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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01화

작가: 유애
한편, 황귀비와 호비궁은 음식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조부가 사건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호비 일은 지나갔지만 황귀비는 아직이었고, 마침 황귀비가 어젯밤 탕을 마셨기 때문에 어제 탕을 끓인 사람을 잡아내 조사하면 되는 것으로 탕에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일목요연했다.

가지를 따라가 몸통을 잡아내니 역시나 남상궁이었다. 남상궁은 원래 황후의 시중을 들던 자로 구사는 황후에게 조사가 미칠 것으로 생각했으나 몇 번 다그쳐 물으니 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엔 남상궁이 진비가 지시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그러고는 울부짖어댔다. “진비 마마께서 쇤네에게 호비 마마의 탕과 음식에 동규엽을 넣으라고 시키셨지만 쇤네는 고작 2번만 했고, 전에는 전부 옥상궁이 넣었습니다. 옥상궁이 진비 마마께 수천냥 은자를 받고 탕에 동규엽을 한 달 넘게 넣어서 마마께서 유산을 하시게 된 겁니다. 쇤네와는 상관없어요. 쇤네가 마지막 2번을 안 했어도 마마께서는 유산하셨을 겁니다.”

옥상궁은 원래 호비 친정에서 보낸 사람으로 진비를 도와 호비를 죽이려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뒤통수를 이렇게 칠 수가 없었다. 구사가 남상궁을 우문호 앞에 끌고가 말했다. “자백했습니다. 진비 마마의 지시라고 하는 군요.”

우문혼는 바로 명원제에게 보고했고, 명원제는 놀라서 이 두 번의 일이 누군가의 고의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진비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불같이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진비를 어서방으로 들라하라!”

진비는 장문전에서 황귀비가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소식에 자지도 못하고 계속 장문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심야에 진비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황제가 진비를 부른다는 소식이었다.

진비는 순간 당황하다가 곧바로 표정을 고치고 목여태감을 따라 어서방으로 갔다.

우문호는 계속 어서방에서 명원제 곁을 지키고 있었다. 우문호는 명원제가 이렇게 진노한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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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단지 후궁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명원제가 참견하기도 그렇고 추측만 가지고 진비를 추궁할 수도 없었다.진비가 울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황귀비가 바보예요. 전 원래.... 해치고 싶지 않았다고요. 황귀비가 폐하를 노하게 했으니 폐하 이름으로 탕을 보내면 당연히 마실 리 없다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안 마셨으면 그럼 저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제가 손은 썼지만 피할 팔자였네 하고요. 안 그래요? 전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어요. 저 혼자만 이렇게 비참하게 살 수는 없잖아요. 폐하께서 전에 저를 보러 오셨을 때, 저와 조금만 더 계셨으면 저도 황귀비에게 손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전 희망이 없었어요. 폐하께서 절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제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았죠......”진비는 흉하게 울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되어 흐르고 부숭부숭 부어오른 얼굴에 화장도 하지 않아 기미와 반점이 점점이 드러났다. 눈밑은 퍼렇게 부어올라서 눈과 코엔 붉은 흙빛이 맴돌았다. 백발이 상당히 섞인 머리채가 풀어져 딱 봐도 만년의 늙은 부인 그 자체다. 명원제는 진비를 보고 분노도 일었지만 비통했다. 이 여인은 자신을 30년 이상 따르며 자신을 위해 장자를 낳아주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 이런 꼴로 된걸까?명원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비와 우문군 모자가 제멋대로 굴도록 눈감아 준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비극을 키웠고 무고한 자를 해쳤다. 우문군 한 사람에서 진비와 외척 전부가 잔인하고 악랄해졌다.그리고 그제서서야 명원제는 황제된 자가 한 명의 황자를 지나치게 편애해서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면 어떻게 화근이 되는지 아주 온 몸으로 절절하게 깨달았다. 명원제는 무의식 중에 태상황과 안풍친왕의 방식은 사실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너무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서야 명원제는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옳았다.이번 일은 원래라면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호비의 뱃속에서 죽은 태아, 그리고 황귀비와 뱃속의 아이도 지금 생사

