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 씨는 애교와 결혼하겠다고 하지 않았어요?”형수는 내가 점점 달려들자 다급히 나를 제지했다.하지만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히 형수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형수의 반대에도 나는 계속했다.나는 곧바로 형수의 청바지 버클을 풀어 해쳤다.형수는 내가 너무 급박하게 밀어붙이자 애원하는 말투로 말했다.“수호 씨, 진정해요.”“형수,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진정하게 생겼어요?”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남자가 이런 순간 하는 생각은 단 하나, 바로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거다.나는 강제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그리고 순간 미끌미끌한 것이 느껴지자 싱긋 웃으며 형수를 바라봤다.“이렇게 됐으면서 왜 얌전한 척해요?”“얌전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신 차리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실수하는 건 쉽지만 실수를 만회하려면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정말 그런 관계로 발전했다가 수호 씨 형한테 발각되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어요?”찬물을 끼얹는 듯한 형수의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어 끈질기게 몰아붙였다.“이번 한 번만이요. 형수와 저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어요.”“형수, 약속할게요. 오늘 저를 만족시켜 준다면 앞으로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을게요”“그런 말은 어린 여자애한테나 하는 거지 나한테는 안 통해요.”형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수호 씨, 우리는 불가능해요. 그러니 아무 일도 일어나면 안 돼요. 애교랑 만나고 싶다면 애교랑만 만나요.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마음에 두지 말고.”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침대에서 내리려고 했다.만약 형수가 이렇게 가버리면 난 앞으로 기회가 없게 된다.그 순간 나는 어디서 용기가 생겨났는지 형수를 내 쪽으로 끌어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형수의 바지를 풀었다.형수는 소리가 나 옆 침대 환자가 깨어날까 봐 애써 소리를 참았다.하지만 형수가 그럴수록 나는 더 흥분됐다.그러다 내가 이성을 잃고 끝까지 가려고 할 때, 내 핸드폰이 진동했다.그 틈에 형수는 다
나는 너무 미안했다.“이건 사고잖아. 누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겠어? 몸조리 잘하고 있어? 다른 일은 생각하지 말고. 참, 네 형수는 저녁에 병원에 있는대? 아니면 호텔에 묵는대?”“오늘 밤은 병원에 묵는대. 내 병실에 빈 침대가 있거든. 형수는 그 빈 침대에서 지낸대.”“응, 형수가 남도 아니고 너무 내외할 거 없어. 내일 일 처리 다하면 병원에 너 보러 갈게.”왠지 모르겠으나 나는 자꾸만 형이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설마 나와 형수 관계 의심하는 건가?’나는 너무 불안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형수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안 그랬으면 분명 들키고 말았을 테니. 그러면 어떻게 형을 본단 말인가?나는 형과 몇 마디 더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밖에서 들어왔고, 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형수를 바라봤다.“형수, 정말 죄송해요. 전 정말 사람이 아니에요.”“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쉬어요.”형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아래쪽에 누웠다.이번에 나는 더 이상 헛된 생각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내 몸이 형수와 꼭 붙은 순간 또 다시 괴로워졌다.‘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오늘 밤은 다 잤어.’나는 결국 형수의 몸을 느끼며 팔근육을 단련해야만 했다.내 아래쪽에 누운 형수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애써 모든 걸 외면했다....그 시각, 애교의 집.왕정민은 정말 약속대로 집에 돌아왔지만 남주는 대놓고 왕정민을 쌀쌀맞게 대했다.이에 애교는 남주를 방으로 보내도 왕정민과 대화를 나눴다.“애교야, 나 먼저 들어간다. 무슨 일 있으면 꼭 나 불러.”남주는 말하면서 왕정민을 째려보더니 이내 객실로 들어갔다.그렇게 남주가 사라지자 왕정민은 바로 헤실거리며 애교를 끌어안았다.“여보, 이것 봐. 나 빨리 돌아왔어. 말 잘 듣지?”심지어 한편으로 애교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댔다.하지만
