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오늘 밤에 일어난 일, 부가 별장 그날 밤 그리고 소월 식당에서 있은 일, 심지어 그녀가 입원했을 때 일어난 일까지 생각했다.그녀는 소리 없이 생각하고 얼굴에는 진지하고 집중의 표정이었다.오래 있다가 그녀의 눈초리가 움직였고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한 후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오늘 밤의 일은 차우미로 하여금 문제점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그녀와 나상준은 너무 많이 접촉하고 차우미는 나상준을 협조하기 위해 남들로 하여금 여전히 부부인 줄 알게 한다.이건 잘못된 것이다.처음부터 그녀는 이번 이벤트에 나상준이 많이 참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와 많은 접촉이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삼 년의 부부 사이와 두 집안의 우호 관계를 생각해 이혼 사실을 숨기며 협조했다. 오늘 밤이 오기 전까지 그녀는 이 결정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밤 후로 차우미는 그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었고 잘못되였을 뿐만 아니라 문제가 크다는 걸 알았다.그는 이미 주혜민과 만나고 있는데 여전히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이혼 사실을 모르게 하고 있는 건 잘못된 짓이다.나상준이 이렇게 하는 건 그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협조했던 것이다.하지만 하성우가 오늘 밤에 한 일을 주혜민이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까?같은 여자로서 아무리 주혜민이 차우미에게 못된 짓을 했어도 원칙은 원칙이니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면 안 된다.이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이기에 그녀는 허락할 수 없다.때문에 차우미는 내일 나상준과 얘기해 보려고 하고 회성에 일하러 오지 않겠다는 결정을 말하기로 했다.차우미는 그와 너무 많은 접촉을 하기 싫고 서로에게 오해와 복잡한 일을 만들기 싫으며 가족과 친구들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차우미는 마음을 먹고 이 결정을 내렸고 졸음이 빠르게 다가왔고 잠들어 버렸다.밤이 조용히 다가왔다.회성은 연해 도시이기에 바닷바람이 자주 불어 날씨가 항상 맑고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있다. 공기가 맑아 사람 기분을 즐겁게 한다. 차우
높은 빌딩이 눈앞에서 계속 스쳐 지나가고 밝은 빛이 차 창을 뚫고 비치고 그의 눈에도 비친다. 눈에는 감정과 욕망이 없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자세희 보면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고 충랑을 억누르고 있다.차우미는 톡을 보내고 가방과 룸 키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하성우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어제 그들을 호텔로 데려다주고 갔으니 아마도 늦게 자고 늦게 올 것 같다.차우미는 배가 고파 내려가 조식을 먹기로 했다.나상준이 하성우의 연락처를 주지 않아 차우미도 하성준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아마 나상준은 그녀의 연락처를 하성우에게 줬을 것이고 하성우가 호텔로 오면 그녀에게 연락할 것이다. 차우미는 방금 호텔 옆에 아침 먹는 가게가 있는 것을 알아냈고 아침 먹고 호텔로 돌아와 하성우를 기다렸다.차우미는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멈추자 밖으로 나갔다.그때 소리와 함께 하얀 슈퍼카 한 대가 호텔 앞에 멈췄다.차우미가 보자 하성우가 선글라스를 벗고 하얀 이를 보이며 웃었다. 그리고 차 문을 열었다.“형수님, 타십쇼!”그는 선글라스를 들고 찬란하게 웃었고 멋있게 차려입었다. 차우미는 약간 웃겼다.밝은 사람은 항상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오늘 잘 부탁할게요.”차에 오르고 차우미는 웃으며 하성우에게 말했다.하성우는 엑셀을 밟고 운전대를 돌렸고 그녀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형수님,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낯설게 구네요.”“저희 회성 있으면 재밌게 놀게 해드릴 거예요. 계속 그렇게 말하면 저 화냅니다.”잘 웃던 사람이 갑자기 웃지 않으니 정말 무섭다. 하성우 지금 엄숙한 얼굴에 건드리기 어려웠다. 차우미도 하성우의 말이 장난인 건 알지만 하성우는 정말 자신의 친구가 회성에서 잘 놀았으면 한다.그녀도 알고 있었다.“네.”하성우의 웃음이 순간 회복했다.“그렇쵸!”“형수님, 회성에 오셨으니가 너무 사양하지 마세요. 제가 다음에 안평 시에 가면 저도 형수님 제안 사양하지 않을게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네, 좋아요!”
