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함에 있어서 차우미는 항상 조급해하지 않고 꼼꼼하게 일 처리를 했다.하종원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봤다.‘보면 볼수록 정말 괜찮은 애야.’모두 자료를 보면서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기에 하종원도 말없이 사람들이 자료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어느 정도 자료를 거의 다 본 진정국은 이 자료가 괜찮다고 느꼈다. 원래도 대략 방향이 잡혀 있었기에 이 자료대로 한다면 전보다 훨씬 쉬울 것 같았다.그러나 이 자료도 정확한 건 아니기에 토론이 필요했다. 필요한 부분은 채워 넣고 불필요한 부분은 배제해야 했다.진정국은 고개를 들고 하종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교수님, 먼저 몇 개의 큰 부류를 확정하고 정한 다음 다시 꼼꼼하게 토론하면서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요.”하종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진정국의 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봤다.하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자네 생각이 괜찮은 것 같네.”말을 마친 하종원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모두들 같은 생각인가요? 다른 생각하고 있는 사람 있으면 말해봐요.”한참 생각하던 사람들은 머리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제가 보기에도 관장님의 건의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먼저 큰 부류를 정한 다음 틀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예전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을 볼 수 있어서 혼란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네, 저도 진 관장님의 말에 동의합니다.”사람들의 말을 듣던 하종원이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우미야, 네 생각은 어때?”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차우미는 하종원의 물음에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회성의 흑단 박물관은 안평의 흑단 박물관의 유형에 따라 설계한 뒤 건설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져 있죠. 안평의 흑단 박물관과 회성의 흑단 박물관을 결합한 박물관이죠.”차우미는 진정국을 바라봤다.“정국 아저씨께서 먼저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에 제가 그동안 기재한 노트를 보면서 일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확정 짓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박물관을 지을 위치도 이미 다 봐뒀고 큰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모두 다 보시고 확정했으니 이젠 박물관을 짓는 걸 생각해야 해요.”“박물관의 디자인은 마음대로 설계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외형은 이미 안평 박물관의 디자인처럼 설계하고 건설하기로 확정했으니 지금 우리는 내부 설계를 확정을 지어야 해요. 내부의 디자인은 목조 품의 배치와 위치 그리고 크기에 따라서 배치를 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가 조각할 물건을 확정해야 해요. 그러려면 조금 전에 정국 아저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먼저 큰 부류를 정해야 하죠.”“큰 부류를 정하고 그다음 틀에 맞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우린 지금까지 조각해야 할 물건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어요. 그래서 계속 한가지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죠. 저도 오늘 아침 제가 기재한 노트를 다시 보면서 처음에 말했던 두 가지 스타일이 떠올랐고요.”“우리는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했어요.”평온하고 차분한 차우미의 말에 사람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어쩐지 여기에 멈춰서 나가아질 않더라니. 처음부터 잘못 생각을 했었군요.”“네, 그래도 다행히 우미가 생각해 냈네요.”“...”차우미의 명확한 분석 하에 사람들은 마침내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알게 되었다.다시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보던 하종원이 입을 열었다.“아주 좋아. 우미야, 계속 말해.”사람들도 더 이상 말을 멈추고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맨 처음에 두 가지 스타일에 대해 말씀을 나눈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두 가지 스타일에 대해 토론해 본 적이 없어요. 만약 두 가지 스타일로 하려고 한다면 우린 먼저 어떤 스타일로 가야 할지 확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는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말했고 어떻게 할지는 모두의 생각에 달려있었다.박물관을 짓는 것은 개인이 아닌 모두의 일이기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생각과 노력을 떠날 수 없었다.차우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사람들은 차우미의 말에 놀란 게 아니었다. 그들은 차우미가 말한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차우미의 말이 일리는 있었지만 다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예전에 확정 지은 사건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다시 토론해야 했기에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이내 토론을 이어나갔지만 하종원과 진정국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예전의 확정에 의하면 박물관 안을 두 가지 스타일로 하려고 했다. 하나의 박물관에 두 곳의 문화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차우미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하종원과 진정국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토론을 하고 있었다.두 가지 스타일로 진행하자고 확정을 지었을 때는 사람들이 회성이 오기 전이었다. 그러나 회성에 온 뒤로 생각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차우미도 말없이 사람들의 토론하는 것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그녀는 토론을 들으면서 유용한 것들을 수첩에 필기했다.이렇게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한참 동안 생각하던 하종원이 입을 열었다.“우미가 두 가지 스타일이 아닌 회성의 역사문화를 사용하고 싶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모두 자신의 생각과 이유에 대해 말해봐요. 한번 들어보죠.”사람들과 하종원은 이 일은 바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서로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하종원을 비롯한 진정국과 차우미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듣는 과정에서 모두 자기 생각에 대해 말하며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해 나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오전이 지나갔다.비서가 하종원에게 열한 시가 되었음을 일깨워주자 하종원이
