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한번 시도해 보지 뭐.”모태진은 잔뜩 설레어 내 마사지룸으로 쪼르르 달려왔다.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풀이 죽어 뛰쳐나왔다.그러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안 되겠어요. 저 여자 얼굴은 예쁜데 너무 폭력적이라 감당이 안 돼요.”나는 또 다른 동료들을 설득했다. 그 동료들 역시 누구보다 빠르게 내 마사지룸으로 달려갔다.하지만 결국은 내가 직접 나섰다.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억지로 마사지룸에 들어갔다.그랬더니 윤지은이 얼음 마녀처럼 차가운 얼굴과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눈빛에 쫄아 나는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내가 얼른 뒤 돌아 도망치려고 할 때.“거기 서요!”윤지은이 차갑게 명령했다.그러다가 곧이어 따져 물었다.“아까 여자랑 무슨 사이예요?”“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고객이에요.”도망칠 기회가 사라지자 나는 솔직히 말했다.윤지은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단지 고객? 단순한 고객이면 왜 소여정 위에 누워 있었어요?”“소여정 씨가 그렇게 해달라고 하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겠어요?”내 말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윤지은의 눈빛은 더 싸늘해지더니 말투가 더 거칠어졌다.“고객이 해달라고 하면 해줘요? 그럼 죽으라고 하면 죽겠네요?”윤지은의 말에 나는 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이봐요, 말조심해요. 지난번에 이미 약속한 거 아니었어요? 앞으로 서로 아는 척하지 말자고. 그런데 왜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데요? 뭐 하자는 거예요?”“정수호 씨, 경고하는데 소여정 멀리 해요. 또 가까이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당신이 뭔데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야?’‘본인이 약속을 어겼으면서 여기까지 와서 내 잘못을 나무란다고? 본인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나는 윤지은의 손을 뿌리쳤다.“윤지은 씨, 그럼 나도 충고 하나 할게요. 앞으로 내 일에 참견하지 마요. 나 이제 그쪽 안 무서워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잖아요. 그리고 하나 더, 앞으로
‘이게 목적이었어?’나는 속으로 윤지은을 악마라고 욕했다.‘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할 것 같아?’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꿈 깨요.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테니까. 당장 나가요!”소여정은 하나도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팔짱을 낀 채 덤덤하게 나를 바라봤다.“정말 쫓아낼 생각이에요? 나 여기 소비하러 온 건데?”“네, 아주 확신해요!”나는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그러자 윤지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장담하건대, 와달라고 나한테 빌게 될 거예요.”윤지은은 그 말만 남긴 채 뒤돌아 떠나갔다.그녀가 무조건 사장한테 가서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컴플레인이 무섭다고 윤지은의 손에 놀아날 생각은 없었으니까.게다가 나한테는 윤지은이 소란 피웠다는 증거가 있다.정 사장님 같은 깨어 있는 분이라면, 분명 윤지은의 말을 맹신하지 않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윤지은이 떠난 뒤 나는 너무 아파 바지를 벗고 확인하려 했다.심지어 그녀가 다시 쳐들어올까 봐, 일부러 문까지 잠갔다.그러고는 조용히 벨트를 풀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물론 아픈 것 빼고는.윤지은은 너무 악독했다. 어쩌면 사람의 약점만 이렇게 공격하는지.나는 혈 자리를 누르면 이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하지만 이곳은 특별해서 바지에 손을 넣고 마사지하기가 불편하다.때문에 나는 아예 바지를 벗고 살살 마사지했다.그렇게 한참 지나니 통증은 조금 완화되었다.하지만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너무 놀란 나는 황급히 바지를 주워 입었다.하지만 미처 다 입지 못했을 때, 마사지룸 문이 활짝 열렸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은이었다.윤지은이 또다시 나타난 걸 보자 나는 죽고 싶었다.몸을 숨기고 싶었지만 숨을 곳이 없어, 나는 바지로 앞을 가리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그러면서 윤지은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오 마이 갓! 정말 왜 그래요? 난 정말 윤
