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바람피우는 것도 부류가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바람피우는 사람이 있고, 결혼하기 전에 바람피우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밖에서는 바람피우면서 집에 있는 아내한테 엄청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수호 씨는 네 번째 부류예요.”‘바람피우는 것도 이렇게 많은 부류가 있다고?’‘게다가 내가 네 번째 부류라니?’“네 번째 부류가 뭔데요?”나는 결국 호기심에 질문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네 번째 부류는 여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라고 응원하는 거예요.”“네? 그런 여자도 있어요? 왜 그러는 거죠?”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사실 간단해요. 수호 씨는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남자고, 그에 반해 나는 사회에서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본 여자잖아요. 내가 만약 수호 씨한테 다른 여자한테 손대지 말고 나만 사랑하라고 하면 너무 불공평해요. 내가 수호 씨를 그렇게 붙잡고 있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고요.”“그럴 바에는 결혼하기 전에 여러 여자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야 결혼한 뒤에 나한테만 잘해주고, 다른 마음 품지 않을 거 아니에요.”애교 누나의 말도 그럴듯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상했다.‘내가 결혼 전에 다른 여자와 경험을 쌓는 걸 정말 조금도 질투하지 않는다고?’‘이 세상에 이렇게 너그러운 여자가 있을 수 있나?’아니, 난 이게 함정이라고 생각한다.’‘애교 누나가 나를 시험하는 게 틀림없어.’결론을 내린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애교 누나, 저 정말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누나랑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고요. 다른 여자는 싫어요, 전 누나만 있으면 돼요.”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애교 누나에 대한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애교 누나가 나를 오해하고, 내가 왕정민처럼 믿을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무서웠으니까.애교 누나는 내가 겁을 먹자 피식 웃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내 말 다 진심이에요. 수호 씨를 시험하는 거 아니에요. 난
애교 누나는 나더러 형수를 달래주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내가 주방에 들어섰지만 형수는 묵묵히 주방을 정리하며 나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형수, 화났어요?”나는 형수를 등 뒤에서 와락 안으며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러자 형수가 몸을 배배 꼬며 버둥댔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싫어요. 형수 질투하는 거죠?”나는 사실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형수는 한사코 부인하며 인정하지 않았다.“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미쳤어요? 얼른 놔요!”“질투하는 게 아니라면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은데요?”“내가 언제요?”“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그곳 만져도 돼요?”나는 말하면서 손을 천천히 형수의 치마 속에 넣었다.사실 형수를 희롱하는 게 내 목적이었다.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형수는 얼른 내 손을 잡았다.“정말 미쳤어요? 여기 애교네 집이에요.”“그럼 우리 집에서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에요?”나는 형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내 질문에 형수는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혔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내가 전에 한 말 잊었어요? 솔직히 말해 봐요. 애교가 시켰죠?”“애교 누나가 저더러 형수를 꼬시라고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형수를 꼬시고 제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요.”나는 더 이상 내키는 게 없었기에 형수 앞에서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그러자 형수는 마구 버둥댔다.“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래요? 혼날래요?”나는 형수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형수의 몸매는 글래머러스해 촉감마저 좋았다.나는 형수를 벽으로 밀치고 바싹 다가갔다. 그 순간 내 마음을 공제하기 어려웠다.“그런데 제가 형수한테 손대지 않으면, 형수는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지낼 거잖아요. 그동안 오래 참았으면서, 괴롭지 않아요?”“형수도 원하는 거 알아요. 형수의 임신을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만족시켜 주고 싶어요.”나는 말하면서 한 손으로 형수를 문질러댔다.내 손길에 형수는 양 볼이
“이제 다 컸다 이거예요?”형수는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나는 싱긋 웃었다.“형수를 원하니까요. 형수, 사실 저 형수를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만약 이번 생에 형수를 내 여자로 만들지 못하면, 아마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내 말에 형수는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정말요? 내가 그렇게 매력 있어요?”형수도 경험 많은 사람인 지라, 별의별 남자를 만나 봤었다.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손에 넣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잘도 지껄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내가 되자, 형수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형수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오랫동안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터라 저도 모르게 몸을 나한테 맡겼다. 내가 본인을 속인다는 걸 알아도 달게 받아줄 생각이었는데, 내가 절대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참지 못하고 형수의 입에 또 입 맞추고는 진지하게 말했다.“형수가 저더러 애교 누나를 꼬시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형수를 먼저 꼬셨을 거예요. 형수는 모르죠? 사실 저, 형수를 처음 본 순간, 형수한테 반했어요. 형수, 정말 좋아해요. 형수도 내가 좋나요?”나도 점점 흥분하기 시작해 진지한 눈빛으로 형수를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수는 끝내 나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좋아해요. 수호 씨처럼 훌륭한 남자를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형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얼른 형수의 입을 막아버렸다.나는 내가 듣고 싶은 답만 듣고 싶었다.나는 조심스럽게 형수한테 혀를 집어넣으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형수가 나를 밀쳐냈다.“안 돼요, 애교랑 선영이 나오면 어떡해요.”“그럼 이따 돌아가서 제대로 해도 되죠?”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무엇보다 형수를 꼬시는 데 성공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그때 형수가 얼굴을 붉히며 내 볼을 문질렀다.“이따가 봐요. 가서 음식이나 날라요.”나는 얼른 대답하고는 고분고분 주방으로 가 음식을 내왔다.
