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누군가가 안아줬으면 좋겠고,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 말이에요. 심지어 가끔 몸이 반응해서 점액을 분비한다거나, 또...”나는 말하면서 선영의 표정을 살폈다.그랬더니 내가 ‘점액’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 선영의 표정은 당황하더니 얼굴을 빨개졌다.그렇다는 건 선영도 그런 반응이 있었다는 뜻이다.선영이 아무리 단순해도 몸이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내 말을 들은 순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선영 씨, 부끄러워할 거 없어요. 이건 다 정상적인 생리 상식이니까.”‘애가 너무 단순하네. 가르쳐줄 필요가 있겠어. 안 그러면 평생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부끄러워할 거잖아.’선영은 부끄러워하면서 나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그, 그만해요.”“그런데 정말 궁금하지 않아요? 올해 스무 살이니 이제 곧 남자 친구도 사귈 텐데요. 남자 친구와 모텔에 가서도 이럴 건 아니잖아요.”선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그럼 말해봐요.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방을 잡는 건 모두 이런 목적이에요?”“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99퍼센트 남자는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죠.”나는 완전히 단언하지 않았다.“그럼 그런 일을 할 때 여자는 모두 아픈가요?”선영은 궁금한 게 많은 어린애처럼 쉴 새 없이 물었다.이에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아픈 건 잠깐이지만, 아프고 나면 기분 좋아져요...”“네? 그럼 싫어요. 난 아픈 게 제일 싫어요.”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영은 말을 자르더니 격하게 반응했다.그 순간 나는 이 여자애가 왜 지금껏 남자 친구를 사귀지 않는지 알았다.보아하니 선영은 어찌어찌해서 남녀 사이에 그런 짓을 할 때 아프다는 걸 안 모양인데, 평소 아픈 걸 싫어해서 남자 친구를 사귈 엄두도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이것도 방법이 아닌데 말이다.설마 이렇게 평생 남자 친구도 안 사귀겠단 말인가?그렇다 한들, 사람 몸은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고, 조화롭지 않으면 호르몬
나는 일부러 선영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족삼리혈을 눌렀다.사람은 강렬한 욕구 때문에 몸이 끓어올라야 부끄러워할 거고, 그래야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평소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나는 사실 선영한테 뭘 하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의 선영은 내 눈에 환자나 다름없으니, 그저 병을 치료해 줄 생각뿐이었다.하지만 내가 선영의 족삼리혈을 누른 순간, 선영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아무것도 모르면서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는 선영의 매력적인 모습에 나는 순간 넋이 나가고 말았다.“선영 씨, 괜찮아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선영은 볼이 발그레해지더니 당황한 눈빛으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하지만 나는 분명 선영이 다리를 한데 모으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아주 어색하게.‘헐, 정말 반응했다고?’나는 내 추측을 확인하고 싶어 또다시 혈 자리를 꾹 눌렀다.그랬더니 선영이 다리를 더 세게 모았고, 심지어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이건 여자가 자극을 받거나 느낌이 왔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생리적 수요가 많았는데 그동안 계속 참은 거였네.’이건 악성 순환이나 다름없다.참을수록 욕구는 풀리지 않을 거고, 욕구가 풀리지 않으면 저점 쌓여 더욱 하고 싶어질 거다.그렇게 오래 지속되면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나는 이 상황을 얼른 선영에게 알려주었다.“이러고도 병이 없다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엄청 심각한데, 모르고 있었어요?”선영은 눈을 땡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나 무슨 병이 있어요? 나는 왜 몰랐죠?”“남자의 사랑이 부족해요.”내 말을 들은 선영은 낯빛이 일순 변하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 같아요?”선영이 오해했다는 생각에 나는 천천히 해명했다.“내가 선영 씨를 어떻게 해보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오해예요. 내 주변에 예쁜 여자 엄청 많아요, 선영 씨한테 나쁜 마음먹을 정도로 굶주리지 않았어요.”
