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생각은 어때? 이도현은 대체 오는 거야 안 오는 거야?”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오겠지. 판이 이렇게 커졌는데 안 오면 이상하잖아. 안 오면 이 바닥에서 못 살아남지.”“그건 모르는 일이야. 저번에 고전무술협회에서 도전장 보냈을 때 안 왔잖아. 그때도 사람들이 이도현을 겁쟁이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아무렇지 않더구먼.”“그러게, 이도현 같은 사람은 정상적인 뇌로 사는 게 아니니까 안 올 수도 있어.”“그래도 지켜보자. 혹시 올 수도 있잖아.”사람들이 얘기하는 중 야노 요시코는 이도현을 찾고 있었고 그가 정말 도전장 받을지 생각 못 했다. “선생님, 왜 이 도전장을 받아들였나요? 고전무술협회가 몇 백 년 동안 이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알고 있으세요?”염나라의 무술 고수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야노 요시코는 마음속으로 이도현을 걱정할 뿐이다.그리고 현장에는 야노 요시코뿐만 아니라 조혜영도 이도현을 찾고 있었다. 오늘 그녀는 심플한 옷차림에 흠잡을 곳이 없는 화장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이뻤다. 옆에 서 있던 어르신이 그녀한테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아가씨, 예전에 이런 격투기 싫어하셨는데 오늘은 왜 갑자기 오신 거예요?”조혜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우리 집안일 때문에 사람 죽어가는 것도 많이 봐서 이런 살벌한 거에 아예 관심 없었죠. 사실 여기 격투기 보러 온 게 아니라 이도현 그 사람 때문에 온 거예요.”하지만 어르신은 의아해했다. “아가씨가 저번에 신농정을 선물해 주셨는데 단약 한 알도 보내주지 않았잖아요. 그놈 행세가 도둑놈이랑 다름없이니 속아 넘어가면 안 됩니다. 아무리 봐도 별 볼 게 없는 놈인 거 같은데요.”조혜영은 어르신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직 이도현을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어쩌면 그 사람이 우리 집안의 앞날을 이끌 수 있어요.”......한편 한씨 가문의 어르신 한준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여러 사람들이랑 논의 중이었다.“소희야, 다들 준비하라고 전
“그런 문제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린 이도현 선생님을 지키는 게 목적이니까 선생님만 살 수 있다면 할아버지 이 몸 하나 바쳐서라도 꼭 도망갈 시간을 벌어줘야 해.”“소희야, 정말 그렇게 되면 할아버지 신경 쓰지 말고 눈치껏 기회 봐서 이도현 선생님 꼭 데리고 나가야 한다.” 한준호는 뭔가 다짐한 듯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두고......”“이건 명이니 따르거라!”한소희의 말이 끝나지도 않은 채 한준호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자기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한소희도 더 이상 다른 말 하지 않고 그냥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오늘 현장에 염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지국 그리고 로마의 혈박쥐 등 여러 나라 사람들도 오게 되었다.“오늘 그 인간 여기서 죽었으면 좋겠다.”“맞아! 연나라에서 이런 실력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는 건 우리한테는 무시무시한 위험이 될 수 있으니 서로 모순 일으켜서 지네들끼리 혼자 싸우고 죽이게 만들어야 우리한테 콩물이라도 하나 떨어지는 거지.”선우 가문의 선우재천도 오게 되었다. 그리고 전에 이도현한테 뺨 맞고 망신당한 선우진도 있었고 선우은정과 선우환도 같이 있었다.그들은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있었다. “할아버지 그 이도현 말이에요. 정말 조건희의 상대가 될까요?” 선우은정이 물었다.그의 말에 선우재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다. 조건희도 존자급 실력이어서 사실 내가 상대해도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이 없어. 나도 이도현 그 자식의 실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 선우진은 이도현의 이름만 들어도 화가 치밀어 올라 어쩔 줄 몰랐다. 그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 “이도현 오늘 무조건 죽게 될 거야. 그놈이 산산이 찢어지는 걸 내 눈으로 꼭 봐야겠어.”조건희는 이미 무술 시합대에 올라서 두 손을 등 쥐고 서 있었다. 햇빛에 비친 모습은 마치 하늘을 찌를 수 있는 검인 것 마냥 강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그는 이도현을 이미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도
