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수가 걱정되어 따라 나왔다.“형수, 형수!”나는 형수를 뒤쫓아 가서 걱정스레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집으로 돌아가려고요?”형수는 고개를 저으며 심란한 듯 말했다.“아직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도저히 남주랑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아요.”“남주 누나는 원래 그렇잖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사람은 좋아요.”형수가 화나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남주 누나 편을 들며 형수의 화를 풀어주었다.그랬더니 형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제는 남주 편도 드네요? 이젠 남주와 자고 싶은 거죠?”나는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였다.“아니에요, 형수가 화 풀었으면 해서 그랬어요.”“수호 씨, 남주와 잠깐 재미 보는 건 괜찮지만 절대 좋아하지 마요.”형수가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나를 위해서일 거다.때문에 나는 마음속 깊이 새겨두었다.사실 내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두 여자는 애교 누나와 형수다. 나는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한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다.남주 누나는 순전히 누나가 자꾸만 나한테 매달리는 거다. 그러니 남주 누나와 자는 건 그저 분위기에 이끌리는 일이니 나를 탓하면 안 된다.“형수, 걱정하지 마요. 저도 생각이 있어요.”형수는 웃으며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난 혼자 있고 싶으니까 수호 씨는 볼일 봐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할게요.”“그럼 아침 꼭 챙겨 드세요.”“알았어요.”형수는 얼른 뒤돌아 떠났다.형수의 상태가 어젯밤보다는 많이 좋아진 듯하여 나는 더 이상 마음 쓰지 않았다. 곧이어 방에 돌아가 출근하러 가는 일을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한테 말했다.남주 누나는 내가 맹인 마사지사가 되었다는 말을 듣자 바로 놀려댔다.“푸들, 솔직히 말해. 마사지사 일을 하는 거 여자를 마음껏 만지려고 하는 거 아니야?”“저를 변태로 몰아가지 말아 줄래요?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자리예요. 영업허가증도 있는 곳이라고요.”나는 억양을 높이며 강조했다.“얼씨구, 화났어? 누나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됐지?
“젊은 나이에 배우려고 하는 건 좋은 일이네. 난 자네처럼 의욕 넘치는 청년이 좋다니까.”정 사장님이 나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았다. 게다가 워낙 친절한 분이셔서 나를 편하게 대해주셨다.그 때문인지 이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우리가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했다.직원들이 오픈 준비를 시작하자 정 사장님이 말했다.“수호 씨도 이제 그만하고 볼일 보러 가 봐. 여기는 아주머니들이 청소할 거니까.”“이 선생님, 이 선생님이 수호 씨 가르쳐 줘요.”정 사장님의 말에 한 중년 남자가 걸어왔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형권인데, 맹인 마사지사 중 원탑이었다.이곳에서 일하는 마사지사는 모두 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다.이 선생님은 나한테 매우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따라오게.”나는 얼른 이 선생님을 따라 룸으로 향했다.그때 이 선생님이 물었다.“인체의 혈 자리와 마사지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나?”“네, 알아요. 대학 때 한의학을 전공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한의사여서 혈 자리는 어릴 때부터 외웠어요.”“기초는 있으니 입문하기 쉬울 거네. 그럼 기본기를 가르치는 대신 주의 사항을 알려주지.”이건 내가 확실히 잘 배워야 하는 거다. 어쨌든, 일전에 맹인인 척해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나는 이 선생님의 강의를 무척 열심히 들었다.“우리 맹인 마사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출근하는 동안 계속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하는 거라네. 선글라스 뒤에서 눈을 감건 뜨건 본인 지유지만, 이것만은 꼭 착용해야 하네.”나는 마음속 깊이 새겼다는 걸 표현하려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이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두 번째는, 맹인이기에 정상인처럼 행동하면 안 되네. 물건을 쉽게 잡는다든가, 예쁜 고객을 보고 눈을 반짝인다던가 하는 행동은 금물이야.”“물론 일부 여성 고객은 우리가 맹인인 척하는 거라는 걸 알지만, 대부분 여성 고객은 모르거든. 만약 들키거나, 일이 커지면 우리 가게 명성에도 안 좋을 테니까.”나