선영이 마음의 문을 열자 우리 사이도 조금 편해졌다.“그, 그러면 해결 방법이 있나요?”“사실 지금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야. 얼른 남자 친구를 찾으면 돼. 그리고 한약도 곁들이며 몸조리하면 문제는 개선될 거예요.”“네?”선영은 내가 이런 대답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예쁘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놀라? 이런 병에 가장 좋은 약이 남자야. 알기 쉽게 말하자면 넌 지금 남자의 사랑이 부족해.”“그런데 우내 룸메이트도 연애 한 번 못 해 봤는데, 걔는 이런 증상 없어요.”“이건 사람마다 달라. 너는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 사람인데 사상은 오히려 보수적이라 계속 절제하다 보니 병든 거야.”“네 룸메이트는 원래부터 욕구가 너보다 적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일부러 자신을 억제할 필요도 없고, 그러면 몸에도 당연히 문제가 없을 거고.”선영은 당장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뭐예요? 난 왜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데요? 짜증 나!”나는 선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설명했다.“사실 화낼 필요 없어. 이건 체질 문제니까. 남자든 여자든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본인이 어떤 사람이든 정면으로 맞서야지 너처럼 부끄럽다고 피하면 안 돼.”“의대생이면서 왜 그렇게 부끄러움이 많아? 앞으로 사회에 나오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될 사람이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환자는 어떻게 진찰할 건데?”선영은 당장 울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부끄러운 걸 어떡해요. 말을 못하겠는데, 이게 내 탓이에요?”“네 탓 아니야. 어릴 때 받은 가정교육이 엄격하고 보수적이었으면 그럴 수 있지.”“맞아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연애는 물론, 남자애와 접촉도 하지 못하게 했어요. 결혼하고 애 낳는 건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면서.”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러니까 문제라는 거야.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 사람한테 이성과 접촉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 병이 생길 수밖에. 하지만 괜찮아,
분명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선영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그래도 돼요? 수호 씨가 내 남자 친구가 되면 남주 누나가 화내지 않을까요?”나는 일순 멍해졌다.‘너무 단순한 거 아니야? 이게 농담인 걸 모른다고?’‘날 보는 눈빛은 왜 저렇게 이상한데? 진짜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나는 너무 난감해서 머리를 긁적였다.“저기, 오해한 것 같은데. 방금 건 농담이었어. 너처럼 젊고 예쁜 여자애는 나이가 비슷한 잘생기고 멋진 남자 친구를 찾아야지.”“수호 오빠도 젊잖아요. 나보다 고작 1기밖에 차이 나지 않잖아요.”선영은 말하면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생각하니 너무 어이없었다.분명 나도 금방 졸업했으면서 마치 경험 많은 척 상대를 가르치고 있다니.이 상황은 너무 민망했다.게다가 더 민망한 건, 선영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단.“물 마실래? 물 따라줄게.”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랐다.한편, 선영은 심장이 콩닥거려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지경이었다.‘방금 내가 왜 그랬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너무 쪽팔리잖아.’‘하지만 수호 씨가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손을 대면 왜 이렇게 흥분되고 두근거리지?’선영은 지금껏 다른 남자한테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다. 물론 선영 스스로도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만질 때면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이렇게 몸에 전율이 타고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느낌은 너무 신기했다.때문에 지금까지도 선영은 두 다리를 꼭 붙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꾸 이상한 느낌이 났으니까.내가 물컵을 들고 돌아왔을 때 선영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선영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내 그곳을 바라봤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머릿속에는 나와 남주 누나가 내던 부끄러운 소리가 자꾸 맴돌았다.선영은 자신의 욕구를 그동안 억제해 왔지만, 내가 말한 대로 억제할수록 몸은 자극에 더 민