  • 명의 왕비   제 2703화

    명원제는 상처받고 지친 마음으로 우문호와 다시 장문전으로 돌아갔다. 모든 사건을 조사하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진비의 수법은 조금도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비가 이미 목적을 달성했다는 게 명원제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고 한스러웠다.명원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진비를 무시해 왔다는 것을 말이다.그렇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방 안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고, 안에서도 쥐죽은 듯 아무런 기척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명원제와 우문호는 안에서 생사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구사는 아직 조사 중으로 비록 진비가 이미 자백했다고는 하나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었는지 진비가 누구를 매수했는지 분명하게 조사해야 했다.황후와 적귀비가 사람을 보내 상태를 물어보는데 장문전이 평소엔 쓸쓸하기 그지 없는 곳이지만 오늘밤은 오히려 불빛이 환했다.원경릉은 황귀비에게 반신마취를 해서 정신은 깨어있고 통각만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황귀비가 긴장해서 계속 고개를 들어 내려다 보려고 하는 것을 호비와 노비가 머리를 눌러서 황귀비를 지키고 있었다.수술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고 신생아를 꺼내니 여자 아이로 힘은 있어 보였다. 얼굴과 몸이 다 파랗게 질린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산소 결핍을 일으켰을 것이다. “황귀비 마마, 공주님이십니다. 이제 다 괜찮습니다!” 원경릉이 아이를 안고 황귀비에게 보여주는데 황귀비가 한없이 아이를 바라보더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자리에 있던 호비와 노비 및 산파도 모두 안도했다. “다행이다. 살았어.”원경릉은 바로 신생아에게 산소를 흡입하게 했다. 호비가 신생아를 깨끗하게 닦아 속싸개로 싸서 포대기로 감쌌다.봉합하는데 원경릉도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본인도 아이를 가지고 있어 배가 남산만한 상태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땀을 비오듯 흘려 몸이 끈적거리는 게 너무

  • 명의 왕비   제 2704화

    명원제가 들어가겠다는 말에 황귀비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명원제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대 앞에 서자, 아무도 말을 못했고 공기는 온통 침묵으로 가득찼다.명원제는 황귀비와 곁에 뉜 작은 여자 아이를 보고 또 봤다. 신생아의 얼굴에 씌어진 것을 보고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아 원경릉에게 이게 대체 무엇인지 눈으로 물어봤다.원경릉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산으로 산소 결핍 상황이라, 긴급한 산소 흡입이 필요합니다.”명원제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조산이란 두 글자는 알아 들었고 공주가 아직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노비가 말했다. “폐하 우선 돌아가서 쉬시지요. 신첩과 호비가 곁에서 황귀비 마마를 지키겠습니다.”명원제가 원경릉에게 물었다. “황귀비의 상태는 어떤가?”“아직 마취가 깨지 않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취가 깨면 의식이 들 겁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실은 황귀비는 지금 깨어있지만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이 상황에 황제를 보고 싶지 않다는 말로 원경릉은 황귀비와 말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짐은 여기서 황귀비를 지키겠네!” 명원제가 말했다.“아바마마 아무래도 일단 돌아가시지요. 황귀비 마마께서는 그렇게 빨리 깨지 못하십니다.” 원경릉이 말했다.명원제가 가지 않자 침전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황귀비는 그저 눈을 감고 명원제를 피하려 했던 것인데 눈을 감으니 진짜 탈진 상태가 되었다. 밤새 진통을 겪고 비록 지금 아프지 않아도 이미 힘이 하나도 없어서 눈을 감자 다시 눈꺼풀을 들 힘이 없었다.원경릉은 잠시 숨을 돌린 뒤 황귀비에게 진통제 펌프를 달 준비를 했다.서둘러 진통제를 달아주고 나자 원경릉도 거의 탈진했다. 우문호도 밖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며 궁을 떠나지 않았고, 건곤전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어의에게 돌아가며 당직을 서게 했다.사실 날이 곧 밝으려는 참이었다. 우문호는 이렇게 밤을 샐 수 있지만 원경릉은 그러면 안된다. 원경릉은 너무 지친 나머지 꼼짝도 할 수 없어서 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건곤전으로 갔다.태상황이

