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되찾은 정후부 노마님“두 분 대인의 충성심과 정의감에 이 늙은이가 감동했습니다. 이리 오세요. 어서 두 분 대인께 음식을 올려라.” 노마님이 명령했다.서일과 사식이, 만아는 두 금군이 얌전하게 노마님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역시 노마님이셔, 덕망이 높으시네.”“누가 아니래? 노마님이 한마디가 우리 백마디보다 낫네.” 사식이가 탄복했다.이렇게 우문호는 정후부에서 해가 뜰때까지 자고 일어났다.아직 급할 거 없어요, 희상궁이 살금살금 들어와 금군이 사랑채에서 쉬고 있으니 왕야께서는 조금 더 있으셔도 된다고 전하고 갔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끌어 안고 한탄하며: “다른 집 부부는 한 이불 덮고 자는 게 당연한데 나는 도둑이나 다름없네.”원경릉이 상당히 호기심이 생겨서, “저 사람들은 어명이라고 하더니, 어떻게 할머니 말을 들을 수 있지?”우문호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해결됐으니 그만이다.우문호가 갈 때 금군의 태도는 굉장히 우호적이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딱딱한 얼굴이 아닐 뿐더러 우문호가 말에 오를 때 그 중 금군 하나가 와서 앉는 걸 도와 주기까지 해서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얼굴에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번져 있길래 우문호는 말을 달려 냅다 도망쳤다.너무 이상하다.정후부가 사실 그렇게 태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정후가 문상을 간 이후 노마님이 권력을 되찾는데 성공하자 둘째 노마님과 난씨, 황씨가 연합전선을 꾸렸다.황씨는 사실 자기 시어머니와 편을 먹고 싶었지만 전에 원경릉을 구박하다가 시어머니에게 혼쭐나서 시어머니 편에 서 봤자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아예 둘째 노마님 줄에 서기로 했다. 적어도 나리가 둘째 노마님을 상당히 존중하니까 말이다.위왕비가 정후부에서 정양하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도리에 맞지 않다.거기에다 위왕비가 성문에서 사고를 쳤으니 황실에서 가만 둘리 없다. 지금 위왕비는 여기 있는데 폐하께서 죄를 물으시면 정후부가 어찌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둘째 노마님은 나리가 줄
명원제의 생각명원제는 최근 속이 아주 시커멓게 탔다.진북후 일만으로도 속이 타들어 가는데 셋째가 때맞춰 지금 분란을 일으켜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나귀빈은 연속으로 며칠밤을 꿈에 나타나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리 한꺼번에 들이닥쳐도 할 일은 해야지 않겠는가?명원제가 위왕을 궁으로 불러 들였는데, 어서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목여태감은 알 수 없지만 위왕이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안에서 천둥 벼락 치는 소리가 한동안 들렸다.그리고 위왕이 나올 때 절뚝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목여태감이 들어가자 명원제가 가서 위왕비를 문병하고 오라고 했다.목여태감이 위왕비에게 다녀와서 돌아와서 보고하길: “지금은 상처가 별 문제 없지만, 어의 말로 마침 초왕비마마가 긴급 처치를 제때 하지 않았으면 위왕비마마의 목숨은 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목여태감이 한발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폐하, 소인이 알게 된 것으로 위왕비마마가 전에 낙태를 하셨는데 위왕 전하께서 약을 먹인 것이라고 합니다.”명원제가 얼굴이 까맣게 변하며 먹을 집어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불효막심한 아들놈은 가고 없었다.“위왕비가 무슨 말을 하더냐?” 명원제가 물었다.목여태감이: “위왕비마마는 단지 합의 이혼만 구하였습니다.”명원제가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있다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셋째는 참으로 몹쓸 놈이군, 당초에 죽자사자 위왕비와 결혼하겠다고 해서, 좋다, 짐이 안군왕에게 미안했지만 안군왕의 며느리를 빼앗아 줬더니, 이제 와서 헌신짝처럼 위왕비를 버리다니.”목여태감이 묻길: “그럼 황제 폐하 생각으론 합의 이혼을……”명원제가 잠시 침묵하더니, 손에 든 먹을 내려 넣고 담담하게: “허락하도록 하자, 어미 된 자가 가장 아끼는 것이 아이인데 셋째는 자기자식까지 죽였으니 어찌 같이 살아갈 수 있겠느냐? 이미 위왕비의 인생을 몇 년이나 갉아먹었는데 일생까지 망칠 수야 없지. 냉정언에게 들어와 어지를 받아 적게 해라. 합의 이혼 후 그녀를 군주에 봉하고 군주의 예에 따라