때문에 나는 움츠러들기는커녕 일부러 손을 형수의 치마 속에 넣었다.내가 허벅지 안쪽을 만지자 형수는 얼른 다리를 닫았다. 그러고는 나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경고했다.“얼른 손 치워요.”나는 일부러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지만 형수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계속 이렇게 희롱하고, 건드리면 어떻게 참나 두고 보자고.’“태연아, 왜 그래?”그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형수는 당황하여 다급히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불편해서, 이만 먹을게. 나 먼저 갈게.”“형수, 괜찮아요?”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수의 물건을 대신 들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앗싸, 겨우 돌아가네.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애교 누나는 우리가 돌아가서 뭘 할지 알기라도 하는 듯 만류하지 않았다.결국 나는 소원대로 형수와 집에 돌아왔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형수를 품에 안고 강하게 밀어붙이며 입 맞추었다.형수도 내 키스에 숨을 헐떡이며 겨우 이성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오래 참은 터라 내가 살짝만 건드리자 바로 쾌락에 몸을 맡겼다.“수호 씨, 진짜 나빴어요. 이러다 조만간 수호 씨 손에 죽겠어요.”형수는 나에게 협조하면서 숨을 헐떡거렸다.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형수, 전 절대 형수한테 무슨 일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영원히 지켜줄게요. 형수, 애교 누나를 사랑하는 만큼 형수도 사랑해요.”“됐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하고 싶다면서요? 지금 그 소원 들어줄게요.”형수는 말하면서 옷을 벗었다.형수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보자, 나는 온몸의 피가 한 곳에 몰리면서 순간 흥분했다.나는 얼른 얼굴을 형수의 가슴에 파묻었다.형수도 드디어 그동안의 걱정을 떨쳐버리고 쾌락에 몸을 맡겼다.한참 뒤, 우리는 소파로 왔다.형수와는 처음이기에 나는 형수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때문에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면서 내가 아는 모든 기교를 한 번씩
“정말이에요?”‘싫어하지 않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위로까지 해주다니.’형수의 말 한마디에 내 민망함도 줄어들었다.그때 형수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다 이해해요. 방금 너무 흥분해서 그랬죠? 평소대로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안 그러면 애교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흠뻑 빠졌을 리 없잖아요.”“그것도 다 보아낼 수 있어요?”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형수가 어떻게 애교 누나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알지?’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여자라는 거 잊지 마요. 애교가 수호 씨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보여요. 아직 왕정민과 이혼한 것도 아닌데, 자기 몸을 내어주었잖아요. 이게 사랑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이켜 보면 애교 누나를 처음 알았을 때, 무척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애교 누나의 눈에는 온통 나뿐이다.나는 순간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교 누나와 형수한테 사랑을 받고 있고, 만나는 여자마다 나한테 잘하고 있으니.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강하게 입 맞췄다.“형수랑 애교 누나는 제가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요. 될 수만 있다면 두 사람과 다 결혼하고 싶어요.”형수는 웃으며 내 가슴을 쳤다.“꿈 깨요!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미리 말해두는데, 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 애교도 안 돼요.”형수는 엄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왜요? 애교 누나가 탓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웅원해주면 모를까.”형수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수호 씨 형이 이 사실을 아는 게 싫어서 그래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형을 언급하자, 나는 단번에 현실로 돌아왔다.‘그렇지, 형수와 나 사이에 아직 형이 있었지. 이런 상황에 제멋대로 할 수는 없지.’나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얼른 정리해요. 이제 곧 수호 씨 형이 돌아올 거예요.”나와 형수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이윽고 형한테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이목?’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형수가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형수는 전에 분명 형이 나한테 잘해주는 게 내가 잘생겨서, 나를 돈 많은 부인들한테 팔아먹고 투자를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설마 오늘 나도 따라오라고 한 게 그 목적이었어?’여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방금 전까지 미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사라졌다.나는 숨을 들이켜고 싱긋 미소 지었다.“나도 시야를 넓히고 싶어.”나와 형이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형수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형수는 와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섹시하고 매혹적이었고, 웨이브가 있는 머리를 풀어 헤쳐 고혹적이기까지 했다.게다가 진한 화장을 했는데, 고풍스러우면서 너무 어울렸다.아름다운 형수의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만약 이런 모습을 한 형수와 밤을 보낸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텐데.’