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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00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황귀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아픈 거 겁 안 나, 아픈 건 겁 안 나......”

원경릉이 얼른 장소를 소독하고 노비에게 겁내지 말고 여기 남아서 자신을 도우라고 했다. 전에 회왕이 병에 걸렸을 때 노비도 계속 침대 맡에서 간병을 해서 병자를 돌보는 것에 충분히 참을성과 강인함을 가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노비만 남으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경귀비까지 전부 나가라고 했다.

밖에서 명원제와 호비가 개복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져 호비가 뛰어들어 와서 돕겠다고 했다. 첨에 원경릉은 안된다고 했지만 호비가 황귀비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지 알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테니 차라리 도우라고 했다.

득익태감이 이 참에 우문호와 장문전에서 탐문을 시작했는데 우문호도 조용히 목여태감을 제치고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황귀비 마마께 내리신 탕은 누가 담당합니까?”

목여태감이 이 말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탕이요? 폐하께서는 황귀비 마마께 탕을 내리신 적이 없습니다.”

“없다고?” 우문호가 눈을 치켜떴다. ‘그렇다는 건 누가 중간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건데, 누가 이렇게 간덩이가 큰 짓을 감히. 아바마마의 이름을 사칭해 황귀비 마마께 탕을 보내다니?’

그건 탕이 아니라 몸을 차게 반드는 독임이 분명했다.

우문호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너는 바로 채명전에 가서 조사해 호비 마마의 음식을 누가 담당했는지 살펴보거라.”

목여태감이 말했다. “그건 조사할 필요 없습니다. 호비 마마 쪽은 원래 옥상궁이 담당했고 후에 옥상궁이 궁에서 쫓겨난 뒤로는 남상궁이 담당했습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 마마의 시중을 들던 자로 나중에 황후 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신 후 곁에서 시중 들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필요없다며 폐하께서 남상궁을 보시고 차분하니 채명으로 가서 호비 마마의 시중을 들게 하셨습니다.”

“가서 구사에게 자네들 태감과 같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해. 호비 마마와 황귀비 마마의 음식에 비슷한 게 뭐가 있었는지.” 우문호가 명을 내렸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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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01화

    한편, 황귀비와 호비궁은 음식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조부가 사건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호비 일은 지나갔지만 황귀비는 아직이었고, 마침 황귀비가 어젯밤 탕을 마셨기 때문에 어제 탕을 끓인 사람을 잡아내 조사하면 되는 것으로 탕에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일목요연했다.가지를 따라가 몸통을 잡아내니 역시나 남상궁이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의 시중을 들던 자로 구사는 황후에게 조사가 미칠 것으로 생각했으나 몇 번 다그쳐 물으니 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남상궁이 진비가 지시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그러고는 울부짖어댔다. “진비 마마께서 쇤네에게 호비 마마의 탕과 음식에 동규엽을 넣으라고 시키셨지만 쇤네는 고작 2번만 했고, 전에는 전부 옥상궁이 넣었습니다. 옥상궁이 진비 마마께 수천냥 은자를 받고 탕에 동규엽을 한 달 넘게 넣어서 마마께서 유산을 하시게 된 겁니다. 쇤네와는 상관없어요. 쇤네가 마지막 2번을 안 했어도 마마께서는 유산하셨을 겁니다.”옥상궁은 원래 호비 친정에서 보낸 사람으로 진비를 도와 호비를 죽이려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뒤통수를 이렇게 칠 수가 없었다. 구사가 남상궁을 우문호 앞에 끌고가 말했다. “자백했습니다. 진비 마마의 지시라고 하는 군요.”우문혼는 바로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놀라서 이 두 번의 일이 누군가의 고의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진비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곧 불같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진비를 어서방으로 들라하라!”진비는 장문전에서 황귀비가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소식에 자지도 못하고 계속 장문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에 진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황제가 진비를 부른다는 소식이었다.진비는 순간 당황하다가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목여태감을 따라 어서방으로 갔다.우문호는 계속 어서방에서 명원제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우문호는 명원제가 이렇게 진노한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 명의 왕비   제 2702화

