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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Author: 은광수
‘젠장,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이젠 수습할 방법도 없네.’

나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소여정이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사진 보여달라니까!”

“안 돼요. 보여주기 싫어요.”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소여정은 더 세게 꼬집었다. 그게 너무 아파,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아! 아프잖아요! 좀 살살하면 안 돼요?”

너무 아파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소여정이 나를 사납게 째려봤다.

“그러니까 누가 약 올리래? 순순히 사진 보여주면 됐잖아.”

“그건 내 프라이버시잖아요. 강요하면 안 되죠.”

“내가 언제 강요했어? 궁금해서 그러는 거잖아. 안 보여줘도 돼, 그럼 내가 계속 꼬집을게.”

소여정은 나를 죽이려고 작정한 듯했다.

심지어 말하면서 한편으로 내 다리를 간지럽혔다.

차라리 꼬집기나 할 것이지. 간지럽히니 온몸이 불편했다.

심지어 마음마저 간질거려 나는 결국 애원했다.

“그만해요. 못 참겠어요.”

“그게 나랑 뭔 상관이지? 난 계속 간지럽힐 건데.”

소여정은 손톱이 매우 길었지만 힘을 빼고 살살 간지럽혀 마치 새끼 고양이가 긁는 기분이었다.

너무 간지러운 나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여정의 손을 마구 쳐냈다.

그 모습은 마치 커플끼리 투덕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그때, 나는 발이 미끄러워 소여정 쪽으로 넘어지면서 그녀를 덮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여정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일순, 공기에 정적이 흘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이 순간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고, 서로의 숨결이 몸에 닿고, 심지어는 피붓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소여정의 피부는 너무 좋았다. 분칠하지 않는 얼굴은 옥처럼 맑으면서도 그 속에 약간 붉은 기를 띠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토록 좋은 피부는 태어나서 본 적이 없다.

게다가 까맣고 커다란 두 눈은 초롱초롱했고, 입술은 빨갛고 윤이 났다. 도톰한 입술을 보고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깨물고 싶어졌다.

심장이 콩닥거려 멍해 있을 때, 소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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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준휘는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선물 세트 옆에 자리 잡고 섰다.“그럼 나도 한 장 찍어줘. 멋있게 찍어줘.”어차피 돈 뽑을 대로 뽑았으니 당연히 최대한의 역할은 해줘야 했다. 때문에 나는 여준휘의 소원대로 사진을 찍어줬다.그 뒤로 여준휘는 모든 선물 세트를 들고 떠나갔다.민우와 현성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수호 너 진짜 대박이다. 저 자식 시비 걸러 왔다가 144만 떼인 거 실화야?”현성은 아예 배를 끌어안고 뒤로 넘어질 듯 웃었다.“이런 게 혹 떼러 왔다가 혹 붙여 간다는 건가? 저 자식 아부할 생각에 신나서 돌아가는 거 봤어? 웃겨 죽겠어 정말.”“됐어. 일하자.”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각자 일에 매진했다.여준휘는 천수당을 나간 뒤에야 얼굴에 드리운 미소가 싹 가셨다.“젠장. 정수호, 감히 나를 엿 먹여? 두고 봐. 내가 너 질질 짜게 만들어준다.”방금 전까지 여유로운 척했던 모두 여준휘의 연기였다.일이 그 지경에 이르렀는데 구매하지 않고는 안 되는 상황이라 여준휘는 마지못해 연기했던 거다. 어쨌든 백연우에게 성의를 보여줘야 했으니까.하지만 그렇다고 그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자기가 된통 당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오늘의 원한은 잘 기억해 뒀다가 꼭 갚으리라고 다짐했다.여준휘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실루엣이 천수당에 나타났다.나는 백연우를 본 순간 마음이 복잡했다. 어떤 마음으로 백연우를 마주해야 할지 몰랐으니까.그래도 가게에 왔으니 손님 대접을 해줘야 하기에 쫓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건 불가능했다.때문에 나는 백연우를 보자마자 내실로 향하며 민우에게 말했다.“따라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하지만 나는 백연우를 너무 얕잡아 봤다. 민우는 백연우의 상대가 아니었다. ‘나 만지고 싶어요?’라는 한마디에 민우는 깜짝 놀라 연신 뒷걸음쳤으니까.나는 백연우가 나를 찾으러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나를 따라 내실까지 쫓아와 나는 숨을 곳도 없었다.“왜 또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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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휘는 살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내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조금 더 둘러보고.”“여준휘 씨 윤지은 씨와 동창이라고 했죠?”그때 나는 바로 화제를 전환했다.그 말에 여준휘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그건 갑자기 왜 물어?”“윤지은 씨한테 구애까지 한 걸 보면 집안 배경과 신분 그리고 학식 모두 너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좋은 하수오는 선물하든 본인이 사용하든 괜찮은 선택일 텐데, 정말 생각이 없어요?”“이제 곧 추석이잖아요. 우리 가게에 선물 세트도 파는데 모두 고급 포장이라 선물하면 체면이 살거든요.”“아, 그러고 보니 연승호 도련님과 같이 다녔죠? 그 분과 그 가족분한테는 선불 안 해요?”여준휘의 얼굴은 울긋불긋해지더니 이내 반박하려고 했다.“네가 뭔 상관...”“아. 알겠다. 하수오는 연승호 씨 눈에 차지 않겠네. 그럼 인삼음 어때요? 얼마 전에 갓 들여온 인삼이 있는데. 산에서 캔 자연산 인삼이라 신분 높은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두거든요. 이래 봬도 여준휘 씨와 연승호 씨는 우리 지인이나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특별히 남겨드렸어요.”“어디 보자. 연승호 씨 한 세트, 연승호 씨 부모님께 각각 한 세트씩, 그리고 곧 약혼한다고 하셨으니까 약혼녀한테도 한 세트 선물하고 약혼녀 가족한테도 보내려면 두 세트 또 더 필요하겠네?”“그렇게 기본으로 여섯 세트 사면 되겠네요. 제가 바로 백연우 씨한테 사진 찍어 보내드릴게요. 아주 기뻐하겠네요.”나는 일부러 여준휘가 사진에 보이게 찍어 사지 않으면 안 되게 상황을 만들었다.내 행동에 여준휘의 얼굴은 시커메졌다.“설, 설마 사진 보냈어?”“그럼요. 곧 추석인데 선물도 안 하려고요? 내가 골라준 거 다 가장 좋은 것들인데. 고마워할 거 없어요.”나는 일부러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말에 여준휘는 화가 나서 가슴을 들썩거렸다.“우선 고민 좀 할게.”하지만 나는 여준휘에게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웃으며 말했다.“아. 어떡해요? 아까 백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5화

