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의 불꽃과 포화 소리 속에서 비명 소리가 뒤섞이며 방금 전까지 천국 같던 곳이 완전히 전쟁터로 변해버렸다.수영장, 잔디밭, 가짜 산에서 즐겁게 놀고, 몇몇 남자들과 함께 운동을 하던 아름다운 소녀들이 비명 속에서 포화에 휘말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애교 있는 몸매, 당당한 몸집, 남자에게 무한한 유혹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여성들이 이제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어 두려움과 혐오를 자아내는 시체가 되었다.이전의 모든 유혹은 이제 쓸모없게 되였고 더 이상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니까! 사람들은 여전히 영혼이 깃든 육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만약 영혼이 없다면 아무리 피와 살이 있는 몸이라도 그저 썩은 고기일 뿐이다.그래서 남자는 단지 여자의 몸만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다.포화는 계속되었고 대형 스크린에서는 많은 고수들이 하늘로 치솟아 이도현과 싸우는 장면이 보였다.하지만 이 무인들은 이도현의 음양선 검법 앞에서 단 한 사람도 세 번의 회합을 버티지 못하고 이도현에게 맞아 쓰러졌거나 몸이 산산조각 나 피구름이 되었다.반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바깥의 포화는 멈추었고 수많은 시체들이 탄피와 포탄 조각들 사이에 쓰러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천국이었던 곳은 단지 반시간 만에 지옥으로 변해버렸다.이도현은 두 사람을 손에 쥐고 하늘에서 내려왔다! 마치 살신이 강림한 듯 끝없는 피와 살기를 품고 부처가 만든 왕국에 도착했다.“부처! 나와라! 네 졸개들은 모두 죽었다!”부처는 이 말을 듣고 온몸이 갑자기 떨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곁에 있던 벌거벗은 미녀는 이제 겁에 질려 구석에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방금 전 밖에서 벌어진 학살을 그녀는 화면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잔인한 장면을 보고 그녀의 영혼이 날아갈 것 같았다. 너무도 무서운 광경이었다.“쿵!”큰 폭발음과 함께 부처의 궁전의 견고한 벽이 거대한 돌에 맞아 뚫렸고 이어서 몇 개의 사람 머리가 날아들
부처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만든 견고한 요새, 과거 수만의 대군도 함락시키지 못했던 요새가, 어떻게 이도현에게 단 몇 분 만에 뚫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너희들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지? 어떻게! 여기는 철벽같이 견고해서 정규군이라 해도 함락시키기 어려울 텐데 너희들이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었단 말인가?”부처는 이도현을 응시하며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여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렇게 견고하다고? 그냥 도둑의 소굴일 뿐이야. 작은 도둑들을 다 처치했더니, 우리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었지.” 이도현은 부처의 옆을 지나가면서 원래 부처의 왕좌였던 자리에 앉으며 비웃듯이 말했다.“늙은 도둑놈!! 정말로 네가 황제인 줄 아는 모양이군! 네가 지은 이 화려한 요새를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군!” 도광이 빈정거리며 말했다.“너…”부처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아직도 자신이 패배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수만 명의 사병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그 사병들은 모두 훈련된 병사들이었고 일부 정규군보다도 전투력이 뛰어났다.게다가 그의 대군은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이 장비들은 모두 영강국의 최첨단 무기였다. 무기 장비 면에서는 그는 어떤 나라와도 맞붙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게다가 그는 많은 무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제왕급 강자만 해도 십여 명이나 되었다. 다른 경지의 무인들은 말할 것도 없이 셀 수 없이 많았다.하지만 이런 전력도 이도현의 손에서 한 시간도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이도현은 그와 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직접 물었다. “선학신침은 어디에 있나? 내놔!”부처는 그를 한 번 쳐다본 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하지 않았다. 이것이 어쩌면 그의 마지막 반항일지도 몰랐다.이도현은 비웃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말하지 않겠다고? 하하하! 난 네가 말하게 될 거라고 믿어