하지만 나는 바로 화내지 않았다.윤지은의 손에 지금 내 마사지룸 열쇠가 있기에 이대로 윤지은을 몰아붙였다간 당장 달려 나가 헛소리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됐죠.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요?”윤지은의 미소는 단번에 사라지더니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역시나 아까 그 말이에요. 소여정한테서 떨어져요. 앞으로 만나지도 마요.”“그럴게요. 당연히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전에 윤지은 씨도 할 수 있어야 해요.”윤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소여정이 또 찾아오면 아예 무시해요.”“나도 그럴 생각이에요. 하지만 내 일은 내가 결정하면 안 될까요? 소여정 씨 신분은 두말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 여자나 윤지은 씨나 날 마구 휘두르면 나라고 뭐 어쩌겠어요?”“두 사람은 권력을 쥔 사람이고, 난 지극히 평범한 사림이에요. 내가 오히려 빌고 싶네요. 제발 좀 나 가만 내버려두면 안 돼요?”이 여자들이 나를 상대로 장난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하지만 윤지은은 여전히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정 안 되면 여기 그만두면 안 돼요?”나는 너무 화가 나 헛웃음이 나왔다.“그만두라고요? 일 그만두면 손가락만 빨라고요? 아니면 윤지은 씨가 나 데리고 살아줄래요?”유지은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내가 왜 그쪽을 데리고 살아야 해요?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그러니까요. 그쪽이 뭔데 나더러 일 그만두라고 하냐고요? 나는 일 잘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자꾸만 찾아와서 나 귀찮게 하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하나같이 다 찾아와서 나 괴롭히기나 하고, 진짜 다들 너무 한 거 아니에요?”나는 한꺼번에 마음속에 삭였던 분노를 모두 분출했다.하지만 윤지은은 여전히 자기 의견을 고집했다.“일 그만두라고 하는 게 다 당신을 위해서라는 걸 왜 몰라요?”“참 고맙네요.”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화가 나서.그러자 윤지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태도 조심해요!”나는 너무 화나고 어이없어 터져버릴 것만
나는 윤지은의 태도에 자극 받아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주제넘게 덤벼들었다.“윤지은 씨 정말 이상한 거 알아요? 나를 그렇게 무시하면서 왜 계속 나랑 몸은 섞어요? 나를 깎아내리는 거예요? 아니면 본인을 깎아내리는 거예요?”“입 다물어요. 말했죠, 그 일은 다시는 언급하지 말라고!”윤지은은 버럭 소리쳤다.이에 내가 차갑게 반박했다.“나도 일부러 그 얘기 언급한 거 아니에요. 윤지은 씨가 먼저 나를 자극했잖아요. 제발 본인 위치 좀 정확히 해요. 윤지은 씨 입으로 우리 관계를 부인하면, 내 일에 참견할 자격도 없는 거죠.”“그러니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마요. 나 그런 거 딱 질색이니까.”나는 말하면 할수록 열이 올라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윤지은을 저격했다.하지만 윤지은은 이번에는 웬일인지 나에게 맞서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얼마 뒤, 윤지은은 갑자기 일어나 떠나갔다. 그 행동에 나는 오히려 어리둥절했다.왜 그러는지 궁금했지만, 나는 쫓아가지 않았다.이제 겨우 악마 같은 여자가 떠나갔는데, 이건 내가 간절히 바라던 거 아닌가?나는 의자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속으로는 윤지은이 다시 오지 말라고 빌면서.한참 휴식하다가 기분 전환 겸 물 마시러 로비에 나갔더니 모태진이 쪼르르 달려왔다.“수호 씨, 아까 그 여자는 어떻게 보낸 거예요?”“나도 몰라요.”나는 의자에 기댄 채 힘 빠진 듯 대답했다.그러자 모태진이 놀란 듯 입을 크게 벌렸다.“에? 모른다고요? 그 여성분 분명 수호 씨 마사지룸에서 나왔잖아요.”“하, 묻지 말아 줄래요? 저 휴식하고 싶어요.”나는 맥이 빠져 하루 종일 일한 것보다 힘들었다.앞으로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모태진은 내가 안쓰럽다는 듯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그래요. 잘 휴식해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모태진이 제 할 일 하러 떠나자 나는 그제야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모 선생님.”‘한은솔?’나는
나는 주선영한테 말했다.“너도 들어가서 마사지 좀 받아. 태진 선배 솜씨 좋아.”“됐어요, 나 돈 없어요.”주선영은 고개를 저었다.이에 내가 말했다.“돈은 내가 낼게. 넌 들어가기만 하면 돼.”주선영은 눈을 커다랗게 뜨며 이해되지 않는 듯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는 이 단순한 여자애한테 상황을 설명하기 싫었다.“왜 나를 봐? 얼른 들어가. 넌 애교 누나 동생이니 내 동생이기도 해. 사촌 오빠가 도와주는 것도 안 돼?”사실 나와 주선영은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런데 나를 오빠라고 자칭하는 건 내 판타지를 이루기 위해서다.하지만 이 단순한 여자애는 조금도 개의치 않아 했다.주선영은 확실히 단순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뿌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저, 저기, 혹시 정말 우리 언니랑 만나요?”“어린애는 어른들 일에 참견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기나 해.”