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며 진남창은 다소 무력감을 느꼈다. 진남창은 몸을 돌려 도범과 마주 보며 말했다. “형제님이 이렇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매우 넘치신 분인 것 같은데, 한 가지 충고를 하자면, 6등급 연단사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큰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열 명의 연단사 중 여덟 명은 그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겁니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도범이 흡수한 대가의 기억 속에도 연단사에 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허 계의 연단사와 현연 대륙의 연단사는 큰 차이가 없었고, 신허계의 연단사 등급이 더 높았을 뿐이다. 또한, 신허 계에서도 단경을 이해하고 단기를 연성해야 했다.이 점을 생각한 도범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도범은 치트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도범은 집혼결을 이슬 영함에 넣어 둔 다음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도범은 낙일곡을 벗어난 후에 반드시 다시 열어야겠다고 결심했다.시간이 흐르면서 도범은 자신의 상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회복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예상 밖의 일이었다. 도범은 원래 다섯에서 여섯일 동안 휴양해야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마차에 오른 지 반 시간 만에 상처가 거의 다 나았다. 이 또한 도범에게는 큰 시름을 덜어주었다.그리고 초원 진기는 정말로 좋은 물건이었다. 비록 너무 강력해서 도범의 경맥을 파괴했지만, 동시에 도범의 몸을 자양하고 회복을 촉진했다. 진남창과 처음 만났을 때의 시험을 거친 후, 도범은 진남창이 자신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진남창이 말한 대로 자신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단지 도움이 될 사람을 더 데려가는 것일 뿐이었다.그러나 도범은 끝까지 진남창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심리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도범의 실력 대부분이 회복되었기 때문에, 만약 진남창이 갑자기 공격해 오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진남창의 실력은 도범과 비
진남창은 마치 독약 두 병을 먹은 것처럼 고통스러워 보였다. 사마 담당자는 급하게 달려와 창문을 붙잡고 말했다. “남창 도련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천 후기의 요수가 세 마리나 되는데 우리가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도망가면 늦지 않았을까요? 이 소들이 화가 난 것 같지만, 우리가 그들을 화나게 할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돌아서서 도망치면 화염 단우가 우리를 쫓아올까요?”이때 사마 담당자는 너무 흥분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도범은 사마 담당자를 힐끗 보며 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한발 물러서면, 이 화염 단우들은 즉시 공격할 겁니다. 어떤 경우에도 운에 맡기지 마십시오.”비록 이 세 마리의 화염 단우가 그들을 보고도 즉시 공격하지 않았지만, 도범은 이 세 마리의 화염 단우가 이미 완전히 화가 난 것을 명확히 느꼈다. 마치 불 속에 던져진 것처럼 말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마 담당자는 완전히 당황해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도범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슬 영함에서 회흑색의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싸웁시다.”도범은 단 한마디만 했지만, 사마 담당자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며 도범을 마치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았다.“형제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싸우자고요? 어떻게 싸운다는 겁니까! 이 세 마리 화염 단우가 어떤 경지에 있는지 모르십니까? 그들은 선천 후기에 있는 요수입니다. 우리 쪽에는 남창 도련님만이 선천 후기에 도달했고, 그나마 한 마리 화염 단우와 겨룰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마리는 어떻게 할 겁니까? 형제님은 선천 초기일 뿐이고, 저는 선천 중기에 도달했지만, 당신과 제가 합쳐도 겨우 한 마리 화염 단우와 겨룰 수 있을 뿐입니다. 두 번째 마리는 어떻게든 해결한다 쳐도, 그래도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사마 담당자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말을 마친 후, 후천 경지의 하인들을 바라보았다. 하인들은 눈을 크게 뜨고
비록 화염 단우가 선천 후기에 도달했지만, 도범의 눈에는 여전히 별것 아니었다. 진남창과 사마 담당자는 도범의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들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녀석이 어떻게 이렇게 오만할 수 있지? 혼자서 두 마리의 화염 단우를 해결한다고? 도범은 화염 단우가 후천 경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선천 초기에도 두 마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사마 담당자는 도범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미쳤습니까!”그러나 사마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마리의 화염 단우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머리를 약간 숙이고 돌진할 자세를 취한 다음, 뒷발을 딛고 전력으로 그들 쪽으로 돌진했다.진남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비록 진남창은 주작종의 외문 제자일 뿐이지만, 전투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 진남창은 이 세 마리 화염 단우가 직접 돌진해 온다면 주변의 하인들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진남창은 발끝을 살짝 딛고, 활시위에서 튕겨 나온 화살처럼 돌진해 나갔다. 