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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09화

아이가 이미 나와버린 것이다. 머리가 비친 게 아니라 아이가 완전히 다 나온 것으로 미색은 탯줄을 늘어뜨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다.

노비는 혼절할 것 같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쭈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며 아이를 받아 들었고, 할머니는 손에 가위를 들고 들어왔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의사 생활을 보냈는데 산전수전 안 겪어 본 게 있을까? 하지만 임산부가 다리 사이에 아이를 받쳐 들고 있는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한편 아이를 노비 손에 넘겼는데 뜻밖에도 울지 않았다. 산파는 미색을 들쳐 안고 얼른 침대로 갔는데 얼떨결에 괴력을 발휘하는 모습에 다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노비는 아이 성별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얼른 침대에 눕히자, 할머니가 와서 탯줄 상처를 처리했다. 뜨거운 물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 일단 닦아 주는 수밖에 없었다.

노비는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며 새삼 벌벌 떨었다. 만약에 변기에 아이를 낳았으면 태자비 때 아리를 낳던 것보다 더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노비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러다 할머니가 아이를 배냇저고리로 감쌀 때 쓱 보고 노비의 가슴은 기쁨으로 벅차올랐다.

아들이다!

후사를 이을 수 있다니!

회왕이 출산 준비 분부를 마치고 산실로 들어서려 하자 노비가 소리 질러 쫓아냈다. 회왕이 다급한 듯 얼른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낳았어, 낳으려고 해!”

노비는 정신이 없다는 듯 답했다. “뜨거운 물은 준비 됐어? 얼른 가지고 들어오너라 아들아, 아랫사람들에게 일 좀 빠릿빠릿하게 하라고 해”

회왕이 순간 당황해서 물었다. “낳을 거라고요? 뜨거운 물을 막 준비시켜서 이렇게 빨리는 안 되는데.... 아니다, 제가 직접 가서 볼 게요!”

회왕은 이 뜨거운 물을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물이 없으면 아이를 못 낳는 줄 알고 뜨거운 물이 엄청 중요한 거니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했다. 다른 건 도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만 뜨거운 물은 반드시 제대로 준비해 놓을거라 다짐했다.

회왕이 얼른 달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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