나귀빈 사건을 다시 보다명원제가 웃으며, “자네가 주지와 말다툼할 게 뭐가 있어? 자네가 아무리 박학다식해도 주지를 당해낼 수 있을까?”“학식이 아니었습니다. 상식이었지요. 어제 날씨가 추워서 동자승에게 따듯하게 숯을 더 때라고 하니 글쎄 주지스님이 숯화로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하지 뭡니까.”명원제가 웃으며, “숯화로가 중독을 시킨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누가 안에 독을 넣으면 중독 시킬 수도 있지 않은가?”냉정언이: “폐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하지만 주지스님이 고집을 부리지 뭡니까. 좁은 방에 숯화로를 피워 두기만 하면 독을 타지 않아도 중독이 된다는 거예요. 문과 창문을 닫아서 공기흐름을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허나 신은 이 말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숯화로로 난방을 한 역사가 유구한데 어째서 그동안 죽은 사람을 못 봤습니까?”“그렇지.” 명원제가 눈에 띄게 건성으로, “어째서 숯화로를 피운 사람이 죽은 걸 못 봤지? 일반 백성 집에 온돌이 되는 집이 어디 있어? 전부 화로에 의지해서 난방을 하지.”냉정언이: “소신도 그렇게 반박했습니다.”“그런데 주지가 뭐라고 하던가?” 명원제가 찻잔을 내려놓고 냉정언을 쳐다봤다.냉정언이 피식 웃으며, “강조하기 시작하더군요, 방이 좁아야 하고, 공기가 유입돼서 순환하면 안된다고. 일반 백성들 집은 대부분 대류 구멍이 있는데다 문도 꽉 닫히지 않고 아무리 잘 닫아도 나무문은 밀폐되지 않는다 더군요. 주지 스님 말로 궁 안에 태감 궁녀가 사는 곳에 숯화로를 피우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요. 왜냐면 방이 좁고 창문은 막혀 있는데다 철문이니 진정한 밀폐공간으로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고요.”명원제의 안색이 변하며, “주지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냐?”냉정언이 웃으며: ”하오나 폐하 믿으시면 안됩니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니까요.”명원제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냉정언이 간 뒤 황제는 목여태감을 불러 들여 몇 마디 분부를 내렸다.목여태감이 듣고 당황해서, “사형수를 궁으로
나귀빈 무죄의 대가나귀반은 무죄였다.황제가 직접 자신의 당초 판결을 뒤엎어 나귀빈은 황후를 암살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 상궁은 숯을 피우다 죽었다는 것이다.이 판결이 궁중에 선포되자 조정대신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황제가 이런 시기에 자신의 당초 오판을 시인하는 것이 다소 부적절한 것은 아닐까? 이런 중요한 시점에 진북후의 기세가 등등해 하늘을 찌르는데 말이다.하지만 명원제의 뜻은 북당에서는 단 한 건의 사건도 억울한 판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황제의 오판으로 나귀빈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나씨 집안 사람을 거의 몰살시켜 집안을 산산조각 냈다. 그래서 황제는 자책하는 의미로 스스로에게 벌로 곤장 80대를 내렸다.기왕은 효심이 지극하여 어전에 무릎을 꿇고 아바마마의 고충을 나누겠다며 15대를 맞았다.안왕도 바로 나와 15대를 맞고,손왕도 비실비실 나와 15대를 맞고,예친왕도 같은 배에서 난 동생으로 역시 10대를 맞았다.사람들은 다들 우문호를 쳐다봤다.제왕과 회왕은 오지 않았고 여덟째와 아홉째는 어전에 나오지 않았다.우문호는 오늘 어전에서 나귀빈 사건을 다룬다는 것을 알고 아침 일찍 조정에 출사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이 닥칠 거란 건 몰랐으며 우문호는 사실 맞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더 맞았다간 엉덩이가 남아 나지 않을 것이다.주재상이 우문호 앞에서 고개를 돌려 아무렇지도 않게 우문호를 흘끔 보고, “왕야 차례십니다.”우문호는 급한 나머지 목에 신물이 올라올 지경인데, “서두르지 말게, 내가 세 볼 테니.” 우문호가 손가락을 접으며 중얼거리길, “큰형이 15대, 둘째 형이 15대, 넷째 형이 15대, 황숙이 10대, 그러면 총 55대로 80대에서 55대를 빼면……”주재상이 호기롭게: “왕야, 아직 15대 남았습니다.”우문호는 머리가 복잡해서 얼굴이 아주 새하얘지는데 15대도 많다. 전에 아팠던 것도 아직 채 낫지 않았고 5대면 좋을 텐데, 우문호가 고개를 드니 아바마마가 엄숙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위엄이
