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었다.“고마워할 거 없네. 김진호는 내 제자인데, 다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니.”“아, 김진호 씨도 이 선생님 제자였어요?”이건 나도 의외였다.이 선생님과 그의 다른 제자는 모두 다정한데, 유독 김진호만 다른 세상 사람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이 선생님도 답답한 듯 고개를 저었다.“사실 김진호뿐만 아니라 정 사장도 내 제자라네.”“그렇다는 건 이 선생님이 실력 있다는 뜻이죠. 이 선생님 덕분에 이 가게 매출도 좋은 거고요.”이 선생님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실력은 나도 부정하지는 않겠네. 내가 이 일을 하기 전에 마사지사 자격증까지 취득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늙어서 예전만 많이 못 하네.”“이 선생님 솜씨는 계속 전해질 거예요. 게다가 모든 사람이 이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할 거라고 믿어요.’내 말에 이 선생님은 허허 웃으며 나와 몇 수다를 덜었다.그 덕에 나도 방금 전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을 바로 잊어버렸다.우리가 한창 재밌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직원 한 명이 갑자기 고객이 찾는다면서 나를 불렀다.‘엥? 내가 출근한 지 반나절인데 나를 찾는 고객이 있다고?’“이 선생님, 선배님들, 천천히 드세요. 저 먼저 가볼게요.”나는 인사를 마치고 바로 떠났다.로비에 도착해 보니 마스크와 캡 모자를 쓰고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저기요, 혹시 저를 찾으시나요?”나는 여자의 얼굴을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하지만 여자는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이 여자 뭐야? 뭐 하러 이렇게 꽁꽁 싸맸대? 파파라치한테 쫓기는 여자 연예인인가?’‘에이, 설마. 여자 연예인이 나를 알 리가 없잖아.’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여자가 갑자기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그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비명 질렀다.“수호 씨, 무슨 일 있어요?”정 사장님은 내 소리에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그때, 여자가 끝내 입을 열었다.“당장 저 남자 보내.”여자의 목소리를 듣는
소여정은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새뽀얀 얼굴과 붉은 입술이 내 시각을 자극했다.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그때, 소여정이 두 팔을 내 목에 두르는 바람에 말캉한 감촉마저 느껴졌다.혼을 빼놓을 것 같은 향기와 매혹적인 그녀의 눈빛은 마치 구미호를 연상케 했다.“그런데 난 아주 깊은 대화가 하고 싶은데?”“깊, 깊은 대화요? 어떻게요?”나는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이 여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가벼운 미소만으로 넋이 나가는 기분이었으니까.소여정은 한쪽 다리를 내 허리에 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당연히 성인의 방식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지. 모른다고 하지는 마.”내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하지만 이 여자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던 형수의 말이 생각나, 아무리 시도하고 싶어도 나는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소여정을 밀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가 이 여자한테 단단히 홀려 참지 못할지도 모르니까.하지만 소여정은 내 변화를 눈치채고 바로 놀려댔다.“왜 자꾸 나를 찌르는 거지?”‘젠장.’‘이 여자 일부러 이러는 거지? 어떻게 손으로 잡을 수 있어?’나는 점점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제발, 좀 놔줄래요?”나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소여정은 나를 놔주기는커녕 오히려 싱긋 웃으며 말했다.“오호, 이렇게 크다니. 내 남자 것보다 백배 나은데? 바지 벗어 봐, 한 번 구경하게.”“미쳤어요?”“응, 약 있어?”소여정은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나는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아 얼른 소여정을 밀어냈다.“마사지 받고 싶으면 반듯하게 눕고, 싫으면 당장 나가요. 나 이따 일 시작해야 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마요.”“그게 뭐라고. 오늘 오후 시간 모두 내가 사들일게.”소여정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했다.하지만 나는 바로 거절했다.“싫어요. 저는 스
