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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Author: 은광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8-10 20:00:00
애교 누나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갑자기 형수는 끌어들이지?’

[애교 누나, 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예요. 애교와 관계를 맺어요.]

[왜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와 남주가 수호 씨랑 그런 관계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만약 태연도 끌어들이지 않으면 무조건 우리가 수호 씨랑 같이 있는 걸 반대할 거예요.]

[하지만 수호 씨가 태연도 끌어들이면 우리 모두 서로의 약점을 잡고 있는 셈이라 서로 뭐라 할 수 없잖아요.]

여자들의 생각은 정말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듯싶다.

‘남주 누나가 나를 얻으려고 나더러 먼저 애교 누나와 관계를 맺으라 하더니, 이제는 애교 누나마저 나랑 같이 있으려고 형수를 자빠뜨리라고 하네.’

이렇게 되면 세 여자를 내가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건 나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는 그나마 쉬운데 상대가 형수라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

형수는 형이 본인한테 어떻게 하는지 알면서도 나에게 넘어오지 않는 사람이니까.

때문에 형수를 어떻게 내 여자로 만들어야 할지 나는 도저히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형수의 마음속에는 엄지 못할 벽이 있는 것 같다.

나는 형수를 흘긋 바라봤다. 형수는 방금 전에 따뜻한 물을 길러와 지금 내 몸을 닦아주고 있다.

하지만 내가 몰래 훔쳐보는 걸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

“수호 씨, 나는 왜 그렇게 봐요?”

“벼, 별거 아니에요.”

형수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는 바람에 나는 형수의 흰 가슴을 볼 수 있었다.

“수호 씨는 거짓말을 못 해요. 그러니 들키기 싫으면 하지 마요. 애교랑 한 얘기를 나한테 하지 못하겠어요?”

형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바로 승인했다.

“애교 누나가 저더러 형수를 제 여자로 만들래요.”

“왜요?”

“애교 누나도 뭔가 아는 거 아닐까요?”

나는 마음이 찔려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만약 나와 애교 누나가 진작 짜고 형수를 속였다는 걸 알면 형수는 분명 속상해할 테니까.

때문에 급한대로 말을 지어냈다.

