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나리와 원경릉의 만남하지만 어떤 사람이 맹렬하게 달려와 한 팔로 여자 아이를 안고 몸을 앞으로 구르며 그대로 부딪혀 올 줄 어떻게 짐작이나 했을까. 말은 원래 억지로 멈추게 하면 앞 발굽을 들어 올렸다가 착지하며 멈추는데 그 사람이 여자 아이를 안고 자발적으로 굴러와서 마침 말발굽 아래로 굴러들어갔다.수십키로의 말이 관성을 따라 그 사람의 종아리뼈를 한 발로 밟자, 숨이 멎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서일이 두 손을 한꺼번에 입어 물고 눈과 코를 찡그린 채 놀란 상태로, 이 사람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사람을 구하면 구했지 왜 말발굽 아래로 굴러?밟히려고 환장했나?“공자!”“딸아!”사람들 속에서 두 여인이 달려 나왔는데 하나는 꼬마 여자 아이를 안고 놀라서 대성통곡을 하더니 허둥지둥 떠났다.다른 한 여자는 땅바닥에 사람을 구한 공자를 부축하고 긴장한 채 소리치는데, “괜찮아요? 사람을 구하더라도 자기 목숨은 생각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얼마나 위험한데요.”원경릉은 서일이 사람을 친 줄 알고 사식이, 만아와 같이 내려서 얼른 다가가서, “괜찮……으……세상에!”원경릉이 남자의 얼굴을 보고 순간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는데, 이 사람 어떻게 이렇게 잘 생겼지? 검은 머리카락에 먹 같은 눈썹, 복숭아꽃 같은 눈에 기개가 비범한 것이 딱 반안(潘安, 중국 최고의 미남)이 환생한 게 분명했다.깜짝 놀란 후 그를 부축하고 있는 여자를 다시 보니 빛나는 눈망울에 구름 같은 머리 결, 앵두 같은 입술에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것이 경국지색이 따로 없네?원경릉이 놀란 건 말할 것도 없고 사식이와 만아도 놀라서 숨을 들이키고 사방에서 주위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마지못해 자리를 떴다.이렇듯 경악과 흠모의 순간 상당히 위화감이 드는 목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서일이 경솔하게 변명하길, “제가 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자기가 굴러왔어요.”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깨뜨리는 목소리에 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노려보며 ‘안구정화’ 알아 몰라
마차에 친 이리 나리큰 길에서는 마차를 고용하기도 쉬워서 미색은 나리를 모시고 마차에 올라 앞에 가는 마차를 따라 갔다.미색이 즐겁게, “나리, 이렇게 순조로울 줄 몰랐어요. 한참 쩔쩔 맬 줄 알았는데.”이리 나리는 별로 즐겁지 않은 지 흥하고 두어 마디 하더니 눈을 감았다.미색이 웃으며, “나리 척 하지 마세요, 쟤들은 못 봐요, 전부 마차 탔는 걸요.”이리 나리의 왼쪽 다리를 차더니 ‘크크크’ 웃는데, 나리의 연기 정말 끝내줬다. 아까 앞으로 굴러 나와 말발굽 아래 깔릴 때 위치를 절묘하게 잡아서 마치 진짜 말발굽에 밟힌 것 같았다.이리 나리는 아파서 숨도 안 쉬어지는지 칼을 들고 찌를 듯한 모습으로 눈을 부라리며 미색에게, “살살해, 날 차서 죽일 셈이야?”미색이 놀라서 나리의 앞섶을 들춰 보더니 숨을 멈추고, “세상에, 진짜 밟혔어요?”흰 바지에 피가 점점 떨어져 있고 밟힌 자리의 뼈가 부러져서 작은 뼈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나리, 뭘 이렇게 목숨을 걸고 하세요?” 미색이 놀라서 물었다.이리 나리가 ‘윽’하고 고통을 참으며, “안 하면 안 했지, 할 바엔 조금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는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이 그는 원래 여자 아이를 안고 앞으로 넘어질 생각이었는데 마침 그가 멈춘 자리를 말이 밟을 줄이야. 초왕부 마부는 반응이 왜 이리 느려 터졌어? 미리 계산 다 해서 말발굽이 떨어질 곳과 그가 넘어진 자리는 한 사람이 폭만큼 거리가 있어야 했는데, 늑대파의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는 이 정도 거리 유지를 왜 태자 신변의 시위는 못 하는 거지? 시위가 조금만 빨리 고삐를 조였어도 해 낼 수 있었다.그리고 마부가 충분히 반응할 만큼 시간을 계산해 줬는데 말이다.다른 마차에 서일이 마차를 몰며 사식이와 끝없이 다투는데, “넌 왜 못 봤어? 저 사람이 스스로 굴러왔다니까? 저 사람은 왜 옆으로 굴러가지 내 말발굽 아래로 굴러오냐고? 뭔가 냄새가 나, 분명 속셈이 있는 거야, 쟤들 데리고 가면 안된다니까.”사식이가 화를 내며,
