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름은 이를 시작으로 아주 많은 이야깃거리를 꺼냈다.마지막으로 진아름은 간단하게 총결했다.“흉수의 특성에 따라 파워, 속도, 스마트, 보조 4가지로 세분된다고 보면 돼요.”서현우는 대충 알아들었다.인류가 흉수의 유전자를 차용하고 이를 융합하면서 다른 길을 개척하여 새로운 수련의 길을 파헤쳤다는 것이다.“그럼, 이런 무자들만의 이름은 있어?”서현우는 궁금해하며 물었다.“네, 우리는 수혼 무자라고 부르고 있어요.”“수혼 무자…….”서현우는 말을 반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알맞은 호칭이긴 하네.”“수혼 무자의 잠재력은 어때?”서현우는 물음이 끊기지 않았다.“흉수 유전자의 융합으로 탈바꿈한 거라 좋은 점은 많아요. 근데 치명적인 약점도 있어요. 융합된 흉수 유전자의 급이 얼마면 무자는 딱 그 정도밖에 올라가지 못해요. 그 위로는 올라가지 못하다는 말이에요.”“가연 씨하고 여러 흉수를 동시에 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어요. 근데 이 과정에서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는데, 흉수와 흉수사이에도 장애가 있어 변이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변이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일단 풀리기라도 한다면 재난이 또다시 닥칠 거예요.”“초월할 가능성은 없어?”서현우는 약간 실망했다.끝없는 세월 이전에 흉수야말로 성국 대지의 주재자였고 인류는 흉수의 먹이였다.대대로 선인들은 몸부림치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무도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인류는 스스로 수련하여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억지로 일떠섰다.만약 수혼 무자가 융합된 흉수 급에 도달할 수만 있고 계속 진급할 수 없다면 계속 전진할 수 있는 기초를 잃게 된다.비록 짧은 시간 내에 실력을 빠르게 향상했지만 한눈에 끝이 보이니 스스로 수련하는 무자보다 못하다.“절대적인 건 아니에요.”“우리는 해결하려고 방법을 찾고 있어요. 수혼 무자는 새로운 돌파와 시작이라고 믿고 있어요. 반드시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과 흉수의 야성적인 힘을 결합하여 건전한 무도 수련의 길을 닦아낼 수 있을 거예요.”“
서현우는 이 말을 듣고 뜨거운 피가 머리 위로 치솟는 것만 같았다.곧 진아름이 허리를 가로질러 품에 안고 발밑을 툭툭거리더니 포탄처럼 유성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칠흑 같은 밤하늘을 향해 돌진했다.연구 프로젝트와 연구원이 갈수록 많아짐에 따라 서씨 저택 뒤쪽의 실험 구역만으로는 부족했다.그래서 중영에서 다른 곳에 실험실을 세우게 된 것이다.그 면적은 매우 크고 천명이나 되는 혈졸이 수비하고 있어 연구원을 제외하고 허락 없이는 절대 진입이 불가능하다.서현우는 진아름을 안고 왔다. 하마터면 혈졸에게 공격을 당할 뻔했는데, 다행이 혈졸은 서현우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연신 인사를 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실험실 밖의 공터에 도착하자 진아름은 왕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현우가 손을 흔들자 거대한 호랑이 꼬리가 땅에 나타났다.펑-소리와 함께 먼지도 많이 일어났다.이를 보고 있던 진아름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꼬리 하나에 불과한데, 무려 건물의 하중 기둥처럼 굵다.이른바 8급 흉수의 몸집이 얼마나 큰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왕가연은 연구원을 데리고 총총히 달려왔다.그들도 이 거대한 꼬리를 보고 눈이 밝아졌다.절세의 보물을 보는 것처럼 두 눈이 반짝거렸다.사실 이 꼬리를 절세의 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필경 8급 흉수의 꼬리이기에 이것으로 무엇을 하든 누구에게나 아주 큰 기연이다.“당장 옮겨서 검사해요!” 왕가연은 당장이라도 침을 흘릴 것만 같았다.“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 없을 것 같아요.”진아름은 눈살을 찌푸리고 서현우를 쳐다보았다.“잘라도 돼요?”“자르든 말든 알아서 결정하면 돼. 만약 연구에 지장이 없다면 내가 자를게.”서현우는 덤덤하게 답했다.그러자 왕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잘라주세요.”서현우는 오른손을 살짝 벌리고 핏빛 실이 응집되어 살벌한 혈도로 모였다.혈살의 힘이 약간 확산하자 진아름 등은 모두 솜털이 곤두서고 막대한 위기감을 느꼈다.서현우는 칼을 휘둘러
