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애교 누나가 뜬금없이 물었다.“수호 씨, 혹시 태연의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누나도 느꼈군요.”“혹시 수호 씨가 나랑 너무 가까이 지내서 질투하는 거 아닐까요?”애교 누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닐 거예요. 형수는 저와 누나 사이를 알고 오히려 응원해 주고 있어요.”“여자 마음은 그렇게 일반적인 사고로 생각하면 안 돼요. 태연이 수호 씨더러 나를 꼬시라고 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질투하지 말란 법 없잖아요.”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닐 거예요. 우리가 매일 같이 지내는데, 형수가 만약 저한테 관심 있었으면 진작 저를 꼬셨겠죠. 그런데 우리 아무 일도 없었어요”“수호 씨, 솔직히 말해 봐요. 정말 태연이랑 아무 일도 없었어요?애교 누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며 물었다.그 질문에 나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하하 웃었다.“애교 누나, 어떻게 제 말도 못 믿어요? 제가 형수랑 무슨 일 있었으면 진작 누나한테 말했겠죠. 누나가 전에 저더러 형수를 꼬시라고 했잖아요. 문제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형수는 저한테 기회도 주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는 절대 불가능해요.”“뭐, 알았어요. 믿어줄게요. 하지만 여자의 직감이 말하는데, 태연은 분명 수호 씨한테 관심 있어요. 지금은 내 말 이해되지 않겠지만, 나 믿어요. 절대 틀릴 리 없어요.”“수호 씨, 솔직히 말해요. 정말 태연이랑 자고 싶었던 적 없어요?”그 질문에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불안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애교 누나가 왜 갑자기 이걸 묻지?’“누나, 그게 무슨 뜻이에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애교 누나가 대답했다.“내가 왕정민과 이혼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가 계속 이러면 태연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선 태연부터 꼬셔요. 태연이 수호 씨한테 넘어오면 마음이 편해질 거고, 나도 수호 씨를 마음껏 만날 수 있잖아요.”애교 누나가 나더러
“하지만 바람피우는 것도 부류가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바람피우는 사람이 있고, 결혼하기 전에 바람피우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밖에서는 바람피우면서 집에 있는 아내한테 엄청 잘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수호 씨는 네 번째 부류예요.”‘바람피우는 것도 이렇게 많은 부류가 있다고?’‘게다가 내가 네 번째 부류라니?’“네 번째 부류가 뭔데요?”나는 결국 호기심에 질문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네 번째 부류는 여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라고 응원하는 거예요.”“네? 그런 여자도 있어요? 왜 그러는 거죠?”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사실 간단해요. 수호 씨는 아직 경험이 없는 어린 남자고, 그에 반해 나는 사회에서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본 여자잖아요. 내가 만약 수호 씨한테 다른 여자한테 손대지 말고 나만 사랑하라고 하면 너무 불공평해요. 내가 수호 씨를 그렇게 붙잡고 있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고요.”“그럴 바에는 결혼하기 전에 여러 여자를 경험하게 하고 싶어요. 그래야 결혼한 뒤에 나한테만 잘해주고, 다른 마음 품지 않을 거 아니에요.”애교 누나의 말도 그럴듯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상했다.‘내가 결혼 전에 다른 여자와 경험을 쌓는 걸 정말 조금도 질투하지 않는다고?’‘이 세상에 이렇게 너그러운 여자가 있을 수 있나?’아니, 난 이게 함정이라고 생각한다.’‘애교 누나가 나를 시험하는 게 틀림없어.’결론을 내린 나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애교 누나, 저 정말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누나랑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고요. 다른 여자는 싫어요, 전 누나만 있으면 돼요.”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애교 누나에 대한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애교 누나가 나를 오해하고, 내가 왕정민처럼 믿을만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무서웠으니까.애교 누나는 내가 겁을 먹자 피식 웃었다.“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내 말 다 진심이에요. 수호 씨를 시험하는 거 아니에요. 난
