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도와?”남주 누나는 드디어 화를 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봤다.이에 나는 얼른 남주 누나의 귀에 속삭였다. 그걸 들은 누나는 이내 만족하는 듯 싱긋 웃었다.“약속한 거다?”“네, 약속했어요.”내 말에 남주 누나는 겨우 나를 용서해 주었다.“그래, 이번 한 번은 봐주겠어.”남주 누나가 이내 옷을 입자, 나는 너무 아쉬워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남주 누나, 애교 누나가 말해주던데, 내일 떠난다면서요??”“휴가가 끝났으니 당연히 출근하러 돌아가야지.”“아쉬워요. 누나가 가면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정말 그렇게 내가 보고 싶으면 시청에 나 보러 찾아와.나는 누나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놀라서 물었다.“정말 그래도 돼요? 동료한테 들킬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우리 과에 있는 주무관과 서기관들도 모두 밖에 애인을 두고 있어. 그러니까 너를 봐도 아무 말도 안 할 거야.”“그럼 누나를 질투하거나 부러워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은 없어요?”나는 이런 질문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내가 물론 정계에 발 들여본 적 없지만, 공무원이 남한테 약점 잡힐 일을 하면 번거로워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그때 남주 누나가 내 양 볼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정계에서 일하는데 적수가 없는 게 이상하잖아? 그러니 나를 찾으러 올 때 무조건 신분 들키지 마. 내 사촌 동생 신분으로 찾아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키스해 줘. 이따가 가야 하니까.”남주 누나가 간다고 하니 나는 순간 아쉬워 누나를 더욱 꽉 끌어안고 세게 입 맞췄다.“남주 누나, 저 괴로운데 혹시 손으로...”내가 애교 부리며 말하자 남주 누나는 내 코를 살짝 꼬집었다.“안돼, 혼자 알아서 해결해.”말을 마친 남주 누나는 내 손을 쳐내고는 몸을 배배 꼬며 떠나버렸다.‘하, 방법 없네. 결국 혼자 해결해야 하네. 안 그러면 나갈 수 없으니까.’10분 뒤, 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남주 누나는 이미 떠났다.그 대신 선영이 얼굴이
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누군가가 안아줬으면 좋겠고,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 말이에요. 심지어 가끔 몸이 반응해서 점액을 분비한다거나, 또...”나는 말하면서 선영의 표정을 살폈다.그랬더니 내가 ‘점액’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 선영의 표정은 당황하더니 얼굴을 빨개졌다.그렇다는 건 선영도 그런 반응이 있었다는 뜻이다.선영이 아무리 단순해도 몸이 반응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내 말을 들은 순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선영 씨, 부끄러워할 거 없어요. 이건 다 정상적인 생리 상식이니까.”‘애가 너무 단순하네. 가르쳐줄 필요가 있겠어. 안 그러면 평생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부끄러워할 거잖아.’선영은 부끄러워하면서 나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그, 그만해요.”“그런데 정말 궁금하지 않아요? 올해 스무 살이니 이제 곧 남자 친구도 사귈 텐데요. 남자 친구와 모텔에 가서도 이럴 건 아니잖아요.”선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그럼 말해봐요.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방을 잡는 건 모두 이런 목적이에요?”“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99퍼센트 남자는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죠.”나는 완전히 단언하지 않았다.“그럼 그런 일을 할 때 여자는 모두 아픈가요?”선영은 궁금한 게 많은 어린애처럼 쉴 새 없이 물었다.이에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아픈 건 잠깐이지만, 아프고 나면 기분 좋아져요...”“네? 그럼 싫어요. 난 아픈 게 제일 싫어요.”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영은 말을 자르더니 격하게 반응했다.그 순간 나는 이 여자애가 왜 지금껏 남자 친구를 사귀지 않는지 알았다.보아하니 선영은 어찌어찌해서 남녀 사이에 그런 짓을 할 때 아프다는 걸 안 모양인데, 평소 아픈 걸 싫어해서 남자 친구를 사귈 엄두도 내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이것도 방법이 아닌데 말이다.설마 이렇게 평생 남자 친구도 안 사귀겠단 말인가?그렇다 한들, 사람 몸은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고, 조화롭지 않으면 호르몬
