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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12화

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을 앓은 탓에 몸이 야위어 앉은 의자의 공간이 절반이나 남았다.

그런 작고 야윈 여자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십여 명의 관원들을 노려보자 다들 하나같이 그녀의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눈을 굴렸다. 특히 수 장군은 아까와는 상반되는 태도로 조용히 입만 삐죽거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기왕비는 한참 뒤 헛기침을 하며 말을 시작했다.

“태자(太子)의 자리는 하늘의 명을 받은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태자를 잘 따르기만 하면 후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들 잘 생각해 보세요. 오늘은 이만 파하죠. 다들 조심히 가십시오.”

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은 마치 종이처럼 나풀거렸고 금방이라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승천이라도 할 것 같았다.

*

우문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많아졌지만 한 사람만이 우문호의 의견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당전에서는 대놓고 질책까지 하였다. 그날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는지 명원제의 얼굴까지 어두워졌다.

그 사람은 바로 적위명의 장인인 주국공(朱國公)이었다.

주국공은 소요공과 일찍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으나 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원한관계가 되어 몇 년간 소요공이 지지하면 반대하고 소요공이 반대하면 지지하는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했다.

주국공은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조정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만약 그가 우문호가 제기한 동맹 제의를 지지한다면 연맹은 바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우문호가 진정정을 데리고 세차례나 주국공을 만나기위해 찾아갔으나 그때마다 주국공은 몸이 좋지 않다면 나타나지 않았다.

우문호는 주국공이 소요공에게 느끼는 사사로운 원한으로 조정의 일을 망치려 들자 화가 났다.

소요공도 이를 보고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장 주국공부로 가서 그에게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했으나 뜻밖에도 문전 박대를 당했고, 주국공의 명령으로 하인들은 대문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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