이도현이 도착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아이고 선생님, 정말로 오시면 어떻게요?” 야노 요시코는 혼잣말을 하면서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이었다.“할아버지, 이제 준비해야 할 거 같습니다.” 한소희는 너무 걱정되다 보니 할아버지 한준호의 팔을 힘껏 잡게 되었다.시합대에 올라가고 있는 이도현을 보면서 한준호의 안중에는 걱정과 경악이 가득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도현이 다치고 위험에 빠질 가봐 걱정스러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정말로 혼자 온 걸 보니 경악스러워했다. 사내자식이 피 끓고 무서운 게 없는 거는 좋지만 너무 앞서 나가는 것도 스스로한테 오히려 해가 될까 봐 걱정했다.“정말 왔네! 간이 배밖에 나온 거지. 저 남자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면이 있고 사람 궁금하게 한다니까. 내가 전에 쌓아 놓은 게 우리 집안에 덕이 됐으면 좋겠다.” 조혜영도 놀라워하며 혼잣말을 했다.사실 앞사람들의 경악과 걱정을 제외하고 지국의 노구치 가문 그리고 로마의 혈박쥐 등 여러 사람들의 표정은 썩은 사과처럼 차마 눈떠 볼 수 없는 모양새였다.다들 이도현한테 원한이 있고 당한 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랑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이도현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오늘 이 자리에서 그가 죽는 걸 불 수만 있다면 원한이 없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염나라 사람처럼 자기 손으로 꼭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에 이도현 같은 걸림돌이 죽는 게 중요한 거지 누구 손에 죽는 거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현장에 그들 외 소문만 듣고 이도현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실물을 보게 되니 더 궁금해했다.“이도현? 저 사람이 이도현이야? 제기랄, 너무 멋있다.” 어느 여자분이 말했다.“저렇게 젊었다고? 설마? 서북후를 죽이고 그 소문으로 듣던 이도현이야? 뭐 태교로 무술을 배운 거야? 저렇게 젊은 사람이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갖게 되는 거야?”“혹시 뭐 다른 꿍꿍이 있는 거 아니야? 저 사람들 편먹어서
조건희의 건방진 말에 밑에 앉아 있던 고전무술협회 회원들도 공감한다는 눈치여서 그의 말에 응원을 하고 있었다. “맞아! 죽여버려! 저 건방지고 버릇없는 놈 죽여버려!”“이도현! 빨리 올라가! 네놈 죽어야 돼!”“이도현! 네놈 잘난척하더구먼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빨리 올라가! 넌 오늘 분명히 여기서 죽게 될 거야!”이도현은 고전무술협회 사람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시합대를 향해 계속 걸어갔고 올라간 다음 조건희 앞에 다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하자! 나도 바쁘니까 얼른 끝내야지. 내가 먼저 시작하면 그땐 더 이상 빠져나갈 기회 없으니까 그쪽 먼저 해! 오래 기다리느라 힘든 거 같으니 내가 세 수를 양보하겠어. 그래도 당신이 날 쓰러트리지 못하면 그땐 당신 목숨을 가지겠어!”이도현의 말에 다들 놀랍다 못해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디 젊은 사람이 선배들 앞에서 건방지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이었다. 여기 맞대결하는 자리에서 이런 겁 없는 말을 한다는 건 죽고 싶어서 환장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조건희는 완성 고전무술협회 일인자로서 그의 실력은 이미 무도까지 갔고 그건 웬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조건희가 완성 무술협회 일인자인데 세 수를 양보한다는 말을 하다니 게다가 세 수 뒤면 바로 죽이겠다는 말까지 하는 걸 보니 이도현이 제대로 미쳤다고 생각할 뿐이다. 조건희의 실력은 다들 이미 알고 있었고 웬만한 무술 실력이 있지 않는 이상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다. 조건희도 이도현의 말을 듣고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해 헛웃음까지 나올 지경이다. 무술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처음으로 이와 같은 어이없는 말을 들었고 이도현처럼 눈에 보이는 거 없이 건방진 사람도 생전 처음이었다. “그래! 좋아! 이도현 네놈이 어떤 실력인지 모르겠지만 건방진 거로는 세계 1위겠다. 네놈이 언제까지 건방지고 까부는지 지켜보겠어. 네가 무사 몇 명 죽이니까 뭐라도 된 줄 알지? 오늘
모든 사람이 이도현이 겁에 질려 놀랐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갑자기 몸을 움직이었다. 누구도 못 본 사이에 이도현의 손에는 바늘 크기 모양의 은침을 쥐고 있었다. 그 은침은 자주 바늘처럼 보였지만 더 연했다. 그 작은 은침은 바람에 한 방에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도현 손에서 조건희의 수법을 단번에 막았다.“뭐?”“젠장! 이게 말이 돼?”“뭐야? 영화 찍는 거야? 저 은침으로 검을 막는다고? 젠장! 영화도 이렇게는 못 찍어!”“제기랄! 지금 영화 찍는 거니? 말이 돼? 은침 하나로 검을 막았다고? 영화도 이렇게는 못 찍을걸.”“이게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면 내 손에 장 지진다.”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이 경악에 빠져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방금 이도현의 모습에 놀라워하며 자기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이때 누군가 비웃는 듯한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랬잖아! 