탕양과 이리 나리초왕부로 돌아와 바로 조어의를 불러 아이를 구한 의인을 치료하게 했다.원래는 초왕부에 돌아오자마자 서일은 내력을 속속들이 캐물을 작정이었으나 탕양이 한 눈에 알아보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가 예를 취하며, “이리 나리 아니십니까? 이리 나리께서 경성에 오시면서 저에게 말씀도 안 하시고.”이리 나리는 고개를 들고 탕양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자네는?”“탕양입니다. 나리를 두 번 뵌 적이 있지요, 나리께서 기억을 못하실 만도 합니다. 벌써 이삼 년 전에 일이니까요.”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오, 기억났어, 탕선생이군.” 이리 나리는 상황을 눈치채고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머금은 채, “헤어진 지 이삼 년전이군, 선생은 잘 지내셨는가?”이 사람 누구지? 왜 모르겠지? 이리 나리는 얼른 머리속의 정보를 검색해 봤지만 최근 몇 년을 소일하고 노느라 머리는 거진 못 쓰게 됐고 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다.탕양은 이리 나리를 보고 감격해서 얼른 안부부터 물은 것이다. 서일은 탕양이 이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일의 자초지종을 얘기한 뒤 어의가 진찰하도록 했다.이러는 와중에 원경릉이 탕양을 밖으로 불러, “저 사람들 알아요?”탕양이 여전히 감격에 사로잡힌 채 원경릉의 질문을 듣고 정색하더니, “태자비 마마, 저 사람이 바로 명성이 자자한 이리 나리예요, 우리 북당 최고의 부자로 부로 따지면 이 나라도 당하지 못합니다. 저 사람 집의 은자는 아마 집 두 채에 가득 채워도 다 넣지 못할 겁니다.”원경릉이 눈이 동그래져서, “정말? 그럼 저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당연히 진짜지요, 저 사람을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하자면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탕양이 먼 곳을 응시하는듯, “당시 제가 일로 수도권을 지나게 되었는데 저녁이라 경성에 시간 전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어 수도권의 한 숙소에서 일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마침 이리 나리의 초두취였는데 곤드레만드레 취하도록 마시는 바람에
이리 나리 살려만약 탕양의 말대로면 이리 나리는 북당을 능가할 부의 소유자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소의 몸에서 잔털 딱 두 가닥만 뽑아도 원경릉은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국고의 상황을 알게 된 이래 원경릉은 계속 북당이 가난하다고 구시렁거렸는데 이런 해법을 만나게 될 줄이야.왜 조정은 저 사람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개발하지 않는 거지? 국영기업의 분위기만 좀 내도 괜찮지 뭐, 적어도 국가가 정부 수입을 늘릴 수 있고 이렇게 가난하진 않을 테니까.“이번에 이리 나리께서 오셨으니 제가 극진히 보답해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탕양이 기쁨이 가득해서 말했다.안에서는 어의가 다리의 상처를 치료하고, 이리 나리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고 있다. 고통 중에 한참을 생각하다가 마침내 탕양이 누구인지 떠올랐다. 바로 세상 모르는 티가 풀풀 나게 큰소리 땅땅 치던 손님으로, 강도를 당해서 돈을 치르지 못하고 있었는데, 초왕부 요패를 차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돈을 대신 치러 주었다.조어의가 이리 나리를 칭찬하며, “나리, 정말 고통을 잘 참으시는 군요, 뼈가 부러진 고통은 폐부에 스미는데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으시 다니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이리 나리가 옥처럼 잘 생기고 아름다운 얼굴을 들고 고통을 참아내는 남자 최후의 고집이자, 일파의 장문인으로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간파하게 할 수 없었다.“나리께서는 혼인 하셨습니까?” 조어의가 갑자기 물었다.이리 나리는 조어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것을 보고 이상한 마음이 들었을 때 엄청난 고통이 종아리로부터 전해져서 전신에 몸서리가 쳐지고 하마터면 두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박살낼 뻔 했다.굵은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어의가 만족한 듯, “좋아요, 뼈를 바로 끼웠으니 잘 싸매서 고정한 뒤 한달 정도 지나면 아물 겁니다. 나리 대단하셔요. 진짜 남자십니다!”이리 나리는 방금 엄청난 고통때문에 홀랑 빠져나간 영혼이 다시 집을 찾아 들어와서, 진통으로 인한 광분도 서서히 사라지고 얼