발신자 화면에 뜬 하성우라는 세 글자가 차우미의 눈에 들어왔다.그제야 차우미는 하성우가 오늘 오지 않은 일이 생각났다.머릿속에 어젯밤 식당 밖에서의 화면이 떠올랐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형수, 지금 회의실에 있어?”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하성우의 목소리는 예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차우미는 앞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저만치에서 벌써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나왔어. 금방 회의실에서 나왔어.”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을 따라갔다.“하하. 그럼 잘됐네. 나 지금 호텔 앞이야. 형수,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말을 마친 하성우는 전화를 끊었다. 심나연이 돌아와서인지 하성우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차우미는 어젯밤 하성우가 도와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차우미는 핸드폰을 치우고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는 금세 1층에 도착했고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차우미는 프런트 데스크 앞에서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하성우를 발견했다.사람들도 하성우를 발견했다. 하성우를 본 하종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하성우가 오늘 오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나상준과 자기 손자를 비교하면 어떻게 봐도 만족스럽지가 않아서였다.소리를 들은 하성우가 이쪽을 바라보며 태양보다 더 눈부신 웃음을 지었다.천성적으로 웃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웃을 때면 주위의 어떤 것들보다도 밝게 빛이 났다.하성우가 바로 천성적으로 웃어야 하는 사람이다.“할아버지, 정국 삼촌 안녕하세요.”하성우가 이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향해 걸어왔다.그런 하성우의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은 전염이 된다. 특히 하성우의 웃음은 더욱 그랬다.활짝 웃는 하성우의 모습에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하종원의 표정도 보기 좋게 풀렸다.진정국이 하성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마침 잘 왔네. 우리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길이야. 성우도 일 끝마쳤으면 함께 갈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하종원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미야, 저 녀석이 잘못하면 나에게 말해. 내가 혼내줄게.”자기 손자 성격을 알고 있는 하종원의 말에 차우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네, 아저씨.”하종원은 차우미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우미가 내 손주 며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속으로 생각을 하던 하종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미에게 예쁘게 말하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마!”차우미의 말에 흰 치아를 들어내고 활짝 웃던 하성우는 하종원의 말에 이내 웃음을 거두며 똑바로 서서 하종원에게 경례했다.“네, 할아버지!”하성우는 아이와 같았다. 어딜 가나 유쾌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표준적인 군인 자세를 하고 있는 하성우를 보며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웃음이 터진 하종원도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열었다.“알았으니까 그만해.”말을 마친 그는 차우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우미야,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네.”하종원은 사람들을 데리고 호텔을 빠져나가 차에 올라탔다.하성우는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한 시름 놓았다.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차우미에게 말했다.“형수, 빨리 가자. 나연이 곧 도착해.”말을 마친 하성우는 차우미와 함께 호텔을 빠져나가 차에 올라탔다.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붕 하는 큰 소리를 내면서 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하성우가 차를 모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안전 손잡이를 꼭 쥔 채 몸을 등받이게 바짝 기대고 두 눈을 꼭 감았다.불안한 그녀는 잔뜩 긴장한듯했다.차들이 많은 곳에 다다르자 차 속도는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하성우가 입을 열었다.“형수, 오늘은 왜 상준이와 함께 있지 않은 거야?”차우미에게 물은 하성우는 도로 상황을 확인한 뒤 차우미를 바라봤다.그러나 차우미를 바라본 하성우는 웃음이 터졌다.“형수, 내 차 탄