왕정민은 헤실 웃으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하면 믿어줄래?”“간단해. 은행카드 모두 나한테 맡겨, 이 집도 내 명의로 돌리고.”왕정민은 그 말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했다.그걸 본 애교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왜? 아까워?”왕정민은 겉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여보, 나 회사 운영하는 오너야. 손에 고정된 자금이 없어, 계속 융통해야 해서. 내가 당신한테 카드를 주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는 어떡해?”“나한테 말하면 언제든 송금할게. 카드를 나한테 맡기는 것뿐이잖아. 내가 그 돈을 갖고 당신한테 안 주겠다고 했어?”“그래, 당신 말이 맞아. 하지만 내 카드에 돈이 정말 별로 없어. 당신한테 준다고 해도 의미 없잖아. 이렇게 하자. 내가 큰돈 벌면 그 카드 당신한테 맡길게, 어때?”“큰돈이 뭐고 작은 돈은 또 뭔데? 당신 회사 지금 꽤 잘 돌아가잖아. 아무리 돈이 없어도 몇억 원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내가 예전에 당신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은 건, 당신을 믿어서야.”“하지만 내 친구한테 발각됐으니 내가 당신을 믿을 가치가 없잖아. 그걸 보상해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어? 난 당신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 단지 안정감을 원하는 거야. 이런 간단한 것도 만족해 줄 수 없어?”왕정민이 얼마나 능구렁이인데, 몇억쯤은 왕정민한테 큰 액수도 아니다. 소유한 카드 중에 아무거나 애교한테 줘도 되는 상황이다.왕정민은 아직 애교와 관계가 틀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원래 계획대로 수호더러 애교를 꼬시게 하여 불륜을 이유로 빈털터리로 쫓아낼 심산이었으니.그럼 지금은 우선 애교의 요구대로 몇억을 먼저 주는 것도 별거 아니었다.때문에 왕정민은 속으로 한참 계산기를 두드려 보다가 웃으며 은행카드를 꺼내 애교에게 건넸다.“몇억 정도는 당연히 있지. 그리고 당신은 내 아내인데, 당신한테 돈 맡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전에는 너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한 것뿐이야. 앞으로 카드는 당신한테 맡길게.”“아직 집도 남았잖아?”“당신 명의로 하고 싶으면
왕정민은 말로는 승낙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나중에 남주의 남편과 잘 말해서 먼저 명의 이전 수속은 미루기로.그리고 나중에 수호가 애교를 꼬시는 데 성공하면 그때 자기 패를 꺼내기로.성공 여부는 하늘에 달렸지만 일은 하는 사람에 달렸으니까.여자 달래는 방법은 많다고 여겼다.“여보, 지난번에 우리 결국 하지 못했잖아. 그것 때문에 계속 아쉬웠는데 우리...”왕정민은 애교를 보자 흥분한 나머지 애교의 허리를 감싸안았다.하지만 애교는 구역질이나 왕정민이 저를 터치하는 것조차 싫었다.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 왕정민과 사이가 틀어질 수는 없었기에 결국 핑계를 댔다.“오늘은 안 돼. 그날이라서.”“하필 오늘? 그럼 오늘 밤도 못하는 거잖아?”애교는 왕정민을 째려봤다.“당신은 그런 짓 하려고 온 거야? 안 하면 올 수 없는 거야?”“당연히 아니지. 우리는 부부인데 오랫동안 하지 않았으니 당신 제대로 위로해 주려는 거잖아.”애교는 여전히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당신 일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나 할 마음 없어. 오늘 혼자 자, 난 남주랑 잘 거니까.”말을 마친 애교는 바로 뒤돌아 떠나버렸다.왕정민은 손에 남은 애교의 잔향을 맡으며 눈빛이 흐릿해졌다.‘젠장.’예전에 애교와 같이 살 때는 애교에게 별다른 욕구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밖에서 살며 다른 여자를 만나니 오히려 애교가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에 왕정민은 떠나가는 애교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혼하기 전 무조건 애교와 한번 하고 만다고 결심했다.애교가 객실로 오자 남주가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됐어?”그러자 애교는 손에 든 카드를 보여 주며 말했다.“카드 한 장 받아냈어. 안에 몇억은 들어 있을 거야.”“오, 의외네. 이렇게 단번에 해결할 줄 몰랐는데. 그럼 이 집은? 명의 넘기겠대?”“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 안 해. 네가 우선 정훈 씨더러 수속 밟으라고 해. 사인 필요할 때 전화로 통보하면 되니까.”“그래, 그렇게 하자. 저 쓰