결국 원경릉은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언제 문둥산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문호는 밥을 씹지도 않고 삼키더니 소매로 입을 닦고 근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일단 식생활 개선부터 하자. 이번엔 내가 식량 수송하는 사람들을 따라 문둥산 어귀까지 갔으니 조정의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자.”그녀에게 문둥산이 의학원 설립보다 급한 일이었다. 하산한지 이미 열흘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진행된 게 없다니 원경릉은 마음이 조급했다.“너무 조급할 필요 없어. 게다가 지금 넌 태자비 신분이야. 모든 이들이 반대하고 꺼려 하는 곳에 네가 굳이 가야 한다면 그만한 이유를 만들어야 해.” 우문호가 말했다.“일단 식사부터 개선이 되어야 그다음을 생각할 텐데…… 만약 3일 안에 이 일이 조정에서 거론되지 않거나 부황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몰래라도 좋으니 문둥산에 가봐야겠어.”“그래, 그렇게 해야 네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 우문호도 문둥산의 일을 질질 끌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하인을 불러 그릇을 치우게 한 후 원경릉과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갔다.우문호는 그제야 이리 나리에 대한 일이 생각나서 원경릉에게 말했다.“우리 왕부의 마차가 그 사람을 쳤다면, 당연히 우리가 치료해 줘야지.”“탕양이 말하길 이리 나리가 돈이 많아서 경중 곳곳에 여인숙을 차렸다며? 탕양도 전에 그 여인숙에 묵었는데, 지갑을 도둑맞아서 숙박비 계산을 못하고 있었대. 근데 이리 나리가 그의 상황을 듣고 너그럽게 봐줬다고 하더라고.”“전에 탕양이 말했던 기억이 있어. 근데 탕양이 여인숙이래? 하하. 너한테 진실을 말하지는 않았구나? 아무튼 거긴 여인숙이 아니야. 이리 나리가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기루야.”“뭐? 기루라고? 상상도 못했어!” 원경릉은 이리 나리 같은 얼굴로 기루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왜? 기루가 불법도 아니고. 성매매만 하지 않으면 돼.” 우문호는 그녀의 반응에 곁눈질을 했다.“아무튼
이리 나리가 미색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미색이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쳐들었다. 미색은 우문호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이리 나리에게 다시 귓속말을 했다. 이리 나리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우문호를 차갑게 한번 훑어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휙 돌렸다. 원경릉은 우문호가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문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저 두 사람이 이리 나리랑 시녀인가?”우문호가 물었다.“응. 가서 인사를 하자.”두 사람은 회랑을 지나 이리 나리와 미색을 마주했다.“태자 전하를 뵙습니다.”이리 나리가 원기둥에 반쯤 기대어 있다가 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두 손을 뻗어 우문호의 손을 맞잡았다.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태자가 저런 추녀와 혼인을 했다니……’이리 나리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리 나리는 우문호의 옆에 있는 원경릉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맨얼굴의 원경릉은 약간의 홍조를 띠고 있었고 수수해보였다.우문호는 이리 나리의 얼굴을 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리 나리 크게 다치시진 않으셨나요? 본왕의 가신이 나리를 다치게 했다니 참으로 죄송합니다.”“전하께서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아랫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전하께서는 잘못하신 게 없습니다. 그리고 며칠 몸조리를 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서일은 회랑 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화가 났다. ‘저 사람…… 태자 전하에게 고자질을 하다니! 있는 것들이 더 한다더니!’우문호는 그들을 데리고 본관으로 들어가더니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고 두 사람도 사양하지 않았다. 이리 나리는 자리에 앉은 후 미색을 소개했다.“이 사람은 제 의매(義妹)인 미색입니다. 미색아, 넌 태자 전하를 본 적이 있지?”미색은 이리 나리의 말을 듣고 합장을 하더니 서먹서먹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미색 태자 전하와 태자비를 뵙습니다.”“아 이리 나리의 누이동생이시구나. 지금까지 이리 나리의 시녀인 줄 알았네요. 미색,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 없습니다. 어서 앉
