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서현우의 모습을 본 7인의 가슴이 조여왔다.진아경도 각각의 실력은 저마다 달랐다.여섯 명은 초기, 한 명은 중기인데, 서현우처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기를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었다.아무도 죽는 걸 원하지 않았다.7인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었고, 순전히 일시적으로 힘을 합친 것뿐이었다.서현우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연수와 원지유를 처리한 후 그들끼리 싸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여러분, 겁내지 말고 두 명씩 나눠서 저놈을 막고 나머지는 최대한 빨리 이 둘을 처리한다면, 저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진아경 중기인 노인이 현명하게 말했다.그러자 나머지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저 사람과 같은 경지에 있으니 그쪽이 가서 막아요.”“…….”노인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말없이 뒤돌아 도망쳤다.마음이 맞지 않았던 그들은 모연수와 원지유를 공격할 때도 저마다 움직였는데, 더군다나 진아경 중기에 오른 서현우와 맞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더 이상 자금바리를 무너뜨리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차라리 먼저 떠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시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다른 이득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중기 영역의 노인이 도망친 것을 본 나머지 여섯 명의 초기 영역 강자들도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잃고 물러났다.생사를 넘나들던 위기는 서현우의 등장만으로 순식간에 타파했다.모연수와 원지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자금바리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두 사람은 서현우를 향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현우 도련님, 감사합니다.”“천만에요, 우린 동맹했잖아요. 이미 함께 진격하고, 함께 후퇴하기로 하지 않았나요?”서현우가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의 얼굴에 감격스러운 표정이 번졌다.원지유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손에 든 자금바리를 서현우에게 건넸다.“이 보물은 방어력이 매우 강한데, 현우 도련님이 가져가세요.”서현우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원지유를 바라보았고, 그의 얼
많은 사람들이 이 제안에 동의했다.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보물의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합니까?”평화로운 해결책을 제안한 노인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럼 보물을 경매에 내놓고 수익금을 우리 열일곱 명이 똑같이 나누자고요.”“경매에 내놓는 건 좋지만 누가 챙길 건가요?”사람들은 또다시 침묵에 빠졌다.노인이 다시 말했다.“여러분, 누가 챙기든 상관없습니다. 보물을 가져간 사람이 혼자서만 독식한다면 영원히 심연에 갇힐 것이라는 피의 맹세를 하면 됩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지 않네, 그렇게 합시다!”“그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보물을 찾기 위해 여기 모였으니 더 이상 맹목적으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좋아요.”사람들이 상의를 마친 끝에 노인이 손가락을 튕겼다.잔디밭을 덮고 있는 금기 어딘가에 점 하나가 나타났다.“여러분, 모두 전력으로 같은 곳을 공격해서 겉면을 깨뜨리세요!”“좋아요!”순식간에 장엄하고 광활한 기운이 솟아오르며 퍼져나갔다.열일곱 명의 진아경 강자들은 모두 최강의 공격력을 응축했다.“공격!”노인이 큰 소리로 외치자, 축적된 공격력이 순식간에 방출되어 노인이 가리킨 지점을 향해 일제히 공격했다.콰르릉-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무시무시한 내공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다.서현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힘에 튕겨 나갔다.동시에 달칵 소리가 들렸다.오두막을 감싸고 있던 구속이 열일곱 명의 강력한 공격에 균열이 생겼다.그러나 오두막은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다.“깨졌다!”사람들의 눈에 열기가 들끓었다.누구나 가장 먼저 오두막으로 달려가고 싶어 했다.누군가 손을 쓰려는데, 조금 전 제안한 노인이 다시 한번 외쳤다.“여러분 모두 서로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은 함께 처단합시다!”움직이려던 사람들은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다.다행히도 이 오두막은 충분히 넓었다.열일곱 명을
