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 [자?]차우미가 시간을 확인하자 9시 37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차우미는 채팅창에 빠르게 타자하고 답장을 보냈다.온이샘은 금방 일을 끝내고 집에 도착했고 그동안 매일 차우미랑 연락했기에 그녀가 바쁜지도 알고 차우미가 그를 만나러 가지 못했다.하지만 괜찮았고 차우미가 못 오면 온이샘이 올수 있다.그녀에게 약을 챙겨주거나 물건을 챙겨주는 등, 온이샘은 그녀와 가까이할 방법이 있다.그가 원한다면.그저 온이샘이 차우미를 보러 오면 저녁이다. 그녀는 낮에 집에 없고 하 교수랑 밖에 나갔으며 저녁에도 밥을 먹고 돌아온다. 그리고 밥을 먹고 돌아오면 늦어지고 온이샘이 차우미를 만났을 때 몇 마디 밖에 못하고 떠나야 한다.그럼에도 그는 즐겼다.차우미 [아니.]그 두 글자를 보고 온이샘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또 톡을 보냈다.온이샘 [통화 가능해?]차우미는 온이샘의 톡을 보며 그의 뜻을 알았다. 그녀는 화면을 슬라이드하고 주소록을 열어 온이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동안 선배는 매일 그녀의 손 상황을 관심했고 흉터나지 않게 가끔 약을 가져다줬다.하필 그녀가 매일 늦게 돌아와 선배가 오래 있지 못하고 가버린다. 선배는 그녀가 이일로 늦게 잤으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배는 매일 고생하게 된다.온이샘이 이렇게 왕복으로 길에서 두 시간을 써가고 그녀를 몇 분 잠깐 만나고 가는 이유를 그녀는 잘 알았다.사람 마음도 살로 만들어진 것이라 선배가 잘 해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걸려오는 전화를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그는 전화를 받고 키를 현관에 올려놓고 걸어 들어갔다.“집에 도착했어?”온이샘의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 마음이 평온해진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아니, 밖에 있어.”온이샘이 물을 마시려고 하다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밖에 있어?”말을 하며 핸드폰을 보자 열시가 거의 된다.평일 이 시간때면 그녀는 자야 하기에 항상 집에 있었다.“응, 일이 있어서 늦어졌어.”온이샘은 주전
그동안 두 사람이 오래 함께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 처음 봤을 때의 어색함이 사라졌다.온이샘은 이미 차우미의 세상에 들어갔으나 그녀의 마음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그는 마음속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노력해서 평정심을 찾은 후 말했다.“좋아.”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내일 아침에 하 교수님이 회성으로 돌아가시면 시간이 있으니까 보러 갈게요. 언제 시간 돼요?”그녀가 또 적극적으로 말을 꺼냈고 온이샘의 억누른 마음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러자 그의 눈빛이 반짝거리렸다.“점심, 점심에 돼?”“되지.”“그...... 그럼 내일 도착하면 전화해 줘.”말을 하고 생각하고 계속 말했다.“내가 데리러 갈까? 나.......”말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일이 생각난다. 그는 내일 시간이 있어서 못 간다.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차우미는 온이샘 목소리의 멈칫을 듣고 평시의 차분함은 없고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선배, 내가 찾으러 갈게. 나 내일 시간 있어.”한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소리, 말 그리고 표정 변화 하나에 따라 반응이 더 격렬해진다.이런 느낌을 지금의 온이샘에게 더 깊게 느낀다.폰 너머로 그녀가 달래 주는 목소리에 웃음이 들리자 온이샘의 마음이 차분해졌고 불안함이 없어졌다.“그래.”조용한 밤에 설렘이 자라 나기 시작했고 사람의 마음을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고 용기가 생겨나게 만든다.온이샘과 차우미의 통화가 끝나고 그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마음이 여전히 뜨거웠고 더 뜨거워졌다.온이샘은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그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그녀와 남은 긴 인생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시간이 갈수록 마을의 밤은 더 어두워졌고 백야의 소음 소리가 살아지고 개구리울음소리만 선명하게 요란하게 들렸다.오렌지빛 가로등 아래에서 차우미가 베이지색 니트와 연청 데님 바지를 입고 하얀 가방을 메고 서 있었다.그녀는 폰을 들고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눈도 반달 모양이 되었다. 오렌지색 필터와 맑은 빛이 그녀를 감싸 안았고 웜톤의 사진처
달빛 아래 천 년 역사의 마을이 세월이라는 사포에 감싸졌고 모든 것이 몽롱하고 멀게 느껴졌다.검은색의 벤츠가 길가에 세워져 있고 등이 켜져 있으며 시동을 끄지 않았다. 밤하늘에 큰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냈다.나상준이 차 문을 닫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그는 진회색의 셔츠과 같은 컬러의 정장 바지 발에는 빛나는 구두를 신고 외투를 팔에 거쳐 은은하게 명품시계가 보였다.차우미는 눈을 깜빡거리며 다가갔다.“왔어?”나상준 앞에 멈춰 눈빛이 맑았다. 방금 전 온이샘과 통화할 때의 웃음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보통 친구에 대한 예의와 거리감이 느껴진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봤고 마치 그의 옆에 선을 긋고 누구도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응.”차우미는 눈앞의 나상준의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은은하게 느꼈다. 하지만 너무 정확하지 않아 자신이 잘못 느낀 줄 알았다.그녀의 인상 속에 그는 종래로 화를 내 거나 분노한 적이 없었다.“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나상준이 차우미를 기다리라고 한 건 꼭 일이 있을 것이다.나상준이 말했다.“나 아직 밥 못 먹었어.”차우미가 멈칫했다. 밥을 안 먹은 거면 비행기에서 바로 온 것이다.“비행기에서 금방 내렸어?”“응.”“그럼......”차우미는 주위를 돌아봤다. 마을에 먹을 것은 많았으나 이 시간 때에 다 문을 닫았고 저녁 식사를 할 가게는 열려 있었다.차우미는 불이 켜진 식당을 보며 말했다.“그럼 월이 식당 가서 먹으면서 얘기해.”그녀는 금색으로 빛을 낸 나무 판넬을 가리켰고 달빛 아래에서 판넬이 더 빛났다.“응.”응만 몇 번씩 말하자 그녀가 알던 나상준이 같지가 않고 기분이 상한 것 같다.왜 기분이 상했는지 차우미도 알 수 없었다.“그럼 들어가자.”두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갔고 차우미가 직원에게 몇 시에 영업을 끝내는지 물었고 새벽 두 시라는 답장을 들었다.다행히 영업 끝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차우미도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룸을 찾아 나상준과 앉았다.직원은 메뉴를 갖고