우문호가 간 뒤이 이리 나리와 미색도 방으로 돌아갔다. 이리 나리는 미색에게 문을 닫게 하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태자를 봐! 얼마나 좋은 신랑감이야? 너도 나이가 그만큼 먹었으면 생각을 해야지! 그러니 아직도 시집 못 가고 있지!”“나리, 다 좋지만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태자에게는 태자비가 있지 않습니까?”“그럼 두 사람을 갈라놓으면 되잖아.”“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만……”미색은 오늘 태자가 관아로 가기 전에 태자비의 이마에 입을 맞추던 장면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이리 나리는 소극적인 그녀의 태도에 화가 나서 탁자를 내리쳤다. “네가 그러니 시집을 못 갔지! 아이고!”“그럼 나리는요? 나리는 장가들었습니까? 재산이 그렇게 많으면 뭐 합니까? 시집을 오겠다는 여자가 없는데.”“지금 나를 걸고넘어지겠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값어치가 올라간다고! 네가 그걸 알기나 해? 그리고 나같이 완벽한 남자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이야?”“아이고……”“그나저나 저렇게 잘생긴 태자가 왜 저런 여인을 아내로 삼은 거지? 태자비의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인물도 썩 별로인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네……”“태자비의 얼굴도 그리 나쁘진 않던데요? 뽀얀 얼굴에 불그스름한 볼이 수수해 보이고 성격도 온화하니 좋던데요.” 미색은 찻잔에 차를 따르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 “성격이 좋다고? 네가 태자비를 얼마나 봤다고 성격이 좋대?”“딱 보면 알죠. 얼굴에 귀티가 흐르는 것이 배운 것도 많고 똑똑해 보이던데요. 그리고 제가 낯선 환경에 어색해하는 것 같으니 저를 보며 웃어주기도 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성격이 보이죠.”이리 나리는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미색을 보고 화가 치밀어 그녀를 밖으로 쫓아냈다. 이리 나리와 미색은 그날 이후로부터 3일을 더 지냈다. 그동안 두 사람은 격일로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초왕부로 찾아와 약을 받는 것을 발견했다. 이리 나리는 왕부에도 어의가 있으니 입궁해서 약을 처방받는 것보다 왕부에서 받는
우문호는 고민하는 원경릉을 보고 통쾌한 답을 내었다.“그럼 팔자! 설랑들은 주인을 잊지 않으니 판다고 하더라도 금방 아이들 곁으로 돌아올 걸?”원경릉은 그의 말을 듣고 놀란 눈빛으로 “정말로? 설랑들이 돌아올까?” 라고 물었다. “물론이지 설랑들은 한번 주인으로 섬기면 죽을 때까지 주인의 곁을 지키거든. 지능이 높고 충성심이 강하니 팔려가도 스스로 돌아올 거야.”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런 사기 행각에 발을 담그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이내 마음을 접었다.“그나저나 문둥산 얘기는 부황께 말씀드렸어?”“부황께서 딱 한 마디 하셨어.”“뭐라고? 안된다고 하신거야?”우문호는 원경릉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히 말했다.“꺼지라고.”“그럼 어떡하지? 지금도 시간이 많이 지체됐는데 말이야. 이렇게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어.”우문호는 조급해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급해 하지 마. 이미 재상에게 말을 해두었으니 재상이 추후에 부황을 설득하기만 하면 돼. 정 안되면 몰래라도 문둥산에 올라가지 뭐.”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문둥산에 있는 환자들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하지만, 부황의 뜻을 어기고 몰래 문둥산에 올라가서는 안 돼.”“사람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 죗값은 그 이후에 치르면 돼.”“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거야?” 원경릉이 웃었다.“아 맞다! 이리 나리가 부중에 나흘이나 계셨는데 아직 정식으로 대접한 적이 없잖아. 내가 내일 연회를 열 생각인데 어때?”우문호가 말했다.“그래. 그 일은 탕양에게 부탁하자.”원경릉은 당장 내일 열릴 연회보다 문둥산의 일이 더 걱정됐다. “어제 부황께서 내년부터는 고복원(孤福院)으로 보내는 은화를 삭감하기로 하셨어. 그래서 난 민간에 부유한 상인들을 선동해 기부를 하게끔 유도하려고 해. 지금 북당의 경제가 암울하지만, 아마 내년부터 경제가 나아지기 시작할 거야. 후년엔 정상적으로 돌아오겠지.”“너 설마 이리 나리에게 접근하려는 거야?”
