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이 몸에 튕겨 나갈 때마다 고통은 고스란히 이도현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이도현은 이를 악물고 견뎠다!“이런 젠장! 이놈이 음양갑은 고통은 왜 흡수하지 못하는 거야!”살을 에는 듯한 고통에 이도현은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이 고통은 그의 신경을 자극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민첩하게 반응하게 했다.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총알을 막아낼 수 있어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북극곰 용사팀이 사용하는 무기가 일반 재래식 무기보다 위력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 느낌은 마치 무사의 공격처럼 강했다! 하지만 총알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도현에게 일반 무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발포하라, 더 강력하게 공격하라. 이놈, 언제까지 저항할 수 있는지 보자!”이도현의 지치지도 않는 기세에 북극곰 용사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수많은 무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템포를 유지하며 돌진했다.그야말로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는 맹수처럼 강인한 모습이었다.윙윙!이도현이 음양부채를 휘젓자 붉은빛이 마구 솟구쳤다.그와 동시에 수십 명이 그의 부채질에 사방팔방 날려가 피를 토해냈다. 너무 센 공격에 이미 살릴 수는 없어 보였다. “아...”“악마야! 저놈은 악마야!”북극곰 용사팀에서 맨 앞에 있던 대원들은 전우가 고작 부채질 한 번에 몸이 갈기갈기 찢겨 시체가 되어버린 과정을 마주하며 공포가 엄습해 왔다. 그들은 사람이 저승사자에게 혼을 뺏기듯 죽는 광경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목격한 적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도현은 수백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방금 정신을 가다듬은 신영성존은 다시 머리가 멍해졌다.“주인님! 너무 멋지십니다. 혼자서 손 하나 까딱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고수를 죽이다니, 정말 대단하세요!”이도현의 위력에 신영성존은 다시 한번 뼛속까지 덜덜 떨렸다.염국의 용팀은 염국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팀이다. 게다가 신영성존은 제일 센 강자는 혼자서 많아야 백 여명의 용팀을 상대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이도현의 음양부채가 문씨 가문 화봉산 뒷산의 지염 속에서 진화한 후, 그 위력은 더욱 극악무도해졌다!이도현이 실험해 본데 의하면 이 음양부채는 두 가지 힘을 방출한다. 하나는 음양부채의 가장 초기의 힘이다. 부채를 휘젓기만 부채 바람이 닿는 모든 물체가 가루가 된다. 정말 엄청난 위력을 가진 음양부채였다.하지만 이 음양부채를 이용하기는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이도현마저도 음양부채를 고작 몇 번밖에 쓰지 않았다.다른 하나는 이도현이 금방 사용했던 힘이다. 음양부채가 진화한 후 불의 속성을 지니게 되었는데 부채를 휘저으면 고온의 힘이 방출되어 순식간에 사물을 재로 만들 수 있다.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이 가장 좋은 증거이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지만, 이도현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죄책감은 찾아 볼수 없었다!쥐뿔 만큼의 죄책감도 없었다!이도현이 하산한 순간부터 그는 줄곧 피동적으로 사람을 죽였다. 다른 사람이 그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도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았다.물론이지, 그의 스승님을 죽인 그 원수들은 빼고 말이다.이도현이 죽인 사람들은 모두 그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다.법으로 따지면 이도현은 정당방위로 상대방을 죽인 것이다.이도현이 찾아가 죽인 사람들은 모두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때 그들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으니, 지금은 죗값을 치러야 할 때이다.하여 이도현은 이 사람들을 죽이는 데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음양부채를 다시 집어넣으니 이도현은 홀가분했다.그는 갑자기 애국심이 끓어올라 염국에 침입한 적군을 죽이는 것이 애국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그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위대하다고 느꼈다.신영성존은 이도현이 그의 곁에 돌아왔을 때까지도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영성존은 놀란 눈으로 이도현을 보고 있다.이도현의 큰 눈망울, 근심이 가득한 눈빛, 듬성듬성 자란 수염에 두툼한 입술이 왜 그렇게 섹시해 보이는지 모를 일이다.“가자! 선용산으로!”이도현의 외침에 신영성존은 머리가 다시
웅나라의 북극곰 용사팀 병영 내부.한 병사가 급히 장군의 캠프로 달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충성!”“들어와!”장군은 우람하고 기세가 등등해 곰 같은 근육질 몸매로 순발력이 있어 보였다.빨간 눈은 마치 사나운 늑대 같았고 그의 매서운 눈빛이 등골이 서늘해지게 했다.그는 너무 무서운 느낌을 뿜어내, 사람이 아닌 한 마리 맹수 같았다.“장군님, 천웅 부대의 신호가 전부 끊겨 버렸습니다. 전체 1950명의 병사가 모두 신호가 끊겼습니다!”“위성지도로 찾아보니 천웅 부대가 임무를 수행하던 곳에서 방금 화재가 발생했습니다!”그의 말을 듣고 있던 북극곰 상장군은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탁자 위의 버튼을 누르더니 위성지도가 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을 뒤덮었다.“무슨 일이야! 천웅 부대는 우리 북극곰 용사팀에서 전투력이 강한 부대 중 하나인데 왜 사라져! 몸에 지니고 있는 설비에 문제 생긴 것 아니야?”“그들이 염국 신용산에 임무 수행을 하러 갔지? 그곳은 염국의 금지구역이니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병사는 의문이 가득한 듯 말했다.“장군님, 하지만 설비의 문제가 아닙니까?”“지금 저희가 사용하는 설비는 최첨단 신호 칩을 사용했어. 아무리 지하 백 미터까지 내려가더라도 신호가 잡혀. 설비가 고장 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없어!”