“맞아.”“정확하게 말하면 이십 분 뒤에 착륙이야.”하성우는 차우미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그녀는 그를 도와줘야 했고 그는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심각한 상황에 심각해 보이지 않는 하성우를 보며 차우미는 웃음을 터트렸다.“우리가 공항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네.”“나연이보고 기다리라고 하면 되지.”차우미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열시 십몇 분이었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심나연이 십여 분 뒤에 도착한 후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나온다고 해도 십여 분이 걸릴 것이다. 기껏 해봐야 반 시간 정도였다.차도 막히는 상황이라 심나연은 아마 20여 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그러나 하성우가 데리러 오고 있기에 심나연은 기다릴 것이다.심나연은 하성우를 정말 좋아했다.다만...머릿속에 하성우가 조금 전 호텔 로비에서 말했던 여동생이라는 호칭이 떠올랐다.하성우의 마음속에서 심나연은 여동생과 같은 존재였지만 차우미는 하성우가 심나연을 여동생이라고 부르는 걸 처음 들었다.차우미는 하성우의 뜻을 대충 알아차렸다. 하성우는 심나연을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차우미는 어제 하성우에게 한 말에 대해 후회했다.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재난과 굴곡을 겪게 되는데 이때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끼어든다면 그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절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어젯밤에 차우미가 한 말들 때문에 하성우에게 변화가 생겼지만 심나연은 모르고 있었다. 심나연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언젠가는 발생할 일이었지만 차우미 때문에 모든 게 앞당겨 졌고 달라졌다.생각에 잠겨있던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자신이 이렇게 남의 일에 끼어드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차우미는 처음으로 후회했다.차를 몰던 하성우는 차우
차우미를 쳐다보던 하성우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형수,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내가 아까 빨리 몰아서 놀랐어?”차우미의 안색이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뽀얀 얼굴이 자책과 미안함, 후회로 가득했다.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란 하성우가 아까와는 다른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지금 차를 몰고 있지 않았다면 하성우는 바로 차우미 앞으로 달려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무슨 일인지 물었을 거다.관심 어린 하성우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마음속으로 감정을 삭였다.“괜찮아.”그녀는 고개를 들고 담담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이미 벌어진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기에 후회를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되었다. 어젯밤에 하성우에게 한번 말한 거로 됐다. 오늘 다시 말하면 또 한 번 그들 사이에 끼어드는 거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였다. 그 뒤는 하성우와 심나연에게 맡기면 되었다.그들의 인생에 다시는 끼어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 차우미는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있었다.차우미의 이런 모습을 본 적 없었던 하성우는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긴장했다.그러나 다행히도 차우미는 하성우에게 대답을 해줬다.다만 그녀의 대답은 대답을 하지 않은 것과 별반 다름없었다. 앞을 바라보는 차우미의 변화된 표정을 하성우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차우미는 마치 다른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형수가 왜 이러지? 정말 나 때문에 놀란 건가?’당황한 하성우는 방향을 틀어 차를 길옆에 세웠다.곧이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췄고 하성우는 몸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며 큰소리로 외쳤다.“형수!”하성우의 큰 목소리에 차우미는 정신이 번쩍 들며 순간 귀가 윙윙거렸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하성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성우는 조급한 표정으로 자신을
하성우의 말에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성우 때문에 놀란 건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아픈 곳이 없었기에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성우를 달래며 자신이 괜찮다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계속 여기에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그녀는 오후에 출근할 시간도 빠듯했다. 그제야 하성우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려는 생각을 접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다만 이 놀람으로 인해 하성우는 더는 차를 빨리 몰지 않았다.하성우가 지금까지 운전하면서 처음으로 이렇게 진지하고 엄숙하게 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지한 모습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자책했다.‘내가 너무 내 생각에만 빠져 있지 않고 성우 씨도 좀 봤더라면 성우 씨가 이 정도로 놀라진 않았을 텐데.’하성우가 또 다른 생각을 할까 봐 차우미는 더는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 뒤 시간을 확인했다.조금 전의 일로 반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점심시간이 짧지는 않았지만 오후 출근까지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너무 먼 곳에 간다면 그녀는 또 휴가 신청을 해야 했기에 차우미는 심나연과 함께 가까운 곳에서 밥을 먹고 호텔로 다시 일하러 갈 생각이었다.차안은 고요했다.활발하던 하성우가 말이 없자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차우미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하성우가 말이 없자 그녀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차 안이 조용해지자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차우미는 괜찮아했지만 하성우는 많이 불편해했다.시간을 확인한 차우미는 차창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사물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업무에 대해 생각했다.운전하던 하성우는 앞을 바라보다가 수시로 백미러를 확인했다.백미러를 통해 본 차우미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일하면서 생각에 잠겼을 때의 표정과 똑같았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진짜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 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