솔직히 소여정이 임천호의 여자만 아니라면 내가 이렇게 무서워하고 피할 필요는 없다.오히려 솔직히 말하면, 소여정은 완벽할 정도로 예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얼굴만 봐도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을 지경이다.나도 매번 소여정을 볼 때마다 당장 덮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때문에 소여정의 몸을 본 순간 욕망은 끝내 이성을 이기고 나를 그녀 쪽으로 이끌었다.물론 소여정이 알몸이 아니라 속옷과 팬티를 입고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담요로 살짝 가린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야릇해 보였다.여자는 사실 완전히 벗을 필요가 없다. 왕왕 보일 듯 말듯 한 게 더 사람이 욕망을 자극하니까.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때, 소여정이 갑자기 몸을 돌려 마치 인어처럼 옆으로 누웠다.그 순간 가슴을 가린 담요가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로 흘러내려 나는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소여정은 내 눈빛을 보자 일부러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오빠, 보고 싶으면 오던가.”그 짜릿한 목소리에 내 몸이 다 나른해질 지경이었다.“이, 이러지 마요. 내가 임천호도 아니고, 이렇게 유혹할 필요 없어요.”나는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소여정과 거리를 유지했다.하지만 소여정은 일부러 가슴을 가렸던 담요를 내리며 나를 유혹하는 자세를 취했다.‘젠장, 너무 야하잖아.’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었다.‘어떨 때 보면 정말 내가 색에 미친 게 아니라, 이 여자들이 너무 야한 거라니까.’나처럼 이렇게 혈기 왕성한 남자가 이런 걸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으면 그거야말로 비정상이니까.소여정은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몸에 걸친 담요를 걷어냈다.아니나 다를까 소여정은 담요 아래에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도 브래지어 하나에 가죽 스커트 차림이었다. 그녀는 검은색 코트를 그 위에 걸쳤다.검은색 코트에 빨간색 속옷이 어울리니 색다른 매력이 돋보였다.침대에서 일어난 소여정은 내 앞에서 섹시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그 매혹적인 자세와 고혹적인 표정에 나는 순간 하
이건 육체적인 매력을 넘어선 성적 욕구였다.나는 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끊임없이 속으로 절대 이 여자만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애교 누나와 형수마저 끌어들일 수는 없으니까.때문에 나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았다.“정말 이런 것까지 참을 줄은 몰랐네.”소여정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방금 소여정이 했던 수단을 임천호한테 써먹으면, 그는 아마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거다.소여정은 확실히 천성적으로 타고난 매력을 지녔다. 남자들이 보면 저대로 도망칠 수 없는 매력을.아마 그녀를 보고 꿈쩍도 하지 않고 끝까지 참은 건 나 혼자뿐일 거다.그 반응이 오히려 소여정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이런다고 내가 방법이 없을 것 같아?”소여정은 비장의 무기가 많고도 많았다. 때문에 기를 쓰고 내 눈을 뜨게 만들었다.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던 터라 이 여자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당연히 알 수 없었다.그저 소여정이 더 이상 나한테 달라붙지 않아 오히려 의아해서 눈을 슬쩍 떠봤다.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하마터면 코피를 터드릴 뻔했다.소여정은 허리를 숙인 채 가죽 스커트를 들어 올려 검은색 속바지를 드러내고 있었다.심지어 일부러 마사지 침대에 엎드려 야릇한 소리를 냈다.“아, 허리가 너무 아픈데, 얼른 마사지 좀 해줘요.”그 순간 나는 끝내 코피를 터뜨리고 말았다.나는 다급히 휴지를 찾아 콧구멍을 막았다.그러자 소여정이 요염하게 웃으며 일부러 엉덩이를 흔들었다.“마사지사님, 왜 그래요? 얼른 마사지해 주세요.”나는 이 여자한테 단단히 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요물이 아니라 아주 구미호였네. 내 혼을 빼앗아 가려고 온.’나는 일부러 고개를 돌려 소여정을 보지 않았다.하지만 소여정은 얼른 자세를 바꾸어 하녀처럼 바닥에 엎드렸다. 그 순간 코트에 가려졌던 가슴이 보일 듯 말 듯 드러났다. 게다가 자세 때문에 자꾸만 상상력을 자극했다.“마사지사님, 왜 그래요? 왜 마사지 안
