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활짝 웃으며 방금과 같은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하지만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방법이 없게 돼요. 즐겁게 해주고 싶고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루게 하고 싶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돼도 괜찮아요. 혜민이가 기쁘면 돼요. 상준이한테 모두 친구일 뿐이고 나씨 가문과 주씨 가문은 아는 사이니 한 학교에서 마주칠 일이 있을 거지만 상준이가 혜민이를 좋아하지 않으니 시름 놓고 혜민이가 제 마음을 알 때까지 쫓으려고 했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혜민이가 어떤 성격인지를 잘 알아서 혜민이가 절 좋아하게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얼굴, 체형, 집안, 머리 그 어느 것도 상준이보다 못하니 혜민이가 절 받아들이지 않을 걸 알죠. 그저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는 거기도 하고 혜민이가 상준이와 많이 접촉해서 상준이가 혜민이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것도 있어요. 제 마음속에는 혜민이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상준이도 그걸 봤으면 좋겠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혜민이가 상준이와 만나게 되든 간에 모두 계속 친구일 것이고 나도 기쁠 거예요. 하지만 상준이는 너무 똑똑해서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한눈에 알아보더라고요. 상준이는 항상 옆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궁리를 하는지 한눈에 알아보니 어떻게 할 수 없겠더라고요. 상준이는 제 방식이 그 누구한테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했고 하지만 굳이 손을 쓰지는 않겠다고 했고 이건 제 선택이니 존중해 주겠다고 했죠. 상준이는 원래 이래요. 이해득실을 잘 판단하고 어떤 선택이 이로운 것인지 잘 알죠. 하지만 제 선택은 상준이한테 영향이 가지 않고 혜민이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죠.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게 상준이예요. 혜민이는 교만한 사람이죠. 자신감도 넘치고요. 혜민이는 자신이 상준이한테 다가가면 상준이가 언젠가는 자기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상준이가 먼저 고백하게 될거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고백한 적도 없고 그저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죠. 그래서 상
주혜민은 무서운 사람이다. “혜민이가 이런 짓들을 하니 상준이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다 사라지고 혜민이 혼자만 남았어요. 어떤 일은 정해진 지 오래돼 이미 진짜가 됐고 사실이 여부를 찾아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상준이 옆에 여자는 혜민이 한 사람만 있는 걸로 알게 되는 거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상준이와 혜민이는 천생연분이라고 아주 잘 어울린다고 축복을 해주는데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죠. 하지만 이건 모두 페이크일 뿐이고 혜민이 혼자만의 착각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상준이가 혜민이에 대한 태도는 한결같으니 혜민이가 가만히 기다릴 수가 없게 된 거예요. 혜민이는 상준이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을 해서 정정당당하게 상준이의 옆에 남으려고 했는데…”여기까지 말하고 진현은 말을 멈추고 얼굴에 있던 웃음도 사라졌다.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마치 피와 살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온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 같았다.마치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온화하지도 않았고 예의를 갖추지도 않았다.차우미는 진현의 모습을 보고 아래 할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비웃지도 않았고 비꼬지도 않았다.마치 평범한 방청객처럼 세 사람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진현이 머리를 들고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서 혜민이가 상준이한테서 듣고 싶은 말을 드러내려고 같이 무언가를 하자고 했어요. 혜민이가 원하는 걸 상준이가 절대로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갖고 싶은 걸 나밖에 줄 수 없는 것도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고 혜민이의 인내심이 이미 바닥이 나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어요. 혜민이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 다시는 돌아올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혜민이의 희망도 부서지게 될 걸 알지만 혜민이가 제 앞에서 자신의 오만함을 내려놓고 따뜻하게 웃어 주는 걸 보니 부탁하는 걸 거절 할 힘이 없었어요. 그래서
진현이 마지막에 한 말은 그 아름다운 가상을 해 보듯이 무정했고 매정하게 진실을 꺼내는 것 같았다. 그 아름다운 겉모습의 아래는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것이 있는지 똑똑히 보여 주는 것 같았다.이 순간에는 주혜민은 진현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인 듯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인 듯했다.그저 방청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매정하게 이 사건에 처음과 끝, 모든 진실을 밝혀내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을 때 진현의 막연해하는 모습을 보니 한마디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아니면 뭐라고 말을 해야 적합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식탁 위는 적막했고 그저 레스토랑에 흐르는 잔잔한 노랫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져 이 막연한 냉기를 얻게 해 주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 침묵은 오래 지나지 않아 진현의 웃는 얼굴로 하는 온화한 말에 끝이 났다.“혜민이가 많은 짓을 했어요. 형수님이 상준이하고 결혼을 해도 계속 가만히 있지 않았고 이게 아마 두 사람 이혼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화제는 갑자기 차우미와 나상준에게로 돌아왔다. 특히 이혼 그 두 글자는 차우미의 마음을 찔렀다.차우미가 고개를 들고 진현을 쳐다봤다.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을 한 일을 알고 있는 건가?이혼을 한 이유에 대해 진현이 말한 것이 틀린 것이 아닌 것 같았다.이건 차우미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진현은 차우미가 놀래 하는 모습을 보고 진정성 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형수님은 왜 제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실 거예요. 하지만 형수님께서 자세히 생각을 해 보신다면 모를 리가 없죠.”진현은 차우미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을 했다. 차우미는 이해됐다.주혜민이 아무리 못된 짓을 많이 했어도 진현은 여전히 주혜민이 신경이 쓰이고 사랑한다.주혜민이 나상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일을 꾸미는 것처럼.진현도 마찬가지다.항상 주혜민에게 관심을 돌리니 자연스레 차우미와 나상준이 이혼을 한