“알겠네, 바로 가지.”이 선생님은 호주머니 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더니 단번에 맹인으로 변신했다.나는 그런 이 선생님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어쩜 진짜처럼 연기할 수 있는지.게다가 이제 막 영업을 시작했는데 벌써 손님이 찾아왔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여기 장사가 이렇게 잘 되나?’나는 신입인지라 찾아오는 단골이 없어 아직은 한가했다.때문에 선글라스를 낀 채로 옆에 서서 열심히 배웠다.맹인 마사지는 침술 치료와 한약 구매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되었다.이제 고작 1시간이 지났는데, 벌써 손님이 3명이나 왔으니 말이다.맹인 마사지사는 도합 5명인데, 한 사람이 룸 한 칸씩 차지하고 있었다.그리고 현재는 나와 한 키 큰 중년 남자만 손님이 없었다.어차피 한가하니 나는 상대와 대화를 하며 친해지려고 결심했다.이에 나는 그 사람 룸으로 가서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새로 온 맹인 마사지사 정수호라고 해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나는 예의를 차려 정중하게 물었다.이 사람의 룸은 유난히 향긋하고 여러 가지 꽃과 식물로 꾸며져 엄청 예뻤다.하지만 예쁜 룸과 달리 주인 성격은 좋지 못했다.그 사람은 싸늘한 태도로 말했다.“바닥 금방 닦았는데 그쪽이 밟아서 자국났잖아요.”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바닥에는 발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우리는 가게 안에서 미리 준비된 전용 신발을 신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부 아주머니가 신발 바닥을 매일 닦기에 바닥에 자국이 남을 리가 없다.나는 순간 상대가 나를 못마땅해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렇다면 나도 이곳에서 상대의 눈치나 보고 있을 필요 없기에 얼른 뒤돌아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중년 남자도 바로 손님을 받았다.그 손님은 심지어 귀부인이었는데, 옷차림이 화려한 데다, 보석을 치렁치렁 달고 있고 품에는 귀한 품종의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사모님은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가게에 신입이 들어왔네? 그것도 잘생긴 총각이?”그 말
나는 선글라스 뒤에서 그 기사를 째려보며 속으로 멍청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심지어 고양이도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 내가 마사지해 주는 손님은 사람이지 고양이고 아니니까.하지만 그때, 정 사장님이 걸어 나오더니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이분은 성운 호텔 안주인, 윤 사모님이셔. 이 페르시아고양이는 윤 사모님이 해외에서 데려온 거라 무척 비싸.”“수호 씨는 첫 출근이니까 고양이로 연습해. 잘하면 윤 사모님이 팁도 많이 주실 거니까.”내가 아무리 사회 경험이 없는 새내기라도 정 사장님이 나를 위해 나서줬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눈앞에 있는 이 여자의 신분은 절대 무시할 수 없기에, 이분의 심기를 거스르면 분명 호되게 당할 거다.결국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장님, 알겠어요.”나는 페르시아고양이를 안고 내 룸으로 향했다.고양이를 침대 위에 눕힌 순간 나는 너무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슬픈 일이었다.고양이가 나보다 더 잘살고 있다는 게 말이다.이 고양이는 몸에 금은 장신구를 주렁주렁 단 것도 모자라 마사지도 받고 있는데, 나는 남자가 돼서 고양이 마사지나 하고 있으니.그때, 정 사장님이 내 룸으로 들어왔다.“윤 사모님이 고양이 마사지를 하라고 해서 기분 안 좋았나?”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고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죠. 저는 돈만 벌면 되니까.”정 사장님은 웃으며 옆에 앉았다.“내 앞에서는 숨길 거 없네. 자네처럼 어린 총각들이 뭘 생각하는지 보기만 하면 다 아니까. 나도 자네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기에 자네 마음을 아네.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아직 경험이 모자라겠지만, 이제 차츰 이 세상을 알게 될 테고, 본인이 너무 불행한 건 아니구나 생각할 걸세.”“열심히 해 봐. 어차피 돈만 벌면 되니까. 게다가 이렇게 돈 많은 사모님들은 돈 씀씀이가 헤프다네. 부자들을 모신다고 생각하지 말고, 부자들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할 거네.”나는 감사한 눈
내가 한창 고양이를 마사지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 룸에서 여자의 교성이 들려왔다.‘무슨 상황이지?’‘옆에는 김진호와 윤 사모님인데, 두 사람이 설마...’나는 얼른 귀를 벽에 바싹 붙이고 옆방 기척을 엿들었다.그때 윤 사모님, 윤미화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김진호 씨, 너무 나빴어. 일부러 그 혈 자리 누른 거지?”김진호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윤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요즘 혈색이 안 좋은 것 같아 마사지해 드린 거예요. 그런데 의아해서 묻는 건데, 제가 매일 마사지도 해드리고, 평소 보신탕도 드시고 있으니 혈색이 좋아야 하는데 왜 오히려 어둡고 칙칙한가요? 충분한 사람을 받지 못해 기력이 없는 것처럼요.”그 말에 윤미화의 표정은 일순 어색해지더니 다리를 한데 모았다.김진호는 윤미화의 행동을 모두 눈에 새겼다.사실 김진호는 그녀가 욕구 불만이라는 걸 이미 눈치챘다.아마도 남편한테 오랫동안 사랑을 받지 못한 탓일 거다.김진호는 사실 윤미화의 정부가 되고 싶은데, 자기의 신분이 너무 미천한 게 걱정되고 두려워 그녀가 올 때마다 이런 방식으로 은근슬쩍 암시하곤 했다.하지만 윤미화는 매번 걱정이 되는지 김진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남편 사랑 받았는지 아닌지도 보아낼 수 있다고? 