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누나가 떠난 뒤 남주 누나는 내 앞에 와 예쁜 손을 내밀었다.심지어 방금 전 애교 누나를 만졌던 손이었다.남주 누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변태, 이거 봤지? 여자가 이토록 굶주려 있는데 당장 들어가서 낚아채지 않고 뭐 해?”나는 너무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지금 농담하는 거죠?”“내가 농담하는 거로 보여?”남주 누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다면 진짜 미쳤네요. 애교 누나가 싫다고 했는데 나를 안으로 밀어 넣으면 범죄랑 뭐가 달라요?”이 점에서 나는 무척 화가 났다.그도 그럴 게, 남주 누나가 나한테 이렇게 부도덕한 일을 시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이건 왕정민과 다를 게 없었다.심지어 이 순간, 남주 누나의 예쁜 얼굴도 더 이상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내 말에 남주 누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가 범죄를 저지르래? 나 공무원이야, 내가 범죄를 저지르겠어?”“그럼 나더러 들어가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강제적으로 하라는 거 아니에요?”“그냥 좀 꼬시라는 거지, 지금 애교가 반응도 있는데 조금만 꼬시면 받아들일지 누가 알아? 내가 자꾸만 애교랑 자라는 것도 다 애교를 위해서야. 애교가 결혼했다고 자신을 구속하는 게 싫어서. 남편은 밖에서 여자 몇이나 끼고 노는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이 아직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알면 안 될 거 아니야.”남주 누나의 말을 듣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오히려 안도했다.나는 얼른 안방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려울 거예요. 애교 누나는 선을 지키는 사람이라. 이혼하기 전에 절대 남편한테 미안한 짓 안 할 거예요.”“그래서 노력하라는 거잖아. 지금 들어가서 그 매력으로 꼬셔서 본인을 좋아하게 해야지.”나는 순간 씁쓸해 났다.‘나도 시도해 봤는데 소용이 없는 걸 어떡하라고.’“나 너무 난처하게 하지 마요. 지금 이렇게 급히 나를 애교 누나한테 밀어 넣는 거 설마 약속 안 지키려고 그러는 거예요?”내가 기회를
“이렇게?”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치마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그 동작을 보니 나는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고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검은 스타킹 아래의 그곳은 나에게 너무 유혹적이었다.하지만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남주 누나의 다음 동작을 기대하고 있을 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안방을 향해 소리쳤다.“애교야, 얼른 나와. 수호가 자꾸만 내 거 보겠대.”“헐, 젠장!”나는 순간 미칠 것만 같았다.‘이 요물. 사람도 아니야.’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남주 누나는 그런 나를 향해 혀를 내밀며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놀려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가 안방에서 나와 예쁜 두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남주한테 무슨 짓 하려고 했어요?”나는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한편으로 애교 누나한테 구애하면서 그 친구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는 걸 들키면 안 되니까.만약 애교 누나가 내 진짜 마음을 알면 실망할 게 뻔하다.문제는 누나가 나한테 희망을 주지 않고 그 짓도 하지 않으려 하니 너무 괴롭고 답답해 미칠 것 같다는 거다.그러니 다른 사람한테 풀어야지, 그렇다고 계속 참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결국 나는 뻔뻔하게 변명했다.“애교 누나, 오해하지 마요. 남주 누나 바비 인형을 보겠다고 한 거예요.”“흥, 내가 그 말 믿을 것 같아요? 바비 인형이면 남주가 저렇게까지 소리 지를 리 없잖아요.”그때 남주 누나가 웃으며 끼어들었다.“오해한 거 맞아. 정말 바비 인형이야.”그 말에 애교 누나는 너무 어이없어했다.“그러면 왜 그렇게 소리 질러? 나는 또 수호 씨가 너한테 무슨 짓 하려고 하는 줄 알았잖아.”“저 겁 많은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들어가서 너 꼬시라고 한 것도 못 하고 우물거리는데, 나한테 감히 그런 짓을 할까?”나는 답답하고 화가 났다.분명 본인이 나를 놀렸으면서 겁 많다고 욕하다니.하지만 나는 그 말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애교 누나는 나를 흘긋거리더니 남주 누나를 바라봤다.“어떻