    “우리 같은 의사도 모른 체하면 누가 환자들을 도와줘? 우리만 잘못한 게 없으면 되지. 나머지는 상관할 거 없어.”현성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넌 참 대단해. 난 영원히 너 같은 마음은 먹지 못하겠다.”이건 내가 대단한 게 아니다. 아마 나도 정 사장님의 영향을 받아 시시콜콜 따지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정 사장님은 바로 그런 분이다. 좋은 일을 하고도 이름을 남기지 않는 분.내 기억에 정 사장님은 고아라고 했다. 어릴 때 온갖 고생을 다 해서 인생의 고난을 모두 맛보고 이해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지금 가진 능력도 모두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배우고 익힌 거라고 했다.정 사장님은 참 착한 분이다.나도 그런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나는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할아버지는 가장 행복한 일이 다른 사람 얼굴에서 미소를 보는 일이라고 하셨다.“됐다. 가자.”우리는 짐을 챙겨 가게로 돌아가려고 했다.그때 갑자기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착한 척 오지네.”고개를 돌아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준휘였다.나는 여준휘를 상대하지 않았다. 내 눈에 그 자식은 그저 공기 같은 존재였으니까.여준휘는 그런 말로 나를 자극하려고 했는데 내가 무시하자 다급히 다가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정수호, 방금 한 짓 다 쇼지? 하. 여기 다른 사람도 없는데 순순히 인정하지 그래? 정수호, 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내가 네 속내를 모를 줄 알아? 내 앞에서까지 고고한 척하기는. 가식 떨기는...”가끔 이렇게 열폭하는 사람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면 된다. 어쨌든 우리는 인간이니 개한테까지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으니까.여준휘는 내 화를 돋우기는커녕 자기 화만 불타올랐다.“정수호, 거기 서!”나는 민우와 현성에게 물건을 건네며 두 사람더러 먼저 가게로 돌아가게 하고는 여준휘를 보며 냉소했다.“연승호가 보냈어?”여준휘는 그 말에 움찔하더니 바로 부정했다.“내가 오고 싶어서 오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4화