주선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나 이제 20살이라 어린애 아닌데.”그 옆에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네 몸이 20살이라도 머리는 어린애잖아. 어디 가서 속아야 정신 차리지.’“그래, 너 어린애 아니야. 그러니 얼른 들어가.”나는 어린애 달래듯 주선영을 달랬다.그랬더니 주선영은 역시나 기뻐했다.‘이런 여자애는 이 세상에 참 드문데.’아마도 가족이 애지중지 키우고 잘 보호해 줬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단순할 리 없다.사실 내가 주선영을 모태진의 마사지룸에 들여보내려 하는 건, 감시하기 위해서다.안에 있는 두 사람이 갑자기 활활 타올라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봐.주선영이 들어가고 나서야 나는 안심하고 내 마사지룸으로 들어갔다.이제 1시간 정도만 더 있으면 퇴근이었다.나는 얼른 애교 누나한테 저녁에 밖에서 외식하며 제대로 축하하자는 문자를 보냈다.어쨌든 인생 첫 차를 샀으니, 이건 나한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애교 누나는 내 문자를 기다렸던 것처럼 바로 답장했다.[그래요. 그럼 샤부샤부 어때요?][뭘 먹을지는 누나가 결정해요.]내가 한창 애교
주선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주선영을 먼저 애교 누나 집에 보내고, 나는 형네 집에 찾아갔다.이제 차키를 형수한테 돌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문을 두드렸는데 안에서 아무 응답도 없었다.당연히 집에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내 손에 형네 집 키를 쥐고 있었으니까.“형수, 형?”나는 두 사람을 불러 봤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보아하니 형과 형수가 정말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그게 왠지 조금 아쉬웠다.마지막으로 형수와 단둘이 집에 있을 기회인 줄 알았는데, 형수가 집에 없다니.나는 형수의 차키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메모를 한 장 남겼다. 차를 샀으니 이제 형수 차가 필요 없다는 내용으로.차키와 메모를 식탁 위에 놓았지만 바로 떠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이 집에서 지낸 세월이 있고, 형수와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모두 이 공간이었으니.나는 방을 빙 둘러보다가 결국에는 형수와 형의 침실에 도착했다.이 집에서 내가 안 가본 곳이 없다. 유독 이 침실만은 거의 발을 들이지 않았다.얼마 전 형과 형수가 몸을 섞던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불편했다.너무 아쉬워 침대에 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나도 이런 날이 언젠가 올 줄 알았다.그렇게 한참 앉아 있다가 떠날 준비를 할 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하지만 그건 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벨 소리는 침대 밑에서 나고 있었다.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설마 침대 밑에 사람이 있나?’‘젠장, 너무 무섭잖아.’나는 얼른 손에 잡히는 물건을 대충 잡고 침대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누구야? 나와! 안 나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연거푸 몇 번을 소리쳤지만 침대 아래에서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재빨리 침대 시트를 들었지만 선 자세로 침대 밑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나는 결국 몸을 쪼그렸다.침대 아래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조금 경계를 풀고 바닥에 엎드렸더니 침대
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도 들켰을까 봐 조마조마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형도 집에 없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형은 대체 왜 핸드폰을 숨겼지? 그 여자는 또 누구고?’나는 너무 궁금해서 이 사실을 알아내려고 낯선 번호를 적었다.이러고 나서 나중에 방법을 생각해 이게 무슨 일인지 확인할 생각이었다.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원위치에 놓고 집을 나섰다.애교 누나 집에 도착했지만 나는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애교 누나도 걱정됐는지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누나의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우리 샤부샤부 먹으러 가요.”나도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얼른 마음을 추슬렀다.우리는 반반 육수를 시키고 아주 맛나게 먹기 시작했다.그 덕에 쓸데없는 고민도 모두 날아갔다.먹고 마시며 대화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11시가 되었다.주선영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뒤, 애교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나는 누나를 와락 끌어안았다.