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의 온몸에 핏빛이 감돌며 손에 혈도가 응집되고 있다.외부인이 없으니 서현우는 거리낌 없이 수라의 힘을 펼칠 수 있었다.폐허를 밟고 지나가자, 발밑에서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가는 길 내내 시선으로 들어오는 곳마다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곳은 분명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을 뒤흔들 듯한 일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멀쩡한 건물이 단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폐허 속에서 서현우는 적지 않은 많은 병기와 해골을 보았다.그 병기들은 온전한 것이 하나도 없다.칼자루에 음양 물고기 도형이 있는데, 온통 회색으로 되어 있고 썩은 기운을 풍기고 있다.남아 있는 해골도 마찬가지로 살짝 건드리면 가루가 되어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이 해골들은 모두 푸른 도포를 입고 있는데, 도포는 모두 마른 것처럼 다치는 순간 부서졌기에 생각해 볼 가치도 없었다.하지만 서현우가 지금 가장 의문이 드는 건 이곳에는 인간의 해골만 있고 흉수의 시체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사악한 기운이 깃든 흉수들이 도종과 싸워 이곳을 파멸시켰다면 어찌 흔적도 남지 않았을 수 있겠는가?‘도종이 내분을 일으켜 자기끼리 죽이면서 이곳을 없애려고 했을까?’서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는데, 뭔가 정말 일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왜냐하면 그 사악한 기운은 여전히 뚜렷하기 때문이다.‘잠깐, 사악한 기운은 사나운 짐승에게 붙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에게 붙을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잖아?’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을 더해갔다.‘그럼, 정말로 사악한 기운이 사람에게 붙어 도종 내란을 일으켜 이곳을 없앴다는 것일까?’‘근데 왜 생존자가 없어? 다 같이 죽었나?’‘생존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도종의 전승은 절대 끊어지지 않았을 거야.’‘불교도 마찬가지 아닐까?’끝없는 세월 이전에 일어난 일들이 실처럼 뒤엉켜져 풀리지 않았다.그렇게 벌써 몇 시간이나 걸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어둠이 덮인 가운데 쥐 죽은 듯한 고요함과 부패만 남았다.그 완전하지 않은 벽화들은 이곳이 도종 유적이라는
서현우의 몸에 금이 나타나면서 온몸에 선혈이 낭자해졌다.극심한 고통은 영혼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지금 이러한 부상은 바로 노와 초탈자를 외치고 난 후에 나타난 것이다.서현우는 얼른 단약을 꺼내 입에 넣었다.놀라운 단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수라 혈맥이 가져오는 강력한 회복력도 역시 효과를 일으키지 못했다.이에 서현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노가 뭐야? 초탈자는 또 뭐야?”서현우는 나지막이 속삭였다.“푸!”그러나 즉시 피를 뿜어냈고 부상은 점점 가중되어 균열이 얼굴까지 번졌다.서현우는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그게 도대체 어떠한 존재이면 이름 하나를 외쳤다고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서현우는 자신이 노와 초탈자라는 두 명사를 계속 말한다면 부상이 계속 심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어쩌면 심지어…… 죽음까지 초래될지도 모른다.이는 단지 생각만으로도 아연실색해질 정도다.“안돼, 떠나야 한다! 내 실력으로 다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다!”서현우는 죽고 싶지 않아 얼른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균열은 여전히 존재하고 선혈은 끊임없이 스며들었다.이번 상처는 극심하기 그지없어 아마 회복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억지로 기운을 돌리며 유광이 되어 심연 출구로 향했다.거센 바람을 뚫고 들어갈 때, 혈살의 힘으로 이뤄진 광막은 종잇장처럼 얇아져 하마터면 찢길 뻔했다.가까스로 심연을 뛰쳐나온 서현우는 착지하고 나서 두어 걸음 비틀거리더니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져 숨을 크게 헐떡였다.옷은 이미 선혈로 완전히 붉게 물들어 보고 있는 것만으로 아찔해질 정도다.다시 단약을 꺼내 입에 넣었지만, 쓰기만 하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설령 공가연이 서현우에게 준 목숨을 지킬 수 있는 7급 단약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너무 무서웠어…….”벼랑 끝에서 죽다 살아난 느낌이 들었다.도대체 어떠한 존재에게 이러한 위력이 있는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이름
