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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당신이 없으면 잠이 안 와

이를 본 손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였어?”

“여자가 어때서요?”

유라가 불쾌해하며 곧바로 손건우의 맞은편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불빛 아래서 비꼬는 듯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빨간 입술이 유독 눈에 띄었다.

“당신은 여자를 깔보지만 결국 여자 때문에 큰코다쳐서 상갓집 개 같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됐잖아요.”

이 말이 나오자 손건우는 안색이 순간적으로 음침해졌다.

“입 닥쳐!”

그는 호통치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애와 손잡고 싶지 않아. 그럼 이만.”

말을 마치고 그는 문 쪽으로 향했다.

유라는 이를 보고도 막지 않았다. 오히려 와인을 따르더니 우아하게 잔을 돌렸다. 그가 도망갈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그가 떠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룸 문을 열자마자, 밖에서 지키고 있던 유라의 부하들이 그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비켜!”

손건우는 뚫고 나가려 했지만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건장한 두 남자의 팔이 철제 난간처럼 공중에 가로놓여 있어 아예 밀고 나갈 수 없었다.

손건우는 화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신비한 여인을 노려보며 분노를 누르고 캐물었다.

“뭐 하는 짓이야?”

“간단해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만 하면 당신을 놓아줄 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운산시를 떠나게 해줄게요.”

유라가 그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하자, 손건우는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왜 널 믿어야 하는데?”

“당신은 지금 다른 선택이 없으니까.”

유라는 단숨에 와인잔을 비우고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5분밖에 없어요.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플랜B를 실시할 수밖에 없어요. 바로 당신을 여준재에게 보내 그의 신뢰를 얻는 거죠.”

당연히 여준재한테 보내지고 싶지 않았던 손건우는 결국 타협했지만 이번 일을 가슴에 새겨뒀다.

‘이곳을 떠나면 반드시 이 여자의 신분을 조사해서 겁도 없이 나를 협박한 이 여자를 혼쭐낼 것이다.’

“묻고 싶은 말이 뭔데?”

그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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