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너무 부끄러워요.”애교 누나는 너무 보수적이다. 우리 시골 마을에 있던 여자들보다도 더 보수적인 것 같다.도시 사람들은 모두 개방적인 줄 알았는데.하지만 애교 누나가 이럴수록 오히려 정복감이 생겨난다.특히 이렇게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 너무 사랑스럽다.당장 품에 안고 예뻐해 주고 싶을 정도로.난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꽤 잘생긴 외모로 여자애들의 대쉬를 여러 번 받아보긴 했지만.그때는 학업에만 열중하려는 생각에 연애에는 관심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대학도 졸업했겠다, 또 성인도 됐겠다, 여자 친구를 찾을 때인 건 맞다.그 상대로 애교 누나가 제격인 것 같고.만약 애교 누나가 이혼했다면 당장 고백해서 내 여자 친구로 만들었을 거다.“애교 누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영상 하나 때문에 누나의 인성을 의심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저는 제 느낌과 판단을 더 믿어요. 누나는 제 마음속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예요.”애교는 사뭇 진지한 내 모습을 보자 걱정이 사라졌는지 겨우 미소를 지었다.“수호 씨, 고마워요. 오늘 저녁 나 구해준 것도. 나 믿어준 것도 모두 고마워요.”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얼굴을 붉혔다.참 너무 쉽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하지만 누나의 칭찬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참, 여긴 어떻게 왔어요? 아까 베란다로 왔던 거로 기억하는데. 설마 형수 집에서 넘어온 거예요?”‘이런! 들켰네.’나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하지만 다행히 머리가 빨리 돌아가 이내 대답했다.“아까 형수 집에서 누나 목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 생겼겠다 대충 짐작하고 별생각 없이 넘어온 거예요.”그 말에 애교 누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그건 너무 위험하잖아요. 여기 10층이에요. 그러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애교 누나가 의심하지 않자 나는 거짓말을 계속했다.“아까는 누나한테 무슨 일 있을까 봐 다른 건 생각할 새가
“네.”애교 누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이내 말을 보탰다.“형수가 물으면 내가 몸이 불편해 가지 못한다고 해요. 알았죠?”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돌아가 쉬어요.”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애교 누나의 두 눈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나는 웃으며 애교 누나한테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한 뒤 문을 나섰다.하지만 형수 집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형수 집 열쇠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어떻게 들어가지?’‘이 시간에 전화해서 문 열어달라고 하면 무슨 일인지 물을 텐데.’하지만 난 두 사람한테 조금 전 일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이건 나와 애교 누나의 비밀이니 우리 둘만 알아야 한다.이에 나는 다시 애교 누나 집에 돌아가 열쇠로 문을 열었다.내가 다시 돌아온 걸 보자 애교 누나는 잔뜩 긴장해서 이불로 제 몸을 덮었다.“수호 씨, 왜 다시 돌아왔어요?”그 시각 애교는 솔직히 수호가 저한테 뭘 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늦은 야밤에 본인이 이렇게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으니 남자가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게 불가능 하기에.애교는 한 손으로 슬그머니 핸드폰을 잡으며 만약 수호가 저를 어떻게 하면 당장 신고하려고 했다.애교 누나가 그런 생각을 할 줄 몰랐던 나는 그저 헤실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저 형수 집 열쇠가 없어서 다시 베란다로 넘어가야 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와 동시에 본인을 탓했다.‘수호 씨가 나를 그렇게 도와줬는데 의심하다니. 사람이 너무 속 좁은 거 아니야?’그러다 잠시 뒤, 애교 누나는 베란다를 흘긋거리더니 걱정스레 말했다.“그런데 저기를 넘어가는 건 너무 위험해요. 아니면...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는 게 어때요?”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순간 심장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세게 뛰었다.‘여기서 지내라고?’‘내가 얼마나 바라던 거였는데.’물론 오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애교 누나와 같은 지붕 아