애교 누나는 나더러 형수를 달래주라는 뜻이었다.하지만 내가 주방에 들어섰지만 형수는 묵묵히 주방을 정리하며 나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형수, 화났어요?”나는 형수를 등 뒤에서 와락 안으며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러자 형수가 몸을 배배 꼬며 버둥댔다.“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싫어요. 형수 질투하는 거죠?”나는 사실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형수는 한사코 부인하며 인정하지 않았다.“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미쳤어요? 얼른 놔요!”“질투하는 게 아니라면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은데요?”“내가 언제요?”“아니에요? 그러면 제가 그곳 만져도 돼요?”나는 말하면서 손을 천천히 형수의 치마 속에 넣었다.사실 형수를 희롱하는 게 내 목적이었다.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형수는 얼른 내 손을 잡았다.“정말 미쳤어요? 여기 애교네 집이에요.”“그럼 우리 집에서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에요?”나는 형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내 질문에 형수는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혔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내가 전에 한 말 잊었어요? 솔직히 말해 봐요. 애교가 시켰죠?”“애교 누나가 저더러 형수를 꼬시라고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전부터 형수를 꼬시고 제 여자로 만들고 싶었어요.”나는 더 이상 내키는 게 없었기에 형수 앞에서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그러자 형수는 마구 버둥댔다.“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래요? 혼날래요?”나는 형수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형수의 몸매는 글래머러스해 촉감마저 좋았다.나는 형수를 벽으로 밀치고 바싹 다가갔다. 그 순간 내 마음을 공제하기 어려웠다.“그런데 제가 형수한테 손대지 않으면, 형수는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지낼 거잖아요. 그동안 오래 참았으면서, 괴롭지 않아요?”“형수도 원하는 거 알아요. 형수의 임신을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만족시켜 주고 싶어요.”나는 말하면서 한 손으로 형수를 문질러댔다.내 손길에 형수는 양 볼이
“이제 다 컸다 이거예요?”형수는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나는 싱긋 웃었다.“형수를 원하니까요. 형수, 사실 저 형수를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어요. 만약 이번 생에 형수를 내 여자로 만들지 못하면, 아마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내 말에 형수는 눈빛이 흐리멍덩해졌다.“정말요? 내가 그렇게 매력 있어요?”형수도 경험 많은 사람인 지라, 별의별 남자를 만나 봤었다.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손에 넣으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잘도 지껄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내가 되자, 형수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형수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오랫동안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터라 저도 모르게 몸을 나한테 맡겼다. 내가 본인을 속인다는 걸 알아도 달게 받아줄 생각이었는데, 내가 절대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참지 못하고 형수의 입에 또 입 맞추고는 진지하게 말했다.“형수가 저더러 애교 누나를 꼬시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형수를 먼저 꼬셨을 거예요. 형수는 모르죠? 사실 저, 형수를 처음 본 순간, 형수한테 반했어요. 형수, 정말 좋아해요. 형수도 내가 좋나요?”나도 점점 흥분하기 시작해 진지한 눈빛으로 형수를 바라봤다.그랬더니 형수는 끝내 나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좋아해요. 수호 씨처럼 훌륭한 남자를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형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얼른 형수의 입을 막아버렸다.나는 내가 듣고 싶은 답만 듣고 싶었다.나는 조심스럽게 형수한테 혀를 집어넣으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형수가 나를 밀쳐냈다.“안 돼요, 애교랑 선영이 나오면 어떡해요.”“그럼 이따 돌아가서 제대로 해도 되죠?”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무엇보다 형수를 꼬시는 데 성공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그때 형수가 얼굴을 붉히며 내 볼을 문질렀다.“이따가 봐요. 가서 음식이나 날라요.”나는 얼른 대답하고는 고분고분 주방으로 가 음식을 내왔다.