내 말에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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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윤
글을확끈헤쓰려면쓰고이렇게뜨뜨미지하게쓰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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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하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다시 토해내라니. 절대 안 돼.’나는 돈도 없는 주머니를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그건 안 돼요.”“그럼 얌전히 여기 있다가 내가 없을 때 유미 대신 좀 돌봐 줘.”난 여전히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윤 사장님, 제가 싫은 게 아니라, 유미 사모님 평판이 나빠질 거예요.”“수호 씨가 유미를 노리지 않는 이상 평판이 나빠질 일은 없잖아. 오래전부터 유미를 노리고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나는 얼른 도리질했다.“그런 적 없어요. 전 사모님을 항상 존경해 왔어요.”“그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남아.”윤미화의 태도가 너무 강경한 바람에 나는 마지못해 동의했다.두 사람은 나에게 객실을 내주었다.유미 사모님의 집은 윤미화 집 못지않게 널찍하고 사치스러웠다. 방 4개에 거실 2개인 데다 인테리어가 화려했다.객실 침대에 누워 보니 평범한 침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보아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잠이 오지 않았다.천수당, 이태웅, 왕정민이 하나하나 내 뇌리를 스치다가 결국에는 동성 형까지 떠올랐다.동성 형을 떠올리니 내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용천 호텔에서 돌아온 뒤로 동성 형과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다.형수는 동성 형이 이제는 대놓고 밖으로 나돌고 있다고 했었다.형수도 지금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거다.나는 얼른 문자로 형수 동생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한테서 답장이 왔다.[아직도 싸우고 있어요. 이제는 아예 각자 변호사를 고용해서 소송을 진행 중이에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난 집에 돌아왔고요.][그럼 형은요? 형은 요즘도 집에 안 들어와요?][들어왔어요. 하지만 계속 각방 써요.]그 말에 나는 너무 놀라 되물었다.[왜요?][왜긴요, 요즘 일이 바쁘다면서 밤 늦게 들어오는데, 나를 방해하기 싫다면서 따로 자요.]그건 다 핑계일뿐이다. 사실 형수는 누구 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지만 티를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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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님,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사모님은 정말 초췌했다. 그렇게 밝던 얼굴에 지금은 피곤함만 묻어 있었다.우리의 고집을 꺽지 못한 사모님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조수석에 앉은 뒤 유미 사모님은 기분이 다운되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가는 내내 사모님은 방향을 가리키는 외에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차 안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다행히 30분 뒤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미 사모님이 사는 곳은 고급 주택단지였는데, 주위 시설과 환경이 매우 좋았다.사모님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바로 떠나려 했지만 소파에 앉아 멍 때리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게다가 이곳은 사장님과 사모님이 깨 볶으며 지내던 집이라 모든 물건에 추억이 깃들어 있다. 그걸 보면 아마 건강하던 사장님이 더 그리워질 거다.나는 결국 다시 돌아왔다.“사모님, 그러지 마세요. 사장님 아직 살릴 방법이 있을 거예요. 사모님이 먼저 무너지면 사장님은 어떡해요?”사모님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주체가 안 돼요.”‘하...’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똑같을 거다.나는 결국 사모님을 혼자 집에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려 윤미화한테 전화했다.“윤 사장님, 혹시 유미 사모님 집에 와서 같이 있어 줄 수 있어요?”[당연하지. 바로 갈게.]윤미화가 사는 곳은 이곳과 그리 멀지 않았기에 10분 내로 도착했다.“유미야. 내가 뭘 가져왔는지 봐 봐.”윤미화는 마술하는 듯 갑자기 예쁜 옷 한 벌을 꺼냈다.“그동안 남편 돌보느라 고생해서 옷 한 벌 사 봤어. 내일 병문안 갈 때 이 옷 입고 가. 그러면 네 남편도 분명 좋아할 거야. 병이 나을지도 모르지.”상대가 저를 위로한다는 걸 안 사모님은 자기의 우울한 기분 때문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애써 미소를 짜냈다.“고마워.”“에이. 뭘 이런 걸 가지고.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에 뭘 그렇게 내외해? 요즘 남편이 곁에 있지 못할 테니 내가 자주 보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7화

    겨우 며칠 못 본 사이에 사장님은 전보다 더 핼쑥해졌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그 누구도 우울한 티를 내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환자를 격려해야 한다. 주변에서 우울함을 드러내면 환자에게 안 좋다.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꼭 나을 수 있다며 사장님을 격려했다.다행히 정 사장님도 매우 낙관적이었다.“그동안 다들 수고 많았어. 내가 다 나으면 한텍 제대로 쏠게.”다들 그날을 기대했다.사람이 많다 보니 시끄러워져 오히려 정 사장님 휴식에 방해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병실에 잠깐만 있다가 떠날 준비를 했다.유미 사모님은 직접 문 앞까지 위를 배웅했다.그때 내가 넌지시 물었다.“B시 병원 쪽에는 연락했어요? 언제 가요?”사모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아직 남은 병실이 없대요. 부모님이 직접 병원에 찾아갔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이건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사모님의 초췌한 모습에 약간 마음이 아팠다.“사모님, 오늘 저녁은 제가 지킬 테니 사모님은 돌아가서 쉬세요.”“아니에요. 가게 돌보는 것도 바쁜데 이런 것까지 부탁할 순 없어요.”“사장님은 제 능력을 알아봐 준 분이에요. 정 사장님이 아니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어요. 가게가 어려우면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사모님이 매일 여기서 지키고 있느라 제대로 주무시지도 못했죠?”“소여정과 윤지은이 있어 괜찮아요.”사모님은 말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사장님의 병세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마음이 괴로운 모양이었다.이때 사장님이 쾌차해서 일어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 사장님이 나아야 사모님도 미소를 되찾을 텐데 말이다.그때 익숙한 그림자 두 구가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소여정과 윤지은이었다.윤지은은 퇴근했는지 의사 가운을 입지 않고 있었다. 다만 두 사람 역시 사모님 못지않게 초췌해 보였다.절친한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병을 앓으니 두 사람 역시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백연우도 가끔 병문안 하곤 하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6화

