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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16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6-28 18:00:00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수문장이 가기도 전에 사람들이 놀라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이야, 불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숲에서 달려나왔는데 뒤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날이 이렇게 추우니 숲에 있는 너무는 전부 이파리 하나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바닥에 낙엽 더미가 쌓여 있어 쉽게 불이 붙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경조부의 순찰 경비가 제 위치에 지키고 있었고 불꽃놀이를 하기 위해 소방 시설도 언제든 쓸 수 있게 갖추어져 있어 불길은 쉽게 잡혀 다행히 금방 쓸 수 있었다.

불길이 일어날 때부터 원경릉은 배가 좀 이상한 것이 태동이 잦아지고 커지는 것 같았다. 원경릉은 배를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우문호는 계속 원경릉을 지켜보고 있다가 쓰러질 것 같은 원경릉을 얼른 일으켰다. “왜 그래? 배 아픈 거 아냐?”

“배가 아픈 게 아니라, 뱃속에 애들이 엄청 움직여..“ 원경릉이 끙끙거리며 우문호에게 기댔다.

“우리 먼저 내려 가는 게 어때?” 우문호는 원경릉이 바로 아이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됐다.

“조금만 있으면 불꽃놀이도 시작하는데 이것만 보고 내려가자.” 원경릉은 배가 아픈 게 아니라 태동이 몇 번 있었던 것으로 천천히 안정되게 심호흡을 했는데, 다행히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버틸 수 있겠어?”

“괜찮아.“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제왕을 보고는 물었다. “불꽃 쏠 준비 됐나요?”

제왕이 말했다. “곧 쏩니다. 이미 준비는 끝났으니요.”

제왕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징과 북소리가 울려퍼졌고, 사람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곧 불꽃을 쏜다는 뜻이였다.

징과 북소리에 맞춰 성루의 횃불 절반이 꺼지더니 주변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시끄럽던 소리도 점점 잦아들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모습이 명절 분위기가 한껏 짙어져 보였다.

마침에 첫번째 불꽃이 쏘아 올려져 하늘에서 터지자 순간 어둡던 하늘이 찬란해지고, 뒤이어 두 번째가 쏘아져 올라갔고, 거대한 소리와 함께 휘황찬란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아이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며 환호했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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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왕부로 돌아온 시간은 대략 술시(저녁 7시~9시)로 초왕부에는 이미 산파가 대기하고 있었고할머니도 계셨다. 전에 미색이 아기를 낳을 때 있었던 여러 상황을 듣고, 우문호도 이미 적당한 준비를 갖춰두었다. 솥에는 항상 뜨거운 물을 끓여두게 했고 출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 두었는데 심지어 고기요리까지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철저히 대비해 두었다.원경릉이 돌아온 뒤 할머니와 산파가 바로 와서 관례에 따라 우문호는 문 밖으로 보내고 원경병, 원용의, 사식이, 요 부인, 손 왕비, 그리고 우문령은 안으로 들어와 원경릉의 출산을 함께 했다.이렇게나 흥겨운 오늘밤에 만약 아이가 때맞춰 자시(밤 11시~1시) 전에 태어날 경우 정말 이성적일 것이다. 우문호는 뒷짐을 지고 불안한듯 밖에서 왔다 갔다했고, 떡들과 쌍둥이도 우문호처럼 마음이 조급해 보였다. 한편, 초왕부의 여섯 남자들은 전부 안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자신과 다른 성별이기를 바라며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빌고 있었다. ‘여자애가 태어나기를, 여자애가 태어나기를.’하지만 반 시진즈음 지나자 그들은 슬슬 걱정이 되어 아무 말 없이 ‘아무일 없이 평안하기만 하면 됩니다. 아무일 없이 평안하기만 하면 됩니다.’ 라고 기도했다. 원경릉의 진통은 아직 아주 분명한 상태는 아니였지만, 자궁 수축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비교적 빈도가 잦은 것으로 볼 때, 머니는 자시 전에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사식이가 아이를 낳을 때는 거의 죽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원경릉이 이렇게 가뿐한 모습을 보이자살짝 부러웠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지 않은 게 좋기도 했다. 원경릉이 첫 애를 낳을 때는 정말 죽을 뻔 했으니까 말이다. 산실의 분위기는 가벼웠지만 바깥 분위기는 갈수록 무거워져서 제왕과 구사 등이 저마다 우문호를 위로하며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게 분명 고비인 건 맞지만 평안히 잘 지나갈 거라고 위로했다.우문호는 우글우글한 수컷들의 무리가 지긋지긋했다. 재잘재잘 끝이 없다. 우문호는 을 휘휘 내젓저으며 말했다. “됐으니 다