나는 일부러 선영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족삼리혈을 눌렀다.사람은 강렬한 욕구 때문에 몸이 끓어올라야 부끄러워할 거고, 그래야 체면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평소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나는 사실 선영한테 뭘 하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의 선영은 내 눈에 환자나 다름없으니, 그저 병을 치료해 줄 생각뿐이었다.하지만 내가 선영의 족삼리혈을 누른 순간, 선영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아무것도 모르면서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는 선영의 매력적인 모습에 나는 순간 넋이 나가고 말았다.“선영 씨, 괜찮아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선영은 볼이 발그레해지더니 당황한 눈빛으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하지만 나는 분명 선영이 다리를 한데 모으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아주 어색하게.‘헐, 정말 반응했다고?’나는 내 추측을 확인하고 싶어 또다시 혈 자리를 꾹 눌렀다.그랬더니 선영이 다리를 더 세게 모았고, 심지어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이건 여자가 자극을 받거나 느낌이 왔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생리적 수요가 많았는데 그동안 계속 참은 거였네.’이건 악성 순환이나 다름없다.참을수록 욕구는 풀리지 않을 거고, 욕구가 풀리지 않으면 저점 쌓여 더욱 하고 싶어질 거다.그렇게 오래 지속되면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나는 이 상황을 얼른 선영에게 알려주었다.“이러고도 병이 없다는 거예요? 지금 상황이 엄청 심각한데, 모르고 있었어요?”선영은 눈을 땡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나 무슨 병이 있어요? 나는 왜 몰랐죠?”“남자의 사랑이 부족해요.”내 말을 들은 선영은 낯빛이 일순 변하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 같아요?”선영이 오해했다는 생각에 나는 천천히 해명했다.“내가 선영 씨를 어떻게 해보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오해예요. 내 주변에 예쁜 여자 엄청 많아요, 선영 씨한테 나쁜 마음먹을 정도로 굶주리지 않았어요.”
선영이 마음의 문을 열자 우리 사이도 조금 편해졌다.“그, 그러면 해결 방법이 있나요?”“사실 지금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야. 얼른 남자 친구를 찾으면 돼. 그리고 한약도 곁들이며 몸조리하면 문제는 개선될 거예요.”“네?”선영은 내가 이런 대답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예쁘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뭘 그렇게 놀라? 이런 병에 가장 좋은 약이 남자야. 알기 쉽게 말하자면 넌 지금 남자의 사랑이 부족해.”“그런데 우내 룸메이트도 연애 한 번 못 해 봤는데, 걔는 이런 증상 없어요.”“이건 사람마다 달라. 너는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 사람인데 사상은 오히려 보수적이라 계속 절제하다 보니 병든 거야.”“네 룸메이트는 원래부터 욕구가 너보다 적을지도 모르지. 그러니 일부러 자신을 억제할 필요도 없고, 그러면 몸에도 당연히 문제가 없을 거고.”선영은 당장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뭐예요? 난 왜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데요? 짜증 나!”나는 선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설명했다.“사실 화낼 필요 없어. 이건 체질 문제니까. 남자든 여자든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본인이 어떤 사람이든 정면으로 맞서야지 너처럼 부끄럽다고 피하면 안 돼.”“의대생이면서 왜 그렇게 부끄러움이 많아? 앞으로 사회에 나오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될 사람이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환자는 어떻게 진찰할 건데?”선영은 당장 울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부끄러운 걸 어떡해요. 말을 못하겠는데, 이게 내 탓이에요?”“네 탓 아니야. 어릴 때 받은 가정교육이 엄격하고 보수적이었으면 그럴 수 있지.”“맞아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연애는 물론, 남자애와 접촉도 하지 못하게 했어요. 결혼하고 애 낳는 건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천천히 해결하면 된다면서.”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그러니까 문제라는 거야. 타고나길 욕구가 강한 사람한테 이성과 접촉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 병이 생길 수밖에. 하지만 괜찮아,
분명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는데 선영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그래도 돼요? 수호 씨가 내 남자 친구가 되면 남주 누나가 화내지 않을까요?”나는 일순 멍해졌다.‘너무 단순한 거 아니야? 이게 농담인 걸 모른다고?’‘날 보는 눈빛은 왜 저렇게 이상한데? 진짜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나는 너무 난감해서 머리를 긁적였다.“저기, 오해한 것 같은데. 방금 건 농담이었어. 너처럼 젊고 예쁜 여자애는 나이가 비슷한 잘생기고 멋진 남자 친구를 찾아야지.”“수호 오빠도 젊잖아요. 나보다 고작 1기밖에 차이 나지 않잖아요.”선영은 말하면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생각하니 너무 어이없었다.분명 나도 금방 졸업했으면서 마치 경험 많은 척 상대를 가르치고 있다니.이 상황은 너무 민망했다.게다가 더 민망한 건, 선영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다.