이 판 무조건 짜서 만든 거라고! 저게 말이 되냐? 저건 무조건 사전 연습해서 관심받으려고 짠 거야!”“다들 정신 차려! 지금 이 세상에 진짜인 것도 별로 없잖아. 다 인기 끌려고 하는 수작이니까 모든 못하겠어?”“인터넷에서 라이브 방송하는 사람도 관심받고 인기 얻으려고 말도 안 되는 스토리 만들어서 영상 만들고 그러잖아. 뭐 시아버지랑 불륜 관계라니, 시댁에서 자기한테 또 잘 안 해준다니 막장 드리마도 그렇게는 못 찍을걸. 그리고 또 착한척하고 쇼하는 것도 있고 가난한 사람 도와준다고 해놓고서 사진만 찍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도 많잖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니까. 너무 복잡하고 이상해서 이 세상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잘 모르겠어.”“내 말이. 그래도 지금 우리가 본건 그나마 괜찮은 거네. 다른 거는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다니까. 젊은 여자가 라이브 방송으로 옷 벗으면서 춤을 추자 않나. 차마 볼 수 없어서 말하기도 수치스럽다.”“그게 다 관심받으려고 하는 거잖아. 그거 때문에 정말 못하는 짓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와중에 조건희의 주먹이 이도현 몸에 닿으려 하자 그는 어느새 사라졌다.다시 보니 이도현은 어느새 나타나 조건희 몇 발자국 뒤에 서 있었다. 조건희는 모든 힘을 썼으나 주먹이 마치 솜털에 친 것처럼 헛수고이었고 자기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하마터면 처참하게 넘어질 뻔했다. 그래도 조건희가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서 그렇지 아니면 얼굴이 땅에 닿으며 넘어질 수밖에 없었을거다.조건희는 자기가 원숭이처럼 농락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화가 나 자기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풍선처럼 터질 것만 같았다. “야! 이도현! 사내자식이 어디 남자답지 못하게 계속 피하기만 해! 네가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나랑 한판 싸우든지 아니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든지! 그럼 네놈 용서하겠어!”조건희의 말에 이도현은 너무 어이없다고 생각해 웃음이 나왔다.“어디 돼도 안되는 게 남 탓하는 거야? 네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니? 너희 고전무술협회의 룰은 대결할 때 피하면 안 되는 거고 그냥 바보처럼 가만히 맞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거야?”“너희들이 계속 잘났다고 여기저기 소문 퍼트리고 다니더니 난 또 뭐 대수라고 생각했네. 너희들한테 유리한 룰을 정한 것 보니 왜 대단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이도현의 말에는 온갖 비웃음과 그들을 무시하는 뜻이 섞였다. 무술협회 사람들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눈살을 찌푸렸고 다들 조롱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네놈 그 입 다물지 못해? 어디서 헛소리야? 네놈이 계속 피할지 두고 보겠어! 죽어!”조건희는 자기 화에 참지 못해 큰 소리를 내며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날아 갔다. 오늘 이도현을 죽이지 못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고전무술협회까지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자기를 강아지 훈련 시키 듯 놀려서 이도현을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에 젖 먹는 힘까지 다 써 다시 이도현을 향했다.조건희는 무도 존자의 힘을 세워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변했다. 그는 호랑이가 토끼
“네놈이 날 죽이겠다고?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꿈 깨!”“그건 다음 생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지금 내가 고전무술협회 일인자의 실력이 어떤지 보여주겠어!”조건희는 갑지가 힘을 써 마치 산에서 내려온 홍수처럼 빠른 속도로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강한 기운으로 쇼용돌이 흐름이 생겨 동작 하나하나에 강한 힘을 느끼게 되었다. 그가 스친 곳의 공기도 마치 그의 영향을 받은 것만 같았다.그는 빛처럼 빠른 속도로 이도현 앞에 다가가 주먹 한방으로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그의 주먹이 닿으려는 차에 이도현이 움직이었다. 이도현은 갑자기 주먹을 냈고 상상하기 어려운 기운이 그의 주먹에서 뿜어 나와 하얀색 흐름이 생겨 허공에서 커다란 용이 생겨 으르렁하는 소리와 함께 조건희의 가슴을 향해 날렸다.펑 하는 소리와 함게 조건희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건방진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이도현의 주먹에 맞아 바로 날아갔다. 그 와중에 계속 피를 뿜어냈고 땅에 떨어지고 나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치 죽은 사냥개처럼 아무런 아무런 호흡이 없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죽었다.완성 고전무술협회 일인자이자 이미 무도에 들어간 조건희가 이렇게 처참하게 죽다니 말도 안 된다. 