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불과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가 전멸되었습니다!”이때! 북극곰 용사팀의 고위층은 상장군의 분노의 외침을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마침 병사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눈을 번뜩이면서 귀를 의심했다.감시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어떻게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세력이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상장군의 얼굴이 파르르 떨리더니 소리쳤다. “용팀이야. 염국의 용팀이 틀림없어. 염국의 용팀 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 하나도 없어. 분명 염국 용팀의 소행이 틀림없어!”“게다가 아마 에이스 멤버들을 동원했을 거야! 최소 3천 명이 아닌 이상 이렇게 짧은 시간에 천웅 부대를 멸망시킬 수 없어!”“염국 용팀!... 이 원수는 내가 꼭 기억할 거야... 너희들 기다려...”...같은 시각, 비행기가 폭파된 이도현은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신용산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기화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자 이도현이 말했다. “선배! 몇십 분 전에 신용산의 깊은 산속에서 북극곰 용사팀을 만났는데...”기화영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 뭐라고? 너 신용산에서 북극곰 용사팀도 만났어?”“좀 어때. 충돌은 없었어? 어디 다쳤어?”기화영은 다급하게 물었다.“도현아!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아무 곳에도 가지 마. 북극곰 용사팀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 그들은 웅나라에서 최고로 강력한 부대 중의 하나야. 용팀보다 더 강할 뿐만 아니라 많은 병사들이 이미 사람이 아니야! 꼭 너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기억해! 더 움직이지 말고 숨을 곳을 찾아. 내가 곧 데리러 갈게!”기화영은 이도현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한가득 뱉어냈다! 그녀의 말에는 이도현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그녀는
기화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도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북극곰 용사팀이 어떤 존재인지는 용팀의 팀장으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내막을 알고 있었다!사실 이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또 다른 무서운 세계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는 세계가 존재한다.염국의 무사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지만 다른 무사들의 상식 범주 내에 있는 힘을 가졌다. 일반인도 마냥 그들을 실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그러나 무도에 들어선 무사의 힘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경지이다. 그 힘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일반인의 눈에 그 힘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신선뿐이다.다른 건 몰라도 이도현이 쓴 공법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아니다.염국에는 고전 무술과 무도가 있듯이 다른 곳에도 특허된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듣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뱀파이어나 좀비같이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웅나라 역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맹수 같은 힘이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웅나라의 사람과 짐승이 짝짓기를 해서 번성한 후손이라는 소문도 있고, 웅나라가 첨단기술로 괴물을 키워냈다는 소문도 있다.그들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단 싸우게 되면 변이를 일으켜 강력한 맹수의 힘을 갖게 된다.북극곰 용사팀은 바로 그 맹수들을 뭉쳐놓은 부대였다. 그들의 전투력은 끔찍했고, 타격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 죽이기 쉽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도현은 2천 여명의 북극곰 용사팀을 전멸시켰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이도현이 대단한 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이도현은 머쓱하게 웃으며 묵묵히 기화영이 받아들일 시간을 주었다.한참 뒤에야 기화영이 경악하며 물었다.“이도현... 정말 사실이야? 너 혼자 저들을 죽인 거야?”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네, 선배!”“지금