“설비들을 동시에 파괴하지 않는 한, 2천 대의 설비가 동시에 고장 날 수는 없어!”“장군님! 몇 대의 드론은 아직 신호가 잡힙니다! 원격으로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병사는 격동되어 말했다.“빨리! 드론의 CCTV와 연결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봐!”장군이 다급하게 명령했다.“예!”병사는 우왕좌왕 드론을 연결해 CCTV를 켰다.병사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드론으로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화면이 두 사람 앞에 비쳤다.검게 그을린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어 공포스럽고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연출했다.북극곰 용사팀의 장비와 부품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즉 불과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가 전멸되었습니다!”이때! 북극곰 용사팀의 고위층은 상장군의 분노의 외침을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마침 병사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눈을 번뜩이면서 귀를 의심했다.감시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어떻게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세력이 십여 분 만에 천웅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상장군의 얼굴이 파르르 떨리더니 소리쳤다. “용팀이야. 염국의 용팀이 틀림없어. 염국의 용팀 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 하나도 없어. 분명 염국 용팀의 소행이 틀림없어!”“게다가 아마 에이스 멤버들을 동원했을 거야! 최소 3천 명이 아닌 이상 이렇게 짧은 시간에 천웅 부대를 멸망시킬 수 없어!”“염국 용팀!... 이 원수는 내가 꼭 기억할 거야... 너희들 기다려...”...같은 시각, 비행기가 폭파된 이도현은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신용산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서 한참을 고민한 끝에 기화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자 이도현이 말했다. “선배! 몇십 분 전에 신용산의 깊은 산속에서 북극곰 용사팀을 만났는데...”기화영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 뭐라고? 너 신용산에서 북극곰 용사팀도 만났어?”“좀 어때. 충돌은 없었어? 어디 다쳤어?”기화영은 다급하게 물었다.“도현아!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 아무 곳에도 가지 마. 북극곰 용사팀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 그들은 웅나라에서 최고로 강력한 부대 중의 하나야. 용팀보다 더 강할 뿐만 아니라 많은 병사들이 이미 사람이 아니야! 꼭 너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기억해! 더 움직이지 말고 숨을 곳을 찾아. 내가 곧 데리러 갈게!”기화영은 이도현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한가득 뱉어냈다! 그녀의 말에는 이도현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그녀는
기화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도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북극곰 용사팀이 어떤 존재인지는 용팀의 팀장으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내막을 알고 있었다!사실 이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또 다른 무서운 세계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는 세계가 존재한다.염국의 무사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지만 다른 무사들의 상식 범주 내에 있는 힘을 가졌다. 일반인도 마냥 그들을 실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그러나 무도에 들어선 무사의 힘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경지이다. 그 힘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일반인의 눈에 그 힘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신선뿐이다.다른 건 몰라도 이도현이 쓴 공법은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아니다.염국에는 고전 무술과 무도가 있듯이 다른 곳에도 특허된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듣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뱀파이어나 좀비같이 모두 저마다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웅나라 역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맹수 같은 힘이다!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웅나라의 사람과 짐승이 짝짓기를 해서 번성한 후손이라는 소문도 있고, 웅나라가 첨단기술로 괴물을 키워냈다는 소문도 있다.그들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일단 싸우게 되면 변이를 일으켜 강력한 맹수의 힘을 갖게 된다.북극곰 용사팀은 바로 그 맹수들을 뭉쳐놓은 부대였다. 그들의 전투력은 끔찍했고, 타격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 죽이기 쉽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도현은 2천 여명의 북극곰 용사팀을 전멸시켰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이도현이 대단한 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니, 터무니없는 소리였다.이도현은 머쓱하게 웃으며 묵묵히 기화영이 받아들일 시간을 주었다.한참 뒤에야 기화영이 경악하며 물었다.“이도현... 정말 사실이야? 너 혼자 저들을 죽인 거야?”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네, 선배!”“지금
