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 컸다 이거예요?”형수는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나는 싱긋 웃었다.“형수를 원하니까요. 형수, 사실 저 형수를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만약 이번 생에 형수를 내 여자로 만들지 못하면, 아마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내 말에 형수는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정말요? 내가 그렇게 매력 있어요?”형수도 경험 많은 사람인 지라, 별의별 남자를 만나 봤었다.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손에 넣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잘도 지껄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내가 되자, 형수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형수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오랫동안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터라 저도 모르게 몸을 나한테 맡겼다. 내가 본인을 속인다는 걸 알아도 달게 받아줄 생각이었는데, 내가 절대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참지 못하고 형수의 입에 또 입 맞추고는 진지하게 말했다.“형수가 저더러 애교 누나를 꼬시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형수를 먼저 꼬셨을 거예요. 형수는 모르죠? 사실 저, 형수를 처음 본 순간, 형수한테 반했어요. 형수, 정말 좋아해요. 형수도 내가 좋나요?”나도 점점 흥분하기 시작해 진지한 눈빛으로 형수를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수는 끝내 나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좋아해요. 수호 씨처럼 훌륭한 남자를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형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얼른 형수의 입을 막아버렸다.나는 내가 듣고 싶은 답만 듣고 싶었다.나는 조심스럽게 형수한테 혀를 집어넣으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형수가 나를 밀쳐냈다.“안 돼요, 애교랑 선영이 나오면 어떡해요.”“그럼 이따 돌아가서 제대로 해도 되죠?”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무엇보다 형수를 꼬시는 데 성공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그때 형수가 얼굴을 붉히며 내 볼을 문질렀다.“이따가 봐요. 가서 음식이나 날라요.”나는 얼른 대답하고는 고분고분 주방으로 가 음식을 내왔다.
때문에 나는 움츠러들기는커녕 일부러 손을 형수의 치마 속에 넣었다.내가 허벅지 안쪽을 만지자 형수는 얼른 다리를 닫았다. 그러고는 나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경고했다.“얼른 손 치워요.”나는 일부러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지만 형수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계속 이렇게 희롱하고, 건드리면 어떻게 참나 두고 보자고.’“태연아, 왜 그래?”그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형수는 당황하여 다급히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불편해서, 이만 먹을게. 나 먼저 갈게.”“형수, 괜찮아요?”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수의 물건을 대신 들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앗싸, 겨우 돌아가네.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애교 누나는 우리가 돌아가서 뭘 할지 알기라도 하는 듯 만류하지 않았다.결국 나는 소원대로 형수와 집에 돌아왔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형수를 품에 안고 강하게 밀어붙이며 입 맞추었다.형수도 내 키스에 숨을 헐떡이며 겨우 이성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오래 참은 터라 내가 살짝만 건드리자 바로 쾌락에 몸을 맡겼다.“수호 씨, 진짜 나빴어요. 이러다 조만간 수호 씨 손에 죽겠어요.”형수는 나에게 협조하면서 숨을 헐떡거렸다.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형수, 전 절대 형수한테 무슨 일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영원히 지켜줄게요. 형수, 애교 누나를 사랑하는 만큼 형수도 사랑해요.”“됐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하고 싶다면서요? 지금 그 소원 들어줄게요.”형수는 말하면서 옷을 벗었다.형수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보자, 나는 온몸의 피가 한 곳에 몰리면서 순간 흥분했다.나는 얼른 얼굴을 형수의 가슴에 파묻었다.형수도 드디어 그동안의 걱정을 떨쳐버리고 쾌락에 몸을 맡겼다.한참 뒤, 우리는 소파로 왔다.형수와는 처음이기에 나는 형수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때문에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면서 내가 아는 모든 기교를 한 번씩
“정말이에요?”‘싫어하지 않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위로까지 해주다니.’형수의 말 한마디에 내 민망함도 줄어들었다.그때 형수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다 이해해요. 방금 너무 흥분해서 그랬죠? 평소대로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안 그러면 애교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흠뻑 빠졌을 리 없잖아요.”“그것도 다 보아낼 수 있어요?”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형수가 어떻게 애교 누나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알지?’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여자라는 거 잊지 마요. 애교가 수호 씨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보여요. 아직 왕정민과 이혼한 것도 아닌데, 자기 몸을 내어주었잖아요. 이게 사랑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이켜 보면 애교 누나를 처음 알았을 때, 무척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애교 누나의 눈에는 온통 나뿐이다.나는 순간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교 누나와 형수한테 사랑을 받고 있고, 만나는 여자마다 나한테 잘하고 있으니.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강하게 입 맞췄다.