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단.“물 마실래? 물 따라줄게.”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랐다.한편, 선영은 심장이 콩닥거려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지경이었다.‘방금 내가 왜 그랬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너무 쪽팔리잖아.’‘하지만 수호 씨가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손을 대면 왜 이렇게 흥분되고 두근거리지?’선영은 지금껏 다른 남자한테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다. 물론 선영 스스로도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만질 때면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이렇게 몸에 전율이 타고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느낌은 너무 신기했다.때문에 지금까지도 선영은 두 다리를 꼭 붙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자꾸 이상한 느낌이 났으니까.내가 물컵을 들고 돌아왔을 때 선영의 얼굴은 더 빨개졌다. 선영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내 그곳을 바라봤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머릿속에는 나와 남주 누나가 내던 부끄러운 소리가 자꾸 맴돌았다.선영은 자신의 욕구를 그동안 억제해 왔지만, 내가 말한 대로 억제할수록 몸은 자극에 더 민
선영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절뚝거리며 객실로 들어갔다.그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뭐야? 왜 갑자기 선을 긋는 건데?’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베란다고 가 애교 누나한테 전화했다.내가 이곳 상황을 말하자 애교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안 그래도 남주한테서 연락받았어요. 너무 아쉽네요. 참 좋은 기회였는데, 이렇게 놓쳤다니.”애교 누나는 내가 얼른 남주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기를 바라는 듯했다.이에 나는 누나를 위로했다.“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 아무도 생각지 못했잖아요. 하지만 남주 누나가 저더러 시청에 자기 찾으러 오라고 했어요. 나중에 기회 되면 직접 찾아가서 누나를 내 여자로 만들게요.”“그래요. 참, 선영은 지금 뭐 해요?”“발을 다쳐서 휴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발이 문제가 아니에요, 몸에 열이 너무 많고 호르몬이 불균형해요.”애교 누나는 내가 한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다시 말해서, 남자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내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그래요? 그럼 내가 나중에 잘 얘기해 볼게요. 예전에는 선영이 남자한테 속을까 봐 연애하는 걸 반대했거든요. 수호 씨도 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선영이 얼마나 단순한지. 이렇게 단속하지 않으면 나쁜 남자애들한테 몇 번이나 속았을 거예요.”“그런데 이제 선영도 어른이니 남자 친구 사귈 때도 됐죠.”애교 누나의 말을 듣자, 나는 선영을 이렇게 아끼는 사촌 언니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 놓였다.“난 태연이랑 조금 더 있다가 돌아갈 것 같으니, 수호 씨가 나 대신 선영이 좀 돌봐 줘요, 시간 있으면 미리 남녀 간의 일을 가르쳐 줘도 좋아요.”“네?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간단히 얘기하면 돼요. 선영은 대체 왜 아직까지 그렇게 단순한지, 남녀가 입만 맞춰도 임신하는 줄 알아요. 그런 애가 어떻게 남자 친구를 사귀어요? 상대한테 당해도 모를 거예요.”나도 선영이 이 정도
조급해 보이는 선영의 목소리에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다급히 객실로 달려갔다.“왜 그래?”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랬더니 선영이 이내 대답했다.“핸드폰이 웬 영문인지 갑자기 렉 걸렸어요. 꺼지지도 않고요. 한번 봐줄래요?”‘아, 이거였어?’“그래, 이리 줘 봐.”나는 선영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 한참 동안 수리하다가 겨우 정상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급급히 선영한테 돌려주지 않고 나쁜 꿍꿍이를 꾸몄다.마침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핸드폰에 야동 몇 개 다운 받아 놓고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할 심산이었다. 그러면 선영이 호기심에 클릭해 볼지도 모르니까.‘아주 좋아.’‘이러면 민망한 상황도 피하고 선영한테 그 방면의 지식도 가르쳐줄 수 있고, 꿩 먹고 알 먹고네.나는 이 방법이 괜찮다고 생각하여 몰래 동영상을 다운 받았다.하지만 내가 다운 받은 영상은 모두 로맨틱한 영화였다. 어찌 됐든 순진한 여자애가 처음 볼 영상인데, 너무 수위 높으면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수호 오빠, 됐어요?”선영은 내가 한참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자 궁금한 듯 물었다.“거의 다 됐어. 약 1, 2 분 정도만 더 기다려. 