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귀빈? 말을 끝까지 할래?”“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저기 봐, 그 귀빈이 저기 있어.”형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여자를 가리켰다.나와 형수는 형이 가리킨 여자를 보고 나서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교환했다.형은 아직 형수가 나한테 모든 걸 알려줬다는 걸 모르고 있다.‘이제부터 계획을 실행하려는 건가?’형수는 나를 흘긋거리더니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대신 물었다.“저 여자는 뭐 하는 여자야? 보아하니 대단한 사람 같은데.”“저 여자의 이름은 소여정인데, 저 여자가 오늘 이 술자리를 마련한 주최자야.”형수는 ‘소여정’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눈을 땡그랗게 떴다.“소여정? LD 건설 회장의 정부?”“쉿, 조용히 해. 듣겠어.”형은 다급히 귀띔했다.그러자 형수도 놀랐는지 얼른 입을 다물었다.‘형수가 이토록 긴장하는 건 또 처음 보네? 고작 정부 하나가 뭐가 두렵다고 이러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소여정이라는 여자는 확실히 예뻤다. 게다가 옷차림에서 귀티가 났다.나이도 얼핏 보면 30 정도인데, 태생부터 귀족의 분위기를 타고난 것 같았다.“당신이 저 여자는 어떻게 알아?”그때, 형수가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그러자 형이 얼른 대답했다.“사실 전에 우연히 식사 자리에서 만났거든. 그때 대화가 잘 통해서, 소여정 씨가 이번에 파티를 연다며 초대장을 보내줬어.”나와 형수는 형의 말을 믿지 않았다.소여정이 어떤 여자인가? 온몸에 귀티가 흐르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존재인 데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여자다. 그런데 그런 여자와 형이 대화가 잘 통했다고?‘지나가던 개도 웃겠네.’하지만 형과 이 여자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그때, 형이 형수의 손을 잡더니 나를 흘긋거렸다.“이따가 내가 두 사람한테 소여정 씨를 소개해 줄게. 수호야, 이번이 너한테 엄청 좋은 기회니까 꼭 잘 잡아. 소여정 씨는 발이 엄청 넓어. 네가 만약 소여정 씨랑 친하게 지낸다면 앞으로 너의 미래에
나는 갑자기 불안해 났다.왠지 모르게 소여정과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더 빠르게 요동쳤다.소여정은 마치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처럼, 저도 모르게 그녀를 엿보고, 가까이하고, 알고 싶게 했다.‘남의 정부나 하는 여자가 어떻게 밖에서 대놓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날 수 있지?’이건 너무 아이러니했다.“소여정 씨,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형은 여자 앞에서 약간 비굴해 보였다.형의 목소리에 여자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방금 전까지 여자는 계속 우리에게 옆모습만 보이고 있었는데, 나는 그때부터 이 여자라 너무 예쁘고 귀티가 난다고 생각했다.특히 몸에 두른 보석마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았다.하지만 소여정이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그녀의 외모에 넋이 나갔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지?’나는 당장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심지어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소여정을 빤히 바라봤다.‘와! 너무 아름답잖아.’소여정을 본 순간, 나는 타고난 귀족의 아우라가 뭔지 알 것만 같았다.이 여자는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아름다웠다.장담하건대, 이 세상에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더 없을 거다.“수호야, 얼른 인사드려.”형의 말에 나는 얼른 인사했다.“소여정 씨, 반가워요.”여정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만족했는지 감탄을 자아냈다.“괜찮네!”‘괜찮네? 뭐가 괜찮다는 거지?’‘얼굴? 아니면 몸매?’하지만 뭐가가 됐든, 이 여자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칭찬 감사합니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본인들의 얼굴을 알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소여정이 말했다.“여러분, 저는 피곤해서 이만 쉬러 갈게요. 정수호 씨, 침술과 마사지를 할 줄 안다던데, 나 대신 마사지 좀 해줄래요?”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을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은 나를 향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요. 수호야, 얼른 대답해야지.”“네.”나는 멍하니 대답했다.소여정은 싱긋