“뭐?”남주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 없어, 왕정민이 날 짝사랑한다니?”“예전에 나 결혼할 때 너더러 신부 들러리 서라고 한 거 기억나?”“기억하지.”“너를 들러리로 세우라고 한 게 누구인지 알아?”“설마 그게 왕정민이라는 소리야?”애교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왕정민이야. 네가 고정훈 씨와 이미 결혼해서 난 너 들러리로 내세우기 싫었어. 그런데 왕정민이 기어코 네가 있는 집 자식이라고 네가 들러리로 서면 자기 체면이 산다고 고집부렸어.”“심지어 자기가 나중에 사업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면서. 그때 나는 정말로 왕정민과 잘살아 볼 생각으로 결혼했고, 왕정민 사업이 잘되기를 바랐으니까 너한테 들러리 제안했던 거야.”“그날 얄궂은 사람들이 왕정민더러 너한테 입 맞추라고 부추길 때, 왕정민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는지 지금도 기억나. 그런데 그때는 왕정민이 너한테 마음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결혼 초기에 나도 몰랐어, 그런데 한번 왕정민이 술에 취해 실수로 실토했어.”남주는 화가 나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왕정민 이 개자식, 감히 누굴 넘봐? 애초부터 이런 마음 품고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드는 건데.”남주는 말하면서 안쓰러운 듯 애교의 손을 잡았다.“애교야, 그동안 모든 걸 알면서 혼자 마음속에 묻고 있느라 힘들었지?”남주는 자기 친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항상 남부터 생각하느라 지기 자신은 손해 보는 스타일이라는 걸.아마 남주를 지켜주려고 혹은 왕정민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고 이 사실을 계속 마음속에 묻고 있었을 거다.그리고 왕정민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아마 영원히 마음속에 묻었을 거다.한편으로는 남편과 사랑을 나눠야 하면서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어야 하니, 생각만 해도 괴로운 일이다.사실 애교는 그동안 그래왔다.이건 애교 성격상의 결함이다.사람은 누구나 결함이 있다.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애교와 남주는 마침 서로의 결함을 보완해
애교는 남주의 말에 마음이 놓였다.적어도 슬플 때 곁에 남주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고 서로에게 온기와 위로를 주었다.그 시각 문 밖.왕정민은 방금 전 애교를 껴안았을 때의 느낌을 되짚으며 근질거리는 마음을 참았다.이렇게 눈앞에 보이는데 만질 수조차 없는 건 너무 고역이었다.하지만 왕정민은 감히 애교를 건드리지 못하고 제 방으로 돌아갔다.그러고는 옷장에서 애교의 잠옷을 꺼내 냄새를 맡으며 변태 같은 미소를 짓더니 잠옷을 침대에 놓고는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내가 깨어났을 때 형수는 이미 깨어 있었다.“수호 씨, 깨어났어요? 와서 아침 먹어요.”형수는 어느새 아침을 사 왔다.나는 형수의 도움으로 일어나 앉았지만 어제의 일 때문에 형수를 마주보기 너무 어색했다.하지만 형수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처럼 나를 웃으며 대했다.나는 가끔 형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나와 썸 타는 것처럼 야릇하게 굴다가도 또 나를 멀리 밀어버리고.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하지만 형수가 예전처럼 나를 대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기뻤다.우리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의사가 마침 회진하러 왔다.이번에 온 의사 중에도 윤지은이 있었다.여자를 보자마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은은 나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바지 벗어요. 검사하게.”아침에 온 의사는 어제저녁보다 훨씬 많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벗으라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제 검사했잖아요. 그런데 왜 또 검사하죠?”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하자 지은 역시 싸늘한 말투로 받아 쳤다.“어제 상태가 오늘과 같아요? 본인 그곳이 제대로 설 수 있을지 말지 상관이 없다면 마음대로 해요.”나와 지은이 또 다시 말싸움하자 형수가 다급히 말렸다.“수호 씨, 의사 선생님도 수호 씨 좋으라고 한 소리니 말 좀 아껴요. 내가 도와줄게요.”나는 속으로 매우 언짢았지만 반박할 이유를 찾을