손에 든 장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오며, 은빛의 찬란한 빛이 칼날 위에 태양 빛을 반사했다. 그는 한소리 외치며 한 번 칼을 휘둘렀고, 마치 은하수가 떨어지듯 수많은 별빛이 흩날렸다.아마도 도범의 말이 진남창의 마음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남창은 돌진하면서 남쪽에 있는 한 마리의 화염 단우만을 목표로 삼았다.도범은 주변 사람들의 비명과 외침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마 담당자의 비난도 무시하며, 진남창을 따라 폭탄처럼 돌진했다. 이때 도범은 전력을 다해 60개의 영혼 검을 순간적으로 응집해 거대한 영혼 검으로 만들었다. 손에 든 회흑색 장검과 거대한 영혼 검이 하나로 합쳐져 허공을 가르는 힘을 최대한 발휘했다.도범의 손에 든 회흑색 장검은 진한 영혼의 힘으로 불타는 막대기처럼 검게 물들었고, 짙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또한, 이 검은 연기는 회흑색 긴 검을 둘러싸고 끊임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화염 단우가 아무리 강해도 선천 후기일 뿐이었다. 도범이 수련한 무기는 천급 상급 무기였고, 4품 종문의 최강 제자도 도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물며 선천 후기의 요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도범은 가볍게 외치며 화염 단우를 향해 검을 찔렀다. 검 끝은 요수의 단 하나의 눈을 겨냥하고 있었다. 푹-검 끝이 화염 단우의 눈을 뚫었고, 피가 사방으로 튀며 참혹한 울음소리가 이어졌다.참멸현공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을 소멸시키는 무기이다. 또한, 요수의 영혼은 원래 인간보다 강하지 않았다. 선천 후기의 인간조차도 도범 앞에서 이 공격을 당하면 전혀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이니 하물며 화염 단우는 어떻겠는가.화염 단우는 고통에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고, 전에 죽었던 화염 단우처럼 바로 땅에 무릎을 꿇고, 미친 야생 소처럼 땅에서 계속해서 구르며 참혹한 울음을 질렀다.도범의 공격은 빠르고 정확하고 치명적이었다. 이는 부상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몇 번의 호흡 만에 두 마리의 선천 후기 요수를 해결한 도범은 어느새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원래 사마 담당자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사마 담당자는 자신이 선천 후기 요수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미 자신의 후사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사마 담당자가 손을 대기 전에, 이 두 마리 요수는 이미 도범의 손에 차례로 쓰러졌다. 게다가 공격할 때 도범의 그토록 가볍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마치 거의 힘을 쓰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이러한 광경을 두 눈으로 확인한 사마 담당자은 깜짝 놀랐다. 사마 담당자는 모든 것이 정말인지 믿을 수 없었다.“이게 정말 선천 초기의 무사입니까?” 사마 담당자의 뒤에 있던 하인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하인들도 즉시 따라 말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언제 선천 초기의 무사가 선천 후기의 요수를 자르듯이 간단히 죽일 수 있었습니까? 그런데 이 두 마리 요수는 형제님의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습니다
화염 단우의 공격은 그렇게 강력하지 않았지만, 진남창은 화염 단우를 이길 정도 강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렇게 계속 체력을 소모하다가는 진남창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다.또한, 남아있는 두 마리의 화염 단우가 이기게 된다면, 진남창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진남창은 더욱 불안해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따라 흘러내렸다. 진남창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해졌고, 숨도 고르지 않았다.진남창이 매우 초조해하던 순간, 회흑색의 검광이 진남창의 뒤에서 날아왔다.칙-이윽고 화염 단우의 비명이 이어졌다. 다시 보니, 화염 단우의 외눈이 그 검광에 의해 꿰뚫려 있었다. 그 외눈은 마치 터진 유리구슬처럼 검광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잠시 후, 진남창의 눈에 무적이던 화염 단우가 마치 지옥의 고통을 겪는 듯, 땅에 쓰러져 미친 듯이 구르고 있었다.그때, 진남창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단 하나였다. 방금 그 공격을 한 사람은 영천 경지의 무사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화염 단우의 눈을 직접 꿰뚫을 수 없었을 것이다.간단히 말해, 그 검광은 화염 단우를 단번에 처치한 것이었다. 진남창은 두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고개를 돌려 자신을 구해준 강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진남창은 그대로 얼어 붙고 말았다.한 남자가 흰 옷을 입고 평온한 얼굴로 진남창의 뒤에 서 있었다. 또한, 그 남자의 뒤에는 나머지 두 마리의 화염 단우가 이미 죽어 있었다.그리고 진남창의 하인들도 모두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뜨며, 그 남자를 마치 괴물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진남창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도범?”이 두 글자를 내뱉을 때, 진남창의 마음속에는 불신으로 가득했고, 이 도범이 이전에 알던 도범이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었다.한편, 도범은 진남창 얼굴에 남은 충격을 무시한 채, 이슬 영함에서 단검을 꺼내 화염 단우의 배에 날카로운 칼날을 겨눴다. 상당한 힘을 들여 서야 화염 단우의 영핵을 꺼낼 수 있었다. 현재 도범은