나는 한 시도 여기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여기 더 있다가는 이 요물 같은 여자한테 또 놀림거리나 될 것 같았으니 이 기회에 떠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어차피 먹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데 남아 있어봤자 득 될 게 없었으니까.결국 나는 결심을 내리고 애교 누나에게 말했다.“애교 누나, 저 호텔에 묵을게요.”“왜 호텔에 묵어요?”“여기서 잘 수도 없는데 호텔에 묵는 게 차라리 좋아요.”애교 누나는 나를 붙잡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남주 누나가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남주 누나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이 시간부로 이 여자를 멀리하기로 했으니까.아주 악마가 따로 없는 거 같다.결국 나는 내 짐을 챙겨 애교 누나의 집을 나와 근처에서 호텔을 구했다.푹신푹신한 호텔 침대에 누우니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심지어 상쾌하기까지 했다.애교 누나를 보며 애써 참느라 괴로운 걸 견디지 않아도 되고, 남주 누나한테 놀림당하지 않아도 되니까.특히 남주 누나한테 놀림당하던 장면만 떠올리면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내가 그때 얼마나 어색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심지어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호텔이 이렇게 혼자 있는 게 무척이나 편하고 행복했지만 한참이 지나 마음이 진정되니 나는 갑자기 외로워지기 시작하며 여의사가 생각났다.지금 호텔에 묵고 있으니 언제든 약속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다만 낮에 대화하다가 내가 일부러 답장하지 않아 상대가 나와 하려고 할지가 문제였다.나는 그래도 조심스럽게 여의사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낮에 바빠서 이제야 답장해요. 미안해요.]여의사는 곧바로 나한테 답장을 보내왔다.[세 살짜리 애를 놀려요? 아무리 바빠도 답장할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돼요? 남자들은 역시 믿을 게 못 돼요.][나 원래 좋은 놈 아니에요. 안 그러면 그쪽과 그런 일 했을 리도 없잖아요. 오늘 하고 싶다면서요. 지금 호텔로 와요.][왜 호텔이에요? 집에서는 안 되나 봐요?]나는 진작 생각한
“유미영이에요.”이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문을 열었다.여자는 오늘 정갈하고 단정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었는데, 수수한 옷차림도 여자의 미모는 가릴 수 없었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뭘 입으나 다 예뻤다.나는 얼른 몸을 옆으로 틀었다.“들어와요.”여자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여자를 뒤에서 덥석 안으며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다.“잠깐!”“왜요?”“벌써 몇 번 했는데 아직 나만 그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요. 모자와 마스크 벗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여자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해 났다.지난 이틀 동안 여자는 한 번도 이런 요구를 한 적 없는데 오늘 왜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는지 의아했다.‘설마 뭔가를 발견했나?’가뜩이나 생각이 논리적이고 눈썰미가 날카로워 걱정하고 있었기에, 나는 얼른 여자를 놓고 경계했다.“뭐예요? 설마 내 뒷조사라도 할 생각이에요? 서로 원하는 것만 주고받자고 했잖아요.”“그건 맞지만 적어도 내가 바람피우는 상대가 어떻게 생긴 줄은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잘 생겼는지 아니면 못생겼는지 정도라도. 그래야 여준휘 그 개자식한테 뭐라도 말하죠. 이렇게 모두 감추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그 자식 기분 긁어요?”‘그런 거구나.’하지만 나는 역시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잘 생겼어요. 걱정하지 마요. 그쪽과 할 때 처음이었고.”“네?”여자는 놀랐는지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설마 아직 미성년자거나 학생인 건 아니죠?”“아니에요, 올해 23살이고 이미 성인이에요.”“23살이면 대학도 다녔을 텐데 여자 친구 안 사귀어 봤어요?”“아니요.”“그럼 왜 얼굴 못 보게 해요? 내가 그쪽 식구한테 말하기라도 할까봐요?”여자의 끈질긴 질문에 나는 당황해났다.“오늘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안 하려면 그냥 가요.”“나도 모르겠어요.”‘모르겠다고?’‘이건 또 뭔 대답이래?’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무슨 뜻이에요?”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을 내비치자 여자는 고개를 푹
