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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00화

Author: 유애
황귀비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아픈 거 겁 안 나, 아픈 건 겁 안 나......”

원경릉이 얼른 장소를 소독하고 노비에게 겁내지 말고 여기 남아서 자신을 도우라고 했다. 전에 회왕이 병에 걸렸을 때 노비도 계속 침대 맡에서 간병을 해서 병자를 돌보는 것에 충분히 참을성과 강인함을 가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노비만 남으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경귀비까지 전부 나가라고 했다.

밖에서 명원제와 호비가 개복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져 호비가 뛰어들어 와서 돕겠다고 했다. 첨에 원경릉은 안된다고 했지만 호비가 황귀비에게 얼마나 마음을 쓰고 있는지 알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테니 차라리 도우라고 했다.

득익태감이 이 참에 우문호와 장문전에서 탐문을 시작했는데 우문호도 조용히 목여태감을 제치고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황귀비 마마께 내리신 탕은 누가 담당합니까?”

목여태감이 이 말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탕이요? 폐하께서는 황귀비 마마께 탕을 내리신 적이 없습니다.”

“없다고?” 우문호가 눈을 치켜떴다. ‘그렇다는 건 누가 중간에서 수작을 부렸다는 건데, 누가 이렇게 간덩이가 큰 짓을 감히. 아바마마의 이름을 사칭해 황귀비 마마께 탕을 보내다니?’

그건 탕이 아니라 몸을 차게 반드는 독임이 분명했다.

우문호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너는 바로 채명전에 가서 조사해 호비 마마의 음식을 누가 담당했는지 살펴보거라.”

목여태감이 말했다. “그건 조사할 필요 없습니다. 호비 마마 쪽은 원래 옥상궁이 담당했고 후에 옥상궁이 궁에서 쫓겨난 뒤로는 남상궁이 담당했습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 마마의 시중을 들던 자로 나중에 황후 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신 후 곁에서 시중 들 사람이 이렇게 많이 필요없다며 폐하께서 남상궁을 보시고 차분하니 채명으로 가서 호비 마마의 시중을 들게 하셨습니다.”

