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계란이가 뒤집기를 했어!계란이는 우문호 껌딱지로 저녁에 우문호가 와서 같이 놀아주고 안고 있어 주어야 잠이 들었다.우문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는 제 아무리 편애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해도 결국 아주 조금 마음이 더 가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쩌면 떡들과 쌍둥이가 다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처음부터 떡들과 쌍둥이는 우문호에게 달라붙어 기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어쨌든 딸에게 더 마음 약한 우문호였다.그래도 겉으로 행동할 때는 절대 편애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떡들과 쌍둥이도 똑같이 예뻐해 주고, 밤마다 시간을 내서 함께 있었다. 아이들은 자라나는 매 순간 부모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원 선생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집으로 돌아오니 홍엽이와 훼천이 와 있었다.훼천과 홍엽이는 이제 완전 친구가 된 게, 어쩌면 둘 다 늑대골 출신이란 공통의 화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태자 전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훼천은 말을 돌려 하는 법이 없어 언제나 단도직입적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요아(요 부인)가 태자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혼사를 좀 미뤘으면 해서요. 태자미 마마 귀환 일정을 좀 당겨주실 수 있는지 서신 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혼기가 일찌감치 정해진 거라 날짜를 바꾸는 건 불길합니다!”“불길하다?” 우문호가 훼천을 흘겨보았다. “설마.. 그걸 믿나?”“혼인은 인륜지대사인데 당연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천천히 건너야죠.” 훼천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단번에 훼천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뭐가 그리 급해? 삼 년을 더 기다려도 어차피 자네 사람인데. 어디 도망 안 가.”훼천이 마음이 급해서, “삼 년이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말은 태자비 마마께서 3년 후에 돌아오신다는 말씀입니까?”우문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 원 선생은 2달 5일 후에 돌아올 거야.”훼천이 거의 싸울 듯이 흥분해 있었다. “ 두 달이요? 저희
홍엽이 안고 있던 아이를 빼앗기자 씩씩거렸다. “와,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은 생전 처음 봅니다!”“능력 있음 너도 낳던가!” 우문호가 화가 나서 말했다.“제가 굳이 낳을 필요 있나요, 수양딸이 있는데. 잘 보세요. 눈매가 누구를 더 닮았는지!” 홍엽이의 이 한마디가 우문호 가슴속 상처를 마구 후벼팠다.계란이는 원 선생을 닮았는데 확실히 홍엽의 얼굴 윤곽이 원 선생과 닮았다. 즉, 계란이가 홍엽과 약간 닮았다는 소리다.비록 아주 약간이지만 우문호는 불편했다. ‘내 딸이 왜 홍엽이 같은 걸 닮아?’다행히 계란이의 초롱초롱한 눈은 우문호를 더 닮았다.“가. 다시는 오지 마!” 우문호가 홍엽을 쫓아냈다.그러자 홍엽이 벌떡 일어나 희상궁에게 물었다. “젖 먹을 때가 됐지 아마? 어서 안고 가서 젖 먹이게. 우리 수양딸 배고프면 안 되니까!”우문호와 홍엽이 이런 만담이 주고받은 지 하루 이틀이 아니라 희상궁도 이미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젖 먹을 때가 됐어요. 전하, 군주 이리 주세요!”우문호는 좀 더 안고 있고 싶지만, 아이를 배고프게 할 수 없으니 희상궁 손에 넘겨 주었다. “그래, 그만 데리고 가게!”희상궁이 아이를 안고 나가자 우문호가 문득 홍엽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다른 중요한 일도 없으면서 왜 왔어?”“우리 수양딸 보는 게 중요한 일이죠!” 홍엽이 당당하게 말하자 우문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 돼, 넌 특히 출장을 보내야겠어. 지금 너무 한가해.”전에 홍엽에게 일을 준 적이 있지만 사나흘 뭉개더니 결국 아예 안 했다. 홍엽은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게 익숙해 나라에 매여있는 관리는 못 하겠다고 했다.우문호는 냉정언을 찾아가 홍엽에게 어떤 일을 시키는 게 좋을지 상의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태자 전하....” 훼천이 꿋꿋하게 쫓아와서 애원했다.우문호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답답한듯 물었다. “훼천, 한 달도 더 못 기다려?”“혼례를 미루는 게 불길하다니까요!”