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누나, 저 수호에요.”나는 복부의 통증을 참으며 남주 누나를 마구 흔들었다.하자만 남주 누나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정말 과음했나 보네.’‘하, 이걸 어쩌지?’‘설마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고? 그러면 너무 재미없잖아.’나는 얼른 뒤돌아 애교 누나를 흔들어댔다.“애교 누나, 취했어요?”하지만 애교 누나는 몸을 한번 뒤척이더니 아무 반응도 없었다.이건 그야말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기대에 부풀어 두 사람을 여기까지 데려왔더니 모두 만취해서 쓰러지기나 하고.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설령 지금 이 상태로 한다고 해도, 그건 별 재미가 없을 거다. 무드가 없을 테니까.나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결국 포기했다. 이윽고 두 사람을 양쪽에 눕힌 후 가운데에 벌러덩 드러누웠다.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냥 푹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몰랐던 건 애교 누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거다. 반대로 남주 누나는 확실히 고주망태가 되어 있었다.남주 누나가 없으니 애교 누나도 민망해서 취한 척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애교 누나는 셋이 하는 걸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서른 넘는 나이에, 앞으로 이런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아직 젊고 그럴 조건이 될 때 제대로 즐기고 경험해 봐야지.하지만 그렇게 큰소리치며 술을 마시던 남주 누나가 먼저 쓰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애교 누나는 나보다 더 어이가 없었을 거다.애교 누나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모른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이렇게 허망하게 날아가 버리니 못내 아쉬웠다.나도 사실 적게 마시지 않았던 터라 올 때부터 머리가 어지러웠다. 때문에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그 시각, 형수가 형에게 끌려 다른 호텔에 갔다는 걸 우리 셋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한편, 그 호텔의 어느 방에서는 샤워를 마친 왕정민이 목욕 타월로 몸을 감싼 채 형이 형수를 데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소민이
소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뒤돌아 떠나지도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사실 정규직 전환은 소민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다. 그녀의 진정한 목적은 부자의 애인이거나 내연녀가 되는 것이다.그러니 소민은 왕정민과 호형호제할 수 있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부자라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왕정민은 이미 애인이 있기에, 소민이 그 여자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목표를 바꿔서 다른 스폰서를 찾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소민은 다시 물었다.“왕 사장님, 그럼 그 친구분도 당연히 사장님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겠죠?”왕정민은 크게 웃으며 소민을 자기 옆에 눕혔다.소민은 왕정민의 손길에 바로 얌전히 누웠다.그러자 왕정민은 소민의 옷깃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내 그 친구는 너도 만났던 사람이야. 바로 정수호의 형, 진동성이야.”“아, 생각났어요, 얌전하게 생긴 그 잘생긴 남자죠? 그분은 아내를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와이프 몰래 바람 피운다고요?”‘역시 남자는 다 똑같아. 겉보기엔 얌전한 남자가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법이야.’‘역시 사람은 남자보다 자신에게 의지해야 해. 돈을 많이 버는 게 진리야.’“진동성 와이프도 올 거야. 오늘 밤은 우리 넷의 천국이야.”“네 사람이요?”소민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왕 사장님, 설마 그분과...”“맞아, 하지만 그 친구 와이프랑 하기 전에 내가 제대로 아껴줄게.”왕정민은 갑자기 소민을 덮쳤다.역시 젊은 게 젊은 거라고, 소민이 얼마 건드리지 않았는데 왕정민은 괴로워 났다.다만 왕정민의 유지 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무슨 팽이버섯도 아니고. 이 주제에 이렇게 문란하게 논다고?’소민은 마음속으로 왕정민을 경멸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척했다. “왕 사장님 정말 대단해요. 사장님이 너무 괴롭혀서 걷지 못하겠어요.”이 방법은 역시나 왕정민에게 잘 먹혔다.왕정민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큰 소리로 웃어댔다.“말을