대결하는 동안 총 네 가지 수법을 썼고 마지막 이도현 주먹 한방에 죽었다. 사실 이도현이 처음에 세 수까지 양보했으니까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대결 시작과 동시에 죽었을 것이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대결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되었는데 조건희는 이미 이도현 손에 죽게 되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렇게 빨리 끝날지 생각도 못 했고 마치 남자노릇 못하는 사람처럼 기운 빠지게 할 뿐이었다.“뭐!!!”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건희의 시체를 보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헉!!!” 시간이 지나자 다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사실 오늘 이 대결에 대해서 다들 머릿
더 이상 이도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서야 사람들은 다시 굳어버린 조건희의 시체를 바라보게 되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살아있었고 무사 중에서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살아 계셨을 때는 따르는 사람도 많고 어디서나 알아주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저렇게 버림받은 것처럼 누구 하나 다가가 살펴보고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의 몸에 어느새 파리가 몰려 피까지 먹는 걸 보고 이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죽었어? 조건희가 죽었다고? 주먹 한방에 맞아 죽었다고? 진짜 대박!”“이도현 정말 무섭다. 정말 대단한데. 정말 20대 맞아? 말이 돼? 그게 진짜라면 우린 지금까지 뭐 한 거니? ”“도련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게 대체 어느 단계까지 간 거지? 이런 분을 모시게 되다니 참 영광이다.” 신영성조도 얼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혼잣말을 했다.“사부님! 저 사람이 내 사부님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의술뿐만 아니라 이런 무술 실력까지 있다니 너무 놀라운 일이야. 역시 사부님은 뭔가 다르다니까.” 장지민은 자기 수염을 계속 쓰다듬으며 놀라움을 감추기 못했다. 오늘 이도현의 모습은 일반 사람들한테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었다.그들 외 오늘 이도현의 강한 실력 때문에 놀란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야노 요시코도 놀랍고 흥분되어 이도현을 더 우러러보게 되었고 지금 당장 그의 품에 안겨 이 몸 하나 바쳐서 몸종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이렇게 강한 남자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역시 대단한 남자야. 너무 매력 있어. 나는 언제 저런 남자를 가질 수 있을까? 옆에서 몸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야노 요시코 외 한소희도 부들부들 떨며 숨소리까지 이도현을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혀 진정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할아버지한테 말했다.“할아버지...... 이게 정말인가요?”이도현이 어떻게 저런 실력을 갖고 있는지 너무 놀라워했다. 그의 지금 나이에 어떻게 그런 실력
말을 해야 그 속을 알아주듯 때로 충신도 마찬가지였다.“좋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어. 덤벼...!”말을 마친 이도현은 몸에서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더니 공중으로 떠버렸다. 그의 손에는 음양검이 나타났고 검에서는 오색의 빛이 번쩍였다. 그 모습은 실로 위협적이었다.“죽어!”잔뜩 분노가 서린 목소리와 함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의 검기 하나가 마치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공작제국의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피해...”늙은 스님은 놀란 표정이었다. 곧이어 두 손을 내밀며 공작상제와 뒤에 있는 신하들을 몇 보 뒤로 밀어냈다.이어서 몇 명의 스님들이 칼을 뽑아 들며 이도현의 검기를 막아내려 했다.그러나 그들은 이도현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이도현의 오행검기는 음양신공이 더해져 그들의 마음대로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엄청난 검기가 하늘을 가르면서 내려왔다. 몇 명의 스님이 날린 오색신광에서 나온 검기와 얽히긴 했지만, 힘없이 무너져 내려버렸다.오행검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신광으로 발산된 검기는 전혀 버틸 수 없었다.그런데도 스님들은 물러서지 않았다.“금강불괴 신공!”늙은 스님이 크게 외쳤다. 그러자 몇 명의 스님들이 합장하면서 금강불괴 신공을 펼쳤다.그 순간 몇십 명의 스님들의 몸에서 금색의 빛이 났다. 금빛은 부단히 퍼져나오면서 거대한 금색 구체를 형성하더니 이도현의 검기를 막았다.쾅!엄청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오색 검기와 금빛 광선이 맞붙으면서 엄청난 폭발음을 냈다. 그 충격으로 문무백관이 우르르 쓰러졌다. 후퇴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위압이었다.몇십 명의 스님 안색도 하나같이 창백해졌다.하지만 이도현의 엄청난 위압이 느껴지는 검기는 결국 그들에게 막혀버렸다.만약 막지 못했다면 공작제국이 천년을 넘게 유지해오던 청용문은 아마도 오늘 이 순간에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시주님, 잠시만요! 우리 대화로 천천히 풀어보죠!”늙은 스님은 여전히 검을 휘두르려는 이도현을 보더니 기겁하며