때문에 나는 움츠러들기는커녕 일부러 손을 형수의 치마 속에 넣었다.내가 허벅지 안쪽을 만지자 형수는 얼른 다리를 닫았다. 그러고는 나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경고했다.“얼른 손 치워요.”나는 일부러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지만 형수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계속 이렇게 희롱하고, 건드리면 어떻게 참나 두고 보자고.’“태연아, 왜 그래?”그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형수는 당황하여 다급히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불편해서, 이만 먹을게. 나 먼저 갈게.”“형수, 괜찮아요?”나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수의 물건을 대신 들어주었다. 하지만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이미 활짝 웃고 있었다.‘앗싸, 겨우 돌아가네.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애교 누나는 우리가 돌아가서 뭘 할지 알기라도 하는 듯 만류하지 않았다.결국 나는 소원대로 형수와 집에 돌아왔다.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형수를 품에 안고 강하게 밀어붙이며 입 맞추었다.형수도 내 키스에 숨을 헐떡이며 겨우 이성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오래 참은 터라 내가 살짝만 건드리자 바로 쾌락에 몸을 맡겼다.“수호 씨, 진짜 나빴어요. 이러다 조만간 수호 씨 손에 죽겠어요.”형수는 나에게 협조하면서 숨을 헐떡거렸다.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형수, 전 절대 형수한테 무슨 일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영원히 지켜줄게요. 형수, 애교 누나를 사랑하는 만큼 형수도 사랑해요.”“됐어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하고 싶다면서요? 지금 그 소원 들어줄게요.”형수는 말하면서 옷을 벗었다.형수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보자, 나는 온몸의 피가 한 곳에 몰리면서 순간 흥분했다.나는 얼른 얼굴을 형수의 가슴에 파묻었다.형수도 드디어 그동안의 걱정을 떨쳐버리고 쾌락에 몸을 맡겼다.한참 뒤, 우리는 소파로 왔다.형수와는 처음이기에 나는 형수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때문에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하면서 내가 아는 모든 기교를 한 번씩
“정말이에요?”‘싫어하지 않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위로까지 해주다니.’형수의 말 한마디에 내 민망함도 줄어들었다.그때 형수가 내 품에 안기며 말했다.“다 이해해요. 방금 너무 흥분해서 그랬죠? 평소대로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안 그러면 애교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흠뻑 빠졌을 리 없잖아요.”“그것도 다 보아낼 수 있어요?”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형수가 어떻게 애교 누나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알지?’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여자라는 거 잊지 마요. 애교가 수호 씨한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보여요. 아직 왕정민과 이혼한 것도 아닌데, 자기 몸을 내어주었잖아요. 이게 사랑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이켜 보면 애교 누나를 처음 알았을 때, 무척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애교 누나의 눈에는 온통 나뿐이다.나는 순간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교 누나와 형수한테 사랑을 받고 있고, 만나는 여자마다 나한테 잘하고 있으니.나는 형수의 머리를 잡고 강하게 입 맞췄다.“형수랑 애교 누나는 제가 과분할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요. 될 수만 있다면 두 사람과 다 결혼하고 싶어요.”형수는 웃으며 내 가슴을 쳤다.“꿈 깨요!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아요? 미리 말해두는데, 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 애교도 안 돼요.”형수는 엄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왜요? 애교 누나가 탓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웅원해주면 모를까.”형수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수호 씨 형이 이 사실을 아는 게 싫어서 그래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형을 언급하자, 나는 단번에 현실로 돌아왔다.‘그렇지, 형수와 나 사이에 아직 형이 있었지. 이런 상황에 제멋대로 할 수는 없지.’나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얼른 정리해요. 이제 곧 수호 씨 형이 돌아올 거예요.”나와 형수는 서둘러 옷을 입었다.이윽고 형한테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이목?’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형수가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형수는 전에 분명 형이 나한테 잘해주는 게 내가 잘생겨서, 나를 돈 많은 부인들한테 팔아먹고 투자를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설마 오늘 나도 따라오라고 한 게 그 목적이었어?’여기까지 생각이 마치자 방금 전까지 미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사라졌다.나는 숨을 들이켜고 싱긋 미소 지었다.“나도 시야를 넓히고 싶어.”나와 형이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형수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형수는 와인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섹시하고 매혹적이었고, 웨이브가 있는 머리를 풀어 헤쳐 고혹적이기까지 했다.게다가 진한 화장을 했는데, 고풍스러우면서 너무 어울렸다.아름다운 형수의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만약 이런 모습을 한 형수와 밤을 보낸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텐데.’형도 놀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태연아, 너 그 치마 언제 샀어? 예전에는 왜 안 꺼내 입었어?”형수는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오늘 산 거야. 마침 술자리가 있다고 해서 특별히 샀지. 어때, 예뻐?”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뻐, 너무 예뻐. 너무 섹시해.”