동성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때 소민이 그에게 살포시 뽀뽀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지금은 좀 어때요?”“좀, 좀 나아졌어요.”“그럼, 우리 침대로 갈까요?”동성의 몸은 엄청 굳어 있었다.그걸 눈치챈 소민이 얼른 입을 열었다.“아님, 우리 욕실로 갈까요? 거긴 밀폐된 공간이니까 그렇게 부끄러워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동성은 욕실 쪽으로 한번 쓱 보더니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소민이 갑자기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진 사장님, 저 욕실까지 안고 가면 안 돼요?”그러자 동성은 두말없이 소민을 번쩍 안아 욕실로 걸어갔다.한편 왕정민은 두 손으로 태연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더니 대뜸 뽀뽀를 해댔다.그 순간 솔솔 풍겨오는 고약한 입냄새 때문에 태연은 번쩍 눈을 떴다.눈을 떠보니 왕정민의 못생긴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고, 더군다나 그가 제 얼굴에 마구 뽀뽀를 해대는 걸 느껴지자 태연은 왕정민의 뺨을 후려갈겼다.갑자기 뺨을 맞은 왕정민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때, 태연이 번쩍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왕정민 이 개자식아. 너 지금 나한테 뭐 하는 거야?”왕정민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자 손이 왜 이렇게 매워!’‘턱이 다 빠질 뻔했네.’왕정민은 잔뜩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내가 뭘? 가서 네 남편한테 물어봐. 나한테 뭘 시켰는지!”“그게 무슨 뜻이야?”태연은 아직 완전히 술이 깬 것이 아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때 왕정민이 욕실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직접 가서 욕실 안을 한번 봐봐. 당신 남편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태연은 왕정민이 가리키는 대로 욕실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태연의 눈에는 자기 남편이 한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태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인제야 동성이 왜 본인을 데리러 오겠다고 했는지 납득이 갔다.‘이런 꿍꿍이가 있었
왕정민은 형수의 말이 이해되니 않는 듯 물었다.“무슨 뜻이지?”태연은 옷을 정리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네 내연녀, 전소희 맞지? 걔 내 둘째 여동생이랑 같은 학교야!”왕정민은 순간 멍해졌다. 전소희랑 고태연의 여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인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렇다면 태연이 진작에 자기랑 전소희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저 대놓고 얘기를 하지 않았을 뿐.왕정민은 태연이 무슨 생각으로 여태껏 얘기하지 않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태연은 마지막으로 욕실 쪽을 쓱 보더니 그늘진 얼굴로 자리를 떴다.방안엔 왕정민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십몇 분 뒤.동성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민과 욕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침대에 혼자 앉아 있는 왕정민을 본 순간 이내 당황했다.“정민아, 너 왜 혼자야? 태연은?”왕정민은 아까부터 줄담배를 피고 있었다. 지금까지 벌써 십몇 대는 피웠을 거다.진동성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담배꽁초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그리고 걸어가 동성의 멱살을 쥐어 잡고 말했다.“네 와이프랑 전소희가 같은 학교 다니는 거 왜 말 안 했어?”그 말을 들은 동성은 더욱 당황했다.‘대체 무슨 상황이지?’“정민아,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못 알아들어? 그래, 그럼 내가 하나하나 말해 줄게. 아까 네 와이프가 깨어나더니 나한테 뺨을 한 대 날리면서 자기 여동생이랑 전소희가 같은 학교 다닌다고 경고하더라!”동성의 머릿속은 태연이 깨어났다는 말로 꽉 차, 태연의 여동생이랑 전소희에 관한 얘기는 들리지도 않았다.‘태연이 깨여나서 떠났다고?’‘그 얘기는 아까 욕실 안에서 내가 했던 모든 일을 다 봤다는 거잖아?’동성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정민아, 태연이 또 다른 얘기는 안 했어?”동성은 전전긍긍하며 물었다. 왕정민은 그를 밀쳐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건 네가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젠장, 난 뭐야! 건진 게 하나도 없잖아!”왕정민은 말하면서 진