부처는 이제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는 쉰 목소리로 약하게 말했다. “말할게, 말할게! 뭐든 다 말할게!”“제발 먼저 내 고통을 줄여줘. 뭐든지 다 말할 테니까, 부탁이야…”부처는 온 힘을 다해 이도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부처산의 황제는 이제 이렇게 비참하게 전락했다.이를 통해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 앞에서는 존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조금이라도 편해지기를 바랄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다시 한 개의 은침을 튕겨 부처의 몸에 박았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마자 부처는 몸 안의 그 찢어질 듯 한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말해라!” 이도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선학신침에 대해 알고 있다. 예전에 백상국에서 나타났을 때 내가 큰돈을 주고 사들였다. 선학신침으로 한 무인을 매수했어!"“그는 지금 내가 마련한 방에서 쉬고 있어, 내가 데려다줄게!” 부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이 순간, 부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길을 안내해라!” 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부처가 속임수를 쓸가봐 두렵지 않았다. 그는 부처가 직접 길을 안내하게 했다.“네! 네, 나를 따라오세요. 지금 바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부처는 땅에서 일어났다. 방금 전만 해도 의기양양했던 마왕이 이제는 허약한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이도현은 뒤따라갔고 부처의 안내에 따라 협곡의 왼쪽에 있는 한 산골짜기로 향했다.좁은 협곡 통로를 지나자 그 안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분지가 나타났다. 분지는 크지 않았지만 경치가 아름다웠다. 분지 안에는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연못을 형성하고 있었고 연못 아래에는 지하수가 있어 물이 직접 지하로 흘러 들어갔으며 분지 안에 강이 형성되지 않았다.분지 주변에는 황금빛 찬란한 집들이 지어져 있어 매우 호화로웠다.이곳에서 이도현은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 이 방들 각각에는 강력한 존재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갑자기 앞에서 걷던 부
드라큘라 가문, 이도현도 조금은 알고 있다. 그 당시 황성 로마의 박쥐부대에 드라큘라의 일원 한 명이 이도현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그는 드라큘라 가문이 오래된 흡혈귀 가문이고, 로마에서 천 년 이상 존재해 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드라큘라 가문은 로마 전부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 작지 않은 가문이었다.“젠장, 오늘 이거 번거로워지겠는데? 저놈들 호락호락한 놈들이 아니야.”도광이 경계심 가득한 말투로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거기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도광은 이미 잘 알고 있었고 다들 일찍이 이름난 유명 고수였다.“저 사람들 알아?”이도현이 한 사람씩 스캔하며 말했다.“네, 저기 저 여자 무정 낭자로 소문났어요. 바늘 하나로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매정한 사람이죠.”“그리고 저 지국의 낭인 무토 낭가는 당시 무사 검으로 염국의 전체 무인 계를 때려잡았어요.”“옆에 있는 저 꺽다리는 천랑이라고 해요. 힘이 어마어마한 거의 반 맹수라고 할 수 있죠. 속도가 엄청 빠른 데다가 저놈의 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죠.”…도광은 이도현에게 하나하나 소개해 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곁에 있는 공수 천신은 이미 놀란 상태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도 비록 제급이지만, 이 사람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실력이었다.제급과 제급 사이에도 레벨이 존재한다. 그 오래된 제급 강자들 앞에서는 내적 힘으로 보나 전투 경험에서 보나, 그들은 쉽게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그 제급들 중에서 아무나 나와서 공수천신과 겨룬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하하하, 이도현, 이 개 잡종 새끼야. 조금 전에 그 건방 떨던 태도는 어디 갔어? 계속해 보시지? 이젠 염라대왕 앞에 가서 그 건방을 떨어야 할 것이야!”“너 선학신침이 필요하다며? 겁나지 않으면 어디 한번 가서 가져봐. 네가 그렇게 강하다며? 어디 한번 해보시지?”“여봐라! 저놈을 죽여라. 너희들이 원하는 건 다 해줄 테니 마음껏 죽여!”부처가 매서운
