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납치된 걸 알아요.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송예걸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송연아가 말했다.“없어. 넌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워.”“누나, 찬이는 내 조카이기도 해요. 누나가 인정하든 안 하든 나는 찬이의 삼촌이고, 찬이가 잡혀 있으니 나도 걱정하고 있어요. 나도 누나를 돕고 싶어요.”그의 어조는 진지했고 송연아는 그의 친절을 몇 번이고 거절할 수가 없어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넌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나를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송예걸은 송연아의 눈빛을 보고 기분이 살짝 바뀐 듯했다.“열심히 할 거예요.”“난 볼 일이 있으니 손 좀 놔줘.”송연아가 다급히 말했다.송예걸은 천천히 손을 놓았다.송연아는 재빨리 밖으로 걸어 나가다가 갑자기 멈춰서 돌아서더니 송예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가 너에게 회사를 직접 맡기지 않은 건 너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가 아직 미성숙하고 회사를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먼저 나에게 맡긴 거야. 아빠는 널 사랑하고 많이 아끼셨어. 네 엄마는 잘못된 일을 많이 했잖아. 네가 나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공부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누나, 무슨 말이에요?”송예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엄마 탓인 거 알아요...”“네가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바보가 아니야.”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송예걸은 매번 송연아 앞에서 자신이 다 알고 성숙한 것처럼 행동했고, 심지어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 백수연을 험담하기도 했다.그러나 송연아는 어리석지 않았고 송예걸이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마도 회사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서였을 것이다.그녀는 조만간 회사가 송예걸의 것이 될 것이며 탐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에게 말했던 것이었다.더군다나 백수연의 투옥으로 인해 그가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뒤
고훈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녀는 정작 그가 실제로 무슨 의도인지는 잘 몰랐다.강의건은 긴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말했다.“아이고, 전 집사가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건데.”송연아가 물었다.“전 집사님이 돈을 받으셨어요?”강의건은 고개를 저었다.“전 집사는 수년 동안 나를 따랐고 난 그를 신뢰해. 난 그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돈으로도 그를 회유할 수 없다는 건 내가 잘 알아. 고훈이 전 집사의 아내를 붙잡고 그에게 날 꼬드겨서 너와 세헌이의 이혼서류를 가져오라고 협박했어. 또 네 아이를 데려가서 너와 고훈의 결혼을 강요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송연아는 이제 더 이상 강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하는 것을 원했다.“할아버지도 저를 싫어하시고 세헌 씨도 이제 이지안 씨에게 관심이 있으니까 제가 강씨 가문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죠. 아이는 제가 직접 구할 거예요.”그녀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결정을 내리자 마음이 놓였다.“그 아이가 세헌이의 아이라고 하지 않았나? 강씨 집안의 자식이니 우리가 무시할 이유가 없잖아.”“강세헌 씨도 있는데 손자를 원하시면 세헌 씨가 많이 안겨드릴 거예요... 찬이는 제 아이예요.”강의건은 미간을 찌푸렸다.“세헌이가 이지안을 받아들였어?”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지안 씨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준 걸 보아 많이 좋아할 거예요.”“소중한 거.”“지난번에 제가 건드렸을 땐 화를 내던데, 이지안 씨에게는 선물로 줬으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죠.”송연아는 침착하게 말했다.이제 그녀는 진정되었다.마음속에 불쾌한 감정이 있더라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기꺼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강의건은 전 집사를 흘끗 쳐다봤다. 