김 쌤이 그렇게 대단해?”윤미화는 언짢은 듯 말했지만 마음이 간질거려 직접적으로 거절하지는 않았다.사실 윤미화의 남편은 벌써 반년 동안 그녀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러니 매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뒤, 혼자 집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지는 못했다. 어찌 됐든 윤미화가 누리는 모든 게 남편 덕이니까.만약 밖에서 함부로 몸을 굴렸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녀는 끝장이다.하지만 김진호는 좀처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진작 윤미화를 제 백으로 둘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그렇다면 앞으로 고생하면서 마사지사 일을 할 필요도 없으니까.김진호는 윤미화한테 말하면서 한편으로 그
“윤 사모님, 제가 사랑을 듬뿍 줄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김진호가 대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윤미화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싸늘하게 말했다.“건방진 것! 어디서 감히!”김진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윤미화를 자기 여자로 만들거나 이곳에서 떠나는 것뿐이었다.이건 그야말로 배짱을 시험하는 기회였다.워낙 윤미화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었던 김진호는 현재 더 열이 치밀어 자신을 억제하지 못했다.때문에 아예 달려가 윤미화를 와락 껴안았다.“윤 사모님, 저 정말 사모님을 사모합니다. 사모님 남편이 오랫동안 사모님을 건드리지 않은 걸 압니다. 지금 많이 외로우시죠?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윤미화는 다급히 김진호를 밀어내며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그 뺨 한 대에 김진호는 멍해졌다.그때 윤미화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감히 네까짓 게 나를 좋아해?”말을 마친 뒤, 윤미화는 곧장 화가 난 듯 뒤돌아 룸을 나섰다. 그녀는 문 앞까지 나갔다가 문득 자기 고양이가 아직 남아있는 게 생각났는지 다시 내 룸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나는 얼른 본분을 잊지 않고 고양이를 마사지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조마조마해서 중얼거렸다.‘저 사람도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군, 감히 고객을 마음에 두다니.’내가 고양이를 마사지하고 있을 때, 윤미화가 내 룸으로 쳐들어왔다.나는 여자가 뜬금없이 나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웠지만, 여자는 오히려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됐으니 그만해. 얼른 우리 애기 안아와.”나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일부러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윤미화에게 다가갔다.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윤미화는 내 왼쪽에 서 있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그 결과 내 손이 마침 여자의 가슴에 닿고 말았다.나는 너무 놀라 얼른 손을 뒤로 빼며 다급히 사과를 거듭했다.“윤 사모님,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뭐 하는 거야? 내가 사장 불러내서 자르라고 하는 수가 있어!”윤미화는 버럭 소리치며 호통쳤다. 하지만
‘부자들 돈 벌기 참 쉽네.’“감사합니다. 윤 사모님.”나는 돈을 받아 들고 일부러 맹인 행세를 하며 한참 동안 만져보고는 그제야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아요? 사모님,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만족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많은 것도 아니야, 우리 애기가 기분 좋았다면 얼마든 아깝지 않아. 참, 여기 방문 서비스도 받ㅇ냐?”그때 윤미화가 갑자기 물었다.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몰라서 고민중인 때, 정 사장님이 들어와 대답했다.“네, 받습니다. 여기 있는 맹인 마사지사 모두 방문 서비스를 가능합니다. 윤 사모님 고양이도 서비스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제가 집까지 마사지사를 보내드리겠습니다.”윤 사장님의 대답을 아주 완벽하다. 이 대답은 윤미화의 궁금증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체면까지 지켜주었다.아니나 다를까, 윤미화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그럼 우리 애기가 필요하면 연락할게요.”“네.”정 사장님은 직접 윤미화를 마중했다.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왠지 불안했다.‘방문 서비스가 특별 서비스는 아니겠지? 정 사장님이 직원들한테 이런 일도 시키나?’윤미화가 떠난 뒤 나는 다급히 정 사장님께 물었다.“정 사장님, 방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내 질문에 사장님은 나를 사람이 없는 뒷마당으로 끌고 가더니 말했다.“수호 씨, 미리 말해둬야 할 게 있네. 우리는 확실히 정상적인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고객님의 집에서 마사지해 주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어.”“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본인 의지에 맡기는 거고. 알겠니?”나는 당연히 알아들었다. 정 사장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고.방문 서비스는 당연히 일반 서비스보다 돈을 많이 벌 거다. 하지만 고객님의 집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사장님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정 사장님이 나에게 미리 언질을 주는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선택하라는 뜻이기도 했다.“알겠어요, 사장님.”나는 속으로 안도의