이리 나리가 말했다."훼천이 집으로 왔는데,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소. 그래서 물으니 다 말해주었소. 석 달 동안 비밀로 하려 했지만, 그래도 사전에 검사도 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황후에게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소."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원경릉을 찾아갔다.원경릉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요 부인이 임신했다는 목여 태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실험 도구를 급히 내려놓으며 물었다."정말인가?""부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목여 태감이 대답하자, 원경릉이 말을 이었다."정말 큰 일이네. 요부인의 건강 상태가 원래 좋지 않았는데, 이제야 임신하다니. 그래도 큰 경사니, 내일 당장 찾아가야겠소."지금은 이미 오후였기에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았다.저녁이 되어 우문호가 궁으로 돌아오자, 원경릉이 말했다."내일 요부인을 만나러 갈 것이오. 아마 밤늦게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오.""다녀오시오."우문호가 말했다.그는 겉옷을 벗으며 물었다."이 나이에 임신해도 괜찮소?""아직 쉰 살은 안 됐지만, 고령 임산부인 건 맞소. 게다가 건강 상태가 원래부터 좋지 않아서 나도 좀 걱정되오.""그럼 당신이 곁에서 잘 챙겨주시오."우문호가 배려하며 말했다.그는 오래전부터 어디서든 원경릉의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 여섯째도 궁에 왔소. 그래서 이 소식을 전했으니, 아마 내일 미색도 갈 것이오."우문호가 말했다."미색이 알게 됐다면 내일 아주 많은 사람이 몰리겠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미색은 비록 수다스럽지는 않았지만, 기쁜 일에는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이른 아침부터 약상자를 들고 출발했다.요부인의 저택 앞에 도착하니, 역시 미색의 마차뿐만 아니라 원용의와 손 왕비의 마차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미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부터입니까? 대체 언제부터 우리한테 비밀로 하고 있었던
특히 황제가 된 지금, 그는 평화가 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았다. 각자 자신의 신념과 소망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이틀 후, 이리 나리가 궁에 찾아와 다섯째와 함께 경단이 경성으로 돌아오는 일을 의논했다.그러자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돌아오다니? 난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어젯밤에도 교류했지만, 귀경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지금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쯤 불러들일 생각인지 묻는 것입니다.""한두 해는 지나고 부를 셈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이리 나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1~2년이라면 금방 지나가겠군.’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속셈입니까?""전에 말했잖습니까? 경단이는 내 가업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제자가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자의 자식을 탐낼 수밖에요."이리 나리의 제자 원경릉은 장사에 소질이 없었기에 그저 냉가의 가업을 그녀에게 맡길 수 없었다.이리 나리는 전부터 경단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만두는 경성으로 돌아와 군무를 배우고 있으니, 경단도 그의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때였기 때문이다. 한두 해 뒤에 돌아오면, 몇 년만 더 가르치면 대성할 것이었다.그러자 우문호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진심이십니까? 냉가의 산업을 몽땅 삼켜버릴까 봐 걱정되지 않습니까?"하지만 이리 나리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우선 몇 년 동안 가르칠 것입니다. 먼저 배울 것이 바로 부친의 뻔뻔한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입니다."우문호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내 아들을 데려가면서, 어찌 이득도 못 보게 하는 것입니까?!""이득은 무슨, 이건 그야말로 통째로 삼켜버리는 거잖습니까? 욕심이 너무 크십니다."이리 나리는 옷소매를 휘날리며 자리에 앉은 후,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가서 전하시오. 할 일이 생겼다고."목여 태감은 어리둥절했다."부마, 황후 마마께서 무슨 일을 하셔야
우문호는 종일 바빴다. 그는 차 한 잔을 들고 멀리 있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닌, 그저 밥은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고 내일 무엇을 할 셈인지 묻는 것 뿐이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요즘 잘 지내는지, 무슨 책을 읽고 있느지에 대해서도 물었다.마치 처음으로 전화기를 접한 시골 사람처럼 신기해했지만 그는 마땅한 대화 주제를 찾지는 못했다.한편 원경릉은 홀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문호는 이미 능숙해진 듯 보였고, 심지어 목욕하러 가면서도 아이들에게 말을 남겼다.그가 목욕하러 가자, 원경릉은 곧장 아이들과 교감하며 이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다섯째는 지금 억제제를 맞은 상황이었다.아이들은 잔뜩 흥분한 채 앞으로 언제든 아버지와 이야기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의식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말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목욕을 마친 우문호는 마치 의기양양한 수탉처럼 걸음걸이조차 전보다 더 당당해 보였다."