“네.”옆방 객실로 온 나는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침대 위에 폈다.그러고 바로 침대에 누웠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들떠 잠을 이룰 수 없었다.애교 누나의 태도 변화가 너무 큰 것 같다.낮까지만 해도 나를 무시하더니 저녁에는 아예 집에서 지내라고 하다니.이 객실과 애교 누나의 방은 아주 가깝다.나는 일부러 방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이렇게 하면 애교 누나가 나를 부를 때 바로 들을 수 있으니까.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애교 누나는 좀처럼 나를 부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새벽 3시를 가리켰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다음 날 아침.애교는 아침을 차려놓고 수호를 깨웠다.작은 소리로 깨우다가 수호가 듣지 못하는 것 같으니 문을 채 닫지 않은 수호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하지만 딸랑 팬티 한 장 걸치고 이불도 덮지 않고 대자로 침대에 누워 자는 수호를 보자 부끄러워 얼른 고개를 돌렸다.그러고는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수호를 불렀다.“수호 씨, 수호 씨.”하지만 너무 깊이 잠든 수호가 듣지 못하자 애교는 방법이 없는 듯 얼굴을 붉히며 수호의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그 순간, 애교의 눈은 수호의 그곳에 멈췄다.왜냐하면 그곳이 불룩 솟아 있었기 때문이다.반년 넘도록 남자를 접하지 않은 터라 애교의 욕망은 순간 불 타올랐다.두 눈은 오롯이 그곳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머릿속에 한 번만 만져보자는 유혹의 목소리가 들렸다.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한 채 천천히 수호의 침대로 올라와 백옥 같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너무 깊은 잠에 빠진 수호는 그걸 알 리 없었다.하지만 손이 수호에게 닿으려는 순간, 애교는 갑자기 현실을 깨달은 듯 다급히 손을 움츠렸다.‘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남편도 있는 사람이 이러면 남편은 어떻게 보려고?’애교는 비록 자책했지만 방을 나가지는 않았다.오히려 자꾸만 수호를 흘긋거렸다.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에 이미 말라비틀어져 남자에게 받는 사랑을 너무 갈망
하지만 결국 그러지는 못했다. 일을 그르칠까 봐 무서웠으니까.나는 계속 지켜보려고 했다.애교 누나가 나한테 얼마나 더 대담한 짓을 벌일지.만약 애교 누나가 더 대담하게 하면 나는 그걸 빌미로 애교 누나를 덮칠 수 있으니까.그때 애교 누나의 행동이 순간 내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애교 누나는 내 가슴 위에 살며시 기댔다.무게를 모두 싣지는 않고 내 가슴과 1, 2센티 정도 거리를 유지한 걸 보면 내가 깰까 봐 걱정됐던 모양이었다.물론 나는 진작 깨어 있었지만.애교 누나의 행동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침대 위에 놓인 손을 천천히 들며 언제든지 애교 누나를 덮칠 준비까지 했다.하지만 내 손이 애교 누나에게 거의 닿으려는 그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일어났다.너무 놀란 나는 다급하게 손을 움츠렸다.그와 동시에 실망감이 몰려왔다.“하, 내 남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애교 누나도 나를 보면서 아쉽다는 듯 말했다.애교 누나가 여전히 이 벽을 넘지 못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당장이라도 누나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누나의 남편이 그걸 밝히고 싶으면 진작 밝혔을 테니까. 내가 이렇게 갑자기 이 사실을 까발리면 오히려 형과 형수한테 누를 끼칠 수 있다.나는 그렇게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그 시각, 애교는 멍하니 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나가고 싶었지만 수호의 튼실한 몸을 보니 못내 아쉬웠다.그러다 입술을 깨문 채로 얼굴을 붉히며 속으로 중얼거렸다.‘한 번만, 딱 한 번만 만져보고 갈 거야.’‘난 그냥 남자의 몸을 느껴보고 싶은 것뿐이야. 다른 방법이 없잖아.’애교는 욕망을 못 이기고 끝내 손을 내뻗었다.지금이라도 당장 수호를 꼭 안고 느껴보고 싶었다.한편, 나는 애교 누나가 나를 만지려 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만약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나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아 애교 누나의 팔을 잡아당겨 내 몸 위로 당겼다.