김진호는 두 눈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지만, 정 사장님이 나서자 경솔하게 행동하지 못했다.하지만 나를 보는 김진호의 두 눈에는 악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정 사장님, 이 일은 저를 탓하시면 안 되죠. 가게 방침상, 마사지사들끼리 손님을 빼앗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정수호는 오늘 첫 출근이면서 고참인 제 손님을 빼앗아 갔어요. 첫날부터 이러는데 나중에는 어떻게 하겠어요?”그 말에 정 사장님이 덤덤하게 말했다.“우선 그 고양이는 김 쌤 고객이 아니잖아. 윤 사모님이 그 고양이를 수호 씨한테 맡겼으니, 그 고양이는 수호 씨 고객이야.”“그리고, 윤 사모님이 왜 수호 씨를 선택하고 김 쌤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정말 모르겠나? 김 쌤이 고참이라서 말하지 않았는데, 눈치껏 행동해.”“고참이면 고참답게 모범을 보여야지 자네처럼 마음대로 행동하는 게 어디 있어?”정 사장님이 제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꾸짖어 다른 직원들마저 모여든 바람에, 김진호는 체면이 단단히 깎였다.아무리 그래도 고참인데, 체면이 있지.하지만 상대는 사장이기에 김진호는 모든 화를 나한테 돌렸다.김진호가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눈빛을 본 순간, 나는 이 자식과 단단히 척을 졌다고 짐작했다.문제는 뭐 잘못한 것도 없이, 건드린 적도 없는데 이렇게 되었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김진호가 씩씩거리며 뛰쳐나가자 구경하던 직원들도 서서히 흩어졌다.하지만 나는 너무 답답하고 억울했다.‘앞으로 일할 때 김진호한테 꼬투리 잡히지 않게 조심해야겠네.’“김진호는 내 동창인데 워낙 성격이 안 좋네. 하지만 내가 잘 타이를 수 있으니,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나한테 찾아오게.”정 사장님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나도 정 사장님이 참 좋은 분이고,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 사장님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문제만 있으면 고발하는 것 또한 남자다운 행동이 아니고.때문에 나는 얼른 대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
“나는 이 사장을 따를 생각이 없지만, 정 사장 생각이 너무 허황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가 장사하는 목적이 돈 벌기 위해서인 건 맞잖아요. 그런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걸 왜 하지 않으려 하죠?”민건희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민건희는 겉으로는 정 사장님 뜻에 따르는 척했지만 사실 진작 마음이 변했다.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앞으로 기울였던 나는 민건희의 말을 듣는 순간 몸을 뒤로 빼 의자에 기댔다.“민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민건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우리끼리 협력할 수 있어요. 강북 약재 시장 자원 대부분 정 사장이 쥐고 있으니 우리는 원가대로 다른 사장한테 팔면 그만이잖아요. 그러면 수호 씨도 정 사장한테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고요.”“다만 서윤기한테만큼은 약재 가격을 좀 더 쳐줘서 그자가 우리를 도와 더 큰 이익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하면 돼요.”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쳐줄 건데요? 진짜 약재를 사용하면 서윤기가 제공하는 가격이 이미 최저 가격이에요. 민 사장님 말대로 하려면 약재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민건희은 얼른 자기 생각을 말했다.“약재를 바꾸는 게 안 될 것도 없죠. 그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거로 바꿀 생각이지 가짜 약재로 숫자를 채우자는 게 아니잖아요.”나는 속내를 꿰뚫어 볼 것처럼 민건희를 빤히 바라봤다.적어도 민건희는 이규민이나 전광진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민건희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제 욕심을 채우려 하는 것뿐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아꼈다.“민 사장님, 오늘 만나지 않았던 거로 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내가 떠나려고 하자 민건희는 다급하게 일어섰다.“왜요? 싫어요? 내가 말한 방법은 우리 두 사람한테 모두 이로운 방법일 텐데 왜 싫다는 거죠?”“이건 정 사장님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민건희는 대뜸 물었다.“정 사장 생각은 너무 현실성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백성들한테 좋은 일을 하자니, 그게 장사꾼이 할 수 있는 발상