“애교 누나, 제가 노력해서 당당하게 누나와 결혼할게요.”애교 누나는 싱긋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누나와 손을 서로 잡은 채 마주 보고 있으니 너무 행복했다.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껴안고 입술을 들이밀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다급히 내 입을 막았다.“안 돼요. 들어가서 해요.”“한 번만요. 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내 애교에 누나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안 믿어요. 매번 그렇게 말하면서 약속 안 지키잖아요.”“누나는 저를 너무 잘 알아요. 우리 점점 더 케미가 생기는 것 같은데요?”나는 일부러 애교 누나를 희롱했다.그때, 형네 집 문이 열리더니 동성 형이 걸어 나왔다.그럼에도 나는 애교 누나를 놓아주지 않았다.누나가 이미 왕정민과 이혼했으니, 누구보다 당당하게 만날 수 있었다.하지만 형의 안색이 이상한 걸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아니
“그래?”겉웃음을 짓는 동성 형을 보니 나는 등골이 오싹해 대충 핑계를 대고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동성 형이 나를 붙잡았다.“수호야, 그렇게 급하게 돌아갈 필요 없잖아. 형 너랑 할 말 있어.”나는 심장이 철렁해서 속으로 형이 대체 뭐 하자는 건지 생각했다.그때 형이 두말없이 나를 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 강박적이고 난폭하게 잡아당기며 나에게 반박할 여지도 주지 않았다.나는 너무 당황해서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형이 내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는 걸 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러는 것도 나에게 따져 물으려는 거고.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다.잘못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 내가 겁먹을 게 뭐 있나?나는 형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물었다.“날 여기까지 끌고 온 거 전화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서지?”“너 그 전화 받았지?”동성 형은 숨길 생각도 없는지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도 알고 있다. 형한테 직접적인 증거를 잡혀 잡아떼도 소용없다는 걸.때문에 나는 더 이상 거짓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내가 그 전화 받았어. 그리고 전화한 사람이 여자라는 것도 알아. 형 지금 형수 몰래 여분의 핸드폰을 준비해서 어디서 난지도 모를 여자랑 연락하고 지내고 있잖아. 나야말로 묻고 싶네, 대체 뭐 하자는 거야?”나는 동성 형을 반히 바라봤다. 하지만 형의 얼굴에는 후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정수호, 내 말에 먼저 대답해. 차키 돌려주러 왔다면서 우리 침실에는 왜 들어갔어?”나는 너무 화가 났다.형이 그런 짓을 하고 후회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나를 질책하고 있다니?그렇다는 건 전에 나한테 애원했던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 아닌가?형은 형수와 제대로 살아볼 생각이 아예 없고, 후회하고 뉘우친 적도 없다.그 모든 건 형이 만들어낸 거짓이었다.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형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이 나쁜 자식! 쓰레기! 형수와 잘 살겠다고 약속했으
현성은 손을 휙 저었다.“뭔데? 말해 봐.”“네가 나 대신 대출 좀 받아 줘.”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거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실력 있는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다.현성은 가정형편이 좋으니 내 보증을 서주기에 적합했다.“얼마나 빌릴 건데?”“3억.”나는 필요한 돈보다 더 대출할 생각이었다. 만약 앞으로 혼자 하면 이런저런 지출이 있을 게 뻔하니, 수중에 돈을 남겨두는 건 당연했다.“뭐 하러 그렇게 많이 빌려?”현성은 음식을 우물거리며 물었다.결국 나는 민우와 함께 한의관을 열려고 한다는 걸 털어놓았다.그걸 들은 현성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정수호. 어떻게 민우랑 한의관을 열면서 나한테 말하지 않아? 난 네 친구 아니야?”현성의 반응에 멍해진 나는 한참 뒤에 반응했다.“나도 네가 강북에 온 걸 얼마 전에 알았어.”“그럼 이제 돌아왔는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돼?”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우선 앉아 봐.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현성은 내 말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는 걸 본 나는 조목조목 분석하기 시작했다.“그 한의관을 운영할 사람은 나랑 민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파트너 두 명이 더 있어. 