선영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절뚝거리며 객실로 들어갔다.그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뭐야? 왜 갑자기 선을 긋는 건데?’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베란다고 가 애교 누나한테 전화했다.내가 이곳 상황을 말하자 애교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안 그래도 남주한테서 연락받았어요. 너무 아쉽네요. 참 좋은 기회였는데, 이렇게 놓쳤다니.”애교 누나는 내가 얼른 남주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기를 바라는 듯했다.이에 나는 누나를 위로했다.“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도 생각지 못했잖아요. 하지만 남주 누나가 저더러 시청에 자기 찾으러 오라고 했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직접 찾아가서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게요.”“그래요. 참, 선영은 지금 뭐 해요?”“발을 다쳐서 휴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발이 문제가 아니에요, 몸에 열이 너무 많고 호르몬이 불균형해요.”애교 누나는 내가 한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다시 말해서, 남자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내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그래요? 그럼 내가 나중에 잘 얘기해 볼게요. 예전에는 선영이 남자한테 속을까 봐 연애하는 걸 반대했거든요. 수호 씨도 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선영이 얼마나 단순한지. 이렇게 단속하지 않으면 나쁜 남자애들한테 몇 번이나 속았을 거예요.”“그런데 이제 선영도 어른이니 남자 친구 사귈 때도 됐죠.”애교 누나의 말을 듣자, 나는 선영을 이렇게 아끼는 사촌 언니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 놓였다.“난 태연이랑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갈 것 같으니, 수호 씨가 나 대신 선영이 좀 돌봐 줘요, 시간 있으면 미리 남녀 간의 일을 가르쳐 줘도 좋아요.”“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간단히 얘기하면 돼요. 선영은 대체 왜 아직까지 그렇게 단순한지, 남녀가 입만 맞춰도 임신하는 줄 알아요. 그런 애가 어떻게 남자 친구를 사귀어요? 상대한테 당해도 모를 거예요.”나도 선영이 이 정도
조급해 보이는 선영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다급히 객실로 달려갔다.“왜 그래?”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랬더니 선영이 이내 대답했다.“핸드폰이 웬 영문인지 갑자기 렉 걸렸어요. 꺼지지도 않고요. 한번 봐줄래요?”‘아, 이거였어?’“그래, 이리 줘 봐.”나는 선영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 한참 동안 수리하다가 겨우 정상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급급히 선영한테 돌려주지 않고 나쁜 꿍꿍이를 꾸몄다.마침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핸드폰에 야동 몇 개 다운 받아 놓고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할 심산이었다. 그러면 선영이 호기심에 클릭해 볼지도 모르니까.‘아주 좋아.’‘이러면 민망한 상황도 피하고 선영한테 그 방면의 지식도 가르쳐줄 수 있고, 꿩 먹고 알 먹고네.나는 이 방법이 괜찮다고 생각하여 몰래 동영상을 다운 받았다.하지만 내가 다운 받은 영상은 모두 로맨틱한 영화였다. 어찌 됐든 순진한 여자애가 처음 볼 영상인데, 너무 수위 높으면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수호 오빠, 됐어요?”선영은 내가 한참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자 궁금한 듯 물었다.“거의 다 됐어. 약 1, 2 분 정도만 더 기다려. 이 핸드폰 오래 썼지?”나는 일부러 말머리를 돌렸다.그러자 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내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 엄마가 선물한 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했어요.”“그럼 벌써 5년이네. 이렇게 알뜰한 면도 있었구나?”이건 오래된 모델이라 메모리가 작아 오래 사용하면 렉이 자주 걸리는 건 당연하다.하지만 겉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했다.‘역시 여자애라 그런지 깔끔하게도 썼네,’만약 나더러 핸드폰을 5년 동안 사용하라 한다면 지금쯤 아마 벽돌로 사용했을 거다.선영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동영상 몇 개는 모두 다운되었다.나는 그걸 모두 사진첩 파일에 묶어 놓고 표지를 살짝 손봤다. 때문에 클릭하지 않는 이상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나는 핸드폰을 선영에게 주고는 일부러 말했다.“혹시 카톡