그날 저녁 나는 형수 옆에 누워 형수를 꼭 안은 채 잠이 들었다.형수의 감각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형수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란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그 시각, 형수는 확실히 의식이 있었다. 다만 의식이 뭔가에 속박된 것처럼 마지막 한 층을 뚫고 나올 수 없었다.나와 백연우가 자기 앞에서 꽁냥거릴 때 형수는 솔직히 화가 나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 너무 화가 나서 아예 나를 무시해 버렸다.그 뒤, 내가 자기 손을 잡고 방금 전 그랬던 게 자기를 자극하려고 연기를 한거라고 하니 형수의 마음은 또다시 따뜻해졌고 내가 자기 옆에 누워 잠이 들자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형수도 내가 자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걸 알았기에 매우 행복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이 좋은 소식을 고아연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고아연도 매우 기뻐했다.“정말? 그럼 우리 언니가 또 움직이게 할 수 있어?”“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형수가 반응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라 자극을 받을 때마다 반응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형수가 아직 의식이 있으니 외부의 충격에 반응하는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정말 그렇다면 다행인데. 언니, 얼른 눈 떠. 나 언니한테 할 말 있어.”고아연은 형수의 손을 잡고 진심을 털어 놓았다.그 뒤로 며칠 동안 나는 도관과 화인당 그리고 병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점점 그런 생활에 적응했다.그리던 오늘 민건희 사장이 강북에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나는 오늘 민건희 사장을 처음 본다. 민건희는 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얼굴이 서글서글해 보였다.나는 현재 상회의 상황을 민건희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민건희가 말했다.“서윤기는 약재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해요. 이 사장도 똑같은 생각이고요. 약재 가격이 오르면 약재상이 얻을 수 있는 이윤도 증가한다는 뜻이니까요.”“하지만
백연우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뭐야? 정말 네 형수 앞에서 하려고?”나는 백연우의 입을 막으며 작은 소리로 형수의 눈을 보라고 눈짓했다.내가 가리키는 대로 눈알을 데구루루 굴린 백연우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반응하잖아?”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스킨십할 때마다 형수가 반응해요. 아마 우리가 한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으로 자극하면 깨어날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이게 진짜.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를 이용했다는 거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이용이라니요.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그럼 어떡해? 나더러 계속 너한테 협조하라고?”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백연우는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고 톤을 한껏 높였다.“정수호, 네 입술 키스하기 너무 좋다. 더 할래.”나도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저쪽에 빈 침대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요.”“아주 나빴어. 정말 여기서 하려고? 몰라.”백연우는 배우 하지 않은 게 아까울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목소리는 유혹적이었고 표정은 역시 농염했다.나는 계속해서 형수를 관찰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흥분한 듯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형수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우리가 너무 지나쳤던 건 아니겠죠?”나는 백연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난 너한테 협조해 주기만 했어.”백연우는 이내 자기는 책임 없다는 듯 선을 그었다.나는 다급히 형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형수는 확실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의아함이 생겼다. 하지만 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좋은 현상이다.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면 의식이 있다는 뜻이었으니 적당하게 자극하기만 하면 조만간 깨어날 수 있을 거다.그걸 생각하니 나는 여전히 기뻤다.나는 백연우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오늘 고마웠어요.”“우리 사이에 뭘 고맙긴. 나중에 태연이 깨어나면 나 만나러 학교로 와. 우리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해요?”