”안되요.”“네?”차우미가 진지하게 답하자 하성우가 멍했다.차우미가 말했다.“과학적으로 많은 일들을 해명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전생과 다음 생이요. 근데 저는 한 생이 끝나면 완전히 끝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생이 있더라도 그건 새로운 시작이죠.”하성우:”......”종종 작은 일도 진지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차우미.하성우의 말은 그냥 뻔하게 예를 들어 말했는데 차우미가 이렇게 진지하게 답하자 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갑자기 하성우는 어젯밤 차 안에서 차우미가 말을 돌린 기억이 떠올랐다.순간 그는 이 형수님이 쉬운 사람 같지 않았다.차우미는 하성우의 반응을 듣지도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박물관에 줄지어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본 후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우리 얼른 가요.”차우미가 먼저 앞서갔고 하성우의 표정이 엄숙해졌다.역시 상준이 그도록 신경 쓰고 좋아하는 이유가 다 있었고 정말 보통이 아닌 점이 있다......차우미는 그들이 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지만 하성우는 그녀를 데리고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안내 직원이 빠르게 그들을 안내하며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그제야 하성우가 말한 회성이 그의 구역이란 말을 이해 했다.회성 박물관은 엄청 크고 정확히 말하자면 하성우가 그녀를 데리고 회성에 제일 큰 박물관으로 왔다.박물관의 토지면적은 삼천 평방미터이고 총 3층이고 회성의 초기 역사, 역대의 전통문화예술과 일부 발굴해낸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이번에 회성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는 흑단 문화를 선전하는 동시에 흑단 문화 박물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 교수님의 뜻은 안평시의 흑단 문화를 회성에 이끌어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안평시 흑단 박물관과 같은 유형으로 디자인하고 건설하는 것이다.하 교수님의 아이디어는 문제가 없다. 필경 새로운 사물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고 많은 형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국이 의견 하나를 제기했다. 그것은 바로 안평 시의 흑
차우미는 펜과 노트를 들고 슥슥 적고 있더니 그의 말을 듣고 말했다.“이건 저의 업무에요.”그녀가 회성에 온 것은 원래 업무를 위한 것이지 놀러 온 것이 아니다.“아......”하성우는 코를 만지고 어쩔 줄 몰라 했다.업무?놀러 온 게 아니라고?차우미도 하성우가 한가한 사람이 아닌 걸 안다. 하 교수님이 그를 철들지 않은 손주라고 하지만 정말로 철이 들지 않았다면 하 교수님이 하성우더러 차우미를 데리고 놀라고 할 수가 없다.차우미가 말했다.“일보러 가세요. 저 혼자도 괜찮아요.”하성우가 바로 말했다.“그건 아니죠. 형수님이 회성에 처음 오는데 어떻게 혼자만 두고 가나요? 그리고 이곳에 많은 물건들을 모르시잖아요. 형수님이 이 물건들에 관심이 많으신 거 같은데 제가 이 구역 전문가로서 무조건 옆에 있어야죠!”차우미가 멈칫하고 펜을 멈추며 하성우를 봤다. “전문 가요?”하성우가 눈을 깜빡 거리며 자신을 훑어보며 의아해했다.“왜요? 안 같아요?”차우미의 시선이 그의 얼굴에서 몸으로 또 핑크색 셔츠, 하얀색 바지와 베이지 구두를 봤고 스프레이를 뿌려 머리카락이 선명하다.엄청 꾸몄고 멋쟁이였다. 특히 도화를 불러오는 눈은 항상 웃고 있다. 딱 봐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먹고 노는 귀공자 스타일 같았다.차우미는 입술을 움찔하며 머리를 저었다.“괜찮네요.”그 말은 직접적이지 않아 상처가 되지 않았고 하성우는 갑자기 웃음이 활짝 폈고 두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웃었다. “형수님 저를 너무 깔보지 마세요. 여기에 있는 물건들 제가 다 조금씩 알아요.”“다른 건 몰라도 이런 오래된 물건과 여자들은 제가 꽤 잘 알아요.”그는 꽤라는 단어를 썼고 다른 과한 표현을 쓰지 않았다.그가 자신의 실력을 낮춘게 뻔했다.차우미는 알았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일 있으시면 저한테 얘기하고 일보러 가세요. 전 괜찮습니다.”“네, 그럴게요.”그러고 차우미는 하성우 보고 가라는 말을 하지 않고 계속 보고 필기를 하며 또 물어보고 있다. 하성