“8급 흉수가 또 있어요?”왕가연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믿어지지 않았다.진아름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서현우로부터 죽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몸이 부드럽고 털이 반짝이는 백수천랑 새끼를 받고 몸을 돌려 갔다.또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햇살도 눈 부시다.진아름과 왕가연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방호 장비를 벗고 크게 숨을 헐떡이며 이전보다 더욱 격동되었다.“어때요?”서현우가 물었다.“이 8급 흉수 새끼는 아름 씨와 적합도가 매우 높습니다. 99%에 달하여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왕가연은 흥분에 마지 못했다.서현우는 한숨 돌렸다.‘일치하면 돼.’진아름에게 무도를 수련하게 하는 것은 이미 가장 좋은 시기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진아름은 수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몸을 지니고 있다.지금 수혼무자라는 다른 길을 개척하는 수련의 길이 나타났고 진아름은 또 백수천랑의 유전자와 일치한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아쉽게도 융합할 수 없습니다. 전에 제가 말했듯이 신체 자질과 의지력이 표준 미달입니다.”왕가연의 눈에는 모든 것을 거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하지만 그녀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서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일단 일들 보고 있으세요. 제가 한 번 생각해 볼게요.”“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왕가연의 눈에 또 빛이 나기 시작했다.그녀도 강해지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에 처했을 때 다른 사람의 보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게다가 일반인의 수명은 100년에 불과하며 흉수 유전자에 융합되어 수혼 무자가 된다면 생명 차원이 달라져 몇 배에서 수십 배의 수명을 더 낼 수 있다.왕가연은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연구만 좋아한다.이렇게 긴 수명을 가지게 된다면, 그녀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아직 잘 모르겠어요. 가서 물어봐야 알 것 같아요.”서현우가 대답했다.진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어서 가 봐요. 정 안 되면 무리하지 말고요.”서현우가 그녀
공가연은 멍하니 있다가 조금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럼, 단시간 내에 신체 자질과 정신력을 높여 백수천랑을 융합시키는 조건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있긴 하나 최의존께서 도와주셔야 한다. 최의존은 평소에 기괴한 단약에 흥미를 느껴 전에 이러한 단약을 제련했을 것이다.”공가연이 말했다.서현우는 마치 희망이라도 본 듯이 기뻐 마지 못했다.“최의존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그러자 공가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먹으러 나갔다.”사람마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최명 의존은 먹는 것을 좋아한다.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당당한 7급 의존이자 진아경 무자가 이런 일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은 신분과 걸맞지 않은 일이다.이때 신중영 동쪽 구역의 한 골목에서 아주 간단하게 장식된 음식점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다.손님도 많아 왕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사람마다 잔치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앉을 곳이 있으면 앉아서 먹고, 앉을 곳이 없으면 골목에서 쪼그리고 앉거나 서서 먹고 있다.이곳에 와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모두 가난한 것은 아니다.차를 몰고 와서 잔치 국수를 먹는 부자들도 많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치 국수에 사장님이 정성껏 만든 특수 양념을 첨가하면 맛이 더욱 깔끔해진다.최의존은 용국으로 온 이상 이곳에 걸맞은 옷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지금 음식점 문어 귀에 쪼그리고 앉아 땀을 흘리며 국수를 빨아들이고 있다.무자의 눈에는 이 잔치 국수는 보잘것없는 음식에 불과하다.무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으며 순전히 맛으로만 먹을 뿐이다.최의존은 국물까지 놓치지 않고 모조리 마셔 버리고서야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그리고 몸 옆에는 그릇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사장님, 한 그릇 더 주세요!”최의존이 소리쳤다.“네, 잠시만요.”사장님 일가족은 팽이처럼 바삐 돌아치며 멈출 수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섯 그릇째나 되는
