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평소처럼 세심했다.차우미는 방금 그의 휴대전화 소리를 듣고 이미 고개를 들었다. 그의 말에 따라 앞을 보니 변호사가 보였다.그의 말에 그녀는 시선을 돌려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온이샘은 그녀에게 따뜻하게 웃어주고 다가가 변호사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그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어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나성준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지금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심연처럼 고요해서 사람들을 떨리게 했다.차우미가 입술을 달싹였다."먼저 일 보세요. 제가 가서 변호사와 인수인계해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그녀는 끝내 그날 밤의 일을 말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곤란해한다면 그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무 영향도 없었다.차우미는 말을 마치고 나성준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눈을 돌려 발걸음을 옮겨 나상준의 옆을 지나갔다.그는 그곳에 서서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숨결이 더욱 깊어졌다.하성우는 온이샘의 말을 듣고 웃음을 참으며 돌아섰다.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어리둥절해서 즉시 나성준을 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그의 침착함이었다.'와, 이 와중에 이렇게 끄떡없다니 무슨 수단이라도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그냥... 억지로 버틴다고?'하성우는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하하하... 또 못 참겠어. 하하하!'온이샘과 변호사는 상황을 간략하게 말한 후 차우미에 대해 소개하고 변호사에게 그녀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변호사는 곧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모두 매우 전문적이라고 말했다.차우미와 대화를 마친 변호사가 말했다."네, 이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 제가 책임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차우미 씨에게 직접 연락할게요.""네, 신세를 졌습니다.""괜찮습니다. 그저 차우미 씨와 온이샘 씨가 저를 데리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로 가야 합니다. 제가 경찰에게 자세히 물어볼게요.""자, 이쪽입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온이샘과 함께
"만약 진짜라면 내 이름을 거꾸로 쓰겠어!”그는 차우미의 말 한마디로 나성준이 포기한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분명 계략이 있을 것이었다.그는 항상 계획이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는 지금 매우 알고 싶어 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계단을 올라갔다."급하지 않아.""뭐? 급하지 않다고?”하성우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의심했다.'이럴 때도 급하지 않으면 그럼 언제 급한 거지? 설마 정말 두 사람이 사귄 후에야 뺏기 시작하는 건가?'하성우는 그가 이 사람의 마음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계획을 말해주면 나도 도와줄게.”"방금 내가 형수라고 불렀던 건 온이샘 앞이어서 그런 거야. 온이샘은 분명히 많은 생각할 거 거든. 그들은 절대 순조롭지 않을 거야.”"네 생각을 다 말해봐. 들어보고 어떻게 도와줄지 보자.”"믿을 수 없어, 우리 쪽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데 온이샘한테 빼앗길 수 없지!”사람을 빼앗는 일에 대해 하성우는 매우 자신 있었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두 손을 허리에 짚으며 한바탕 덤벼들 태세로 말했다.나성준은 차 앞으로 와서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괜찮아.”하성우는 운전석에 올라탔고 그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괜찮아?”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했고 심지어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했다.'지금 괜찮다고 한 거야? 확실해? 그럼 전에 한 진심 어린 말은 무슨 뜻인데?'하성우는 차에 타고 있는 나상준을 보고 있자니 그는 조금도 급하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마치 수단이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입을 벌린 채 자신을 진정시키고 차에 타며 말했다."무슨 말이지? 정말로 우리 도움을 원하지 않아?”"정말? 확실해?”그는 분명히 물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고 몇 번이고 반목했다. 나상준은 눈을 돌려 하성우의 충격을 받은 얼굴을 보며 말했다."괜찮아.”"……”하성우는 화가 났다.