원 선생, 계란이가 그곳이 이곳보다 훨씬 덥고, 과일도 적다고 하오. 과일을 말려, 아이들에게 나누어 보내는 것이 어떻소?"그러자 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소. 그럼 내일 함께 말리는 것이 어떻소?""좋소! 아, 그리고 만두한테도 물어야겠소. 깜빡하고 어디까지 갔는지 묻지를 못했소."우문호는 앉아서 머리를 수건으로 닦은 뒤 다시 눈을 감고 우문예와 대화를 시도했다.그 모습을 보며 원경릉은 차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침대에 누워서도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 상태였다. 그는 두 손을 베고 말했다."원 선생, 당신이 없었으면, 정말 많은 재미를 놓쳤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걸 배울 수도 없었을 것이오.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소. 우리가 경험한 일들이 정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지조차 믿기 어렵소.""알겠소."원경릉은 그의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당신이 살던
"그래, 좋구나. 죽여서 천도를 꼭 바로잡아야 한다!"우문호가 말했다."천도?""법이다! 죽여서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냉정언이 꼬투리를 잡자, 우문호가 급히 정정하며 억울한 표정으로 까다로운 그를 바라보았다.천도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는 요즘 천도를 따르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저녁 무렵 소월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흥분한 얼굴로 원 선생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 하지만 미간을 찌푸린 채 사색에 잠겨 한쪽에 앉아 있는 원경릉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가 돌아온 것도 모르는 듯했다."원 선생...?"우문호가 그녀를 부르며 다가갔다.원경릉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며 넋을 잃고 있다가, 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가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돌아왔소? 곧 저녁을 올릴 테니, 손 씻고 오시오."그가 괜히 입맛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녀는 일단 배를 채우고 이야기하려 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신이 나서 앉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급할 거 없소. 할 말 있소."원경릉이 그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따라 웃었다."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소? 어찌 이렇게 기뻐하는 것이오?"우문호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오늘 계란이와 연락이 닿았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소."그러자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정말이오? 목소리를 들었소? 뭐라고 했소?"순간 우문호의 얼굴에 빛이 나는 듯했다."밥 먹었냐고 물으니, 먹었다고 답하며 나한테 식사를 했는지 물었소. 그래서 굴비를 먹었다고 말했네.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고, 조만간 우리를 보러 오겠다고 했소."원경릉은 그의 말이 사실인지 헷갈렸다. 그와 아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다섯째는 그들과 다른 상황이라 교감이 가능할 리가 없었지만 기쁨에 가득 찬 그의 표정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듯했다."말을 한 것이오?"원경릉이 다시 묻자, 우문호가 이내 고개를
점심을 먹은 후, 그녀는 혼자 산꼭대기로 올라가 먼 곳에 있는 금나라의 도성을 바라보았다. 거세게 부는 바람을 느끼며, 그녀는 문득 스승님이 금나라로 돌아갔는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스승님이 며칠 더 머물기를 바랐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급히 금나라로 떠났다. 그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일은 좀처럼 없었기에 이상했다.방금 들린 낮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그녀는 순간 스승님이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려,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아버지의 정신력이 이렇게 먼 곳까지 전달될 수 있는 걸까?그녀는 마음을 집중해 답해 보았다.“아바마마, 저는 식사를 했습니다. 아바마마는 드셨습니까?”한편, 경성 황궁 어서방에서 냉수보, 이리 나리, 탕양, 그리고 몇몇 친왕과 중신들이 과거 시험 개혁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이리 나리가 자신의 의견을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었고 모두가 집중해서 듣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우문호가 갑자기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이내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기쁨에 찬 얼굴로,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먹었어, 먹었다. 굴비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구나."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탁자를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잔이 앞으로 날아가, 열변을 토하던 이리 나리의 얼굴을 강타해 버렸다. 이리 나리는 코를 맞은 것도 모자라, 온몸이 흠뻑 젖고 말았다.이리 나리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옷을 털어내고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사과와 해명을 하시지요."그러나 우문호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이리 나리의 어깨를 붙잡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듣고 있으니, 어서 계속 이야기 하십시오. 나리의 의견이 너무 뛰어나,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나리는 정녕 전무후무한 북당 최고 부자입니다! 훌륭합니다!"냉수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북당의 수보는 접니다만."이때, 목여 태감이 황급히 달려와 걱정스러운 얼