형수는 싱긋 웃으며 형이 방심한 틈에 나에게 윙크했다.나는 너무 당황해 얼른 고개를 돌렸다.‘이러다 형한테 들키면 어떡하려고?’하지만 나도 형수의 호의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몰래 엄지를 들어 올렸다.아래층에 도착하자 형은 의외로 나에게 운전을 맡겼다.형의 차는 아우디였기에 보통 나한테 자기 차를 절대 맡기지 않는다.‘형수랑 뒤에 앉아 뭘 하려고 저러지?’아니나 다를까 형은 차에 오르자마자 형수를 이리저리 만져댔다.그러자 형수가 낮은 소리로 거절했다.“뭐 하는 거야? 이러지 마. 수호 씨도 있는데.”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호가 남도 아니고, 겁날 거 뭐 있어?”“수호야, 넌 운전하는 데만 집중해. 난 네 형수랑 사적인 일 좀 할 테니까.”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형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형수는 처음에 거절했는데 형이 계속 요구해 오는 바람에 협조한 거였다. 그런데 형은 형수의 욕망에 불을 지피고는 이렇게 끝나 버렸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형수한테 꾸중을 들은 형은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형수도 그런 형을 대꾸하기 싫었는지 옷을 정리하고 일부러 형과 떨어져 앉았다.백미러로 이 과정을 지켜본 나는 순간 형수가 안쓰러웠다.형수와 한번 해봤기에 나는 형수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하지만 형의 지속력이 너무 짧아 형수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그러니 형수는 욕망에 불이 붙은 뒤 끌 방법이 없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차 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겁고 어색해졌다.그나마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나는 차를 멈춰 세운 뒤 먼저 침묵을 깼다.“형, 형수, 도착했어요.”“내리자.”형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냈다.솔직히 이런 형을 보고 있자니 좀 짠했다.남자가 젊은 나이에 안된다니, 자존심이 얼마나 상할까?나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형수도 반대쪽으로 내렸다. 하지만 먼저 떠나지 않고 형을 기다렸다가 친근하게 팔짱을 꼈다.“어찌 됐든, 체면은 세워줄게. 하지만 안 바쁠 때 몸조리 잘해.”형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고마워.”“수호야, 가자.”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먼저 내 팔짱을 꼈다.이렇게 우리 셋은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나란히 술자리 현장으로 들어갔다.나는 평생 이런 파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화려한 홀을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파티에 참석한 남자들은 모두 양복 차림이었고, 하나같이 성공한 사업가 분위기를 풍겼고, 여자 역시 모두 예쁘게 치장했다.한눈에 봐도 가격이 어마어마 해보이는 드레스와 각종 주얼리는 늘씬한 여자의 몸매와 흰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고, 우아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게 해주었다.하지만 이곳에서 형수를 따라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형수는 고혹적인 분위기는 다른 여자가 따라올 수 없었
사모님은 바삐 움직이면서 가끔 어깨와 허리를 주물러댔다. 그 모습만 봐도 그동안 힘들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때문에 사장님이 다시 사모님을 설득할 때 나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고 협조하며 말했다.“사모님, 보아하니 허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아, 아니에요.”“유미야. 내 말 좀 들어 봐. 정 싫으면 내가 주물러줄게.”사장님은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지만 사모님 역시 사장님을 안쓰러워했다.“어떻게 그래? 자기 몸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무리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나를 보더니 결국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수호 씨가 주물러 줘요. 하지만 난 우리 남편 말고 다른 이성이 나한테 닿는 게 싫으니 이따가 담요 덮고 해줘요.”“물론이죠.”나는 흔쾌히 대답했다.사모님은 내가 함부로 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사장님 옆에 있는 소파에 엎드렸다.사장님 앞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내가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사실 나도 사모님한테 뭔 짓을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사모님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피로를 풀어줄 생각이었다.나는 내 마음이 매우 순수하다고 맹세하라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내 손이 사모님 허리에 닿았을 때, 뻣뻣하게 굳은 사모님 몸이 손끝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내 손은 크고도 두꺼운 데다 힘이 있었다.때문에 가볍게 사모님 허리를 주무르는 순간, 사모님은 남성의 파워를 단번에 느꼈다.그래서인지 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손길을 받아본 적 없는 사모님은 이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이에 사모님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자기 남편이 있는 앞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하지만 허튼 생각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내가 마사지하면 할수록 사모님은 점점 편안한 느낌에 매료되었다. 심지어는 은근히 내 손이 등을 타고 올라올 것을 기대했다.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사모님은 깜짝 놀랐다.‘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나는 사장님의 생각이 이토록 깊고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보실 줄은 몰랐다. 그 사실이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나는 사장님 같은 혜안을 가지라면 멀었는데 말이다.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라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신세다. 하지만 정 사장님의 사상은 이미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이 순간 정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더 깊어졌다.