동성은 할 수 없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하지만 태연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걸 보자 동성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형수는 확실히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그 대신 전화로 내 위치를 물었다.정신없이 자던 나는 형수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걱정이 앞섰다.내가 말한 주소로 오겠다는 형수의 말에 나는 특별히 호텔 아래로 내려가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의 차가 보였다.차에서 내린 형수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와락 안기더니 울음을 터뜨렸다.그 순간 나는 멍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지?’“형수, 형이랑 집에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혹시 싸웠어요?”나는 걱정스레 물었다.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품에 엎드린 채 울기만 했다.형수가 이렇게 슬피 우는 건 처음 본다. 이대로 울다간 형수가 이대로 부서질 것만 같았다.형수는 한참 동안 울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다.울음 때문에 팅팅 부은 형수의 두 눈을 보자 너무 안쓰러웠다.나는 형수의 얼굴을 가볍게 감쌌다.“형수, 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이렇게 울어요?”형수는 흐느끼며 말했다.“수호 씨 형이... 바람났어요. 그뿐만 아니라 나를 왕정민한테 보냈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형수를 왕정민한테 밀어주다니?’‘왕정민이 얼마나 개자식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형수를 왕정민한테 줄 수 있지?’‘해도 해도 너무하네.’나는 당장 형한테 전화해서 한바탕 욕지거리를 퍼붓고 싶었다.하지만 형수가 나를 극구 말렸다.“난 지금 그딴 인간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수호 씨도 연락하지 마요. 혼자 있고 싶어요.”나는 형수가 너무 안쓰러웠다. 두 번이나 왕정민한테 선물로 바쳐지다니.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이 저를 다른 사람한테 선물처럼 줘버렸는데, 누가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나는 형이 왕정민과 똑같은 부류의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쓰레기 같은 짓을 할 수 있는지.나는 형수를 꼭 끌어안으며 위로했다.“형수,
형수가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어찌나 처연하고 가련한지, 보고 있는 내 마음마저 찢어질 것만 같았다.지금껏 나는 형수가 강한 여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형수도 결국엔 여자였다.아무리 강하더라도 내면에는 약한 면이 있기 마련이고, 남자의 사랑이 필요하기 마련이다.나는 형수를 보고 있기 안쓰러워 형수의 이마에 가볍게 입 맞췄다.“같이 올라가요. 올라가서 쉬면 기분이 좀 괜찮아질 거예요.”그러자 형수가 눈물을 닦더니 갑자기 물었다.“애교랑 남주도 위에 있죠? 셋이 했어요?”“아니요. 두 사람 모두 너무 취해서 방까지 데려다줬어요. 지금 자고 있어요.”형수는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그럼 나도 안아줘요. 지금 위로가 필요해요. 난 수호 씨가 나만 봐줬으면 좋겠어요.”“그럼 올라가지 말고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요.”형수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 잘 알기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형수를 끌어안았다.형수는 내 품에 한참 동안 안겨 있다가 겨우 기분이 나아졌는지 입을 열었다.“됐어요, 많이 좋아졌으니 올라가요.”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형수를 방으로 데려갔다.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잠든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형수가 그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예쁜 여자 둘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 많이 괴롭죠?”나는 고개를 저었다.“사실 저도 많이 취해서 괜찮아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남자들은 술만 먹으면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알코올은 오히려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켜 술 마신 남자들은 오히려 반응이 잘 오지 않거든요. 술 마셔서 실수했다는 건 사실 다 계획적인 거예요.”형수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나도 법률 플랫폼에서 본 적 있어요. 진행자도 이런 일을 당한 피해자들한테 숨기지 말고 꼭 신고하라고 하던 거요.”나는 형수를 부축하여 침대에 앉혔다.“형수, 오늘은 아무 일도 생각하지 말고 푹 자