“내가 그쪽으로 사람을 보낼게. 우리 병사들이 훈련하다가 웅나라 병사들이 갑자기 습격했고 우리가 피 터지게 싸워 저들을 전멸한 거로 해명할게!”이도현은 별다른 말 없이 기화영에게 뒤처리를 맡겼다.“선배가 저보다 아는 게 더 많으니까, 선배가 알아서 하세요!”이도현은 전화를 끊고 계속 걸어갔다.반면 용팀의 군영에 있는 기화영은 침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신용산에 있는 고전 무술 왕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만약 이도현이 신용산 깊은 곳으로 갔다가 일이라도 나면 그녀는 후회막심할 것이다.기화영은 확고한 눈빛으로 외쳤다. “여봐라! 동해 용팀에게 전해라. 즉시 집합하여 나와 신용산으로 향한다!”“서둘러! 1분 안에 도착하지 않는 자 즉시 사살한다!”기화영은 강압적인 말투로 명령했다.“네!”기화영의 명령은 빠른 속도로 병사들에게 전해졌다.용팀은 크게 동해, 서해, 북해, 남해 총 4팀으로 나뉜다! 그들은 모두 용팀 팀장의 지휘 아래에 있었고 정보팀을 제외한 팀은 용팀 팀장과 염황의 명령만 따랐다....이때 신용산 깊은 곳.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즐겁게 한자리에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있어서 매우 기쁜 날이다.신용산에는 2대 고전 무술 가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고씨 가문이었다. 고씨 가문은 검도로 유명했고 강씨 가문은 약물로 유명했다.두 가문은 세대마다 서로 혼약을 맺는다!그리고 오늘이 바로 두 가문이 사돈을 맺는 날이다.강씨 가문의 딸과 고씨 가문의 도련님이 혼인하는 날이다.고씨 가문은 성의를 표하기 위해 예물을 준비했다. 그 예물은 물건도 돈도 아닌 사람이었다. 한 여자였다!그 예물로 바쳐진 여자가 바로 이도현의 여친이라 칭해도 되는 황지음이다.고씨 가문에서 이도현이 오대양그룹을 위해 미용 담약을 개발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담약이 토탈 페이스를 유지해 주고 청춘을 되돌려 주는 효능을 보이자 그들은 이도현을 목표로 삼았다.그들은 불로장생의 담약이 있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었다. 마침
구씨 가문이 사람으로 예물을 보내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다른 사람들이 여인과 약혼할 때 장인에게 예물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여인을 업어가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아내를 데리러 온 것인지 여인을 바꾸러 온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그러나 구씨 가문의 이런 예물에 대해 강씨 가문은 화를 내기는커녕 매우 기뻐하였고 이런 예물에 대해서는 더욱 기대했다.이때 강씨 집에서 두 가문은 화기애애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백이 대단하고 고상한 기질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들이었다.“시간이 되었습니다! 예물을 놓으십시오!”한 중년남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외침과 함께 이미 준비를 마친 구씨 가문은 사람들의 이목 속에서 공포로 질린 한지음을 데려왔다.너무 무서운 탓인지 한지음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손발은 묶여있어 거동이 불편했다.한지음은 발버둥 치려 했으나 아무런 힘도 없었다.다른 사람들을 본 후 한지음은 온몸을 더욱 벌벌 떨었다.그러나 그녀는 도망갈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한지음을 데려왔을 때 그녀도 도망가려 했으나 다른 사람에게 들켜 다시 갇혔다.그 사람은 한지음의 몸에 은침을 두어 자유를 묶어두어 길을 걸을 때도 다른 이의 부축을 받게끔 하였다.“허허허! 형님, 이게 바로 제가 준비한 예물인데, 마음에 드십니까?”구씨 수장 구검도는 크게 웃었다.구검도! 그는 구씨 가문의 수장이자 구길림의 사촌 형이다! 그는 수련을 거쳐 황급 경지에 올랐다. 검 수련이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검법으로 말하면 구검도는 천하제일이며 그 누구도 상대할 자가 없었다.구검도는 두 살 때부터 검을 익혔고 세 살에 사람을 죽였고 다섯 살에 검법이 지급에 달했다! 구검도는 검을 위해 태어났고 그에게 비길 사람이 없었다.“허허허! 구 동생, 그 둘은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오. 예물이 없다 해도 그들을 결혼하게 두었을 것이오. 그러나 이 예물도 정말 마음에 두오.”“만약 성공한다면 우리 두 가문 모두 혜택을
고전 무술 왕족의 아이들은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지라 반항 의식이 결여되었다.어려서부터 삼강오상의 고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어른들의 말을 잘 들었다.아버지가 하는 말이 모두 맞고 복종해야 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불효였다.여인들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남편의 말도 들어야 했다. 밖에선 아버지의 말을, 침대에서는 남편의 말에 따라야 했다.“때가 되었으니 두 아이의 약혼식을 치릅시다!”“그래요, 시작하지요! 끝나면 우리 단약 처방을 기다립시다.”두 부모의 승낙에 진행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의식을 시작...”모두가 의식의 시작을 기다릴 때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이 무슨 짓인가!”분노의 목소리는 현장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이도현의 여인을 감히 막다니!”“이놈들 다 죽어버려!”오만한 목소리가 마당을 울리자 모든 이의 눈길이 그쪽으로 갔다.한 소년이 천천히 걸어왔다.한지음의 몸은 떨려왔고 달려가려 했으나 몸이 이미 결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그러나 이도현의 목소리를 들리자 한지음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순간 그녀는 행복감에 둘러싸여 모든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졌다.이도현은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기에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다.한지음은 너무나 감동하여 자신이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남자를 본다는 것에 만족했다.“이도현?”한 사람이 이도현의 이름을 외쳤다. 그건 바로 웅사 전투 부대의 사왕 기황현이었다.그는 오늘 구씨 가문의 손님이었다. 그러나 이는 고전 무술 왕족과 비길 바가 없었기에 구석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도현, 여기에는 어떻게 온 것이오?”“여기가 완성도, 황성도 아닌 황가요! 자네가 마음대로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오.”“빨리 물러나!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사왕 기황현은 강씨와 구씨 가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였다. 