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나성준은 없었고 하성우도 보이지 않았다.의외가 아니었다. 그도 그의 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성우도 말이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나상준이 서 있던 곳을 보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안색은 평소와 같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으며 실망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았다. 전이랑 같은 모습이었다.여가현의 말에 의하면 차우미는 결정을 내리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믿었다.두 사람은 경찰서에서 나왔고 온이샘은 근처 식당을 찾아서 택시를 잡은 후, 운전 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다. 곧 차가 떠났다.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2시가 다 되어 점심시간이 지났다. 너무 멀면 더 늦기만 할 뿐 합리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차에 올라타고 온이샘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지금이 1시 50분이니 식사를 하고 호텔에 도착하면 3시쯤이겠네. 호텔로 돌아가서 계속 일해야 돼?" 그는 차우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하지만 그녀는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나상준이 돌아왔으니 직접 얘기를 하고 싶은데. 전화로 얘기해도 괜찮지만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그녀는 미리 메시지를 보내서 나상준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에 보낸 메시지에 지금까지 답장을 안 했으니, 아마 바빠서 잊어버린 듯했다. 그래서 그녀는 하나 더 보내려 했다, 더 미룰 수 없게.그녀가 휴대전화를 들고 나상준에게 소식을 전하려 했을 때, 온이샘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일은 5시에 끝나야 하니까. 돌아가면 3시, 2시간 더 해야 해.""자, 그럼 먼저 식당에 가서 밥부터 먹자.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10분 정도 걸려. 식사를 마치면 호텔로 돌아가자. 호텔에 도착하면 좀 기다려 줘. 줄 것이 있어. 주고 나서 나는 영소시로 돌아갈게.""물건? 무슨 물건?"'전에 평성에서 왔을 때 부모님에게 부탁해서 물건을 가져왔는데 또 뭐가 있지?'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래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예의였다.'선배가 한 일에는 문제가 없어.'차우미는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그래."특산품일 뿐이니까 그녀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번에 회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도 특산품을 사서 선배 가족에게 보내려고 했다. 친구의 선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답례해야 했다.온이샘이 방긋 웃었다."다행이네, 그렇지 않으면 돌아가서 곤란할 뻔했어."그녀가 약간 구부러진 눈매로 온이샘을 쳐다보며 말했다."선배, 영소시 집 주소 줘. 안평시로 돌아가기 전에 선배 가족들에게 물건을 좀 부쳐야겠어."이 순간 그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그래, 지금 줄게."그녀가 이렇게 하면 온이샘은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었다.만약 그가 거절하면 그녀도 거절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휴대전화를 들고 주소를 보내자 차우미가 받아서 저장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안전하게 몰고 식당 문밖에 주차했다.온이샘이 돈을 내고 차우미와 함께 들어가자 곧 웨이터가 와서 그 둘을 데리고 창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웨이터는 두 사람에게 메뉴를 주었다."네가 주문해."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뉴를 펼쳤다. 평소처럼 두 가지 요리를 주문하고 웨이터에게 메뉴를 주면서 온이샘에게 말했다."두 가지 요리를 주문했는데 선배도 두 가지를 주문해." "좋아."그는 메뉴판을 보면서 어떤 요리를 주문할지 보았고 차우미는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나상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휴대폰으로 카톡에 한 마디를 입력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 한 통이 전송되었다."여기요."온이샘이 두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고 메뉴를 웨이터에게 주었다. 건네받은 웨이터가 주문을 확인했다."잠깐만요. 네, 알겠습니다."웨이터가 떠나자 차우미는 막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온이샘이 찻주전자를 들고 차를 따라주며 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물었다."언제쯤 안평시로 돌아가는 거야?"그녀는 잠깐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요 며칠?"원래 그녀의 계획은 내일
다들 일찍 떠났고 나상준과 하성우만 남았다.그들이 금안댁에 도착했을 때, 마침 모두 호텔로 돌아갔다. 곧 2시여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하성우는 모두에게 그와 나상준이 방금 일을 처리하러 가서 점심을 아직 먹지 않았다며 점심을 먹은 후에 호텔로 돌아가 여러분과 함께 일하겠다고 말했다.나상준이 바쁘다는 것은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급하지 않으니 식사부터 하라고 했다.이렇게 모두가 금안댁을 떠났고 하성우와 나상준은 룸으로 돌아와 다시 주문하고 식사를 했다.그러나 경찰서를 떠날 때, 나상준이 도움을 거절한 것이 하성우의 마음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계속 나상준에게 좋지 않고 놀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양훈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서 일은 잘 처리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런 말을 할 때는 그가 듣지 못할까 봐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고 스피커폰까지 켰다.그런데 하필이면 나상준이 진짜 못 들은 것처럼 점심도 천천히 먹고 점잖게 행동했다.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의 안색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성우가 무슨 말을 하든, 전화 속의 양훈이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시종일관 차가웠고 그 모습을 본 하성우는 화가 나서 더욱 불쾌해졌다."회성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를 찾았대. 보아하니 이 차우미를 위해 정말 신경을 쓴 것 같아. 그러면 이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경찰서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서 양훈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성우가 우물쭈물 묻자 양훈이 대답했다."응, 차우미는 변호사에게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법정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어.""정상이야. 그녀의 성격은 분명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을 거야. 하지만 주혜민 쪽은 제가 보기에 좀 번거로워."하성우는 그곳에 앉아 양훈과 통화를 하면서 그 소리 없이 식사하는 나상준을 보았다. 그는 특별히 주혜민을 언급하며 그녀가 번거롭다고 말했지만 나상준도 안색이 여전하여 전혀 그를 보지 않았고 식사 동작도 멈추지 않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응, 늦어도 내일까지는 해결될 것 같아.”긍정의 말이 들려오자 하성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게 확신해?”"