“내가 그쪽으로 사람을 보낼게. 우리 병사들이 훈련하다가 웅나라 병사들이 갑자기 습격했고 우리가 피 터지게 싸워 저들을 전멸한 거로 해명할게!”이도현은 별다른 말 없이 기화영에게 뒤처리를 맡겼다.“선배가 저보다 아는 게 더 많으니까, 선배가 알아서 하세요!”이도현은 전화를 끊고 계속 걸어갔다.반면 용팀의 군영에 있는 기화영은 침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신용산에 있는 고전 무술 왕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만약 이도현이 신용산 깊은 곳으로 갔다가 일이라도 나면 그녀는 후회막심할 것이다.기화영은 확고한 눈빛으로 외쳤다. “여봐라! 동해 용팀에게 전해라. 즉시 집합하여 나와 신용산으로 향한다!”“서둘러! 1분 안에 도착하지 않는 자 즉시 사살한다!”기화영은 강압적인 말투로 명령했다.“네!”기화영의 명령은 빠른 속도로 병사들에게 전해졌다.용팀은 크게 동해, 서해, 북해, 남해 총 4팀으로 나뉜다! 그들은 모두 용팀 팀장의 지휘 아래에 있었고 정보팀을 제외한 팀은 용팀 팀장과 염황의 명령만 따랐다....이때 신용산 깊은 곳.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 날이다.신용산에는 2대 고전 무술 가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고씨 가문이었다. 고씨 가문은 검도로 유명했고 강씨 가문은 약물로 유명했다.두 가문은 세대마다 서로 혼약을 맺는다!그리고 오늘이 바로 두 가문이 사돈을 맺는 날이다.강씨 가문의 딸과 고씨 가문의 도련님이 혼인하는 날이다.고씨 가문은 성의를 표하기 위해 예물을 준비했다. 그 예물은 물건도 돈도 아닌 사람이었다. 한 여자였다!그 예물로 바쳐진 여자가 바로 이도현의 여친이라 칭해도 되는 황지음이다.고씨 가문에서 이도현이 오대양그룹을 위해 미용 담약을 개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담약이 토탈 페이스를 유지해 주고 청춘을 되돌려 주는 효능을 보이자 그들은 이도현을 목표로 삼았다.그들은 불로장생의 담약이 있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었다. 마침
구씨 가문이 사람으로 예물을 보내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이 여인과 약혼할 때 장인에게 예물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여인을 업어가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아내를 데리러 온 것인지 여인을 바꾸러 온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그러나 구씨 가문의 이런 예물에 대해 강씨 가문은 화를 내기는커녕 매우 기뻐하였고 이런 예물에 대해서는 더욱 기대했다.이때 강씨 집에서 두 가문은 화기애애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백이 대단하고 고상한 기질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이었다.“시간이 되었습니다! 예물을 놓으십시오!”한 중년남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외침과 함께 이미 준비를 마친 구씨 가문은 사람들의 이목 속에서 공포로 질린 한지음을 데려왔다.너무 무서운 탓인지 한지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손발은 묶여있어 거동이 불편했다.한지음은 발버둥 치려 했으나 아무런 힘도 없었다.다른 사람들을 본 후 한지음은 온몸을 더욱 벌벌 떨었다.그러나 그녀는 도망갈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한지음을 데려왔을 때 그녀도 도망가려 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들켜 다시 갇혔다.그 사람은 한지음의 몸에 은침을 두어 자유를 묶어두어 길을 걸을 때도 다른 이의 부축을 받게끔 하였다.“허허허! 형님, 이게 바로 제가 준비한 예물인데, 마음에 드십니까?”구씨 수장 구검도는 크게 웃었다.구검도! 그는 구씨 가문의 수장이자 구길림의 사촌 형이다! 그는 수련을 거쳐 황급 경지에 올랐다. 검 수련이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검법으로 말하면 구검도는 천하제일이며 그 누구도 상대할 자가 없었다.구검도는 두 살 때부터 검을 익혔고 세 살에 사람을 죽였고 다섯 살에 검법이 지급에 달했다! 구검도는 검을 위해 태어났고 그에게 비길 사람이 없었다.“허허허! 구 동생, 그 둘은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오. 예물이 없다 해도 그들을 결혼하게 두었을 것이오. 그러나 이 예물도 정말 마음에 두오.”“만약 성공한다면 우리 두 가문 모두 혜택을