잘하면 양가에서 사자후공과 권법을 배울 수도 있을것이다.사왕 기황현의 말은 구씨와 강씨 가문의 흥미를 일으켰다.“이도현...”“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의 한방에 시체도 남지 않게 되었다.그때 그가 맞서 싸워야 했던 상대는 원력을 다루는 강자였고 그의 내공보다 더 높은 내공을 소유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제대로 상대해도 그는 손쉽게 죽을 것이 뻔했다.그가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꼴이었다.그 상황에서 그는 절대 이도현을 이길 수 없었다.도망쳐 돌아온 후 아무리 사람들에게 해명하려 해도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미 그들에게 찌질하게 도망친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렸던지라 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문이 돌면서 그가 했던 말도 신빙성이 있게 되었고 이도현이 막강한 실력을 소유한 강자라는 것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공작사 스님들마저도 굴복할 정도이지 않은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호법 장로가 속으로 억울함을 풀게 되어 기뻐하고 있을 때 자미각의 각주가 말을 꺼냈다.“정말로 놀랍군! 믿을 수가 없어!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소문에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곤륜옥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더군. 곤륜옥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전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군.”“그 외에는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도대체 어떤 천재가 세속계라는 자원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겨우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렇듯 끔찍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세속계를 떠나 우리 고무계에서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해냈군.”“정말 놀라워! 곤륜옥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했다니! 그렇게나 신비로운 것이었던가. 전설에 따르면 곤륜옥은 어느 수련자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는 아닌가 보군!”각주는 말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자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곤륜옥이라. 이것은 고무계의 무사들이 오랫동안 추구하던 것이었다.이때 다른 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
공작사 스님이 불효를 저지른 손자를 어떻게 훈계할지에 관해 이도현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설령 공작제국이 망해버린다고 해도 그는 동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공작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지고 말았다.이도현은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열 명 처단했다. 귀수선비와 마도, 주육 스님이 이도현을 둘러싸며 공격을 펼쳤지만, 이도현이 전부 죽여버렸다.열 명의 고수들은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도현은 공작사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머리를 따버렸고 스님들의 존엄마저 꺾어버렸다.그러고 난 뒤 이도현은 공작제국으로 쳐들어가 청용문 밖에서 공작사 스님들과 대치했고 공작사 스님이 항복하면서 공작사의 보물 중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넘기고 말았다.심지어 공작상제는 이도현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이도현의 용서를 구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공작제국을 떠났다고 소문이 돌았다.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고무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귀령문이 이도현에게 멸문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를 처단해 버렸고 공작사 스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했다.이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무계의 노련한 고수들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고 해도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강자를 처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수들이 처단당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모두 놀라긴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작사 스님들을 굴복시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공작사는 고무계에서 천 년간 이어져 온 종파로 그 실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공작제국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다. 실력이 없었다면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종파가 이도현에게 굴복했을 뿐 아니라 공작사가 지켜오던 보물도 넘겨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같았다. 다