애교 누나는 미처 반응할 새도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왜요? 누나도 원하는 거 아니었어요?”“아니에요. 난 원하지 않아요.”“누나도 원하고 있잖아요. 아까 나를 만졌으면서, 나 다 알아요.”그 말에 애교 누나는 얼굴부터 목까지 빨갛게 물들었다.이윽고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돌렸다.그런 누나의 모습에 나는 당황해 다급히 물었다.“왜요? 제가 또 뭐 말실수했나요?”“아까 진작 깼으면서 자는 척한 거 일부러 나 망신 주려고 그런 거죠?”나는 고개를 힘껏 저었다.“아니에요. 왜 그런 생각을 해요? 아까 누나가 들어왔을 때 저 정말 자고 있었어요. 누나가 나 만질 때 깬 거예요. 제가 그때 깨어나면 누나가 더 난감했을 거잖아요.”애교 누나는 여전히 나를 보지 않았다.“그럼 왜 계속 자는 척하고,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요?”“누나를 원하니까.”나는 애교 누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나 누나 좋아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 결혼하고 싶어요.”애교 누나는 그제야 나를 보며 예쁜 눈을 커다랗게 떴다.“지,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나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저 누나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고요.”“무슨 농담을 하는 거예요? 난 수호 씨 형수 친구예요. 수호 씨보다 나이도 엄청 많고, 남편도 있어요. 우리 남편 나한테 엄청 잘해줘요.”그 말에 나는 조급해 났다.“누나 남편이 그렇게 잘해주면 왜 반년 동안 코빼기도 안 보여요?”“그건 바빠서 그래요.”애교 누나가 설명했다.그 순간 나는 감정이 북받쳐 직설적으로 말했다.“누나는 남자를 참 모르네요.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 아무리 바빠도 계속 보고 싶어요. 우리 형을 봐요, 그렇게 바쁘면서 매일 집에 꼬박꼬박 들어오잖아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기분이 나빴는지 정색했다.“비켜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나는 애교 누나를 품에 꼭 안은 채 말을 이었다.“싫어요. 누나가 너무 단순하고 착해서 남편한테 버림받은 것도 모르는 거라고요. 여자는 꽃과 같아 햇빛도 주고 물도 줘야 해요.
애교 누나가 나를 당장 쫓아버리지 않고 오히려 남아서 아침을 먹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누나가 나를 그렇게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내가 다급히 식탁 앞에 앉아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봤다.“먼저 가서 세수부터 해요.”“그래요. 바로 하고 올게요.”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세수했다.애교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말아 올랐다.애교도 이러는 게 맞는지 모른다. 그저 수호가 어제 저를 구해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으니, 생명의 은인을 밥도 안 먹여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이건 그저 어제의 빚을 갚는 것뿐이야.’그 외의 것은 애교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나는 이내 세수를 다 하고 돌아왔다.애교 누나는 내 앞에 수저와 그릇을 놔주고, 나에게 반찬을 짚어 주었다.나는 애교 누나가 나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생각했지만 애교 누나는 또다시 벽을 쳤다.“난 수호 씨 형수 친구예요. 앞으로 나한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알았죠?”나는 또다시 실망했다.나한테 생각을 바꾼 게 아니었다니.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밥을 먹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젓가락으로 내 밥그릇을 두드렸다.“말하고 있잖아요. 듣고 있어요?”나는 어디서 나온 배짱인지 화가 난 듯 툭 내뱉었다.“못 들었어요. 듣고 싶지도 않고.”“왜 그래요? 스무 살도 훌쩍 넘은 사내가 어쩜 어린애처럼 굴어요?”“저는 누나가 내 여자가 됐으면 좋겠으니까요.”내가 대담하게 말하자 애교 누나는 이번에 화내는 대쉬 차근차근 설명했다.“수호 씨, 수호 씨는 아직 어려서 사랑이 뭔지 몰라요. 결혼은 훨씬 더 이후의 일일 거고. 아직 여자 만난 적 없어서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뿐이에요.”“누가 그래요? 제가 여자를 만나본 적 없는 건 맞지만 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책임져야 한다는 건 알아요. 누나 남편은 반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도 않았잖아요. 그러면 문제 있는 거예요. 저는 누나가 바보처럼 기다리는 게 싫어요.”
