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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환자분, 다리 벌리세요. 이렇게 끼면 우리가 어떻게 봐요?”

지은이 일부러 높은 소리로 말했다.

‘젠장, 나중에 두고 봐.’

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고분고분 다리를 열었다.

그때 손 하나가 내 그곳을 잡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단단한지 검사하는 듯했다.

이런 수치심은 평생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 참고 있을 때 지은은 한참 검사하고는 인턴들에게 말했다.

“봤죠? 조금만 다쳐도 반응하는 건 별문제 없다는 거예요.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으면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에요.”

“아아.”

인턴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은은 말을 이었다.

“다들 한 번씩 만져봐요. 겸사겸사 단단한지 검사도 해보고. 힘써야 해요. 망가질까 봐 걱정하지 말고.”

나는 화내지 않으려고 계속 참고 있다가 이 말을 들은 순간 결국 터져버렸다.

“지은 쌤, 이만하면 됐잖아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

지은은 마스크를 벗으며 나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이게 뭐가 복수라는 거예요?”

“복수하는 거 맞잖아요. 그곳을 마구 잡아당긴 것도 모자라 인턴들한테도 똑같이 하라고 시키기나 하고. 나를 실험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잡아당기는 건 그곳이 괜찮은지 검사하는 거예요. 인턴들한테 시키는 것도 병원 승인받았고요. 내 행동에 불만 있으면 병원에 고소해요.”

“다들 멍해 있지만 말고 한번 손으로 느껴봐요.”

지은은 내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턴들에게 직접 만져보라고 권유했다.

그 순간 나는 당장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지어 복수고 뭐고를 떠나 당장 이 상황부터 끝내고 싶었다.

그렇게 약 반 시간 뒤, 지은은 인턴들을 데리고 떠나갔다.

그러자 형수가 안쓰러워하면 내 손을 잡았다.

“수호 씨, 괜찮아요?”

“형수, 저 정말 죽고 싶어요.”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때 형수가 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알아요. 다 알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구경하고 주무르고 만지는데 당연히 난감하겠죠.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요. 수호 씨는 환자고 그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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