    여준휘는 연승호한테 절대적으로 충성할 것처럼 아부했다.“승호 도련님, 혹시 뭐 내부 소식이라도 있는 겁니까?”“그건... 알려고 들지 마. 네가 해야 할 일이나 잘해.”“네네. 제가 쓸데없는 말이 많았네요.”여준휘는 자기가 연승호의 신임을 받는 존재라는 생각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러다가 연승호가 다연 한식당을 인수하면 자기가 매니저라도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그렇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윤지은을 쫓앚다닐 필요가 없다.그리고 반대로 만약 윤지은이라는 나무에 제대로 오를 수 있다면 남은 인생은 출셋길이 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여준휘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승호에게 더 아부했다.“그 개자식은 할 일 없을 때 가서 더 밟아 줘. 난 그 자식만 보면 기분 잡치더라. 절대 편하게 살게 두지 마.”연승호는 또 내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언짢아했다.그 말에 여준휘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승호 도련님. 저 수단과 방법 많아요. 절대 그 자식 곱게 두지 않아요.”...천수당.나는 연승호와 여준휘의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고 한의관으로 돌아온 뒤 민우와 현성에게 주의를 주었다. 요즘 들어오는 약재를 눈여겨보라고.“걱정하지 마. 우리가 잘 지켜볼게.”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밖에서 갑자기 고함이 들렸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알고 보니 가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작은 자동차 한 대가 전기 바이크와 부딪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나는 가게 직원들을 불러 신속히 부상자의 상처를 살피게 했다.“다리가 부러져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내 첫 번째 반응은 환자를 빨리 치료해 주는 거였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구급차가 오기 전 출혈량을 줄이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환자 가족은 우리가 환자의 치료를 도우려고 하자 버럭 소리 질렀다.“뭐 하는 거예요?”나는 얼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3화

    “청첩장 보내면 당연히 가지.”나는 일부러 비꼬며 말했다. 연승호가 아무리 도발해도 나는 무섭지 않았다.그때 연승호는 바로 청첩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당연하지. 친구잖아. 잘 받아 둬.”연승호가 주니 나는 말없이 받았다.내가 못 갈 게 뭐가 있나? 이 자식은 내가 못 갈 줄 아나 본데.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그럼 이제 좀 비켜주지?”연승호는 웃으며 몸을 틀어 자리를 내주었다.그제야 나는 정 사장님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정 사장님은 상세한 상황을 몰랐지만 우리가 서로 대치하는 모습을 봤기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이미 눈치챘다.“연승호는 왜 수호 씨를 적대시하는 거야? 혹시 백연우 씨 때문에 그래?”가게를 나오자마자 정 사장님은 먼저 물어 왔다.나도 정 사장님께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우리 세 사람 사이의 일을 대충 설명했다.“저도 백 쌤이 갑자기 약혼할 줄 몰랐어요. 연승호가 갑자기 저를 계속 괴롭힐 줄은 더더욱 몰랐고요.”내 말을 듣던 정 사장님은 진지하게 귀띔했다.“연승호는 재벌가 도련님이라 어릴 때부터 가족 사람을 듬뿍 받고 자랐을 거야. 그러니 되도록 정면으로 부딪히지 마. 약혼식에도 가지 말고. 안 그러면 분명 수호 씨를 괴롭힐 거야.”나는 약혼식 청첩장을 꺼내 바로 쓰레기통에 던졌다.“저 안 갈 거예요. 아까는 장난 친 거예요.”정 사장님은 내 말에 싱긋 웃으셨다.우리는 각자 본인 가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시각, 레스토랑 안에서 연승호가 의자에 앉자마자 여준휘는 쪼르르 다가가 물었다.“승호 도련님, 혹시 정수호 그 자식 정말 약혼식에 초대할 생각이세요?”“흥! 내가 뭐 하러 그런 광대 같은 자식을 초대해? 그냥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 주려고 부른 거야.”그 말에 여준휘는 또 부채질했다.“승호 도련님, 정수호 그 자식 좋은 놈 아니에요. 백연우 씨가 그 자식이랑 몇 번이나 뒹굴었는지 몰라요.”연승호는 두말없이 여준휘의 뺨을 후려 갈겼다.“개자식이 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여준휘는 화끈거리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2화

    “왜요? 사장님도 이젠 다 나으셨잖아요.”나는 의아해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그러자 정 사장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마사지해 줄 때면 유미가 별로 못 느끼는 것 같거든.”그 말에 내 심장은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 순간 사장님이 모든 걸 다 알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사장님, 천수당이 이제 막 개업해 요즘 너무 바빠요. 마사지는 못할 것 같아요.”나는 왠지 불안해 핑계를 대서 거절했다.그러자 정 사장님이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수호 씨, 사실 나 우리 아내 마음 다 알아. 우리가 부부로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거든. 하지만 수호 씨는 달라. 수호 씨는 젊잖아. 수호 씨가 대신 마사지해 주면 그래도 젊음의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거든.”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이 커다래졌다.“사, 사장님, 혹시 다 아셨어요?”정 사장님은 여전히 허허 웃으셨다.“너무 놀랄 것 없어. 남자든 여자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다 그쪽으로 수요가 생기는 건 당연해. 그리고 난 수호 씨가 우리 아내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는 거 알아. 그래서 마음 놓고 마사지를 맡길 수 있는 거야.”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나와 유미 사모님은 용천 호텔에서 하마터면 잘 뻔했는데 사장님은 여전히 나를 이토록 믿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밀려왔다.때문에 나는 더 강하게 거절했다.“사장님, 정말 안 돼요. 사장님께서 이러실수록 전 그럴 수 없어요. 다른 사람 찾으세요.”정 사장님은 내가 이렇게까지 거절할 줄 몰랐는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알겠어. 정 싫다면 할 수 없지. 식사하자고 식사.”사장님이 이렇게 말하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 사장님은 모든 걸 눈치채고 있었고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정 사장님이 이럴수록 나는 유미 사장님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나는 용천 호텔에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1화