사장의 시선에 최의존은 신경이 제대로 곤두섰다.최의존의 신분과 지위 그리고 탁월한 의술 수준과 무도 실력이라면 성국에서 감히 그를 이런 연민하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이 없다.그러나 지금 잔치 국수 가게의 사장은 지금 그런 눈빛으로 왕의존을 바라보고 있다.“나 원 기가 막혀서!”최의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렇다고 사장에게 손찌검할 수 없는 노릇이다.“최의존!”이때 서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절체절명의 순간에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천사가 따로 없었다.최의존을 고개를 돌리자, 서현우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너 마침 잘 왔다! 나 진짜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최의존은 구세주라도 본 듯했다.“남제 뵈옵소서!”골목의 수많은 사람은 서현우를 보고 놀라 하면서 기뻐 마지 못했다.그들은 잇따라 서현우에게 인사를 하며 절을 올렸다.“여러분,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서현우는 손을 흔들며 최의존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겁니까?”“그게……, 내가…….”최의존은 보기 드물게 얼굴이 붉어졌다.“하마터면 바보 취급을 받을 뻔했어!”서현우는 마냥 어리둥절하여 눈만 깜빡였다.‘최의존이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여우보다 총명한 최의존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을까?’“이곳의 거래 화폐를 모르고 그만…….”최의존은 자초지종을 서현우에게 말해 주었다.서현우는 차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죄송해하며 사장에게 말했다.“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영업하시는데, 폐를 끼쳤습니다. 저도 지금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사람 시켜서 보내드리겠습니다.”“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미안합니다. 우리 집으로 오신 것만으로 영광인데,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사장님은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도 돈은 드려야 합니다. 마침 저도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한 그릇만 올려 주시겠습니까?”“당연히 그래야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당장 대령해 드리겠습니다.”사장님은 흥분해 마지 못했다.대재앙
“아름아, 위험할 거야.”서현우는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그는 더 이상 진아름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진아름이 평생 일반인으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서현우의 실력으로는 그녀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항상 현우 씨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 없잖아요.”진아름은 서현우를 지그시 바라보면 부드럽게 말했다.“평생 저를 지켜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은 어떡해요? 현우 씨는 수명이 긴데, 저는 아니잖아요. 전 그냥 아주 평범한 여자고 수십 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현우 씨 곁을 지켜줄 수 없게 되잖아요…….”“저는 할머니가 돼서 머리도 하얗고 주름도 많아질 건데, 현우 씨는 항상 지금, 이 모습 일 거잖아요. 현우 씨 품에서 죽고 싶지 않아요. 현우 씨도 저도 견디기 힘들 거예요.”“현우 씨 곁에 늘 함께 있고 싶어요.”마지막 한 마디는 서현우의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진아름이 점차 늙어가고 수십 년 후에 아주 순리대로 자기 품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서현우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두 사람은 생명의 차원이 다르다.서현우는 유구한 생명을 가졌지만 진아름은 아주 평범한 생명이다.만약 그 날이 오게 된다면 진아름이 떠나고 나서 고통은 서현우와 아주 긴 시간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서현우가 자연법칙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진아름의 생명을 강제로 연장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하지만 어떤 경지에 도달해야 할 수 있을까?서현우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진아경에서 다시 한번 실력을 올린다면 얼마나 걸릴까? 서현우 자신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주재경도 그렇게 할 수 없다.그럼, 지존경은 할 수 있을까?성국 제군 이승천이 지존경에 이르기까지 소모한 시간은 무려 천 년이다.서현우는 천년 안에 지존경에 도달할 수 있을까?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서현우가 단약으로 쌓여 진아름을 200세, 300세까지 살 수 있게 만들어도 서현우가 지존경에 도달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게다가 지존경이 진아름의 생명 차원을 강제로 바꿀 수 있을까?
