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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62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나귀빈 무죄의 대가

나귀반은 무죄였다.

황제가 직접 자신의 당초 판결을 뒤엎어 나귀빈은 황후를 암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 상궁은 숯을 피우다 죽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궁중에 선포되자 조정대신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황제가 이런 시기에 자신의 당초 오판을 시인하는 것이 다소 부적절한 것은 아닐까? 이런 중요한 시점에 진북후의 기세가 등등해 하늘을 찌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명원제의 뜻은 북당에서는 단 한 건의 사건도 억울한 판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황제의 오판으로 나귀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나씨 집안 사람을 거의 몰살시켜 집안을 산산조각 냈다. 그래서 황제는 자책하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벌로 곤장 80대를 내렸다.

기왕은 효심이 지극하여 어전에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의 고충을 나누겠다며 15대를 맞았다.

안왕도 바로 나와 15대를 맞고,

손왕도 비실비실 나와 15대를 맞고,

예친왕도 같은 배에서 난 동생으로 역시 10대를 맞았다.

사람들은 다들 우문호를 쳐다봤다.

제왕과 회왕은 오지 않았고 여덟째와 아홉째는 어전에 나오지 않았다.

우문호는 오늘 어전에서 나귀빈 사건을 다룬다는 것을 알고 아침 일찍 조정에 출사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거란 건 몰랐으며 우문호는 사실 맞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 맞았다간 엉덩이가 남아 나지 않을 것이다.

주재상이 우문호 앞에서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게 우문호를 흘끔 보고, “왕야 차례십니다.”

우문호는 급한 나머지 목에 신물이 올라올 지경인데, “서두르지 말게, 내가 세 볼 테니.” 우문호가 손가락을 접으며 중얼거리길, “큰형이 15대, 둘째 형이 15대, 넷째 형이 15대, 황숙이 10대, 그러면 총 55대로 80대에서 55대를 빼면……”

주재상이 호기롭게: “왕야, 아직 15대 남았습니다.”

우문호는 머리가 복잡해서 얼굴이 아주 새하얘지는데 15대도 많다. 전에 아팠던 것도 아직 채 낫지 않았고 5대면 좋을 텐데, 우문호가 고개를 드니 아바마마가 엄숙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위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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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를 맞고 돌아온 우문호우문호는 끌려서 들어갔다. 두 다리는 이미 설수 없었고, 아예 매를 맞아 죽었는지 하반신이 움직여지지 않아 금군이 반은 부축하고 반은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정전 문 앞에 대신들이 보니 주재상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가 끌려 갈 때 친절하게: “왕야 괜찮으십니까?”하고 묻기까지 했다.우문호가 이를 갈며: “안 죽었네, 재상의 큰 은혜 잊지 않겠네.”“기억하셔야죠, 당연히 기억하셔야죠. 오늘 이 일은 왕야께서 제일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재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순간 확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이 없었다.명원제가 어명을 내려 모든 왕야는 약을 바른 뒤 왕부로 돌아가 쉬도록 했다.탕양이 우문호가 돌려 보내져 마차에 엎드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이유를 묻는데 우문호가 증오가 가득한 말투로: “잘못은 아바마마께서 했는데, 왜 맞는 건 나야?”탕양이 가슴 아파서, “아이고, 우리 왕야, 왕야 엉덩이는 어째 이리 하루도 고생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까? 왕비께서 아시면 또 얼마나 애가 타시겠어요.”“말하지 마.” 우문호가 몸을 일으키자 탕양이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렸다.“아마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왕야께서 오늘 하루 안 가셔도 왕비마마께서 애가 탈 걸요.” 탕양이 말했다.그 뿐 아니라, 탕양은 또: “게다가 서일의 주둥이도 다물게 못하지요, 제아무리 신신당부를 해도 왕비마마께서 한마디 추궁하시면 바로 열 테니까요.”우문호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우선 이 일을 얘기하지 말고, 넌 좀 좋은 약을 찾아봐. 이 궁에 약은 도대체 뭐길래 화끈거리는 게 오히려 전보다 더 아파.”탕양이 우문호를 부축하고 들어가서 살펴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어째서 갈은 생강을 발랐지요? 이러니 당연히 화끈거리고 아플 수 밖에 없지요.”“갈은 생강?” 우문호가 열이 뻗쳐서, “목여태감이 직접 내게 보내온 약인데 왜 갈은 생강이지? 다진 마늘도 바르지 왜? 날 잘 구워서 먹으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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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4화