“형수랑 애교 누나는 제가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요. 될 수만 있다면 두 사람과 다 결혼하고 싶어요.”형수는 웃으며 내 가슴을 쳤다.“꿈 깨요!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미리 말해두는데, 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 애교도 안 돼요.”형수는 엄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왜요? 애교 누나가 탓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웅원해주면 모를까.”형수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수호 씨 형이 이 사실을 아는 게 싫어서 그래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형을 언급하자, 나는 단번에 현실로 돌아왔다.‘그렇지, 형수와 나 사이에 아직 형이 있었지. 이런 상황에 제멋대로 할 수는 없지.’나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얼른 정리해요. 이제 곧 수호 씨 형이 돌아올 거예요.”나와 형수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이윽고 형한테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이목?’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형수가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형수는 전에 분명 형이 나한테 잘해주는 게 내가 잘생겨서, 나를 돈 많은 부인들한테 팔아먹고 투자를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설마 오늘 나도 따라오라고 한 게 그 목적이었어?’여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방금 전까지 미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사라졌다.나는 숨을 들이켜고 싱긋 미소 지었다.“나도 시야를 넓히고 싶어.”나와 형이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형수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형수는 와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섹시하고 매혹적이었고, 웨이브가 있는 머리를 풀어 헤쳐 고혹적이기까지 했다.게다가 진한 화장을 했는데, 고풍스러우면서 너무 어울렸다.아름다운 형수의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만약 이런 모습을 한 형수와 밤을 보낸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텐데.’형도 놀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태연아, 너 그 치마 언제 샀어? 예전에는 왜 안 꺼내 입었어?”형수는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오늘 산 거야. 마침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특별히 샀지. 어때, 예뻐?”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뻐, 너무 예뻐. 너무 섹시해.”형수는 싱긋 웃으며 형이 방심한 틈에 나에게 윙크했다.나는 너무 당황해 얼른 고개를 돌렸다.‘이러다 형한테 들키면 어떡하려고?’하지만 나도 형수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몰래 엄지를 들어 올렸다.아래층에 도착하자 형은 의외로 나에게 운전을 맡겼다.형의 차는 아우디였기에 보통 나한테 자기 차를 절대 맡기지 않는다.‘형수랑 뒤에 앉아 뭘 하려고 저러지?’아니나 다를까 형은 차에 오르자마자 형수를 이리저리 만져댔다.그러자 형수가 낮은 소리로 거절했다.“뭐 하는 거야? 이러지 마. 수호 씨도 있는데.”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호가 남도 아니고, 겁날 거 뭐 있어?”“수호야, 넌 운전하는 데만 집중해. 난 네 형수랑 사적인 일 좀 할 테니까.”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형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형수는 처음에 거절했는데 형이 계속 요구해 오는 바람에 협조한 거였다. 그런데 형은 형수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는 이렇게 끝나 버렸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형수한테 꾸중을 들은 형은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형수도 그런 형을 대꾸하기 싫었는지 옷을 정리하고 일부러 형과 떨어져 앉았다.백미러로 이 과정을 지켜본 나는 순간 형수가 안쓰러웠다.형수와 한번 해봤기에 나는 형수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하지만 형의 지속력이 너무 짧아 형수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형수는 욕망에 불이 붙은 뒤 끌 방법이 없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차 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겁고 어색해졌다.그나마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나는 차를 멈춰 세운 뒤 먼저 침묵을 깼다.“형, 형수, 도착했어요.”“내리자.”형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냈다.솔직히 이런 형을 보고 있자니 좀 짠했다.남자가 젊은 나이에 안된다니, 자존심이 얼마나 상할까?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형수도 반대쪽으로 내렸다. 하지만 먼저 떠나지 않고 형을 기다렸다가 친근하게 팔짱을 꼈다.“어찌 됐든, 체면은 세워줄게. 하지만 안 바쁠 때 몸조리 잘해.”형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고마워.”“수호야, 가자.”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먼저 내 팔짱을 꼈다.이렇게 우리 셋은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나란히 술자리 현장으로 들어갔다.나는 평생 이런 파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화려한 홀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파티에 참석한 남자들은 모두 양복 차림이었고, 하나같이 성공한 사업가 분위기를 풍겼고, 여자 역시 모두 예쁘게 치장했다.한눈에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 해보이는 드레스와 각종 주얼리는 늘씬한 여자의 몸매와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우아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게 해주었다.하지만 이곳에서 형수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형수는 고혹적인 분위기는 다른 여자가 따라올 수 없었
