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겸의 공법은 매우 특이했는데 그의 손은 검은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주변은 마치 주변 공간을 뚫는 것처럼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전문가가 나서면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이 조겸이 펼치는 기묘한 기술에 이도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선진 가문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고전 무술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강력했는데 조겸의 기술만 봐도 그 속의 비범함을 알 수 있었다.이도현은 이 사냥감을 보고 신이 나서 음양 부채마저 접어버렸다.그는 아무 무기를 쓰지 않고 조겸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한 선진 가문의 고전 무술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이도현도 펀치를 날리자, 조겸의 주먹과 거의 동시에 맞부딪혔다.찰칵!뼈가 부러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매우 거칠게 들렸다.조겸의 손가락이 이도현의 펀치 한 방에 바로 갈가리 찢겨 한 줌의 부스러기로 변했다.극심한 고통이 전해지면서 그는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아악….”이도현은 조겸의 비참한 비명에도 멈추지 않고 다른 주먹으로 조겸의 가슴을 강타했다.쿵!조겸은 그대로 튕겨 나가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아 마치 죽은 개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도현이 시큰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좀 하는구나, 이 정도로도 널 죽이지 못했다니,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건 아니었나 보군!”이도현의 말에 조겸은 피를 토하며 이도현을 독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망할 놈, 두고 봐, 나 조겸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아! 조만간 오늘 네가 한 짓에 대해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딱 기다려!”그 말에 이도현이 피식 웃으며 조겸을 비웃었다.“대가 같은 소리를 하네, 네가 진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조겸은 몸을 잠시 멈추더니 순간, 눈 속에서 공황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이때, 조겸은 머리털을 곤두세우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도현을 응시했다.“네가…. 설마 나를 진짜 죽일까?”“한번 해볼래?”이도현이 씩 웃었다.조겸은 정말로 당황했다.순간, 모든 사람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우리 조씨 가문은 이미 3천 년 넘게 이 세상에 존재해 온 가문이야. 비록 선진 가문에서 상위 1%는 아니어도 그래도 3위 안에는 드는 가문이라고! 그런데도 네가 감히 나를 죽인다면, 그건 선진 가문을 도발하는 행위랑 다름없어, 그때가 되면 넌 아마 영원히 쫓기는 신세가 되겠지! 심지어 염국 모든 무사 사이에서도 네가 낄 자리는 없을 거라고, 이제 선진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겠지? 이러고도 감히 날 죽일 수 있겠어?”가문의 정체를 밝히고 나니 조겸은 이전만큼 두려워하지 않고 왠지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마저 생겼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자기도취에 빠진 말을 듣고 가슴이 벌렁벌렁했다.‘삼천 년 동안 전승을 이어 왔으면 이 가문은 대체 얼마나 강력할까? 오백 년이 된 고전 무술 왕족조차도 이미 놀랍도록 엄청난 기반을 가지고 있는데, 삼천 년? 이건 뭐 우리 같은 일반인은 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오죽하면 장천 전신과 문 어르신 같은 존재가 조겸과 같은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어린놈에게 무릎을 꿇었겠어? 남의 발밑에서 짓밟히면서도 좋다고 흥분하는 꼴이라니, 그래, 삼천 년 역사를 이어온 가문인데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겠어? 그 사람들은 대충 털 한 가닥 뽑아도 저 둘의 허리보다도 두껍겠다.’모두가 깜짝 놀란 가운데 조혜빈도 걱정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도현을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이도현이 정말 조겸을 죽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마 그냥 겁주는 것일 거야. 도현 씨가 선진 가문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선진 가문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조혜빈이 이렇게 혼잣말했다.장천 전신과 문 어르신은 한구석에 나란히 서서 모두 추악한 얼굴을 한 채 아무 말도 선뜻 못했다.이도현은 선진 가문의 제자들마저 때릴 패기가 있는데 그들을 죽이는 것은 더더욱 식은 죽 먹기였다.그가 선진 가문 제자들의 뺨을 후려쳐 바닥에서 이빨을 찾게끔 만드는 물건인데 그가 하지 못할