“그냥 합방을 빨리하고 싶은 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밥을 먹으며 태상황이 원 교수에게 물었다. “사위 우문호는 마음에 듭니까?”원 교수가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물론이죠! 아주 만족스럽습니다.”그러자 소요공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 만나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마음에 들죠?”태상황이 소요공에게 눈을 흘겼다. “여기에 안 왔었다고? 그때 출장을 다녀왔다며 우리에게 담배와 술을 가져왔을 때, 기억 안 나나?”소요공이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맞장구 쳤다. “맞네요, 태자 전하께서 오셨었군요? 전 모르고 태자 전하께 처가에 한 번 다녀오시라고 하려고 했었네요.”원경주가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걸 이제서야 아셨습니까? 벽에 사진이 걸려 있는 것도 못 보셨나요?”원경주가 가리키는 곳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삼대 거두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정말이네! 소요공이 무안해져서 말했다. “이런 옷을 입고 있는데 누가 알아봅니까? 전혀 모르겠군요.”사실 이 거실에 소요공은 지금까지 딱 3번 왔다. 퇴원해서 돌아온 날 밥 먹으러, 두번째날에 아침 먹으러, 그리고 여행 출발 전에 한 번 더. ‘그때는 다른 생각들로 정신이 사나웠는데 여기저기 둘러볼 여유가 어디 있기나 했나? 그리고 이 사람이 태자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하지만 그와 달리 태상황은 영화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뒤로 이미 어렴풋이 알아차리고 있었다.밥을 다 먹고 원 교수는 태상황과 두 사람의 결혼식을 상의했다.“비록 딸이 시집간 지 오래되었고 애도 여럿 낳았지만, 혼례에 저희가 참석 못 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됩니다. 그래서 말이죠, 우리가 걔들에게 결혼식을 한 번 더 치러주고 싶어요. 경호가 열린 뒤에도 세 분께서는 일단 돌아가지 마시고, 태자 전하께서 이쪽으로 건너와서 혼례를 치른 뒤 같이 돌아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태상황은 다시 혼례를 치른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여행 갈 때 원경릉이 계속 언급한 게 여기도 신혼여행을 왔고, 저기도 신혼여행을 왔다고 했
원경릉이 당황하며 태상황을 바라봤다. 그녀는 태상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원경릉이 조용히 말했다. “좋아요. 그때 가서 우리 신중하게 논의할까요?”태상황이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돈이 부족한 게 아니니 반드시 혼례를 제대로 치러야 해!”주 재상이 다가와 옆에 앉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비 마마, 제가 상의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말씀하세요!” 원경릉이 몸을 돌려 주 재상을 보고 말했다.“여기에 노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있습니까? 제가 여기서 좀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요.”“학교에 가시게요?” 원경릉이 살짝 놀라서 물었다. “뭘 배우고 싶으신 건가요?”“당장 뭘 배워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어렵게 얻은 기회고, 여기는 배울 게 곳곳에 널려 있어서 뭐든 조금이라도 더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그럼, 이번에 어떤 게 가장 흥미로우셨나요?” 원경릉이 관심 있는 듯 묻자 주 재상이 방긋 웃었다. “솔직히 다 흥미로웠어요. 여기는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도 다 배우고 싶을 정도로 신기하니깐요.”원경릉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남은 시간이 고작 2개월 뿐인데, 그동안 뭘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일단 배우기 시작하면 나가서 놀 수 없다는 의미인데 태상황과 소요공이 정말 그러자고 할까?역시나 소요공이 바로 물었다. “넌 나가서 안 놀 거야?”주 재상이 순간 남간한지 당황했다. “그게…. 나가고 싶기도 하고...”원경주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거 역시 간단하지 않겠는데요? 전에 천문지식에 굉장히 흥미를 느끼지 않으셨나요? 동생에게 다니며 가르치게 하시죠. 태상황 폐하와 소요공께서도 이거에 관심이 있으신데.”소요공이 말했다. “그거 이미 얘기했는데, 우리 은하수도 다 알아!”원경주가 의자를 가져와서 어르신들께 설명했다. “동생은 전체적인 개요만 얘기한 거고요, 천문 우주에 대한 지식은 3개월은 말할 것도 없고 3년을 해도 다 못 배워요. 예를 들어 목성 아실 거예요, 그럼 목성이 가스로 된