    우문호가 맞은 걸 안 원경릉원경릉이 오늘 종일 우문호가 오지 않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진북후가 돌아왔으니 우문호도 분명 조금 더 바빠졌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위왕비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위왕비는 원래 이마에 상처가 있었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고름이 생기고 상처가 덧나며 처참한 상황이었다.의례태감이 정후부에 와서 성지를 전하고 합의 이혼을 허락하며 정화군주로 책봉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의례태감은 위왕이 직접 위왕비에게 사죄하라는 어명도 얘기했다.원경릉은 줄곧 위왕이 올 때를 걱정한 것이 위왕비를 자극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아마도 위왕은 이미 북군 군영에 도착했을 것이라며, 두사람이 만나지 않길 바라며 원경릉은 비로소 마음을 놨지만, 사람을 시켜 확인하지는 않은 것이 지엽적인 문제가 생길 까봐 였다.성벽에서의 순간은 원경릉에게 매우 큰 심리적 상처였으니, 정화군주는 말할 필요도 없다.정화군주의 상처는 점점 나아서 거의 집에 돌아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정화군주는 정후부에 며칠 더 남고 싶어 해서 원경릉의 의사를 물었다.원경릉도 당연히 정화군주가 친정으로 돌아가면 집안사람들의 애처로워 하는 시선과 조심스런 태도를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알고 최씨 집안 사람들에게 며칠 더 있어야 걸을 수 있다고 했다.최씨 집안은 요즘 원경릉이 말하는 대로 고스란히 믿어서 며칠 더 있어야 한다니 며칠 더 기다렸다.원경릉이 정화군주 처소에서 나와 형녕각으로 돌아오니 만아가 기상궁을 맞아들이는 게 보였다.기상궁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있고 거의 뛸 듯이 들어와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 상당히 긴장한 듯했다.“왕비마마,” 기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예를 취하는 것도 잊고 다급하게: “왕야께서 궁에서 매를 맞으셨습니다. 지금 초왕부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계세요.”기상궁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서두르지 말고 이 일은 잘 돌려서 말해야 한다는 탕양의 신신당부를 잊어버리고 왕비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원경릉이 듣더니 과연 애가 타고 열이 뻗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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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5화

    우문호를 찾아 달려간 원경릉원경릉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번엔 또 뭐 때문인데?”우문호가 손을 뻗어 원경릉을 불러 앉히고: “이번은 나 뿐만 아니고 다른 친왕에 예친왕 전하도 맞았어, 우린 다 잘못이 없지만 나귀빈의 사건이 처리되어 아바마마께서 자책의 의미로 80대를 맞기로 하셨는데 그건 안될 말이라며 우리가 나눠서 맞은 거야. 그나마 내가 제일 적게 맞은 셈이야.”“친왕 몇명이 맞았는데?” 원경릉이 우문호 곁에 앉아서 치료한 상처 위에 다시 또 난 상처를 보고 탕양에게 상처에 면보를 덮어 이불에 피가 묻지 않게 했다.원경릉은 화도 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큰형, 둘째형, 넷째형, 그리고 황숙, 그리고 나까지 5명.”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탕양의 동작이 약간 거친 것을 보고 얼른 가서 도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바람을 부쳐 주며 묻는 것을 잊지 않고: “5명이 80대를 나눠 맞았는데 왜 왕야가 25대야? 어떻게 계산해도 이상해. 왕야 말로는 왕야가 제일 적게 맞았다며? 25대는 어떻게 해도 제일 적을 수는 없어.”우문호가 임기응변으로: “80대에 비해서는 작다는 뜻이었지”원경릉의 추궁 끝에 주재상에게 한 방 먹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이 일은 따질 데가 없는 것이 주재상이든 황제든 한 손가락으로 우문호 부부를 개미 죽이듯 눌러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당하는 거고, 당하기 싫어도 당해야 한다.금군이 원경릉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안으로 들어와 원경릉에게 잠깐만 보고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성지를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데 이 말을 듣고 악다구니를 하며, “가서 폐하께 알려요, 내 목을 자르면 그만이지 왜 내 남자를 때려서 이 꼴을 만들어 놓고, 내가 간호하는 것도 곁을 지키는 것도 안된다는 건가요?”원경릉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렇게 악다구니를 하며 억지를 부리는 날이 올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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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6화