청용문앞에서 열 명이 넘는 스님과 몇백 명이 되는 문무대신들이 잔뜩 화가 난 눈으로 이도현을 보고 있었다.이도현은 너무도 오만했다. 그의 오만함은 도를 넘고도 남았다.공작상제가 이미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도현은 끝까지 몰아붙였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공작상제를 공격하려고 했다.만약 스님의 도행이 높지 않았다면 방금 이도현의 그 한 방으로 공작상제는 정말로 죽게 되었을지도 모른다.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공작제국은 고무계에서 얼굴도 들지 못하고 다니게 될 것일 뿐만 아니라 사대 제국의 자리도 지킬 수 없게 된다.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신하들도 앞으로 조정에 설 면목이 없게 되고 더는 공작제국의 수많은 백성들을 마주할 수 없게 된다.자신들의 주군이 죽임을 당하게 되면 그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마 산 채로 갈기갈기 찢겨 죽거나 멸문당할 것이 분명했다.순식간에 청용문의 분위기가 기묘함의 극에 달했다.세 사람은 몇백 명의 사람들을 상대하게 되었고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각자의 기세를 펼쳐 보였다.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양측의 기세는 한계에 달했다.강렬한 기운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내공 실력이 낮은 문신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드디어 공작사의 늙은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시주님, 왜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 우리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이는 겁니까?!”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한 발씩 양보하자고요! 그럼 양보를 해주시죠. 우린 이미 충분히 양보해 주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양보를 해주지 않은 사람은 스님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저더러 양보하자고요? 스님처럼 뻔뻔한 사람은 또 처음이군요!”“너...!”이도현의 말에 공작제국의 사람들은 이를 빠득 갈았다. 눈앞에 있는 스님은 그들의 태상황제였다. 그런데 이도현이 감히 모욕하다니!특히 공작상제는 더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욕하려고 했지만 조금 전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일이 떠올랐다. 결국 한 글자만 내뱉은
공작상제는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이도현 등 사람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로지 눈앞에 있는 스님들에게만 예의를 차리며 공손하게 대했다.“나무아미타불! 제가 폐하를 불러온 이유는 바로 이 세분의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함입니다. 폐하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지 않았습니다. 이젠 이 일을 끝마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알겠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공작상제는 아주 고분고분했다.뒤에 있던 문무백관들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들이 모시는 상제라는 사람이 예전에는 자기 아버지 앞에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굴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즉결 처형하겠다고 했었다.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 앞에서 고분고분 순종하는 모습을 보니 꼬리가 달린 강아지 같았다. 이런 반전에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폐하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 일은 제가 주관하겠습니다.”늙은 스님은 단호하게 말했다.“네,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스님은 공작상제의 태도에 아주 만족한 듯 보였다. 이내 시선을 이도현에게 돌리며 말했다.“시주님, 제 뜻은 상제가 문무백관을 이끌고 시주님께 사과드리는 것으로 이 일을 마무리하자는 것입니다. 시주님 뜻은 어떠한지요?”이 말을 들은 이도현은 바로 웃음이 터졌다. 정말이지 스님이 아니라 장사꾼이었다면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었을 것 같았다.이도현은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다. 