한참 동안 술을 마시다 모니 목구멍으로 쑥쑥 잘도 넘어갔다. 심지어 나는 여자보다 더 많이 마셔 흐릿한 정신으로 물었다.“대체 이름이 뭐예요?”“말했잖아요, 유미영이라고.”“거짓말하지 마요. 분명 다른 분이 윤 쌤이라고 부르는 거 들었어요. 유 씨가 아니잖아요.”“아, 유 씨가 아니라... 윤 씨였지... 윤지은이에요. 어때요? 이름 이쁘죠?”“예뻐요. 듣기 좋아요. 윤지은. 부모님이 많이 배우신 분인가 봐요. 이름 너무 잘 지으셨다.”지은은 술에 취해 양 볼이 사과처럼 발그레해져서는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봤다.“그러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안철수 아니죠?”“네, 정수호예요.”나도 술에 취한 지라 무방비한 상태로 내 이름을 솔직하게 말해버렸다.“뭐, 흔한 이름이에요. 우리 부모님은 지은 씨 부모님처럼 배우신 분들이 아니라 그냥 흔한 이름 지었어요.”지은은 나와 잔을 기울이며 몸을 흔들거리며 말했다.“그래도 부모님이 엄청 사랑하고 아껴줄 것 같은데.”“그럼요. 우리 부모님은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는 분들이에요.”나는 말을 마치고 난 뒤 흐리멍덩한 눈으로 지은을 바라봤다.“지은 씨 부모님은 그쪽 안 사랑해요? 아닐 것 같은데. 지은 씨는 딱 봐도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티가 나는데, 그러면 부모님이 아껴주지 않을 리가 없는데.”내 말에 지은은 갑자기 불만조로 말했다.“우리 부모님 얘기하지 마요. 난 부모임이 없으니까. 난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여자예요.”지은은 말하면서 갑자기 내 목에 팔을 둘렀다.“오늘 하고 싶어서 나 부른 거죠? 우리 해요. 하지만 요구가 하나 있어요. 우리가 하는 과정 영상으로 찍고 싶어요, 괜찮겠어요?”나는 많이 취하긴 했지만 이런 판단도 못 할 만큼 취하지는 않았기에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안 되죠. 우리가 한 영상으로 남자 친구 열받게 하려고 그러죠? 난 지은 씨 남자 친구와 원한 관계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 일로 나중에 나한테 보복이라도 하면 어떡해요?”지은은 순간 내 다리를 꽉 꼬집었다
지은은 말하다가 결국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그 울음소리를 들으니 나조차 마음 한구석이 괴로워 결국 참지 못하고 지은을 꼭 안았다.“그냥 쓰레기잖아요. 그런 놈 때문에 슬퍼할 가치가 없어요.”“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많아요. 지은 씨만 괜찮다면 내가 남자 친구 해줄게요. 신변도 보호해 주고.”지은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안고 말했다.“정말 내 남자 친구가 되어줄래요? 그럼 나랑 영상 찍어요.”“왜 또 그 화제예요?”“수호 씨가 매번 그렇게 꽁꽁 싸매고 얼굴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구는 바람에 난 아직도 수호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영상으로 찍으면 다르잖아요.”지은은 말하면서 아기 고양이처럼 내 품에 파고들더니 일부러 몸을 배배 꼬았다.“네? 그렇게 해도 되죠?”지은의 동작 때문에 내 아래는 또 서버렸다.게다가 술 때문에 어지러워 자제력도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마음속에서 자꾸만 ‘동의해, 동의해’ 하는 속삭임이 나를 유혹했다.내가 한참 동안 머뭇거리고 있을 때 지은은 갑자기 내 목을 끌어안고 내게 입 맞추었다.지은의 말캉하고 뜨거운 입술에 나는 끝내 자제력을 잃었다.그때 지은이 웃으며 나를 밀어내더니 비틀거리며 캐비닛 앞에 가 핸드폰을 켜고는 침대 쪽으로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오빠, 딱 기다려요...”...다음 날 아침 9시에 깨어났을 때 내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다.게다가 어제 일이 별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하지만 지은이 우리의 동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흐릿하게 났다.‘동영상!’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났다.지은은 이미 떠나 방에는 나 혼자뿐이었다.심지어 한 순간 내가 혼자 술을 마셨나? 아니면 그 여자와 함께 술을 마셨나 의심됐다.그러다 나는 곧바로 답을 얻었다. 그도 그럴 게, 바닥에 찢긴 여자의 스타킹이 보였다.‘내가 어젯밤 정말 그 여자와 같이 있었던 거였어.’‘그렇다는 건 동영상을 찍은 것도 사실이라는 거잖아.’게다가 어젯밤 끝까지 마신 터라 완전히 취해 모자도 마