    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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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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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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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괜찮아, 그렇게 안 아파.”우문호가 한 손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 원경릉과 깍지를 끼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사랑을 담아 말했다. “고생했어.”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우리 아기 좀 봐.”우문호가 침대에 앉아 아이를 안자 우리 떡들과 쌍둥이도 침대 곁으로 와서 엄마 안부부터 물은 뒤 아빠와 아이를 봤다.원래 눈을 감고 자던 아이가 우문호가 안아 들자 천천히 눈을 떴다. 달을 꽉 채워서 눈매가 또렷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것이 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보다 나았다. 특히 검게 빛나는 눈동자를 또록또록 굴리는 모습은, 막 태어난 아이 같지 않고 검은 눈동자 속에 한 줄기 빛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우문호는 마음이 따듯해지며 사랑스러움과 기쁨이 뭉개뭉개 피어나서 속삭였다. “네가 아빠의 복덩이가 아니어도 아빠는 똑같이 널 사랑해.”그러자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복덩이가 아니야? 딸인데, 아무도 얘기 안 해줬어?”우문호는 원경릉이 미소 짓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강력한 기쁨이 쓰나미처럼 덮쳤다. 자신의 떡들과 쌍둥이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우문호는 얼른 품 안의 아이를 보더니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기뻐했다. “정말 딸이야? 정말로?”“그럼 거짓말이겠어?”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오셨다. 원경릉의 배에 뜨거운 쑥찜질을 하시며 사위를 놀렸다. “이렇게 이목구비가 또렷한 아이인데 한 눈에 딸인 걸 알아봤어야지.”“맞아요 맞아!” 우문호는 입이 찢어져서 귀에 걸렸다. 기쁨을 가눌 수가 없었다. 안았을 때 깃털처럼 가볍던 아이가 마치 천금의 무게처럼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들을 낳을 때보다 묵직했다.방금까지 마음속으로 아들도 똑같다고 느낀 건 자신을 위로하는 말에 불과 했으며 진짜로는 딸을 바랐고 지금 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동생 좀 봐요, 여동생 좀 봐요!” 아이들이 앞다투어 다가왔고 검게 빛나는 눈동자의 여리여리한 여동생을 한없이 바라봤다. “너무