매를 맞고 돌아온 우문호우문호는 끌려서 들어갔다. 두 다리는 이미 설수 없었고, 아예 매를 맞아 죽었는지 하반신이 움직여지지 않아 금군이 반은 부축하고 반은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정전 문 앞에 대신들이 보니 주재상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가 끌려 갈 때 친절하게: “왕야 괜찮으십니까?”하고 묻기까지 했다.우문호가 이를 갈며: “안 죽었네, 재상의 큰 은혜 잊지 않겠네.”“기억하셔야죠, 당연히 기억하셔야죠. 오늘 이 일은 왕야께서 제일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재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순간 확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이 없었다.명원제가 어명을 내려 모든 왕야는 약을 바른 뒤 왕부로 돌아가 쉬도록 했다.탕양이 우문호가 돌려 보내져 마차에 엎드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이유를 묻는데 우문호가 증오가 가득한 말투로: “잘못은 아바마마께서 했는데, 왜 맞는 건 나야?”탕양이 가슴 아파서, “아이고, 우리 왕야, 왕야 엉덩이는 어째 이리 하루도 고생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까? 왕비께서 아시면 또 얼마나 애가 타시겠어요.”“말하지 마.” 우문호가 몸을 일으키자 탕양이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렸다.“아마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왕야께서 오늘 하루 안 가셔도 왕비마마께서 애가 탈 걸요.” 탕양이 말했다.그 뿐 아니라, 탕양은 또: “게다가 서일의 주둥이도 다물게 못하지요, 제아무리 신신당부를 해도 왕비마마께서 한마디 추궁하시면 바로 열 테니까요.”우문호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우선 이 일을 얘기하지 말고, 넌 좀 좋은 약을 찾아봐. 이 궁에 약은 도대체 뭐길래 화끈거리는 게 오히려 전보다 더 아파.”탕양이 우문호를 부축하고 들어가서 살펴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어째서 갈은 생강을 발랐지요? 이러니 당연히 화끈거리고 아플 수 밖에 없지요.”“갈은 생강?” 우문호가 열이 뻗쳐서, “목여태감이 직접 내게 보내온 약인데 왜 갈은 생강이지? 다진 마늘도 바르지 왜? 날 잘 구워서 먹으면 되겠어.”
우문호가 맞은 걸 안 원경릉원경릉이 오늘 종일 우문호가 오지 않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게, 진북후가 돌아왔으니 우문호도 분명 조금 더 바빠졌을 것이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위왕비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위왕비는 원래 이마에 상처가 있었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고름이 생기고 상처가 덧나며 처참한 상황이었다.의례태감이 정후부에 와서 성지를 전하고 합의 이혼을 허락하며 정화군주로 책봉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의례태감은 위왕이 직접 위왕비에게 사죄하라는 어명도 얘기했다.원경릉은 줄곧 위왕이 올 때를 걱정한 것이 위왕비를 자극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였다.아마도 위왕은 이미 북군 군영에 도착했을 것이라며, 두사람이 만나지 않길 바라며 원경릉은 비로소 마음을 놨지만, 사람을 시켜 확인하지는 않은 것이 지엽적인 문제가 생길 까봐 였다.성벽에서의 순간은 원경릉에게 매우 큰 심리적 상처였으니, 정화군주는 말할 필요도 없다.정화군주의 상처는 점점 나아서 거의 집에 돌아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정화군주는 정후부에 며칠 더 남고 싶어 해서 원경릉의 의사를 물었다.원경릉도 당연히 정화군주가 친정으로 돌아가면 집안사람들의 애처로워 하는 시선과 조심스런 태도를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알고 최씨 집안 사람들에게 며칠 더 있어야 걸을 수 있다고 했다.최씨 집안은 요즘 원경릉이 말하는 대로 고스란히 믿어서 며칠 더 있어야 한다니 며칠 더 기다렸다.원경릉이 정화군주 처소에서 나와 형녕각으로 돌아오니 만아가 기상궁을 맞아들이는 게 보였다.기상궁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려 있고 거의 뛸 듯이 들어와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것이 상당히 긴장한 듯했다.“왕비마마,” 기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예를 취하는 것도 잊고 다급하게: “왕야께서 궁에서 매를 맞으셨습니다. 지금 초왕부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계세요.”기상궁은 마음이 급해서 그만 서두르지 말고 이 일은 잘 돌려서 말해야 한다는 탕양의 신신당부를 잊어버리고 왕비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원경릉이 듣더니 과연 애가 타고 열이 뻗쳐서,