나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가 내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호의를 무시하지 마.”“알았어요. 백 쌤 말 대로 됐으면 좋겠네요.”그러던 그때 백연우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그동안 나 보고 싶지 않았어?”“저기, 백 쌤. 형수가 옆에 누워 있는데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먹고 그래?”“형수 앞에서 이러고 싶지 않아요.”“얼씨구. 지난번에 나 찾아왔을 때는 여자를 본 적 없는 남자처럼 달려들더니.”그 말에 나는 일순 난처했다.현재 형수가 의식이 없어 듣지 못하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화부터 냈을 거다.나는 백연우를 내 다리 위에서 내려보내고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때 형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형수. 내 말 들리는 거죠?”백연우도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반응했어?”백연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형수를 살폈다.“아니잖아.”“제가 분명 봤어요. 형수의 속눈썹이 떨렸어요.”“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잘못 볼 리 없어요. 똑똑히 봤어요.”이번만큼 나는 형수의 속눈썹이 떨리는 걸 분명히 봤다.백연우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봤다.“정수호, 아주 소설을 써라.”“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예요.”“헛것을 봤겠지. 그동안 너무 바쁜 데다 욕구가 쌓여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내가 욕구 좀 풀어줄게. 어때?”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형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제야 형수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런 방식으로 형수한테 자극을 주면 형수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설명할 새도 없이 백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임유미는 그동안 밤이 깊어 날이 어두워지면 외로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되곤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사람 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지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임유미는 정호섭이 자기한테 미안해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호섭이 자기 마음을 알면 또 그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 순간 든 생각은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몰래 해결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임유미는 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몰래 욕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호섭이 도중에 자기를 부르면 흥이 깨질까 봐 걱정되었다.그에 반해 복도는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음껏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임유미는 몰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 없이 벅차올랐다.지금껏 임유미는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짜릿하고 두근거렸다.하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니 자기도 이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는 자기 욕구를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이 올 수 있으니까.최근 들어 소여정과 백연우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사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에 임유미도 자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임유미의 핸드폰은 주인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지저분한 사이트는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때문에 한순간 어떤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가 문득 소여정한테서 받았던 노골적인 사진이 떠올라 그걸 찾아냈다. 그 사진은 너무 노골적이라 예전에는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임유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와 남편이 예전에 잠자리를 가지던 모습을 떠올랐다. 그렇듯 점점 옛 추억에 빠지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한편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사모님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나는 고수연을 집에