우 회장은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착실한 사람으로 말발굽 금에 115억이나 낸다고 했으나 95억만 받겠다고 했다. 그들이 보물을 다 내놓는다해도 터무니없이 큰돈을 요구할 리는 없었다.말발굽 금에 대해 살펴본 결과 바닥에 북당 내탕고 주조라고 적혀 있는 것이, 그가 아는 북당은 주나라 왕조 시기의 서북 소수민족 주목왕 때로, 기록된 바에 의하면, 하권 ‘주목왕팔년춘, 북당래빈, 헌일준마, 시생빈이’라는 구절에 나오는 북당으로, 그 북당은 일개 소수민족 부족으로 이런 말발굽 금을 주조할 만큼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우 회장은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다는 걸 확신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주 짧은 왕조나 문명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흥분돼서 어쩔 줄 몰라했다.우 회장은 직접 노 수집가를 찾아갔다. 노 수집가는 상당히 대단한 사람으로 고금해 통달해서 한 눈에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건 물론이고, 핵심은 이 수집가가 말발굽 금으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란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는 것이며, 말발굽 금 아래 조각된 글자도 북당 내무부 주조라고 들었다. 직접 본 게 아니고 전에 업계 사람에게 어깨너머로 들은 거라 우 회장도 정확히는 몰랐다.“삼 선생님, 이거 좀 보세요. 제가 최근 모은 말발굽 금인데 아래쪽 글자 좀 보시라니까요!” 우 회장은 말발굽 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못 참겠는지 서재 벽에 걸려 있는 고서화를 보며 침을 다셨다. 한 뼘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말은 이 방에 있어서는 과장이 아니었다.테이블 뒤에 앉은 삼 선생님은 홍안백발의 노인이었다. 우 회장은 볼 때마다 삼 선생님이 일부러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해서 늙어 보이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얼굴이 자기보다 더 젊어 보였기 때문이었다.삼 선생님은 말발굽 금을 뒤집어서 아래 써 있는 글씨가 ‘북당 내무부 주조’라는 것을 보고 살짝 동요했다. “어디서 난 거지?”“어느 의사분이 가지고 있던 건데, 상대가 금 하나에 95억이나 요구했어요!”
우 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시잖아요, 우리 골동품 수집가들이 모르면 몰랐지, 좋은 걸 보고 나서 어떻게 단념합니까? 담뱃대가 있는데 조각이 아주 세밀하고 아름다운 게 그렇게 좋은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때 억지로라도 팔라고 못 한 게 아쉽습니다.”이 말을 하면서도 그렇게 좋은 물건을 자기 수중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미련이 남았다.그래서 삼 선생님 댁을 나오면서 바로 원 교수에게 전화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 좀 하자고 했다.원 교수는 말발굽 금값을 비싸게 쳐 받았으나, 북당이 지금 역사에는 실존하지 않는 국가라는 사실에 줄곧 불안불안했다. 그런데 우 회장이 만나서 말발굽 금에 관해 얘기하자니까, 상대가 산 걸 후회하는구나 싶어 얼마를 모아서 돌려줘야 하는지 계산했다.그 돈은 집 사는 데만 쓰였고, 원경주의 차는 자기 돈으로 샀다. 경릉이는 금값으로 사라고 했지만, 원경주가 부득부득 자기 돈으로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집값만 모으면 우 회장에게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 집값으로 쓴 돈은 19억 정도였다.하지만 저축한 돈을 다 합쳐도 4~5억 정도 뿐이라 근심에 빠졌다.원 교수는 우 회장에게 날짜를 연기해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갚겠다고 할 생각을 했다.방향이 서자 원 교수는 원경릉에게 우 회장의 초대 얘기를 하고 같이 가자고 했다. 말발굽 금에 대해 자기보다는 원경릉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원 교수는 이번 일은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건을 팔 때도 우 회장을 속인 일이 없고 가격도 우 회장 본인이 제시했다. 따라서 우 회장이 자신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 서서 원경릉을 불러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원경릉은 아빠가 고민하는 내용을 알아 차리고 웃으며 위로했다. “우 회장님은 후회돼서 물리시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더러 오라는 건 우리 손에 있는 다른 물건을 더 팔라는 게 틀림없을걸요.”“하지만 북당이란 왕조가 실지로 없었잖아.”“아빠, 북당은 실제로 존재해요. 비록 다른 세상이긴 하지만 시공간과 시