해가 지고, 석양이 골짜기를 통해 이 긴 좁은 길을 비추었다. 주변의 모든 것은 붉게 물들었다. 도범은 커튼을 들어 창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마차 밖의 풍경은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중주는 넓고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서현주보다 경치가 훨씬 좋았다. 만약 요수들이 주변에 없었다면, 도범은 여기서 며칠 더 머물며 풍경을 감상하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초기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도범 형님.” 진남창은 갈등하는 얼굴로 말을 꺼냈다.도범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자신이 호칭이 변한 것을 놀라워했다. 이전에 진남창은 자신을 형제님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도범을 도범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도범은 가볍게 웃어 보일 뿐, 자신의 호칭을 바로잡지 않았다. 진남창이 무엇이라 부르든 도범은 개의치 않았다. 이윽고 도범은 창문 커튼을 내리고 진남창을 마주 보았다. 진남창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복잡한 표정이 가득한 얼굴로 도범에게 물었다. “도범 형님은 정말로 선천 초기 무사입니까?”도범은 고개를 저으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한 번도 제가 선천 초기 무사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남창 도련님이 제 경지를 잘못 본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미 선천 후기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저 화염 단우들이 제 상대가 전혀 되지 못했던 겁니다.”도범의 설명은 진남창을 더욱 놀라게 했다. 진남창의 눈은 놀라 휘둥그레졌고,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똑바로 앉아 말했다.“선천 후기라 하더라도, 도범 형님은 선천 후기에 가장 뛰어난 자입니다.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진남창의 말에는 조금도 허세가 없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칭찬이었다. 선천 후기의 무사라 해도 이렇게 가볍게 세 마리의 화염 단우를 처치할 수는 없다.한편, 사마 담당자도 진정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저 역시 선천 후기의 무사이지만, 한 마리의 화염 단우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겨워서 전력을 다해 간신히 비등하게 싸우고 있을 뿐 아니라 밀리고 있습니
진남창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말했다. “그러나 도범 형님이 연단술에만 몰두하면, 수련할 시간이 없어집니다. 도범 형님의 재능이 이렇게 뛰어난데, 많은 시간을 연단에 낭비하면 재능을 헛되이 낭비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도범 형님도 분명 후회할 겁니다.”진남창은 마지막 말을 특히 강조해서 말했다. 많은 영정을 벌어들여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수련 경지다.수련 경지가 높아지면 전투력이 강해져서 자연스럽게 충분한 부를 얻을 수 있다. 연단사가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연단 수준을 높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고, 진전이 느릴 수도 있다.또한, 수련 경지가 높다고 해서 연단 재능도 뛰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도범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진남창을 바라보았다. 도범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만약 도범이 집혼결이 없었다면, 도범 역시 가까운 길을 택하지 어려운 길을 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도범은 집혼결을 가졌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든 도범에게는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일 뿐이었다. 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범은 진남창의 충고가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진남창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저는 제 연단술에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연단사가 되기로 결정했으니, 이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이 순간 진남창은 도범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훌륭한 미래를 버리고 많은 시간을 연단술에 낭비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도범이 방금 보여준 실력과 재능으로는 어느 문파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여 무도에서 최고가 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이 감히 맞설 수 없는 높이에 도달해야 한다.그러나 도범은 꼭 남쪽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야만 하는 것처럼,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단술에 시간을 낭비하려 했다.진남창은 연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진남창도 한때 연단사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6품 연단사가 되려면 많은 영초와 영약을 연습에 사
어쨌든 천성단방이 수련생들을 키우기 위해 많은 자원을 소모하기 때문에, 연단도 많은 영초와 영약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자원을 쌓으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조기명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적당히 뜨거운 차 한 잔을 들고 말했다. “손 담당자님, 피곤하시죠? 차 한 잔 드시고 목 좀 축이세요. 오늘 하루 종일 쉬지 못하실 테니 제가 도와드릴 게요. 이 가게에 먼지 한 점도 없게 할게요.”손 담당자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기명이 마음이 따뜻하구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심이 안되는데 너는 일 처리가 항상 깔끔해서 네게 맡기면 나야 안심이 되지.”이 말을 할 때 손 담당자의 입이 귀까지 찢어질 듯했다. 