그런데 스님은 그에게 단순히 사과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하다니. 공작상제가 대체 얼마나 뻔뻔해야 이런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상제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허, 그쪽들은 체면도 없는 건가 봐요? 사과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우리가 무술을 배워서 뭐하겠어요?”“제가 공부하는 이유는 멍청이들과 차분하게 대화하기 위해서예요. 마찬가지로 무술을 익히고 있는 이유도 멍청이들이 내 앞에서 헛소리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스님,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말은 공작상제는 물론이고 이 자리
칠색동백꽃이라니! 이것은 아주 진귀한 영약이었다. 그 효과는 심마를 억누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꽃잎 하나만 뜯어 먹어도 심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무사에게 칠색동백꽃이란 그야말로 돈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아주 귀한 것이었다. 어느 누가 한 송이만 소유하고 있어도 먹는 순간 수련 실력뿐만 아니라 내공의 경지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기에 심경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무사의 수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다. 만약 칠색동백꽃을 먹는다면 그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설령 폐관 수련하던 도중에 누군가 억지로 쳐들어와 방해한다고 해도 그저 잠시 수련 속도가 멈춰질 뿐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그랬기에 칠색동백꽃은 무사들이 꿈에 그리던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하지만 이 칠색동백꽃을 손에 넣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일단 꽃이 자라나는 환경도 까다로웠을 뿐 아니라 반드시 동백꽃들 사이에서 자라야 했고 누군가 재배하는 것이 아닌 야생동백꽃밭에서 자라나는 것이었다.전체 고무계에서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나라는 오로지 공작제국이었다. 공작사 뒷산만 칠색동백꽃이 자라날 가능성이 아주 컸다.공작사 뒷산엔 야생동백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칠색동백꽃이 자라나는 조건을 만족시켰지만 정말로 자라날지 아닐지는 그건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한다.솔직히 말해서 공작제국이 세워진 지 천년이 지났지만 공작사 뒷산엔 기껏해야 고작 두 송이의 칠색동백꽃이 자라났다. 거의 오백 년에 한 송이꼴로 자라난 것이다.게다가 칠색동백꽃을 따는 것도 어려웠다.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꽃잎 하나씩 변했다. 그렇게 49일이 지나야 완전한 칠색동백꽃으로 자라나 꺾을 수 있게 된다.빨간색 꽃잎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하나씩 꽃잎의 색이 변하면서 마지막에 보라색 꽃잎이 자라난다. 그러나 그 꽃은 오래가지 않았다. 칠색동백꽃으로 자라나고 15분이
그들의 노스님을 대하는 존경스러운 태도를 보아하니 눈앞 노스님의 지위, 나이, 항렬이 이 무리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 같았다.“화해! 허허! 당신들이 화해한다면 화해하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 화해라 말하니 사후에 사람을 보내서 저를 때려죽이라고 외치지 않을 겁니까? 감정이란 물론 당신들이 다 좌우지하는 것이지요!”이도현이 비아냥거렸고 그의 눈빛 속의 살기는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었다.“아미타불! 언제 복수를 했습니까! 더군다나 이 일의 과정에서 시주님 당신은 아무 피해도 입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 공작 제국은 한 명의 황자와 세 명의 왕후를 잃었습니다. 수만 명의 금군이 모두 시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주께서 왜 붙잡고 놓지 않으십니까!”“시주님께 사과드립니다. 그러니 시주께서는 그만 놓아주십시오! 만약 시주가 배상을 원한다면 배상의 대가로 저희는 뭐든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스님은 여전히 상냥한 얼굴로 말씀하셨다.“배상! 그래요. 그럼, 공작사의 오색신광 비서를 한 번 볼 수 있나요?”단이정이 웃었다.“장난이지요? 오색신광은 공작사의 전설 같은 존재입니다. 같은 성의 황족이라도 재능이 뛰어난 자제만이 오색신광을 수련할 자격이 있습니다. 시주의 이 요구에 소인은 감히 승낙하지 못하겠네요!”스님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말에 진정성이 안 보이네요.”“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시주께서 제시한 이 조건은 무리입니다! 우리 공작사의 오색신광은 한 번도 밖으로 전해지지 않는데 시주께서 이런 요구를 한다니. 저희가 어찌 성의가 있게 대답할 수 있겠나요?”노스님이 말씀하셨다.“오색신광이 안 되면 황제의 머리를 보내는 건 어떤지요! 그렇지 않으면 공작 제국은 존재할 필요가 없습니다.”단이정은 횡포하게 말했다.“아미타불, 선재 선재, 시주님 다른 조건을 좀 주세요. 오색신광만 아니라면 공작 제국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라면 우리는 반드시 승낙할 것입니다!”한 무리의 스님들이 매우 공손한 태도로 답했다. 원래 이치대로라면