이 핸드폰 오래 썼지?”나는 일부러 말머리를 돌렸다.그러자 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내가 고등학교 진학할 때 엄마가 선물한 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했어요.”“그럼 벌써 5년이네. 이렇게 알뜰한 면도 있었구나?”이건 오래된 모델이라 메모리가 작아 오래 사용하면 렉이 자주 걸리는 건 당연하다.하지만 겉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했다.‘역시 여자애라 그런지 깔끔하게도 썼네,’만약 나더러 핸드폰을 5년 동안 사용하라 한다면 지금쯤 아마 벽돌로 사용했을 거다.선영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동영상 몇 개는 모두 다운되었다.나는 그걸 모두 사진첩 파일에 묶어 놓고 표지를 살짝 손봤다. 때문에 클릭하지 않는 이상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나는 핸드폰을 선영에게 주고는 일부러 말했다.“혹시 카톡
나는 다급히 귀를 문에 대고 자세히 들어 보았다.이건 분명 신음소리가 맞았다.물론 잘 들리지 않아 그게 선영의 소리인지, 아니면 동영상 속 여주인공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 계획은 매우 성공적이었다.오랫동안 성욕을 참아온 여자애한테 이런 동영상은 분명 자극이 될 테니까.선영이 정말 뭘 하고 있는다 해도, 그건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다.나는 변태처럼 훔쳐보는 취미는 없었기에 이내 화장실로 갔다.하지만 화장실 안에 들어왔더니, 놀랍게도 선반 위에 금방 갈아입은 듯한 속옷이 놓여 있었다.핑크핑크하고 소녀소녀한 걸 봐서는 선영의 것이었다.애교 누나는 성숙하고 점잖은 편이라 핑크색은 입지 않을 테니까.나는 호기심에 그 속옷을 집어 들었다. 속옷의 디자인과 모양은 의외로 꽤 예뻤다. 게다가 귀여운 스타일이었다.나는 저도 모르게 선영이 이 귀여운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직접 눈앞에서 보면 꽤 재밌겠는데.’풋풋한 여자애도 풋풋한 맛이 있다. 그런 여자애들은 아무것도 몰라 단순하기에, 오히려 남자도 따라서 소년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이런 순수하고 귀여운 면은 성숙하고 농염한 유부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점이다.게다가 젊은 몸은 그만큼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도 매끄럽고 탱탱한데, 이것 역시 나이 든 여자들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도달할 수 없는 효과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는 이런 소녀와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심지어 생각하다 보니 몸이 뻐근해나 오줌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얼른 핑크색 속옷을 내려놓고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어느 정도 편안해진 뒤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방이 아닌 주방으로 가 저녁 준비를 했다.벌써 5시가 넘었으니 이제 곧 애교 누나와 형수도 돌아올 텐데, 나는 두 사람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싶었다.내가 주방에서 한창 바삐 보내고 있을 때, 선영이 방에서 절뚝거리며 걸어 나왔다.“수호 오빠, 저녁 준비해요? 도와줄까요?”선영의 얼굴은 발그스름했다.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
“정수호. 적당히 해. 너는 가게에서 마음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하면 안 돼? 네가 뭔데?”나는 안준희가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고 그 외 다른 직원들도 안준희를 본받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이런 풍기 문란한 짓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단번에 싹을 잘라야 한다. 만약 내가 안준희한테 엄중한 벌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는 가게 전체를 좀먹게 할 거다.이 모든 건 확실히 나 때문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알아요. 정 사장님이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졍 사장님은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 적 없어요.”“사장님은 워낙 착한 분이고 가게 모든 직원에게 평소에도 잘해주세요. 심지어 직원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피차 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일을 심각하게만 하지 않으면 항상 눈감아주셨어요.”“그리고... 평소에 예쁜 여자들이 자꾸만 나를 찾아온다고 내가 여성 고객들한테 뭘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요. 나는 고객한테 암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여성분들이 왜 찾아왔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가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한약방이에요. 뒤에서 불법적인 장사를 하며 제 주머니를 챙기는 행위는 금물이에요.”안준희는 내 말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봐.”나는 사라들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얻었다.다른 동료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준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마 모두가 요행을 바랄 거다. 때문에 그 본보기를 보여줄 상대를 안준희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요. 가게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처벌할 거니까.”“정수호.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설마 나를 쫓아내기라도 하겠다고?”“준희 씨 말이