원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세 분은 제 선배님으로 말발굽 금도 다 저분들 겁니다.”“오, 이런! 제가 몰라뵀습니다!” 우 회장이 두 눈을 번뜩이며 얼른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러자 셋이 미소를 지었는데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대문을 열고 우 회장은 그들을 안으로 데려갔다.대저택은 밖에서 보기엔 유럽식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중국식 인테리어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을 들어서니 바로 정원이 보였는데 정문 맞은 편에 있는 가림벽은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밖에서는 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림벽은 금칠한 바탕에 붉은 용이 휘감아 돌며 구름과 안개를 몰고 있는 모습이 지극히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북당에서 이런 밝은 황금색과 붉은 용은 황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반 백성들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세 노인도 이미 잘 알고 있어 놀라지는 않았다. 삼엄한 계급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조각 기술을 칭찬하고 나니 딱히 뭔가 느껴지는 건 없었다.가림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익숙한 설계 방식의 정원으로 가림벽 바로 뒤가 마당이였다. 마당으로 들어가면 본관, 본관 밖 동서 양쪽은 복도로 양쪽 어느 쪽에서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이런 인테리어 설계에 삼대 거두는 마치 북당으로 돌아온 것 같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다섯 사람이 우 회장을 따라 본관으로 들어서자 본관 배치도 북당과 같았다. 정좌의 맨 위 상석은 태사의고 좌우 양쪽 의자는 손님용이었다.좌우 상석 태사의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왼쪽 사람이 보기에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이는 게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다. 오른쪽 사람은 얼굴에서 붉은빛이 났고, 눈 밑에 주름과 백발을 제외하면 사실 그다지 노쇠해 보이지는 않았다.삼대 거두는 두 사람 중 특히 오른쪽 사람을 보고 약간 놀랐으나, 다행히 실례를 범할 정도는 아니었다.우 회장이 오른쪽 노인을 삼대 거두에게 소개 시켜 주었다. “이분께서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
다른 사람이었다면 태상황은 담뱃대를 꺼내지 않았겠지만, 눈앞에 두 사람은 너무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으로는 경외감이 들어 태상황은 기꺼이 담뱃대를 내놨다.금룡 담뱃대가 삼 선생 앞에 놓이자 삼 선생은 보지 않고 우선 두 손으로 큰 선생님께 주었다. 큰 선생님은 받아 들고 자세히 보더니 삼 선생께 다시 전달해 주었다.삼 선생이 담뱃대를 받고 담뱃대에 새겨진 붉은 용을 보고 용 머리의 수염을 세 본 뒤 살짝 동요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태상황에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주 재상이 얼른 무례하다고 꾸짖으려 했으나 삼 선생의 눈빛을 본 순간 무례하다는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태상황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삼 선생님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문호?”그러자 태상황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눈동자도 굴리지 않고 삼 선생님을 보며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마침내 벌어지고만 것이다. 막장 아침 드라마가 뇌리를 스쳤다.잠시 후 태상황이 벌게진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너…. 혹시 과인의 동생이냐?”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아바마마는 밖에서 여자 여럿을 데리고 놀다가 아들을 낳았는데 집에 감히 데리고 들어오지는 못하고 몰래 밖에 숨겨두었고, 그 아들은 어쩌다 이 시대로 오게 되었는데…. 이 이야기가 아니면 아바마마와 이렇게 닮은 것과 자신의 이름을 아는 걸 설명할 길이 없었다.아침드라마 같은 무구한 상상 끝에 이젠 배다른 동생이 있다고 인정해야 하는지 태상황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이때 금룡 담뱃대가 공중으로 날아갔고, 삼 선생님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무엄하다!”소요공이 한 손으로 담뱃대를 받아 쥐고는 크게 노했다. “무엄하다!”그리고 곧 무시무시한 기세로 태상황 앞을 가로막아 서며 태상황을 단단히 보호했다.그 자리의 우 회장과 원경릉 부자는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래?’큰 선생님이 일어나 우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