나는 일순 긴장해서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형수는 내 겨드랑이를 몇 번 간지럽히더니 내가 간지럼을 타는 사이 베개를 빼앗아 갔다.형수가 나와 너무 가까이 붙는 바람에 나는 눈만 내리깔아도 형수의 가슴을 볼 수 있었다.심지어 저도 모르게 형수의 가슴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라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예전에는 그나마 만질 수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그런데 왜인지 형수가 하지 말라고 할수록 나는 자꾸만 하고 싶어졌다.그것도 병원에서...생각할수록 나는 흥분되면서 가슴이 콕콕 질렸다.그러다 형수의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 없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형수, 저한테 간병인 붙여줘요.”“간병인은 왜요? 나 평소 할 일이 없기도 하고, 간병인이 나보다 수호 씨를 잘 돌볼 리는 없잖아요.”‘형수가 잘 돌보긴 하지만 한편으로 괴롭기도 해요. 매일 너무 힘들다고요.’특히 형수와 단둘이 있을 때면 나는 참지 못하고 이런저런 야릇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사람은 음식과 정욕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인 듯싶다.“우리는 형수와 도련님 사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하필 그런 곳이 다쳤으니 형수한테 보살핌받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형수는 마를 빤히 바라봤다.“솔직히 말해요. 내가 수호 씨 요구를 거절해서 보살핌도 받고 싶지 않다는 거죠?”내 마음은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사실 형수 말이 맞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기에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전 그냥 형수 명성에 안 좋을까 봐 그래요.”“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수호 씨가 왜 무서워해요? 남들은 함부로 떠들라고 해요.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나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형수를 돌려보내는 건 물 건너 갔군.’‘됐어, 계속 참지 뭐.’나는 결국 형수가 없는 틈에 혼자 해결했다.오전에 링거를 다 맞자 형수는 나에게 먹고 싶은 것이 없는지 물었고 나는 일부러 병원과 엄청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을 말했다. 형수를 멀리 보내
[그쪽 외에 다른 여자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잖아요. 다른 여자가 있으면 바로 찾아갔지 뭐 하러 이렇게 고생하겠어요?][그쪽한테 다른 여자가 있는지 없는지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난 그쪽 여자 친구 되겠다고 대답한 적 없는데요.][그럼 고려해 봐요. 그쪽 남자 친구랑은 헤어질 거잖아요.][얼굴도 못 드러내는 겁쟁이가 내 남자 친구가 되겠다고요?][우선 핸드폰으로 연락 주고받으면 되잖아요. 나중에 괜찮다 싶으면 나도 얼굴 비출게요.][이게 재밌어요?][당연하죠. 우리가 사귀는 사이가 되면 은밀한 사진도 주고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내가 방금 아주 귀한 사진 보내줬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영상 보내줄 수 있어요?]나는 겨우 내 진짜 목적을 내뱉고는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렸다.심지어 그와 동시에 복수했다는 쾌감도 느꼈다.현실 세계에서 이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인터넷상으로 이기지 못할까?‘감히 나를 쪽팔리게 하고 괴롭혀? 내가 이따가 네 사진으로 어떻게 하나 봐.’곧이어 나는 지은의 답장을 받았다.지은은 아니나 다를까 나한테 영상 하나를 보내줬다.심지어 표지는 유니폼을 입은 여자였다.그런데 다급히 영상을 클릭했지만 영상 속 여자는 지은이 아니었다. 영상도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었고.이런 영상은 지은한테서 받을 필요도 없다. 나한테도 많으니까.[이봐요, 난 그쪽 영상 원하는 거지. 인터넷에 있는 건 왜 보내요?][우선 제대로 봐요. 다 보고 얘기해요.]지은의 말에 나는 다시 영상을 클릭했다.몇 초 동안 보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가장 중요한 건 영상 뒷부분에 있었다.각종 고난도 동작에 나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런 건 왜 보냈어요? 나랑 해보고 싶어요?][맞아요.]‘헐.’나는 너무 흥분해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기꺼이 복무할게요. 그런데 언제 괜찮아요?][당연히 오늘 아니에요?]지은의 말에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보며 한탄했다.‘하필이면 이때 끊어질 건 뭐야?’[오늘 저녁은 안 될