“수호 씨, 하고 싶은 일 마음 편히 해. 걱정할 거 없어. 사람이 걱정이 너무 많으면 이것저것 발목을 잡을 거고 겁을 먹어 결국엔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할 거야.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무서울 게 없다는 패기로 덤벼야 해. 그래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고 용감하게 전진할 수 있어.”나는 정 사징님이 전수해 준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때, 사모님이 깨끗이 씻은 과일을 들고나왔다.“수호 씨, 과일 먹어요.”사모님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보니 나는 순간 또 그날 본 춤추는 나비가 떠올라 얼른 시선을 피했다.그날 용천 호텔에서 몸을 섞은 상대가 사모님이 옳든 아니든 나는 반드시 사모님과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사모님은 부드럽고 다정하며 강남시 여자들한테만 있는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지어는 향긋하고 달콤한 밀크티 같아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맛보고 싶어질 정도다.비록 사모님을 상대로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사모님께 끌려 나도 너무 곤혹이었다.“수호 씨, 우리 아내가 그동안 나 돌보느라 고생해서 이따 수호 씨가 마사지 좀 해줘.”“싫어!”사모님은 놀란 토끼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거절했다.나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사모님 반응이 이토록 클 주은 생각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보, 수호 씨는 남 아니야. 우리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그, 그래도 안 돼. 내가 이성과 접촉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잖아.”나도 얼른 끼
민우가 되물었다.“수호가 그럴 자격이 왜 없는데요? 얼마 전에 가게에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선 게 누군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를 위기에서 구출한 건 또 누군데요? 본인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때 왜 맨 앞에 나서지 않았어요? 왜 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는데요?”“맞아요. 수호 씨가 아니면 화인당이 다시 평화를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착실히 일하고 싶고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수호 씨가 가게 규칙을 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들은 모두 주동적으로 수호 씨를 찾아온 거예요. 준희 씨처럼 특수 서비스니 뭐니 하면서 고객을 꼬신 적 없다고요.”“수호 씨는 정 사장님 목숨도 구해줬어요. 그런데 수호 씨가 가게 이인자가 되는 게 뭐 문제 있어요?”“진짜 문제 있는 건 준희 씨겠죠. 준희 씨는 수호 씨가 부럽고 질투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호 씨가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요. 하지만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안준희는 가게 식구들이 모두 내 편을 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잘못한 사람이 오직 본인이 된 것만 같았다.안준희는 뭐라고 더 변명하려 했지만 민우가 때마침 달려들었다.“당장 나가요. 여긴 당신 반기지 않으니까.”모태진과 오민혁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한꺼번에 달려들어 안준희를 쫓아냈다. 그러고는 모두 나한테 다가와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순간 나는 밀려오는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비록 너무 오글거려 말은 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나를 어떻게 도와줬는지만은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그날 저녁 나는 사모님 댁에 갔다.이번에는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간 거였기에 나는 윤지은의 당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오지 않은 동안 사장님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사모님은 사장님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걷다 지친 사장님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수호 씨, 얼른 와서 앉아. 여기 앉아.”사장님은
“정수호. 적당히 해. 너는 가게에서 마음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하면 안 돼? 네가 뭔데?”나는 안준희가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고 그 외 다른 직원들도 안준희를 본받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이런 풍기 문란한 짓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단번에 싹을 잘라야 한다. 만약 내가 안준희한테 엄중한 벌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는 가게 전체를 좀먹게 할 거다.이 모든 건 확실히 나 때문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알아요. 정 사장님이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졍 사장님은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 적 없어요.”“사장님은 워낙 착한 분이고 가게 모든 직원에게 평소에도 잘해주세요. 심지어 직원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피차 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일을 심각하게만 하지 않으면 항상 눈감아주셨어요.”“그리고... 평소에 예쁜 여자들이 자꾸만 나를 찾아온다고 내가 여성 고객들한테 뭘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요. 나는 고객한테 암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여성분들이 왜 찾아왔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가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한약방이에요. 뒤에서 불법적인 장사를 하며 제 주머니를 챙기는 행위는 금물이에요.”안준희는 내 말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봐.”나는 사라들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얻었다.다른 동료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준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마 모두가 요행을 바랄 거다. 때문에 그 본보기를 보여줄 상대를 안준희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요. 가게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처벌할 거니까.”“정수호.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설마 나를 쫓아내기라도 하겠다고?”“준희 씨 말이