”응.”저음의 소리가 들려왔고 차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저기압이 되었으며 조용해졌다.하성우는 그 소리를 듣고 웃고 있던 눈이 갑자기 일자가 되었다.“업무 끝났어? 같이 점심 먹자!”핸드폰 너머의 답을 듣기도 전에 하성우는 계속 말했다.“나랑 형수님 둘이서 밥 먹게 하려는 거 아니지? 남자랑 여자랑 단둘이 그거 위험한 거야.”차우미는 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아무 반응 아무 표정도 바뀌지 않았다.나상준은 당연히 바빴고 잘못하면 이미 회성을 떠나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차우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성우의 말을 듣고 멈칫하며 머리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하성우는 자신이 말이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활짝 웃었고 아까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차우미는 그 도화를 부르는 눈에 신나는 것을 봤고 정말 담이 크다고 생각했다.핸드폰 넘어로 몇 초 정적이 흐르더니 소리가 들려왔다.“뭐래.”하성우가 멈칫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크게 말했다.“너 회성에 없는 거 아니지?”“뭐야, 뭐 하자는 거야?”뒤에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옆에 차우미가 있다는 생각에 말을 멈췄고 차우미를 봤다. 하지만 차우미는 이미 시선을 돌리고 필기를 보고 있다.하성우는 그 담담한 얼굴에서 실망도 의지도 조금의 기분 변화도 없는 것을 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이러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잖아.”“어젯밤에는 또 그렇게 불쌍한 척하더니 오늘에는 또 입을 싹 닦으면 어떻하자는 거야? 나보고 어떻게 해라는 거지?”“진짜 이러기 있어?”하성우는 나상준의 행동에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고 불쾌하다.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해 도와줬더니 본인이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이 사람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게 맞나?“네가 할 일만 잘하면 돼,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하성우는 말하기조차 싫었고 눈을 희번덕였다“그래!”“네가 말한 거다!”“그럼 앞으로 우리 앞에서 버림받은 사람처럼 굴지 마라!”하성우는 말이 끝나고 바로 차우미에게 말했다.“
그는 나 대표님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예를 들면 지금 공기 속 분위기가 갑자기 변하자 그는 불안해 났다.차가 빠르게 유명한 식당 앞에 멈췄고 하성우는 차우미를 데리고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이곳의 음식을 얘기해 줬다. 이곳이 누추해 보여도 사장님의 솜씨가 일품이라고 알려줬다.차우미는 믿는다. 하성우의 안목과 까다로움을 그녀는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하성우가 좋다면 좋을 것이다.가게 안 사람도 하성우를 아는 듯 빠르게 제일 깨끗한 긴 상에 안내했고 하성우는 메뉴판을 보지 않고 주문했다. 그리고 주의사항을 얘기하고 직원이 떠났다.하성우는 차우미에게 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형수님, 밥 먹고 저랑 재밌는 술집 가요. 걱정 마세요. 상준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는데 제가 단단히 골탕 먹게 할게요.”차우미는 하성우가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았고 정말 나상준을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만약 그녀가 나상준을 도와 이혼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어도 하성우는 이렇게까지 열정적일 필요가 없다.“아니에요. 두 날 동안 다 박물관에 있어야 합니다.”하성우가 넋을 놓았다.“두날이요?”“네, 오늘도 아주 작은 부분만 봤어요. 그걸로는 부족해요. 저는 회성의 역사 문화에 대해 더 전면적으로 알아야 하기에 두 날 동안 다 박물관에서 기록할 거예요.”“이번 회성 이벤트는 엄청 중요하고 하 교수님과 동료 들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때문에 저도 다른 일에 시간을 쓸 수가 없어요. 죄송해요.”하성우도 이해했고 바로 엄숙해졌다.“형수님, 정말 너무 대단하시고 너무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네요. 