바닥에 엎드려 건방지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조겸을 바라보며 이도현은 바로 눈을 흘겨버렸다.‘이놈, 정말 얼간이잖아!’조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도현을 바라보며 정말로 겁을 먹은 줄 알고 점점 거침이 없어졌다.“이 잡것아, 감히 나를 때려? 나를 때린 대가가 무엇인지 내가 알게 해주마. 지금 당장 스스로 네 두 손목을 자르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 그러면 내가….”조겸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도현은 도무지 들어줄 수가 없어 그대로 다리를 들어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쿵!요란한 소리와 함께 조겸은 그대로 뒤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뒤로 날라 나가는 동시에 입에서는 연신 피가 튀어나오면서 허공에 활 모양으로 호선이 그려졌다.쾅!멀리 튕겨 나간 조겸은 바닥에 세차게 부딪치며 약간의 먼지를 일으켰다.바닥에 내팽개쳐진 조겸은 전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군중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지켜보는 와중에 마침 파리 두 마리가 피비린내를 맡고 날아와 조겸의 시신 주위에서 계속 맴돌았다.아마 파리가 이미 죽은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그 위에서 알을 낳을 수 있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정말로 죽였어! 이….”조혜빈의 고운 얼굴은 삽시간에 창백해졌고 바닥에 있는 시체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장천 전신은 겁에 질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나 휘청휘청하다가 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멍한 눈으로 바닥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계속 중얼거렸다.“망했어…. 완전히 망해 버렸어,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야…. 죽었어….”문 어르신은 사색이 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수십 년은 늙어 버린 것 같았다.그리고 잠시 후,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조 도련님을 죽였으니, 내가 널 산산조각 내서 조씨 가문에 넘기겠다!”말하는 동시에 노쇠한 문 어르신 몸에서 갑자기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 기운은 다른 무사들과는 달리 자연에서 나오는 힘인 것 같았고 그 위력이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마치 천지 만물의 힘을 품고
곧이어 한 줄기 서늘한 빛이 마치 헤엄치는 용처럼 ‘휘리릭’하는 굉음을 내면서 문 어르신 앞에 멈춰 서더니 그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그제야 군중들은 날아온 것이 장창이었음을 두 눈 똑똑히 보았다.이 광경을 본 순간, 이도현의 몸 안에 있던 36개의 선학신침이 빛을 드리우며 갑자기 밝게 빛났다. 그러자 이도현의 머릿속에는 불현듯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창의 의지, 창의!”이도현의 머릿속에는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다.창의는 검의랑 같은 의미로 즉 인간과 마음이 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었다.일단 창의를 수련했다는 것은 무예가 또 다른 경지에 들어섰다는 뜻이기도 했다.게다가 창의나 검의를 가진 고수라면 레벨을 완전히 뛰어넘어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는 강자에게 도전할 수 있었고 도전한 강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를 죽이기까지 할 수 있었다.이 순간 산에는 문 어르신과 이도현, 두 사람만 남아 있었고 문씨 가문 일가들도 모두 문 어르신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떠났다.심지어 장천 전신 손장천마저 자리를 떴다.산에서 내려온 손장천은 급히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군대를 소집해 무기를 챙겨 항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산 여기저기에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의지가 넘쳐났다. 문 어르신은 뒷짐을 지고 몸을 천천히 움직여 제자리에서 떠올라 허공에 서 있었는데 매우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그는 허공에 서서 이도현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곧이어 손을 번쩍 들자, 창이 날아와 그의 손에 쥐어졌다.“이 장창에는 이름이 없다네, 내가 젊었을 때 고적에서 발견해서 지금까지 평생 함께한 장창이야, 나도 이 장창 때문에, 무도에 발을 들이게 된 거지. 그 이후로 이 장창으로 사람을 죽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내가 이 장창으로 너, 이 해충을 해결하도록 하겠다. 이게 다 네 복인 줄 알아라, 이도현! 준비됐나?”문 어르신은 손에 든 장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놀랍게도 온화한 눈빛을 보였다.이도현은 그 모습이 마치 자기가 한지음을 바라보는 강렬한