  • 명의 왕비   제 2705화

    원경릉도 잠이 오지 않아서 장문전에 가 아가 공주님과 황귀비를 지켰다. 황귀비는 마취가 이미 풀려 진통제가 담긴 수액을 맞고 쓰고 있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 보였다.원경릉은 황귀비의 수액에 소염제를 넣었다. 아기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아직 혼자 젖을 빨 수가 없으므로 솜에 적셔 한 방울씩 입에 넣어주었다. 아기는 살기 위해 말 그대로 젖 먹는 힘을 다 하고 있었다. 조산 가능성이 컸지만 아기의 생명력이 아주 강해서 산소 흡입 후 상태가 많이 좋아져 한두 번 울기까지 했다.호비와 경귀비, 노비 모두 장문전 내전을, 명원제는 외전을 지키고 있었다. 명원제가 안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황귀비의 고통을 차마 보기기 힘들고, 황귀비도 불편해 해서 명원제는 아예 밖에 나와 지키고 있기로 했다.황후와 적귀비도 와서 황제와 황후, 비빈 모두가 황귀비를 지키고 있으니, 본인도 심지를 굳게 다져 고통을 이겨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아이가 젖 먹는 힘을 다하고 있는데 엄마 되는 자기가 젖 먹던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호비는 황귀비가 점점 덜 아파하는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여 조용히 내전을 나가 명원제와 함께 앉았다.한참 명원제를 바라보던 호비는 그의 손을 잡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폐하, 후궁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자매들 간에 우정은 여전해요.”“짐이 제대로 한 게 없다!” 명원제는 호비의 손을 바라봤다. 호비가 배 속의 아이를 잃고 난 뒤로 처음 스스로 명원제의 손을 잡은 것이다.“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신첩은 압니다. 폐하께서 줄곧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요.” 호비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번졌다.명원제는 아무 말 없이 호비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진비에 대해서는......” 호비의 눈에 한 줄기 찬기가 스쳐 지나갔다. “죽이세요!”명원제가 호비를 보고는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3~4일이 지나자 황귀비와 아기 공주님의 상태가 나아졌다. 황귀비는 바닥에 내려 설 수

  • 명의 왕비   제 2706화

    명원제가 의심한채 원경릉에게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더냐?”“진심입니다.” 원경릉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예를 취하며 말했다. “지난날은 전부 제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서 제게 베풀어 주신 관용과 아끼고 불쌍히 여겨 주신 것을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누구에게 불공평하다느니 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아바마마께 받은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뿐입니다. 아바마마는 좋으세요. 정말 좋으세요!”명원제의 얼굴에 끼어 있던 근심이 확 풀어졌다. “그렇게 말해주니 짐이 참 기쁘구나.”원경릉은 진심이었다. 지난 일을 떠올려 봐도 아바마마께서 큰 잘못을 한 적이 없었다. 태상황 폐하한테는 대들긴 했지만, 별로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냥 결과가 커졌을 뿐이였다.그리고 한 나라 황제의 잘잘못을 원경릉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였지만, 아바마마는 위대한 성군은 아닐지 몰라도 절대 무능한 왕은 아니다.원경릉은 궁을 나서고 병원에 들러 태상황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하지만 황귀비가 딸을 낳은 다음 날, 명원제가 소식을 알려서 태상황은 이미 알고 있었다.“구사의 조사 결과 진비 마마가 한 일로, 달갑지 않은 나머지 심리상태가 왜곡 되셨나 봅니다.” 원경릉은 최대한 가볍게 얘기했다. 그 일에 대해 더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떠들지 않고 냉궁에 가둬두었다가 경사가 끝난 뒤 처결하시려는 것이다.태상황이 말했다. “후궁에 추악한 사건 하나 없는 왕조가 어디 있겠나? 과인이 사람을 보내 달래야겠어. 너무 이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처결하면 그뿐이야. 옛정에 얽매일 필요 없는 게 그것이 사람 목숨 빼앗을 때 옛정 따위 없었잖아. 어떨 땐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하는 법이지. 안 그러면 또 화근이 되고 말아. 아이고, 과인도 잘 알지, 황제가 힘들다는 걸. 과인이 황제를 옭아매고 너무 큰 압박을 줬거든. 사실 상당 부분 과인의 책임이지. 그래서 지금 과인이 상관하지 않는 거고, 알려줘야 할 건 알려 줬으니