모두 자기와 같은 편인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서현우는 방어 진법을 쳤다.이는 신뢰 여부와 상관없이 조심스럽게 행동할 뿐이다.그때 남강에 있을 때도 만약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천백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방어 진법을 치고 서현우는 무릎을 접고 돌침대에 앉아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사색하더니 손을 흔들었다.저장 반지는 살짝 반짝였고 서현우의 손에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이 상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엮은 것이다.나뭇잎은 여전히 푸르고 생기가 짙게 배어 있다.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는 하얀색 열매 세 알과 유리처럼 영롱하고 투명한 열매 씨가 눈앞에 나타났다.열매의 정체는 보리과이며 반야곡 중석묘의 보리수에서 딴 것이다.서현우는 보리과의 작용을 잘 알고 있다.보리과의 과육은 정신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열매 하나는 영력 수련자가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수련한 것과 맞먹는다.일반인이라도 보리과를 먹으면 정신력의 강도는 입도경 영력 수련자에 비견된다.그리고 그 열매의 씨는 효능이 더욱 뛰어나다.규칙의 힘을 담고 있어 성무석과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이는 절세 대약에 못지않은 지보임이 틀림없다.하지만 서현우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보리수에 원래 열매가 다섯 알이나 달려있었는데, 무지로 인해 열매 한 알이 떨어져 사라졌다는 것이다.이런 절세 보물을 헛되이 낭비하게 된 것에 가슴이 미어졌다.서현우는 씨를 손에 꼭 잡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아 진무법을 돌렸다.몸의 부상은 규칙의 힘으로 인해 생긴 것이고 인제 이 보리과 씨에 내포되어 있는 규칙의 힘으로 부상을 회복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윙-씨의 힘이 견인되면서 방 전체에 찬란한 금빛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짙은 불운까지 출렁이고 있다.금빛이 비치자, 무릎을 접고 눈을 감고 있는 서현우는 장엄하기 그지없어 보였다.금빛 잔물결이 씨에서 서현우의 팔에 퍼졌고 그 후 빠른 속도로 서현우의 온몸을 가득 채웠다.눈앞의 어둠은 다양한 색상의 실로 대체되어 하나씩 드러났
씨 안에 내포되어 있는 규칙의 힘의 인도를 받자, 살육 규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서현우의 몸에 난 균열은 점차 지속적해서 복구되었다.같은 시각 서현우의 메마른 단전에는 붉은 실밥이 그려져 있다.마치 어떤 화가가 붉은색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살육 규칙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이 그림은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서현우는 감격스러워했다.열반귀진법에서 서현우는 주재경에 발을 들여놓은 경험이 있다.하여 이것이 묘사 영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일단 살육 규칙이 충분하고 영역 그리기가 완료되면 서현우는 자신의 영역을 갖게 된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주재경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안타깝게도 규칙의 힘이 너무 적어 10분의 1도 그려내지 못했다.어느새 방안의 금빛과 핏기는 모두 사라졌다.서현우는 천천히 눈을 뜨고 신념을 펼치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수백 리 밖의 모든 화면이 서현우의 눈앞에 나타났다.햇빛이 쏟아지고 바람이 약간 불어오자 화초가 흔들리며 새가 나뭇가지에 살포시 앉아 가볍게 노래를 부르고 있으며 벌과 나비가 나풀나풀…….그리고 일부 산수는 산속에 흩어져 흉수의 종적을 찾고 있다.진아름은 시냇가에서 무예를 연마하고 정람은 밥을 짓고 있으며 부영호와 부영철 두 형제는 서로 욕을 퍼부으며 다투고 있다.세상 듣기 싫고 거북한 욕이라는 욕은 모두 하고 있다.서현우는 마치 하느님의 시각에 서서 모든 곳을 보고 있으며 모든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고 있다.모든 것을 다 장악하고 있는 느낌은 매우 아름답다.게다가 서현우는 아직 온몸의 힘을 쏟아부은 것도 아니다.만약 온몸의 힘을 모두 쏟아 부었다면, 수천 리까지 볼 수 있을 것이다.이 정신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용솟음치고 있다.만약 지금 연심부 강자의 앞에 서 있다면, 신안을 배운 적이 없어도 상대의 정신력 공격은 아무런 효과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만약 주제 파악 못 하는 이가 지금 서현우에게 정신 통제를 펼친다면 서현우는 그 사람을 도려 통