    원경릉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귀빈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고 나씨 집안사람들 모두 연좌제를 사면받았다. 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울지 마. 난 괜찮으니까.”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아프면 진통제라도 놔줄까?”라고 물었다.“그렇게 아픈 건 아니지만, 진통제가 있다면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우문호가 주사를 놓아달라는 것은 확실히 아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갗이 찢기고 터졌을 텐데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원경릉은 그에게 진통제와 소염제를 놓아 염증이 나지 않게 했다. 오늘 밤, 어찌 됐든 옥제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나갈 수 없었다. 원경릉은 저녁도 먹지 못했기에 국만 몇 술 먹고는 그릇을 치웠다. 우문호는 침상에 엎드려 음식을 먹었다. 그는 힘에 부쳐도 다른 이에게 먹여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팔꿈치 때문에 나중에는 그릇에 머리를 박고 돼지처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원경릉은 안쓰럽고 딱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이리 와 내가 먹여줄게.”우문호는 그런 원경릉의 마음을 알고 웃었다. “좋아, 먹여줘. 너 한 입 나 한 입 번갈아 먹자.”원경릉은 그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난 배불러서 너 많이 먹어.”라고 말했다. “맛있다. 곤장을 맞을 만한 가치가 있었어! 그렇게 얻어맞고나니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내 옆에서 시중을 들잖아?” 우문호가 철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이게 그렇게도 좋아? 이 모양으로 어떻게 정후부로 날 보러 오겠어?”“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 우문호가 아픈 몸으로 꾸역꾸역 그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다른 데는 다 괜찮은데 목이랑 코가 막혀서 힘들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밥을 먹은 후 사람을 불러 둥근 베개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그의 이마와 턱을 받쳤더니 그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식사를 마친 후 구사가 들어와 시중을 들었다. “왕야도 참 바보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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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7화

    구사는 ‘오’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왕비께서는 언제 돌아오셨습니까?”구사는 우문호만 신경 쓰느라고 왕비가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까부터 여기 계속 있었습니다.”원경릉이 힘없이 대답했다.원경릉은 나한 침상 가장자리를 붙들고 내려오더니 다급하게 물었다. “황상께서 내일 위왕을 데리고 정화군주에게 사과하라고 하셨다고요?”“예, 만약 위왕이 안 간다고 하면,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든 일이거든요.” 구사가 말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황상께서도 어찌 그런 부탁을…… 그가 가기 싫다고 하면 안 가면 되지, 그렇게 끌고 가서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사과 자체가 의식이지요. 황상께서는 부부 싸움이나 서로 원한을 품지 않도록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원경릉은 침상에 앉아 구사를 바라보았다.“위왕이 가기 싫어할 텐데, 강요하지 마세요.”우문호는 그녀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등에 올려놓았다.“경릉아 등이 가렵다. 날개 뼈 아래 좀 긁어줘…… 어 그래 거기!”원경릉은 우문호의 등을 긁어주며 구사에게 말했다. “정화군주의 정서가 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은 시기상조 같습니다. 추후에 사과를 해도 늦지 않을 텐데…… 그리고 사과 한 마디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사, 황상께 말씀을 드려보는 게 어떻습니까?”원경릉의 말을 듣고 구사는 웃었다. “왕비님, 소인을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닙니까? 황상께 제가 어찌 그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냉대인이라면 모를까.”“냉정언 대인?”“예.”원경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면, 냉대인을 여기로 오시라고 하는 건 어때?” 원경릉이 우문호를 보며 물었다.“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우문호가 물었다.“난 군주가 더 이상 충격을 받는 게 싫어.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마음이 좀 풀렸을 텐데…… 그녀는 정서장애가 있으니,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역효과가 날 거야.”그 말을 들은 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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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768화