그 소리와 함께 웬 아름다운 여인이 협곡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여인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이도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도현을 에워싸고 한 바퀴 돌더니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도현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리둥절하기도 하며 어이가 없었다. 그는 그 여인이 무엇을 하려고 이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그녀는 남자들만 있는 이 자리가 겁나지도 않단 말인가?여자치고는 너무도 당돌한 행동이었다.게다가 이건 소개팅 자리도 아닌데, 남자 한 명을 에워싸고 맴도는 자체가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이도현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감히 손을 쓰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여인의 기운이 아주 강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기운은 협곡의 그 어떤 고수보다도 강했다.게다가 그는 그 여인에게서 익숙한 기운과 태허산 무도의 기운을 느꼈다.이도현은 그녀가 자신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과 일면식이 없었던 그 선배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그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여인은 그를 훑어보더니 이도현의 앞에 서서 갑자기 가녀린 손가락으로 그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식, 선배한테 말도 안 하고 몰래 백상국으로 와? 큰 선배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네 놈이 백상국에 온 것도 난 몰랐을 거야.”“예전부터 네 놈이 말썽꾸러기라는 건 들었어. 염국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지국도 처리해 버렸다며? 그전까지는 딱히 믿지 않았는데, 이제야 조금은 믿어지네.”“게다가 너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처산의 그 영감탱이도 처치해 버렸다며? 여기 포화 대전은 많은 나라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거야. 좀 조용히 있을 수는 없는 거야? 어떻게 어딜 가나 그렇게 말썽인 거야?”그 여인은 이도현의 볼을 꼬집으며 귀엽다는 듯 말했다.다만 그의 그 행동이 도광과 공수 천신을 놀라게 했을 뿐이다.이도현은 평소에 피도 눈물도 없이 몇 분 만에 수십 명의 제급 강자를 죽이는 대단한 존재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다.‘그 지독한 살인마가 지금은 웬 여인에
아예 얌전한 고양이가 된 이도현을 도광은 더는 두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그 괴물 같던 사람이 여자 앞에서 저 모양으로 변하다니!이는 그가 이도현이 다른 선배들 앞에서 어떤 모습인지 보지 못해서이다. 만약 그 모습을 봤더라면 아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것이다.“자식! 큰 선배가 그러는데 너 평소에 그렇게 원수진데가 많다며? 나보고 네 안전 책임지라더라.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 아니면 혼날 줄 알아!”그 여인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선, 선배. 아직 저한테 몇 번째 선배인지 안 알려주셨어요.”이도현이 조심스레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도광은 더욱더 기가 막혔다.‘지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얌전한 고양이가 된 거야? 아니면 예쁜 여자 앞에서는 오금을 못 쓰는 타입인가?’“네가 한번 맞혀봐.”여인은 장난스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전에 스승님에게는 10명의 제자가 있었지. 난 두 사람을 선배라고 부르고, 나머지 일곱 명은 나를 선배라고 불러. 그러면 내가 몇 번째 선배게?”“세, 세 번째 선배네요.”“그래, 똑똑하네.”‘젠장, 저게 똑똑한 거야? 저런 것도 모르면 병신이지!’도광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칭찬 고마워요.”이도현의 그 대답에 도광은 잘하면 토할 것만 같았다.“제기랄!”도광은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 착하네. 이따가 선배가 저놈들 다 죽여줄게. 그리고 밥 먹으러 가자.”…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여인 때문에, 부처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수들은 손을 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녀의 한마디에 그들은 바로 분노했다.“흐흐, 천한 것 같으니라고! 저놈 가랑이 사이에서 나와서 말도 그 따위로 하는 거야?”무정 선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한편 셋째 선배는 차갑게 그녀를 흘겨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손을 휘두르며 마치 춤을 추듯 하늘을 날아 올랐다.그녀는 기괴한 몸놀림으로 무정 선자 앞에 다가갔다. 그러더니 강력한 힘을 가진 두 손으로 무정 선자의 얼굴을 향해 공격했다.“이