물론 네가 끼어도 되지만 네 성격에 매일 가게에 붙어 있을 수 있어?”내 기억에 따르면 현성은 학교 다닐 때 교실에 붙어 있는 걸 가장 싫어했었다.직접 한의관을 운영하는 건 학교 다니는 것보다 분명 더 바쁠 거다. 뭐든 직접 해야 하는 건 물론,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며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고생 한번 한 적 없는 현성이 그걸 버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분석을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뜻은 알겠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뭐 하나 해낸 게 없어서 우리 부모님이 맨날 닦달해. 난 진작부터 성과를 내서 두 분께 보여주고 싶었어. 그동안은 딱 떠오르는 게 없어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너랑 민우가 창업한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등신 같더라. 그래서 나도
게다가 집도 마침 강북에 위치해 있다.나는 얼른 전화번호부에서 조현성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현성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현성아. 나야. 정수호.”[정수호? 오호 브라더. 갑자기 웬일로 연락했어?]대학교 때 친구들은 우리가 늘 꼭 붙어 다닌다고 부부냐며 놀렸었다.나도 처음에는 그런 말들이 싫었지만, 현성의 성격이 꽤 괜찮은 데다 어디 놀러갈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닌다는 걸 인지한 뒤로는 우리가 친해서 그렇게 놀리는 거라고 점차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성은 웬 여자애를 따라다니느라 대학교를 그만뒀고, 그 뒤로 우리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강북으로 돌아왔다는 현성의 SNS를 보고 그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용건이 있으니까 했지. 너 지금 어디야? 우리 만날까?”[나야 백수라 빈둥빈둥 놀고먹기만 하지. 며칠 전에 우리 영감탱이가 날 집에 가두는 바람에 아직도 집에 있어.]“어? 그럼 만나지 못하잖아.”[만나려면 당연히 만날 수 있지. 내가 누구야. 마왕이라고 불리는 사나이 아니겠어. 우리 집 열쇠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것 같아? 주소 보내 봐. 이따 찾으러 갈게.]현성의 말에 나는 한시름 놓았다.나는 얼른 근처에서 가게를 찾아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러자 현성은 곧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문자를 보냈다.약 20분쯤 기다렸을 때 현성은 모습을 비추었다.몇 년 만에 만나서인지 조현성은 많이 변해 있었다. 몸에 살이 올랐고 얼굴도 더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을 반짝이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글쎄,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 앞에 있는 두 여자애를 향해 휘파람을 불다가 된통 욕까지 먹었다. 하지만 현성은 어찌나 뻔뻔한지 개의치 않고 제 명함까지 건넸다. 물론 그 명함은 예상대로 쓰레기통 행이였지만.“하하. 까칠하네. 그래도 마음에 들어.”현성은 빙그레 웃으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 순간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보다 보니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모든 제품을 한번 훑은 뒤 나는 세 가지를 선택했다.“제가 볼 때 이 세 가지가 괜찮아 보여요.”이영미는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그래. 그럼 이 세 가지로 하지 뭐. 주소 알려 줘.”“제 주소는 왜요?”“먼저 수호 씨 집에 보낼게. 수호 씨가 한번 사용해 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말해 줘. 그러면 내가 다시 살 테니까.”‘나를 실험용 생쥐로 보는 건가?’비록 조금 찜찜했지만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나도 마침 사용해보고 싶었으니까. 나는 결국 내 주소를 가르쳐 줬다.이영미가 구매를 마쳤을 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윤지은이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밖에서 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제 어머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자마자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둘이 뭐 했어?”이영미는 핸드폰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내가 수호 씨한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뭐야? 이런 것도 상관하게?”“엄마는 나이도 있으면서 뭐 맨날 사진을 찍어요?”윤지은은 불만 투로 투덜댔으나 표정은 전혀 싫어하는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도 제 엄마가 아직도 아이 같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가끔 윤지은은 이런 엄마가 부러울 때도 있다. 