그 말을 듣자마자 공작상제는 죽은 아이를 잡아먹은 것 같은 메스꺼움을 느꼈다.협박인 걸까?혼자 안 간 거고, 심지어 이도현을 데려오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공작상제는 한참을 생각해도 조상님들의 음란한 조작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나 조상님의 협박에 그는 가지 않으면 안 됐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상황에 그는 처하였다.여기까지 생각한 공작상제는 어이가 없었다.“애경 여러분! 조상님께서 우리보고 가라고 하셨으니 우리 함께 청용문으로 갑시다!”“예! 폐하.”이런 상황에 부닥치니 아래 문무백관 왕후들은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공작제국 청용문.이도현과 두 선배는 성문 앞에 서 있었다. 절세 미남과 미녀들, 그들이 풍기는 기질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는 나이를 먹은 듯한 십여 명의 중들이 하나같이 자비롭고 선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득도한 고승 같았다.“아미타불! 시주님, 여기는 공작 제국 황궁입니다! 세 시주님, 걸음을 멈춰주십시오.”“스님! 빨리 이곳을 떠나시기를 권합니다! 오늘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저의 사제를 도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개 같은 황제를 죽이고 다른 사람들을 연루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들께서 방해하고 싶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저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윤선아가 말했다.다만 그녀의 바로 전에 문장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입만 열면 황제를 죽이겠다고 하는 그녀의 덤덤한 말투는 마치 개를 죽이고 개미 한 마리를 밟아 죽이는 것처럼 가벼웠다.윤선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몇 명의 스님들의 귀에 가시처럼 박혔다.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황제의 신분을 가진 적이 있었고 윤선아의 말을 듣자 하니 마치 그들의 약점을 밟는 것처럼 느껴져 그들을 매우 힘들게 하였다.“아미타불, 운궁주여!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심하지 않소, 나 공작 제국!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지만 두렵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연묘궁도 대단하지만, 저희 공작사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
악당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당당 정정한 한 제국이 만약 그를 죽일 수 없다면 이 제국한테는 존엄이 존재할 수 없었다.“폐하, 이도현, 그가 아직 도성 안에 있다.”소식을 알아보던 병사가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말을 꺼내면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아직 가지 않았다고!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건지? 설마 황궁에 와서까지 또 소란을 피우려고 그러는 거야?”공작상제의 얼굴이 새파래졌다.“그, 이도현이 공작사를 떠나기 전 한마디 한 적이 있다.”병사의 목소리가 더 떨리기 시작했다.“무슨 말?”공작상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궁금했다.“소인… 소인은 감히 말할 수 없다.”“말해!”공작상제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그가 말하길 폐하께서 목을 깨끗이 씻고 오라고 했다. 목을 베겠다며 이제 찾아오겠다고 합니다”“개자식, 감히.”공작상제는 분노했고 그의 얼굴에는 순간 살기로 가득했으며 그의 몸에는 강력하고 차가운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 분노로 하여금 그의 얼굴은 흉악하기 그지없었다.“폐하 살려주시옵소서.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이것은 소인이 한 말이 아닙니다. 이도현이 한 말입니다. 폐하께서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그러자 병사들은 겁에 질려 푹신푹신 엎드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개자식! 말도 안 되는 소리! 여봐라, 짐의 명령을 전하라! 천하의 모든 고수들을 소집하여 이도현을 죽이고 그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왕을 봉하겠으며 보상금은!”이도현의 노골적인 도발로 황제의 체면을 구긴 공작상제는 현재 그의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그런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전 밖에서 한 병사가 달려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폐하, 이도현… 이도현이 궁문까지 펴 들어왔습니다.”“뭐라고?”