형수는 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기에 나도 시간 내서 화인당에 출근할 수 있었다.현재 천수당은 더 이상 개업을 미루면 안 되는 상황이다.현성이 2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친구가 돼서 그에게 손해를 안겨줄 수는 없었으니까.마음을 정한 나는 화인당으로 찾아가 민우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민우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그럼 정 사장님은 어떡해? 정 사장님이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회복하기도 전에 내가 가면 너무 미안하잖아.”“네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오늘 내가 직접 사장님을 만나 상황을 말씀드릴 생각이야.”정 사장님이 때리든 욕하든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수호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뭔데?”“안준희 씨 일이야.”“안준희 씨가 왜?”안준희는 전에 화인당 규칙을 어기고 손님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 한번 경고를 준 적이 있다.그 이후로 나는 안준희가 당연히 좀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민우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안준희 씨가 여성 고객만 보면 특별 서비스가 필요한지 묻는대. 그래서 지금 가게 분위기가 엉망이야. 내가 말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어.”“그래. 알았어. 가서 일 봐.”민우가 떠난 뒤 나는 직접 안준희를 찾아갔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나 좀 봐요.”“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나 지금 바빠서 시간 낼 수 없어요.”안준희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다.안준희가 이렇게까지 건방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가 안준희가 하던 일을 막았다.“나 지금 이 가게 두 번째 주인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내 말도 안 듣겠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안준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난 수호 씨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이만 나가줘요.”“나도 준희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떠나줘야겠어요.”안준희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봤다.“왜요? 지금 나 쫓아내겠다는 뜻이에요? 정 사장님 대신 가게 며칠 봤다고 본인이 정말 이인자라도 되는 줄 알아
지난번에 진용진이 형수를 건드리려고 해서 나와 형수가 함께 놈을 골목으로 유인해 흠씬 때려준 뒤, 진용진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때문에 아직도 나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나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했다.“앞으로 고수연 씨 괴롭히지 마. 고수연 씨도 혼자 아니야. 고수연 씨 뒤에도 사람 있다고.”[설마 너야? 웃겨 정말. 이 여자 저 여자 다 욕심나나 봐? 고태연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고수연이랑도 잤냐?]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진용진은 나와 고수연 사이에 뭔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내가 뭐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나는 싸늘하게 말했다.“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앞으로 또 고수연을 괴롭히면 절대 가만있지 않아.”할 말을 마친 뒤 나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그제야 차키를 윤지은에게 이미 돌려줬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결국 다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도장으로 향했다.최근 나는 매일 도관에 가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건 가장 기본적이다. 만약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하면 남을 지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진다.며칠 동안의 단련을 통해 나는 스스로도 큰 변화를 느꼈다. 때문에 끝까지 꾸준히 연습해 한계를 끌어올릴 작정이었다.