평생 남편의 예쁨을 받고 아무 고민 없이 영원히 동심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식사 후반부는 그런대로 순조로웠다.식사를 마친 뒤 이영미는 함께 노래 부르러 가자고 초대했지만 나는 그걸 거절했다. 이번에는 윤지은도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사장님이 빌려준 레인지로버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는 형수에게 전화했다. 그러고는 방금 이영미의 병을 봐주고 형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그런데 결국 못 가게 됐어요.”다시 생각해도 이건 너무 아쉬웠다.내 말에 형수는 싱긋 웃었다.[난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와요.]그 순간, 방금 이영미가 산 물건을 형수와 함께 사용하면 분명 끝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이영미가 문건을 고를 때 나
윤지은은 여전히 미소 지었다.“걱정하지 마. 난 꼭 말한 대로 할 테니까.”“그럼 약속한 거예요. 두고 봐요. 지은 씨는 언젠가 저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까.”말을 마친 나는 홱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혼자 룸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이영미는 내가 들어오자 사진을 찍어 달라며 핸드폰을 건넸다.나는 두말없이 핸드폰을 받아 들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뜬 메시지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영미가 인터넷으로 중년 부부가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때마침 네티즌들이 댓글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섹스 토이를 추천하며 사진까지 첨부했다.“크흠...”난생처음 보는 신문물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때 이영미가 마침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물었다.“왜 그래?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간데?”“직접 보세요.”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건넸다.폰을 건네받은 이영미는 댓글을 확인하더니 피식 웃었다.“고작 이것 때문에 그래? 혹시 우리 지은이랑 이런 거 사용해 본 적 있어?”“아니요. 절대 없어요. 절 그렇게 변태로 몰아가지 마세요.”이영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젊어서 그런지 부끄러움이 많네. 수호 씨도 나이 먹으면 이러지 않을 거야. 사실 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라고 봐. 그러니 즐겁고 재밌는 건 해봐야지.”‘제가 경험 많은 어머님과 어떻게 비교하겠어요?’입만 열면 이런 쪽으로 얘기하는 건 난 도저히 할 수 없다. 역시 유부녀라 그런지 욕구도 많고 뭐든 거리낌이 없는 것 같다. 어쩐지 인터넷에서 연애 경험 많은 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다 재밌다고 하더라니.그 말인 즉 유부녀가 훨씬 낫다는 말 아니겠나?“지은은?”“모르겠어요.”나는 그 여자를 언급하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그때 이영미가 룸 문을 닫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그럼 나 대신 골라 줘. 뭐가 더 재밌을 것 같아?”나는 순간 어리
이영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괜찮아. 젊을 때는 누구나 다 경험이 부족해 감정적으로 굴 때가 많아. 이해해. 오늘 기분도 좋은데 이따 같이 식사하는 건 어때? 내가 살 테니까.”사실 나는 싫었다. 형수를 만나러 가고 싶었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누구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나는 다급히 부인했다.“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예요? 저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줄래요? 알았어요. 먹으면 될 거 아니에요.”‘따발총이야 뭐야? 왜 항상 이렇게 쏘아붙여?’이영미는 딸이 남자 맛을 본 걸 축하한다며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심지어 파티까지 준비하려 했는데 윤지은이 막았다.“엄마, 파티 열면 엄마를 정신병원에 처넣는 수가 있어요.”이런 일로 정말 파티까지 열면 윤지은은 아마 쪽팔려 죽을 거다. 다행히 윤지은의 말은 이영미에게 겁을 주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식사 내내 윤지은의 상태는 계속 이상했고 자꾸만 나를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나 역시 윤지은이 무슨 꿍꿍이인지 걱정이 돼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는 밖에서 바람을 쐬려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을 나왔다. 그 뒤로 얼마 뒤, 윤지은도 따라 나왔다.“우리 일 이제 들켰는데 어쩔 거야?”‘이건 또 뭔 질문이지?’“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 건데요?”“정수호. 너 정말 남자 맞아?”윤지은은 낯빛이 어두워져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뜬금없이 욕을 먹은 난 너무 어이없었다.“의견을 묻는 건데 왜 또 화내는 거예요?”“누가 의견 물으래? 네 태도가 궁금하다고.”“제 태도는... 책임져줄 수 있어요. 물론 지은 씨가 원하면.”윤지은은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심지어 안색이 점점 어두워져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것도 싫어요? 그럼 뭘 원하는데요?”윤지은은 나에게 바짝 다가오면 싸늘하게 물었다.“그럼 어떻게 책임질 건데? 네 애교 누나를 차버리고 나랑 결혼이라도 할 거야?”“그건 안 되죠. 전 애
