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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09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10 18:00:00
북당!

공부와 호부에서 회강의 물길을 나누는 것과 제방을 쌓는 것에 관해서 세 번의 상소를 올렸다. 명원제는 이를 읽고 타당하다고 여겨 즉시 호부에 명해 돈을 지급하고 공부에게 왕강과 협력해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공사 규모가 이렇게 크고 태자가 직접 기안한 일이라 태자는 성지를 주청하면서 공사감독을 가는 것이 관례였다.

명원제는 태자비가 주재상을 모시고 병을 치료하러 간 것을 알고 있었다. 태자가 집을 떠나면 집에 아이들만 있고 주인어른이 없는데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번 출장은 회왕에게 맡겼다.

그러나 회왕에게 성지를 내린 뒤 명원제는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되었다.

명원제는 등극한 다음 해에 회강의 재해 복구작업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안풍친왕 말에 따르면 명원제가 재위한 뒤로 이룬 가장 큰 업적으로, 그때 재해복구를 했던 회강을 이제야 마침내 치수 착공하는 것으로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회강 일대는 명원제의 명성이 높은 곳이니 말이다.

지금 태자는 이미 실권을 맡을 준비가 다 된 상태로 자신이 출행해도 태자가 나라를 감찰할 수 있었다. 이제 명원제가 손을 놓고 태자가 실지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북당 온 천하에 황제인 자신이 가 본 곳이 없으나 회강은 그나마 가볼 만했다.

마음이 정해지자, 황제는 바로 자신은 남순하고 태자가 국정을 볼 것이란 성지를 내렸다!

남순의 여정이 정해지자 회왕에게 성지를 내리고 손왕도 동행하게 했으며 구사에게 금군을 이끌고 어가를 호위토록 했다.

후궁 중에는 유일하게 호비 모자만 데리고 가는데 십 황자는 성격이 좀 나아진 게 초왕부에서 얼마 묵었던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출행은 십 황자의 견문을 넓혀 줄 좋은 기회였다.

회왕이 출장을 가게 되니 예전이었으면 미색이 분명 따라갔겠지만, 지금은 쌍둥이가 아직 어려서 먼 길을 다닐 수 없으므로 사람을 몇 명 붙여 회왕을 호위하게 하고 자신은 같이 가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손왕은 손왕비와 군주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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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계란이가 뒤집기를 했어!계란이는 우문호 껌딱지로 저녁에 우문호가 와서 같이 놀아주고 안고 있어 주어야 잠이 들었다.우문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는 제 아무리 편애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해도 결국 아주 조금 마음이 더 가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쩌면 떡들과 쌍둥이가 다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처음부터 떡들과 쌍둥이는 우문호에게 달라붙어 기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어쨌든 딸에게 더 마음 약한 우문호였다.그래도 겉으로 행동할 때는 절대 편애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떡들과 쌍둥이도 똑같이 예뻐해 주고, 밤마다 시간을 내서 함께 있었다. 아이들은 자라나는 매 순간 부모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원 선생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오니 홍엽이와 훼천이 와 있었다.훼천과 홍엽이는 이제 완전 친구가 된 게, 어쩌면 둘 다 늑대골 출신이란 공통의 화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태자 전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훼천은 말을 돌려 하는 법이 없어 언제나 단도직입적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요아(요 부인)가 태자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혼사를 좀 미뤘으면 해서요. 태자미 마마 귀환 일정을 좀 당겨주실 수 있는지 서신 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혼기가 일찌감치 정해진 거라 날짜를 바꾸는 건 불길합니다!”“불길하다?” 우문호가 훼천을 흘겨보았다. “설마.. 그걸 믿나?”“혼인은 인륜지대사인데 당연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천천히 건너야죠.” 훼천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단번에 훼천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뭐가 그리 급해? 삼 년을 더 기다려도 어차피 자네 사람인데. 어디 도망 안 가.”훼천이 마음이 급해서, “삼 년이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말은 태자비 마마께서 3년 후에 돌아오신다는 말씀입니까?”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원 선생은 2달 5일 후에 돌아올 거야.”훼천이 거의 싸울 듯이 흥분해 있었다. “ 두 달이요?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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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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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2화