    하지만 단지 후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명원제가 참견하기도 그렇고 추측만 가지고 진비를 추궁할 수도 없었다.진비가 울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황귀비가 바보예요. 전 원래.... 해치고 싶지 않았다고요. 황귀비가 폐하를 노하게 했으니 폐하 이름으로 탕을 보내면 당연히 마실 리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안 마셨으면 그럼 저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제가 손은 썼지만 피할 팔자였네 하고요. 안 그래요? 전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저 혼자만 이렇게 비참하게 살 수는 없잖아요. 폐하께서 전에 저를 보러 오셨을 때, 저와 조금만 더 계셨으면 저도 황귀비에게 손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전 희망이 없었어요. 폐하께서 절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제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았죠......”진비는 흉하게 울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어 흐르고 부숭부숭 부어오른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아 기미와 반점이 점점이 드러났다. 눈밑은 퍼렇게 부어올라서 눈과 코엔 붉은 흙빛이 맴돌았다. 백발이 상당히 섞인 머리채가 풀어져 딱 봐도 만년의 늙은 부인 그 자체다. 명원제는 진비를 보고 분노도 일었지만 비통했다. 이 여인은 자신을 30년 이상 따르며 자신을 위해 장자를 낳아주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 이런 꼴로 된걸까?명원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비와 우문군 모자가 제멋대로 굴도록 눈감아 준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비극을 키웠고 무고한 자를 해쳤다. 우문군 한 사람에서 진비와 외척 전부가 잔인하고 악랄해졌다.그리고 그제서서야 명원제는 황제된 자가 한 명의 황자를 지나치게 편애해서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떻게 화근이 되는지 아주 온 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명원제는 무의식 중에 태상황과 안풍친왕의 방식은 사실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너무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명원제는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옳았다.이번 일은 원래라면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호비의 뱃속에서 죽은 태아, 그리고 황귀비와 뱃속의 아이도 지금 생사

  • 명의 왕비   제 2703화

    명원제는 상처받고 지친 마음으로 우문호와 다시 장문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진비의 수법은 조금도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비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한스러웠다.명원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진비를 무시해 왔다는 것을 말이다.그렇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방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안에서도 쥐죽은 듯 아무런 기척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명원제와 우문호는 안에서 생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구사는 아직 조사 중으로 비록 진비가 이미 자백했다고는 하나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는지 진비가 누구를 매수했는지 분명하게 조사해야 했다.황후와 적귀비가 사람을 보내 상태를 물어보는데 장문전이 평소엔 쓸쓸하기 그지 없는 곳이지만 오늘밤은 오히려 불빛이 환했다.원경릉은 황귀비에게 반신마취를 해서 정신은 깨어있고 통각만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황귀비가 긴장해서 계속 고개를 들어 내려다 보려고 하는 것을 호비와 노비가 머리를 눌러서 황귀비를 지키고 있었다.수술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고 신생아를 꺼내니 여자 아이로 힘은 있어 보였다. 얼굴과 몸이 다 파랗게 질린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산소 결핍을 일으켰을 것이다. “황귀비 마마, 공주님이십니다. 이제 다 괜찮습니다!” 원경릉이 아이를 안고 황귀비에게 보여주는데 황귀비가 한없이 아이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자리에 있던 호비와 노비 및 산파도 모두 안도했다. “다행이다. 살았어.”원경릉은 바로 신생아에게 산소를 흡입하게 했다. 호비가 신생아를 깨끗하게 닦아 속싸개로 싸서 포대기로 감쌌다.봉합하는데 원경릉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본인도 아이를 가지고 있어 배가 남산만한 상태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땀을 비오듯 흘려 몸이 끈적거리는 게 너무

  • 명의 왕비   제 2704화

    명원제가 들어가겠다는 말에 황귀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명원제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대 앞에 서자, 아무도 말을 못했고 공기는 온통 침묵으로 가득찼다.명원제는 황귀비와 곁에 뉜 작은 여자 아이를 보고 또 봤다. 신생아의 얼굴에 씌어진 것을 보고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원경릉에게 이게 대체 무엇인지 눈으로 물어봤다.원경릉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산으로 산소 결핍 상황이라, 긴급한 산소 흡입이 필요합니다.”명원제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조산이란 두 글자는 알아 들었고 공주가 아직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노비가 말했다. “폐하 우선 돌아가서 쉬시지요. 신첩과 호비가 곁에서 황귀비 마마를 지키겠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물었다. “황귀비의 상태는 어떤가?”“아직 마취가 깨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취가 깨면 의식이 들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실은 황귀비는 지금 깨어있지만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이 상황에 황제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경릉은 황귀비와 말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짐은 여기서 황귀비를 지키겠네!” 명원제가 말했다.“아바마마 아무래도 일단 돌아가시지요. 황귀비 마마께서는 그렇게 빨리 깨지 못하십니다.” 원경릉이 말했다.명원제가 가지 않자 침전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황귀비는 그저 눈을 감고 명원제를 피하려 했던 것인데 눈을 감으니 진짜 탈진 상태가 되었다. 밤새 진통을 겪고 비록 지금 아프지 않아도 이미 힘이 하나도 없어서 눈을 감자 다시 눈꺼풀을 들 힘이 없었다.원경릉은 잠시 숨을 돌린 뒤 황귀비에게 진통제 펌프를 달 준비를 했다.서둘러 진통제를 달아주고 나자 원경릉도 거의 탈진했다. 우문호도 밖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며 궁을 떠나지 않았고, 건곤전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어의에게 돌아가며 당직을 서게 했다.사실 날이 곧 밝으려는 참이었다. 우문호는 이렇게 밤을 샐 수 있지만 원경릉은 그러면 안된다. 원경릉은 너무 지친 나머지 꼼짝도 할 수 없어서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 명의 왕비   제 2705화

