 되레 활기가 넘쳐 보이기까지 했다.남강 전장에서 봤던 수란키는 온몸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위엄이 넘치고 엄숙한 그는 삶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저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승상께서 이렇게 직접 마중까지 나오시고.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송석석이 웃으면서 말하자 수란키가 호탕하게 웃었다.“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5화

    한편, 크게 놀란 진왕은 태의를 불러 심신을 안정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송석석이 찾아갔을 때, 진왕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송석석에게 자객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송석석이 진왕에게 자객이 도망쳤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그는 조금 안정을 찾은 듯했다.사실 진왕을 보필하는 사람들이 자객이 도망쳤다고 진작 얘기했지만 진왕은 믿지 않았다. 이제 송석석에게서 듣고 나니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이다.송석석은 진왕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당부한 뒤 방을 나섰다.이와 동시에, 이덕회는 나머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병부 상서인 이덕회는 지금까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어 보기도 했고 또한 왕비와 현갑군을 믿었기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한편, 매산 출신 몇 명은 한데 모여 전에 성릉관에서 만났던 검은 복장 차림의 무리들을 의심하고 있었다.어쩌면 그자들이 바로 자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이 의심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바로 시만자였다. 그는 그 무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너무 수상했고 비밀 경로를 통해 계획적으로 도망친 거라고 확신했다.더군다나 조금 전 자객들도 전부 검은색 옷차림이었기에, 비록 머릿수가 조금 차이 나긴 했지만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일부 사람들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성릉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했던 건 아마 우리한테 손을 쓰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성릉관에서 우리를 죽이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포기한 거야.”시만자는 분석할수록 자신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물었다.“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송석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자들은 아니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금 전 자객들은 그자들보다 무술 실력이 확연히 떨어져. 그자들은 성릉관에서도 자유롭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 그렇게 보면 네 의심이 성립되지 않다는 거지. 그자들은 성릉관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4화

    이날 아침, 송석석 일행은 서경으로 출발했다.송석석은 딱히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나중에 돌아올 때 성릉관을 또 지나야 했기에, 이후에도 외조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성릉관을 떠나자마자, 평탄한 길이 사라졌다. 여기저기가 다 울퉁불퉁했고 일부러 인위적으로 파괴한 곳도 있었기에 마차가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하지만 진왕은 절대 다시 말을 타려고 하지 않았다. 며칠동안 안정을 취했지만 다리 안쪽의 쓸림 상태가 아직 심했기에 걸을 땐 괜찮아도 말에 타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때문에 성릉관에서 공을 세우고 육아당까지 설립한 진왕은 까탈스럽게 마차를 고집했고 마차가 도무지 지나갈 수 없는 곳은 현갑군이 말에서 내려 마차를 밀면서 힘겹게 전진했다.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현재 양국으로 통하는 길이 개방되었기에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산길밖에 없었다면 고귀한 진왕의 엉덩이가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이다.그렇게 겨우 서경 지대에 진입하여 루벌로 향하자, 서경의 관원과 병사들이 그들을 맞이하며 가는 길까지 호송해주었다.송석석 일행들 중에서 통역관을 제외하고는 서경에 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똑 같은 변경 도시라고 해도, 루벌은 성릉관보다 훨씬 낙후했다. 여기저기에는 망가지고 훼손된 집채가 많았으며 행색이 누추한 거지나 근심이 많아 보이는 백성들도 많았다.송석석은 이 광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나라가 전쟁을 치른 건 사실이지만 이곳까지 침투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전에 전북망과 이방이 이곳 마을을 공격했다고 해도 공격당한 그 마을만 피해를 받아야지 루벌 전체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은 말이 안 되었다.루벌의 한 역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석석은 호송하고 있던 관원한테서 그 이유를 듣게 되었다. 수란석이 성릉관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 후방 공급이 부족한 탓에 병사들이 루벌로 돌아와 약탈을 진행한 것이었다.수란석 당시의 상황이 빅토르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그때 당시 전쟁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 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3화

    소 팔야는 곧바로 송석석이 말한대로 지시를 내렸고 이 지시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바로 전북망이었다. 그는 서둘러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수색하기 시작했다.송석석이 성릉관에 왔다는 사실은 전북망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맞이하던 그날, 그는 멀리 서서 지켜볼 뿐,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탓에 전북망은 송석석을 정확히 보지도 못했고 그저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전북망은 자신이 지금 참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느껴지기도 했다. 송석석은 이제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고 진성의 일과 관련된 사람은 이제 멀리해야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절단은 성릉관에서 잠시 쉬는 사이에도 담판의 기교에 대해 상의했으며 상황 모의도 여러 번 해보았다.이번 담판이 저번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으로 쉬운 건 아니었다. 이는 여제가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이기에 쉽게 타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씨 가문에서도 상대방이 몰래 사람을 보내 사절단의 책략을 몰래 엿듣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사절단의 책략을 알게 된다면 상대방은 그에 맞는 대책을 미리 준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국은 열세에 처하게 된다.때문에 소 팔야는 전북망에게 반드시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몰래 침입한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내야 하고 이와 동시에 사절단 곁에서 시중을 드는 하인들 사이에도 첩자가 있을 수 있으니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이틀 동안 수색했지만 전북망은 수확이 없었다. 그리고 수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위장술을 쓰거나 몰래 정보를 외부에 빼돌리는 사람도 없었다.전북망이 유일하게 알아낸 정보는 검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춘만루에서 밥을 한 번 먹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이 춘만루를 떠난 뒤, 이들을 목격했다는 가게 주인도 있었지만 어디에 묵었고 어디로 갔는지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심지어 전부 검은 복장을 차려 입었는데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2화

    춘만루는 오늘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기도 했고, 다른 손님들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낭자가 데리고 오겠다고 했던 검은 복장을 입은 남자들까지 가게 안 나머지 자리를 전부 차지했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남자까지 앉을 자리가 없었기에 가게 주인은 급하게 작은 탁자 하나를 펴서 가게 앞에 자리를 마련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일행들과 떨어져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이때, 남자가 미안한 목소리로 송석석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저자들은 전부 제 일행입니다. 저와 똑같이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혹시 불편하시다면 저자들에게 가게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저자들에게 호빵이나 하나씩 나눠줘도 충분합니다.”멈칫하던 시만자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편하게 드시고 싶은 거 시키시면 됩니다.”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낭자는 정말 얼굴도 예쁘시고 마음도 선하시군요. 그럼 저희 편하게 시키겠습니다.”“그… 그래요.”고개를 끄덕이던 시만자는 가게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자들의 옷차림은 꽤 눈에 띄었으며 옷소매에 수놓은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옷이 구겨지고 먼지도 많이 묻었기에 수놓은 글씨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동안 쳐다본 시만자는 그제야 이자들의 옷에 수놓은 글씨들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 흑영위나 전광위 등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이자들은 예의가 없거나 우악스럽지는 않았다. 각자 자리를 찾은 뒤 자신들에게 밥을 사준 시만자와 송석석에게 일제히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머리가 하얬지만 얼굴은 불그스름한 게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그 중에서 생김새가 매우 추악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으며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몽동이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다가 왠지 이 식사자리가 자신들의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게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송석석은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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