“그 사람 마음속에 가족이 있고, 내가 있고, 수호 씨와 나한테 예전처럼 대한다면 이대로 지내도 괜찮을 것 같아요.”“나도 30년을 넘게 살아와서 사실 다 알아요. 남자는 다 똑같다는 걸. 동성 씨와 이혼하고 다른 사람과 재혼하더라도 비슷할 거예요.”“그러니 번거롭게 이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대로 살려고요. 경제권은 내가 쥐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일은 못 저지를 거예요.”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문득 궁금했다.“형수, 그 말은 형과 결혼생활은 유지하지만 서로 터치하지 않겠다는 뜻이에요?”“수호 씨가 그런 것도 알아요?”형수는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저도 인터넷에서 본 거예요. 그때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해가 안 됐거든요. 저는 부부는 서로 사랑해야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그 말에 형수가 모처럼 미소 지었다.“그러니까 수호 씨가 단순하다는 거예요. 지금 사회는 수호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다들 생각이 단순했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물질적인 만족감을 얻으니 사람들은 점점 바닥이란 게 없어지거든요.”“지금은 서로 사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부부도 있는가 하면 짝을 바꿔 생활하는 부부도 있고, 심지어 임시 부부도 있어요. 이런 건 못 들어봤죠?”나는 확실히 이런 건 하나도 들어본 적 없다. 짝으 바꿔 생활하는 부부도 있고, 임시 부부도 있다니.‘이건 너무 과하잖아?’‘이 사람들은 대체 결혼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돈이 있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내가 말한 건 돈 많은 부부 사이에 더 많이 벌어져요. 평범한 부부라면 누가 이런 걸 생각이나 하겠어요? 내가 개방적이고 친구를 가리지 않고 사귀기는 하지만, 나도 사실 보수적인 사람이에요.”“애초에 수호 씨 형과 함께 산 것도 그 사람이 성실하고 정직하고, 나한테 잘해줬기 때문이에요. 그런 남자와 결혼하면 평생 착실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생은 너무 긴 시간
“다시 왔어, 안 돼?”형수는 덤덤하게 말했다.그런 형수를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남주 누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형수뿐이라니까.’남주 누나는 여전히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형수의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교 누나한테 달려갔다.“애교야, 수호 좀 봐. 바람기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이 여자 저 여자 하나도 놓치기 싫은가 봐. 어린 게 벌써 이런 것만 배우다니, 앞으로 분명 좋은 사람은 아닐 거야.”나는 순간 울컥했다.‘내가 형수를 부른 것도 아니고, 왜 내 탓이 된 건데?’나는 마지못해 애교 누나한테 설명했다.“애교 누나, 누나가 생각한 거 아니에요. 어젯밤 형수가 기분이 안 좋아 저한테 전화했는데, 형수가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봐 제가 오라고 했어요.”역시 애교 누나는 단번에 내 말을 믿어주었다.“난 수호 씨 믿어요. 수호 씨는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형수를 보더니 걱정스레 물었다.“태연아, 너 무슨 일 있었어?”형수는 대답하기 싫은 모양이었다.하지만 남주 누나가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놀려댔다.“혹시 네 남편이 또 너 만족시켜 주지 못했어? 동성 씨 한 사람한테 목맬 필요 뭐 있어? 너도 애인이나 만들어. 여자한테 봄날은 얼마 없어. 그러니까 기회 잘 잡아야 해. 네가 비쩍 마르고 피부도 푸석푸석해지면 애인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들어.”형수는 남주 누나를 째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내가 너인 줄 알아? 맨날 밖에서 함부로 하고 다니게?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할까 봐 두렵지도 않아?”남주 누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두려울 거 뭐 있어? 입은 그 사람들한테 달려 있는데, 뭐라고 말하는 것까지 어떻게 통제해? 나만 즐거우면 된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뭐가 중요해? 이건 너도 나한테 많이 배워야 해.”나도 남주 누나의 말에 동의한다.사실 여자들은 남자가 이기적이고 밖에서 몸 함부로 굴린다고 하는데, 이건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일 뿐이다.여자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