    고혜란은 두말없이 물건을 받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됐어. 버렸으니까 이제 가도 되겠지?”나는 더 이상 논쟁하지 않고 곧바로 뒤돌아 떠났다.고혜란은 내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쉽게 떠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애교 누나는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고혜란은 화가 난 듯 콧방귀를 뀌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오늘부터 네가 공무원 시험 칠 때까지 내가 여기 있을 거야.”“엄마, 그렇게 계속 저 감시하면 저 집중 못 해요.”“집중 못 해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이 엄마 쫓아내려고 그러는 거야?”고혜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제 딸을 바라봤다.애교 누나는 갑자기 무력감이 들어 뒤돌아섰다.“마음대로 해요. 저 책 보러 들어갈게요.”“책은 무슨 책이야? 아침 먹어.”“먹기 싫어요. 배 안 고파요.”애교 누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어릴 때부터 착하고 철 들었던 애교 누나는 부모님을 말을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다. 그 유일한 한 번의 예외가 바로 왕정민과 결혼할 때다. 그때 애교 누나는 비교적 단순해 자기를 사랑해 주는 남자만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왕정민과의 결혼 생활도 결국은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 그때 애교 누나는 자기가 그동안 너무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만 살아 왕정민 같은 사람한테 완전히 속아 났다고 생각했다.때문에 애교 누나는 변하고 싶었고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 그 결과가 또 상처가 될지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자기 길을 끝까지 가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애교 누나는 평생 부모님 날개 아래에서 보호받으며 살 수 없었다.하지만 매번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애교 누나는 부모님께 반항하지 못했다.애교 누나가 가장 속상한 건 자기가 충분히 강하지 못해 부모님께 자신 있게 대항할 수 있는 끈기와 능력이 없다는 거였다.“수호 씨,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애교 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90화

    나는 애교 누나 말대로 이 말썽이 심한 곳을 떠나려고 했으나 누나의 어머니가 누나를 욕하는 말을 듣고 차마 떠날 수 없었다.결국 나는 다시 방문을 두드렸다.고혜란은 씩씩거리며 나와 문을 열더니 나를 보자마자 버럭 소리쳤다.“가라고 했잖아! 또 여기는 뭐 하러 왔지?”“어머님, 저를 욕할 테면 마음껏 욕하세요. 화풀이하려거든 저한테 하시고 애교 누나한테 하는 욕설은 멈춰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누나는 어머님 딸이잖아요.”“내가 내 딸 교육 좀 하겠다는데 자네랑 무슨 상관인지?”전에 애교 누나한테서 들은 적이 있는데 누나의 어머니는 모 대학교 교수였는데 지금은 퇴직했다고 했다.그런데 교수라던 사람이 이토록 교양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나는 애써 화를 눌러 참았다.“어머님, 저는 그저 누나를 지켜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누나가 상처받지 않게...”“그 입 다물라고 했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안 그러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듣자 하니 아직 졸업장도 못 받았다던데. 내가 그 학교 총장과 사이가 꽤 괜찮은데, 내가 총장한테 전화하게 하지 마.”나는 지금껏 상냥한 얼굴로 누나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지만 고혜란은 내가 뭘 말하든 전혀 듣지 않고 오히려 졸업장으로 나를 협박했다.그 순간 나는 단단히 화가 났다.나는 결구 참지 못하고 하고 싶었던 얘기를 토하듯 쏟아부었다.“애교 누나처럼 착하고 다정한 사람한테 어떻게 어머님처럼 독단적인 어머니가 계신지 모르겠네요.”“뭐라고? 다시 말해 봐!”애교 누나는 얼른 달려와 제 어머니 앞을 막아섰다.“수호 씨, 얼른 가요. 그만 말해요.”고해란은 어찌나 화가 났는지 나에게 손찌검까지 하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뒤돌아 떠났다. 하지만 내 화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이대로 애교 누나를 버려두고 가면 누나한테 또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심히 걱정되었다.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태웅이 충분히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생각했는데, 애교 누나의 어머니가 더 까다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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