그녀는 생선구이를 주문했고 신선하며 냄새도 나지 않고 그의 입맛에 잘 맞았다.“응.”나상준은 젓가락으로 생선 한 조각을 그녀의 그릇으로 짚어줬다. 차우미는 멍하더니 말했다.“난 먹었어. 네가 먹어.”그녀는 야식을 먹는 습관이 없기에 저녁식사로 충분하다.그와 같이 밥 먹으로 온 것도 나상준을 먹게 하기 위해서다.나상준은 또 생산 한 조각을 짚고 자신의 그릇에 넣었다.“더 먹어.”차우미는 입을 움찔하고 그가 짚은 생선을 보고 테이블 위의 요리를 보고 젓가락을 들었다.나상준은 여전히 그날 밤 부가 별장에서처럼 그녀에게 요리를 짚어줬다.차우미는 약간 이상했다. 그날 밤 부가 별장에서 하 교수님이 있었고 그렇게 했지만 지금은 하 교수도 없고 둘뿐인데 그는 왜 이럴까?게다가 옛날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그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가 짚어준 요리를 천천히 먹으며 차우미는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나상준이 다 먹고서까지 차우미는 합리한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다.“내일 우리 회성 가자.”젓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를 입을 닦은 후 저음의 목소리가 차우미 귀에 들렸다.차우미는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 세날 뒤로 결정했는데 지금 갑자기 시간 바꾼 건 무슨 문제가 생겨서 인가?그러나 오늘 밤 진 아저씨가 떠날 때 시간 바뀐다는 말도 없었다. 근데 나상준이 오자 시간이 바뀌고 무슨 변동이 생긴 건가.차우미는 생각하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문제가 생겨도 미리 준비할 수 있다.“어디 문제가 생겼어?”“아니.”나상준은 티슈를 내려놓고 그녀를 봤다.“우리 미리 가는 거야.”미리, 우리, 단둘이? 둘이서 미리 갈 필요가 뭐가 있어?차우미는 생각지 못했고 더 의아했다.“내가 가서 뭘 해야 돼?”나상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의아함, 궁금함 그리고 진정성이 똑똑히 쓰여있다.“너를 데리고 만나야 할 친구가 있어.”차우미는 할 말이 없었다.친구를 만난다니 무슨 친구. 하지만 이번 이벤트 연관 사람 말고 그녀는 떠오
어두움이 계속 짙어져가고 고요함이 퍼지고 있다. 차가 밤중에 평온하게 주행하고 창밖에 바람 소리가 지나갔다.차는 마을을 떠나 고속도로로 진입해 속도가 빨라졌고 차 안은 조용하다.차우미는 눈을 감고 머리를 창문 쪽으로 기댔으며 호흡이 약하고 잠잠하다.차우미가 잠들었다.평일 이 시간에 그녀는 이미 잠들었다.나상준은 전방의 어두움을 바라보고 옆 사람의 호흡소리를 들으며 손을 움직인다.갑자기 차가 유턴하고 나상준 쪽으로 틀었다. 차우미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나상준에게 기댔다.차우미도 느끼고 몸을 조금 움직이고 자세를 바꿨다. 차가 다시 평온해지자 또 잠들어버렸다.그러나 창문에 기댔던 유턴으로 인해 머리가 나상준 쪽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녀는 나상준에게 기대지 않고 여전히 목베개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이쪽은 반대편보다 불편했고 그녀도 넘어질 듯 비틀했으나 잠결에 스스로도 몰랐다.나상준의 손이 멈췄다.창밖이 가로등이 차를 스쳐가고 나상준의 눈도 그 빛들로 인해 더 깊어졌다. 그는 머리를 돌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봤다.창밖은 밝았고 차 안은 어두웠다. 가로등 불빛이 가끔 차우미의 얼굴에 비쳤고 긴 속눈썹, 오뚝한 코날, 핑크빛 입술이 더 돋보였다.차우미는 조용한 것을 좋아했고 내성적이라 잠들었어도 조용했다.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차우미는 차분하게 열심히 침착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거 같았다. 나상준은 그녀를 오랫동안 지긋이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댔다.차우미는 은연중에 자신이 어디에 기댄 걸 느꼈고 차갑고 단단했다. 그러나 전보다는 편했기에 기대고 머리를 움직여 편한 자세를 하고 계속 잤다.나상준은 움직이는 그녀의 속눈썹을 보고 조용했다. 그녀의 숨결은 매우 가볍고 따뜻하게 그의 몸에 닿았고 그는 그녀의 평온하고 고요한 숨소리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나상준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고 다시 앞의 어둠운 밤을 돌아 봤다.온이샘은 씻고 서재로 들어갔다. 그동안 확실히 바빠서 매일 밤 야근했다.하지만 오늘 밤은
확대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시선을 끌었다.그는 바로 그녀 곁에서,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그의 얼굴에 키스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정적이면서도 암울한 눈빛으로 한참 멍해 있던 차우미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자신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잤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했다. "미안해."말을 마친 그녀는 차 문쪽으로 가서 그와 거리를 두고 창 밖의 경치를 보았다.모퉁이만 돌면 아파트 단지였다.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스크린이 켜지고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도착했어?]