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즉시 물었다.“적이 누굽니까?”전음부는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고 스스로 불타버리더니 잿더미가 되어 흔적도 없이 흩어졌다.“안씨 가문에 정말로 큰 위험이 닥친 거 같아.”서현우는 침울하게 덧붙였다.“안씨 가문은 매우 중요한 카드라 절대 잃어서는 안 돼. 다녀와야겠어.”진아름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고 고객만 끄덕였다.“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급할 거 없어.”서현우는 진아름을 데리고 몸을 번쩍이더니 사라졌다.순간, 두 사람은 부영철의 곁에 나타났다.부영철은 재빨리 반응하며 칼을 뽑아 겨누며 연신 뒤로 물러서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부영철은 아직 서현우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선배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상대가 공격하려는 생각이 없는 듯 보이자 부영철은 입을 열어 물었다.“나다.”“네?”부영호와 부영철은 순간 멍해졌다.서현우의 몸매와 얼굴은 부유한 중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갔다.“사장님!”그러자 두 사람은 아연실색하며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서현우는 또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전에는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 모습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내 딸이 아니라 내 아내다.”두 사람은 진아름을 바라보면서 또다시 멍해졌다.너무 아리따운 용모를 지닌 여자이기 때문이다.성국에서 이렇게 예쁜 여자를 찾기 엄청 힘들 것이다.있다고 하더라도 제일 미인이라고 불리는 우해미와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저는 진아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사실을 숨겨서 미안했습니다.”진아름은 사과하며 미소를 지었다.부영호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럼, 사장님이 바로 그 명성이 자자한 서현우라는 말입니까?”“잠깐만요! 그럼, 전에 포위 공격당한 수라는 누굽니까?”부영철은 갑자기 놀라며 소리쳤다.그러더니 두 사람은 또다시 멍해졌다.그들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수라가 성국 남부에서 포위 공격당
안수연이 주동적으로 전음한 이후 서현우는 다시는 안수연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안씨 가문이 도대체 어떤 위험에 직면했는지, 사상자가 어느 정도인지, 혹은 이미 전멸했는지는 서현우는 아무것도 모른다.심지어 지금 안수연의 위치도 모르고 있다.허공 위에서 서현우는 저장 반지에서 영패 하나를 꺼냈다.그 위에 “안” 자가 쓰여 있다.이는 바로 안씨 가문의 공양 장로 영패이다.이 영패는 사실 부 영패로써 안씨 가문의 수중에 주 영패가 있다.만약 서현우가 뜻밖의 사고를 당해 죽는다면 안씨 가문은 주 영패를 통해 서현우가 이미 죽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그리고 주 영패와 부 영패 사이의 연계에 따라 장로 영패가 있는 곳을 찾게 된다.물론 정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살인자는 틀림없이 부 영패를 파괴할 것이고 안씨 가문에서 절대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지금 서현우는 신념을 부 영패에 넣어 주 영패와 소통하고 있다.“서북쪽입니까?”서현우는 마음속에 답이 생겨 주 영패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고 2천 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이다.서현우의 현재 속도로 보면, 아마 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안씨 가문의 바탕도 깊은 편인데, 실력 차이가 너무 현저하지 않으면 3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서현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애초에 허씨 가문이 혈색 흉수의 진공을 받았을 때도 여러 날이나 버텼었다.비록 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허나운이 서현우에게 도움을 청하기 했지만 말이다.그러나 지금의 안씨 가문은 결코 허씨 가문이 비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적어도 최고의 전력에서 안씨 가문에는 안지문, 안지현과 모연수 세 사람이 있다.그러나 서현우가 모르는 것은 안씨 가문이 확실히 생사존망의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황폐한 땅에 여러 가지 광택이 피어나고 있다.안씨 가문 사람들 속에 사상자가 적지 않게 나왔고 피바다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싸움은 계속되고 울부짖는 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간담을 서늘하게