“가서 구사에게 자네들 태감과 같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라고 해. 호비 마마와 황귀비 마마의 음식에 비슷한 게 뭐가 있었는지.” 우문호가 명을 내렸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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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황귀비와 호비궁은 음식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조부가 사건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호비 일은 지나갔지만 황귀비는 아직이었고, 마침 황귀비가 어젯밤 탕을 마셨기 때문에 어제 탕을 끓인 사람을 잡아내 조사하면 되는 것으로 탕에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일목요연했다.가지를 따라가 몸통을 잡아내니 역시나 남상궁이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의 시중을 들던 자로 구사는 황후에게 조사가 미칠 것으로 생각했으나 몇 번 다그쳐 물으니 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남상궁이 진비가 지시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그러고는 울부짖어댔다. “진비 마마께서 쇤네에게 호비 마마의 탕과 음식에 동규엽을 넣으라고 시키셨지만 쇤네는 고작 2번만 했고, 전에는 전부 옥상궁이 넣었습니다. 옥상궁이 진비 마마께 수천냥 은자를 받고 탕에 동규엽을 한 달 넘게 넣어서 마마께서 유산을 하시게 된 겁니다. 쇤네와는 상관없어요. 쇤네가 마지막 2번을 안 했어도 마마께서는 유산하셨을 겁니다.”옥상궁은 원래 호비 친정에서 보낸 사람으로 진비를 도와 호비를 죽이려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뒤통수를 이렇게 칠 수가 없었다. 구사가 남상궁을 우문호 앞에 끌고가 말했다. “자백했습니다. 진비 마마의 지시라고 하는 군요.”우문혼는 바로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놀라서 이 두 번의 일이 누군가의 고의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진비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곧 불같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진비를 어서방으로 들라하라!”진비는 장문전에서 황귀비가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소식에 자지도 못하고 계속 장문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에 진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황제가 진비를 부른다는 소식이었다.진비는 순간 당황하다가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목여태감을 따라 어서방으로 갔다.우문호는 계속 어서방에서 명원제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우문호는 명원제가 이렇게 진노한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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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단지 후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명원제가 참견하기도 그렇고 추측만 가지고 진비를 추궁할 수도 없었다.진비가 울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황귀비가 바보예요. 전 원래.... 해치고 싶지 않았다고요. 황귀비가 폐하를 노하게 했으니 폐하 이름으로 탕을 보내면 당연히 마실 리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안 마셨으면 그럼 저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제가 손은 썼지만 피할 팔자였네 하고요. 안 그래요? 전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저 혼자만 이렇게 비참하게 살 수는 없잖아요. 폐하께서 전에 저를 보러 오셨을 때, 저와 조금만 더 계셨으면 저도 황귀비에게 손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전 희망이 없었어요. 폐하께서 절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제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았죠......”진비는 흉하게 울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어 흐르고 부숭부숭 부어오른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아 기미와 반점이 점점이 드러났다. 눈밑은 퍼렇게 부어올라서 눈과 코엔 붉은 흙빛이 맴돌았다. 백발이 상당히 섞인 머리채가 풀어져 딱 봐도 만년의 늙은 부인 그 자체다. 명원제는 진비를 보고 분노도 일었지만 비통했다. 이 여인은 자신을 30년 이상 따르며 자신을 위해 장자를 낳아주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 이런 꼴로 된걸까?명원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비와 우문군 모자가 제멋대로 굴도록 눈감아 준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비극을 키웠고 무고한 자를 해쳤다. 우문군 한 사람에서 진비와 외척 전부가 잔인하고 악랄해졌다.그리고 그제서서야 명원제는 황제된 자가 한 명의 황자를 지나치게 편애해서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떻게 화근이 되는지 아주 온 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명원제는 무의식 중에 태상황과 안풍친왕의 방식은 사실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너무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명원제는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옳았다.이번 일은 원래라면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호비의 뱃속에서 죽은 태아, 그리고 황귀비와 뱃속의 아이도 지금 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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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704화

    명원제가 들어가겠다는 말에 황귀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명원제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대 앞에 서자, 아무도 말을 못했고 공기는 온통 침묵으로 가득찼다.명원제는 황귀비와 곁에 뉜 작은 여자 아이를 보고 또 봤다. 신생아의 얼굴에 씌어진 것을 보고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원경릉에게 이게 대체 무엇인지 눈으로 물어봤다.원경릉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산으로 산소 결핍 상황이라, 긴급한 산소 흡입이 필요합니다.”명원제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조산이란 두 글자는 알아 들었고 공주가 아직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노비가 말했다. “폐하 우선 돌아가서 쉬시지요. 신첩과 호비가 곁에서 황귀비 마마를 지키겠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물었다. “황귀비의 상태는 어떤가?”“아직 마취가 깨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취가 깨면 의식이 들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실은 황귀비는 지금 깨어있지만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이 상황에 황제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경릉은 황귀비와 말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짐은 여기서 황귀비를 지키겠네!” 명원제가 말했다.“아바마마 아무래도 일단 돌아가시지요. 황귀비 마마께서는 그렇게 빨리 깨지 못하십니다.” 원경릉이 말했다.명원제가 가지 않자 침전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황귀비는 그저 눈을 감고 명원제를 피하려 했던 것인데 눈을 감으니 진짜 탈진 상태가 되었다. 밤새 진통을 겪고 비록 지금 아프지 않아도 이미 힘이 하나도 없어서 눈을 감자 다시 눈꺼풀을 들 힘이 없었다.원경릉은 잠시 숨을 돌린 뒤 황귀비에게 진통제 펌프를 달 준비를 했다.서둘러 진통제를 달아주고 나자 원경릉도 거의 탈진했다. 우문호도 밖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며 궁을 떠나지 않았고, 건곤전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어의에게 돌아가며 당직을 서게 했다.사실 날이 곧 밝으려는 참이었다. 우문호는 이렇게 밤을 샐 수 있지만 원경릉은 그러면 안된다. 원경릉은 너무 지친 나머지 꼼짝도 할 수 없어서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 명의 왕비   제 2705화