    원경릉은 냉정언의 선택이 독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그녀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지금 위왕을 보면 위왕이 자신의 아이를 죽였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녀 마음속에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어떻게 할 겁니까?”냉정언은 고개를 저으며 “왕비, 그건 왕비의 생각 아닙니까?”라고 말했다.그의 말에 의자 팔걸이에 걸친 그녀의 손목의 힘줄이 도드라졌다.“제 생각입니다. 저도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누군가가 제 아이를 죽인 사람이 뻔뻔하게 찾아와 사과를 한다면…… 그건 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으면 내 아이를 죽인 원수를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냉정언은 격분하는 원경릉을 보고 그녀와 더 이상 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옆에 우문호를 보았다. “왕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우문호는 냉정언의 질문에 놀랐다. 그가 여인의 마음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곧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우문호는 원경릉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문호라면 자기의 자식을 죽인 원수에게 똑같이 죽음으로 복수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화군주가 셋째를 만나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뺨을 때리거나 칼을 휘둘러도 그 모든 것은 셋째가 마땅히 받아야 할 죄라고 생각됐다. “부황께서 그렇게 명령을 내리셨다고 하니 그렇게 합시다. 정화군주가 위왕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한다면 셋째를 끌고 나가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우문호가 냉정언을 보며 말했다.원경릉은 엄마가 되어보지도 않은 세 남자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원경릉이 황제를 만나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구사를 보며 “내일 위왕을 잘 지켜보세요. 만약 위왕이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면 바로 기절시켜서 끌고 나오세요.”라고 말했다.“왕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구사가 말했다. “내일 제가 좀 일찍 가서 저도 그곳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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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왕은 지금 어디에 있어?”원경릉이 물었다. “아직 정후부에 계십니다. 어찌나 고집이 센지, 구사도 끌고 갈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사식이가 한숨을 쉬었다. “구사도 어쩔 수 없다고?” 원경릉이 놀랐다.사식이는 고개를 저었다. “위왕이 구사의 장검을 빼앗아 휘두르는 마당에 구사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제가 바로 왕비께 이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마차가 정후부에 도착하자 사식이와 만아는 원경릉을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정화군주가 있던 정원은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사람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있었다. 밖이 소란스럽자 노마님과 원륜문까지 나와있었다. 위왕은 손에 구사의 장검을 쥐고 회화나무 아래에 서있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했으며 눈밑이 시커멓고 목에는 핏발이 서있었다. 그는 마치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피곤해 보였으면서도 언제라도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공포가 느껴졌다. 구사는 위왕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정원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들 숨죽이고 위왕을 지켜보았다. 원경릉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왕은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들이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불안해진 원륜문이 달려와 원경릉의 앞을 가로막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위왕! 검을 내려놓으세요!” 원경릉이 소리를 질렀다. “네가 저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지? 나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고! 꿈깨라 죄책감은커녕 난 내가 한 모든 행동에 대해 떳떳해!” 위왕이 검을 들어 원경릉이 걸어오는 방향을 가리켰다.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죠?” 원경릉이 가볍게 원륜문을 밀치고 천천히 걸어 나와 뒷짐을 졌다. “뭐라고?”“지금 와서 그녀가 당신을 사랑했는지 아닌지 그게 뭐가 중요하죠? 설령 그녀가 당신을 사랑한 적 없다고 해도, 강제 혼인이라고 해도, 그게 뭐가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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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 돌아가 가족과 한자리에 모이니 모두 즐거워 보였다. 원경릉은 집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을 데리고 휘종제와 건종 태자를 알현하러 갔다.휘종제와 건종 태자도 매우 기뻐했는데, 특히 아이들이 유학하러 와서 앞으로 여기서 산다는 얘기에, 휘종제는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앞으로 아이들에게 드는 모든 비용은 전부 자기들이 대고 방학에 북당으로 보내고, 개학 때 맞이하는 것도 자기들이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외갓집엔 모두 출근하는 분들 뿐이라 불편할 거라는 것이었다.원경릉은 일단 감사드리고 북당에서 가져온 술과 검, 궁에서 가져온 흙 한 줌과 돌 하나를 꺼내놓았다. 이건 우문호가 준비한 것으로 고향을 오래 떠나 있는 사람은 고향의 흙과 돌이 그리운 법이라고 했다.휘종제와 건종 태자가 흙과 돌을 보더니 손에 들곤 통곡하기 시작했다.원경릉이 두 사람을 위로한 뒤, 그들은 슬퍼하며 ‘언제 한 번 가볼까, 딱 한 번 보더라도, 아무도 만날 수 없어도 좋을 텐데.’라고 한탄했다.“긴 세월 고향 강산을 꿈에도 잊지 못했으나 돌아갈 수는 없었네..”원경릉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이 시큰해졌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슬픔을 원경릉은 아주 잘 아는 것이 자신도 전에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었다.단지 그들이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원경릉도 뭐라고 단정내리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건 안풍 친왕이 진행한 일로 정말 돌아가고 싶으면 아마도 안풍 친왕이 준비해 줄 수 있었다. 북당으로 돌아가면 안풍 친왕에게 상황을 봐서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입학 준비를 마친 뒤, 원경릉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과 떨어지기 싫었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충만했기에 그녀와 헤어지는 걸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그 점이 씁쓸했다.아이들이 크면 놔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얘들은 아직 다 안 컸잖아.돌아가기 전에 원경릉은 양여혜에게 만나자고 했는데 양여혜가 기화를 데리고 올 줄 몰랐다.원경릉은 기화를 보자 머리가 아픈 게, 기화는 또