“죽어!”문 어르신, 문지해가 가볍게 외치자, 손에 든 장창은 검은 독룡으로 변해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창을 휘두르는 순간, 장창이 닿는 곳마다 주변 공간이 금방이라도 쪼개질 듯 주변의 꽃과 풀, 바위와 나무는 모두 강한 힘으로 갈기갈기 잘려 나갔다.이도현도 방심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음양 부채를 검으로 삼아 칼 꽃을 날려 문지해의 장창에 맞섰다. 어쩌면 음양 검도 문지해의 장창의 강력함을 느꼈는지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부채에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도는 것이 보였다.곧 두 개의 빛줄기가 서로 맞닿아 동시에 공기 중에서 폭발했다.두 사람이 일촉즉퇴의 순간, 딱 한 수만에, 어린아이들 장난 마냥 그대로 멈춰버렸다. 문지해가 장창을 다시 거둬들이고 이도현이 들고 있던 망가진 부채를 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생각이 짧았네, 이렇게 너덜너덜한 부채가 내 장창의 창의를 막을 줄이야, 정말 희한하긴 한데 그저 망가진 것이 아쉽구나, 부채가 망가지지만 않았어도 꽤 무시무시한 신무기가 됐을 텐데 말이야.”이도현은 별 감흥 없이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음양 부채를 가슴에 대고 가볍게 흔들며 시시덕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부러진 게 뭐가 어때서, 살인만 할 수 있다면 다 좋은 보물이지! 당신 문씨 가문이 도교를 연마한다고 들었는데 설마 천도가 완전하지 않고 천지도 결점이 있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지? 하늘과 땅도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내 손에 있는 보물이 좋은지 나쁜지 그걸 당신이 왜 신경 써? 문 어르신이라는 격이 떨어지게.”이도현의 허세가 다소 지나치다 싶은 정도였다.이 말을 들은 문지해는 처음에는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하하하, 그래, 맞아! 세상에 완벽한 건 없지, 세상 만물이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될 수 있겠어? 참 이해가 깊어, 이 늙은이가 부끄러울 정도야! 이도현, 넌 참 훌륭한 인재야, 다만 네가 너무 건방져서 안타까울 뿐이지. 너무 자만하면 무너지기 십상이란 말 몰라?” “나 문지해는 3살 때부터 무예를 연마해
‘지금 어디서 우리 아들을 제멋대로라고 들먹거려? 너는 뭐 괜찮은 줄 알아? 남의 집에 쳐들어와서 살인을 저지르고, 아주 예의가 바른 줄로 아나 봐?’분노에 휩싸인 문지해, 신의 기운을 타고 그의 몸은 순식간에 잔영으로 변해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젠장! 사람들이 다 꼬마 진상, 꼬마 진상, 그러던데 당신은 나이를 잔뜩 먹고 진상 짓을 하고 있잖아!”이도현은 비아냥거리며 한마디를 했다.솨솨솨!한 줄기 창살이 천지를 가로지르며 창꽃마다 무시무시한 창의를 품은 채 엄청난 속도로 이도현을 향해 날아들었다.그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도현은 당황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음양 부채로 매우 침착하게 맞섰다.마침 천공을 뒤덮은 창꽃이 일제히 그를 향해 쏟아지자, 그의 손에 들린 음양 부채가 좌우로 몇 번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그리고 부채에서 거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다가오는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켰다.문지해가 깜짝 놀라며 이 광경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말도 안 돼, 이게 대체 무슨 무기야? 어떻게 이렇게 강한 힘을 낼 수 있고 또 무슨 수로 천지의 힘을 끌어낼 수 있단 말이냐? 우리 문씨 가문은 수백 년 동안 도교 무술을 연마해 왔지만 겨우 천지의 힘을 조금밖에 끌어낼 수 없는 정도인데 넌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이냐?”이도현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부채질했다.그때, 보이지 않는 힘이 문지해를 향해 돌진했다.곧 문지해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그는 급히 몸을 날려 방어했다.솨솨솨!보이지 않는 힘에 맞서기까지 그는 무려 여섯 번이나 창살을 날려야 했다.그럼에도 장창을 들고 있던 손은 굳은살이 박이다 못해 이미 갈라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너…. 이건 무슨 기술이지? 혹시 말로만 듣던 도술인가?”문지해가 흠칫 놀라며 이도현을 향해 소리쳤다.“얼른 말해, 네가 연마하는 것이 도술 맞냐고?”이도현은 눈을 흘기며 어이없어 했다.“도술은 무슨, 과학을 좀 믿어! 전설로만 떠도는 도술을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난 그