  • 명의 왕비   제 2707화

    할머니는 한참 있다가 갑자기 미심쩍다는 듯 원경릉에게 물었다. “태상황 폐하께서 좀 이상해, 날 주둥이 동생이라고 부른다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주둥이가 북당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원경릉이 난감해져서 답했다. “태상황 폐하께서 정말 주둥이 동생이라고 부르신다고요?”할머니가 말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나이만 놓고 따지면 동생이란 말은 맞다고 생각하는데, 주둥이가 대체 뭐더냐?”원경릉이 쭈뼛거리며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어이가 없어졌다. “어쩐지 그런 거였군. 그래도 진짜 너무 곤혹스럽네, 주둥이라니 듣기 너무 거북하다.”“하하. 영어 이름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세요. 주디(Juddy)요!”할머니가 웃으며 원경릉의 어깨를 찰싹 때리더니 말했다. “ 요 녀석 간 큰 것 좀 봐. 감히 할머니 이름을 가지고 장난을 쳐?”원경릉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잘못했어요.”할머니와 손녀가 알콩달콩 웃고 떠들었다. 할머니가 원경릉의 배에 쓸어주었다. “이제 이 아이도 태어나겠구나. 공주님이어서 태자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배 속에 아이는 알았다는 듯 움찔움찔 하는 게 마치 할머니의 손바닥에 하이 파이브 하는 것 같았다.할머니가 신기해했다. “진짜 공주님일지도 모르겠네!”우문호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매일 집에 돌아오면 먼저 사탕이부터 보고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매일 유모는 사탕이를 안고 작은 방에 있다가 우문호가 오면 안아 보도록 해야 했다.우문호는 늘 서일이 무슨 복을 받아서 노력도 안 하고 저렇게 쉽게 딸을 얻을 수가 있냐며 부러워 죽으려고 했다.원경릉은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아들 귀한 줄을 몰라? 다 자기가 낳은 자식인데 똑같아야 맞는 거잖아.”우문호가 한숨을 쉬었다. “큰 소리로 얘기하지 마, 애들이 다 듣겠어.”“자기가 그랬잖아. 앞으로 편애하지 않겠다고.”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좋은 말로 경고하자 그녀가 원경릉을 끌어안았다. “편애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분명 편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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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낳기 직전인 것 같은데. 미색아, 진통이 자주 오더냐?” 할머니가 물었다.미색이 침대에 누워 손에 달걀부침을 말아 입에 넣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전과 똑같은데요. 약간 무엇인가 빠질 것 같이 아파요.”“그럼, 진통은?” 할머니가 물었다.미색이 달걀부침을 꿀꺽 삼켰다. “진통이요? 진통이 어떤 거예요? 아픈 건가요? 아주 아프진 않은데. 약간 올라갔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이에요.”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미색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계속 달걀부침을 먹는데, 하나 먹고 나면 다음 걸 또 집어서 먹는 게 아무 일도 없는 사람 같았다. 산파와 할머니 말에 따르면 지금은 진통이 빈번하게 올 때고 초산이기 때문이라 했다. 할머니는 아이를 낳을 때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을 여럿 봤지만 미색처럼 이렇게 담담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올라갔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 말고 또 어떤 느낌이 있더냐?”미색이 착실하게 대답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할머니가 순간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가지 마, 가면 안 돼, 어서 누워!”“하지만 가고 싶은데요.. 진짜 못 참겠어요.” 미색은 곤혹스러워해 보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많이 먹는 게 아니었다며 후회했다. 산파가 많이 먹어서 힘을 비축해 둬야 밤에 애 낳을 때 힘을 쓸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노비가 얼른 사람을 시켜 변기를 가져와 병풍 뒤에 두라고 하자 산파가 답했다. “아직 손가락 10개만큼 벌어지지 않았지만 열리는 게 빨라서 한 시진 안에는 낳으실 겁니다. 왕비 마마 가려면 어서 다녀오세요.”“그래!” 미색이 얼른 이불을 젖히고 내려서자 산파가 부축하려 하니 산파의 손을 뿌리치며, “됐어, 화장실 가는 건데 나 혼자 갈 수 있어.”