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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5화

도범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다시 한번 냉소를 지었다.

“너 참 똑똑하네. 참으로 교묘하게도 책임을 전부 떠넘기려 하는군. 마치 네가 피해자인 것처럼. 내가 바보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네 말대로라면 이 일이 너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만약 내 실력이 너보다 못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죽어 있을 사람은 바로 나였을 거야. 그때 내가 너에게 이렇게 빌었다면, 네가 나를 살려줬을까?”

도범의 이 말에 이조현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은 너무도 간단했다. 만약 지금 땅에 누워 있는 사람이 도범이었다면, 도범이 아무리 간절히 이조현에게 빌어도 이조현은 도범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도범의 묘지가 되었을 것일 텐데, 이런 상황에서 도범이 왜 이조현을 살려두겠는가? 이때, 오수경은 냉소를 내뱉으며 이조현에게 말했다.

“넌 사람을 바보로 아는 거야? 만약 도범 오빠가 실력이 강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여기서 우리 둘 중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근데도 뻔뻔하게 말하는 본인이 오히려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아?!”

그러나 이조현은 고통 속에서 계속 몸부림치며 목청을 높였다.

“넌 나를 죽여선 안 돼! 난 아직 너에게 쓸모가 있어! 날 살려주면, 내가 반드시 진재형을 지목해 줄게!”

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필사적으로 하늘을 향해 맹세하는 이조현을 바라보았다. 이조현은 자신이 반드시 도범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맹세했지만, 도범에게는 그 모든 맹세가 전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조현 역시 도범이 자기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러나 이조현은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나도 한 수 남겨두었다고! 만약 내가 너를 죽인 후에 진재형이 나를 제거하려 한다면, 그걸 막기 위해 준비해 둔 게 있어. 나를 살려주면 진재형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어!”

그 말에 도범은 실눈을 뜨고 이조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이조현은 흥분한 듯 몇 번 몸을 비틀었다. 비록 영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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