벌써 11시 42분이었다, 12시가 다 되도록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문자에 답장했다.[아파트 아래층이야.]평소라면 차우미가 그에게 문자를 하겠다고 한 뒤, 온이샘은 먼저 그녀에게 문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여태 집에 돌아오지 않은 그녀가 걱정되어 먼저 문자를 한 것이다.온이샘도 그녀가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안도했다."다행이네, 일찍 쉬어. 내일 봐."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답장을 할 때 즈음, 차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온이샘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한 차우미는 알겠다고 답장을 한 뒤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차가 평온하게 멈추고 차우미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내일 티켓을 예약하면 나한테 알려줘."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흩어졌고 나상준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차우미는 어두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점점 심연처럼 어두워지는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던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플래시 등이 전방을 환히 비춘 덕분에 그녀는 가방을 고쳐 매고 어두컴컴한 복도까지 무사히 걸었다. 이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 "출발해.""예."운전기사가 핸들을 돌렸고 차는 커브를 돌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나상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차우미의 손은
"그래, 재밌게 놀아."하 교수도 차우미에게 회성에 가서 잘 놀라고 했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회성으로 향했다.젊은 사람들끼리 여유롭게 즐기면서 노는 것도 일종의 재미였다.전화를 끊은 차우미는 곧 채소가게에 가서 채소를 사서 찌개를 끓였다. 점심에 직접 요리를 해 온이샘에게 가져갈 생각이다. 그간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온이샘의 기력을 보충해줄 계획이다.아침을 먹을 때 차우미는 부모님에게 오늘 회성에 가는 일을 말하였다. 차동수와 하선주는 놀라지 않았다, 회성에 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틀이 앞당겨 졌을 뿐, 변하는 것은 없었다.하선주는 차우미의 손이 걱정되어 그녀를 도와 짐을 싸주었다. 그리고 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올 때쯤, 하선주도 그녀의 캐리어를 정리했다."회성 연해는 일교차가 심해, 외투 두벌 넣었으니까 추우면 입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캐리어에 넣었어." 하선주는 그녀의 캐리어를 거실로 옮겼다."엄마, 고마워."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오자, 하선주는 궁금하다는 듯 재료를 살펴봤다. 안에는 고기와 채소가 많이 있었다.하선주가 얼른 물건을 받아들며 말했다. "엄마가 도울게.""음."차우미는 하선주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온이샘을 위한 요리를 한다고 하선주에게 알렸다. 부모님은 극도로 찬성했다.다만 차우미가 손에 물을 묻히는 일은 하지 못하게 했다.그래서 하선주가 그녀가 사온 채소를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엄마가 씻을 테니까, 넌 칼질만 해. 어때?"하지만 온이샘을 위한 요리였고 자기가 직접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차우미가 말했다."아니야, 여기 장갑도 있어.안 도와줘도 돼. 내 걱정하지도 말고." 하선주는 젊었을 때 제약공장에 다녔다. 20여 년을 다녔다. 그 후 1년 동안 갑자기 몸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고 갑자기 뼈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직업병이 생겼고, 젊은 사람보다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애초에
나상준이 문자를 보냈다. [5시 10분.]짤막하게 용건만 보냈다.곧 5월이었고 저녁 5시라 할지라도 여전히 밝을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공항에 갈 생각이었다. 때마침 그가 저녁에 회성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내왔고 차우미는 오후 세시쯤 공항으로 향했다.차우미는 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는 하선주에게 연락해, 요리를 다 했으니 식사하러 오라고 했다.통화를 마친 그녀는 도시락통이 든 쇼핑백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내로 차를 몰았다.시내까지 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가면 그가 도착하는 시간과 얼추 겹칠 것 같았다. 빠듯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었다.온이샘은 학교의 주소를 차우미에게 보냈다. 평성 대학교는 청주 대학교보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순위 10위권에 드는 명문대였다그녀는 안평 주민은 그녀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한 시간 뒤, 안평 대학교 밖에 주차한 그녀가 온이샘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쇼핑백을 들고 입구에 가서 기다렸다.마침 12시였고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떠들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차우미는 옆으로 비켜서 온이샘이 나오길 기다렸다."지잉- 지잉"휴대폰이 짧게 진동했고, 문자가 왔다.차우미가 문자를 확인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줘."이미 수업은 끝났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차우미가 알겠다고 문자를 한 뒤 계속해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군가 다가왔다. "차... 