곧바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서현우에게 향했다.차가운 눈빛, 못마땅한 눈빛, 구경거리가 생긴 듯 각각 조롱과 호기심이 담긴 눈빛도 있었다.서현우는 차갑게 웃었다.그들이 추측이 맞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혈악의 힘은 진무법과의 융합으로 인해 기운에 변화가 생겼다.이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서현우 자신마저 수라 혈통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말을 꺼낸 중년 남자는 온전히 사람들을 자극해 서현우와 대치하게 만들고, 함께 그를 공격해 보물을 빼앗으려는 의도였다.그는 서현우가 보리수 아래 오랫동안 앉아 있을 때 울려 퍼지던 종소리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서현우는 뭔가 특별한 것을 얻은 게 분명했다.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였다.사람들을 자극해 함께 힘을 합쳐 상대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혼자서는 감히 서현우를 상대할 수 없었다.“수라라는 증거가 있나?”조금 전 경매 진행자였던 노인이 물었다.“그게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다른 노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봤어. 보리수 밑에 앉아 있을 때 주위에 붉은 안개가 자욱하고, 온몸엔 혈악의 기운이 감돌며 두 눈에는 선홍빛이 가득했는데, 수라 말고도 그런 사람이 또 있나?”이 노인이 바로 여섯 명과 함께 모연수와 원지유를 포위하고 있을 때 서현우가 나타나면서 도망쳤던 진아경 중기 강자였다.“맞아요! 수라가 틀림없습니다. 감히 우리들 사이에 섞여 들어올 정도로 대담한 놈이죠. 동료분들, 사악한 귀신을 죽일 때가 왔습니다. 놈을 놓치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체면도 사라지고 용국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그렇습니다! 만약 그가 장차 피와 시체로 산과 바다를 뒤덮게 만든다면, 지금의 우리가 미래의 대역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강자들이 차례로 입을 열었고, 그들의 표정과 어투는 모두 극도로 암울했다.“당신들 헛소리 그만해요!”모연수가 소리쳤다.“수라 말고도 혈사 공법을 수련하는 혈사파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공법을 수련하는 무
염정인의 행방에 대한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서현우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염정인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염정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염씨 가문 역시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염씨 가문을 멸망시키는 것은 이미 서현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제 좋은 핑계가 생겼다.“그렇다면 조금 두렵긴 하네. 염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지금은 놓아주지. 대신 내가 직접 염씨 가문에 찾아갈 테니, 그때 가문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길 바라.”그렇게 말하며 서현우의 부풀어 오른 몸이 서서히 가라앉고 원래대로 돌아왔다.그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이를 꽉 깨문 안길의 눈동자에 증오심이 번뜩였다.그가 낮게 말했다.“감히 염씨 가문으로 온다면,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거야!”모연수와 원지유는 서현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활짝 웃었다.서현우는 손짓을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 사람은 함께 자리를 떠났다.아무도 감히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서현우의 기운이 자신들에게 쏠려 한순간에 자폭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세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순조롭게 반유곡을 빠져나갔다.“나왔다, 나왔다!”반유곡 밖에서 많은 무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십여 명의 진아경 강자가 차례로 나왔다.어떤 이들은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고, 어떤 이들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취신전의 진우연과 안씨 가문의 안수연은 곧바로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안 선배님, 괜찮아요?” 진우연은 안도하는 표정이었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우연은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단봉을 찾았는지가 아니라, 서현우가 괜찮은지 먼저 물었다.