“애교 누나,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사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요.”나는 애교 누나의 보수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계속 설득했다.애교 누나가 스스로 생각을 바꿔야 나한테가 기회가 주어지니까.지금의 애교 누나는 너무 보수적이라 공략하기 어렵다.“혼자 있는 게 뭐가 좋아요? 외롭고 고독하고, 뭐든 혼자 해야 하고 대화할 사람도 없다고요. 게다가 분명 결혼했는데 이러는 건 과부와 뭐가 달라요?”나는 애교 누나가 지금의 생활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이러면 나야 좋지.’애교 누나가 생활에 불만을 가질수록 나한테 기회가 많아지니까.나는 슬그머니 애교 누나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뭔지, 손을 빼지는 않았다.그러자 나는 더 대담하게 누나의 손을 꽉 잡으며 흥분해서 말했다.“그럼 제가 앞으로 누나 곁에 있을게요. 그러면 외롭지 않잖아요”“같이 있으면 있는 거지, 왜 손을 잡고 그래요? 이거 놔요.”애교 누나는 당황한 듯 얼른 내 손을 쳐냈다.물론 한순간이지만 그래도 애교 누나의 손을 잡았다는 것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게다가 애교 누나가 예전처럼 나를 싫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으니.나는 이내 젓가락을 휘저으며 그릇 하나를 비웠다.“더 줄까요? 더 담아줄게요.”“네. 이렇게 작은 그릇에 열 번도 더 먹을 수 있어요.”“잘 먹네요. 젊어서 그런가? 좋네요.”나는 형수가 늘 하던 식으로 일부러 장난쳤다.“어디 젊기만 해요? 튼실하기도 한데. 제 팔 봐요. 다 근육이에요.”그리고 말하면서 일부러 몸매를 자랑하는 듯 애교 누나에게 근육을 보여줬다.나도 내 몸매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자부한다.젊고 튼튼하고 또 남성미가 넘친다고.그래서인지 애교 누나도 나를 보더니 얼굴을 붉혔다.“앞,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마요.”이윽고 이 말을 하고는 그릇을 챙겨 뒤돌아섰다.한편, 애교는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뭐 하는 거야? 수호 씨 몸매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만
“태연아, 수호 씨 어젯밤 나 도와주고 돌아가려 했는데 집에 들어가지 못해 내가 하룻밤 있으라고 했어.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난 오해하지 않았는데 왜 설명해?”형수가 웃으며 말하자 애교 누나는 찔린 듯 얼굴을 붉혔다.형수도 애교 누나를 너무 놀리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식사는 됐어. 수호 씨, 여기서 이미 먹기 시작했으니 마저 먹고 와요. 애교야, 이따 식사 다하고 우리 쇼핑 가자. 점심은 밖에서 먹고. 우리 남편이 오늘 점심 사주겠다고 뭐 먹고 싶은지 생각해 두래.”“아, 알았어.”애교 누나는 온 신경이 다른 데 팔린 듯 멍하니 대답했다.말을 마친 형수가 허리를 흔들며 떠나자 애교 누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잔뜩 긴장한 애교 누나를 보니 왠지 웃음이 나고 귀여웠다.분명 아무 일도 없었는데 이렇게 부끄러워하다니.지금 이런 시대에 이렇게 단순한 여자가 아직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내가 살던 시골의 여자애들도 요즘에는 야릇한 방송을 하는데 말이다.나는 애교 누나와 다시 식탁 앞에 앉았다.“애교 누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요. 우선 밥부터 먹어요. 배가 불러야 쇼핑할 힘도 생기죠.”“그래요.”애교 누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식사가 끝나자 나는 자발적으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다.“누나는 가서 화장해요. 여자들은 밖에 나가기 전 준비 오래 하잖아요.”심지어 다정하게 누나를 배려해 줬다.이건 내가 매너 있는 척 굴려는 게 아니라 현실을 아는 거다.나는 애교 누나가 예쁘게 치장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내 눈도 따라서 호강하니까.사람을 좋아하면 꽃을 가꾸는 것처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정성껏 가꿀수록 예쁘게 만개할 테니까.“수호 씨, 어떤 옷이 예쁜 것 같아요?”애교 누나는 선택 장애가 있는지 한참 동안 고르다가 끝내 나한테 의견을 물었다.내가 보기에 두 벌 다 비슷한데 말이다. 주요하게 애교 누나는 몸매가 예뻐 뭘 입든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애교 누나에게 이 문자를 보내고 싶었다.지금껏 애교 누나와 알게 된 이래 우리는 로맨틱한 기억이 없었다. 내가 한 번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기에 그런 기억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내 유일한 추억이라고는 그저 애교 누나의 훌륭한 몸매와 다정한 모습뿐이다.이 모든 게 그저 욕망 때문이라면 내가 너무 나밖에 모르는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문자를 보낸 뒤 나는 곧장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애교 누나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좋은 아침이에요.]짤막한 한마디였지만 그걸 본 순간 내 기분은 유난히 좋았다.이게 바로 연애의 맛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 나왔던 것처럼 단순한 연애의 맛.나는 침대에 누워 애교 누나와 문자를 주고받았다.