공작상제의 안색은 순간 변했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도현이 궁문까지 쳐들어왔고 경비병들은 전혀 그를 막지 못합니다. 폐하께서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병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 자식아! 공작상제를 죽여도 난 반대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필경 한 나라인데도 선을 넘으면 안 되지.”둘째 선배 윤선아가 말했다.“그가 죽지 않으면 난 이 평생 맘 편히 지낼 수가 없어요. 전 이미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었고 자신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뿐이에요. 저를 상대하려면 그들은 기필코 죽어야 합니다.”이도현이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윤선아는 이도현의 진지한 표정을 보았고 그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죽이면 죽이죠. 이 개황제도 좋은 놈은 아닙니다! 그의 했던 만행들 제가 많이 들었고 그를 죽이는 것은 해충을 소멸하는 거랑 같아요.”“하지만 후배! 황제를 죽이는 것은 상관없지만 남의 나라를 멸망시키는 건 아닌 것 같애. 둘째 선배의 말처럼 네가 상대하는 건 한 나라라고.”“사람끼리 잡아먹는 이 고무계에서 한 제국이 수천 년 동안 전승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오래될수록 그들의 숨겨진 잠재력은 더 향상되고 어쩌면 그곳에 오래된 괴물이 몇 명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다만 공작사의 진짜 고수가 나온다면 이 세상에 그의 체면을 깎을만한 사람이 몇 명 없을 거야.”단이정이 말했다.“알겠어요. 선배!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갔다 오겠어요!”이도현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그는 방금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고무계의 10대 강자를 죽였었다. 사람을 죽일 때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그는 지금 자신의 두 선배 앞에서 사회에 금방 나온 순정 강아지처럼 부끄럼을 타고 있었다.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너와 같이 갈게.”윤선아가 말했다.“그럼 좋아요.”이도현은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이어 그들은 함께 공작 제국의 황궁으로 향했다.같은 시각의 공작 제국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은 듯 궁전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었다.“폐하, 공작사 선조들이 싸움을 피하고 후퇴하였으며 주왕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더군다나 10대 강자들 또한 죽었으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젠장! 이럴 수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나던 공작사의 스님은 떠나갈 때, 마치 비 맞은 강아지처럼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다소 낭패해 보였다.감각이 무뎌지다 못해 완전히 무감각해졌다.처음엔 그나마 충격을 받았지만 한 차례 또 한 차례의 충격 끝에 사람들은 모두 무감각해졌다.이도현의 행동은 한번 또 한 번 그들의 인지를 깨뜨렸다. 공작사 스님의 행동 역시 그들의 세계관을 뒤흔들어 놓았다.공작사가 무적이라는 믿음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철저히 무너졌다.이번 일이 이쯤에서 마무리되는 줄 알고 공작사의 스님들도 떠나려 할 무렵 이도현이 또 입을 열었다.“늙은 스님들, 내 말을 명심해. 가서 황제 그 개자식에게 목을 깨끗이 씻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해. 난 조금 있다가 바로 그놈의 머리를 땋으러 갈 거니까.”이 말을 들은 공작사의 스님들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오르고 울화가 터져도 감히 고개를 돌려 대꾸할 담이 없었다. 반대로 그들은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공작사의 스님들이 스르르 떠나자 구경꾼들도 더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에는 이도현 세 선후배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이도현에게 소식을 알린 여자도 함께 있었다.이도현은 고개를 돌려 여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나에게 편지를 보내줘서 고마워요. 당신도 이제 공작제국에 남아있기 힘들 것 같은데 앞으로 어쩔 계획이에요?”여자는 이도현을 한 눈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이제 가는 대로 봐야죠. 저는 원래 공작제국 변운왕의 후손이었어요. 하지만 한 사건이 있고 나서 황제 그 개자식은 제 아버지를 억울하게 죽였어요. 저는 복수하기 위해 황제를 습격하려다가 그의 곁에 감금되었고 황제는 그저 사람들에게 의리를 지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나를 곁에 두고 거짓 치레를 했어요.”“그놈은 한시도 빠짐없이 날 죽이려고 했고 이번이 절찬의 기회일 거예요. 그놈은 저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전에 저는 그놈을 암살하려고 곁에 남아있었지만 인제 희망이 없을 것