우문호를 찾아 달려간 원경릉원경릉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번엔 또 뭐 때문인데?”우문호가 손을 뻗어 원경릉을 불러 앉히고: “이번은 나 뿐만 아니고 다른 친왕에 예친왕 전하도 맞았어, 우린 다 잘못이 없지만 나귀빈의 사건이 처리되어 아바마마께서 자책의 의미로 80대를 맞기로 하셨는데 그건 안될 말이라며 우리가 나눠서 맞은 거야. 그나마 내가 제일 적게 맞은 셈이야.”“친왕 몇명이 맞았는데?” 원경릉이 우문호 곁에 앉아서 치료한 상처 위에 다시 또 난 상처를 보고 탕양에게 상처에 면보를 덮어 이불에 피가 묻지 않게 했다.원경릉은 화도 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큰형, 둘째형, 넷째형, 그리고 황숙, 그리고 나까지 5명.”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탕양의 동작이 약간 거친 것을 보고 얼른 가서 도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바람을 부쳐 주며 묻는 것을 잊지 않고: “5명이 80대를 나눠 맞았는데 왜 왕야가 25대야? 어떻게 계산해도 이상해. 왕야 말로는 왕야가 제일 적게 맞았다며? 25대는 어떻게 해도 제일 적을 수는 없어.”우문호가 임기응변으로: “80대에 비해서는 작다는 뜻이었지”원경릉의 추궁 끝에 주재상에게 한 방 먹었다고 사실대로 말했다.원경릉은 진심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이 일은 따질 데가 없는 것이 주재상이든 황제든 한 손가락으로 우문호 부부를 개미 죽이듯 눌러 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당하는 거고, 당하기 싫어도 당해야 한다.금군이 원경릉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안으로 들어와 원경릉에게 잠깐만 보고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성지를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원경릉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데 이 말을 듣고 악다구니를 하며, “가서 폐하께 알려요, 내 목을 자르면 그만이지 왜 내 남자를 때려서 이 꼴을 만들어 놓고, 내가 간호하는 것도 곁을 지키는 것도 안된다는 건가요?”원경릉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렇게 악다구니를 하며 억지를 부리는 날이 올 거
원경릉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귀빈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되었고 나씨 집안사람들 모두 연좌제를 사면받았다. 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울지 마. 난 괜찮으니까.”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아프면 진통제라도 놔줄까?”라고 물었다.“그렇게 아픈 건 아니지만, 진통제가 있다면 맞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우문호가 주사를 놓아달라는 것은 확실히 아프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살갗이 찢기고 터졌을 텐데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원경릉은 그에게 진통제와 소염제를 놓아 염증이 나지 않게 했다. 오늘 밤, 어찌 됐든 옥제께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나갈 수 없었다. 원경릉은 저녁도 먹지 못했기에 국만 몇 술 먹고는 그릇을 치웠다. 우문호는 침상에 엎드려 음식을 먹었다. 그는 힘에 부쳐도 다른 이에게 먹여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팔꿈치 때문에 나중에는 그릇에 머리를 박고 돼지처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원경릉은 안쓰럽고 딱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 “이리 와 내가 먹여줄게.”우문호는 그런 원경릉의 마음을 알고 웃었다. “좋아, 먹여줘. 너 한 입 나 한 입 번갈아 먹자.”원경릉은 그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며 “난 배불러서 너 많이 먹어.”라고 말했다. “맛있다. 곤장을 맞을 만한 가치가 있었어! 그렇게 얻어맞고나니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내 옆에서 시중을 들잖아?” 우문호가 철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이게 그렇게도 좋아? 이 모양으로 어떻게 정후부로 날 보러 오겠어?”“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 우문호가 아픈 몸으로 꾸역꾸역 그녀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다른 데는 다 괜찮은데 목이랑 코가 막혀서 힘들어.”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밥을 먹은 후 사람을 불러 둥근 베개를 가져다 달라고 해서 그의 이마와 턱을 받쳤더니 그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식사를 마친 후 구사가 들어와 시중을 들었다. “왕야도 참 바보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