형수는 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기에 나도 시간 내서 화인당에 출근할 수 있었다.현재 천수당은 더 이상 개업을 미루면 안 되는 상황이다.현성이 2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친구가 돼서 그에게 손해를 안겨줄 수는 없었으니까.마음을 정한 나는 화인당으로 찾아가 민우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민우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그럼 정 사장님은 어떡해? 정 사장님이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회복하기도 전에 내가 가면 너무 미안하잖아.”“네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오늘 내가 직접 사장님을 만나 상황을 말씀드릴 생각이야.”정 사장님이 때리든 욕하든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수호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뭔데?”“안준희 씨 일이야.”“안준희 씨가 왜?”안준희는 전에 화인당 규칙을 어기고 손님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 한번 경고를 준 적이 있다.그 이후로 나는 안준희가 당연히 좀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민우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안준희 씨가 여성 고객만 보면 특별 서비스가 필요한지 묻는대. 그래서 지금 가게 분위기가 엉망이야. 내가 말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어.”“그래. 알았어. 가서 일 봐.”민우가 떠난 뒤 나는 직접 안준희를 찾아갔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나 좀 봐요.”“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나 지금 바빠서 시간 낼 수 없어요.”안준희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다.안준희가 이렇게까지 건방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가 안준희가 하던 일을 막았다.“나 지금 이 가게 두 번째 주인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내 말도 안 듣겠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안준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난 수호 씨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이만 나가줘요.”“나도 준희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떠나줘야겠어요.”안준희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봤다.“왜요? 지금 나 쫓아내겠다는 뜻이에요? 정 사장님 대신 가게 며칠 봤다고 본인이 정말 이인자라도 되는 줄 알아
지난번에 진용진이 형수를 건드리려고 해서 나와 형수가 함께 놈을 골목으로 유인해 흠씬 때려준 뒤, 진용진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때문에 아직도 나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나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했다.“앞으로 고수연 씨 괴롭히지 마. 고수연 씨도 혼자 아니야. 고수연 씨 뒤에도 사람 있다고.”[설마 너야? 웃겨 정말. 이 여자 저 여자 다 욕심나나 봐? 고태연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고수연이랑도 잤냐?]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진용진은 나와 고수연 사이에 뭔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내가 뭐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나는 싸늘하게 말했다.“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앞으로 또 고수연을 괴롭히면 절대 가만있지 않아.”할 말을 마친 뒤 나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그제야 차키를 윤지은에게 이미 돌려줬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결국 다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도장으로 향했다.최근 나는 매일 도관에 가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건 가장 기본적이다. 만약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하면 남을 지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진다.며칠 동안의 단련을 통해 나는 스스로도 큰 변화를 느꼈다. 때문에 끝까지 꾸준히 연습해 한계를 끌어올릴 작정이었다.오후까지 연습하니 나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몸은 오히려 개운했다.변석훈과 작별한 뒤, 나는 천수당에 들렀다.천수당은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어 개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매일 여러 가지 잡다한 일로 바빠 요즘은 민우가 화인당을 맡고 있고 현성이 천수당을 관리하고 있다.다만 부잣집 도련님이라 평소 손가락에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현성이 이런 일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놀랍게도 현성은 천수당을 아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건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외네