그때 민우가 들어와서 아침에 뭘 먹을 건지 물었고 나는 ‘아무거나’라고 대충 대답을 흐렸다.그러자 민우는 아예 내 쪽으로 다가와 침대에 털썩 앉았다. 나도 민우를 피하지 않았기에 그는 나와 애교 누나의 대화 내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아침부터 연애질이야?”민우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무척 부러워했다.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더러 좀 배우라며? 그래서 실천 중이잖아. 그런데 기분은 진짜 좋네.”“수호야, 뭐 하나만 물어보자.”“뭔데?”“너 정말 애교 누나랑 결혼할 거야?”나는 되려 반문했다.“난 애교 누나랑 결혼하면 안 돼?”“어. 난 네가 그냥 누나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인 줄 알았지.”“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나는 민우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었다.지금껏 나는 내 감정에만 신경 쓰면서 다른 사람의 견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걸 알아내면 나도 이태웅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그때 민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너 여자 친구 많잖아. 그 누나들과 모두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아? 그래서 네가 결혼하겠다고 한 건 그냥 여자 달래는 수법인 줄 알았지.”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보아하니 다른 사
나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건 왜요?][내가 남자의 다릿심에 관한 특집 하나 만들 거거든.]‘그런 거였구나. 난 또 나랑 뭘 해보자는 줄 알았네.’나는 두말없이 영상을 찍어 전송했다.[됐어. 나 이제 영상 편집해야 해서 얘기는 나중에 해.]어렵게 대화할 상대를 찾았나 싶었는데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또 가버렸다.‘됐어. 그냥 영상이나 찾아보자.’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영상을 보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그러다 비몽사몽 중에 누군가 내 방으로 들어와 내 몸을 더듬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나는 번쩍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누구야?”“수호야. 나야.”그건 다름 아닌 민우의 목소리였다.“젠장. 깜짝 놀랐잖아. 걷는데 왜 소리도 없어? 내 몸은 왜 더듬는 건데?”나는 말하면서 침실의 불을 켰다.그러자 민우가 헤실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난 현성인 줄 알았잖아. 너인 줄 몰랐어.”“왜? 너 현성이한테 관심 있어?”“아니거든. 전에 형성이 그 자식이 여자애랑 해본 경험이 없다고 기회가 되면 우리끼리 먼저 체험해 보자고 했거든.”그 말에 내 눈은 커다래졌다. “너희 변태야? 남자 둘이 어떻게 해?”“그냥 체험. 진짜로 하는 게 아니라. 수호야, 나 요즘 임설아랑 부쩍 가까워졌어. 이제 꼭 결혼할 거야. 사실 나도 설아랑 진도 더 빼고 싶은데 내가 이런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는데, 네가 좀 가르쳐줄래?”‘이 자식 뭐라는 거야? 남자를 상대로 어떻게 가르쳐달라는 거지? 난 남자를 보고 아무 느낌도 없는 건 물론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고.’나는 두말없이 야동 하나를 공유했다.“네가 직접 봐.”“어. 이런 영상은 싫어. 너무 노골적이잖아. 좀 아름다운 영상은 없어?”“나도 섹스를 어떻게 아름답게 해야 하는지 몰라. 너 사람 잘못 찾아왔어.”나는 확실히 그런 방법 따위는 모른다. 나는 항상 하고 싶으면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는 스타일이라.민우는 내 말에 투덜거렸다.“나 정말로 설아랑
곧이어 백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호 씨, 좋아요?”“당연하죠. 연우 씨처럼 농염한 여자를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어요?”곧이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그 순간 내 뇌는 새하얗게 질렸고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어버린 채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나는 다급히 그곳을 떠났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고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안 와서 다른 사람을 부른 건가?’‘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즐길 목적으로 만난 건데 진지할 거 뭐 있어?’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좋지 않았다.나는 차에 앉아 담배를 연거푸 몇 대를 태웠다.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러다 결국 월세방으로 돌아갔다.그동안 조현성과 주현영이 월세방에서 함께 지냈다. 현성은 매일 가게에 나가보는 것 외에 온 신경을 주현영에게 쏟아부었다.그리고 현성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주현영은 확실히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내가 돌아왔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앉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를 본 현성은 실망한 의아한 듯 말했다.