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주왕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 있었고 가슴은 분노로 인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의 은거지를 강제로 침입해 들어왔고 사람까지 죽였다. 이게 무엇인가? 이는 그 중주왕의 권위에 대한 도발이었다. 수백년 동안 아무도 감히 이렇게 그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았다. 비록 그가 은거한 지 오래되었지만 중주왕이라는 그의 이름과 위엄은 여전히 굳건했고 그는 금기와 같은 존재였다. 아무도 그를 도전하려 하지 않았고 하물며 그의 집에 쳐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강자였으나 강호에서의 끊임없는 싸움과 살육에 지쳐 세상과 격리된 이 외딴 곳에서 은거하며 세상과 다투지 않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수십 년 동안 아무도 그의 생활을 방해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제 누군가가 그의 집을 찾아왔다니, 이는 정말로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바둑을 두던 붉은 옷을 입은 사람도 이때 자리에서 일어났고 붉은 삿갓 아래의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오늘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이 들자 그의 눈꺼풀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 붉은 옷의 사람은 다름 아닌 혈귀의 통솔자, 혈존이었다! 그는 원래 지난 대전 이후 이도현에게 겁을 먹고 은거해 있었다. 최근에는 슬그머니 나와서 현재 외부 상황을 알아보려 했고 마지막으로 중주왕을 찾아와 이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하필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만 것이었다. 분노한 중주왕은 날카롭게 외쳤다. “감시 카메라를 켜라!” 곧 하인이 화면을 가져와 로자 앞에 펼쳐두고 위치를 이 입구 쪽으로 고정시켰다. 화면은 지금 동굴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비추고 있었고 화면 속에는 한 젊은이가 손에 보검을 들고 그의 호위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감시 화면 속에서 이 젊은이는 살벌하고 결단력 있게 싸우며 매우 사나웠고 그의 부하 무사들은 누구도 그의 한칼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하나의 사신과
“젠장! 이 죽일 놈이! 어떻게 이곳을 찾아낸 거야?” 혈존은 극도로 당황한 나머지 계속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긴장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왜 나왔던 거지! 내가 왜 나왔던 거야! 이제 어쩌지! 끝났어! 다 끝났어... 이번엔 정말 끝장이다! 이도현은 마귀 같은 놈이야, 그가 한번 죽이러 오면 우리 중 그 누구도 도망칠 수 없을 거야. 이번엔 정말 끝장났어...” 혈존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곳은 천연의 대협곡이었고 사방은 하늘에 닿을 듯 한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나뿐인 출입구는 지금 이도현이 막고 안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그는 도망칠 곳이 없었고 도망칠 길이 없었다. 그는 지금 마치 뜨거운 냄비 위의 개미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원래 분노와 당황에 빠져 있던 중주왕이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고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표정도 사납게 변했다. “하하하! 좋아! 이 어린놈이 잘 찾아왔어. 나는 다음에 그를 어떻게 죽일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가 스스로 찾아왔군!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다! 그가 스스로 죽으러 왔다! 그를 죽이면 나는 그의 머리를 들고 공작제국으로 가서 떳떳하게 고무계로 들어갈 수 있다. 하하하, 좋은 기회야...” 한편 조급한 혈존은 중주왕의 이러한 말을 듣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이 로자가 아직도 자기 좋은 생각만 하고 있다니. “중주왕! 농담할 때가 아니야, 지금이 어떤 때인데 너는 아직도 그런 일을 생각하니?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도망치는 거야. 네가 이도현의 머리를 가지고 고무계로 들어가려는 기회를 노린다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여기서 바깥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긴 하냐, 지금 우리가 떠나면 아직 늦지 않았어!” 혈존은 정말로 여기서 단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1분이라도 더 머물면 1분만큼 더 위험해지고 목숨은 1분씩
혈존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고 그는 순간적으로 기운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그의 머릿속에는 50년 전의 그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때 그는 겨우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청년이었고 당시 그는 아직 주씨 가문의 장남이었고 혈존이라는 자객은 아니었다.그때 그는 스승의 인도로 한 전쟁을 목격했는데 그 전쟁의 주인공이 바로 중주왕이 말한 그 인물이었다!당시 천하의 거의 모든 강자들이 모였으나 그 인물에게 눌려 고개도 들지 못했다. 당시 천하의 최강자는 제국급 강자였으나 그때는 제국급 강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왜냐하면 많은 천재 강자들이 이 경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무계의 문벌로 끌려갔기 때문이다.그래서 세속세계에는 제국급 강자가 거의 없었고 제국급 이상의 강자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중주왕 곁에 있던 그 인물은 단번에 천하의 영웅들을 눌러버렸고 그 전투 이후로 중주왕의 지위가 확립되었으며 천하에서 침범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원래 그 사람이 고무계와 세속세계의 교류가 끊겼을 때 이미 고무계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그가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시간으로 따져보면 그 사람은 이제 아마도 몇백 살이 되었을 것이다.몇백 살의 강자라니, 이게 도대체 어떤 존재, 어떤 경지일까. 늙은 괴물인가?...이때, 바깥에서는 이미 이도현이 동굴 안으로 돌입해 통로를 따라 분지 내부로 들어갔다. 통로 전체가 피로 물들었고 널브러진 시체들이 원래 넓었던 통로를 좁게 만들어버렸다.중주왕의 부하들은 이도현의 무서움에 온몸이 떨렸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걸 본 적도 있고 잔혹한 사람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잔인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으며 그는 정말로 한 명도 놓치지 않고 모두 죽였다.그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라면 그는 망설임 없이 제거해 버렸다.이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 끝에 이도현의 몸 역시 피로 물들었다! 이것은 그가 사람을 죽이며 처음으로 적의 피로 전투복이 붉게 물든 것이다.마침내 이도현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중주왕의 왕부