결국 빙 돌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마치 저주가 우리를 가두어 놓은 것처럼 아무리 높이 뛰어도 그 저주를 타파할 수는 없는 것만 같았다.아마 이건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 윤지은 씨 말 대로 할게요.”나는 윤지은과 싸우지 않으려고 고분고분 대답했다.내가 사무실을 나서는 동안 윤지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일을 계속했다.내가 형수 방에 도착했을 때 고아연은 이미 떠나고 고수연이 와 있었다.“뭐 하러 갔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아연이한테서 들었는데, 우리 언니 몸을 닦아줄 때 움찔한 것 같았다면서요?”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정말이에요? 어떻게 했는데요? 시범해 봐요.”나는 고개를 저었다.“소용없어요. 나도 다시 확인하려고 다시 한번 몸을 닦아줬는데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 내 착각일지도 몰라요.”“사람이 어쩜 그래요? 희망을 줬다가 바로 깨뜨리는 게 어디 있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면서 진짜인 것처럼 말하면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고요.”“맞아요.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사람은 투지도 없어져요.”나는 고수연의 말을 반박하는 대신 따뜻한 물을 받아와 어떻게 형수를 닦아줘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형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수연은 실망한 기색 없이 인내심 있게 나를 따라 했다.“언니, 얼른 일어나. 언니가 없으니 진용진 그 인간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해.”사실 세 자매 중에 큰 언니인 고태연이 평소 고수연을 가장 아꼈다. 막내인 고아연은 매일 자기 일로 바삐 보내 평소 함께 할 시간도 별로 없다. 그런데 현재 고태연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고수연은 병간호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고 또 진용진과 이혼 소송도 해야 해서 얼굴이 많이 초췌해졌다.사람은 힘들 때면 누구라도 자기를 도와줬으면 한다. 고수연도 지금 딱 그랬다.나는 형수가 평소 자기 둘째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기에 형수가 누워 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나는 윤지은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을 설명했다.“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일편단심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이 더 많을 수도 있고요... 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요. 그래서 다채롭고 다양한 거예요.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요.”“지은 씨 친구 소여정 씨를 놓고 봤을 때, 지은 씨는 임천호의 정부가 되는 게 치욕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소여정 씨가 원해서 한 건지 강요당한 건지 어떻게 확신해요?”“백연우 씨도 마찬가지예요. 백연우 씨처럼 자유롭고 소탈하게 사는 게 안 좋다고 할 수 있어요? 아마 지은 씨 친구 중에 백연우 씨가 가장 자유로울 거예요.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저도 부러울 때가 있어요.”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윤지은도 가끔 백연우가 부러울 때가 있었으니까. 심지어 행복한 가정을 꾸린 임유미보다도 백연우가 부러울 때가 더 많았다.임유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지만 너무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정교하고 무드 있는 일상만 추구한다. 때문에 인간미와 친근한 면이 너무 부족하다.하지만 백연우는 다르다.백연우도 평범한 신분은 아니지만 그녀는 더 영민하고 현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백연우는 일도 열심히 하지만 남색을 즐기고, 생활을 즐길 줄 알지만 남자와의 잠자리도 즐길 줄 알고, 의리 있지만 원한을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은 아니다.이런 사람이야 말로 더 생활적이고 살아있는 것 같다.물론 임유미처럼 우아하고 점잖은 여자는 사람 같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임유미처럼 살 수 있는 여성은 너무 적다.“백연우 씨처럼 생활한다고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백연우 씨는 남의 감정을 갖고 논 적도 없으니 솔직히 말해서 나쁜 여자는 아니죠.”윤지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얘기했다.“윤지은 씨, 지은 씨. 우리 앞으
“진짜 바람둥이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애교 씨고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은 형수고, 나는 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달라고? 네가 뭔데?”윤지은은 내 손을 뿌리쳤다.“내가 임천호 같은 사람이면 여자 몇 명을 함께 만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윤지은은 단번에 반박했다.“무슨! 임천호는 더 얄밉거든? 아내를 버리고 밖에서 애인을 두는 놈은 쓰레기야. 임천호가 이 위치까지 오게 된 건 모두 서씨 가문이 뒤에서 도와준 덕분이야. 그런데 이제 잘나가니까 서씨 가문을 쓰게 보지 않잖아. 이런 인간은 왕정민과 다를 게 뭔데?”나는 피식 웃었다.“그럼 답 나왔네요. 지은 씨가 화나는 건 내 주제에 바람기가 많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바람기 많은 사람이라서잖아요.”윤지은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말했다.“화내는 게 정상 아니야?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한 놈도 없어. 하나 같이 다 바람둥이잖아.”“지은 씨 말이 맞아요. 하지만 이런 일은 남자 여자와 상관없이 사람이 단계마다 갖는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지은 씨도 평생 한 사람만 좋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윤지은은 바로 반박했다.“적어도 난 동시에 여러 사람 만나지는 않아.”“네. 그건 제가 확실히 지은 씨보다 못해요. 하지만 지은 씨든 형수든 모두 저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애교 누나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 내가 바람피운다고 할 수는 없죠.”윤지은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모두 애교 누나가 내 여자 친구라고 알고 있지만 애교 누나는 내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반대한 적이 없다. 심지어 더 만나라고 응원해 줬다.게다가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교 누나는 지금까지 나와 정식으로 관계를 확정 짓지 않았다.때문에 나는 내가 바람피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를 만나든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서로 주고받는 거니까.“아, 아무튼 파렴치해!”윤지은은 말로 나를 이기지 못하자 욕설을 퍼부었다.나는 윤지은을 끌어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