우미?"차우미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학교 입구에는 피부가 가무잡잡한 각진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과 짙은 눈썹, 커다란 눈을 가진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남자를 뚫어지라 바라볼 때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진짜 차우미네!"환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차우미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한 기분이 들었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이샘이 눈을 뜨고 있었다.그는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 그녀의 눈에서 걱정과 불안함을 보았고 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도 명확히 볼 수 있었다.너무 선명하고 유일무이했다.온이샘의 심장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진동이 심했다.차우미는 맑은 샘물에 빠진 것 같았는데 샘이 어찌나 맑은지 그 안에 있는 수초, 돌덩이, 작은 물고기들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온이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마음속의 깊은 사랑이 모두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녀를 향해 솟구쳤다.차우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의 두 눈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온이샘의 두 눈에 그녀가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다른 기운에 의식도 되찾았다. 그때 서야 그녀는 자기가 아직도 온이샘의 품에 있고 온이샘의 팔이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차우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차우미가 움직이려고 할 때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그 목소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는데 그 외 예상치 못한 충격도 포함되어 있었다.차우미가 돌아서서 뒤에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많아 30대로 보이고 어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소탈한 성격의 소녀 같았다.순식간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온이샘의 이야기 속에 있던 친구 유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인은 차우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온이샘의 팔에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서둘러 온이샘을 밀어냈다.그제야 온이샘은
차우미는 이런 인간미가 넘치는 거리는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활기차고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안전하게 미끄러운 골목을 벗어나자, 그때에야 손을 거두었다.그때 그녀가 멍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차우미만 옆에 있으면 웃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그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 순간에 만족했다.“어때? 이런 곳은 오랜만이지?”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그러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어.”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여가현과 같이 또 가끔은 서혜지와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특히 이렇게 인간미가 넘치고 너무나도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곳은 정말 처음이다.“잘됐네. 네가 와 봤다면 재미없을 거잖아.”온이샘은 차우미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고 싶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저기 앞에 있으니 얼른 가자.”“알았어.”온이샘은 앞에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고 차우미는 여전히 양산을 쓰고 뒤를 따라갔다.다만 미끄러운 골목길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여 길에만 주의하지 않고 양쪽의 가게들을 구경하며 온이샘이 말한 아침 식사 가게가 어디일지 생각했다.차우미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나무 간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주가반점이라고 씌여 있었다.차우미가 말했다.“혹시 저기 주가반...”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양산도 따라 기울었다.온이샘은 비록 앞에서 걷고 있었지만 줄곧 차우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넘어질 무렵 신속하게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조심해!”그는 차우미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가 이제야 자기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믿어주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차우미는 자기의 질문이 어디가 잘못돼서 온이샘이 웃는지 생각하며 의아해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멍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그가 싸웠다는 말에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래. 