오후까지 연습하니 나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몸은 오히려 개운했다.변석훈과 작별한 뒤, 나는 천수당에 들렀다.천수당은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어 개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매일 여러 가지 잡다한 일로 바빠 요즘은 민우가 화인당을 맡고 있고 현성이 천수당을 관리하고 있다.다만 부잣집 도련님이라 평소 손가락에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현성이 이런 일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놀랍게도 현성은 천수당을 아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건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외네
결국 빙 돌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마치 저주가 우리를 가두어 놓은 것처럼 아무리 높이 뛰어도 그 저주를 타파할 수는 없는 것만 같았다.아마 이건 하늘의 뜻일지도 모른다.“알겠어요. 윤지은 씨 말 대로 할게요.”나는 윤지은과 싸우지 않으려고 고분고분 대답했다.내가 사무실을 나서는 동안 윤지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내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일을 계속했다.내가 형수 방에 도착했을 때 고아연은 이미 떠나고 고수연이 와 있었다.“뭐 하러 갔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아연이한테서 들었는데, 우리 언니 몸을 닦아줄 때 움찔한 것 같았다면서요?”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정말이에요? 어떻게 했는데요? 시범해 봐요.”나는 고개를 저었다.“소용없어요. 나도 다시 확인하려고 다시 한번 몸을 닦아줬는데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 내 착각일지도 몰라요.”“사람이 어쩜 그래요? 희망을 줬다가 바로 깨뜨리는 게 어디 있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면서 진짜인 것처럼 말하면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고요.”“맞아요. 사람은 희망이 없으면 사람은 투지도 없어져요.”나는 고수연의 말을 반박하는 대신 따뜻한 물을 받아와 어떻게 형수를 닦아줘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형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수연은 실망한 기색 없이 인내심 있게 나를 따라 했다.“언니, 얼른 일어나. 언니가 없으니 진용진 그 인간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막막해.”사실 세 자매 중에 큰 언니인 고태연이 평소 고수연을 가장 아꼈다. 막내인 고아연은 매일 자기 일로 바삐 보내 평소 함께 할 시간도 별로 없다. 그런데 현재 고태연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고수연은 병간호도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고 또 진용진과 이혼 소송도 해야 해서 얼굴이 많이 초췌해졌다.사람은 힘들 때면 누구라도 자기를 도와줬으면 한다. 고수연도 지금 딱 그랬다.나는 형수가 평소 자기 둘째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지 알기에 형수가 누워 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나는 윤지은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내 생각을 설명했다.“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일편단심을 원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려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이 더 많을 수도 있고요... 이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어요. 그래서 다채롭고 다양한 거예요.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어요.”“지은 씨 친구 소여정 씨를 놓고 봤을 때, 지은 씨는 임천호의 정부가 되는 게 치욕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소여정 씨가 원해서 한 건지 강요당한 건지 어떻게 확신해요?”“백연우 씨도 마찬가지예요. 백연우 씨처럼 자유롭고 소탈하게 사는 게 안 좋다고 할 수 있어요? 아마 지은 씨 친구 중에 백연우 씨가 가장 자유로울 거예요.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저도 부러울 때가 있어요.”윤지은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윤지은도 가끔 백연우가 부러울 때가 있었으니까. 심지어 행복한 가정을 꾸린 임유미보다도 백연우가 부러울 때가 더 많았다.임유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남편이 곁에 있지만 너무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정교하고 무드 있는 일상만 추구한다. 때문에 인간미와 친근한 면이 너무 부족하다.하지만 백연우는 다르다.백연우도 평범한 신분은 아니지만 그녀는 더 영민하고 현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백연우는 일도 열심히 하지만 남색을 즐기고, 생활을 즐길 줄 알지만 남자와의 잠자리도 즐길 줄 알고, 의리 있지만 원한을 반드시 갚아주는 성격은 아니다.이런 사람이야 말로 더 생활적이고 살아있는 것 같다.물론 임유미처럼 우아하고 점잖은 여자는 사람 같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임유미처럼 살 수 있는 여성은 너무 적다.“백연우 씨처럼 생활한다고 나쁜 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백연우 씨는 남의 감정을 갖고 논 적도 없으니 솔직히 말해서 나쁜 여자는 아니죠.”윤지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얘기했다.“윤지은 씨, 지은 씨. 우리 앞으