그는 자신이 이지안과 강세헌을 엮으려는 것을 강세헌이 꿰뚫어 보았지만 이지안이 옥패에 대해 아는 것도 그가 꾸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지안이 우아하게 걸어왔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통을 오은화에게 건넸다. “이건 제가 세헌 씨를 위해서 만든 거예요. 안으로 들여가세요.”오은화는 손을 내밀지 않았고 이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제가 앞으로 이 빌라의 여주인이 될 텐데 그렇게 비우호적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어요?”마지못해 오은화는 손을 뻗어 이지안이 건네준 것을 받았고 축 처진 표정으로 돌아서서 집으로 들어갔다.오은화가 떠난 것을 본 이지안의 얼굴에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다. 그녀는 벽 앞에 놓인 트렁크를 흘끗 본 후 송연아를 쳐다보며 말했다.“당신이 떠난 후 다시는 세헌 씨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요. 당신이 지긋지긋해져서 세헌 씨가 아주머니더러 당신의 물건을 내놓으라고 한 거겠죠?”‘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송연아의 마음을 깊이 자극했다.그렇다. 강세헌은 오은화에게 자신의 물건을 버리라고 시킬 정도로 그녀를 혐오하겠지?그녀는 고개를 들고 얼굴에 흠잡을 데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내가 마지막으로 버려지는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지안 씨는 소나무처럼 잘 버텨서 버려지는 날이 없기를 바라요.”이지안은 표정이 변하며 물었다.“지금 날 저주하는 건가요?”“저주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남자는 변덕스럽고 나를 버릴 수 있었다면 당신도 버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 하늘 아래 선과 악은 꼭 그 응보를 받을 거예요.”그렇게 말한 후 송연아는 소리 내 웃으며 트렁크를 끌어 길가로 걸어갔다.이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버림받은 게 뭔 대수라고 저렇게 당당해?”송연아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이지안은 좋은 남자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강세헌처럼 변덕스러운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이 그녀를 버릴 것이다.송연아는 동정심만 느꼈는데 당당하다고? 쫓겨난 마당에 당당하기는 무슨?그녀는 그저 농담거리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고 남은 체면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송연아, 내 말 들었어?”이지안은
송연아는 웃었다.심재경은 송연아한테 푹 쉬라고 말한 뒤, 안이슬과 함께 돌아갔다.송연아는 잠이 다 깨어 고훈을 찾아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근데 외출하기도 전에 고훈이 알아서 찾아왔다.그는 빙그레 웃고 있었고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송연아는 별 표정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언제 내 아이를 볼 수 있죠?”“제가 말했잖아요. 결혼하고 나서라고. 와서 좀 봐봐요, 어느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지.”그는 송연아의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청첩장을 들고 왔다.송연아의 눈에는 고훈이 너무 별난 사람 같아 보였다.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결혼을 승낙한 것은 순전히 아이 때문이었다.‘미친 건가? 무슨 청첩장까지 고르라는 건지...’“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알아서 하세요.”송연아는 소파에 앉았다.고훈이 대답했다.“그럼,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청첩장이 나오면 첫 번째로 강세헌한테 보낼게요.”송연아는 그를 상대할 기분이 아니어서, 아무말 없이 그저 나른하게 소파에 누워있었다.“어디 불편해요?”고훈이 다가왔다. 송연아의 옆에 앉으려고 하자, 그녀는 곧바로 일어났다.고훈은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그렇게 싫어요?”송연아는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러면요?”“나한테 적응해 봐야죠. 전에 청양시에서 우리 그래도 잘 맞지 않았나요?”고훈은 염치없이 옆자리를 툭툭 쳤다.“자, 여기 앉아봐요.”송연아는 그의 맞은 켠에 앉았다.“연아 씨, 그렇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가서 혼인신고 할 수 있으니까. 아, 그러면 안 되네요. 멋진 결혼식을 올려서 연아 씨가 내 것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니까요.”그는 웃으면서 말했다.“웨딩드레스를 해외에서 주문했는데, 연아 씨는 전통식 결혼식을 좋아해요, 아니면 현대식 결혼식을 좋아해요?”“마음대로 하세요.”송연아는 그의 수다를 참을 수 없었다.이런 것들에 대해서 송연아는 조금도 흥미가 없었다.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든지 말든