이래서 우리 할아버지가 그렇게 칭찬했네요.”“그럼 오늘과 내일로 하고 내일 밤에 저랑 놀아요. 어때요?”차우미가 답하기도 전에 하성우가 빠르게 말했다.“이건 거절하면 안 돼요. 우리 회성에 왔는데 매일 박물관에 있으시면 할아버지가 저를 떼리러 올 수도 있어요. 제가 맞았으면 좋겠어요?”“그런 거 아니라면 약속해요.”그는 두세 마디로 차우미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진장혁 [우미야, 너 언제 시간 있어? 내가 지금 다들 시간 알아보고 동창회 시간을 정하려는데 너 언제 시간 가능해? 내가 적어 놓을게.]요 며칠 그룹 채팅이 뜨겁고 항상 톡이 100개를 넘었고 차우미는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이 톡은 진장혁이 개인적으로 보낸 것이고 시간을 확인하니 한 시간 전이다. 차우미는 채팅창을 열고 글을 입력했다.빠르게 진장혁의 답장이 왔다.진장혁 [이렇게 바빠? 그럼 먼저 일봐 내가 확정되면 얘기해 줄게.]차우미는 금방 진장혁에게 회성에서 출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확정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그녀의 뜻은 진장혁이 다른 동창들의 시간에 맞게 스케줄을 안배하고 그녀가 시간이 되면 참석하겠다는 말이다.마지막 톡을 확인하고 차우미가 좋아라고 답장한 후 핸드폰을 내려놓고 오늘의 자료를 정리했다.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튿날 아침. 하성우는 어제처럼 아침 일찍 차우미를 데리고 아침 먹고 박물관으로 갔다.금방 저녁이 되었다.하성우는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형수님, 가요!”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어제보다도 더 기뻐하고 흥분했다.차우미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차에 올라타고 차우미는 오늘 본 물건들과 자료를 생각했고 어제 내용과 정리하자 머릿속에 이미 대체적인 프레임이 짜였다.그녀는 생각에 잠겨 차가 가고 있는 곳을 주의하지 못했고 하성우가 흥분하고 들떠하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측!차가 급속하게 장식이 화려한 유리 대문 앞에서 멈췄고 하성우가 차에서 내린 후 젠틀하게 차우미의 문을 열어줬다.차우미는 이미 시끄러운 차소리에 생각이 끊켰고 주위의 나무, 화초, 계곡에 놀랐고 특히 차 옆의 건물에 멍 때렸다.“이건......”차우미가 차에서 내리고 이 아름다운 전통 스타일에 현대감이 보이는 우아한 건물에 넋을 놓았다.그녀는 이곳이 어딘지 보아 낼 수 없었다.정원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의 시선은 문 앞의 판넬에 옮겨졌고 오동나무의 판넬에 이쁜 서체로
그러나 이런 사람은 매우 책임감 있고 약속을 중시한다.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진정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3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는 차우미에 관해 아주 많이 알게 되었다.그가 말했듯이 그는 여자에게 능숙했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 곧 마중을 나왔다. 중년 여성이다.중년 여성은 차우미를 훑어보더니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아름다운 아가씨?"하성우가 대답했다. "예."중년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에게 말했다. "아가씨, 절 따라오시지요."차우미는 그녀처럼 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적대감이 없었다. 낯선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여자의 미소가 자애롭긴 했지만, 차우미는 경계심을 완전히 놓지 못했다.그녀가 하성우를 바라보았다. "우리 여기 왜 왔어?"그녀가 줄곧 묻지 않았던 이유는 하성우가 먼저 알려주길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하성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성우는 갑자기 차우미를 바라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형수님, 무슨 걱정하는 거예요? 형수님 팔아버리는 것도 아닌데요. 형수님이 우리 상준이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 형수님 다치게 했다간 내가 갈기갈기 찢겨 죽을 걸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혜진 누님 따라가세요."차우미는 하성우에게 더는 캐묻지 못했다.