    Last Updated : 2024-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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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은 엄청난 피로에 피곤이 누적돼서 탕을 조금 마신 후 바로 잠에 들었다. 우문호는 원경릉과 딸의 곁을 지켰고, 할머니와 기라는 방 한 쪽에 배냇 저고리를 개두었다. 배냇 저고리 대부분은 요 부인이 직접 바느질한 것으로 면까지 세세하게 신경쓴 데다가 대부분 연두나 연분홍 위주였으며, 긴 겉옷은 원색으로 아름답게 갖췄다. 지금 아이가 입고 있는 건 원색의 긴 옷으로 밖은 두꺼운 포대기로 감싼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잠시 후 녹주가 들어와 태상황께서 오셨다고 알렸다.녹주의 말을 듣고 우문호는 순간 당황했다. ‘어르신이 오셨다고? 아직 출산 소식도 안 알렸는데, 마음이 서로 통해 원 선생이 오늘 출산할 걸 아셨나? 밤중에 어떻게 오신 거지?’우문호는 할머니를 주무시게 하고 기라와 녹주에게 원경릉을, 유모에게는 아기의 곁을 지키게 하고 얼른 태상황을 맞이하러 갔다.태상황과 희상궁도 같이 왔는데 우문호가 나가기 전에 희상궁이 먼저 들어왔다. 방금 밖에 있을 때 탕양이 태자비가 아가 군주를 낳았다고 해서, 희상궁은 도무지 기다리지 못하고 재빨리 아이를 보러 온 것이였다.태상황도 아이를 보고 싶었다. 오직 아이를 보겠다는 이유 하나로 왔으므로 우문호가 나와서 인사할 때 태상황은 “과인을 애한테 데리고 가.”하고 바로 명했다.아이는 아직 나올 수 없었다. 특히 날이 꽁꽁 얼어 붙게 추운 관계로 우문호는 절대로 밖에 데리고 나올 리 없음은 물론이고 태상황도 데리고 나오는데 동의하지 않았다.그래서 태상황은 소월각 안으로 들어가되 침실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상관없었다.우문호가 태상황을 부축해 소월각 접객실로 모시고 가서 아이를 안고 나왔다. 원경릉은 자고 있었으나 옆에서 자고 있던 아이를 우문호가 안아들자 잠이 깼다.“왜? 우유 먹어?” 원경릉이 작게 물었다.“시끄러워서 깼어?” 우문호가 놀라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자도 돼. 어르신이 오셔서 아이를 한 번 보여드리려고.”원경릉이 놀라서 이불을 발로 차며 물었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오신거야?

    Last Updated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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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 명의 왕비   제3126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 명의 왕비   제3125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 명의 왕비   제3124화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 명의 왕비   제3123화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

  • 명의 왕비   제3122화

    한 마을 주민이 눈물을 닦으며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원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오. 조정은 우리를 모조리 죽이길 바라오. 우리가 죽어야 조정은, 이 약도성을 완전히 삼킬 수 있소.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소.”택란은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인가? 내가 여기에 왔잖냐! 빨리 계속 파시게!”주민이 그녀를 힐끔 보며 물었다.“웬 꼬마가, 넌 누구냐?”택란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어둠 속이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린아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다들 의아해했다.“약도성의 성주, 우문택란이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한 뒤, 산사태가 난 지역을 향해 다시 걸어갔다. 작은 몸집이 시선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작아 보였다.황실의 공주라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공주가 이런 곳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저택 안에서 잘 보호받고 있어야 할 존재다.그녀는 알 수 없는 힘을 사용해 접근한 곳의 흙을 한 겹씩 옮겨내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울부짖는 소리와 구조 요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가 급히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약도성의 지진은 강북부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낡은 집도 무너졌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 약도성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위왕과 안왕은 신속히 구조 병사를 파견했다. 그들은 택란이 약도성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들 여태껏 택란이 스승과 함께 떠났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네 오빠들은 바로 병사를 데리고 약도성으로 향했다. 지진 발생 12 시진 후 약도성에는 8천 명 이상의 병사가 합류했다.약도성의 백성은 조정이 지원군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정이 약도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든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과거에도 가뭄, 메뚜기 떼, 산사태 등의 재난이 일어났지만, 북막조정은 몇 포대의 쌀만 보내며 형식적인 구조를 했을 뿐이다.약도성

  • 명의 왕비   제3121화

    지진이 발생하기 전, 호명과 주 아가씨는 약도성 중심부에서 백성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새벽녘은 사람들이 가장 피곤할 시간이다.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백성들은 분노했다. 그중 한 집안은 도축업을 하는 홀아비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새벽 무렵에야 돼지를 잡고 고기를 나눠주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참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잠에서 깨어난 데다 아이까지 깨우니,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옆집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 저들을 쫓아내면 다시 잘 수 있다고 부추겼다. 남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던 상황이라 아들을 방으로 데려다 놓고, 즉시 칼을 들고 나가 주 아가씨와 맞섰다.그가 칼을 휘두르며 집안 식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지진이 발생했다. 그들은 자기 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먼지가 자욱했고, 곁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옆집 역시 무너졌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집 처마 아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깔려 있었다.“아들! 아들아!”홀아비는 그제야 안으로 데려다 놓았던 아들을 떠올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 겨우 세 살밖에 안 되는 아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그는 미친 듯이 벽돌과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주 아가씨와 호명도 서둘러 도왔다.지진은 단 몇 초 만에 일어났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집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무너진 집에 깔린 백성들이 매우 많았다. 약도성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방에서 울부짖음과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조정과 맞서던 이들은 너무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그들의 처절한 울음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홀아비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다들 함께 벽돌을 치우고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해야 했다. 주 아가씨의 손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흙벽을 밀어내고 벽돌을 옮겼다.반 시진 후, 주 아가씨가 마침내 아이를 안고 왔다. 아이는 다리를 크게 다쳐 엉엉 울고 있었다. 홀아