윤지은의 상처는 제때 치료된 편이라 감염의 흔적은 없었다. 때문에 안정을 취하면 그만이었다.“이봐, 잠깐 와 봐. 할 말 있어.”서지예는 나를 병실 밖으로 불러냈다.한편 윤지은은 내가 오자마자 서지예에게 불러 나가자 기분이 언짢았다.다만 나는 그것도 모르고 서지예를 따라 나갔다.“무슨 일이죠?”“내가 아빠한테 얘기했어. 아빠가 오늘 오후 우리 언니를 강북에 데려온대.”“아, 그럼 도착하면 우리 한의관으로 와요.”나는 덤덤하게 말했다.그러자 서지예가 미간을 팍 구겼다.“우리 언니가 협조를 안 해. 우리 아빠가 이쪽에 별장 하나 빌렸거든, 그래서 그동안 수호 씨더러 그 별장에서 우리 언니 치료했으면 해.”“우리 미리 말했잖아요. 그쪽 언니를 우리 한의관에 불러서 치료받게 하자고.”나는 무엇보다 서씨 가문 사람과 비밀리에 접촉해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서지예는 분명 약속했으면서 이제 와서 변덕을 부리고 있었다.서지예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나도 약속 지키고 싶었는데 우리 언니 상황 알잖아. 언니가 사람 만나는 걸 거부해. 우리 언니가 환자인 걸 봐서 사정 좀 봐줘.”내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서지예는 명함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이 사람은 강북 서화계의 거장이야. 아래에 제자들도 많고. 오랫동안 허리로 고생했는데, 만약 이분 눈에 들면 강북 전체 서화계 쪽 유명 인사들이 수호 씨 고객이 될 거야.”서지예는 나를 잘 안다는 듯 너무나도 달콤한 제의를 해 거절할 수 없었다.나는 명함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때 서지예가 손을 피하며 생글생글 웃었다.“우선 내 요구부터 응해. 내 요구에 응하면 명함 줄게.”나는 너무 어이없었다.“다른 선택지가 있어요? 언니가 오면 위치 보내줘요.”“좋아. 약속한 거야.”서지예는 곧바로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명함을 확인해 보니 위에 연상철이라고 적혀 있었다.“또 연씨네?”연승호도 연씨고, 연재혁도 연씨인데, 또 연상철이라니?‘설마 이 세 사람이 무슨 관
이게 바로 내 계획이다.오늘 조금 받아내고, 내일 조금 받아내면 결국 이 영감도 감당하지 못할 거다. 그러다가 서윤기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서윤기의 평판도 따라서 더러워질 거고.그럼 나는 그 사이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사실 돈은 내 목적이 아니다. 때문에 일전한 푼 손댈 생각도 없다.다만 어릴 때부터 이런 짓을 해본 적 없는 나인지라, 오늘은 내 한계를 시험한 셈이었다.시간을 확인했더니 때가 이미 늦어 나는 현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민우는 그동안 자지 않고 우리를 기다렸다.“두 사람 뭐 하러 갔어? 왜 이제 와?”나는 현성과 눈빛을 교환한 뒤 약속이라도 한 듯 거짓말했다.“가게 내 약재를 정리했어.”현성의 거짓말에 민우가 뚫어져라 우리를 바라봤다.“진짜야? 그런데 왜 나는 안 불렀어? 너희 둘 설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가게 직원한테 들었는데 두 사람이 점심에 사무실에서 뭔 얘기했다며?”나는 손을 뻗어 민우의 어깨를 두드렸다.“쓸데없는 생각 그만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야. 늦었는데 얼른 자.”나와 현성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누웠다.민우는 여전히 우리를 의심했지만 딱히 증거가 없으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날, 나는 현성을 일찍 깨워 두 번째 계획을 실시했다.민우는 깨어나자마자 현성이 보이지 않자 나에게 물었다.“현성은?”“몰라. 아침부터 안 보였어.”나는 거짓말했다.현성은 혼자 중얼거렸다.“이 자식 설마 또 선영이 보러 간 건 아니겠지?”현성이 꼭두새벽부터 큰일을 도모하러 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나는 현성이더러 맞은편 한약관이 문을 열기 전에 문 앞에 ‘가짜 약’, ‘사기’, ‘사기꾼’ 등과 같은 글을 붙여 놓으라고 했다.그 한약관의 평판을 무너뜨리려면 비열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인 걸 모르게 처리해야 한다.그리고 그중에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나와 민우가 천수당에 도착했을 때, 맞은편 가게 문 앞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다만 그중
나는 손가락 5개를 폈다.“5백만 원.”이런 일은 조금씩 불려야지 처음부터 크게 부르면 상대가 놀랄 수 있다.5백만 원쯤은 이 영감이 요즘 번 수익에 비하면 아마 새 발의 피일 거다.결국 영감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래, 받아.”그러면서 핸드폰으로 나한테 계좌 이체를 해주려 했다.“계좌 이체는 됐고, 난 현금만 받아.”이건 나중에 꼬투리 잡힐 일 만들지 않으려는 수단이었다.영감은 이맛살을 구겼다.“여기 현금이 어디 있다고? 요즘은 다 카드 아니면 카카오페이를 사용하지...”“당신네 아파트 단지에 ATM 기계가 있던데. 24시간 오픈이라 그곳에서 현금 인출하면 되잖아. 여기서 기다릴게.”영감은 나를 째려보더니 결국 밖으로 나갔다.현성은 문소리가 나자마자 얼른 복도에 숨었다. 그사이 나는 조용히 집에서 기다렸다.그때 그 요염한 여자가 또 나타나더니 허리를 씰룩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오빠, 물 마실래요?”여자는 말하면서 내 옆에 앉았다. 그 순간 여자의 몸에서 나는 자극적인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냄새가 너무 독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하지만 여자는 자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를 꼬시려 들었다.아마도 그 영감이 평소 만족시켜 주지 못해 나를 노리는 모양이었다.