같은 균이긴 하지만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었기에, 이제 양여혜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원경릉은 귀영위 나장군과, 경천의 일을 담은 편지를 써 양여혜에게 보내면서, 혹시 해결책이 있는지도 함께 물었다. 주변 나라의 안정은 북당에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 두 나라는 이제 막 협력을 시작한 상황이었기에, 주변 나라의 안정은 북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우문호는 어서방에서 신하들과 함께 국사를 논하며 식사하고 있었다.즉위한 이후부터 그는 늘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간소한 식사를 해왔다. 사적으로 모임을 가질 때는 이리 나리가 따로 준비하기에 밥상은 꽤나 풍성했다.우문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신하들과 모여 식사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는 취한 신하들이 거리낌 없이 말하기도 했지만, 실언으로 황제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을 알고 자유로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그 덕분에 군신 간의 관계는 유례없이 돈독해질 수 있었다.오늘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우문호는 어제처럼 화를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게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만두도 서일과 함께 보내어, 실무를 배우게 했다.식사를 마치자마자 신하들은 너도나도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며 소화를 시켰다.우문호는 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오가는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원 선생이 실험실에 있을 테니,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어서방에 있는 연탑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는 다시 계란이와 교감을 시도했다.그는 안에 있던 시종들을 모두 내보냈고, 심지어는 목여 태감도 물러나게 했다.그는 원 선생이 말한 대로 잡념을 비우고 오로지 계란이와의 교감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계란아, 밥은 먹었느냐?"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의심스러워했지만, 천천히 배우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질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똑똑하며, 타고난 재능까
점심때가 되자 희 상궁은 궁을 떠났고, 사식이도 아이를 돌보러 돌아갔다. 원경릉이 실험실로 가려고 할 때, 목여 태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왔다. 원경릉이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마마,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원경릉은 그의 다급한 모습에 깜짝 놀라 물었다."무슨 일인가?! 어서방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목여 태감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치라도 보는듯, 계속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 문득 녹주와 기라가 전각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다들 일을 보거라. 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다."녹주와 기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눈치채고 공손히 예를 올리며 물러났다.목여 태감이 심각한 표정을 짓자, 원경릉도 덩달아 긴장되었다. 그녀는 그를 전각 안으로 불러 앉히며 말했다."태감, 대체 무슨 일인가?"목여 태감은 조회에 따라갔을 때부터 이 말을 꺼내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황제가 어서방에서 대신들과 함께 식사하는 틈을 타 급히 마마를 찾아온 것이었다. 전각에 들어온 그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서둘러 말했다."마마, 오늘 축시쯤에 일찍 일어나 폐하의 시중을 들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제야 폐하께서 전각 밖에서 혼잣말하고 계신 것을 보았지요. 공주의 이름을 여러 번 부르시는 것으로 보아, 공주를 너무 그리셔서 넋을 잃으신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폐하께는 감히 여쭤볼 수가 없기에, 이렇게 마마께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폐하께 약이라도 지어 드리는 건 어떤지요?""전각 밖에서 혼잣말을 했다니?!"원경릉은 그만 깜짝 놀랐다. 며칠 동안 바삐 움직였고, LR과 어린 황제의 일로 고민이 깊어진 터라, 어젯밤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기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예. 공주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셨습니다."그는 원경릉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황제의 모습을 흉내 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계란아, 계란아, 자고 있느냐?