    원경릉도 잠이 오지 않아서 장문전에 가 아가 공주님과 황귀비를 지켰다. 황귀비는 마취가 이미 풀려 진통제가 담긴 수액을 맞고 쓰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 보였다.원경릉은 황귀비의 수액에 소염제를 넣었다. 아기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아직 혼자 젖을 빨 수가 없으므로 솜에 적셔 한 방울씩 입에 넣어주었다. 아기는 살기 위해 말 그대로 젖 먹는 힘을 다 하고 있었다. 조산 가능성이 컸지만 아기의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산소 흡입 후 상태가 많이 좋아져 한두 번 울기까지 했다.호비와 경귀비, 노비 모두 장문전 내전을, 명원제는 외전을 지키고 있었다. 명원제가 안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황귀비의 고통을 차마 보기기 힘들고, 황귀비도 불편해 해서 명원제는 아예 밖에 나와 지키고 있기로 했다.황후와 적귀비도 와서 황제와 황후, 비빈 모두가 황귀비를 지키고 있으니, 본인도 심지를 굳게 다져 고통을 이겨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젖 먹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 되는 자기가 젖 먹던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호비는 황귀비가 점점 덜 아파하는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여 조용히 내전을 나가 명원제와 함께 앉았다.한참 명원제를 바라보던 호비는 그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폐하, 후궁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매들 간에 우정은 여전해요.”“짐이 제대로 한 게 없다!” 명원제는 호비의 손을 바라봤다. 호비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난 뒤로 처음 스스로 명원제의 손을 잡은 것이다.“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신첩은 압니다. 폐하께서 줄곧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요.” 호비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번졌다.명원제는 아무 말 없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진비에 대해서는......” 호비의 눈에 한 줄기 찬기가 스쳐 지나갔다. “죽이세요!”명원제가 호비를 보고는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3~4일이 지나자 황귀비와 아기 공주님의 상태가 나아졌다. 황귀비는 바닥에 내려 설 수

  • 명의 왕비   제 2706화

    명원제가 의심한채 원경릉에게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더냐?”“진심입니다.” 원경릉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예를 취하며 말했다. “지난날은 전부 제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제게 베풀어 주신 관용과 아끼고 불쌍히 여겨 주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누구에게 불공평하다느니 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아바마마께 받은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아바마마는 좋으세요. 정말 좋으세요!”명원제의 얼굴에 끼어 있던 근심이 확 풀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짐이 참 기쁘구나.”원경릉은 진심이었다. 지난 일을 떠올려 봐도 아바마마께서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다. 태상황 폐하한테는 대들긴 했지만, 별로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결과가 커졌을 뿐이였다.그리고 한 나라 황제의 잘잘못을 원경릉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아바마마는 위대한 성군은 아닐지 몰라도 절대 무능한 왕은 아니다.원경릉은 궁을 나서고 병원에 들러 태상황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하지만 황귀비가 딸을 낳은 다음 날, 명원제가 소식을 알려서 태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구사의 조사 결과 진비 마마가 한 일로, 달갑지 않은 나머지 심리상태가 왜곡 되셨나 봅니다.” 원경릉은 최대한 가볍게 얘기했다. 그 일에 대해 더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떠들지 않고 냉궁에 가둬두었다가 경사가 끝난 뒤 처결하시려는 것이다.태상황이 말했다. “후궁에 추악한 사건 하나 없는 왕조가 어디 있겠나? 과인이 사람을 보내 달래야겠어. 너무 이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처결하면 그뿐이야. 옛정에 얽매일 필요 없는 게 그것이 사람 목숨 빼앗을 때 옛정 따위 없었잖아. 어떨 땐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하는 법이지. 안 그러면 또 화근이 되고 말아. 아이고, 과인도 잘 알지, 황제가 힘들다는 걸. 과인이 황제를 옭아매고 너무 큰 압박을 줬거든. 사실 상당 부분 과인의 책임이지. 그래서 지금 과인이 상관하지 않는 거고, 알려줘야 할 건 알려 줬으니