조기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적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그 말에 매우 감사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조기명의 마음은 전혀 달랐다. 조기명은 손 담당자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매우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손 담당자가 조기명에게 살갑게 구는 이유도 단지 조기명의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10명의 수련생 중에서 조기명이 6품 연단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손 담당자는 항상 조기명에게 웃는 얼굴을 보였다.손 담당자는 항상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고 낮은 사람을 짓밟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조기명은 6품 연단사가 되면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할 사람이 바로 이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손 담당자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복잡할 때, 누군가 정문을 밀고 들어왔다.조기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막 사과의 말을 꺼내려 했지만, 아직 말도 채 꺼내기 전에 밖에서 한 사람이 바람같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진남창이었고, 조기명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손 담당자의 앞에 섰다. “이모부, 요즘 어떠하십니까?”손 담당자는 진남창의 모습을 보자마자 불끈했던 화가 순식간에 가라앉더니 진남창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 남창이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
각양각색의 논조,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끝없는 토론. 그러나 도범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도범은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오양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오양수가 무기를 꺼내들자, 도범도 천천히 자신의 회흑색 장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이 장검은 오랫동안 도범과 함께한 무기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오양수는 청란골패를 가볍게 휘두르자, 뚜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기가 청란골패에서 뿜어져 나오며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꾸었다.현재 오양수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그건 바로 도범을 쓰러뜨린 뒤, 잔인하게 고통을 주어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하는 것이었다.오양수는 크게 포효하며 두 손을 뒤집어 법진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오양수의 손바닥에 육각형 모양의 얼음 화살이 생겨났고, 4초 후,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오양수의 앞을 가득 메웠다.오양수는 다시 한번 포효하며 앞을 향해 힘껏 밀어붙였다. 그러자 수백 개의 육각형 얼음 화살이 도범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고, 이 화살들과 함께 엄청난 한기가 도범을 덮쳤다.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두 손으로 장검을 단단히 쥐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수많은 육각형 얼음 화살은 단숨에 두 조각으로 나뉘었다.그때,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도범 저 녀석, 실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오양수가 수련한 무기는 지급 상급 무기, 빙봉천리에요! 그런데 도범이 단칼에 빙봉천리를 가르다니, 실력이 꽤 강한데요!”그 사람이 말을 끝내자마자 주변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나왔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바라문 세계를 둘러봐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방금 전의 공격은 단지 약간의 힘만 사용한 거에요. 오양수가 진심으로 도범을 죽이려 했다면, 반항할 틈조차 없었을 거에요!”오양수가 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눈살을 찌푸린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뭔 상관이야! 이 건방진 놈, 죽고 싶어! 마침 상대가 필요했는데, 너의 입탑영패를 가지고 와. 우리 한 판 붙자!”그러자 오수경은 콧방귀를 뀌며 태연하게 말했다.“내 앞에서 강자 흉내 내지 마. 내 가슴에 6품 연단사 휘장이 붙어 있는 걸 못 봤어? 그런데 네가 연단사인 나와 실력을 겨루겠다고? 차라리 연단술을 겨뤄보는 게 어때?”이 말에 검은 옷의 대장부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규칙이 없었다면 그는 당장이라도 오수경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오수경은 검은 옷의 대장부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더욱 신나서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범이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너는 왜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해?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알겠어?”도범의 꾸짖음에 오수경은 목을 움츠리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전에 도범에게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검은 옷의 대장부는 냉소를 머금은 채 다시 도범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일부 들었기에 도범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진 상태였다.“네가 정말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보다 강하다고 생각해?”