‘이렇게까지 한 게 고작 친구 추가 때문이었다고?’하지만 나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친구 추가를 하면 소여정이 나를 더 귀찮게 할까 봐.이 여자의 수법을 제대로 맛본 결과, 나 같은 게 열 명이라도 절대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애원했다.“신분, 얼굴, 몸매 빠지는 게 없는 분이 왜 자꾸만 나한테 매달려요? 난 이제 막 대학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라서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제발 놔줘요.”소여정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심지어 그 이글이글한 눈빛은 내 가슴을 향해 있었다.“몸매가 좋으니까. 이 가슴 근육 좀 봐, 이 복근도. 보기만 해도 욕망이 끓어올라.”“그런데, 그쪽이 이럴수록 난 죽어난다고요. 그쪽은 임천호 여자잖아요. 내가 그쪽한테 손 대면 난 죽어요.”소여정은 내 가슴을 살짝 꼬집었다.“누가 손 대래? 잘생긴 남자는 보는 것만 해도 얼마나 좋다고, 수명도 연장될 수 있고.”“그러니까, 나를 이렇게까지 건드리는 게,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라고요?”‘이건 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래? 지나가던 개도 안 믿겠어.’하지만 소여정은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맞아. 난 오래 살고 싶거든. 수호 씨가 못생겼거나 몸매가 별로였다면 꼬셔 달라고 애원해도 안 꼬셨을 거야.”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내 몸을 확인했다.‘가슴 근육이 좀 발달하고, 복근 좀 있다고 이 정도로 미쳐 날뛴다고?’‘이 여자 변태인가?’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여정은 나를 놀리는 게 목적이지 내 몸을 탐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결국 나는 소여정의 친구 요청을 수락했고, 차단했던 그녀의 번호도 풀었다.소여정은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진작 이럴 것이지. 고생만 시키고 말이야.”소여정은 옷을 입고 다시 자기를 꽁꽁 싸맸다.그 순간 나는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후회되었다.방금 그 화끈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왜 제대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너무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만 했어.’‘그런 여자한테 손대지는
소여정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무해하고 단순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이 여자 미쳤나? 왜 이렇게 난감한 질문만 해대는 거야?’소여정이 또 나를 희롱한다는 생각에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난 마사지사지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런 시시한 질문 그만하세요.”“쳇, 가짜면서. 맹인도 아니잖아.”나는 더 이상 소여정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그저 앉아만 있는 것도 아닌 드하여 여자를 보며 다시 물었다.“대체 마사지 받을 거예요 말 거예요? 안 받을 거면 나가 줘요. 일부러 자리 차지하고 심술부리는 건 무슨 심보예요?”“감히 나한테 그런 태도로 말해? 그 사진 임천호한테 보낸다?”“매번 이러는 게 재밌어요? 미쳤으면 다른 데 가서 미친 척해요. 내가 임천호한테 죽으면, 그쪽도 나 괴롭히지 못하잖아요.”나는 배 째라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갔다.그도 그럴 게, 이 여자가 그저 나를 놀리고 싶어 하는 것뿐이지 실제로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죽는 게 두렵지 않다는 거야? 좋아, 보내라면 못 보낼 줄 알고?”소여정은 말하면서 정말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뭐야? 정말로 그 사진을 임천호한테 보내려는 거야?’‘왜 이 여자 마음은 조금도 알지 못하겠지?’나는 다급히 용서를 빌었다.“그래요, 잘못했어요. 앞으로 그러지 않을게요. 됐죠?”“진작 그럴 것이지. 평소에 틱톡 봐?”소여정의 갑작스러운 지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럴 시간 없어요.”“그럼 평소에 뭐 하는데?”“의학 서적을 읽거나 소설 읽어요.”“어떤 소설?”“요즘에 인터넷으로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라는 소설을 보고 있는데, 엄청 재밌더라고요.”“그래, 기억했다가 나중에 나도 보지 뭐.”소여정은 내가 말한 플랫폼을 다운 받아 소설을 책갈피에 소장했다. 그러고는 또 입을 열었다.“우리 게임해.”“무슨 게임이요? 이봐요, 누님, 저 일하는