겉으로 보이는 모습뿐인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항상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안수연은 고개만 숙일 뿐 말을 하지 않았다.원지유는 전씨 집안 사람들이 서두르는 것을 보고 서현우와 모연수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현우 도련님, 모연수 씨, 반유곡 여정 내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안금성 상공은 온통 자줏빛 장막으로 뒤덮이더니 해자 진법이 열렸다.성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지만,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종소리로 인해 인심이 흉흉하며 매점들은 일찍 문을 닫고 행인들은 황급히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기회를 틈타 소란은 피우는 이가 없도록 갑옷을 입고 제식 무기를 든 수위가 안금성을 물 샐 틈없이 지키고 있다.마음이 초조한 안수연도 재빠르게 안금성으로 들어섰다.성문에서 수위 장군은 안수연을 보자 즉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말장 유홍준, 아가씨를 뵈옵소서.”“유홍준 장군, 혹시 강적이 침입했습니까?”다급한 목소리로 안수연이 물었다.그러자 장군은 무거운 소리로 답했다.“아가씨께 아룁니다. 강적의 침입은 없었지만, 얼마 전 구유전에서 많은 강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안씨 가문 어르신께서 직접 그분들을 접대했습니다.”“구유전!”안수연은 이를 악물고 서현우와 모연수를 돌아보며 몸을 굽혀 인사했다.“셋째 할아버지, 연수 할머니, 저 좀 도와주세요!”셋째 할아버지라는 소리에 서현우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성을 지키고 있던 장군들도 놀라워 마지 못하며 저도 모르게 서현우를 바라보았는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서현우는 금방 깨달았다.지금 대외적인 신분은 당시 안씨 가문을 배반한 천재 강자로 되어 있다.하여 안수연의 항렬로 계산하면 셋째 할아버지라고 해도 틀린 것이 아니다.“여러 해 동안 돌아오지 않았지만, 안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정색하며 서현우가 말했다.“수연 씨, 시간 낭비 그만하시고 어서 가시죠.”모연수가 옆에서 재촉했다.“네, 셋째 할아버지, 연수 할머니,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안수연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있다.하지만 구유전에서 강자가 달려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상대하기 쉽지 않음을 알고 애간장이 타들어 갔었다.무릇 대가문이라면 족속의 자제도 꼭 빠지지 않는다.지금 안금성 성주부 중심 광장에는 안씨 가문의 본맥과 분맥이 모두 모여 천 명에 가깝다.
노파는 안지문의 말을 듣고 눈빛이 살짝 번쩍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노파의 이름을 아는 이가 있다니 세상 희한합니다.”안지문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만약 성국의 역사에서 천재가 부지기수로 많다면, 구유희는 틀림없이 그중의 한 명이다.듣기로는 구유희가 태어나던 그날에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고 허령 성체로 먼지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열다섯 살에 입도경에 들어서고 스무 살에 생사경을 넘나들었으며 스물두 살에 진아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이토록 무서운 수련 속도는 그 시대를 짓눌러 버렸었다.구유희 시대에서 그 어떤 천재도 빛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구유희에게 구애하는 청년도 수없이 많아 문턱이 닳을 지경이었다.당시 진아경 수위로 제군의 자리를 물려받지 못한 이태화조차도 구유희를 추구한 적이 있다.그러나 구유전에서 구유희는 오로지 무도의 길을 닦으면서 그 누구와도 혼인을 맺지 않을 것이라며 거절했었다.모든 사람은 구유희가 적어도 주재경을 이루고 성국의 절대강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그러나 구유희는 진아경에 이르고 나서 수련하러 집을 나섰는데, 20여 년 가까이 실종되었다.구유전은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20년이 지나고 나서 구유희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초췌하고 피곤하기 그지없어 보였고 허령 성체는 이미 가뭇없이 사라졌다.이렇게 큰 변화는 그 당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었다.그 후로 구유희는 구유전 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구유전은 구유희가 병마와 싸우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공언했다.지금으로부터 800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이미 죽은 지 몇백 년이나 된 사람이 버젓이 살아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가면이 아니었다면, 게다가 스스로 구유전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안지문은 절대 그 당시 절세의 천재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구유희의 이름이 성국을 뒤흔들었을 때, 안지문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차렸다.“노파 살날이 얼마 안 됩니다.”구유희는 담담하게