나는 차가운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며 톡 쏘아붙였다.“싸게 굴긴.”여자는 순식간에 얼굴색이 변하더니 버럭 소리쳤다.“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싸 보인다고?”“아닌가? 속살 다 보이게 옷 입고 향수도 이렇게 독한 걸 쓴 게 꼬시려는 거 아니야? 당신 내 누에 안 차.”나는 여자를 단번에 밀쳤다.그 말에 열 받았는지 여자의 가슴은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여자가 볼 때 나는 단지 서윤기 아래에서 일하는 똘마니였기에, 자기가 손가락만 까딱이면 내가 걸려들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여자는 비록 사장 영감의 돈이 탐나지만, 남자로 볼 때 나처럼 젊고 힘 있는 남자가 더 취향이었다. 어쨌든 젊은 그녀를 늙은 영감이 만족시켜 줄 리 만무했으니까. 하지만 여자는
밤 10시까지 기다리니 맞은편 가게도 손님이 점점 적어졌다.한약관 사장은 너무 좋아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그 사장의 차가 떠난 뒤 나와 현성은 바로 따라붙어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 그의 집 문 앞까지 따라갔다.나이도 먹은 양반이 아내는 젊고 예뻤다. 심지어 몸매도 좋고 피부도 뽀얀 데다 아주 요염하고 섹시했다.“헐. 늙은 영감이 저렇게 젊은 아내를 얻었다니.”현성은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다만 나는 그 여자가 남자의 아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정부면 모를까.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준비됐어?”내가 현성에게 물었다.현성은 갑자기 불안한지 가슴을 세게 내려쳤다.“처음 이런 일을 하려니까 무서워. 어떡해?”“마음 다잡아. 이와 온 김에 반드시 성공해야지.”현성은 다급히 가슴을 내리치며 마음을 진정했다.“그럼 나 간다.”현성은 심호흡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남자의 집 문 앞에 가 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안에서 늙다리 사장의 나이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배달이요.”영감은 문 앞에 다가와 경계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배달시킨 적 없는데, 잘못 온 거 아니에요?”“서윤기 씨가 보냈습니다.”나는 진작할 말을 생각해 두었다.영감은 서윤기라는 이름을 듣자 얼른 문을 열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서 사장님이 보낸 분이셨군요. 얼른 들어와요.”나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영감은 나에게 예의를 지키며 뜨거운 차까지 따라주었다.그사이 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침실 문에 기대선 채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내가 두 사람의 좋은 분위기를 깨뜨렸다고 원망하듯이.그러자 영감은 얼른 달려가 여자더러 침실 안에서 기다리게 한 뒤 거실로 다시 돌아왔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서 사장님께서 배달을 다 보내시고. 너무 고생하시네요.”영감은 말하면서 주위를 살폈다.“배달한 물건은 어디 있죠?”나는 다리를 꼰 채 앉아 차갑게 웃었다.“제가 서 사장님 사람인 건 맞지만, 물건 배달하러 온 건 아닙니다.”영감의
민우는 우리 셋 중에서 인내심이 가장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게, 민우는 가장 돈에 쪼들렸기에 가게가 망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들어가.”나는 민우를 강제로 밀며 약재 정리를 시켰다.건너편 약방은 여전히 가격 전쟁을 하고 있었으며 고객 유입도 점점 많아졌다.나도 정 사장님처럼 여유로운 자세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사실 나도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서윤기는 나를 괴롭히는 게 목적일 테니, 이렇게 쉽게 맞은편 가게의 가격 전쟁을 끝내지 않을 거다.만약 이대로 간다면 우리 가게는 버티지 못한다.때문에 무조건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가게로 돌아온 나는 현성을 내 사무실로 끌어들였다.“잠깐 와 봐. 너랑 할 얘기 있어.”“뭔데 이렇게 비밀스럽게 얘기해? 민우는 왜 안 부르고?”“민우는 성격이 불같아서 말하면 못 참을 것 같아. 그리고 이 일이 조금 위험한 거라 우리 셋이 한꺼번에 무슨 일을 당하면 안 돼. 한 명은 가게에 남아야지.”현성은 내가 큰일을 벌일 거라는 걸 눈치채고 곧장 물었다.“무슨 계획 있어?”“맞은편 가게 뒤에 누군가가 있어. 우리 가게를 일부러 우리를 겨냥하는 거야. 우리도 이대로 있을 수 없어.”“혹시 상대가 가짜 약 쓴다는 거 까발리려고?”현성이 잔뜩 흥분해서 물었다.이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너무 번거로워. 나는 간단하지만 거친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야.”현성은 더 흥분했다.“무슨 방법인데? 얼른 말해 봐.”나는 현성의 귓가에 대고 내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정말 이렇게 일 크게 벌이려고?”“일 크게 벌이지 않고 그 사람들 어떻게 혼내?”사람이 독하지 않으면 제대로 설 수 없다.이 바닥에서 지내려면 그만큼 수단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현성은 조금 걱정하는 듯 말했다.“그러다가 잡히면 형벌 받아.”“무서워?”나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현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솔직히 현성은 조금 무