회왕이 어쩔 줄 몰라하며 걱정되어 물었다. “배 아픈 거 아냐?”“그렇게 안 아파요!” 미색은 거친 풍파를 거쳐온 사람인데,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하는 느낌 정도가 뭐가 대수겠나!“그래도 역시 조심해야지. 태자비도 두 번째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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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이미 나와버린 것이다. 머리가 비친 게 아니라 아이가 완전히 다 나온 것으로 미색은 탯줄을 늘어뜨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다.노비는 혼절할 것 같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쭈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며 아이를 받아 들었고, 할머니는 손에 가위를 들고 들어왔다.할머니가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보냈는데 산전수전 안 겪어 본 게 있을까? 하지만 임산부가 다리 사이에 아이를 받쳐 들고 있는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한편 아이를 노비 손에 넘겼는데 뜻밖에도 울지 않았다. 산파는 미색을 들쳐 안고 얼른 침대로 갔는데 얼떨결에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에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노비는 아이 성별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얼른 침대에 눕히자, 할머니가 와서 탯줄 상처를 처리했다. 뜨거운 물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 일단 닦아 주는 수밖에 없었다.노비는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새삼 벌벌 떨었다. 만약에 변기에 아이를 낳았으면 태자비 때 아리를 낳던 것보다 더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노비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러다 할머니가 아이를 배냇저고리로 감쌀 때 쓱 보고 노비의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아들이다!후사를 이을 수 있다니! 회왕이 출산 준비 분부를 마치고 산실로 들어서려 하자 노비가 소리 질러 쫓아냈다. 회왕이 다급한 듯 얼른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낳았어, 낳으려고 해!” 노비는 정신이 없다는 듯 답했다. “뜨거운 물은 준비 됐어? 얼른 가지고 들어오너라 아들아, 아랫사람들에게 일 좀 빠릿빠릿하게 하라고 해”회왕이 순간 당황해서 물었다. “낳을 거라고요? 뜨거운 물을 막 준비시켜서 이렇게 빨리는 안 되는데.... 아니다, 제가 직접 가서 볼 게요!”회왕은 이 뜨거운 물을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물이 없으면 아이를 못 낳는 줄 알고 뜨거운 물이 엄청 중요한 거니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했다. 다른 건 도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만 뜨거운 물은 반드시 제대로 준비해 놓을거라 다짐했다. 회왕이 얼른 달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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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155화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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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 명의 왕비   제3153화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 명의 왕비   제3152화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 명의 왕비   제3151화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 명의 왕비   제3150화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 명의 왕비   제3149화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 명의 왕비   제3148화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 명의 왕비   제3147화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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