강세헌은 송연아 이름 석 자를 듣고서야 마침내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눈을 치켜떴다.그러자 고훈은 의기양양해하면서 일부러 강세헌에게 청첩장을 펼쳐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게 하였다.“봤어?”강세헌의 얼굴빛은 고요한 호수면처럼 잔잔했다.“고훈, 송연아는 내가 원하지 않는 여자야, 네가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가.”고훈은 강세헌이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하는 것을 알았기에 그의 비꼬는 말에 개의치 않았다.“네가 원하지 않는 여자? 강세헌, 그건 네가 여자를 볼 줄 몰라서야. 난 송연아가 마음에 품었던 남자가 있었든 없었든 상관 안 해. 그리고 송연아는 앞으로 쭉 내 사람이야. 너무 감사하게도 그녀를 가질 수 있게 된 건, 우리 강 대표가 나한테 흔쾌히 양보해 줘서가 아니겠어? 안심해, 내가 많은 사랑을 줄 거니까.”“이제 좀 꺼져줄래?”강세헌은 서류의 마지막에 사인을 휘갈겨 쓰고는 그대로 덮어 버렸다.고훈은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고 한 대 때리고 싶은 표정으로 말했다.“토요일입니다. 강 대표님, 절대 잊으시면 안 돼요.”강세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올라간 입꼬리의 각도가 다소 흉악해 보였다.고훈은 청첩장을 바로 놓고 말을 덧붙였다.“그럼 토요일에 봅시다.”말을 마친 고훈은 휘파람을 불며 의기양양하게 강세헌의 사무실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강세헌 얼굴의 평온함이 순식간에 분노로 변했다!“송연아!”그는 이를 악물었다.‘송연아가 나를 다른 여자한테 떠넘긴 이유가 고훈과 결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단 말이야? 진짜 대단한 여자네.’그 여자는 신경 쓸 가치도 없고, 좋아할 가치도 없고, 사랑할 가치도 없다고 스스로 자신한테 말했다.하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그는 여전히 화가 났다.가슴이 답답했고 숨이 막힐 정도로 억압이 느껴졌다.“강 대표님...”이지안은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왔다.강세헌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올 지경이었는데 이지안이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자 결국 화가 치밀어 올라 폭발하였다.“꺼
강세헌과 이지안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았지만, 이지안이 강세헌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속으로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정말 자신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회사에서도 이름을 그렇게 부른다고?’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임지훈은 이지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대표님 성질이 원래 이렇잖아요.”그는 담담하게 말한 뒤, 성큼성큼 걸어갔다.이지안은 두 걸음 뒤쫓아 갔다.“임 비서님, 그렇게 빨리 가시지 말고요. 제가 지금 들어가면 세헌 씨가 아직도 화를 낼까요?”“한번 해보시던가요.”임지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지금 강세헌이 아직 화가 나 있는 상태고 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누가 가도 불편할 것이 뻔하였다.이지안도 마냥 멍청하지는 않았다.“기다렸다가 가는 게 좋겠어요. 여전히 화가 나 있는데 제가 찾아가면 괜히 일을 만드는 것 같아서요.”임지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똑똑하시네요.”“저는 그저 세헌 씨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이지안은 다 말하고는 서류를 안고 갔다....고훈의 등장으로 강세헌은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일에 전념할 수 없었고, 심지어 잘못된 결정까지 내리고 말았다. 그는 일을 계속할 마음이 없어 술자리도 미루고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별장 안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주머니께서 그의 취향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였다.유일한 차이점은 송연아가 여기에 없다는 것이다.한 사람이 없어졌을 뿐인데 그녀가 여기에 몇 년 동안 있었던 것도 아닌데...강세헌은 많은 물건이 없어진 것 같았다.그녀의 존재가 익숙해진 것이었다.그는 자신도 자신이 우습다고 생각했다.“도련님.”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송연아가 떠난 이후로 강세헌의 성격이 나빠져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시중을 들었다.“무슨 일이예요?”강세헌은 외투를 벗고 소파에 앉아 미간을 눌렀다.“물 한 잔만 따라줘요.”아주머니는 먼저 가서 물을 따라와 두 손으로 건네주었다.강세헌은 받아와서 두 모금 마셨다.아주머니는 그가