차우미는 혜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인테리어가 아주 럭셔리했다, 경치를 중요시한 배치가 돋보였다. 특히 클래식한 음악이 유유자적하게 흘러나오면서 호수에 흰 안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더벨 스파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혜진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차우미를 데리고 꼬불꼬불한 복도를 지나 향기가 나는 다실에 들어갔다. 다실 안에는 피부관리용 침대가 있었다.그제야 차우미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다.이곳은 스파샵이다.정확히는 럭셔리 스파샵이다.이렇게 꾸며진 내부를 평범한 스파샵과 비교할 수 없었다.차우미는 이곳에 나쁘지 않은 정감이 들었다.'성우 씨가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거지?'갑자기 차우미의 머릿
“우미 씨는 고향이 어디예요?”귀 가까이에 들리는 말소리에 차우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리가 자기의 옆에 앉아 있었다.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흥미진진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유리를 보며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안평 사람이에요.”“아~ 안평 사람이었네요.”유리는 온이샘을 힐끔 봤는데 그의 시선은 다시 차우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그 표정은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었는데 얼굴에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적나라하게 써놓은 것 같았다.유리는 온이샘의 이와 같은 모습을 처음 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유리는 온이샘을 제대로 놀려주고 싶었다.“우미 씨, 그러면 우리 외할아버지가 만드는 아침 메뉴가 무조건 입에 맞을 거예요. 안평시와 노주시의 음식이 비슷하잖아요. 모두 매운맛을 좋아하는데 매운맛과 단맛의 조합도 있고 매운맛과 신맛의 조합은 정말로 사람을 매혹하죠. 우리 이샘 학생도 그런 맛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예전에는 청주 사람이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그 원인을 알 것 같아요. 옆에 있는 친구 때문에 따라서 좋아하게 된 거네요.”온이샘이 차우미를 좋아한다고 그대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 뜻을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아무리 감정에 반응이 느린 차우미라고 해도 이런 직설적인 표현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차우미는 유리가 이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온이샘은 순식간에 귀가 빨개지며 차우미를 보고 나서 약간 심각한 얼굴로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그만해.”온이샘의 눈에는 더 이상 따뜻함이 아니라 차가움이 가득했다.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 있는데 특히 자기도 아직 차우미에게 하지 않은 말은 더더욱 안 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목소리 변화를 느끼고 바라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평소와 너무 달랐고 또 엄숙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뭘 그만해? 내가 무슨 못할 말을 했어? 그럼, 우미 씨 덕분에 이런 음식을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온이샘은 차우미의 호기심 어린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래. 할아버지는 청주 사람이 아니야. 할아버지는 노주 사람이고 할머니가 청주 사람이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청주시에서 가게를 하시는구나.”할머니의 고향에 정착한 것이다.“그래.”두 사람이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유리가 김치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김치 위에 설탕, 고춧가루, 깨소금을 살짝 뿌려서 가져왔다.