형수는 나의 안전을 무척이나 걱정했다.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나는 소여정과 함께 호텔 위층으로 올라왔다.호텔 방은 매우 컸는데, 불빛이 어두워 약간 야릇한 분위기가 났다.소여정은 겉옷을 벗으며 새하얀 목덜미를 드러냈다. 그녀의 피부는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엄청 좋았다. 하얗고 부드러워 마치 백옥 같았다.게다가 몸매는 또 어쩜 그리 좋은지, 완벽한 S라인이었다.오프숄더 드레스는 소여정의 섹시한 몸매를 더욱 부각해 주었다.그때 소여정이 숄을 벗어 던지고 침대에 엎드렸다.“됐으니 이제 시작해요.”여자의 S라인 몸매를 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예쁜 여자가 왜 남의 정부나 하고 있지?’하지만 소여정을 스폰하는 남자는 몸값이 족히 몇백억이 넘는 LD 건설 회장이라고 했으니...‘돈은 엄청 많겠네.’그 정도 사람이 밖에서 정부를 찾을 때, 예쁘고 몸매도 좋은 여자를 찾는 건 당연하다. 얼굴과 몸매가 따라주지 않으면 정부가 될 자격도 없다.나는 여정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보니 나는 어디서부터 손을 내야 할지 막막했다.‘이 여자한테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하겠네.’그때 여정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뭐 하고 있어요? 얼른 시작해요.”“소여정 씨, 방금 여정 씨 안색을 관찰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어요. 마사지는 필요 없지 않나요?”나는 너무 무서워 한발 물러났다.왠지 자꾸만 이 여자한테 손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그러자 여정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누가 마사지해달라고 했어요?”“네?”‘정말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온다고? 그러면 더 불안하잖아.’‘내가 장난감도 아니고,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보내지는 건 나도 싫다고.’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만약 저한테 그런 걸 요구한다면,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겠네요. 전 동의할 생각 없어요.”나는 말을 마치고는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했다.“거기 서요! 진동성 씨가 데려오면서 아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젠장. 네 목숨만 목숨이야? 내 목숨은 목숨 아니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지?’‘얼굴만 예쁘면 뭐 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인데.’그때 소여정이 못마땅한 듯 물었다.“내가 뭐요? 내가 뭐 잘못 말했나요?”“잘못 말했냐고요? 네. 사람이 어떻게 본인의 쾌락을 위해 남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요? 너무 악독한 거 아니에요?”나는 너무 화가 나서 생각나는 대로 내뱉었다.그러자 소여정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지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뭐? 감히 나를 모욕해?”나는 순간 여자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게 떠올랐다.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여자 앞에서 아무 말이나 내뱉다니, 이건 너무 주제 넘는 행동이었다.때문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였다.하지만 소여정은 기세등등하게 나를 몰아붙였다.“사과해.”“내가 왜 사과해야 하죠? 틀린 말도 아닌데.”“이유 없어. 내가 사과하라고 하면 사과해!”‘이기적인 데다 포악스럽기까지 하네. 정말 얼굴이 아깝네.’‘이렇게 예쁜 얼굴로 왜 사람답지 못한 짓을 하지? 정말 최악이네.’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집스레 말했다.“사과 안 하면 어쩔 건데요?”소여정은 아무 말 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폰을 집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리고 곧이어 명령조로 말했다.“파티장에 있는 진동성이라는 사람을 당장 쫓아내.”“헐, 꼭 이래야겠어요?”나는 너무 놀라 무의식적으로 달려가 폰을 빼앗으려 들었다.그러자 소여정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나는 다급히 손을 움츠렸다. 이 여자는 건드리기가 무섭다.‘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이 여자를 건드린 건 나지 형이 아닌데, 왜 형을 쫓아내라고 하는 거야?’아래에 명망 있는 인물들이 가득한테, 형이 쫓겨나면 얼마나 쪽팔릴까?게다가 분명 형의 사업에까지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거다.나