주대성과 멀어진 뒤 형수는 언짢은 듯 말했다.“저 사람이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눈치 못 챘다고 할 건 아니지?”“저 사람은 원래 저래. 나이도 많은 게 여자를 어찌나 밝히는지. 하지만 부동산으로 번 돈이 어마어마해서, 손잡게 되면 우리 회사 발전에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야.”형이 이 말을 할 때, 형수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형수는 지금 심정으로 이런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하지만 형은 눈치도 없이 계속해서 주대성을 칭찬했다.나조차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형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형은 그제야 형수의 낯빛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눈치챘다.형은 다급히 설명했다.“태연아, 미안해. 방금 말하는 데만 집중해서 네 기분을 생각을 하지 못했어.”그 말에 형은 끝내 폭발했다.“진동성, 온통 네 사업만 사업이야?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그럴 리가 없잖아. 태연아, 너는 내 아내야. 내가 돈 버는 건 다 너 쓰라고 버는 거잖아...”형수는 아예 형의 말을 잘랐다.“잠깐, 내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마. 나랑 결혼하지 않으면 너는 일자리도 필요 없고, 돈도 안 쓰는 모양이지? 본인 욕심 때문에 성공하고 싶은 거면서, 나 때문인 척 핑계 대지 마. 난 너한테 꼭 성공하라고 요구한 적 없어. 그러니 방금 네가 한 말도 당연히 받아들이지 못하겠고.”형수는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용감한 여자였다. 듣기 싫은 말을 들었다고 바로 자신을 위해 변호하니까. 심지어 상대가 자기 남편이라도 봐주는 게 없었다.그랬더니 형은 또 다를 방식으로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런 말을 하면 안 됐어.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라면 너도나도 체면이 어디 있어?”형수는 또 한 번 반박했다.“그래서 내 감정도 고려하지 않았던 거야? 늙고 변태 같은 사람이 나를 어떤 눈으로 봤는지 알면서도 계속 손을 잡겠다는 거야? 그러다가 상대가 나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면, 아예 나도 갖다 바치겠네?”“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형이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 의도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용기 내어 물었다.“형, 만약 내가 형수를 임신시키면, 형 집에서 못 사는 거 아니야?”형의 눈빛에 순간 당황함이 드러나더니 미소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왜 그런 걸 물어?”나는 단번에 이상함을 눈치챘다.“형, 혹시 나를 이용해 형수를 임신하게 하고 나서, 나를 집에서 쫓아내려는 거 아니지?”형이 나를 이용해 형수를 임신하게 하려는 게 진짜일지 몰라도, 나를 계속 집에 둘 만큼 아량이 넓은 사람은 아니다.그렇다는 건, 형한테 나는 그저 형수를 곁에 두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형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 척 말했다.“그냥 물어본 거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 형, 우리 형수 보러 가자.”말을 마친 나는 곧장 형수한테 다가갔다.사실 나는 지금 무슨 심정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았다.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내가 형 상황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테니.하지만 나는 형이 나한테 조금이나마 감정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만약 방금 전에 형이 사실대로 말했으면 용서했을 텐데, 형은 내 앞에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사실을 숨기는 건, 나한테 잘해주던 본인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거다.하지만 이렇게 가식적인 게 뭔 의미가 있다는 건지.내가 세 살짜리 꼬맹이도 아니고, 이제 예전처럼 순진하지 않는데, 형이 쓰고 있는 가식적인 가면 하나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그렇다는 건 전에 형수가 했던 말을 더욱 확인 사살 했다.내가 진짜로 슬픈 건, 형이 나한테 잘해줬던 게 모두 가짜였고, 모든 행동에 목적이 있다는 거다. 그동안 느낀 고마움과 희생이 헛수고가 돼버린 것 같았으니까.하지만 나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형이 다가와 온갖 달콤한 말로 달랜 끝에 형수는 결국 형을 용서했다. 아니면 워낙 대의를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런
“베일에 싸인 귀빈? 말을 끝까지 할래?”“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기 봐, 그 귀빈이 저기 있어.”형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여자를 가리켰다.나와 형수는 형이 가리킨 여자를 보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교환했다.형은 아직 형수가 나한테 모든 걸 알려줬다는 걸 모르고 있다.‘이제부터 계획을 실행하려는 건가?’형수는 나를 흘긋거리더니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대신 물었다.“저 여자는 뭐 하는 여자야? 보아하니 대단한 사람 같은데.”“저 여자의 이름은 소여정인데, 저 여자가 오늘 이 술자리를 마련한 주최자야.”형수는 ‘소여정’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눈을 땡그랗게 떴다.“소여정? LD 건설 회장의 정부?”“쉿, 조용히 해. 듣겠어.”형은 다급히 귀띔했다.그러자 형수도 놀랐는지 얼른 입을 다물었다.‘형수가 이토록 긴장하는 건 또 처음 보네? 고작 정부 하나가 뭐가 두렵다고 이러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소여정이라는 여자는 확실히 예뻤다. 게다가 옷차림에서 귀티가 났다.나이도 얼핏 보면 30 정도인데, 태생부터 귀족의 분위기를 타고난 것 같았다.“당신이 저 여자는 어떻게 알아?”그때, 형수가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그러자 형이 얼른 대답했다.“사실 전에 우연히 식사 자리에서 만났거든. 그때 대화가 잘 통해서, 소여정 씨가 이번에 파티를 연다며 초대장을 보내줬어.”나와 형수는 형의 말을 믿지 않았다.소여정이 어떤 여자인가? 온몸에 귀티가 흐르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인 데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여자와 형이 대화가 잘 통했다고?‘지나가던 개도 웃겠네.’하지만 형과 이 여자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그때, 형이 형수의 손을 잡더니 나를 흘긋거렸다.“이따가 내가 두 사람한테 소여정 씨를 소개해 줄게. 수호야, 이번이 너한테 엄청 좋은 기회니까 꼭 잘 잡아. 소여정 씨는 발이 엄청 넓어. 네가 만약 소여정 씨랑 친하게 지낸다면 앞으로 너의 미래에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