스님은 하마터면 자신의 큰손자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해낸 그는 이도현의 뻔뻔한 말에 다시 혈압이 올라가면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커헉!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또 토해내게 되었다.“세상에, 스님. 왜 자꾸 피를 토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안 좋아요. 나이도 많으신데 몸 생각도 하셔야죠!”'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시주님, 원하시는 물건을 드렸고 요구도 들어주었으니 이젠 서로 원한이 없는 거 맞지요.”스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스님도 참, 저희한테 어떤 원한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부 오해잖아요, 오해!”이도현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그들을 약 올리며 그들이 인내심을 잃고 자신을 향해 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스님들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주님께선 이만 가주시지요!”피를 토한 스님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로 말했다.“네, 네. 스님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저희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충고하나 해드리죠. 자식을 교육하든 손자를 교육할 때든 절대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고 죽여야 할 때는 죽여야 하는 거죠. 이미 망한 자식 농사 다시 하면 그만이잖습니까. 스님들도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되지요. 굳이 이미 망한 자식한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들 힘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거든요!”“이도현 시주님, 제발 이만... 가주시지요...”스님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안색이 파리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도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저런, 지금 화를 내시는 거예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스님께서 아직 화를 낼 기운이 있으신 거 보니 자식을 열 정도 더 낳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요, 누님들?”이도현은 선배들 옆으로 다가가
“됐네요. 이건 어차피 스님들 집안일이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건 없죠. 집마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외부인이 간섭해 뭐라 말하긴 어렵죠! 스님, 방금 가버린 작은 스님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안 돌아왔네요. 핸드폰은 있으세요? 얼른 전화해서 재촉해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이도현은 어느새 잔소리꾼으로 변해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그가 내뱉은 말 전부 공작사 스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스님들을 더 자극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화병으로 몇 명이 죽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칠색동백꽃을 가지러 간 스님이 돌아왔다.그는 두 손으로 옥상자를 꼬옥 들고 있었고 피를 토한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꽃을 가져왔습니다! 주지 스님이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잘한 선택이셨다고 합니다! 이 꽃 하나로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이 꽃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래, 역시 주지 스님이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효자식 놈은...”스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손자에 대해 말하려던 순간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똑했던 아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왜 황위를 저런 멍청한 손자한테 넘겨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얼른 물건을 시주님께 드리세요.”스님이 말했다.“네!”우혜 스님은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옥상자를 두 손으로 이도현에게 건넸다.이도현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받은 후 열어보았다.옥상자 안에는 칠색동백꽃이 한 송이 있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칠색동백꽃의 꽃잎이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금방 딴 것처럼 신선했다.일곱 개의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피어 있었고 꽃잎마다 신비한 힘이 흘러나왔다.옥상자를 열었을 때 은은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
스님은 차가운 얼굴로 공작상제의 연극을 지켜보았다.“이도현 님, 넓은 아량으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시지요. 앞으로 이도현 님이 저희 공작제국에 온다면 아주 귀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도현 님이 계시는 곳이 공작제국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있든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 거기로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가 이도현 님을 환영하겠습니다!”“그러니까 이도현 님은 저희 공작제국에서 아주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 고귀한 정도는 저를 능가하고 공작제국의 황실도 능가하지요! 이번에 돌아가면 전 반드시 이도현 님을 위해 금과 옥으로 장생 위패를 만들어 저희 황실 위패가 있는 곳에 저랑 동등한 자리에 올려두겠습니다...”“너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했느냐?”공작상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이 말을 잘라버렸다.‘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지금 이도현을 조상으로 모시겠다는 건가? 아니, 지금 우리보다 더 높은 존재로 취급하겠다는 건가?!'조상의 분노에 공작상제는 무시하고 이도현을 향해 계속 말했다.“이도현 님, 이제야 제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는지요?”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을 보곤 말했다.“그래! 아주 마음에 드는군! 내가 이 차를 마셔주지!”“똑똑한 사람이군. 내게 성의를 보여줬으니 앞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찾아와도 돼. 내가 한번은 도와줄 테니까. 착한 아이로군. 얼른 일어나.”이도현의 입에서 나온 착한 아이라는 말에 공작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었다.착한 아이라는 호칭으로 이도현은 공작제국의 황가 조상님의 위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정말이지 일부러 사람 짜증 나게 하려고 한 것이다.공작사 스님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작상제 뒤에 있는 왕후들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너무도 끔찍했다.이렇게 뜬금없이 그들에겐 조상이 한 명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누가 평온할 수 있겠는가.이도