도범은 눈살을 찌푸린 채 검은 옷의 대장부를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검은 옷의 대장부는 도범이 대답하지 않아도 화내지 않았다.이렇게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아마도 내기 때문이거나 도범의 냉담한 태도 때문인지 상황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도발적인 말이 다시 들리지 않았다. 제73회 대결이 곧 시작되려 할 때, 도범은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잠시 후, 도범은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내쉬고는 오수경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누구를 보든, 어떤 말을 듣든, 이 자리에서 떠나지 마.”그 말을 마치고 도범은 큰 걸음으로 대결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내기를 하려면 정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어? 누구도 뒤집을 수 없도록, 우리 계약 하나 체결하자. 네가 이기면 내가 19만 개의 영정을 주고, 내가 이기면 너는 같은 수량의 영정을 줘야 해.”그러자 민경운이 눈살을 찌푸린채 말했다.“너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 걸 참 좋아하네.”칠현대에서 민경운은 도범이 검은 옷의 대장부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도범의 거래를 방해했었다. 그런데 도범과 내기를 할 때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민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약을 맺고 싶지 않다면 솔직히 말해.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계약을 맺는 것이 내기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이라고 생각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나서 민경운은 더 이상 도범과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사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민경운에게는 유리한 일이다.도범은 자신의 실력만 믿고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에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범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19만 개의 영정을 내놓으려 한다면, 민경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래서 민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계약을 체결하자.”도범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평생 가장 빠른 속도로 계약 내용을 작성하고 자신의 정혈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계약서 두루마리를 민경운에게 건네주었고, 민경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그어 피를 떨어뜨렸다.계약서에 적힌 모든 문자가 즉시 뒤틀리며 두루마리의 속박을 벗어나 공중에 떠올랐다. 천지의 기운이 쏟아져 내려와 이 문자들과 얽히기 시작했고, 세 번의 호흡 후에 문자는 다시 두루마리에 합쳐졌다. 이것은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의미했다.모든 절차가 끝난 후, 도범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약 두루마리를 회수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변경할 수 없고, 거짓말할 수도 없다.한편, 민경운은 도범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고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콧방귀를 뀌며
도범은 고개를 돌려 오양수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오양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진실한 눈빛은 마치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반드시 이루어질 일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하는 듯했다.도범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도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도범이 말하는 강함은 오양수가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양수는 다른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훨씬 더 뛰어났다.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도범이지만, 오양수의 몇 마디에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니 말이다. 도범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한 말 잊지 마.”그러자 오양수는 눈살을 살짝 치켜올린 채 말했다.“당연히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할 거야!”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결 무대에 있는 실력이 비슷한 두 무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위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오양수는 도범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났다.오양수가 방금 한 말은 물론 의도가 있었다. 오양수는 자신의 말이 끝나면 도범의 얼굴에 두려움과 걱정이 스며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도범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도범이 자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도범은 냉소 외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양수는 자신이 방금 했던 말이 충분히 잔인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민경운의 얼굴도 역시 어두워졌다. 민경운은 오양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도범이 일어날 일을 미리 두려워하며 땅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도범의 반응은 너무나 작았다. 잠시 후, 민경운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오양수 옆에 털썩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양수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한편, 도범은 이들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다시 대결 무대에 집중하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시간을 허