고전 무술 왕족의 아이들은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지라 반항 의식이 결여되었다.어려서부터 삼강오상의 고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어른들의 말을 잘 들었다.아버지가 하는 말이 모두 맞고 복종해야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불효였다.여인들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편의 말도 들어야 했다. 밖에선 아버지의 말을, 침대에서는 남편의 말에 따라야 했다.“때가 되었으니 두 아이의 약혼식을 치릅시다!”“그래요, 시작하지요! 끝나면 우리 단약 처방을 기다립시다.”두 부모의 승낙에 진행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의식을 시작...”모두가 의식의 시작을 기다릴 때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이 무슨 짓인가!”분노의 목소리는 현장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이도현의 여인을 감히 막다니!”“이놈들 다 죽어버려!”오만한 목소리가 마당을 울리자 모든 이의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한 소년이 천천히 걸어왔다.한지음의 몸은 떨려왔고 달려가려 했으나 몸이 이미 결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그러나 이도현의 목소리를 들리자 한지음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순간 그녀는 행복감에 둘러싸여 모든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졌다.이도현은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기에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다.한지음은 너무나 감동하여 자신이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남자를 본다는 것에 만족했다.“이도현?”한 사람이 이도현의 이름을 외쳤다. 그건 바로 웅사 전투 부대의 사왕 기황현이었다.그는 오늘 구씨 가문의 손님이었다. 그러나 이는 고전 무술 왕족과 비길 바가 없었기에 구석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도현, 여기에는 어떻게 온 것이오?”“여기가 완성도, 황성도 아닌 황가요! 자네가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빨리 물러나!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사왕 기황현은 강씨와 구씨 가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였다. 잘하면 양가에서 사자후공과 권법을 배울 수도 있을것이다.사왕 기황현의 말은 구씨와 강씨 가문의 흥미를 일으켰다.“이도현...”“
구검도와 강유란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이 왔다. 그들이 바라던 일이었다. 한지음을 잡은 목적도 결국은 이도현을 오게 하기 위해서였다.단약 처방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도현이 반드시 필요했다. 한지음을 붙잡아 두어 이도현을 오게 하였다. 이도현을 자신들의 굴에 끌어들여야 단약 처방을 얻기 쉬웠다.이도현은 홀로 들어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한지음만 바라보았다. 한지음의 안전하다는 것과 치욕을 받지 않았음을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었다.그때, 이도현의 몸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는 이미 한지음의 앞에 서 있었다.“지음아, 괜찮아?”한지음은 눈물이 그렁그렁해 다급히 그를 올려보았다.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은침으로 너를 통제했어?”이도현은 얼굴이 어두워져 한지음의 이상함을 알아차렸다.그는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찔렀다.툭! 툭! 툭!이도현의 손길과 함께 몇십 개의 은침이 한지음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한지음이 의식을 회복하고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이도현의 품에 안겨 왔다.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도현 오빠! 드시어 오셨네요!”한지음은 눈물에 말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며칠간의 설움과 공포를 한 번에 털어놓았고 이도현을 꼭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흐느껴 우는 한지음을 바라보는 이도현의 마음은 찢어졌다.이 여인을 처음 비행기에서 볼 때만 해도 기세가 세 보이는 여자였다.그러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자아이 같은 면을 발견했다. 성숙한 치장을 빼면 한지음은 이도현보다 두 살이 어렸다.특히 그녀의 병을 볼 때 이도현에게 몸을 보인 후 한지음의 생각은 어린 소녀처럼 그에게 다 읽혔다.자신의 집에서 납치를 당해 몹쓸 짓을 당하면 남자라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오빠는 오지 말았어야 해요. 위험해 질거예요.”두려움이 사그라들자 한지음은 이도현을 걱정
