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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이지안이 우아하게 걸어왔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오은화에게 건넸다.

“이건 제가 세헌 씨를 위해서 만든 거예요. 안으로 들여가세요.”

오은화는 손을 내밀지 않았고 이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제가 앞으로 이 빌라의 여주인이 될 텐데 그렇게 비우호적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어요?”

마지못해 오은화는 손을 뻗어 이지안이 건네준 것을 받았고 축 처진 표정으로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다.

오은화가 떠난 것을 본 이지안의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녀는 벽 앞에 놓인 트렁크를 흘끗 본 후 송연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떠난 후 다시는 세헌 씨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요. 당신이 지긋지긋해져서 세헌 씨가 아주머니더러 당신의 물건을 내놓으라고 한 거겠죠?”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송연아의 마음을 깊이 자극했다.

그렇다. 강세헌은 오은화에게 자신의 물건을 버리라고 시킬 정도로 그녀를 혐오하겠지?

그녀는 고개를 들고 얼굴에 흠잡을 데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내가 마지막으로 버려지는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지안 씨는 소나무처럼 잘 버텨서 버려지는 날이 없기를 바라요.”

이지안은 표정이 변하며 물었다.

“지금 날 저주하는 건가요?”

“저주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남자는 변덕스럽고 나를 버릴 수 있었다면 당신도 버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 하늘 아래 선과 악은 꼭 그 응보를 받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후 송연아는 소리 내 웃으며 트렁크를 끌어 길가로 걸어갔다.

이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버림받은 게 뭔 대수라고 저렇게 당당해?”

송연아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이지안은 좋은 남자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강세헌처럼 변덕스러운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이 그녀를 버릴 것이다.

송연아는 동정심만 느꼈는데 당당하다고? 쫓겨난 마당에 당당하기는 무슨?

그녀는 그저 농담거리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고 남은 체면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송연아, 내 말 들었어?”

이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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