고수연이 나간 뒤 나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더니 서윤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꺼버렸다. 하지만 서윤기는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다.결국 참다못한 나는 서윤기의 연락처를 차단했다.그러자 서윤기는 이번에 내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정수호, 아주 대단하던데. 언제 또 필사본을 만들었더라. 내 손에 있는 책은 필요 없어 보이니 망가뜨릴게.]그 아래에 영상 하나도 도착했다.서윤기는 할아버지가 나에게 남겨준 의서를 화로에 넣었고, 불길은 순식간에 의서를 집어삼키며 활활 타올랐다.비록 내 손에 필사본이 있다지만 할아버지의 심혈이 이대로 망가지니 마음이 안 좋았다.나는 그 아래에 바로 답장했다.[그런다고 당신한테 뭐가 도움이 돼?]서윤기의 답장이 곧바로 도착했다.[아무 도움도 안 돼. 하지만 네 기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잖아.]‘진짜 미친놈이네.’나는 결국 서윤기의 카톡까지 지워버렸다.그날 오후, 나는 화인당에 들러 정 사장님한테 서윤기와 있었던 일을 말했다.정 사장님도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서윤기가 지금 이규진과 전광진과 손을 잡고 가짜 약재를 강북 시장에 유통하고 있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방에 가짜 약재가 흘러들었는지 몰라.”“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않아요?”이게 바로 내가 떠올린 생각이었다.하지만 정 사장님은 고개를 저었다.“서윤기의 구매 루트가 기밀이라 증거가 없거든. 경찰들도 사건 접수 안 해줄 거야.”“그럼 어떡해요? 그냥 이렇게 내버려둬요? 아니면 가짜 약재를 얻어다가 검사 맡겨 볼까요?”나는 다시 건의했다.그러자 정 사장님이 고개를 저었다.“그 약재들이 진짜 가짜 약재인 건 아니야. 그저 날짜가 지난 약재를 특수처리하거나 약효가 그리 뛰어나지 않는 약재들이야.”“아무리 특수 기관에 의뢰해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 그래서 가짜 약재를 만드는 사람들이 교활하다고 하는 거고.”나는 순간 무기력해졌다. 분명 상대가 가짜 약을 만
나는 내 대답에 매우 흡족했다. 두 사람의 장점과 특징을 각자 잘 얘기했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태웅과 윤해철은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수호 군, 한 명을 선택하라고 했지, 다항선택을 하라고 한 건 아닌데.”이태웅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한 명을 선택해야지.”“선택을 왜 해요? 전 안 해요. 두 사람 모두 좋아요.”‘성인이면 왜 선택을 하지? 둘 다 좋은데, 난 다 갖고 싶어.’물론 이 말까지 내뱉을 순 없었기에 나는 속으로 삼켰다.말을 마친 나는 곧바로 도망쳤다. 이런 위험한 곳에 나는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다는 두 사람이 또 나를 부를까 봐 단숨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윤지은의 부모님도 왔으니 내가 계속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기에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그 길로 나는 천수당으로 향했다.민우는 나를 보자 아침에 왜 안 왔냐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두 사람을 걱정하게 하기 싫어 나는 경찰서에 잡혔던 일은 함구했다.이제 막 물 한 모금 마셨을 때 고수연이 찾아왔다.“사장님, 연재혁 변호사님 말로는 모레가 재판일이래요. 그런데 너무 걱정되는데 어떡하죠?”“마음 편하게 먹어요. 연재혁 변호사님 대단한 분이에요. 그분을 믿어야 해요.”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겨우 위로밖에 없었다.그때 고수연이 갑자기 내 옆에 털썩 앉았다.“만약 재판에서 지면 어떡하죠? 다른 건 다 빼앗겨도 상관없는데, 아이들은 절대 안 돼요. 아이들은 내 정신적 지주예요.”“지금 일자리도 있잖아요. 법원에서 아이를 그놈한테 두 아이를 주지 않을 거예요.”“그런데 난 한 명도 주고 싶지 않아요. 진용진은 책임감 없는 쓰레기예요. 아이들이 그런 인간을 따라가면 인생 망쳐요.”사실 나는 고수연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혼자 지내는 것도 여유롭지 못한데, 아이들의 양육권을 모두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하다니. 굳이 그렇게 자신을 혹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우리 마을에 있던 한 여자가