“수호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침에 전화를 5통도 넘게 했는데, 왜 계속 안 받았어요?”그 말에 나는 가슴이 콕콕 찔려 말했다.“형수, 저 어제 늦게 자서 아침에 벨 소리를 못 들었어요. 무슨 일로 찾았어요? 형 일로 도와드릴 거 있나요?”“아니요. 그냥 애교한테 들었는데 어제 집에서 자지 않고 호텔에 갔다면서요? 왜 호텔에 갔어요?”그 말을 들으니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그 일이라면 애교 누나한테 물어봐요.”“애교가 말해준다면 내가 수호 씨한테 물어볼 필요 없었죠. 혹시 남주가 수호 씨 어떻게 했어요?”“그런 건 아니고, 어제 남주 누나가 자꾸 저를 희롱하는 게 불편해서 애교 누나 집에서 지내는 게 싫었어요.”“역시, 남주 그 계집애가 수호 씨한테 집적거린 거였네. 잘했어요, 남주는 수호 씨가 감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남주 남편이 점잖은 사람이지만 권력 있는 사람이라 수호 씨가 자기 아내랑 잔 걸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나도 솔직히 남주 누나와 한번 자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어제의 일이 있고 나니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남주 누나는 예쁘고 섹시하지만 사람이 너무 짓궂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그러니 차라리 멀리하는 수밖에.“참, 어제 출근한 소감은 어때요?”형수의 말에 나는 그제야 출근해야 한다는 게 떠올랐다. 분명 9시에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9시가 넘었다.출근 이튿날부터 지각한다는 건 너무 말도 안 되는 거였기에 나는 다급히 바지를 올리며 말했다.“형수, 저 급해서 그러는데 나중에 얘기해요.”전화를 끊은 뒤, 나는 얼른 정리를 마치고 아침도 거른 채 병원으로 향했다.아무리 급하게 서둘러봐도, 지각하는 건 막지 못했지만.내가 도착했을 때, 시간은 벌써 오전 10시였다.늘 그렇듯 핸드폰을 보고 있는 마동국 앞에 도착한 나는 숨을 헐떡이며 사과했다.“마 교수님, 죄송합니다. 오늘 늦잠 잤습니다.”마동국은 온 정신이 핸드폰에 팔려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겨우 잠이 들어 오늘 아침 지각까지 했어요.]그 말에 애교 누나한테서 바로 답장이 도착했다.[혹시 나 원망해요?][제가 왜 애교 누나를 원망하겠어요?][내가 수호 씨를 붙잡지 않았잖아요.][그건 누나 집인데, 남으라고 할지, 나가라고 할지는 누나 마음이죠.]애교 누나는 나한테 입술 이모티콘을 보내왔다.[애교 누나, 혹시 누나 친구 중에 포스터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 있어요?][내가 알아요.][정말요? 그럼 잘됐네요. 혹시 한의원 홍보 책자 디자인해 줄 수 있어요? 여기 참고 자료가 있으니 바로 사진으로 보내줄게요.]나는 얼른 남아 있는 홍보 책자를 사진 찍어 애교 누나한테 보냈다.그걸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한테서 답장이 돌아왔다.[너무 어려운 거 아니네요. 바로 끝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거 딱 봐도 아마추어가 한 것 같은데, 내가 더 다듬어줄까요?][그래주면 고맙죠. 그럼 부탁할게요.][나한테 내외할 거 뭐 있어요?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뿐이지, 마음속에 수호 씨가 없는 건 아닌데.]애원하는 듯한 애교 누나의 말투를 보니 나는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이로써 애교 누나가 나를 아직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게 증명됐으니까.[그럼 누나 사진 찍어줘요.][어, 어디를 보고 싶은데요?]나는 애교 누나의 문자에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누나가 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요. 속옷 안 입으면 더 좋고.][기다려요.]애교 누나가 나한테 사진을 보내주려 하자 내 마음은 순간 먹구름 걷힌 듯 밝아졌다.나는 의자에 기대앉아 애교 누나가 사진을 보내오기를 기다렸다.잠시 후, 알람음이 들리자마자 나는 다급히 핸드폰을 확인했다.애교 누나가 보내준 사진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누나가 직접 찍은 셀카였는데, 검은색 레이스 슬립 원피스를 입고 안에 속옷을 입지 않아 흰 가슴이 보일 듯 말 듯했고.등 뒤에서 흘러든 한줄기 햇빛은 사진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그 순간 내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