그래서 지금 진현은 사과를 하고 만회해 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진현은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또 아니면 자신의 너그러움으로 인해 친구가 이혼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나랑 상준 씨가 이혼을 하게 된 데에 주혜민 씨의 원인도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어요. 주혜민 씨 한 사람 때문이라면 그렇게 쉽게 이 혼인을 끝내지 않았을 거예요. 저도 많은 생각을 하고 이혼을 결정한 거예요. 상준 씨가 이혼을 하는데 승낙을 한데에는 반드시 이해득실을 따지고 결정한 걸 거예요. 일은 진현 씨하고는 상관이 없으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한 건 다 나랑 상준 씨가 한 거니 무슨 결과를 가지고 오든 다 우리 두 사람이 책임질 거고 다른 사람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만일 모든 일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자신은 무엇이 되는 건가?성인으로써 자신의 한 선택에 대해 그의 달라는 결과를 책임져야 하고 그 결과가 좋든 말든 다 받아들여야 한다.이 모든 선택을 한 데는 누군가가 청과 칼을 갖고 협박을 한 것이 아니라 자원적으로 한 선택이니 결과가 어떻든 간에 누군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왜냐하면 이건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차우미는 주혜민을 탓하지 않고 진현도 탓하지 않는다. 나상준은 더더욱 탓하지 않는다. 그저 나상준하고는 운명이 아닐 뿐이다.그저 이렇게 간단하다.진현이 눈빛은 삽시에 아주 진지해졌다.진현이 차우미를 바라보는 모습은 아주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차우미의 눈에는 질책도 없었고 원망도 달갑지 않지도 분노도 없었고 그저 방금 말했다시피 두 사람이 이혼한 것은 완전히 두 사람이 선택이고 차우미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도 않고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차우미는 자신이 한 선택에 모든 결과를 받아들였다.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우미의 이런 모습에 놀랐으나 또 예상한 바였던 것 같다.차우미는 원래부터 감성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차우미의 심장은 순간 멈춘 듯했고 그녀는 진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나상준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차우미는 많은 농담들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여가현으로부터 농담을 들었고, 여가현은 강서흔에게서 농담을 들었다. 강서흔은 매번 여가현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그녀를 달래기 위해 많은 농담을 모아 여가현에게 들려주면 여가현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여가현은 매번 강서흔의 농담에 웃게 되어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고 돌아온 후 강서흔의 농담을 그녀에게 전해주곤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차우미는 많은 농담을 듣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많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현이 하는 얘기에는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맞아, 잘못 들었겠지. 나상준이 어떻게 그녀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만약 좋아한다면 그 삼 년 간의 청심과욕은 뭐란 말인가?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만지지 않았고 남자가 여자에게 가지는 욕망조차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이걸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가? 차우미는 사실과 근거를 믿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신기한 일이 없지 않다는 것도 믿는다. 하지만 나상준 같은 사람이 그녀를 좋아한다고는 진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꿈에서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진현은 차우미의 얼굴에 생긴 변화를 똑똑히 보았다. 특히 지금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린 그녀의 표정은 불신으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해도 믿을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어떠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순간, 차우미의 모습을 본 진현은 드디어 전에 상준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정말로 그의 도움이 필요했음을 깨달았다. 혜민 때문이 아니었고 그의 방관으로 인해 상준과 차우미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찾을 수가 없었다. 삼 년, 삼백 일도 넘는 낮과 밤. 만약 나상준이 진짜 그녀를 좋아한다면 이 삼백 일도 넘는 무감정한 낮과 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사람이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겠는가?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차우미의 표정과 감정, 그리고 그녀의 분위기 변화는 그에게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나상준이 지금 차우미 앞에서 분명하게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도 차우미는 믿지 않을 것이고 그저 터무니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는 차우미와 나상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더 말하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까 걱정되었다.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고 차우미는 더 이상 진현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고 이마를 찌푸리며 눈앞에 접시를 바라보았다. 