응."그는 순간 웃었다. 그때 그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는 맞은편에서 묵묵히 식사하는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어. 만약 정말 주혜민이 막 나온다면, 우리 이분은...""웅웅..."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해 하성우의 말을 끊었다.그가 멈칫하면서 나상준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보았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진동 소리에 이어 익숙한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리자 양훈은 바둑돌을 든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물었다."나상준 돌아왔어?”하성우는 양훈에게 나상준이 돌아왔다는 말도, 지금 그와 함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물음에 하성우는 그가 나상준의 휴대전화 소리를 들은 것을 알고 대답했다."그러니까, 상준이랑 함께 사람 뺏으러 갔는데 뺏지도 못하고 풀이 죽어 돌아왔어.”이 말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목격한 나상준을 비웃는 말이었다. 정말 쓸모없고 너무 답답했다.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이 눈빛은 담담했지만 하성우는 순간적으로 떨었다.그는 흥분해서 빠르게 나상준을 가리키며 말했다."나를 노려보았어! 드디어!”"와! 오는 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내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하고. 그럼 전에 그런 말을 해서 뭐해? 불쌍하기 짝이 없어서 나를 화나게 해! 먹을 것도 못 먹고 마실 것도 못 마셨지만 배가 불러.”하성우가 투덜거리면서 한바탕 떠들어대자 양훈은 이를 깨닫고 물었다."어디야?”"금안댁. 원래는... 뚜뚜뚜뚜...”이 소리를 들은 하성우는 당황했다.'끊겼다고?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러지?'나상준은 냅킨을 들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닦았다. 그는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냅킨을 내려놓고 옆에 울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허영우는 주혜민이 자기에게 했던 말을 나상준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는 다 전한 뒤 더 말하지 않고 나상준의 답을 기다렸다.나상준은 하성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고 하성우가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하성우에게 향해 있었다.그 순간 무언의 압력이 하성우를 감쌌고 심지어 룸 안을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하성우는 식사를 하면서도 밥을 제대로 넘길 수가 없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통으로 일그러진 하성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상준은 입을 열었다.“공과 사는 분명하게 하자.”“알겠습니다.”허영우는 이 한마디만으로도 나상준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 있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꿨다.예전부터 나상준은 응답한 후 바로 전화를 끊었고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다.나상준은 말을 마친 후 핸드폰을 끊으려고 했지만 이때 허영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대표님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이 말을 듣자 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나상준은 손끝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전화기를 집어 귀에 댔다.“무슨 일이야?”“그게 제가 회의하고 있을 때 혜민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응접실에 갔는데 우연히 혜민 아가씨께서 사모님 얘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바로 이때 하성우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시선을 살짝 낮추고서는 입을 열었다.“뭐라고 했는데?”“그때 제가 회의실 밖에서 혜민 아가씨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허영우는 자기가 회의실 밖에서 들은 주혜민의 말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나상준에게 전했다. 모든 걸 전한 뒤 그는 한 마디를 덪붙였다.“혜민 아가씨 혼자서 오셨으니까 아마도 누군가와 전화로 나눈 얘기 같습니다.”“제가 듣고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허영우는 나상준에게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한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상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이때 나상준의 시선이 다시 하성우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더 이상 압박감은 없었기에 하성우는 밥을 먹는 것이
하성우는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더 먹는다고 해도 체할 것만 같았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서는 고개를 들어 불쌍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상준아...”“다 먹었어?”그가 말하자마자 나상준이 그의 말을 잘랐다.‘왜 갑자기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지?’나상준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하성우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다 먹었으면 호텔로 돌아가자.”말을 마친 뒤 나상준은 핸드폰을 들고 일어났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건장한 체격의 나상준이 룸을 떠나자 하성우는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을 할 수나 있겠어?’나상준이 떠나자 하성우는 배가 텅 빈 것 같아도 다급하게 그의 뒤를 따랐다. 자기가 화나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을 화나게 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상준아 무슨 일 있어? 제수씨에 관한 소식을 모두 너한테 보고해야 해?”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나와 차에 탔다.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물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호텔로 떠났다.나상준은 때마침 핸드폰이 울려 그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핸드폰에 읽지 않은 메시지 알림과 동시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차우미]세 글자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지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대답이 없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상준이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성우는 눈을 깜빡였다.‘왜 이러지?’그는 나상준을 바라보다가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가 나상준의 이상함에 그는 입을 열었다.“상준아?”나상준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메시지를 확인했다.차우미: [언제 시간 있어? 우리 얘기 좀 해.]짧은 문장은 3년 동안 질질 끌었던 일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녀의 뜻은 아주 명확하게 그에게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나상준은 눈을 가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