유리가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우미 씨, 이샘이는 청주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우리집 김치를 엄청 좋아해요. 매번 올 때마다 꼭 이 김치를 찾아요. 이 맛을 잊을 수 없나 봐요.”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저도 김치를 좋아해요.”“그래요? 이런 우연도 있네요. 역시 비슷한 사람끼리 모인다는 옛말이 틀린 거 없네요.”차우미는 자기도 김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더니 순간 머릿속에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대학 다닐 때, 차우미는 학교 식당의 요리가 입에 맞지 않아서 가끔 고향의 음식이 생각났는데 그때마다 부모님이 우편으로 보내주곤 했다.그중에서도 김치는 빼놓지 않았던 음식이다.특히 차우미의 어머니 하선주가 만든 김치는 일품이었는데 매번 김치가 올 때마다 여가현도 같이 먹었다.나중에 여가현과 강서흔이 연애하고 서로 익숙해진 후, 같이 소풍을 갈 때 차우미는 하선주가 만든 김치를 가져가기도 했다.여가현의 말에 따르면 하선주의 김치는 식탁의 영혼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했다.강서흔과 온이샘은 모두 김치가 뭔지도 모르고 먹어 본 적도 없었는데 차우미가 가져온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여가현은 차우미가 김치를 꺼내자마자 무를 집어 강서흔의 입어 넣었는데 강서흔은 순식간에 독약을 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맛을 보더니 음미하기 시작했다.반면 온이샘은 스스로 무를 입에 넣고 맛을 느꼈다.필경 고향 음식이기도 하고 또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차우미는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때문에 온이샘이 스스로 집어 들자, 반응이 어
“할아버지, 말씀하신 물건을 모두 사 왔어요. 그리고 마침 친구를 만났는데 특별히 할아버지가 만드신 아침을 먹으러 왔대요.”가게 안에는 머리가 백발이고 체구가 날씬하며 기운이 넘치는 할아버지가 국수를 건지고 있었다.유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리더니 유리 뒤에 있는 온이샘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샘이 왔구나. 얼른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이게 얼마 만이야.”온이샘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가게에 아침 먹으러 다녀갔기에 유리의 할아버지는 온이샘을 한 번에 알아보았다.온이샘도 진작에 유리가 결혼해서 일남일녀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알고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들어가서 할아버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할아버지는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온이샘이 데리고 온 차우미를 보더니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샘아, 너의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거야? 너무 예쁘구나. 두 사람 잘 어울려.”온이샘이 여러 차례 아침 먹으러 다녀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를 데리고 왔기에 할아버지는 여자 친구일 거라고 생각했다.할아버지의 말에 온이샘이 서둘러 해명하려고 할 때 유리가 먼저 말했다.“할아버지,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래요. 우미 씨가 쑥스러워하니까 그런 오해는 하지 마세요.”원래는 괜찮았는데 유리의 말을 듣자, 차우미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얼굴이 얇았다.“어? 아니야? 이샘이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여자 아이니까 나는 그런 줄 알았지.”“그만 보시고 면이나 마저 하세요. 계속 얘기하시다가 우미 씨가 도망이라도 가면 이샘 학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요.”말하면서도 유리의 손은 멈추지 않았는데 온이샘과 차우미에게 수저를 준비해 주고 또 육수 두 그릇을 가져왔다.“얼른 앉아. 이건 육수인데 따뜻하게 우선 마시고 있어.”육수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유리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차우미의 약간 붉어진 얼굴을 보는 온이샘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 찼다.