“강세헌?” 송예걸은 침착하지 못했다. “누나, 형부 아니야? 그분이 전에 비서한테 누나 도우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누나를 난처하게 만들지?”“예걸씨,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강세헌이 언제 결혼했는데요, 그것도 예걸씨 누나랑요?” 출하 담당자가 놀라 물었다.어쨌든 송연아와 강세헌의 결혼은 성대하게 하지는 않았기에 원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더군다나 출하 담당자와 같은 별로 상관이 없는 사람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송연아는 웃으면서 설명했다. “방금 예걸이가 술을 좀 마셔서 취했나 봐요. 헛소리 들을 필요 없어요.”송연아는 송예걸을 사무실로 끌고 갔고 출하 담당자를 먼저 퇴근시켰다. “이런 일은 내일에 방법을 생각해봅시다.”“아, 네. 알겠습니다.” 출하 담당자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고 송예걸이 했던 말은 그저 술김에 뱉은 헛소리라고 여겼다.“누나.” 송예걸이 미간을 찌푸렸다. “누나, 날 왜 끌고 가는 거야? 그리고 누나 강세헌이랑 결혼한 거 맞잖아...”“송예걸.” 송연아는 그의 말을 끊었다. “난 이미 그와 이혼했어. 그러니까 다시는 남들 앞에서 내가 강세헌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얘기 꺼내지 마.”“언제?” 송예걸은 눈을 크게 떴다. “그놈은 자기 아들도 싫다고 한 거야?”“세헌 씨는 제 아이라는 걸 몰라.” 송연아는 신신당부했다. “너도 입 밖에 꺼내서는 안 돼.”송예걸은 어리둥절했다. “누나는 내가 약속을 어기고 찬이 일을 강세헌한테 말할까 봐 두렵지 않아?”“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우리는 서로 배다른 남매지만, 절반의 피는 같잖아. 너는 내 동생이고 이건 바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난 너를 완전히 믿고 싶어.” 송연아는 이미 송예걸과 가까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그리고 그가 자신한테 실망시키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송예걸은 입술을 앙다물고 눈을 천천히 내렸다.송연아가 말했다. “이 일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까, 너무 성급해하지 않아도 돼.”“응...” 송예걸이 대답했
“그래서 인플루언서를 찾으라고 한 거야. 요즘 라이브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얼마나 핫한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송연아는 확신했다.“알았어요. 곧 연락할게요.”“그래.”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회사를 떠나지 않고 믿을 만한 사람을 몇 명 찾아 은밀히 회사에서 물품들을 내왔다.강세헌이 그녀를 제압하려고 하는데, 만약 그녀가 인플루언서를 찾아 물품들을 팔려는 것을 안다면, 아마 이 부분에서도 손을 쓸지 모른다. 그는 돈도 있고 권력도 있으니까.그래서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해야 했다.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날이 밝을 무렵, 그녀는 집에 돌아와 막 휴식을 취하려다가 고훈이 불러들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의해 강제로 의자에 앉아 신부 화장을 받았다.송연아는 너무 피곤했는데 의자에 앉자마자 잠이 들 정도였다. 눈꺼풀은 계속해서 졸음과 싸우고 있었다.송예걸은 커피 한 잔을 따라주고 옆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누나...”“예걸아, 아무것도 묻지 마. 넌 지금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해.” 송연아는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 일은 내가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게. 비율만 맞으면 계약서에 서명해. 근데 비밀리에 해야 하는 거 알지? 회사 쪽에서는 아직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고.”“왜 모든 사람한테 숨기는 거죠?” 송예걸은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누군가가 우리 일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송연아가 말했다.그녀의 말에 송예걸은 깨달았다. “또 무슨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가 우리를 다시 괴롭힐까 봐 두려운 거죠?”“알아들었으면 어서 가서 해.”“누나.” 송예걸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찬이를 구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누나는 고훈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그와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송연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1초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는 찬이가 괜찮기를 원하고 그와 결혼하지 않더라도, 더 이상 누구와도 만나고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