    밥을 먹으며 태상황이 원 교수에게 물었다. “사위 우문호는 마음에 듭니까?”원 교수가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물론이죠! 아주 만족스럽습니다.”그러자 소요공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 만나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죠?”태상황이 소요공에게 눈을 흘겼다. “여기에 안 왔었다고? 그때 출장을 다녀왔다며 우리에게 담배와 술을 가져왔을 때, 기억 안 나나?”소요공이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맞장구 쳤다. “맞네요, 태자 전하께서 오셨었군요? 전 모르고 태자 전하께 처가에 한 번 다녀오시라고 하려고 했었네요.”원경주가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걸 이제서야 아셨습니까? 벽에 사진이 걸려 있는 것도 못 보셨나요?”원경주가 가리키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삼대 거두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정말이네! 소요공이 무안해져서 말했다. “이런 옷을 입고 있는데 누가 알아봅니까? 전혀 모르겠군요.”사실 이 거실에 소요공은 지금까지 딱 3번 왔다. 퇴원해서 돌아온 날 밥 먹으러, 두번째날에 아침 먹으러, 그리고 여행 출발 전에 한 번 더. ‘그때는 다른 생각들로 정신이 사나웠는데 여기저기 둘러볼 여유가 어디 있기나 했나? 그리고 이 사람이 태자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하지만 그와 달리 태상황은 영화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뒤로 이미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었다.밥을 다 먹고 원 교수는 태상황과 두 사람의 결혼식을 상의했다.“비록 딸이 시집간 지 오래되었고 애도 여럿 낳았지만, 혼례에 저희가 참석 못 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됩니다. 그래서 말이죠, 우리가 걔들에게 결혼식을 한 번 더 치러주고 싶어요. 경호가 열린 뒤에도 세 분께서는 일단 돌아가지 마시고, 태자 전하께서 이쪽으로 건너와서 혼례를 치른 뒤 같이 돌아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태상황은 다시 혼례를 치른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여행 갈 때 원경릉이 계속 언급한 게 여기도 신혼여행을 왔고, 저기도 신혼여행을 왔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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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3화

    원경릉이 당황하며 태상황을 바라봤다. 그녀는 태상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 “좋아요. 그때 가서 우리 신중하게 논의할까요?”태상황이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돈이 부족한 게 아니니 반드시 혼례를 제대로 치러야 해!”주 재상이 다가와 옆에 앉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마, 제가 상의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말씀하세요!” 원경릉이 몸을 돌려 주 재상을 보고 말했다.“여기에 노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있습니까? 제가 여기서 좀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요.”“학교에 가시게요?” 원경릉이 살짝 놀라서 물었다. “뭘 배우고 싶으신 건가요?”“당장 뭘 배워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어렵게 얻은 기회고, 여기는 배울 게 곳곳에 널려 있어서 뭐든 조금이라도 더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그럼, 이번에 어떤 게 가장 흥미로우셨나요?” 원경릉이 관심 있는 듯 묻자 주 재상이 방긋 웃었다. “솔직히 다 흥미로웠어요. 여기는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도 다 배우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니깐요.”원경릉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남은 시간이 고작 2개월 뿐인데, 그동안 뭘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일단 배우기 시작하면 나가서 놀 수 없다는 의미인데 태상황과 소요공이 정말 그러자고 할까?역시나 소요공이 바로 물었다. “넌 나가서 안 놀 거야?”주 재상이 순간 남간한지 당황했다. “그게…. 나가고 싶기도 하고...”원경주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거 역시 간단하지 않겠는데요? 전에 천문지식에 굉장히 흥미를 느끼지 않으셨나요? 동생에게 다니며 가르치게 하시죠. 태상황 폐하와 소요공께서도 이거에 관심이 있으신데.”소요공이 말했다. “그거 이미 얘기했는데, 우리 은하수도 다 알아!”원경주가 의자를 가져와서 어르신들께 설명했다. “동생은 전체적인 개요만 얘기한 거고요, 천문 우주에 대한 지식은 3개월은 말할 것도 없고 3년을 해도 다 못 배워요. 예를 들어 목성 아실 거예요, 그럼 목성이 가스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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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4화