    원경릉도 잠이 오지 않아서 장문전에 가 아가 공주님과 황귀비를 지켰다. 황귀비는 마취가 이미 풀려 진통제가 담긴 수액을 맞고 쓰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 보였다.원경릉은 황귀비의 수액에 소염제를 넣었다. 아기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아직 혼자 젖을 빨 수가 없으므로 솜에 적셔 한 방울씩 입에 넣어주었다. 아기는 살기 위해 말 그대로 젖 먹는 힘을 다 하고 있었다. 조산 가능성이 컸지만 아기의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산소 흡입 후 상태가 많이 좋아져 한두 번 울기까지 했다.호비와 경귀비, 노비 모두 장문전 내전을, 명원제는 외전을 지키고 있었다. 명원제가 안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황귀비의 고통을 차마 보기기 힘들고, 황귀비도 불편해 해서 명원제는 아예 밖에 나와 지키고 있기로 했다.황후와 적귀비도 와서 황제와 황후, 비빈 모두가 황귀비를 지키고 있으니, 본인도 심지를 굳게 다져 고통을 이겨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젖 먹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 되는 자기가 젖 먹던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호비는 황귀비가 점점 덜 아파하는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여 조용히 내전을 나가 명원제와 함께 앉았다.한참 명원제를 바라보던 호비는 그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폐하, 후궁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매들 간에 우정은 여전해요.”“짐이 제대로 한 게 없다!” 명원제는 호비의 손을 바라봤다. 호비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난 뒤로 처음 스스로 명원제의 손을 잡은 것이다.“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신첩은 압니다. 폐하께서 줄곧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요.” 호비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번졌다.명원제는 아무 말 없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진비에 대해서는......” 호비의 눈에 한 줄기 찬기가 스쳐 지나갔다. “죽이세요!”명원제가 호비를 보고는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3~4일이 지나자 황귀비와 아기 공주님의 상태가 나아졌다. 황귀비는 바닥에 내려 설 수

  • 명의 왕비   제 2706화

    명원제가 의심한채 원경릉에게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더냐?”“진심입니다.” 원경릉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예를 취하며 말했다. “지난날은 전부 제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제게 베풀어 주신 관용과 아끼고 불쌍히 여겨 주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누구에게 불공평하다느니 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아바마마께 받은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아바마마는 좋으세요. 정말 좋으세요!”명원제의 얼굴에 끼어 있던 근심이 확 풀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짐이 참 기쁘구나.”원경릉은 진심이었다. 지난 일을 떠올려 봐도 아바마마께서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다. 태상황 폐하한테는 대들긴 했지만, 별로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결과가 커졌을 뿐이였다.그리고 한 나라 황제의 잘잘못을 원경릉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아바마마는 위대한 성군은 아닐지 몰라도 절대 무능한 왕은 아니다.원경릉은 궁을 나서고 병원에 들러 태상황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하지만 황귀비가 딸을 낳은 다음 날, 명원제가 소식을 알려서 태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구사의 조사 결과 진비 마마가 한 일로, 달갑지 않은 나머지 심리상태가 왜곡 되셨나 봅니다.” 원경릉은 최대한 가볍게 얘기했다. 그 일에 대해 더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떠들지 않고 냉궁에 가둬두었다가 경사가 끝난 뒤 처결하시려는 것이다.태상황이 말했다. “후궁에 추악한 사건 하나 없는 왕조가 어디 있겠나? 과인이 사람을 보내 달래야겠어. 너무 이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처결하면 그뿐이야. 옛정에 얽매일 필요 없는 게 그것이 사람 목숨 빼앗을 때 옛정 따위 없었잖아. 어떨 땐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하는 법이지. 안 그러면 또 화근이 되고 말아. 아이고, 과인도 잘 알지, 황제가 힘들다는 걸. 과인이 황제를 옭아매고 너무 큰 압박을 줬거든. 사실 상당 부분 과인의 책임이지. 그래서 지금 과인이 상관하지 않는 거고, 알려줘야 할 건 알려 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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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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