이도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공작상제의 안색이 시러펗게 변했다. 굽힌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참고 있는 분노 때문이었다.이도현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어버렸다.그는 이미 충분히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음에도 이도현은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그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 말인즉슨 이도현은 그를 황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왜? 아직도 그깟 자존심 못 내려놓겠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봐?”이도현이 추궁했다.공작상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린 뒤 스님을 보았다.그러나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지요. 하물며 우리 같은 스님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황제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얼른 하시지요!”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그 말을 들은 공작상제는 죽일 듯이 스님을 빤히 보았다. 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언뜻 원망도 보였다.지금 이 순간 그는 스님에게, 그리고 이 공작사에 아주 큰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공작사는 예로부터 공작제국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이든 제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공작사가 나서주며 해결해 주었다.그동안 공작사는 항상 황실의 존엄과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하지만 이번에 공작사가 적의 편을 서버렸고 그를 여러 번 실망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망신을 당하게 내버려 두었다.그는 공작사가 변했다고 느꼈다. 변질된 공작사는 더 이상 공작제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다.공작상제는 스님을 한참 동안 빤히 보았다. 그는 스님이 마음을 바꾸면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결국 그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그는 시선을 거두었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심호흡한 뒤 공작상제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내
스님은 쟁반 하나를 두고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왕후와 대신을 노려보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상제에게 찻잔을 건넸다.“폐... 폐하... 차...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지금 이 순간 왕후는 속으로 죽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공작상제의 눈빛이 너무도 섬뜩했기 때문이다.공작상제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보았다. 정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때리고 싶었다.감히 정말로 그의 앞에 찻잔을 대령하다니. 너무도 적극적이지 않은가.‘사람답게 살 수 없는 거야?!'공작상제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왕후를 보았다. 찻잔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폐하, 찻잔을 받으시지요.”왕후는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공작상제는 여전히 손을 뻗어 찻잔을 받지 않았다.스님은 그런 공작상제의 모습을 보더니 잔뜩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귀가 안 들리시는 겁니까? 얼른 찻잔을 받으시지요!”“네, 알겠습니다!”공작상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 가득 쌓인 불만과 억울함을 표출해 보려고 했다.이내 그는 왕후의 손에서 찻잔을 받은 후 이도현 앞으로 다가갔다.“이도현 님, 차를 마시지요!”이도현은 찻잔을 받지 않고 공작상제를 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구경꾼처럼 지켜보고 있었다.솔직히 말하면 너무도 가소로웠다.한참 후 그는 탐탁지 않은 듯한 어투로 말했다.“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다른 사람이 당신한테 사과할 때 이런 태도로 하던가? 몸을 낮추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거잖아. 당장 꿇어!”“너... 이도현! 적당히 하지? 내가 이미 머리까지 숙여줬잖아. 대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거지? 선 넘지 마!”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 두 눈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공작제국의 황제였다.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찻잔을 공손하게 바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논란이 될 정도였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