희 상궁은 사식이를 아주 예뻐했다. 특히 사식이의 아들이 아직 어리기에, 궁에 오면 사식이에게 붙어 아이를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그녀는 이번에 궁에 들어와 만두를 만나지 못해, 사식이의 아이를 돌보며 그리움을 달래려 했다.사식이는 어느새 살이 조금 올라, 눈매에서 마저도 행복 가득하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귀한 집안에 시집가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늘 행복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간직하기 마련이다.그녀는 세월이 지나서도, 예전처럼 서일에 대해 불평하고 있었다.“그저 며칠 외출하는 것 뿐인데, 걱정 가득 잔소리만 몇 번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를 밀어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하지만 그녀는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눈 속에 행복만이 가득 차 있었다. 조금도 복잡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어찌 불만이 있는 것이냐? 누군가 잔소리를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란다.”희 상궁이 그녀에게 말했다.“희 상궁, 그만하시오. 불만이 아니라 그저 잉꼬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네.”원경릉은 연탑에 다리를 꼬고 앉아, 웃으며 말했다.“자랑이라.”희 상궁도 그녀의 뜻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붉어진 사식이의 얼굴을 보며 희 상궁이 입을 열었다. "정말 젊은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행복한데도 불평하다니."“행복이라니요? 정말로 짜증이 납니다.”사식이는 몸을 구부려서 신발을 발판에 올리고는, 원경릉 옆에 앉았다. 이 신발은 서일이 황제와 함께 외출할 때 사 온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본 적이 없는 신발인 '하이힐'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녀는 이 신발을 엄청나게 아끼고 있었다.희 상궁이 말했다.“짜증은 무슨. 어찌 좋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냐? 서일을 칭찬할 수는 없는 것이냐?”“희 상궁, 믿지 않으시겠지만, 남자는 칭찬을 자주 하면 안 됩니다. 너무 자주 칭찬하면 익숙해져서 효과가 없습니다.”사식이가 웃으며 말했다.“헛소리!”그러자 희 상궁이 웃으며 나무랐다.“욕을 하다니, 어찌 연세도
원경릉은 피곤한 나머지 말을 하다 그만 잠에 들어 버린 반면, 우문호는 너무 흥분해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잠이 안 와 뒤척일 때마다 원경릉을 깨울까 봐 걱정되어, 복도에 나가 앉아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시도했다.그는 두 손으로 큰 돌을 들어 올리며 힘을 주고 외쳤다."일어나, 일어나, 날아오르거라."큰 돌이 움직이지 않자, 그는 그것을 내려놓고 더 작은 돌을 들었다."일어나거라."한참 노려봤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그는 또 다른 돌로 바꾸어 다시 시도했다.더 작은 돌을 쥐다가, 결국 두 손가락으로 모래를 쥐었다. 그러나 모래는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손으로 꽉 쥐어, 몇 알의 모래가 빠져나갔다.그는 어쩔 수 없이 손바닥에 낙엽을 올려놓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나뭇잎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화가 치밀어 오른 그는 입김을 불어 나뭇잎을 날려 보냈다.그는 손을 두드리며 눈을 굴리고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뭇잎보다 가벼운 것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이 능력을 포기하기로 했다. 대신 그는 계란이와 소통해 보려고 했다. 원경릉과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으니, 그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조용한 소월궁 복도에서 그는 조용히 계란이의 이름을 두 번 불렀다."계란아, 자고 있냐?""계란아...!"정확히 두 번 부른 후, 그는 순간 늦은 시각이라 계란이가 분명 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부르면 오히려 잠든 계란이까지 깨울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일찍 일어난 목여 태감은 황제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준비를 도우려 했다. 돌아서려던 참에 황제가 복도에서 공주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그는 황제가 공주를 그토록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공주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황제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그마저도 가끔 공주가 보고 싶을 정도인데, 황제는 오죽하겠는가?그러나 계속 그리워하는 것도 답은 아니었다. 그리움이 병이 되면 안 되니, 그는 이제 황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