“너무 하는 거 아니야?”“미쳤구만!”구씨와 강씨 가문의 청년들은 이도현과 한지음의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둘의 모습에 구검도와 강유란도 화가 났다.“네가 이도현인가?”“나다!”구검도의 말에 이도현은 냉소를 보냈다.“좋아, 너를 찾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는구나!”“네 놈은 모를 테지만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유란도 덧붙였다.“그래, 네 놈을 기다렸는데 이렇게나 빨리 찾아왔으니 좋구나. 내 딸 약혼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마!”“단약 처방을 내 놓으면 네 놈과 저 여인이 무사히 신용산을 나가게 해주마.”“내 여인을 붙잠은 목적이 겨우 단약 처방이었어?”강유란의 말에 이도현은 냉소를 보냈다.“그래! 너의 단약 처방을 원한다. 네가 오씨 가문에 준 처방을 준다면 무사히 풀어주마!”“처방은 있지만 너희들이 가져갈 능력이 되는지는 모르겠네!”“네 놈의 말을 들으니 순순히 줄 것 같지는 않구나!”구검도의 표정은 점차 차가워졌다.“젊은 사람이 고집이 있는 건 좋으나 목숨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지!”“쳇!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 처방을 원하면 직접 와! 그 능력이 없으면 꺼져!”“여봐라! 이 남녀를 손봐라!”“네!”홀에서 네 명의 황급 로자들이 날아올랐다.눈 깜빡할 사이에 네 사람은 이도현의 눈앞에 나타나 그를 에워쌌다.“죽오!”로자들은 외침과 함께 손의 검을 빼 들어 이도현과 한지음을 겨누었다.그 검의 속도는 공기도 베어낼 듯 너무나 빨랐다.이도현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한지음을 품에 넣은 채로 한 손으로 음양부채를 폈다.붉은색의 기류가 일더니 로자들에게 향하더니 그들의 검을 산산이 조각냈다.강한 힘에 로자들은 에워싸여 말라 비틀려져 검은 시체로 변했다. 이도현은 한지음을 안고 뒤로 돌았다.동료의 죽음에 슬퍼하던 나머지 세명의 로자들도 기류에 휩싸여 말라 죽었다.“이...”“말이 되는가?”홀의 모든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눈앞의 상황을 보았다.네 명의 황급 로자들이 이렇듯 쉽게 죽임을 당하다니.다들 넋이 빠졌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도현은 너무나 강했고 너무 오만했다. 감히 고전 무술 왕족인 구씨와 강씨 가문에서 네 명의 황급 강자들을 죽이다니.“네 이놈, 너무 거만하구나! 향진성에서 내 동생 구길림을 죽인 대가를 오늘 처방으로 바꾸려 했는데, 안 되겠네! 너를 오늘 박살을 내 버릴 거야. 우리를 만만하게 보다니!”구검도는 이를 꽉 물고 말했다.“오늘! 구씨와 강씨 가문의 중요한 날에 네 놈이 재를 뿌리다니, 네 놈을 죽이지 않으면 네 놈이 계속 우리를 만만하게 볼 거야!”“우리 강씨도 마찬가지야. 강씨와 구씨 함께 왕족의 존엄을 지키자고요!”구씨와 강씨 가문의 태도로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양씨의 사람들과 몇 되지 않는 손님들은 머릿속으로 이도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구씨와 강씨에게 밑보였으나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두 가문의 말을 이도현은 비웃었다.“그래? 그럼 두고보지, 당신들이 나를 죽일지 아니면 내가 당신들을 죽일지!”이도현의 말에 두 가문의 수장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 자리에 있던 청년들도 두고 볼 수 없었다.자신의 가문에서 이런 말을 내뱉은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하하하!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건지 알고나 있는 거냐? 우리 구씨와 강씨를 상대로 이런 말을 하다니, 죽고 싶은 모양이로구나!”미인의 손을 붙잡고 붉은 옷을 입은 구경명은 박장대소했다.아까까지 이도현과 한지음의 다정함을 부러워하던 그는 이도현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우리 구씨와 강씨를 죽이고 싶다면 나이가 비슷한 나부터 먼저 넘어...”“기억해! 나는 구...”구경명이 아직 말을 끝맺기도 전에 이도현은 검붉은 은침을 날려 구경명의 미간을 뚫었다.“너...”구경명은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나와 싸울 힘도 없으면서 덤비기는!”이도현에게 구경명 같은 인간은 식은 죽 먹기였다.“경명...”강우연은 아연실색하여 땅에 넘어진 구경명을 향해 달려갔다.아무리 울부짖어도 구경명은 움직임이 없었다. 죽은 것이다!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