접시 위에는 아직 먹지 않은 음식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나상준이 그녀에게 집어 준 음식이었다. 회성의 일로 인연이 닿으면서 그는 전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다.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자신 때문에 발목 부상당한 그녀를 계속 돌봐주었으며 심지어 안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감정적인 문제를 물어보았다. 주혜민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본 그는 자신이 계속 소문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되자 매우 화가 났다. 심지어 그는 그녀에게 팔찌를 사주며 늦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은 예전의 나상준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진현이 말대로 나상준은 변했다. 그녀에게 매우 낯선 사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의 이러한 변화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지 않았다. 진현이 뭔가 오해한 것일 것이다. 그래, 오해다. 그녀는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진현이 그 상대가 자신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마치 어둠 속 한줄기의
그 계단 근처의 자리에서 나상준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현의 말에 따라 그녀의 얼굴과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나타났고 이는 그녀가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녀가 혼란, 불신, 망설임, 그리고 갈등의 감정이 점차 평온, 이성적, 진지한 상태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움직였다. 눈에는 아무런 놀라움도 실망도 없었다. 마치 그녀가 이렇게 반응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 변화도 없었다. 예전과 똑같이 현재도 그대로였다. 다만...그녀의 눈을 바라본 그는 눈 속에 담긴 확고함과 절대적인 의지를 느꼈다. 그의 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그녀와 그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우미가 말한 후에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고 진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마치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그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고 그녀도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분위기는 급격히 조용해졌고 너무 조용해서 불편할 정도였다. 차우미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하며 접시의 음식을 다 먹었다. 진현은 차우미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고 나상준을 위해 무엇이든 더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안정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진현은 그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다가와 차우미의 옆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집어 들고 식사를 계속했다. 차우미나 진현을 쳐다보지 않았고 두 사람이 방금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모든 것이 평상시와 같았다. 오히려 차우미가 갑자기 옆에서 나는 소리와 나상준이 앉는 것을 보고 식사를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했다. 나상준의 맞은 편에
이런 상황은 좋지 않은 징조지만 동시에 하나의 문제를 설명한다. 차우미와 상준 사이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냥 몇 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준은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이 순간, 진현의 마음은 약간 요동쳤고 그는 시선을 돌려 머리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차우미의 성격을 상준이 자신보다 더 잘 알 것이며 오늘 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상준이 똑똑히 알고 있었던 만큼 차우미의 반응도 상준은 미리 예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진현의 눈에 갑자기 미소가 번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 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차우미의 성격이 급하지 않다는 건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감정적으로도 느린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일들은 모두 설명하더라도 그녀가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말하느냐 말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만약 그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차우미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어떤 일들이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할 때 그것이 다시 오해를 일으키거나 오해를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가 말을 했다면 차우미는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준이 이후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제약받지 않을 것이다. 느린 성격의 사람이라면 한 번에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그녀가 천천히 한 걸음씩,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결국 그녀가 완전히 받아들이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진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게 바로 상준이다. 언제나 결단력 있고 계산적이며 전략적이다. 그는 절대 의미 없는 일을 하지 않고 시간 낭비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진현은 진심으로 상준이가 차우미에게 어떻게 대하고 혜민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혜민이가 봤으면 했다. 사랑과 사랑하지 않음은 그토록 분명하다. 이 순간, 진현의 눈에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고 그의 시선이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