같은 반 친구를 도와야 해서 싸운 거야.”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선배도 싸울 줄 아네.”차우미의 눈에 온이샘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며 이성을 가지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지 절대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말했다.“왜, 놀랐어?”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놀란 건 아니고 조금 의외여서. 나는 선배가 절대 싸움질 하는 사람 같지 않았거든.”온이샘이 웃었다.“그때는 어렸고 지금과는 상황도 다르잖아.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모두 뛰어갔고 게다가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커서 친구를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상황이었구나.”“그래,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온이샘의 설명을 듣고 차우미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때 당시 모두 나이가 어렸고 청소년이니 많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차우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살피며 걸어갔다.“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온이샘은 차우미가 평정심을 회복하자 눈을 지그시 뜨고 뒤를 따랐는데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벌려서 차우미를 보호하며 걸었다.“혈기 왕성했던 우리가 미세한 차이로 이겼어. 비록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며 골목에 앉아 같이 웃었어. 우리가 도와준 친구의 이름이 유리였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골목길 맨 끝에서 아침 식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 유리는 우리를 거기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처리
차우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양쪽의 건물과 도로 표지판,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주변을 구경하였고 온이샘은 예전에 이곳에 놀러 왔던 이야기들을 했다.그는 예전에 친구들과 같이 여기에 와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차우미는 차 안에 있을 때처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온이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무후문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골목거리는 매우 외진 곳이었는데 거의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양쪽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성벽이었는데 도색도 되지 않아 벽 모서리의 가장자리에는 이끼층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았는데 낮에는 괜찮아도 밤에 다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약간 놀라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발 아래 길은 청색 돌길이었는데 어젯밤에 내린 비에 돌판들이 아직도 젖어 있었다.골목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습했던 것이다.차우미는 넘어질까 봐 고개를 숙이고 길을 보며 조심조심 걸었다.이런 길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온이샘은 차우미가 걷는 모습마저 너무 귀여워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여기는 아는 사람이 적어서 많이들 오지 않아. 여기 주변에 사는 사람과 나와 같은 극소수의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야.”온이샘은 말하면서 슬그머니 차우미의 가까이로 가더니 그녀의 뒤에서 손을 벌리고 넘어지려고 할 때 바로 부축할 수 있게 준비했다.사실 온이샘은 어젯밤에 비가 내린 줄도 몰랐고 이 길이 이렇게 습해서 미끄러울 줄은 더더욱 몰랐다.그가 차우미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자기가 걸었던 길을 그녀와 함께 걷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온이샘도 도착해서 이렇게 미끄러운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차우미가 넘어지지 않게 보호하려고 신경을 썼다.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시간은 어느새 9시가 되어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졌는데 양산이 차우미의 머리 위를 가리는 순간 햇빛과 단절되어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 양산의 공로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온이샘의 공로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여름 바람이 살살 불면서 그의 몸에서 풍기는 치자꽃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감쌌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그냥 해.”온이샘은 양산 손잡이를 꼭 잡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는데 새하얀 피부에 버들잎 같은 눈썹을 보자마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양산은 태양의 뜨거움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햇빛도 막아서 차우미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마저 잘 보였다.온이샘이 마음아파하며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어?”“왜?”