  • 명의 왕비   제 3040화

    ‘이제 어머니가 계시니 술 먹으면 몸 상한다고 말해? 예전에는 왜 말 안 했어?’다행히 누군가 같이 마셔주는 사람이 있었다. 회왕은 벼슬에 오른 뒤로 술을 조금 하기 시작했는데, 많이는 안 마시고 한두 잔만 마실뿐, 석 잔째면 아내를 보러 집에 갔다.즐겁게 박원과 소홍천을 보낸 우문호와 원경릉은 만두와 아이들을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비록 환타와 칠성이는 아직 어려서 2년 정도 더 남아있었지만, 유치원 다니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며,형들이랑 꼭 같이 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 원경릉과 우문호는 골치가 아파졌다.그나마 우문호에게 약간 위로가 된 건 딸만큼은 곁에 있다는 사실로, 칠성이와 환타가 하도 졸라대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가가, 다 가.”아이들은 기뻐했으나 눈 늑대와 호랑이도 여전히 성깔을 부리며 따라가겠다며 소란을 피웠다.현대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눈 늑대를 키울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였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아주 영민해서 사람 일을 이해해, 꼬마 주인들이 이번에 가면 열흘 보름이 아니라 몇 년 있다가 온다는 걸 알고 아무리 혼을 내도 말을 안 들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만두가 이리저리 구슬려서, 동물들에게 자기들에겐 여름방학, 겨울 방학이 있고 학기 중에도 쉬는 날이 있어서 1년에 합치면 적어도 4개월은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적어도 1년에 절반 가까이는 같이 있는 거라고 위로하자 겨우 잠잠해졌다. 비록 시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자라기를 원할 것이다. 유학을 가는 일이기 때문에 원경릉이 직접 따라가서 진학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이 일은 전에 현대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 로양이 아이들에게 호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려면 원경릉 부부도 호적에 올려야 하는 것이, 아이들을 오빠 이름 아래 입적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이 일은 로양이 원만하게 처리해 원경릉 가족 모두 호적을 가지게 되었다.게다가 원래 집을 사뒀기 때문에, 부근 학군에 진학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원경릉은 다섯

  • 명의 왕비   제 3039화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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