    나한테 다른 선택지가 있기는 한 걸까?이태웅한테 1년 안에 성과를 내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애교 누나 곁을 떠나겠다고 했는데.나는 애교 누나와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기도 하고 이대로 등신처럼 사는 게 싫었다.나도 자존심이 있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 나도 체면 있게 살고 싶다.“당연히 하고 싶지.”나는 한참 숨을 참고 있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러자 민우는 이내 흥분했다.“그럼 우리도 해보자고. 하지만 내 말에 화내지 마.”“뭔데? 말해.”“나 사실 의욕만 넘쳤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1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피가 끓은 것처럼 호기롭게 말하는 민우의 모습에 나는 그가 이미 방법을 생각해 두고 리드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저 생각만 있을 뿐 상세한 계획이 없다니.시실 나도 혼자 일해볼 생각을 했었다. 천수당이 화인당을 모함할 때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다. 다만, 내가 워낙 현실에 타협하는 성격이라 그걸 실천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다.그런데 민우가 이 일을 먼저 꺼내니 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우리 천수당을 빼앗아 오자.”민우는 나에게 방법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얼른 캐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인데?”나는 상세하게 분석했다.“천수당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장사도 항상 안 되고. 지금은 오히려 적자가 나는 상황이야. 천수당은 지리적으로도 위치가 좋은 데다 단골이 있으니 빼앗아 올 수만 있다면 수고를 덜게 될 거야.”민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해? 천수당은 김진호랑 관련 있잖아. 김진호가 극구 반대할걸. 게다가 지금은 김진호 형과 척을 졌으니 그쪽에서 절대 천수당을 순순히 내놓지 않을 거야.”이건 확실히 문제가 된다.하지만 천수당은 장사가 안돼 적자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언젠가는 가게를 내놓아야 할 판국이다.“우리 전 재산을 모아봤자 고작 2천만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문제야.”“천수당을 생각할 시간에 우선 돈부터 모으자.”민우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5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기 마련이다.누나들도 나한테 흥미를 잃을 거고 점점 잊을 거다.때문에 지금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할 수는 없다. 나는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예전에는 사실 한의관 직원으로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한 달에 200 정도씩 받는 것도 꽤 만족스러웠다.하지만 일련의 일을 겪고 나니 이 상황에 만족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물론 어떻게 강해질지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뒤 민우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아까 그 사람 강북시 부시장이라던데, 네 여자 친구 아버지야?”“응.”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그러자 민우가 내 옆에 아예 자리 잡고 앉았다.“이런 장인어른이 있는 거 압력 심하지? 임설아도 가정 형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부시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 난 임설아 가족 형편도 부담되는데. 지금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매달 그래도 만족스럽게 벌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해. 우리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게 부자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수호야. 넌 혹시 스타트업 시작해 볼 생각 없어? 우리 같이 한 건 제대로 해볼래?”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민우를 바라봤다. 민우가 이토록 야심가인 줄은 생가지도 못했다.전에는 분명 화인당에서 일하게 된 것만으로도 기뻐 날뛰었는데 말이다.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자 민우는 담배 한 대를 태우더니 웃으며 말했다.“사람은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어.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했을 때는 좋은 직장이 있다고 만족했는데, 이제 좋은 직장에서 일하니 남 밑에서 일하기보다 내가 사장이 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원래 좀 욕심이 많아. 그게 내 약점이기도 해. 그래서 한의원에서 오래 못 버텼잖아.”나는 민우의 말을 대충 이해했다. 그는 예전에 자기 야심을 펼치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야심이 너무 커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했었다.그러다가 화인당에서 일하기 시작해서는 직원들과 잘 지냈지만 이 정도로 욕심이 차지 않는 눈치였다.민우는 자존심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4화