“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말했어요?”“장난친 건데, 정말 몰랐어?”소여정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이 여자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자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정부가 대놓고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건, 죽고 싶다는 뜻이나 다름없다.그런데 방금 여자가 나를 놀리던 걸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어떻게 그런 장난을 칠 수 있지?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그러면 정말 마사지를 부탁하려고 부른 거예요?”나는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핑계를 댔다.‘나를 그렇게 희롱했겠다? 이따가 제대로 혼내주지.’소여정은 다시 침대에 누우며 매혹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맞아. 그게 아니면 내가 왜 당신을 불러들였겠어?”나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또 물었다.“그럼 방금 전에 모여든 사람들도 한의사예요?”“아마도. 그중 일부는 한의대생이고, 일부는 갓 졸업한 병원 인턴일 거야. 물론 상세한 건 나도 모르지만, 모두 그쪽처럼 나한테 접근하기 위해 온 사랍들이야.”“그럼 왜 나를 선택했어요?”이건 나도 궁금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그 사람들보다 특별한 게 뭐였는지 알고 싶었다.“진동성 씨 말로는, 수호 씨가 시골에서 와서 사람이 점잖다고 하더라고.”소여정의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게 대체 무슨 이유야? 물어보지나 말걸.’나는 불만조로 말했다.“한의사를 찾는다면 점잖고 말고 뭔 상관이에요? 애인 찾는 것도 아니고.”“당연히 상관있지. 점잖아야 함부로 하지 않을 거잖아. 만약 가벼운 사람이라면 분명 미색으로 나를 유혹했을 거야.”“나는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와 같은 신세거든. 밖에서 함부로 할 수 없어. 그런데 솔직히 그런 게 싫어, 나도 다른 남자를 만나보고 싶어.”나는 들을수록 멍하기만 했다.“본인이 카나리아와 같은 신세라면서요? 여정 씨의 그분이 여정 씨가 다른 남자를 못 만나게 한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만나려는 거예요?”“먹지도 만지지도 못한다
자기만 편해지려 하고 내 안위는 안중에도 없는 소여정을 보자 나는 화가 치밀었다.‘어떻게 할 수 없다면 마구 만지면 그만이지.’‘이렇게 말랑한 허리, 이렇게 향긋한 몸은 만지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테니까.’나는 조용히 여자의 나른한 몸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때, 갑자기 소여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힘 좀 팍팍 써. 하나도 못 느끼겠잖아.”나는 소여정의 말대로 손에 힘을 주었다.그랬더니 소여정은 더 높은 소리로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남주 누나랑 겨뤄도 되겠어.’하지만 이 여자가 나한테는 조금 더 매력적이었다.얻기 어려운 것일수록 손에 넣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이런 쪽에서도 마찬가지다.나는 일부러 질문했다.“지금 엄청 굶주린 것 같은데, 맞죠?”소여정은 엉덩이를 살살 흔들었다.동그랗게 탐스러운 엉덩이는 드레스에 가려져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소여정의 눈 역시 너무 매혹적이라서 사람의 혼을 빼앗아 갈 것만 같았다.“내가 굶주렸는지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지? 날 건드릴 배짱이나 있고 말하는 거야?”소여정의 말투에는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걸 들으니 나는 상처도 받고 자존심도 상했다.전에 나를 불러들인 게 분명 내가 점잖아서라고 했는데, 아까는 일부러 놀려대며 내가 당황한 모습을 비웃기나 하고.이 여자 안중에 나는 고작 장난감에 불과했다.그런데 주제도 모르고 농락했으니 모욕을 들어도 싸다.“못 들은 거로 해요.”나는 너무 후회되어 더 이상 이 여자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하지만 소여정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그쪽이 못 들은 거로 하란다고 내가 그래야 해?”“그럼 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그쪽이 먼저 야한 소리를 냈고 자꾸만 몸을 배배 꼬며 야한 자세를 취하며 오해하게 했잖아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물어본 건데, 그것도 안 되나요?”나는 또 이 여자한테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그랬더니 소여정은 빙그레 웃으며 나를 봤다.“방금 심장 떨렸지?”‘역시