그러자 소여정이 나를 향해 애교 부렸다.“한 번만 춰 봐. 누나가 보고 싶다잖아”소여정은 말하면서 침을 흘리며 색욕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잡아먹을 듯 바라봤다.이 순간만큼은 내가 괴롭힘당하는 연약한 소녀였고, 소여정은 변태 아저씨였다. 때문에 나는 너무 두렵고 무기력했다.나는 얼른 내 몸을 꼭 끌어안았다.“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 무섭거든요?”소여정은 갑자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럼 출 거야, 말 거야?”“안 추겠다면요?”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그러자 소여정은 내가 자기 다리를 안고 있던 사진을 꺼내 들며 말했다.“안 추면 사진 보낼 거야.”나는 너무 화가 나서 기절할 뻔했다.“정말 미치겠네.”“준비됐어? 그럼 내가 꾸며줄게. 무조건 매혹적이고 멋있고 섹시하게 만들어 줄게.”소여정은 말하면서 내 옷을 마구 벗겨댔다. 그러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와, 가슴 근육이 이렇게 크다고? 나 더 이상 못 견디겠어.”소여정은 마치 변태처럼 내 가슴에 힘껏 입 맞췄다.그 순간 내 몸은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아쉽다. 임천호가 네 반만이라도 닮았더라면. 네가 임천호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일주일 내내 즐길 거 다 즐길 텐데.”소여정은 이쪽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대담했다. 심지어 자기 욕망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이런 여자는 아주 드물다.소여정이 이럴 수 있는 건 그녀의 신분 때문일 수도 있고,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그래서인지 소여정과 이렇게 사적인 얘기를 하는 것도 꽤 재밌다.물론 신분을 생각하지 않는 선에서.나는 그 자리에 서서 소여정의 손에 나를 맡겼다. 마음을 가다듬고 즐길 생각이었다.어차피 반항하지 못한다면 아예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와 스킨십을 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움이었다.그때, 소여정이 내 셔츠를 벗기더니 맨살에 양복을 입혔다.‘이건 뭔 패션이래? 너무 이상하잖아?’나는 너무 불쾌했다.하지만 소여정은 만족한 듯 말했다.“브라보!”나는 소여정이 너무 이해
“임천호가 보면 어떡해요. 아마 날 죽이고도 남을 거예요.”소여정은 계속해서 설득했다.“사진첩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둬서 볼 수 없을 거야.”“그럼 더 의심할 거 아니에요. 왜 멀쩡한 사진첩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거예요? 그거야말로 쓸데없는 일 아니에요?”‘이 여자가 날 망치려고 작정했나!’‘난 아직 젊다고, 아직 즐기고 싶고 이렇게 빨리 죽고 싶지 않다고!’그래서 나는 영상 찍는 것을 결사반대했다.“알겠어. 그럼 영상 안 찍을게. 지금 직접 볼게, 됐지? 다시 한번 춰봐. 이 영상 속 모습처럼 야하면 야할수록 좋아.”“내가 한 번 더 추면, 다시는 이 얘기 안 꺼낼 거예요?”소여정은 한쪽 손을 들고서 맹세했다.“맹세할게. 한 번만 더 추면 바로 갈게.”‘그래, 그렇다면 그냥 한번 추지 뭐!’난 소여정의 핸드폰을 들고 영상 속 남자처럼 몸을 흔들어 댔다.나는 어색한 줄 모르겠지만, 소여정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웃어댔다.다행히도 영상은 일분가량이었고 엄청 빨리 끝났다.“춤 다 췄으니까 이제 좀 가요.”소여정은 핸드폰을 돌려받고 나의 가슴을 쓱 만졌다.“그래, 누나가 오늘엔 한번 봐줄게. 시간 봐서 또 올게.”나는 속으로 다시는 오지 말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다.소여정은 옷을 갈아입고 바로 떠났다.내가 소여정을 바래다줄 때, 가게에 있는 사람 모두가 우리를 쳐다봤다.너무 뚫어져라 쳐다봐서 이상할 지경이었다. ‘무슨 상황이지?’소여정이 가고 나서 모태진이 나한테로 걸어왔다.모태진도 맹인 마사지사다. 모태진 역시 이 선생님의 제자인데, 성격이 엄청 외향적인 편이다. 그는 궁금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었다.“수호 씨, 저 여자 무슨 사이예요?”“무슨 사이긴요, 저분은 그냥 고객일 뿐이에요.”“그래요? 그럼 아까 저 안에서 뭐 했어요?”모태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난 순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마사지 룸은 공간이 엄청 협소하고 소음 격리도 잘 안되는 편이다.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