”그래.”차우미는 가방과 양산을 온이샘에게 넘겨주고 바닥에 물기가 없을 때까지 열심히 닦은 다음 더러워진 휴지를 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그때 줄곧 앞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여인이 말했다.“쓰레기는 우리 집에 가서 버려요.”차우미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녀는 온이샘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온이샘, 가자. 우리 외할아버지 가게 기억하지?”그 여인은 온이샘이 바로 그때 자기를 도와주었던 혈기 왕성한 소년 중의 한 명임을 알아봤다.온이샘도 그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누구인지 알아봤다.바로 그때 도와줬던 유리였다.유리가 웃는 걸 보고 온이샘도 웃었다.“당연히 기억하지.”이어서 차우미를 보며 소개했다.“이 친구가 바로 조금 전에 내가 말했던 유리야.”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차우미라고 해요.”유리는 차우미의 부드러운 얼굴과 선명한 눈매, 그리고 입가의 매력적인 미소를 보더니 너무 얌전해 보여서 막 괴롭히고 싶었다.유리는 즉시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온이샘의 중학교 동창이고 유리라고 해요.”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이제야 여자 친구를 보여주는 거야. 네 여자 친구 얼굴 보기 쉽지 않네.””온이샘은 차우미의 반응을 의식하며 즉시 해명했다.“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야.”이런 일은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차우미에 대해서는 더더욱 한치의 오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유리는 온이샘이 차우미를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하고 긴장하며 보호한다는 것을 느꼈다.이런 온이샘은 유리도 좀처럼 본 적이 없다.유리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온이샘을 보더니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으며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그냥 친구였구나. 나는 또 여자 친구인 줄 알았잖아. 하긴 넌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 곁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 친구들은 네가 지금까지도 여자 친구는 물론이고 여성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이샘이 눈을 뜨고 있었다.그는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 그녀의 눈에서 걱정과 불안함을 보았고 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도 명확히 볼 수 있었다.너무 선명하고 유일무이했다.온이샘의 심장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진동이 심했다.차우미는 맑은 샘물에 빠진 것 같았는데 샘이 어찌나 맑은지 그 안에 있는 수초, 돌덩이, 작은 물고기들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온이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마음속의 깊은 사랑이 모두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녀를 향해 솟구쳤다.차우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의 두 눈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온이샘의 두 눈에 그녀가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다른 기운에 의식도 되찾았다. 그때 서야 그녀는 자기가 아직도 온이샘의 품에 있고 온이샘의 팔이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차우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차우미가 움직이려고 할 때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그 목소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는데 그 외 예상치 못한 충격도 포함되어 있었다.차우미가 돌아서서 뒤에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많아 30대로 보이고 어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소탈한 성격의 소녀 같았다.순식간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온이샘의 이야기 속에 있던 친구 유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인은 차우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온이샘의 팔에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서둘러 온이샘을 밀어냈다.그제야 온이샘은
차우미는 이런 인간미가 넘치는 거리는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활기차고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안전하게 미끄러운 골목을 벗어나자, 그때에야 손을 거두었다.그때 그녀가 멍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차우미만 옆에 있으면 웃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그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 순간에 만족했다.“어때? 이런 곳은 오랜만이지?”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그러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어.”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여가현과 같이 또 가끔은 서혜지와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특히 이렇게 인간미가 넘치고 너무나도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곳은 정말 처음이다.“잘됐네. 네가 와 봤다면 재미없을 거잖아.”온이샘은 차우미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고 싶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저기 앞에 있으니 얼른 가자.”“알았어.”온이샘은 앞에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고 차우미는 여전히 양산을 쓰고 뒤를 따라갔다.다만 미끄러운 골목길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여 길에만 주의하지 않고 양쪽의 가게들을 구경하며 온이샘이 말한 아침 식사 가게가 어디일지 생각했다.차우미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나무 간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주가반점이라고 씌여 있었다.차우미가 말했다.“혹시 저기 주가반...”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양산도 따라 기울었다.온이샘은 비록 앞에서 걷고 있었지만 줄곧 차우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넘어질 무렵 신속하게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조심해!”그는 차우미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가 이제야 자기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믿어주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차우미는 자기의 질문이 어디가 잘못돼서 온이샘이 웃는지 생각하며 의아해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멍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그가 싸웠다는 말에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래. 