“엄마, 괜찮아요?”윤지은은 엄마의 이상한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보통 엄마라면 자기 딸이 우수한 짝을 찾기를 원하지 않나? 왜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게다가 딸이 아무것도 아닌 남자랑 잤다는데 왜 화를 내지 않지?’“괜찮지 그럼. 우리 윤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사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고 돈 많은 사돈에게 빌붙을 필요도 없어. 난 전에 네 심리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문제없다니 오히려 다행이지. 앞으로 외로우면 만나고 싶은 남자 마음대로 만나. 넌 윤씨 가문 딸이잖아.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윤지은의 얼굴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윤지은은 사실 욕구불만인 사람은 아니다. 다만 전에는 정말 힘든 데다 여준휘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에 아무나 만나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거였다.“필요 없어요. 요즘 병원 일이 바빠서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 없어요.”“누굴 속여? 너희 병원 요즘 안 바쁘잖아. 나 고 교수한테 다 물어봤어. 네가 요즘 할 일이 없다면서 휴가 줄 생각도 하던데. 차라리 이참에 수호 씨랑 여행이나 다녀와.”윤지은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버럭 소리 질렀다.“싫어요. 가더라도 혼자 다녀올 거예요.”“혼자 가는 게 얼마나 위험해? 낯선 환경과 낯선 도시에 가면 외로울 때 누가 같이 있어 줘?”“엄마. 말끝마다 남자 얘기하지 마요. 전 독립적인 여성이에요. 남자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요.”“우리 딸이 얼마나 독립적인지는 나도 잘 알지. 그럼 그냥 친구랑 같이 논다고 생각해. 두 사람이 가는 게 혼자보다는 낫잖아. 남자도 사실 애완동물처럼 곁에 두면 꽤 즐거워.”그 말에 나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역시 부자들한테는 뭐든 애완동물로 보이는구나.’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지은 씨, 윤 사모님, 이제 설명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나는 기분이 언짢아 일부러 호칭으로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그러자 이영미가 다급히 내 팔을 잡았다.“가긴 어딜 가?
그때, 슬리퍼 한쪽이 날아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나는 그대로 소파 위에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윤지은은 그 틈에 덮쳐와 가위로 내 옷을 마구 잘랐다. 그 모습에 나는 오금이 저려 났다.가위가 조금만 더 아래로 향하면 나는 정말 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나는 다급히 윤지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정말 저를 고자로 만들 작정이에요? 내 거로 얼마나 기분 좋았던지 잊었어요? 정말 잘라버리면 앞으로 누가 지은 씨 기분 좋게 해줘요?”윤지은은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봤다.“그건 너 없이 나 혼자서도 해결해. 그런데 감히 우리 엄마를 노려? 그러면 죽어야지.”“전 지은 씨 어머님 노린 적 없어요. 정말 마사지해 드린 것뿐이에요.”“노린 적 없다고? 그런데 아까 더 세게 하라느니 거친 게 좋다느니 한 말은 뭔데?”“제가 너무 살살 누른다고 더 세게 누르라는 거였어요.”“헛소리하지 마. 누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내가 들어왔을 때 네놈이 우리 엄마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거 똑똑히 봤는데. 말해. 우리 엄마한테 나쁜 짓 하려고 했지?”“제가 여색을 밝히는 건 맞지만 짐승은 아니에요. 전에 지은 씨랑 그랬는데 어떻게 지은 씨 어머니를 노리겠어요? 내가 변태도 아니고.”윤지은이 뭐라 하기 전에 이영미가 초조한 모습으로 달려 나왔다.“지은아, 너희 둘... 정말 했어?”윤지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목까지 빨개졌다.“엄마,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요?”이영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용천 호텔에서부터 두 사람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어. 우리 예쁜 딸. 네가 남자랑 사랑도 나누어 봤다니 엄마는 너무 기뻐. 