“소란 피우지 말고 어서 들어가!”안지문은 엄하게 소리쳤다.“할아버지…….”안수연은 고집스럽게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안지문은 크게 노여워했다.“수연이 너…….”구유희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후배들도 결국 성장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우리 안씨 가문 일이니 구유희 선배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차가운 목소리로 안지문은 단번에 반박했다.안수연은 안지문이 가장 아끼는 손녀일 뿐만 아니라 안씨 가문 젊은 세대 가운데서 천부적인 자질이 가장 높기도 하다.안씨 가문 미래의 기둥으로서 그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된다.구유전에서 나쁜 마음으로 찾아온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그들의 말대로 실력을 겨루든 아니면 이를 핑계로 다른 일을 하려고 하든 안지문은 태도가 단호하다.안씨 가문 손실이 막심할지언정 심지어 가문 전체가 없어진다고 해도 안수연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안씨 가문의 보물 창고는 매우 깊이 숨겨져 있고 또한 창고를 열 수 있는 열쇠도 안수연에게 있다.하여 설령 안씨 가문이 없어진다고 해도 안수연이 있는 한 안씨 가문은 다시 일떠설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는다.“할아버지!”안수연은 바로 무릎을 꿇었고, 예쁜 눈동자에는 애원의 빛이 가득했다.구유전의 윤민수를 안수연도 알고 있다.천부적인 재능을 갖추고 태어난 사람 중에서 윤민수는 5위 안에 든다.유암 성체까지 품고 있어 구유전 극비 전승 공법인 구유결에 매우 부합되는 일인으로 지금은 생경 강자이다.그러나 안수연도 만만치 않게 강한 인물이고 같은 생경 경지라 꼭 진다는 것도 아니다.“망할 X!”안지문은 화가 치밀어 올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자기 손녀가 어떤 실력인지 잘 알고 있고 전에는 손녀가 매우 자랑스러웠다.하지만 절대 윤민수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도 명확히 알고 있다.만약 싸우는 중에 윤민수가 살의를 일으키고 구유희까지 있다면, 막을 겨를도 없을 것이다.“형님, 조급해하지 마세요.”바로 이때 서현
“지빈아!”안지문은 즉시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절신염이라는 희세의 보물을 바쳐 서현우를 안씨 가문으로 들여와 공양 장로로 되게 한 것이다.하여 안지문의 처지에서 보면 서현우는 스스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게다가 서현우가 구유전의 실력을 두려워한 것이 아닌지 이런 식으로 순리대로 구유전으로 넘어갈 생각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안씨 가문은 엎친 데 덮친 격이나 다름없다.그런 마음을 읽었는지 서현우는 안지문을 향해 안심하라는 듯이 웃었다.구유희는 눈빛이 반짝거리며 서현우의 말에 대답했다.“그래요. 원하는 대로 하세요.”“형님, 우리 가문 사람들 뒤로 물러나게 해주세요.”서현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너…….”“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어안이 벙벙해진 안지문을 향해 덧붙였다.안지문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두말하면 입만 아플 것 같아서 속으로 욕했다.그러고 나서 충분한 전투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사람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했다.하지만 서현우는 도리어 고개를 가로저었다.“더 물러나세요.”눈살을 찌푸리며 안지문도 소리쳤다.“뒤로 더 물러나!”두 사람의 소리에 안씨 가문 사람은 다시 뒤로 물러났다.전투 공간이 순간 100장 거리로 넓어졌다.그런데도 서현우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형님, 그냥 다들 흩어지게 하세요. 최대한 멀리요. 적어도 천장 정도 거리는 돼야 하거든요.”“뭐?”안지문은 그만 눈가에 경련이 일어나고 말았다.천장은 3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이다.그리고 지금 여기는 안금성 중심 지역이다.서현우가 구유작과 안금성을 모두 망가뜨리려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여기 안금성이야.”서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바꾸며 구유희에게 말했다.“저기요, 선배님, 이대로 싸우게 되면 안금성 전체에 파급될 것 같습니다. 구유전도 폐허는 싫으시죠? 그러니 차라리 전투 장소를 허공에 두는 건 어떻습니까?”이에 조롱하며 구유희는 입을 열었다.“정말로 이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