“진짜 바람둥이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애교 씨고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은 형수고, 나는 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달라고? 네가 뭔데?”윤지은은 내 손을 뿌리쳤다.“내가 임천호 같은 사람이면 여자 몇 명을 함께 만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윤지은은 단번에 반박했다.“무슨! 임천호는 더 얄밉거든? 아내를 버리고 밖에서 애인을 두는 놈은 쓰레기야. 임천호가 이 위치까지 오게 된 건 모두 서씨 가문이 뒤에서 도와준 덕분이야. 그런데 이제 잘나가니까 서씨 가문을 쓰게 보지 않잖아. 이런 인간은 왕정민과 다를 게 뭔데?”나는 피식 웃었다.“그럼 답 나왔네요. 지은 씨가 화나는 건 내 주제에 바람기가 많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바람기 많은 사람이라서잖아요.”윤지은은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말했다.“화내는 게 정상 아니야?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한 놈도 없어. 하나 같이 다 바람둥이잖아.”“지은 씨 말이 맞아요. 하지만 이런 일은 남자 여자와 상관없이 사람이 단계마다 갖는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지은 씨도 평생 한 사람만 좋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윤지은은 바로 반박했다.“적어도 난 동시에 여러 사람 만나지는 않아.”“네. 그건 제가 확실히 지은 씨보다 못해요. 하지만 지은 씨든 형수든 모두 저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애교 누나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니 내가 바람피운다고 할 수는 없죠.”윤지은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모두 애교 누나가 내 여자 친구라고 알고 있지만 애교 누나는 내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반대한 적이 없다. 심지어 더 만나라고 응원해 줬다.게다가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교 누나는 지금까지 나와 정식으로 관계를 확정 짓지 않았다.때문에 나는 내가 바람피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를 만나든 우리는 각자 원하는 걸 서로 주고받는 거니까.“아, 아무튼 파렴치해!”윤지은은 말로 나를 이기지 못하자 욕설을 퍼부었다.나는 윤지은을 끌어와 자
윤지은은 나 정수호의 첫 번째 여자다. 윤지은 덕에 나는 여자와 몸을 섞는 기쁨을 알았고 윤지은 덕에 총각 딱지도 뗄 수 있었다.그 뒤로 윤지은과 몰래 만날 때마다 윤지은은 항상 내 뇌리에 큰 인상을 남겼고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겨 주었다.처음으로 윤지은을 안았을 때 당장 부서질 것만 같던 윤지은의 모습은 지금껏 내 뇌리에 콕 박혀 있다. 때문에 나도 이 여자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나는 솔직히 윤지은을 일부러 멀리한 게 아니다. 그저 윤지은이 항상 나만 보면 쌀쌀맞게 대하니 멀리했던 거다.하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순간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다.윤지은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다. 그녀는 분명 안 좋아한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가에 맴돌던 말을 끝내 내뱉지는 못했다.그도 그럴 게, 윤지은의 마음은 자꾸만 그녀에게 되물었으니까. ‘정말 좋아하지 않아? 안 좋아하면 왜 매번 도와줬어?’“나는...”윤지은은 몇 번이나 입을 벙긋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모습을 보는 동안 내 마음은 조마조마하면서도 떨렸다.그동안 형수의 일 때문에 내 마음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나는 진동성과 왕정민이 죽도록 미웠지만 능력 없는 내 자신이 더 미웠다.지금껏 장난스럽게 넘겨버렸던 것도 모두 강한 불만으로 대체되었다. 수많은 밤, 나는 나에게도 마음을 나누고 속심 얘기를 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여성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애교 누나는 다정하고 배려 깊고 학식과 도리를 아는 훌륭한 아내감이지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는 아니고, 형수는 쾌활하고 시원시원하며 몸매도 좋아 나에게 많은 걸 알려줄 수 있지만 역시나 친구는 될 수 없었다.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윤지은이 나에 대해 아는 게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비록 서로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갈구고, 서로를 거슬려하지만 오히려 그거야말로 윤지은이 나를 잘 알고 있어 쉽게 지적할 수 있다는 반증이었다.나는 윤지은이 맞다고 대답하