“수호야, 네가 왜 왔어?”여긴 분명 내 집인데 현성은 오히려 내가 손님인 것처럼 굴었다.하지만 나는 말하기 귀찮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소파에 주저앉았다.“너무 피곤해 운전하기 싫어서 여기로 왔어.”현성은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럼 너 혼자 여기서 지내. 난 선영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갈 거야.”“그러던가.”현성은 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기분 나빠하고 있었다. 다만 이 기회에 주선영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서 호텔 방 하나 잡아...현성은 생각할수록 기뻤다.원래는 이곳에 돌아와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현성 이 자식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친구를 바로 버렸다.현성이 주현영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집에는 또 나 혼자 남았다. 그 순간 기분 나쁜 일들이 물밀듯 밀려왔다.하지만 내가 질투할 자격이 있을까? 나와 백연우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백연우가 누구를 만나든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할게요. 우리 화인당과 천수당이 힘을 합쳐 사업을 더 크게 발전시켜 봐요.”“하하. 나도 바라던 바야. 앞으로 화인당에 정형외과 환자가 있으면 천수당을 추천할게. 그쪽에도 마사지를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우리 화인당을 추천해.”마침 정 사장님과 뜻이 맞아 나는 무척 기뻤다.나는 얼른 사장님의 손을 잡고 말했다.“사장님. 우리가 힘을 합치면 분명 이 업계를 점점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그때 유미 사모님이 옆에서 농담조로 끼어들었다.“두 사람 너무 친한 거 아니야? 보는 내가 다 부럽네.”나는 머쓱해서 사장님 손을 바로 놓아주었다.“사장님, 사모님. 일찍 쉬세요. 전 방해하지 않을게요.”“수호 씨, 내가 앞까지 마중해 줄게요.”사모님은 마치 나에게 할 말이 있어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문을 나서자마자 사모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우리 그이 몸 완전히 회복된 거 맞죠?”사모님이 이 말을 할 때 얼굴부터 귀불까지 발그스름했다.그 순간 나는 사모님의 뜻을 이해했다.유미 사모님은 무척 함축적으로 물어보면서도 부끄러워했다. 사모님은 워낙 내성적이라 백연우처럼 남녀 간의 정사를 함부로 입에 쉽게 담지 못했다.나 역시 사모님이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알기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문제없을 거예요. 자제하면서 하면 돼요.”내 말에 유미 사모님의 얼굴은 확 달아올랐다.“내, 내 말은 그게 아니라.”“사모님, 저 다 알아요.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사장님 돌봐드려요.”“그래요.”사모님은 기분이 좋았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너무 아름답고 눈부셨다.사실 나는 사모님의 마음을 진작 꿰뚫어 봤다. 오늘 특별히 한껏 치장하고 예쁘게 화장한 것도 모자라 섹시한 옷을 입은 걸 보면 사장님을 꼬시려는 게 분명했다.사모님과 사장님 대신 내가 다 기뻤다. 사장님이 건강을 되찾았으니 사모님도 이제 더 이상 성욕을 참을 필요가 없다. 그러면 두 부부의 관계도
윤지은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은 설마 너랑 잔 여자들이 모두 너한테 먼저 들러붙었다는 거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아닌가?애교 누나 외에 내가 먼저 꼬신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내가 신들마저 공분하게 할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왜? 내 말에 자신감을 잃었어? 솔직히 말하면 너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선천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지니고 있어.”“그건 돈 주고 산 남자들한테서 찾을 수 없는 거야. 돈 주고 산 건 재미가 없어. 오히려 너처럼 약간 멍청한 게 사람을 더 끌리게 하지.”나는 윤지은이 오늘 밤 좀 달라 보였다. 왠지 자꾸만 나를 꼬시는 것 같았다. 물론 불장난에 휘말릴까 봐 윤지은의 뜻을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없었다.“뜬금없이 웬 칭찬이에요? 쑥스럽게.”나는 이 기회에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그때 윤지은이 내 어깨를 살짝 꼬집었다.“그러니까 잘생긴 게 다는 아니라고. 그냥 하느님이 너한테 운을 몰아준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마.”윤지은은 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그 눈빛과 마주친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그 순간 나는 윤지은이 전에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윤지은은 나더러 자기 친구들을 눈독 들이지 말라고 했다. 가까운 접촉은 더더욱 하지 말고.그렇다면 나와 백연우의 일은 윤지은이 절데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윤지은이 내 가죽을 벗길지도 모르니까.나는 너무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운전했다.윤지은을 집에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방금 친구 세 명이 모여 대화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옆에서 듣기만 하느라 사장님께 한약관 얘기를 하는 걸 깜빡했다.천수당은 모레면 개업식이라 나는 하루빨리 화인당 일을 사장님께 다시 인수해야 했다.그동안 휠체어만 타고 다녀