하지만 사모님이 소파에서 일어나 막 내려왔을 때 나도 마침 사장님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 때문에 사모님 치마가 흠뻑 젖은 걸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나는 순간 흠칫 놀랐다.하지만 경험 많은 내가 그 축축한 곳이 어디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나는 사모님이 마사지 받은 거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다만 사모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고 예민한지라 대놓고 뭐라 얘기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모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허둥댔다. 이 모습만큼은 절대로 나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내가 그걸 봐버린 것이다.내가 떠나려 하자 사모님은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잠깐만요.”“사모님, 사장님은 이미 주무셨어요. 사모님도 일찍 주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나는 흠뻑 젖은 사모님의 치마에 자꾸 시선이 가 더 이상 이 곳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한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내가 허둥지둥 도망치려 하자 사모님은 더욱 조마조마했다.내가 당황한다는 건 봤다는 걸 설명하니까.사모님은 내가 자기를 나쁜 여자라고 오해할까 봐 더욱 불안했다. 때문에 그 길로 나를 쫓아 나왔다.나는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다만 사모님 집은 20층인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올라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그때 뒤에서 쫓아 나오는 사모님이 눈에 보이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다.‘왜 쫓아 나오는 거지?’‘설마 앞으로 오지 말라고 또 욕하려고 그러나?’나는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수호 씨, 난 수호 씨가 생각한 그런 여자 아니에요. 절대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난 그저... 너무 오랫동안 남편과 가까워지지 않아 몸이 예민했던 것뿐이에요.”사모님은 나를 나무라기는커녕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그 모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나는 다급히 말했다.“사모
사모님은 바삐 움직이면서 가끔 어깨와 허리를 주물러댔다. 그 모습만 봐도 그동안 힘들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때문에 사장님이 다시 사모님을 설득할 때 나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고 협조하며 말했다.“사모님, 보아하니 허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아, 아니에요.”“유미야. 내 말 좀 들어 봐. 정 싫으면 내가 주물러줄게.”사장님은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지만 사모님 역시 사장님을 안쓰러워했다.“어떻게 그래? 자기 몸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무리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나를 보더니 결국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수호 씨가 주물러 줘요. 하지만 난 우리 남편 말고 다른 이성이 나한테 닿는 게 싫으니 이따가 담요 덮고 해줘요.”“물론이죠.”나는 흔쾌히 대답했다.사모님은 내가 함부로 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사장님 옆에 있는 소파에 엎드렸다.사장님 앞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내가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사실 나도 사모님한테 뭔 짓을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사모님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피로를 풀어줄 생각이었다.나는 내 마음이 매우 순수하다고 맹세하라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내 손이 사모님 허리에 닿았을 때, 뻣뻣하게 굳은 사모님 몸이 손끝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내 손은 크고도 두꺼운 데다 힘이 있었다.때문에 가볍게 사모님 허리를 주무르는 순간, 사모님은 남성의 파워를 단번에 느꼈다.그래서인지 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손길을 받아본 적 없는 사모님은 이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이에 사모님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자기 남편이 있는 앞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하지만 허튼 생각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내가 마사지하면 할수록 사모님은 점점 편안한 느낌에 매료되었다. 심지어는 은근히 내 손이 등을 타고 올라올 것을 기대했다.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사모님은 깜짝 놀랐다.‘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나는 사장님의 생각이 이토록 깊고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보실 줄은 몰랐다. 