이건 꼭 무슨 성공한 여자의 발언 같았다.애교 누나는 항상 연약하고 다정한 이웃집 누나 같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바뀌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나는 누나의 이런 변화에 매우 기뻤다.“누나 주변에 빛이 한 층 생긴 것 같아요. 더 멋있고 매력 있어졌어요.”나는 애교 누나의 또 하나의 빛나는 점을 발견했다.누나는 내 말이 재밌었는지 피식 웃었다.“말은 참 잘한다니까요. 또 나 기쁘라고 하는 말이죠?”“아니요. 진심이에요.”나는 복도 쪽을 흘겨봤다. 그곳에서 이태웅은 아직도 윤해철과 말다툼하고 있었다.그 모습에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그런데 아버님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동안 저 마음에 안 들어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윤 회장님한테 와서 저를 빼앗아요?”“그게 어디 수호 씨를 빼앗는 거예요? 우리 아빠 원래 아저씨랑 말싸움하는 거 좋아해요.”‘어쩐지.’난 또 애교 누나뿐만 아니라 이태웅도 변한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기상천외한 생각이었다.하지만 성공한 두 어르신이 말다툼하는 걸 보는 게 꽤 재밌었다.욕설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상대를 할 말 없게 만들고 있었으니까.역시 배운 사람들은 말다툼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애교 누나, 누나는 언제 집에 돌아가요?”두 사람이 언제까지 싸울지 몰라 나는 조심히 애교 누나 손을 잡았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내가 요즘 부모님 설득 중이라 아마 얼마 안 걸릴 거예요. 왜 내가 집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나는 애교 누나의 다른 손을 꼭 잡았다.“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누나가 보고 싶고 안고 싶어서 그래요.”“그럼 지금 안아요. 안 갈게요.”“정말요? 그럼 진짜 안아요?”나는 정말 단지 누나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그때 나에게 장난치려던 애교 누나는 내가 정말 저를 안으려 하자 깜짝 놀라며 뒤로 피했다.“안 돼요. 아빠한테 들키면 끝장나요.”“누나가 지금 안아도 된다고 했잖아요.”“장난친 건데 수호 씨 진짜 대담하
“지은이가 그동안 나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나도 도움이 돼야지. 지은이한테 돈은 부족하지 않은 거 알아. 수호 씨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야.”하정현은 요즘 막 취직하여 이곳에 남아 윤지은을 돌봐 줄 수 없기에, 미력하나마 자기 최선을 다할 생각인 듯했다.나도 더 이상 하정현과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결국 카드를 받았다. 나중에 그걸 쓸지 말지는 나중에 결정할 일이다.“지은이한테 절대 말하지 마.”하정현은 또다시 당부했다. 그러다 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로부터 얼마 뒤, 윤해철과 하정현도 병원에 도착했다.병실 안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다. 내가 병실에서 나온 건 정확한 결정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결국 하나둘씩 떠나갔다.윤해철도 나에게 당부했다.“수호 군. 수호 군이 그래도 우리 지은이 마음 쓰는 게 보여. 이번 기회에 서로 좀 잘해 봐. 난 두 사람 응원해.”이영미도 따라서 맞장구쳤다.“나도 두 사람 응원해. 내가 볼 때 두 사람 아주 천생연분이야.”“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면, 내 딸은 뭐지?”이게 무슨 상황인지, 애교 누나가 아버지인 이태웅과 함께 나타났다.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윤해철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자네 딸과 수호 군의 결혼 반대한 거 아니었어? 자네는 수호 군을 싫어하겠지만, 난 좋아해.”이태웅은 냉담한 얼굴로 걸어왔다. 그 강력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순식간에 찬 숨을 들이켰다.하지만 이건 가장 무서운 게 아니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내가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나는 내가 윤지은한테 마음이 흔들린 게 애교 누나한테 미안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수호 씨, 우리 저쪽에서 얘기 좀 할래요?”나와 애교 누나는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애교 누나, 제 말 좀 들어봐요...”나는 애교 누나에게 설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