백연우는 말하면서 내 엉덩이를 힘껏 주물렀다.이런 여자가 요물이 아니라는 게 말이 안 됐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홀리는지.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이대로 백연우를 안고 싶었다.“그럼 이따 학교 갈 때 배웅해 줄게요.”백연우는 내 턱에 가볍게 입 맞췄다.“이따 봐.”나는 백연우를 놔주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하필이면 윤지은과 마주쳤다.나는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원래는 다정하던 윤지은의 눈빛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살기를 띠었다.“이젠 내 눈앞에서 이러시겠다? 너 아주 발정 났구나?”“오해예요. 난 그저 잘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려고 온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나는 다급히 해명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냉소를 흘렸다.“그래? 그럼 이따 나 집까지 바래다줘.”그건...“왜? 싫어? 백연우를 데려다주고 싶어?”윤지은은 우리의 대화를 들은 것 같았다. 현재로서 윤지은이 나와 백연우 사이를 아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윤지은과 관계가 악화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이따 바래다줄게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뒤돌아섰다.윤지은이 떠난 뒤 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따 윤지은 씨를 데려다줘야 해서 백 쌤은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아요.”“마음대로 하던가. 난 상관없어.”다행히 백연우와는 대화가 잘 통했다.나는 신속히 화장실에서 나왔다.윤지은과 백연우는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백연우는 직접 운전해서 떠났고 나는 윤지은을 데려다주기로 했다.윤지은이 조수석에 앉은 순간 늘씬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뜬금없이 물어왔다.“백연우랑 잔 적 있어?”나는 윤지은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막막했다.“대체 뭘 묻고 싶은 거예요?”나는 양심이 찔려 대뜸 물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차갑게 노려봤다.“내 질문에 대답해. 다른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놀라움을 표했다.백연우는 네 명 중에서 자유를 가장 좋아하고 구속받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약혼하고 결혼까지 하겠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윤지은은 잠깐 침묵하다가 또다시 설득했다.“나는 네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너 정말 자유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어?”“내가 언제 자유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했어? 우리 이미 합의했어. 결혼하면 각자 놀고 싶은 대로 놀기로. 승진도 하고 내가 얻고 싶은 것도 얻고,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야?”그 말에 유미 사모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난 영 미덥지 못한 것 같은데? 설마 너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니야? 연우야, 잘 생각해 봐.”백연우는 다리를 꼰 채 소파에 등을 기댔다.“생각할 것도 없어. 내가 평생 바라는 게 딱 두 가지야. 바로 사업과 남자. 총장 아들 잘생겼어. 피부도 하얗고 점잖은 게 딱 내 스타일이야. 게다가 그런 남자가 내 승진을 도와줄 수 있다는 데 내가 땡잡은 거지.”윤지은은 아주 냉정하게 분석했다.“너도 방금 말했잖아.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 너 그 사람 제대로 알아봐. 두 사람 결혼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나도 알아. 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우리 함께 모인 것도 오랜만인데 같이 한잔해.”백연우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더 설득하려는 모습이었지만 백연우는 두 사람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러다가 백연우가 화장실을 갈 때 나도 조용히 뒤따랐다.“정말 결혼해요?”“응.”백연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이에 나는 바로 경고했다.“나도 백 쌤 말리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은 씨와 사모님 말도 맞잖아요. 결혼은 작은 일이 아니에요. 신중하게 고려하세요.”백연우는 립스틱을 덧바르면서 아를 향해 눈웃음을 날렸다.“내가 결혼한다니까 아쉬워? 결혼하면 너랑 안 놀아줄까 봐?”“솔직히 아쉬운 것도 맞아요. 하지만 백