독설을 퍼부으며 안지문은 암암리에 모연수에게 전음했다.“모연수 씨, 이따가 기회 봐서 도망가요. 안씨 가문은 오늘 모두 죽게 될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당신까지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모연수는 씁쓸함이 가득했다.“용 장로님은 어디에 있습니까?”안지문의 눈에는 한이 그려졌다.“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용 장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절대 도망가지 못합니다.”그러자 모연수는 탄식만 했다.이에 안지문은 덧붙였다.“내가 복신망을 거두면, 될 수 있는 한 멀리 도망가세요.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 수연이 좀 부탁해요…… 잘 부탁드립니다”“네…….”모연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어쩌면 안지문 세 사람이 목숨을 걸을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또 어쩌면 안씨 가문의 신복망이 확실히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6명의 공격 강도는 그리 크지 않고 주로 견제와 소모를 위주로 하고 있다.구유전과 검존전이 손을 잡고 6대 진아경 강자들이 포위 공격하는데, 안씨 가문이 도망갈 수 있을까?신복망은 강하지만 이런 이보를 조종하는 데 기운이 많이 든다.일단 안지문의 기운이 어느 정도 소모되어 자폭할 힘조차 없어지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미친 듯이 공격할 시기이다.이와 동시에 안지문으로 하여금 안씨 가문 사람들이 천천히 발버둥 치는 것을 직접 보게 하거나 잔인하게 살해되는 걸 보게 한다면 더욱 미치고 팔짝 뛸 것이다.천천히 찾을 필요 없이 스스로 안씨 가문의 내막 보물창고를 내놓게 강요할 수 있다.그들이 생각한 대로 안지문의 마음은 비할 데 없이 괴로웠다.불판 위에 올려져 조금씩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절대 용서를 빌지 않을 것이다.무도의 길에는 약육강식만 있을 뿐 자비와 연민은 없다.마음이 착한 사람은 벌써 죽었다.지금 자리에 있는 진아경은 안지문 자신까지 포함해서 모두 두 손에 피가 가득 묻혀져 있다.구유전과 검존전이 안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지문은 잘 알고 있다.유일한 희망은 자기와 안지현의 죽
“이제야 궁지에 몰린 모양이다?”구유희는 차갑게 웃으며 비아냥거렸다.6대 진아경 강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기다리고 있다.“형님, 검존전은 제가 대응하겠습니다.”안지현이 말했다.그러자 안지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내가 갈게.”검존전은 구유전의 세 사람보다 위협이 더 크다.“어차피 다 죽는데, 누가 가도 똑같지 않습니까?”안지현은 비참하게 웃으며 최선을 다해 힘을 폭발시켜 검을 들고 검존전 세 사람을 향해 적극적으로 돌진했다.“지현아…….”안지문은 가라앉은 목으로 소리를 쳤다.그러고 나서 슬픔이 가득한 채로 문득 몸을 돌려 구유희 세 사람을 마주하며 두 눈을 붉혔다.그러던 찰나 안지문은 거침없이 달려갔다.“나하고 같이 죽고 싶은 사람 누구야?”모연수와 안지현도 함께 검존전 세 사람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안지현은 당신들에게 맡기겠습니다.”권세검은 담담하게 말을 남기고 나서 몸을 번쩍이며 모연수를 향해 갔다.손에 든 철검으로 두말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찔렀다.이에 모연수의 얼굴은 비할 데 없이 굳어졌지만, 최선을 다해 막으려고 했다.땡땡-우르릉-진아경 강자의 교전이라 동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우레와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사막 가장자리의 안씨 가문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보았지만, 어두운 구름과 안개만 보일 뿐 때때로 빛이 반짝이는 것이 다였다.“우리는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렸습니다…….”“저런 잡X한테 죽느니, 은빛 사막에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필사적으로 돌격하면 희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은빛 사막에 들어서면 무조건 죽게 되어 있습니다.”이런 긴요한 고비에 안씨 가문 사람들은 의견이 서로 갈렸다.일부 사람들은 몸을 돌려 돌격하면 도망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리고 은빛 사막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살아남으면 운이 좋은 것이고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기에 마음은 편할 것이다.구유전과 검존전의 정예는 이 기회를 틈타 다시 공격했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