“왜 이렇게 질투하는 것 같죠?”나는 일부러 윤지은을 자극했다. 그랬더니 윤지은은 바로 부인했다.“내가 질투한다고? 웃기시네. 내가 왜 질투해?”“그러면 왜 애교 누나를 언급하자마자 화를 내는데요?”“네가 너무 앞뒤가 달라서 그런 거잖아. 입으로는 맨날 애교 누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맨날 제 형수를 넘보기나 하고. 정수호, 네가 너무 바람기 많고 책임감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대체 누군데?”윤지은의 말투는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나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항상 애교 누나예요. 그건 한 번도 변한 적 없어요. 형수한테 잘해주는 건 미안해서 그래요. 내가 아니었다면 형수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형수한테만 미안해? 나한테 미안한 건 없고?’윤지은은 이 말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결국 참았다.이 순간 이런 말을 내뱉으면 자기가 질투한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어쩌면, 정말 어쩌면 윤지은은 조금 질투가 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나와 맨 처음 몸을 섞은 사람은 윤지은이었으니까. 소유욕을 좀 드러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윤지은은 그걸 나한테 들키고도 인정하고도 싶지 않아 스스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억울하게 당하기 싫어 모든 화를 나한테 풀었다.“형수와 결혼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면 형과 형수의 결혼생활에 끼어들면 안 되지. 네가 이러는 거 사람들이 볼 때는 이 여자 저 여자 다 자기가 차지하려는 욕심 많은 사람으로밖에 안 보여.”“그 말을 형수가 했다면 난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형수도 괜찮다는데 지은 씨가 왜 신경 써요?”나는 냉정하게 반문했다.그 말에 윤지은은 말문이 턱 막혔다.“난 네가 이러는 게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윤지은은 애써 설명했다.이에 나는 계속해서 질문했다.“내 일에 관심 없다면서 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신경 써요? 왜 지은 씨 병원 다른 남자 의사는 신경 쓰지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왜요? 제 솜씨가 별로예요? 아팠어요?”윤지은의 말투는 또다시 날카로워졌다.“지금 출근 시간이야. 나 일해야 해.”‘내가 아까 주물러 줄 때는 뭐 출근 시간 아니었나?’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속으로 중얼거렸다.‘역시 여자는 날씨보다 변덕이 심하다니까.’하지만 나도 예전처럼 숙맥은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모를 리는 없었다.윤지은은 내가 애교 누나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가 애교 누나를 언급하자마자 화를 냈다. 그렇다는 건 윤지은이 화를 낸 게 애교 누나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었다.그 순간 윤미화가 전에 했던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다시금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정말 나 좋아하는 거 아니죠?”나는 또다시 그때와 같은 질문을 했다.윤지은은 그 순간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내가 왜 너를 좋아해? 네가 뭔데?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돼? 모든 여자가 너를 얻으려고 싸우고 빼앗게?”“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에요?”머리를 식히고 관찰하니 확실히 윤지은이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졌다.“그. 그건 너무 어이없는 말을 들어서 그렇잖아. 사람이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자기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내가 전에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런데 또 이런 질문을 하다니 자기애가 너무 넘쳐나는 거 아니야?”“그래요. 맞아요. 나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나도 내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네요. 윤지은 씨는 재벌가의 귀한 아가씨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 어떻게 감히 지은 씨를 넘보겠어요?”“그동안 우리한테 있었던 일은 우연의 일치와 실수가 동반했던 경우가 많으니 피차 오해하지 맙시다. 지난 일은 나도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으니 그냥 좋은 추억으로만 남기자고요.”내 말은 내가 윤지은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고 나도 내 주제를 잘 알고 있기에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윤지은은 오히려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냐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내 어깨를 콱 물었다.“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