같은 반 친구를 도와야 해서 싸운 거야.”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선배도 싸울 줄 아네.”차우미의 눈에 온이샘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며 이성을 가지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지 절대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말했다.“왜, 놀랐어?”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놀란 건 아니고 조금 의외여서. 나는 선배가 절대 싸움질 하는 사람 같지 않았거든.”온이샘이 웃었다.“그때는 어렸고 지금과는 상황도 다르잖아.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모두 뛰어갔고 게다가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커서 친구를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상황이었구나.”“그래,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온이샘의 설명을 듣고 차우미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때 당시 모두 나이가 어렸고 청소년이니 많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차우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살피며 걸어갔다.“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온이샘은 차우미가 평정심을 회복하자 눈을 지그시 뜨고 뒤를 따랐는데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벌려서 차우미를 보호하며 걸었다.“혈기 왕성했던 우리가 미세한 차이로 이겼어. 비록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며 골목에 앉아 같이 웃었어. 우리가 도와준 친구의 이름이 유리였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골목길 맨 끝에서 아침 식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 유리는 우리를 거기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처리
차우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양쪽의 건물과 도로 표지판,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주변을 구경하였고 온이샘은 예전에 이곳에 놀러 왔던 이야기들을 했다.그는 예전에 친구들과 같이 여기에 와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차우미는 차 안에 있을 때처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온이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무후문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골목거리는 매우 외진 곳이었는데 거의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양쪽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성벽이었는데 도색도 되지 않아 벽 모서리의 가장자리에는 이끼층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았는데 낮에는 괜찮아도 밤에 다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약간 놀라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발 아래 길은 청색 돌길이었는데 어젯밤에 내린 비에 돌판들이 아직도 젖어 있었다.골목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습했던 것이다.차우미는 넘어질까 봐 고개를 숙이고 길을 보며 조심조심 걸었다.이런 길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온이샘은 차우미가 걷는 모습마저 너무 귀여워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여기는 아는 사람이 적어서 많이들 오지 않아. 여기 주변에 사는 사람과 나와 같은 극소수의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야.”온이샘은 말하면서 슬그머니 차우미의 가까이로 가더니 그녀의 뒤에서 손을 벌리고 넘어지려고 할 때 바로 부축할 수 있게 준비했다.사실 온이샘은 어젯밤에 비가 내린 줄도 몰랐고 이 길이 이렇게 습해서 미끄러울 줄은 더더욱 몰랐다.그가 차우미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자기가 걸었던 길을 그녀와 함께 걷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온이샘도 도착해서 이렇게 미끄러운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차우미가 넘어지지 않게 보호하려고 신경을 썼다.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시간은 어느새 9시가 되어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졌는데 양산이 차우미의 머리 위를 가리는 순간 햇빛과 단절되어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 양산의 공로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온이샘의 공로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여름 바람이 살살 불면서 그의 몸에서 풍기는 치자꽃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감쌌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그냥 해.”온이샘은 양산 손잡이를 꼭 잡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는데 새하얀 피부에 버들잎 같은 눈썹을 보자마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양산은 태양의 뜨거움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햇빛도 막아서 차우미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마저 잘 보였다.온이샘이 마음아파하며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어?”“왜?”차우미는 온이샘의 난데없는 질문에 의아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다크서클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심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아.”차우미도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볼 때 봤었다.그녀는 밤에 늦게 자고 수면 시간이 짧기만 하면 다음 날에 곧바로 다크서클이 나왔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그나마 조금은 괜찮았었다.지금 컨디션도 좋고 졸리지도 않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온이샘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차우미는 눈을 만지며 말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그래. 혜지 씨가 관강동 별장에 예은이 데리러 왔는데 그때가 밤 10시였거든, 그리고 상준 씨와 얘기를 조금 하느라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차우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속이지 않고 온이샘에게 이야기했다.온이샘은 그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속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선명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했다.온이샘의 눈에는 온통 차우미로 가득 찼다.“그럼, 아침 먹고 호텔로 데려다 줄 거니까 한잠 자. 점심때 되면 연락할 테니 같이 식사하고 오후에 안평으로 가자.”온이샘은 차우미의 일이 끝나서 이제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일 일이 없으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