나는 다급히 귀를 문에 대고 자세히 들어 보았다.이건 분명 신음소리가 맞았다.물론 잘 들리지 않아 그게 선영의 소리인지, 아니면 동영상 속 여주인공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 계획은 매우 성공적이었다.오랫동안 성욕을 참아온 여자애한테 이런 동영상은 분명 자극이 될 테니까.선영이 정말 뭘 하고 있는다 해도, 그건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다.나는 변태처럼 훔쳐보는 취미는 없었기에 이내 화장실로 갔다.하지만 화장실 안에 들어왔더니, 놀랍게도 선반 위에 금방 갈아입은 듯한 속옷이 놓여 있었다.핑크핑크하고 소녀소녀한 걸 봐서는 선영의 것이었다.애교 누나는 성숙하고 점잖은 편이라 핑크색은 입지 않을 테니까.나는 호기심에 그 속옷을 집어 들었다. 속옷의 디자인과 모양은 의외로 꽤 예뻤다. 게다가 귀여운 스타일이었다.나는 저도 모르게 선영이 이 귀여운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직접 눈앞에서 보면 꽤 재밌겠는데.’풋풋한 여자애도 풋풋한 맛이 있다. 그런 여자애들은 아무것도 몰라 단순하기에, 오히려 남자도 따라서 소년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이런 순수하고 귀여운 면은 성숙하고 농염한 유부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점이다.게다가 젊은 몸은 그만큼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도 매끄럽고 탱탱한데, 이것 역시 나이 든 여자들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도달할 수 없는 효과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는 이런 소녀와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심지어 생각하다 보니 몸이 뻐근해나 오줌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얼른 핑크색 속옷을 내려놓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어느 정도 편안해진 뒤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방이 아닌 주방으로 가 저녁 준비를 했다.벌써 5시가 넘었으니 이제 곧 애교 누나와 형수도 돌아올 텐데, 나는 두 사람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싶었다.내가 주방에서 한창 바삐 보내고 있을 때, 선영이 방에서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수호 오빠, 저녁 준비해요? 도와줄까요?”선영의 얼굴은 발그스름했다.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
선영은 자기 속옷을 들어 멍하니 한참을 바라봤다.집에 나와 선영 둘뿐인데, 방금 선영은 방에 있었으니 이 속옷에 손댄 사람은 나뿐인 셈이다.선영은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바삐 저녁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특히 나의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매 그리고 잘생긴 얼굴을 보니 마음이 두근댔다.사실 선영도 잘생긴 남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저 엄격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 지금껏 남자와 스킨쉽 한번 해보지 못한 것뿐이다.세상에 어떤 여자애가 에너지 넘치고 멋진 남자를 싫어하겠는가?특히 선영은 방금 몰래 동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혼자 욕구를 해결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일을 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예전에 너무 참아왔던 지라 처음 한 느낌이 너무 강렬했기에, 선영은 나를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내가 왜 이러는 거지? 여자가 돼서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어? 너무 부끄럽잖아.’선영은 자기 속옷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동영상 속 화면이 자꾸만 재생되었다. 심지어 영상 속 남자 주인공은 나로, 여자 주인공은 본인으로 대입하면서 진짜로 하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했다.선영은 생각할수록 불안해져 참지 못하고 점점 오른손을 자기 배 위에 올렸다.“선영아, 뭐 좋아해?”선영이 화장실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몰랐던 나는 당연히 그녀가 볼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명의 여자한테 각각 좋아하는 음식 한 가지씩 만들어 줄 생각으로 물은 거였다.선영은 내 목소리에 놀라 몸을 흠칫 떨더니 얼른 손을 빼냈다. 그러고는 못내 당황해하며 말했다.“나, 난 아무거나 다 먹어요. 가리는 거 없어요.”내 목소리에 하던 일을 멈춘 선영은 후회하며 자기 손을 내리쳤다.“주선영, 너 대체 왜 이래? 이러다가 욕망에 뇌까지 절여지겠어.”선영은 스스로 화가 나서 울음이 나왔다.‘예전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오늘엔 왜 자꾸 야한 생각만 나는 건데?’이런 변화에 선영은 자기가 나빠졌다는 생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