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중주왕이 뒷마당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곁에는 핏빛 긴 두루마기를 입고 삿갓을 쓴 혈존이 함께 있었다.“전하! 전하께서 오셨다!”“전하!”이도현에게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진 호위 무리들은 중주왕이 나타나자 마치 의지할 기둥을 찾은 듯이 이전처럼 겁먹지 않았다.“네가 중주왕인가?” 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맞다! 바로 나다! 이놈아! 네 간도 참 크구나!” 중주왕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비웃으며 대답했다.“그렇다면 다행이군!”말을 하며 이도현의 시선은 옆에 서 있는 혈존에게로 옮겨갔다. “네가 혈귀의 통솔자, 혈존인가!”혈존은 삿갓을 쓰고 있어 그의 모습과 표정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놈아! 나와 너는 하늘 아래 함께할 수 없는 원수다. 오늘 네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몇 날 며칠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네가 스스로 지옥에 발을 들인 것이니 내가 너를 보내주마!”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 따위가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 치다니!”“우린 오랜 적수였지, 오늘 내가 한번 보겠다. 천하제일 암살 조직의 통솔자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받아라!”이도현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의 몸은 유령처럼 혈존 앞에 나타나 손바닥으로 곧바로 혈존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혈존은 깜짝 놀라며 이도현의 속도에 경악했다.그는 암살자, 게다가 암살 조직의 통솔자였으며 그를 천하제일의 암살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암살자가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암살과 속도다.암살자의 가장 큰 두 가지 능력은 속도와 잠복의 인내심이다. 그들은 한 사람을 암살하기 위해 같은 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기다리며 최적의 순간을 찾아 가장 빠른 속도로 한 번에 죽인 후 천 리를 달아난다.그래서 속도는 암살자의 가장 큰 능력이다. 그러나 지금 혈존은 이도현의 속도에 놀랐다. 방금 전까지 그는 이도현이 어떻
혈존이 이끄는 이 암살자들은 모두 혈귀에서 가장 뛰어난 암살자들이며 암살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도현 앞에서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이도현은 그들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손에 들린 음양검을 한 번 휘둘렀다. 간단하고 어떠한 화려한 동작도 없었으며 검기가 그를 중심으로 원호를 그리며 날아갔다. 순간! 이 암살자들은 강력한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서 공중에서 혈안개로 변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아... 우엑...”이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중주왕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연달아 뒤로 물러나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은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중주왕의 보호 아래 자랐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외부의 풍파를 전혀 겪지 않은 채 자랐다. 겉보기에는 매우 화려해 보이지만 막상 온실에서 나가면 폭풍우에 겁을 먹고 죽어버릴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중주왕의 이 가족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몇몇 남자는 겁에 질려 울기 직전이었고 여자 품에 파묻혀 나오지 않으려 했다. 이어 이도현의 모습은 모든 사람의 공포 어린 시선 아래 혈존 앞에 나타났다. 한 발을 휘둘러 혈존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너도 오늘이 올 줄 알았겠지. 나와 아무런 원한도 없었으면서도 나를 죽이기 위해 여러 번 나타났고 나를 죽이기 위해 내 여인과 친구를 납치했지. 그때부터 네 결말은 이미 정해졌어.” 혈존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멀리까지 굴러갔고. 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으며 오장육부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몸 안에서는 계속해서 뜨거운 통증이 밀려와 그는 견딜 수 없었다. 천하제일의 암살자 두목이 이제는 바닥에서 비참하게 뒹굴고 있었다. 온몸에는 흙이 묻었고 머리에 쓴 삿갓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무척이나 무서운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에는 가로세로로 온통 칼자국이 나 있어서 흉측하고 추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 얼굴의 추함에