    우 회장은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착실한 사람으로 말발굽 금에 115억이나 낸다고 했으나 95억만 받겠다고 했다. 그들이 보물을 다 내놓는다해도 터무니없이 큰돈을 요구할 리는 없었다.말발굽 금에 대해 살펴본 결과 바닥에 북당 내탕고 주조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그가 아는 북당은 주나라 왕조 시기의 서북 소수민족 주목왕 때로, 기록된 바에 의하면, 하권 ‘주목왕팔년춘, 북당래빈, 헌일준마, 시생빈이’라는 구절에 나오는 북당으로, 그 북당은 일개 소수민족 부족으로 이런 말발굽 금을 주조할 만큼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 회장은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주 짧은 왕조나 문명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흥분돼서 어쩔 줄 몰라했다.우 회장은 직접 노 수집가를 찾아갔다. 노 수집가는 상당히 대단한 사람으로 고금해 통달해서 한 눈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건 물론이고, 핵심은 이 수집가가 말발굽 금으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란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는 것이며, 말발굽 금 아래 조각된 글자도 북당 내무부 주조라고 들었다. 직접 본 게 아니고 전에 업계 사람에게 어깨너머로 들은 거라 우 회장도 정확히는 몰랐다.“삼 선생님, 이거 좀 보세요. 제가 최근 모은 말발굽 금인데 아래쪽 글자 좀 보시라니까요!” 우 회장은 말발굽 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못 참겠는지 서재 벽에 걸려 있는 고서화를 보며 침을 다셨다. 한 뼘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이 방에 있어서는 과장이 아니었다.테이블 뒤에 앉은 삼 선생님은 홍안백발의 노인이었다. 우 회장은 볼 때마다 삼 선생님이 일부러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해서 늙어 보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얼굴이 자기보다 더 젊어 보였기 때문이었다.삼 선생님은 말발굽 금을 뒤집어서 아래 써 있는 글씨가 ‘북당 내무부 주조’라는 것을 보고 살짝 동요했다. “어디서 난 거지?”“어느 의사분이 가지고 있던 건데, 상대가 금 하나에 95억이나 요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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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5화

    우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잖아요, 우리 골동품 수집가들이 모르면 몰랐지, 좋은 걸 보고 나서 어떻게 단념합니까? 담뱃대가 있는데 조각이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게 그렇게 좋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억지로라도 팔라고 못 한 게 아쉽습니다.”이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물건을 자기 수중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미련이 남았다.그래서 삼 선생님 댁을 나오면서 바로 원 교수에게 전화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 좀 하자고 했다.원 교수는 말발굽 금값을 비싸게 쳐 받았으나, 북당이 지금 역사에는 실존하지 않는 국가라는 사실에 줄곧 불안불안했다. 그런데 우 회장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하자니까, 상대가 산 걸 후회하는구나 싶어 얼마를 모아서 돌려줘야 하는지 계산했다.그 돈은 집 사는 데만 쓰였고, 원경주의 차는 자기 돈으로 샀다. 경릉이는 금값으로 사라고 했지만, 원경주가 부득부득 자기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집값만 모으면 우 회장에게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 집값으로 쓴 돈은 19억 정도였다.하지만 저축한 돈을 다 합쳐도 4~5억 정도 뿐이라 근심에 빠졌다.원 교수는 우 회장에게 날짜를 연기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할 생각을 했다.방향이 서자 원 교수는 원경릉에게 우 회장의 초대 얘기를 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말발굽 금에 대해 자기보다는 원경릉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원 교수는 이번 일은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팔 때도 우 회장을 속인 일이 없고 가격도 우 회장 본인이 제시했다. 따라서 우 회장이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서서 원경릉을 불러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원경릉은 아빠가 고민하는 내용을 알아 차리고 웃으며 위로했다. “우 회장님은 후회돼서 물리시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더러 오라는 건 우리 손에 있는 다른 물건을 더 팔라는 게 틀림없을걸요.”“하지만 북당이란 왕조가 실지로 없었잖아.”“아빠, 북당은 실제로 존재해요. 비록 다른 세상이긴 하지만 시공간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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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세 분은 제 선배님으로 말발굽 금도 다 저분들 겁니다.”“오, 이런! 제가 몰라뵀습니다!” 우 회장이 두 눈을 번뜩이며 얼른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러자 셋이 미소를 지었는데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대문을 열고 우 회장은 그들을 안으로 데려갔다.대저택은 밖에서 보기엔 유럽식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식 인테리어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정원이 보였는데 정문 맞은 편에 있는 가림벽은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밖에서는 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림벽은 금칠한 바탕에 붉은 용이 휘감아 돌며 구름과 안개를 몰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북당에서 이런 밝은 황금색과 붉은 용은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 백성들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세 노인도 이미 잘 알고 있어 놀라지는 않았다. 삼엄한 계급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조각 기술을 칭찬하고 나니 딱히 뭔가 느껴지는 건 없었다.가림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익숙한 설계 방식의 정원으로 가림벽 바로 뒤가 마당이였다. 마당으로 들어가면 본관, 본관 밖 동서 양쪽은 복도로 양쪽 어느 쪽에서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이런 인테리어 설계에 삼대 거두는 마치 북당으로 돌아온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다섯 사람이 우 회장을 따라 본관으로 들어서자 본관 배치도 북당과 같았다. 정좌의 맨 위 상석은 태사의고 좌우 양쪽 의자는 손님용이었다.좌우 상석 태사의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왼쪽 사람이 보기에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게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오른쪽 사람은 얼굴에서 붉은빛이 났고, 눈 밑에 주름과 백발을 제외하면 사실 그다지 노쇠해 보이지는 않았다.삼대 거두는 두 사람 중 특히 오른쪽 사람을 보고 약간 놀랐으나, 다행히 실례를 범할 정도는 아니었다.우 회장이 오른쪽 노인을 삼대 거두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이분께서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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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8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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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127화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 명의 왕비   제3126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 명의 왕비   제3125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 명의 왕비   제3124화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 명의 왕비   제3123화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