    이태웅은 사레가 심하게 들려 나를 말리지도 않았다. 다행히 내가 한참 동안 등을 토닥여줬더니 상태가 점차 호전되었다.이태웅은 나를 차가운 눈으로 쏘아봤다.“됐네. 날 위하는 척 그만하게. 내가 그렇게 대했는데 이렇게 참을성을 보인다고? 누굴 속이나?”나는 담담하게 웃었다.“속인다고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저가 뭘 하든 아버님 눈에는 제가 거짓말하는 거로 보일 거잖아요.”“내가 자네한테 선입견을 갖고 있는 건 부정하지 않겠네. 다만 자네와 내 딸이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닌 건 맞아.”이태웅은 자기가 너무 했나 싶었는지 태도를 살짝 누그러뜨렸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저는 애교 누나랑 다른 세계 사람이에요. 누나는 정계 유명 인사 딸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세속적인 눈으로 볼 때, 제가 이렇게까지 누나를 쫓아다니는 건 분명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아버님도 제가 왕정민과 같은 목적으로 애교 누나를 이용해 아버님 권세를 빌리려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이태웅은 묵인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우리를 그토록 반대하는 것도 아마 그 이유에서일 거다.내가 아무리 입이 닳도록 말해도 이태웅은 절대 나를 믿지 않을 거다. 때문에 나는 변명하는 대시 다른 방식으로 말했다.“하지만 제가 성과를 보인다면 기회를 주실래요?”이태웅은 단칼에 거절하지 않고 나를 보며 물었다.“어떤 성과 말인가?”이 상황에서 나도 모른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내가 너무 줏대 없고 무성의해 보일 테니까.”이태웅이 찾으려는 건 애교 누나한테도 잘하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그래도 명색이 강북시 부사장 사위인데,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을 한번 이혼한 딸과 이어준다면 분명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거다.”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왕정민 정도 실력을 키울게요.”내가 너무 큰소리쳤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이태웅은 상대가 왕정민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어야 마음 놓고 딸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3화

    “꺼져. 여긴 당신 환영하지 않아.”나는 쌀쌀맞게 축객령을 내렸다.왕정민은 그 순간 폭발했지만 찍소리도 못한 채 의기소침해서 꽁무니를 뺐다.동료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져 묻지도 않고 다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그사이 나는 이태웅 곁으로 다가갔다.“아버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태웅은 여전히 서리를 뒤집어쓴 것처럼 안색이 좋지 않았다.“얘기 좀 하려고.”“아,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나는 지나치게 흥분하지도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안 그러면 이태웅은 내가 저를 무서워해서 아부하려 한다고 생각할 테니까.나는 오민혁에게 차 두 잔을 부탁하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버님, 무슨 말이 하고 싶으세요?”“내 딸 일이네. 난 역시 자네가 내 딸한테 헤어지자고 먼저 얘기했으면 좋겠네.”청천벽력 같은 한마디에 나는 살짝 평정심을 잃었다.하지만 이내 싱긋 웃었다.“제가 싫다면요?”이태웅의 낯빛은 더 어두워졌다.“정말 내 딸을 위한다면 귀찮게 굴지 말게. 이미 한번 상처받은 아이라서 두번 다시 상처받는 걸 원치 않네.”나는 자연스럽고 의젓한 말투로 말했다.“전 누나한테 진심이에요. 절대 상처 주지 않아요.”“하. 진심만 있다고 되는 줄 아나? 자네가 내 딸이 편한 생활을 누리게 할 수 있나? 다른 사람이 뒤에서 애교를 손가락질하지 않게 할 수 있나?”“왕정민은 아무리 망나니라도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 대표인데, 자네는 뭔가?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인 데다 능력까지 없으니 다들 내 딸이 자기보다 못한 짝을 찾았다고 말하지 않겠나?”그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하지만 나는 반박했다.“입이 그 사람들한테 달린 걸 어쩌겠어요. 다른 사람 의견이 그렇게 중요하면 차라리 살지 말아야죠.”이태웅은 쾅, 하고 테이블을 내리 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새파래져 있었다.“지금 태도가 그게 뭔가?”“아버님이 애교 누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어요. 하지만 누나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2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왕정민은 제 쪽으로 걸어오는 이태웅과 딱 마주쳤다. 그 순간 왕정민은 사색이 되었다.물론 지금은 이애교와 이혼한 상태지만 이태웅이 주는 위압감은 여전히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왕정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버님, 언제 오셨어요?”나는 그런 왕정민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그는 그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그때 이태웅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아버님이라 하지 마. 난 당신 같은 사위 둔 적 없으니까. 아까 내 딸을 천 것이라고 욕하는 것도 똑똑히 들었어.”왕정민은 여전히 헤실 웃고 있었다.“잘못 들으셨겠죠. 제가 왜 애교를 욕하겠어요. 애교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요. 우리가 이혼한 건 다 제 잘못 때문인데,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애교를 욕하겠어요?”사람이 뻔뻔하면 얼굴이 벽보다 더 두꺼워질 수 있다더니, 왕정민이 딱 그 짝이었다.헛소리를 해대는 왕정민의 모습에 이태웅의 얼굴은 새파래졌지만 본인 신분 때문에 직접적으로 손찌검하지 못했다.왕정민 역시 이태웅이 그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태웅은 자기 신분을 가장 신경 쓴다. 그런데 강북시 부시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겠나?그저 본인이 환하게 웃으며 뻔뻔하게 굴면 이태웅이 저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걸 왕정민은 확인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서로 어떤 성격인지 꿰고 있다. 게다가 이태웅은 확실히 왕정민 생각대로 어쩔 방법이 없었다.그때 내가 간 크게 다가가 발로 왕정민의 허리를 걷어차 그를 넘어뜨렸다.왕정민은 이내 눈을 부라리며 나를 째려봤다.“정수호, 네가 감히 나를 찼어?”나는 왕정민에게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쳤다.“애교 누나는 내 여자 친구야. 한 버만 더 누나 뒷담화하면 또 차버릴 거야.”인기척을 느낀 동료들은 하나둘 뒷마당으로 모여 나를 도와주었다.다들 이유는 모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편을 들어주었다.결국 머릿수에서 밀리자 왕정민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11화