도범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 불청객들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관중석으로,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만약 이들이 이곳에서 싸움을 벌인다면, 가장 먼저 처벌받는 쪽은 바로 원건종 쪽이다.어차피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니, 도범은 신경 쓸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이들이 여기 온 목적은 뻔했다.민경운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정말 대단한데? 모든 걸 알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군. 너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전에 네가 도민수와 싸워 이겼다고 해서 우리 원건종 제자들 앞에서 거만하게 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 도민수는 약간의 실력은 있지만, 내문 제자들 중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존재였어. 이제 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우리 원건종에서 가장 강한 자들 중 하나야!”원건종 제자들은 도범을 둘러싸며 압박을 가했지만, 아직 손을 대지는 않았다. 도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73회 대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에 원래 조용히 대결을 지켜보려 했다.그러나 이처럼 많은 파리들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 도범은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저들의 입은 막을 수 없었다. 원건종 제자들을 완전히 조용하게 만들지 않으면, 결국 귀찮아질 게 뻔했다.그래서 도범은 머리를 들어 7품 연단사인 민경운을 바라보았다. 민경운은 제자들 사이에서 선도자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윽고 도범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무사들을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평가하는 연단사는 처음 보네.”연단사의 수련 경지가 높지 않다는 것은 현연대륙의 무사들 사이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민경운은 마치 자신이 친전 제자보다 더 강한 듯, 다른 무사들을 평가하고 있었다.이 말에 민경운은 얼굴이 검게 변하며,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오기 전부터 다른 제자들이 말하길, 도범은 단지 실력만 있는 게 아니라 입담도 독하니 쉽게 말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했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도범은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려 더 이상 오양수와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처음엔 침착하게 버티던 오양수도, 도범의 차분한 태도를 보니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되었다.이윽고 오양수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물었다.“정말 바보인 건가? 아니면 눈에 문제가 있는 건가?”이 질문이 나오자, 방금 전까지 고조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도범은 잠깐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양측의 목적은 이루어진 터라, 더 이상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도범이 대답하지 않고 오양수를 쳐다보지도 않자, 오양수는 도리어 도발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오양수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네가 진짜로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나?”도범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고개를 돌려 오양수를 바라보았다.“네가 자백하면 내가 두려움에 빠진 얼굴을 널 보길 기대하고 있던 건가?”도범의 이 말에 오양수는 당황했다. ‘이 녀석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왜 나와 맞서려고 하는 걸까?’오양수는 콧방귀를 뀌며 턱을 치켜들었다.“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야!”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 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내문 제자가 자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으니, 원건종이 당연히 친전 제자를 보내 자신을 시험하려고 할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범은 오양수의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여전히 아래의 싸움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양수는 실눈을 뜨며 눈빛에 서늘함을 더했다. 도범의 이러한 무시는 오양수의 연약한 자존심을 자극했다. 때로는 무시가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법이다.오양수는 다시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이렇게 한다고 해서 네가 두려움을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도범은 피곤한 듯 한숨을 쉬었다. 정말 오양수와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오양수가 8품 종문이든 9품 종문이든, 도범의 눈에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