  • 명의 왕비   제3120화

    “그럼... 호명, 가십시다!”주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택란의 말을 믿었다.호명도 주 아가씨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의 생각은 단순했다. 지진이 생기지 않으면 백성들을 귀찮게 한 정도로 끝날 테지만, 정말 지진이 발생한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게다가 약도성의 백성들은 조정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더 미움을 사도 중요하지 않다.일행은 즉시 돌아가 병사들을 소집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백성에게 넓은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백성은 역시나 원치 않았다.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병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성주가 단호하게 명령한 일이었기에, 백성들은 마지못해 끌려 나갔다.그러나 문제는 강제로 밖으로 끌어낸 사람들을 계속 감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떠난 후 많은 백성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게다가 일부 폭도들은 이를 계기로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며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다.부분 병사가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는 마을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마을은 거의 조정을 적대시하는 곳이었다. 너무 외진 곳이고 여인도 적은 곳이라, 이곳 남자들은 혼사도 치르지 못하고 가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었고, 금나라의 선동이 더해져 이 지역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였다. 이 몇몇 마을에서 15세 이하의 아이들은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병사들이 징과 북을 울리며 백성을 깨우자, 폭도들이 화를 내며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20여 명의 병사들이 이들에게 압도당해 심하게 얻어맞았다.결국 병사들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약도성에서 대피한 사람은 많지 않았고, 약 만 명 정도였다. 대부분 병사가 떠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조정이 백성을 괴롭힌다고 욕하며 약도성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에 주 아가씨가 분노를 참지 못해 말했다.“성주께 말씀드려서 집을 전부 불태워버리자고 해야겠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호명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119화

    저녁 무렵, 그들 일행은 출발했다.약도성의 밤은 전혀 활기가 없었다. 해가 지고 나면 거리에서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수년간 치안이 매우 나빴다. 비록 저녁에 병사들이 순찰하고 있지만, 백성들은 이미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덕분에 이번 외출은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약도성이 가난하다 보니, 부유한 이들의 저택만 튼튼할 뿐, 대부분의 집은 돌집이나 흙집,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초가 거의 다져지지 않은 상태여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의 건물이 버틸 수 없을 것이다.택란은 이 점이 걱정되었지만, 아직 지진이라 단언할 수 없었다.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그녀는 꼬마 봉황에게 물어보았고, 꼬마 봉황이 하늘로 날아올라 몇 바퀴를 돌며 주변을 살폈다.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을 본 꼬마 봉황은 택란에게 알렸다. 그녀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택란은 호명과 주 아가씨에게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으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호명과 주 아가씨는 믿지 않았다. 약도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만 지진이 발생하였다.주 아가씨가 말했다.“오늘 밤하늘을 보니 지진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지진운은 믿을 수 없소. 강가로 한번 가보시게.”이곳에는 바다가 없고, 산을 따라 흐르는 큰 강만 있었다.다들 풍등을 들고 강가로 향했다.강물의 흐름은 빠르지 않았고, 눈에 띄게 가뭄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물 높이는 겨울이나 봄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어떤 곳은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다.택란은 풍등을 들고 아래로 내려갔다. 강물은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수심이 얕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이곳에 샘물이 있소?”택란이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여기서 2리 정도 떨어진 곳에 큰 샘물이 하나 있는데, 근처 주민들이 그곳에서 물을 떠다 마십니다.”“좋소. 가보겠소!”택란이 말했다.일행은 다시 큰 샘물로 향했다. 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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