    왕정민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빨았다.“무섭지. 당연히 무섭지. 그렇게 대단한 분들 앞에서 난 고작 벌레에 불과해. 내가 왜 이애교는 모함하면서 전소희한테는 아무것도 못 하는지 알고 싶어?”왕정민이 마침 내가 알고 싶어하는 걸 물었기에 나는 말하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웬일인지 왕정민은 먼저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유야 간단해. 이태웅 역시 딸과 마찬가지로 나를 너무 믿었어. 두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너무 감정적이라는 거야. 이애교의 약점은 나고, 이태웅의 약점은 딸이고. 내가 아무리 이애교를 모함해도 이태웅은 자기 딸 명성을 생각해서 나를 진짜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만약 뒤에서 몰래 나를 공격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뒤에서 말이 나올 거야. 무엇보다 이태웅처럼 정직한 사람은 그런 일은 못 해.”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말하면서 양심의 가책도 안 느껴져?”왕정민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양심? 양심이 뭔데? 양심이 밥 먹여줘? 양심이 뭔 쓸모가 있는데? 내가 강북에서 혼자 구르는 동안 이태웅은 조금도 도와준 적 없어. 다 내 혼자 이룬 성과야. 그런데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이태웅은 계속 나를 못마땅해 했어. 내가 이애교와 이혼한 건 이태웅 때문도 있어.”“내가 왜 전소희를 선택한 줄 알아? 전소희 아버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 말고도 그 여자한테는 희망이 보여.”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렇다면 왜 또 전소희까지 배신하는데?”나는 정말 왕정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말에 왕정민은 웃음을 터뜨렸다.“배신? 배신까지는 아니지. 난 전소희 배신할 생각 없어. 그 간호사와는 그냥 좀 즐기는 것뿐이야. 남자는 다 그렇잖아. 돈이 있으면서 밖에 애인 없는 남자가 어디 있어? 이건 체면과 신분의 상징이야. 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거기기도 하고.”왕정민은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려 발로 눌러 껐다. 이윽고 짙은 담배냄새를 풍기며 나에게 걸어왔다.“내가 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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