“미친…. 뭐 하는 거야?”이도현은 대혼란에 빠졌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거의 100살에 가까운 영감이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인터넷 신조어를 들먹이다니, 제길, 이 영감은 아직 꽃 청춘이신가 봐, 인터넷 서핑도 다 할 줄 알고…. 게다가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이건 다 누구한테서 배운 거야?’이도현은 순간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거의 100살이 다 되어가는 영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영감을 제자로 삼는다고? 말도 안 돼! 난 이제 겨우 20살 남짓한데, 이건 뭐 제자를 찾으라는 거야, 아니면 할아버지를 찾으라는 거야? 그리고 제자로 수용한다고 쳐, 얼마 못 가서 이 늙은이를 먼저 보내 드려야 할 판이잖아? 그렇다면, 그때는 이 사람을 어떻게 묻혀야 하고 묘비에는 또 뭐라고 적어야 해? 이도현의 제자 문지해, 100살에 이곳에 묻히다. – 26세 스승, 이도현! 이렇게 적어야 하나? 또 그 아들과 가족한테는 위로금도 줘야 해? 그리고 새해에는 세뱃돈도 줘야 하나? 게다가 세뱃돈을 줄 때, 70에서 80세의 한 무리의 노인들이 무릎을 꿇고 스승님이라 외치면 용돈은 줘, 말아? 주면 기분이 나빠질 테고, 안 주면 틀림없이 서운해하겠지.’물론, 이 모든 건 다 중요사항이 아니며 기껏해야 그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유일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의 문지해는 황급계의 강자였다.100살 된 황급계 강자를 제자로 삼는다는 건, 이건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돌아가서 그의 스승과 선배들에게 달리 무어라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영감을 데려가서 100살 된 영감이 젊고 아름다운 선배들에게 ‘스승님’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자기 선배들에게 맞고도 남을 판이었다. 선배들이 하나같이 불같은 성격인데, 이것은 정말 골치 아픈 문제였다.이도현의 민망한 발가락은 아파트 한 채도 거뜬히 뜯어낼 수 있었다.마침내 이도현이 소심하게 입을 열어 한마디 했다.“어르신, 왜 이래, 스승과 제자로는 우린 인연이 아닌 것 같아.”‘아닙니
이도현은 100살 된 영감이 그에게 절하는 것을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그의 말대로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많을 것이므로 더 많이 연습하고 익숙해져야 했다.“그래, 이제 일어나!”“감사합니다, 스승님!”문지해는 어린아이처럼 매우 신이나 했다.이도현은 이 영감을 아주 가까이에서 위아래로 쓱 훑어본 결과 영감의 호흡이 매우 불안정한 것이 조금 전 전투로 인해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그는 단약 몇 알을 꺼내 영감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단약을 먹으면 상처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수련도를 조금 올릴 수 있을 거야.”“단약이요?”문지해는 그 단약을 보며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그 단약을 자세히 보니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가 여태껏 봤던 단약도 적지는 않았지만, 이도현의 단약과 비교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깜짝 놀란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이도현이 도가의 도술을 연마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속으로 다시 한번 확신했다.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묘한 단약을 이도현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단약을 먹지 않고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단약 안에 뭔가 신비로운 강한 기운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렇게 귀한 단약을 그는 누릴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스승님…. 제가 어떻게 이런 귀한 약을…. 저는 못 받아요, 스승님!”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이 늙은 제자가 효심이 아주 극진하네, 단약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승을 먼저 생각한다니, 괜찮네!’“괜찮아, 가져가서 먹어! 나는 단약이 많아, 없으면 내가 또 만들면 돼!”이도현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스승님, 뭐라고요? 이 단약을 직접 만드셨다고요?”문지해는 놀란 토끼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문제 있어?”이도현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이 늙은 제자가 왜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기만 하고 진중하질 못해, 백 세 노인인데도 마음이 이렇게 들쑥날쑥해서야!’“아니…. 아니, 제가 놀란 건 이 단약을 스승님이 직접 만드셨어요?”이도현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