차우미는 온이샘의 난데없는 질문에 의아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다크서클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심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아.”차우미도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볼 때 봤었다.그녀는 밤에 늦게 자고 수면 시간이 짧기만 하면 다음 날에 곧바로 다크서클이 나왔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그나마 조금은 괜찮았었다.지금 컨디션도 좋고 졸리지도 않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온이샘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차우미는 눈을 만지며 말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그래. 혜지 씨가 관강동 별장에 예은이 데리러 왔는데 그때가 밤 10시였거든, 그리고 상준 씨와 얘기를 조금 하느라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차우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속이지 않고 온이샘에게 이야기했다.온이샘은 그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속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선명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했다.온이샘의 눈에는 온통 차우미로 가득 찼다.“그럼, 아침 먹고 호텔로 데려다 줄 거니까 한잠 자. 점심때 되면 연락할 테니 같이 식사하고 오후에 안평으로 가자.”온이샘은 차우미의 일이 끝나서 이제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일 일이 없으니 마음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조금 전에 호텔 앞에서 봤던 표정인데 그때는 햇빛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차 안이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순간 온이샘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조여왔는데 마치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는데 얼굴에 가득하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눈웃음을 지었다.“선배, 여기서 일은 다 끝났어?”차우미는 아무것도 생각한 적이 없다는 듯 표정을 회복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안색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조금 전의 표정이 보이지 않자 억지로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말했다.“응, 어젯밤까지 다 처리했어.”온이샘은 정말 일했다는 것을 강조하듯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의 대답은 차우미가 미리 예상했었는데 그녀는 온이샘이 정말로 일이 있었고 자기를 속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그때 차우미는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앞을 바라보며 웃었다.“선배, 우리 어디 가서 아침 먹는 거야?”온이샘은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편안함을 들었다.그는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지만 별로 심각한 것 같지 않아 한시름 놓았다.“무후문으로 갈 건데 혹시 들어봤어?”차우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거기가 옛날 건물들이 있는 곳이지?”온이샘은 차우미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무후문은 청주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거리에 있는데 이 도시에서 3년 동안 생활한 차우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무후문은 소문이 많이 나서 청주에 여행 오는 사람들 거의 모두 반드시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외부에서 여행으로 잠깐 오는 사람들도 아는 곳을 청주에서 생활했던 차우미가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온이샘은 자기가 지금 차우미를 데리고 가려는 그곳은 절대 모를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거기는 아주 외진 곳이기 때문이다.온이샘이 흐뭇해하며 웃었다.“거기는 아침 먹기에 조금 불편해. 내가 지금 가려는 곳은 그 옆
온이샘은 차우미 앞에 부드럽게 차를 멈추고 문을 열고 나왔다.자기 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는 진정으로 차우미가 자기 손이 닿는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온이샘은 빠른 걸음으로 차우미의 앞으로 갔는데 그녀는 그를 보는 순간 잠깐 멍해 있었다.햇빛이 강렬한 관계로 그녀는 눈을 찌푸려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하지만 온이샘도 차우미의 이런 표정은 처음으로 보았는데 조금은 귀엽고, 또 조금은 매혹적이었다.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어갔는데 그제야 눈썹을 흠칫하며 온이샘이 자기 앞에서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차우미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선배,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살게.”차우미가 그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그에게 아침 사준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온이샘이 웃는 것을 본 차우미는 왜 웃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온이샘은 더 크게 웃었다.그러다가 헛기침하며 웃음을 꾹 참았는데 입꼬리는 여전히 참지 못하고 치켜올라갔다.“우미야, 여기는 청주이니 내가 살게.”그의 진지한 표정에 차우미가 웃었다.“알았어. 안평으로 돌아가면 내가 살게.”“약속한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니까 아침 사주기로 한 거 까먹으면 안 돼.”온이샘은 특별히 차우미가 이번에 아침을 사주기로 한 것과 기존에 밥 사기로 한 것을 구분해서 강조했다.전에 약속한 것과 지금 약속한 것을 반드시 별도로 해야 했는데 같이 있을 수 있는 차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차우미가 대답했다.“알았어.”“가자. 내가 먹어 본 중에서 아침을 제일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좋아.”온이샘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고 차우미가 올라타자, 본인도 즉시 운전석에 타고 출발했는데 교통 체증은 여전했다.“오래 기다렸어?”교통 체증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차에서 차