그 사실이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나는 사장님 같은 혜안을 가지라면 멀었는데 말이다.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라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신세다. 하지만 정 사장님의 사상은 이미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이 순간 정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더 깊어졌다.“수호 씨, 하고 싶은 일 마음 편히 해. 걱정할 거 없어. 사람이 걱정이 너무 많으면 이것저것 발목을 잡을 거고 겁을 먹어 결국엔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할 거야.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무서울 게 없다는 패기로 덤벼야 해. 그래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고 용감하게 전진할 수 있어.”나는 정 사징님이 전수해 준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때, 사모님이 깨끗이 씻은 과일을 들고나왔다.“수호 씨, 과일 먹어요.”사모님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보니 나는 순간 또 그날 본 춤추는 나비가 떠올라 얼른 시선을 피했다.그날 용천 호텔에서 몸을 섞은 상대가 사모님이 옳든 아니든 나는 반드시 사모님과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사모님은 부드럽고 다정하며 강남시 여자들한테만 있는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지어는 향긋하고 달콤한 밀크티 같아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맛보고 싶어질 정도다.비록 사모님을 상대로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사모님께 끌려 나도 너무 곤혹이었다.“수호 씨, 우리 아내가 그동안 나 돌보느라 고생해서 이따 수호 씨가 마사지 좀 해줘.”“싫어!”사모님은 놀란 토끼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거절했다.나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사모님 반응이 이토록 클 주은 생각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보, 수호 씨는 남 아니야. 우리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그, 그래도 안 돼. 내가 이성과 접촉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잖아.”나도 얼른 끼
민우가 되물었다.“수호가 그럴 자격이 왜 없는데요? 얼마 전에 가게에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선 게 누군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를 위기에서 구출한 건 또 누군데요? 본인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때 왜 맨 앞에 나서지 않았어요? 왜 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는데요?”“맞아요. 수호 씨가 아니면 화인당이 다시 평화를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착실히 일하고 싶고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수호 씨가 가게 규칙을 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들은 모두 주동적으로 수호 씨를 찾아온 거예요. 준희 씨처럼 특수 서비스니 뭐니 하면서 고객을 꼬신 적 없다고요.”“수호 씨는 정 사장님 목숨도 구해줬어요. 그런데 수호 씨가 가게 이인자가 되는 게 뭐 문제 있어요?”“진짜 문제 있는 건 준희 씨겠죠. 준희 씨는 수호 씨가 부럽고 질투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호 씨가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요. 하지만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안준희는 가게 식구들이 모두 내 편을 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잘못한 사람이 오직 본인이 된 것만 같았다.안준희는 뭐라고 더 변명하려 했지만 민우가 때마침 달려들었다.“당장 나가요. 여긴 당신 반기지 않으니까.”모태진과 오민혁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한꺼번에 달려들어 안준희를 쫓아냈다. 그러고는 모두 나한테 다가와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순간 나는 밀려오는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비록 너무 오글거려 말은 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나를 어떻게 도와줬는지만은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그날 저녁 나는 사모님 댁에 갔다.이번에는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간 거였기에 나는 윤지은의 당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오지 않은 동안 사장님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사모님은 사장님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걷다 지친 사장님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수호 씨, 얼른 와서 앉아. 여기 앉아.”사장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