형도 놀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태연아, 너 그 치마 언제 샀어? 예전에는 왜 안 꺼내 입었어?”형수는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오늘 산 거야. 마침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특별히 샀지. 어때, 예뻐?”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뻐, 너무 예뻐. 너무 섹시해.”형수는 싱긋 웃으며 형이 방심한 틈에 나에게 윙크했다.나는 너무 당황해 얼른 고개를 돌렸다.‘이러다 형한테 들키면 어떡하려고?’하지만 나도 형수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몰래 엄지를 들어 올렸다.아래층에 도착하자 형은 의외로 나에게 운전을 맡겼다.형의 차는 아우디였기에 보통 나한테 자기 차를 절대 맡기지 않는다.‘형수랑 뒤에 앉아 뭘 하려고 저러지?’아니나 다를까 형은 차에 오르자마자 형수를 이리저리 만져댔다.그러자 형수가 낮은 소리로 거절했다.“뭐 하는 거야? 이러지 마. 수호 씨도 있는데.”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호가 남도 아니고, 겁날 거 뭐 있어?”“수호야, 넌 운전하는 데만 집중해. 난 네 형수랑 사적인 일 좀 할 테니까.”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형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형수는 처음에 거절했는데 형이 계속 요구해 오는 바람에 협조한 거였다. 그런데 형은 형수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는 이렇게 끝나 버렸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형수한테 꾸중을 들은 형은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형수도 그런 형을 대꾸하기 싫었는지 옷을 정리하고 일부러 형과 떨어져 앉았다.백미러로 이 과정을 지켜본 나는 순간 형수가 안쓰러웠다.형수와 한번 해봤기에 나는 형수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하지만 형의 지속력이 너무 짧아 형수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형수는 욕망에 불이 붙은 뒤 끌 방법이 없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차 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겁고 어색해졌다.그나마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나는 차를 멈춰 세운 뒤 먼저 침묵을 깼다.“형, 형수, 도착했어요.”“내리자.”형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냈다.솔직히 이런 형을 보고 있자니 좀 짠했다.남자가 젊은 나이에 안된다니, 자존심이 얼마나 상할까?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형수도 반대쪽으로 내렸다. 하지만 먼저 떠나지 않고 형을 기다렸다가 친근하게 팔짱을 꼈다.“어찌 됐든, 체면은 세워줄게. 하지만 안 바쁠 때 몸조리 잘해.”형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고마워.”“수호야, 가자.”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먼저 내 팔짱을 꼈다.이렇게 우리 셋은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나란히 술자리 현장으로 들어갔다.나는 평생 이런 파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화려한 홀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파티에 참석한 남자들은 모두 양복 차림이었고, 하나같이 성공한 사업가 분위기를 풍겼고, 여자 역시 모두 예쁘게 치장했다.한눈에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 해보이는 드레스와 각종 주얼리는 늘씬한 여자의 몸매와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우아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게 해주었다.하지만 이곳에서 형수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형수는 고혹적인 분위기는 다른 여자가 따라올 수 없었
주대성과 멀어진 뒤 형수는 언짢은 듯 말했다.“저 사람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눈치 못 챘다고 할 건 아니지?”“저 사람은 원래 저래. 나이도 많은 게 여자를 어찌나 밝히는지. 하지만 부동산으로 번 돈이 어마어마해서, 손잡게 되면 우리 회사 발전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야.”형이 이 말을 할 때, 형수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형수는 지금 심정으로 이런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하지만 형은 눈치도 없이 계속해서 주대성을 칭찬했다.나조차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형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형은 그제야 형수의 낯빛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눈치챘다.형은 다급히 설명했다.“태연아, 미안해. 방금 말하는 데만 집중해서 네 기분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그 말에 형은 끝내 폭발했다.“진동성, 온통 네 사업만 사업이야?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그럴 리가 없잖아. 태연아, 너는 내 아내야. 내가 돈 버는 건 다 너 쓰라고 버는 거잖아...”형수는 아예 형의 말을 잘랐다.“잠깐, 내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 나랑 결혼하지 않으면 너는 일자리도 필요 없고, 돈도 안 쓰는 모양이지? 본인 욕심 때문에 성공하고 싶은 거면서, 나 때문인 척 핑계 대지 마. 난 너한테 꼭 성공하라고 요구한 적 없어. 그러니 방금 네가 한 말도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하겠고.”형수는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용감한 여자였다. 듣기 싫은 말을 들었다고 바로 자신을 위해 변호하니까. 심지어 상대가 자기 남편이라도 봐주는 게 없었다.그랬더니 형은 또 다를 방식으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 말을 하면 안 됐어.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너도나도 체면이 어디 있어?”형수는 또 한 번 반박했다.“그래서 내 감정도 고려하지 않았던 거야? 늙고 변태 같은 사람이 나를 어떤 눈으로 봤는지 알면서도 계속 손을 잡겠다는 거야? 그러다가 상대가 나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면, 아예 나도 갖다 바치겠네?”“그럴 리가 없잖아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