‘내가 정말 점잖은 줄 알아?’‘내가 지금은 이렇게 당하고 있지만, 나도 한 성깔 한다고. 절대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아.’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를 훑으며 비아냥거렸다.“대체 정부는 어떻게 된 거예요? 성격도 나쁘고 남을 놀려먹기 좋아하고, 내가 만약 부자라면 절대 그쪽 같은 사람 정부로 두지 않을 거예요.”소여정은 순간 더 요염하게 자세를 바꾸었다. 그 순간 가느다란 허리와 탐스러운 엉덩이가 더 돋보여 나는 너무 괴로웠다.그때 소여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 얼굴과 몸매면 말 다한 거 아니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내 얼굴과 몸매를 보고도 반응하지 않았는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기도 싫고, 거짓말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어떤 말을 해도 이 여자에게 나를 놀릴 거리만 더해주는 셈이었다.소여정은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듯 눈치를 줬다.“이봐, 얼른 여기 똑바로 앉아.”“난 이봐가 아니에요. 정수호예요. 이름 불러요.”나는 화를 냈다.하지만 소여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피식 웃었다.“내가 어떻게 부르든 내 마음이지. 얼른 앉아서 여주인 다리 좀 주물러 봐.”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여자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그 순간 소여정의 입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응. 나빴어. 어떻게 여주인의 엉덩이를 함부로 때릴 수 있어?”나는 제멋대로 하는 여자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났는데,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순간 그 화가 모두 사라졌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 설마 나를 화나게 해서 일부러 자기를 때도록 유도한 건가?’‘딱 봐도 즐기는 듯한 표정인데?’나는 소여정의 행동에 어리둥절해졌다.“대, 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요. 와요, 얼른 내 다리나 주물러 줘요.”소여정은 가늘고도 긴 다리를 나에게 쭉 뻗었다.소여정의 다리는 희고도 가늘며 향기롭기까지 했다.게다가 흰색 레이스 스타킹을 신고 있어 청순하면서도 섹시했다.‘흰색 스타킹도 이렇
“지, 지금 나 놀리는 거죠? 도대체 너 같은 여자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말하는 것마다 어떻게 다 거짓말일 수가 있어요?”나는 소여정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또 나를 놀리는 거라고 판단했다.이 여자는 나를 놀리는데 재미라도 붙었는지 자꾸만 놀려댔다. 심지어 시종일관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래, 그럼 내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하던가. 나를 마음대로 건드려 보던가.”소여정은 또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내 가슴에다 발을 비볐다.고개를 숙여 보니 소여정의 발은 뽀얗고 부드러웠으며,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 있어 너무 요염했다.게다가 아름답고 예쁘기까지 했다.그걸 보고 있었더니 나는 가슴이 간질거리는 한편 두렵고 불안했다. 하지만 여자의 신분이 떠오른 순간 나는 이내 괜한 일 만들지 말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나는 아예 눈을 감고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소여정의 족삼리혈을 꾹 눌렀다.다음 순간, 소여정은 ‘아’하는 비명과 함께 벌떡 일어나 앉았다.여자의 비명소리를 듣자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하지만 곧이어 폭풍우 같은 복수가 찾아왔다.소여정은 자기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나를 향해 사진 찍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여자의 행동에 내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소여정이 말했다.“그쪽이 내 발을 끌어안고 있는 사진 다 찍어뒀어. 지금 기회를 줄게, 나한테 사과해. 안 그러면 이사진들 고대로 그분한테 보낼 거야.”나는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이럴 목적이었어?’“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악독해요?”나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없었다.‘나를 그렇게 놀려대더니, 내가 장난 한번 쳤다고 이렇게 복수한다고?’‘본인 남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한 사람인 줄 알면서, 이 사진을 보내겠다는 건 날 죽이겠다는 뜻이잖아?’소여정은 의기양양한 듯 말했다.“그러게 누가 그러랬어? 이건 벌이야. 사과할 거야 말 거야? 안 하면 사진 보낸다?”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