난 네가 불감증인 줄 알았잖아. 어때? 해보니까 기분 좋지? 한 번 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지?”윤지은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라 빨갛게 익어 버렸다.“엄마. 좀 점잖게 행동해요.”“에이, 엄마도 다 겪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나랑 수호 씨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절대 못 그래요. 제가 그렇게 물으면 지은 씨는 분명 저를 잡아먹으려고 할 거예요.”나는 바로 거절했다.그러자 이영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딸이 정말 불감증은 아니겠지? 평생 결혼도 안 하고 남자도 안 만나려는 건가? 남자랑 한 번도 해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불쌍한데.”“크흠...”서슴없이 말하는 이영미의 모습에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수호 씨, 힘 좀 써봐.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이 정도면 돼요?”“아니. 더 힘써 봐. 난 심플하고 거친 걸 좋아하거든.”“이렇게요?”“아, 좋아...”한편, 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윤지은은 안에서 어머니와 누군가의 이상한 대화가 들려 다급히 문에 귀를 바짝 댔다. 그리고 바로 우리의 대화를 들어 버렸다.그 순간 나와 제 어머니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고 착각한 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문을 확 열어젖히고 노기등등해서 들어왔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참 공교롭게도 윤지은이 들어오기 바로 전 이영미는 소파가 불편하다며 침대에 누워 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이영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와 이영미가 한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을 윤지은에게 들키고 말았다.단단히 화가 난 윤지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손에 잡히는 대로 가위를 집어 들었다.“정수호, 이 개자식. 감히 우리 엄마를 넘봐? 내가 너 다시는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 거야.”나는 침실에 들어오기 전에 사실 도어락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영미가 얼른 마사지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바로 그걸 무시해 버렸다.고개를 돌렸을 때 이영미는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슬립이 너무 짧아 예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마사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을 때, 이영미가 말했다.“안 될 거 뭐 있어? 집에 사람도 없는데. 무엇보다 당사자인 내가 괜찮다잖아. 얼른 눌
“이렇게요. 손가락을 구부리지 말고 쫙 펴야 해요.”나는 최선을 다해 시범을 보여주었다.그때 이영미가 갑자기 내 바지춤을 잡으며 말했다.“옷이 너무 커서 시선이 막히잖아. 옷 벗어 봐. 그래야 잘 보이지.”“어머님, 그건 안 돼요...”“그럼 옷을 들어 올리던가. 이렇게 하면 잘 안 보여.”나는 어쩔 수 없이 티셔츠 밑단을 위로 들고 다시 시범을 보여주었다.“보세요. 이렇게 손가락을 놓으면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간격이 조금 생기는데 그 위치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혈자리예요.”“똑바로 앉아 봐. 잘 안 보여.”이영미는 또다시 나를 마구 잡아당겼다. 이러다가 바지가 벗겨질 것 같아 나는 다급히 일어나 벌렁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 “어머님, 전 이미 충분히 보여줬으니 직접 찾아보세요.”“이렇게? 이것 봐,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듣는다니까.”이영미는 동안에 귀염 상이지만 손은 어찌나 둔한지 계속 틀렸다.결국 보다 못한 나는 직접 가르쳐주었다. 다만 자세만 잡아주고 혈자리를 찾는 건 역시나 이영미 스스로 찾게 했다.“혈자리를 찾았다면 가볍게 눌러 봐요. 시큰거리는지 확인해 봐요.”그 과정에 나는 이영미를 보지 않으려고 계속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 말에 이영미는 혈자리를 살짝 눌렀다.“아. 진짜 시큰거리는 것 같네. 앞으로 여기를 누르면 해소된다는 거지?”“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이영미의 맥을 짚었다.이영미는 낮은 소리로 진작 물었던 걸 그랬다며 혼잣말했다. 이영미의 모습을 보니 연기 같지는 않았다. 아까 계속 내 바지를 내리려 해서 하마터면 이영미가 나한테 뭐라도 할 줄 알고 진땀을 뺐는데, 보아하니 내가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맥을 한참 짚어본 뒤 나는 상황을 말했다.“보아하니 편두통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손으로 마사지하면 두통이 사라질 거예요.”나는 이영미더러 소파에 기대앉게 하고 나는 소파 뒤에 선 채 머리를 마사지해 줬다.그때 이영미가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