  • 명의 왕비   제3122화

    한 마을 주민이 눈물을 닦으며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원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오. 조정은 우리를 모조리 죽이길 바라오. 우리가 죽어야 조정은, 이 약도성을 완전히 삼킬 수 있소.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소.”택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여기에 왔잖냐! 빨리 계속 파시게!”주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물었다.“웬 꼬마가, 넌 누구냐?”택란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어둠 속이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다들 의아해했다.“약도성의 성주, 우문택란이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산사태가 난 지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작은 몸집이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작아 보였다.황실의 공주라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공주가 이런 곳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저택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어야 할 존재다.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접근한 곳의 흙을 한 겹씩 옮겨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구조 요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 급히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약도성의 지진은 강북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낡은 집도 무너졌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약도성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위왕과 안왕은 신속히 구조 병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택란이 약도성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 여태껏 택란이 스승과 함께 떠났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네 오빠들은 바로 병사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향했다. 지진 발생 12 시진 후 약도성에는 8천 명 이상의 병사가 합류했다.약도성의 백성은 조정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정이 약도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과거에도 가뭄, 메뚜기 떼, 산사태 등의 재난이 일어났지만, 북막조정은 몇 포대의 쌀만 보내며 형식적인 구조를 했을 뿐이다.약도성

  • 명의 왕비   제3121화

    지진이 발생하기 전, 호명과 주 아가씨는 약도성 중심부에서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새벽녘은 사람들이 가장 피곤할 시간이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성들은 분노했다. 그중 한 집안은 도축업을 하는 홀아비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벽 무렵에야 돼지를 잡고 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데다 아이까지 깨우니,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옆집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 저들을 쫓아내면 다시 잘 수 있다고 부추겼다.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상황이라 아들을 방으로 데려다 놓고, 즉시 칼을 들고 나가 주 아가씨와 맞섰다.그가 칼을 휘두르며 집안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지진이 발생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먼지가 자욱했고,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옆집 역시 무너졌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집 처마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깔려 있었다.“아들! 아들아!”홀아비는 그제야 안으로 데려다 놓았던 아들을 떠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겨우 세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그는 미친 듯이 벽돌과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서둘러 도왔다.지진은 단 몇 초 만에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무너진 집에 깔린 백성들이 매우 많았다. 약도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조정과 맞서던 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홀아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들 함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 아가씨의 손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흙벽을 밀어내고 벽돌을 옮겼다.반 시진 후, 주 아가씨가 마침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다리를 크게 다쳐 엉엉 울고 있었다. 홀아

  • 명의 왕비   제3120화

    “그럼... 호명, 가십시다!”주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택란의 말을 믿었다.호명도 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지진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들을 귀찮게 한 정도로 끝날 테지만, 정말 지진이 발생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게다가 약도성의 백성들은 조정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더 미움을 사도 중요하지 않다.일행은 즉시 돌아가 병사들을 소집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백성에게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백성은 역시나 원치 않았다.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주가 단호하게 명령한 일이었기에, 백성들은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그러나 문제는 강제로 밖으로 끌어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떠난 후 많은 백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게다가 일부 폭도들은 이를 계기로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며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다.부분 병사가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마을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조정을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고 여인도 적은 곳이라, 이곳 남자들은 혼사도 치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었고, 금나라의 선동이 더해져 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이 몇몇 마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병사들이 징과 북을 울리며 백성을 깨우자, 폭도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0여 명의 병사들이 이들에게 압도당해 심하게 얻어맞았다.결국 병사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약도성에서 대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 만 명 정도였다. 대부분 병사가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조정이 백성을 괴롭힌다고 욕하며 약도성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에 주 아가씨가 분노를 참지 못해 말했다.“성주께 말씀드려서 집을 전부 불태워버리자고 해야겠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호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119화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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