“두 분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번 시도해 볼게요.”“그럼 부탁드릴게요.”“우선 집에 바래다 드릴게요.”나는 대리를 불러 두 분을 집까지 모셔다드렸다.이다연은 어느새 집에 돌아왔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거실 소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가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렸다.이 선생님은 그 순간 욱해서 욕지거리를 퍼부으려고 했지만 이 사모님이 제때 말렸다.이 사모님은 이다예의 연락처를 나한테 몰래 건네주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달라고 부탁했다.나는 그 연락처를 저장한 뒤 이 선생님을 위로하다가 이내 집을 나섰다.나는 사모님 댁에 들러 사잔님과 화인당 및 천수당에 관한 일을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이다연에 관한 일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제대로 대화해 보면 되니까.내가 사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집에 윤지은과 백연우도 와 있었다.두 사람은 일 때문에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일이 끝난 뒤 바로 달려온 모양이었다.두 사람 모두 유미 사모님과 친한 사이라 고가의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여정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네. 안 그러면 우리 넷이 또 모일 수 있을 텐데.”백연우는 소여정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다.임천호가 강북에 온 뒤로 소여정은 친구들과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때문에 그녀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때 윤지은은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잘 지내고 있을 거야. 임천호가 걔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이제는 임천호 아이까지 낳겠다고 나섰으니 임천호가 푸대접하지 않을 건 아니야.”그 말에 백연우가 혀를 끌끌 찼다.“이것 봐. 여정이 곁에 있을 때는 그렇게 투덕대더니, 없으니까 또 걱정하네.”“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나는 단지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윤지은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았다.그때 백연우가 싱긋 웃으며 윤지은의 팔짱을 꼈다.“이제는 그만 인정해. 우리가 안 지 몇 년인데 누가 어
그날 임민수 내외는 모든 사람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술까지 권했다. 그 모습은 살짝 의외였다.“수호 군, 우리 호섭이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자네 공이 커. 자, 내가 한 잔 권하지.”임민수의 말에 나는 얼른 뚝딱거리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어르신, 별말씀을요.”나는 솔직히 임민수가 나에게 술을 권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한영심도 잇따라 일어났다.“정 선생, 나도 한 잔 권하네.”“아닙니다, 어르신.”임민수 내외의 존경을 받게 되어 나는 정말 감개무량했다.심지어 유미 사모님마저 직접 나에게 술을 권했다.“수호 씨, 나도 한 잔 올려요.”“사모님, 저만 마실 테니 사모님은 마시지 마세요.”사모님은 아직 사장님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살짝 걱정되었다.그런데 사모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도 딱 한 잔만 마실 거예요. 우리 호섭 씨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수호 씨 덕분이에요. 호섭 씨는 아직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내가 대신 마실게요. 그러니 절대 사양하지 마요.”사모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술잔을 들어 올려 사모님의 잔과 부딪혔다.식사 분위기는 매우 화목하고 화기애애했으며 전에 있던 안 좋은 일은 모두 털어버렸다.임민수는 어찌나 기뻤는지 취할 때까지 술잔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두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 드리겠다고 하니 기어코 필요 없다며 대리까지 불렀다.술을 마시지 않은 한지영은 봉섭 할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이 선생님은 기분이 안 좋아 살짝 술을 들이켜더니 또 이다연을 꾸짖었다. 결국 이다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버렸고, 그 때문에 이 선생님은 또 한바탕 화를 냈다.사장님은 나더러 저와 사모님을 상관하지 말라며 대리를 부르고는, 나더러 이 선생님 가족을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차에 올라탄 순간, 이 선생님은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셨다.나이도 드신 분이 서럽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