다행히 죽이지 않아서 망정이지, 만약 진짜 죽였더라면 아마 인무쌍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게 뻔하다.한편,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부처도 이 순간만큼은 등골이 오싹해났다. 그는 이제야 라트가 왜 자신한테 이도현은 보통 사람이 아니고, 일반 사람은 죽일 수 없다고 말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그렇다, 말 그대로 이도현은 보통 인간이 아니다. 갑자기 선배라는 여자가 나타나 모든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한다는 것은 그가 충분히 보통 인간이 아니란 걸 설명한다.게다가 이도현 또한 인무쌍의 강대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는 조금 전 셋째 선배의 손짓으로부터 그녀의 내공이 제급을 충분히 넘어선다는 것을 느꼈다.이도현은 산에서 내려온 후 처음으로 가장 강한 사람을 만난 듯 했다.게다가 그의 셋째 선배는 겨우 서른 살 남짓했다. 그 나이에 벌써 제급을 뛰어넘어 그가 모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이도현은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온 천하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느꼈지만, 이 선배에 비하면 아직도 너무 부족했다.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이 선배에게 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선배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한 실력이었다.“이게 바로 그 더러운 주둥아리를 놀린 후과야. 다들 본인처럼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하며 다니는 줄 아나 본데, 이 정도로만 끝낸 걸 다행이라 생각해.”인무쌍이 차갑게 말하며, 이도현을 보며 웃어 보였다.“짜식, 어때? 이 정도 실력이면 괜찮지?”“선배, 괜찮고 말고요. 너무 대단해요! 이 정도 실력이면 제급도 돌파하신 거 아니에요?”이도현이 아양을 떨며 말했다.“어디 한번 맞혀봐.”인무쌍이 예쁘게 웃어 보였다.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돌리며 차가운 얼굴로 혈마를 향해 돌진했다.그녀는 혈마가 반응할 틈도 없이 주먹 한 방에 흡혈귀의 몸을 때려 부쉈다.“젠장, 다 한꺼번에 달려! 저년을 죽여버리란 말이야.”다른 몇 명의 고수들도 서로 노호하며 그녀를 향해 돌진했
이도현은 무토 장가에게 손 쓸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죽여버렸다.한편, 인무쌍 쪽에서는 더욱더 난리였다. 그녀의 몇 번 손짓에 의해 천랑과 몇몇 무사들도 바로 죽어버렸고 오직 한 명의 무사만 남았다. 그 무사는 겁에 질린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인무쌍은 굳이 쫓지 않았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은빛 검이 그 무사를 향해 날아갔다.검은 쏜살같이 날아가 무인의 심장을 꿰뚫었다.무인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지더니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는 몇 명의 초강력 무인들 또한 모두 베테랑 제급 강자들인데, 2분도 안 되어 그 두 사람에 의해 손쉽게 해결되었다.그 옆에 있던 도광은 그 광경에 놀라서 멍해졌다.2분도 안 된 시간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속도가 아닌가?이도현은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찬양했다.“선배, 너무 멋져요. 여덟 번째 선배보다 더 대단한 것 같은데요? 검기 한방에 제급 강자를 처치할 수 있다니, 진짜 믿어지지 않아요!”셋째 선배 인무쌍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말하지 마. 연주가 들으면 화나 미칠걸? 예전부터 강한 성격이라 너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걔한테 맞는다?”인무쌍은 신연주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나머지는 너한테 맡길게. 네가 알아서 처리해.”인무쌍이 부처 쪽을 바라보며 이도현에게 말했다.그 말에 이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한편 부처는 무서워 죽을 지경이였다. 그는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를 건드렸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조금 전 이도현과 인무쌍의 그 실력으로 보았을 때, 그는 그들 앞의 개미만도 못한 실력이었다.이도현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자,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부처는 곧바로 이도현에게 무릎을 꿇어 보였다.“잘, 잘못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이렇게 빌겠습니다!”부처는 끊임없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부처산의 마약 밀매자, 토 황제인 부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개와 같았다. 그는 예전의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