나상준이 만약 아무 일도 없으면 자기와 같이 안평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메시지를 보냈다.그녀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흰색 BMW 차 한 대가 멈춰 섰다.차가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며 앞에 멈춰서자, 차우미는 고개를 들었는데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흰색 셔츠에 회색 캐주얼 바지를 입은 온이샘이 내려왔다.시간은 8시가 넘어서 햇빛이 적당하여 너무 덥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몸 전체를 짱짱하게 따뜻하게 내리 비춰주었다.온이샘이 차에서 내리자 밝은 햇빛이 즉시 그를 감쌌는데 얼굴도 더욱 맑고 우아해졌다. 그는 햇빛 때문에 눈을 지그시 뜨더니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미소를 아끼지 않으며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그건 만족의 눈빛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다.사람으로서 가장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진심이라고 하는 데 진심은 분명히 통하게 된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기를 대하는 것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여가현이 노골적으로 얘기한 이후로는 그 마음이 더 잘 보였다.온이샘은 차우미를 각별히 챙기고 돌봐주었는데 모든 면에서 온이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은 연인으로도 남편으로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처음에 차우미는 그냥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피치 못 할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 이제 더 이상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온이샘은 남자로서 훌륭하고 심지어 나상준보다도 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차우미는 만약 이혼한 경력만 없었으면 아무 고민 없이 온이샘과 함께했겠지만, 본인의 상황이 온이샘 인생에 흠집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는 본인은 자격이 없기에 온이샘은 자기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왜 그래?”온이샘은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차우미의 호텔을 향해 달렸는데 아마 평생 처음으로 이렇게 빨리 운전했을 것이다.청주의 7~8시는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이기에 자전거, 스쿠터,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어쩔
휴대폰 화면에 나상준의 이름이 나타났다.온이샘이 아닌 것을 보고 차우미는 잠깐 멈칫했다가 메시지를 클릭했다.[일 끝나면 연락해.]너무 간결한 한 마디였지만 뜻은 분명했는데 동시에 차우미의 머릿속에는 나상준이 어젯밤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일 끝나면 연락해. 너랑 같이 안평으로 갈 거니까.”어제저녁부터 나상준은 차우미와 같이 안평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미룬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정말로 일이 있고 타임이 맞아서 같이 안평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냥 쉽게 미루니까 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어젯밤에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가 순식간에 차에 올라타면서 대화가 끊어져 버렸다.그 후 집중해서 운전하느라 그 일은 완전히 잊었다.지금 차우미는 나상준의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나와 같이 안평으로 가겠다는 건가?’차우미는 나상준과 같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변했다.[오늘 나와 같이 안평으로 가겠다는 거야?]메시지를 보내고 차우미는 나상준이 메시지를 보낸 시간을 보고 엘리베이터로 갔다.그녀는 아까 연락한 시간에서 20분 정도 지났기에 온이샘이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아서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같은 시각, 관강동 별장에서 나상준은 차우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어젯밤에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방금 집에 왔는데 샤워하고 식사를 한 다음 곧바로 다시 회사로 나가야 했다.나상준이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물소리가 들렸는데 침대 머릿장에 올려놓은 휴대폰에서 그때 메시지 도착 음이 울렸다.휴대폰은 짧게 두 번 울리고 곧바로 침실에 정적이 흘렀다.별장 전체가 차우미와 나예은이 떠나면서 고요함은 더욱 짙어졌다.욕실의 물소리가 아무리 크게 들려도 별장 내의 고요함과 차가운 느낌은 가려지지 않았다.나상준은 시원하게 씻고 머리를 닦으며 나와서 곧바로 머릿장으로 가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이 켜지면서 읽지 않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발신자 이름을 보고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