서현우는 열린 문호를 한 번 보고 다시 진아름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더없이 복잡했다.진아름은 오히려 서현우보다 소탈한 태도를 보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두 팔을 벌려 서현우를 안았다.“현우 씨, 좀 만 기다려요. 꼭 성공해서 돌아올게요.”서현우는 입술을 떨었지만,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진아름은 이미 서현우를 놓아주고 한걸음 물러서서 그를 향해 웃는 얼굴을 드러냈다.“만약 제가 나오지 못한다면, 우리 솔이 잘 부탁해요. 현우 씨는 반드시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말을 마치고 진아름은 홍진길로 향했다.서현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 진아름을 잡으려 했지만 억지로 참았다.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진아름은 홍진길을 향해 걸어갔지만, 왕가연은 더 빨라 문호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가연 씨!”진아름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사모님, 홍진길은 여러 사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들어가고 나서 서로 만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걸어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모님의 마음과 의지에 달렸습니다.”등장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진아름은 그제야 조금 안심하고 등장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현우를 뒤돌아보지 않았다.확고하게 발걸음으로 내디디고 문호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서현우는 온몸에 힘이 빠져 거의 똑바로 서지 못할 뻔했다.그는 기세를 몰아 무릎을 접고 바닥에 앉아 열린 문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홍진길은 서현우에게 있어서 확실히 아무런 작용이 없다.만약 들어간다면 오히려 진아름과 왕가연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렇게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등장도 묵묵히 걸어와 서현우의 곁을 지켰다.최명은 고개를 저으며 흔들의자를 꺼내 누웠다.그리고 술을 꺼내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흘러 날이 어두워졌다.짧디짧은 5시간은 서현우에게 마치 1세기처럼 긴 느낌을 주었다.그는 아직 얼마나 더 걸리는지 등장에게 수차례나 물어보았다.그럼, 등장은 항상
“들어라!”재상 도령이 큰 소리로 외치자 두 장정이 거무스름한 솥을 들어 올렸다.그 솥에 맑은 물이 반쯤 들어 있다.그리고 뒤에 푸른 벽돌과 목재를 메고 있는 사람도 있다.왕가희의 얼굴에는 공포의 빛이 가득했다.그녀는 이 악독하고 수단이 잔인한 재상 도령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도련님과 결혼하겠습니다!”왕가희는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려고 했다.“저놈 위해서 지금 빌고 있는 거야? 그럼, 난 더더욱 널 봐줄 수 없어.”재상 도령은 원망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그는 왕가희를 묶어 두 눈 뜨고 직접 볼 수 있게끔 하라고 분분하였다.푸른 벽돌이 세워지고 목재가 쌓여 불이 붙었다.그리고 큰 가마솥이 그 위에 얹혔다.왕가희는 동공이 수축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곧 일어나게 될 일을 알아맞혔다.그러나 왕가희는 여전히 이 재상 도령의 악독 정도를 과소평가했다.재상 도령은 직접 손을 써서 수재의 몸에서 살 한 점을 베었다.수재의 처량한 비명이 메아리치면서 왕가희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재상 도령은 피투성이가 된 살 한 점을 끓는 물이 가득한 가마솥에 던져버렸다.그러고 나서 한칼씩 수재의 몸에 있는 살을 모두 베었다.왕가희는 수차례나 기절했지만, 물에 맞아 깨어나고 뺨을 맞아 깨어나고 바늘에 찔려 깨어났다.선혈이 초봄의 흙을 붉게 물들인 그 장면은 아찔했다.그동안 수재는 수없이 용서를 빌었고 수없이 맹세했다.왕가희 곁을 떠나겠다고 왕가희가 먼저 꼬셨다고 하소연도 했다…….왕가희는 점점 무감각해지고 두 눈은 흐리멍덩해졌다.결국 수재는 죽었다.머리는 잘려 솥에 던져졌다.뼈와 온몸의 살과 내장까지 모두 솥으로 들어갔다. 솥 안은 끓어 넘쳐 뼈와 머리가 나뒹굴며 떠올랐다.뭇사람들은 다리가 나른해지고 구역질까지 났다.하지만 재상 도령이 성을 낼까 봐 모두 억지로 참았다.“데려와!”재상 도령은 온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지옥에서 기어나 온 마귀와 같았다.왕가희는 부하들의 손에 끌려왔다.처참한 솥 안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