“이도현... 너는 혈귀가 창설된 이후로 수십 대의 통솔자들 중에서 혈귀를 궁지로 몰아넣은 첫 번째 사람이다. 나 또한 혈귀의 통솔자로서 누군가에 의해 혈단을 삼키게 된 첫 번째 사람이다. 이 혈단은 혈귀의 초대 통솔자가 고무계에서 가져온 사악한 물건이다. 사람이 먹으면 생명 기능과 정혈을 불태워 짧은 시간 안에 강대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복용한 사람은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오늘! 네가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지만 괜찮다. 내가 죽는다 해도 너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네가 내 가족을 모두 죽였어! 나는 복수를 하는 셈이다! 그때 너를 지옥으로 데려가 내 가족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혈존의 기운은 계속해서 커졌다.그의 입가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내렸고 이도현에게 하는 말과 그 흉측한 표정은 마치 살아있는 악귀 같았다.하지만 그의 이런 말에 이도현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혈귀가 자신이 그의 가족을 죽였다고 말했지만 이도현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네가 잊었구나. 너는 분명히 모르겠지, 내가 말하는 네가 내 가족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다. 이 놈아, 오늘 내가 너에게 알려주마! 나의 이름은 주천좌다, 내 아버지의 이름은 주장생이다! 황성의 강력한 주씨 가문, 세계의 절반의 상업 제국을 지배하던 주씨 가문! 하지만 그 가문이 네 놈 같은 이 놈의 손에 의해 멸망했다. 그것은 내 조카가 너를 건드렸기 때문이지, 그런데 너는 그들 가족을 전부 죽여 버렸다!”혈존은 분노의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고 그의 분노와 증오가 느껴졌다.누가 암살자는 무정하다고 했던가, 지금 보니 이 천하제일 암살자는 감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주씨 가문! 허허... 그들은 죽어야 마땅했다! 네가 말하길 내가 네 조카가 나를 건드렸기 때문에 그들을 죽였다고 하지만 네가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주장생 그 늙은 놈이 황성 천옥에서 죄수를 풀어 사람을 죽이려 했고 나를 죽이기 위해 암살자를 보냈던 것에 대해서 말이
“쓰레기는 쓰레기야! 혈단을 먹어도 여전히 쓸모없는 것일 뿐이야!” 이도현은 경멸스럽게 말하며 천천히 혈존의 앞에 다가갔다. 혈존의 음흉하고 분노에 가득 찬 시선 속에서 이도현은 발을 들어 혈존의 머리를 밟았다. “이... 이도현... 너... 너...” 혈존은 굴욕과 두려움을 느끼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너는 암살자야. 너희 같은 자들 손에 죽은 착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냐? 지금은 무섭지? 오늘! 나는 너희같이 인간성이 없는 암살 조직을 끝장낼 거야. 죽어라!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마라, 그럴 자격이 없어!” 이도현이 말을 마치자 발에 힘을 주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눌러버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혈존의 비명 속에서 그의 머리가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썩은 수박처럼 터지며 붉은 피와 하얀 뇌수가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헙...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거의 혼비백산할 지경이었고 이 장면은 그들의 간과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으며 그들은 한 번도 이렇게 잔혹한 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를 그대로 짓밟아 터뜨리다니, 정말 무시무시했다. 모든 사람들은 이도현을 바라보며 그들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순간! 이도현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악마와 같았다. 사람을 죽일 거면 차라리 칼로 죽이지! 이렇게 사람의 머리를 짓밟아 터뜨리다니,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정말 시체도 남기지 않겠다는 거냐?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잔인한가! 중주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 순간 그의 심장도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이도현이 발을 들어 올리자 오민아가 사준 고급 가죽 구두는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발을 들어 혈존의 붉은 두루마기에 문질러 닦은 후 중주왕 그들을 돌아보았다. 이도현이 돌아보는 순간 중주왕 그들은 마치 귀신을 보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이도현
이도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이 사람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난 중주왕만 찾을 거야. 너희는 입 다무는 게 좋을 거다!”그는 자신의 선배를 해친 사람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설령 그 사람이 천왕이라 해도 그는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이도현... 너... 네가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당장 놓아라!” 한 사람이 외쳤다.“죽어!” 이도현은 두 글자를 내뱉었다.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이 은바늘을 튕겨 방금 말한 사람을 즉시 죽여 버렸다. 이 광경을 보고 몇 마디 하려던 사람들은 완전히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장은 한 순간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도현이 중주왕을 죽이려는 순간,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 발소리에 집중되었다. 입구 쪽에서 몇몇 사람이 뛰어오는 것이 보였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 선생이었다. 조 선생은 현장을 보고 깜짝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서더니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세상에! 내가 뭘 본 거지! 중주왕이 누군가에게 목이 붙들려 들려 있다니, 세상에! 이게 뭐야...조 선생은 머리가 하얘지며 몸이 굳어버렸다! 급히 깊은 숨을 들이쉬며 자신의 심장을 안정시키려 했다. 이 순간, 그는 실수하면 안 되고 중주왕의 목숨이 지금 당장이라도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는 노력하여 자신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도현 씨... 진정하세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절대로 충동적으로 굴면 안 됩니다! 일단 손을 놓고 중주왕을 내려놓읍시다, 이도현 씨. 무슨 말이든 우리가 차분히 이야기해 봅시다. 일단 손부터 놓으세요! 제발 저에게 체면을 세워 주십시오. 우선 중주왕을 내려놓으세요. 이 일은 농담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람은 중주왕이었고 게다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중주왕이었다. 전 대의 염황이 봉한 왕작이었으며 그 배후에는 또 한 분의 인물이 있었다. 만약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