  • 명의 왕비   제 2707화

    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갑자기 미심쩍다는 듯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 폐하께서 좀 이상해, 날 주둥이 동생이라고 부른다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주둥이가 북당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원경릉이 난감해져서 답했다. “태상황 폐하께서 정말 주둥이 동생이라고 부르신다고요?”할머니가 말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나이만 놓고 따지면 동생이란 말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주둥이가 대체 뭐더냐?”원경릉이 쭈뼛거리며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졌다. “어쩐지 그런 거였군. 그래도 진짜 너무 곤혹스럽네, 주둥이라니 듣기 너무 거북하다.”“하하. 영어 이름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세요. 주디(Juddy)요!”할머니가 웃으며 원경릉의 어깨를 찰싹 때리더니 말했다. “ 요 녀석 간 큰 것 좀 봐. 감히 할머니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쳐?”원경릉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잘못했어요.”할머니와 손녀가 알콩달콩 웃고 떠들었다. 할머니가 원경릉의 배에 쓸어주었다. “이제 이 아이도 태어나겠구나. 공주님이어서 태자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배 속에 아이는 알았다는 듯 움찔움찔 하는 게 마치 할머니의 손바닥에 하이 파이브 하는 것 같았다.할머니가 신기해했다. “진짜 공주님일지도 모르겠네!”우문호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매일 집에 돌아오면 먼저 사탕이부터 보고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매일 유모는 사탕이를 안고 작은 방에 있다가 우문호가 오면 안아 보도록 해야 했다.우문호는 늘 서일이 무슨 복을 받아서 노력도 안 하고 저렇게 쉽게 딸을 얻을 수가 있냐며 부러워 죽으려고 했다.원경릉은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들 귀한 줄을 몰라? 다 자기가 낳은 자식인데 똑같아야 맞는 거잖아.”우문호가 한숨을 쉬었다. “큰 소리로 얘기하지 마, 애들이 다 듣겠어.”“자기가 그랬잖아. 앞으로 편애하지 않겠다고.”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좋은 말로 경고하자 그녀가 원경릉을 끌어안았다. “편애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분명 편애는

  • 명의 왕비   제 2708화

    “이거 낳기 직전인 것 같은데. 미색아, 진통이 자주 오더냐?” 할머니가 물었다.미색이 침대에 누워 손에 달걀부침을 말아 입에 넣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전과 똑같은데요. 약간 무엇인가 빠질 것 같이 아파요.”“그럼, 진통은?” 할머니가 물었다.미색이 달걀부침을 꿀꺽 삼켰다. “진통이요? 진통이 어떤 거예요? 아픈 건가요? 아주 아프진 않은데. 약간 올라갔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이에요.”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미색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계속 달걀부침을 먹는데, 하나 먹고 나면 다음 걸 또 집어서 먹는 게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산파와 할머니 말에 따르면 지금은 진통이 빈번하게 올 때고 초산이기 때문이라 했다. 할머니는 아이를 낳을 때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을 여럿 봤지만 미색처럼 이렇게 담담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올라갔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 말고 또 어떤 느낌이 있더냐?”미색이 착실하게 대답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할머니가 순간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가지 마, 가면 안 돼, 어서 누워!”“하지만 가고 싶은데요.. 진짜 못 참겠어요.” 미색은 곤혹스러워해 보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많이 먹는 게 아니었다며 후회했다. 산파가 많이 먹어서 힘을 비축해 둬야 밤에 애 낳을 때 힘을 쓸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노비가 얼른 사람을 시켜 변기를 가져와 병풍 뒤에 두라고 하자 산파가 답했다. “아직 손가락 10개만큼 벌어지지 않았지만 열리는 게 빨라서 한 시진 안에는 낳으실 겁니다. 왕비 마마 가려면 어서 다녀오세요.”“그래!” 미색이 얼른 이불을 젖히고 내려서자 산파가 부축하려 하니 산파의 손을 뿌리치며, “됐어, 화장실 가는 건데 나 혼자 갈 수 있어.”회왕이 어쩔 줄 몰라하며 걱정되어 물었다. “배 아픈 거 아냐?”“그렇게 안 아파요!” 미색은 거친 풍파를 거쳐온 사람인데,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하는 느낌 정도가 뭐가 대수겠나!“그래도 역시 조심해야지. 태자비도 두 번째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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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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